Easy Love - 21 (by. HEART)

<작가가 독자님들에게>

찬찬히 읽어주세요!
분량이 평소보다 조금 많아요

────────────────
<Eas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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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Reminiscent - 이루마



.
.
.

그 날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일에
하루 종일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날만큼은 아무와도 이야기 하고 싶지 않아
카톡이 잔뜩 쌓인 걸 알면서
답장을 하지 않은 채 폰을 엎어버리곤
혼자 방 안에서 멍하니 있었다..


한참 멍하니 있다가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왜 하지도 않은 짓 가지고
욕을 먹어야 할까.
알지도 못하면서 떠드는 사람 때문에
고작 그런 인간들 때문에 내가 울면
이 눈물이 너무 아깝다, 라는 생각.


그래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어제처럼 나를 험담하는 이야기가 들리면,
그 땐 숨지 말고 앞에 나가서
아닌 건 아니라고 밝히자, 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안쓰럽기도 했다,
괜한 열등감에 그러는 거 아냐,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지내기를 며칠 째,
나는 내 소문을 알기 이전과
다름 없이 지내고 있다.


,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나를 흘깃 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보고
그 얘기를 하는 구나, 라고 알아챈다는 것.


두준이와 경수에겐 이야기하지 않았다.
윤두준이야 뻔하지,
이거 들으면 겁나 착한 걔는
괜히 나한테 엄청 미안해 하겠지.

도경수는 엄청 열 받을 게 뻔했다.
오히려 나보다 더 화내면서 분노하겠지.


소문을 알고 나면 주위가 신경 쓰이게 되니까,
굳이 두준이와 경수한테 까지
그런 불편함을 주고 싶지 않았다.


에휴..”


오늘 오후만 버티면,
이제 주말이 온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하면서도,
어제 잠을 잘 못 잔 터라 너무 피곤하다.


속도 별로 안 좋아서 점심을 거르고,
시원한 음료수를 들고 옥상에 와
바람을 맞으며 쉬고 있었다.


끼익


옥상 문이 열리는 소리에 뒤를 도니,
지은씨가 걸어 오고 있었다.
괜찮은 척 했지만, 사실
이번 주 내내 사람들이랑 점심을 먹고 싶지 않아
점심 때마다 옥상에서 홀로
간단하게 끼니를 떼웠다.
며칠 간 한 번도 보이지 않더니,
오늘은 이렇게 마주치고 말았네..


지은씨를 한 번 쳐다보고는,
인사도 하지 않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어떤 인간인지 알고 나니
지은씨를 상종하고 싶지 않아졌다.


뭐 좀 물어봐도 돼?”


가관이다, 이제 말도 까는 구나.
나이도 한 살 어린 게..
뭐 이런 년이 다 있지




차가운 내 반응에
잠깐 흠칫하는 것도 잠시,


이게 니 본모습이구나


라며 비웃음을 흘리는 지은씨,
아니 이지은이다.

웃기네,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원래 정말 싫어하는 사람한텐
차갑게 대할 뿐이야.
그런 사람이 살면서 몇 없었는데,
회사에서 이런 사람을 만나다니.


용건만 말해, 헛소리 말고

양다리 걸치니까 좋니?”

무슨 양다리야 내가

웃기잖아, 도경수랑 사귀면서
윤두준한테 꼬리치는 거

믿고 싶은 대로 믿어,
나는 도경수랑 사귀지도 않고
윤두준한테 꼬리치지도 않거든

이미 서로 본모습 다 아는데,
굳이 거짓말 할 필요 있어?”

그럴 필요가 없어서 나는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약간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잠시 짓더니,


도경수랑.. 진짜 안 사겨?”



경수랑 안 사귀냐고 묻는 이지은이다.


그럼 뭔데

윤두준이 너한테 말 안 하든,
걔가 너한테 다 말했다던데.
뭐 그거 듣고 한 귀로 흘렸겠지,
그 뒤로도 계속 소문낸 거 보면

.. 그게 진짜였미친..”


내 말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는 이지은이다.


그럼 넌 뭐야?
왜 둘 사이에서 간보고 있는데

간보고 있기는, 둘 다 친구지

그래, 도경수는 그렇다 쳐.
근데 윤두준은?
걔가 너 좋아하는 거 몰라?”


어떻게 알았냐고 말하려다,
, 윤두준이랑 친한 사이니
말했으려나, 싶어 입을 다물었다.


아는데

미친년..”

?”

아는 년이 걔 마음을 가지고 놀아?
여튼, 존나 쪽팔려 죽겠어,
내가 사겼던 남자가
고작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는 게

씨발, ?”


.. 욕 줄였었는데,
빡치니까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온다.


뭔 짓 해서 꼬셨냐?
너랑 나랑 비슷한 거 하나도 없는데,
윤두준이 갑자기 취향이 바뀐 거야
아니면 니가 뭐 어떻게 꼬신거야

개소리 작작해

말이 안 되잖아,
왜 너 같은 걸

너 같은 거라니,
말이 좀 심하다?
내가 다 어이가 없네,
윤두준은 고작 너 같은 여자 좋아한 거야?
얼굴 말고는 볼 거 하나도 없는
정신 나간 년을 왜..”

씨발 미친년이, 너 말 다했냐?”


눈을 치켜 뜨며 내게 다가오는 이지은에
순간 쫄았다.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잠시,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다시 고개를 들고 나도 똑같이 노려봤다.


내가 틀린 말 했냐,
정신 나갔잖아 너
내가 하나 물어보자,
너는 이제 와서 윤두준이랑 사겼단 거
김팀장님한테 왜 말했냐?”


내 말에 웃으며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이지은이다.


병신아, 생각해보면 모르겠냐?
니 엿먹일라고 그런 거잖아.
안 그래도 너 도경수랑 사귀면서
윤두준이랑 존나 친하게 지낸다고 개 욕먹는데,
내가 잘만 흘리면 더 욕 먹지 않겠어?
니 소문 다 내가 만든 거잖아 병신아

?”


.. 이지은이 만든 거라고?
그렇게 회사 내에 쫙 퍼진 소문이
다 이지은 짓이라고?


소문은 원래 쉽게 생겨,
한 사람이 그럴 듯 하게,
아니 때로는 그럴 듯 하지 않게 만들어도
재미있으면 사람들이 알아서
살을 붙여서 퍼뜨려 줘.

니가 일도 똑부러지게 하고,
착하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서
다들 바로 믿을까, 싶기도 했는데
여기도 뭐 똑같더라.
어디든 하나만 던져주면
아주 좋다고 달려들어.”

왜 그랬어

왜냐니, 꼴보기 싫으니까.
니가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게


지은씨의 대답을 듣고 깨달았다.
, 이 년은 말로 해서는
못 알아 들을 년이구나.


카톡


마침 울리는 카톡에 폰을 보자,
두준이에게서 톡이 와 있었다.


뭐냐, 윤두준? 도경수?”

신경 꺼


어디냐는 두준이의 물음에
옥상에 있다고 알려줄까, 하다가

이지은이 너무 괘씸해,
나도 엿을 먹여줘야겠다 싶어
톡 답장을 보내는 척 폰을 만지작거리며
녹음 버튼을 눌렀다.


씨발, 말 하는데 폰 만지는 건 무슨 예의야

니가 예의 얘기하니까 웃긴다


나긋나긋한 평소의 말투로 돌아오자
기분 나쁘다는 듯 얼굴을 구기는 이지은이다.


?”

그렇잖아, 오늘 나한테 다짜고짜
말 먼저 깐 게 누군데.”

그럼 내가 너한테 존대를 해야 하니?”

내가 너한테 뭐 한 것도 없는데,
넌 나한테 왜 그래?”

말했잖아, 기분이 더럽다고.
너 같은 년이 남자 두 명 끼고 있는게
얼마나 웃긴 지 알아?

더 화나는 건,
윤두준 정도야 내가 다시 꼬시면 그만이지만
도경수는 여자한테 관심도 없단 거야.
너 걔랑 친구랬지?
혹시 게..”

씨발,


욕설이 더 튀어 나가려 했으나,
녹음 중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너무나 화가 났지만 입을 꾹 닫았다.

녹음 시작할 때는
일단 하고 보자, 라는 생각이었는데
니가 걔네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내가 이거 퍼뜨려야겠다.
니가 어떤 인간인지,
내가 알려야겠어.


존나 드물거든 그런 남자,
보통 내가 꼬시면 다 넘어 온단 말야
좀만 잘해주면 자기 좋아하는 줄 아는 게
멍청한 남자들이거든.

걔는 뭐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나한테 무관심한 걸로 봐선 뭐..
그럴 가능성도

그만해라


차마 더 들어줄 수가 없어
말을 탁 잘랐다.


아 뭐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너 나대지 말라고.
주제를 알아, ㅇㅇㅇ.”

..”

너 이미 이미지 쓰레기야,
나 같으면 사표 냈다.
뒤에서 너 가지고 뭐라 그러는지 알지?

, 그리고 내가 낸 소문은 아닌데
성형했단 얘기가 돌더라고.
눈 했다며?”

개소리.. ..”


습관적으로 자꾸 험한 말이 튀어 나간다.


성형한게 그거냐,
돈 아깝네 정말.
이왕 칼 댄 김에 더 대지 그래?
견적이야 많이 들겠지만 뭐..”

뭔 성형이야, 그딴거 하지도 않았어

아 그래?
하긴, 한 게 그거라니까 웃기긴 하더라


끝도 없는 개소리에
이지은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비웃는 이지은이다.


아 뭐 여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지?
회사 나가거나,
안 나갈 거면 꼴보기 싫게
걔네한테 붙어 있지마.
소문 만드는 건 되게 쉽거든,
내가 더 만들기 전에 그만해. 거슬리니까


아니꼽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는
휙 뒤돌아 나가는 이지은이다.

문이 닫히자 마자 폰을 꺼내 들고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래, 니 말대로 소문 만드는 게 쉽다면
해 본적은 없지만, 나도 해 보지 뭐.


사실 좀 걱정되긴 한다,
지금은 화나서 이런 생각 해도
결국 마음 여린 내가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
.
.

후폭풍이 컸다.
간만에 누구와 말다툼을 해 본 터라,
온 몸의 기가 빠져나가는 듯 했다.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이지은의 말이 자꾸 떠올라
몇 번이고 울컥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 싶어서.
화나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정말 화나거나 억울할 때마다
눈물이 나오는 나라,
오후 내내 눈물을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ㅇㅇ누나 왜 씹어여ㅠㅠ


두준이의 톡을 보고
, 내가 아까 답장을 안 했구나 라는 생각에
답장을 해 주었다.


-미안 보고 까먹었다ㅠㅠ

-바빠요? 오늘 퇴근하고 보고 싶은데

-나 오늘 넘 피곤해서 좀 쉬려구

-.. 이번 주 내내 많이 피곤한 가봐요
알았어요!

-응 미안 ㅠ


카톡을 끝내고 일을 다시 시작했다.
한참 보고서를 작성하던 와중,


ㅇㅇ씨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 봤다.



안색이 안 좋네요,
이거 먹고 힘내요

.. 감사합니다


두준이었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음료를 들고
미소 짓는 두준이의 얼굴을 보며,
없던 힘이 조금 생겨났다.
그래, 너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싶어서.

.
.
.

일을 끝내고 집으로 오자 마자
밥도 먹지 않은 채 뻗었다.
티비를 틀어 놓고 한 시간 정도 가만히 누워 있다,
화장 지워야지, 라는 생각에 일어나
티비는 끄지 않고 샤워를 했다.
집 안에 정적이 찾아오는 게 싫어서.


배도 안 고프다,
아무런 의욕도 안 생긴다.
이번 주말만큼은 아무도 안 만나고
방 안에서 혼자 쉬고 싶다.


(다시 재생해 주세요)


카톡


카톡 소리에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폰을 들었다.




-


경수의 카톡에,
답장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긴 하지만,
그래도 답장은 해야지 싶어 폰을 들었다.


-?

-뭐하냐

-그냥 집에 있지


내 답장에 잠깐 아무 말도 없던 경수는,


-무슨 일 있냐


라고 카톡을 보냈다.
순간 참아왔던 감정이 다시 터져
울컥할 뻔 했지만,
애써 참으며 답장을 보내려 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기도 했지만,
남한테 걱정 끼치는 걸
보영이와 멀어진 이후로
웬만하면 피하려는 나였기에


-아니 아무 일도 없어


라고 쳤다.
전송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도경수


경수 이름 석자가 반짝였다.
, 갑자기 웬 전화지?
목을 가다듬고는 전화를 받았다.


-.. 뭐야?

-어디야?

-집이지..


무심한 듯, 다정한 목소리에
자꾸 눈물이 새어 나오려 한다.




-가도 되냐,
줄 게 있어서

-.. 뭔데?

-있어, 가도 돼?

-.. 그래

-삼십 분쯤 걸릴 것 같다

-알았어

-응 이따 봐

-


평소보다 더 다정한 목소리에,
경수와 통화를 한 것 만으로도
왠지 위로를 받는 듯 했다.


가만히 누워서
몇 줄 안 되는 경수와의 카톡을
읽고, 또 읽으며
그래, 아무리 회사 사람들이 나를 욕해도
너랑 두준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 때문에
너희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듯해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똑똑


시계를 보니 어느 덧 30분이 지나 있었다.
계속 카톡을 보고 있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황급히 문을 열자,




“…ㅇㅇㅇ, 방이 이게 뭐냐


라며, 경수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 ? 너 줄 거 있다고

술이지, 가서 앉아


뭐야 도경수,
결국 술 마시자는 거였어?


자연스럽게 식탁으로 가서는
술을 한 병, 두 병, 세 병,
..네 병 꺼내는 도경수다.
미쳤구나, 네 병이나 사오다니.


안주할 거는 있냐

.. 마지막으로 장을 본 게..”

“..그냥 부실한 대로 먹자


내 말에 고개를 흔들며
과자 몇 개를 식탁 위에 올리는 경수다.


방이 이게 뭐냐

하하..”


퇴근하자 마자 가방이랑 옷을
정리하지 않은 채,
빨리 쉬겠다는 일념으로
바닥에 마구 던져 놓은 터라 방이 엉망이었다.


치울ㄱ..”

됐어


일어나려는 나에게
앉으라 눈짓하는 경수다.


근데 뭐냐,
왜 밖으로 안 부르고 여기까지 술 마시러 와?”

니가 어제도 깠잖아, 피곤하다고


.. 그렇구나.
이번 주 내내 저녁을 집에서
혼자 대충 먹은 나다.


집에 누군가 있으니 좋다,
공허함과 외로움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느낌이다.




너 볼 살이 빠졌어

.. 그래?”

일어나봐


의아해하며 경수의 말대로
잠깐 일어났다가 앉자,


너 밥 잘 안 먹었지
너 진짜 살 빠졌어,
고작 일주일 만에


라며 미간을 찌푸리는 경수다.


..”


그러고는 아무 말도 없이
서로 계속해서 술잔을 기울였다.
집 안에는 퇴근하고 켜 놓은
티비 소리만 계속 들릴 뿐이었다.


너는 왜 묻기 전까지
말을 잘 안 하냐, 맨날

?”

힘들면 힘들다고 말 하면 되지,
내가 묻기 전에는 얼굴에
무슨 일 있어요, 라고 잔뜩 써 놓고는
절대 말 안 하잖아
내가 아직 불편해?”

아 아니아니 그건 아닌데..”


진짜 그건 아니다.
니가 불편해서가 아니라,
사람한테 먼저 기대려 하지 않는 게
습관이 되어 그러지 않는 것뿐이다.
말끝을 흐리는 나를 보며,
슬며시 웃고는 두 번째 병의 마지막 잔을
내게 따라 주는 경수다.


알았어,
너는 맨날 생각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거 아냐
그렇게 손사래 안 쳐도
니 얼굴만 봐도 알겠다, 아닌 거


둘 다 동시에 소주를 들이키고는,
조용히 안주를 먹었다.
안주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열심히 먹다,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자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경수가 보였다.


..?”

이렇게 얘기해도 말 안 하네

..”

말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경수의 말에 눈을 내리깔자,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며
무심한 듯 툭 내뱉는 경수다.


말할까, 하다가
말하면 경수도 소문을 알게 되니까,
그게 싫어서 입을 다물고 있는 나다.


갑자기 경수가 일어서서는
내 옆으로 와 나를 내려다 보았다.


?”

에휴…”


눈을 크게 뜨고 올려다보자,
한숨을 내쉬며 내 머리를 잡고는
품으로 끌어 당기는 경수다.


.. 뭐냐

울 것 같아서.
울려면 울어, 안 볼 게


취기도 오른 데다,
경수가 직접적으로 말 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 .. 이게..”


당황해서 눈물을 닦으려 손을 올리자,
머리를 더 세게 끌어 안고는
한 손으로는 어깨를 토닥이는 경수다.


..”


어깨를 토닥이는 손길에
결국 눈물을 참을 수 없어
경수의 품에 안겨 펑펑 울고야 마는 나다.


.



잠시만, 휴지 갖다 줄게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내게 휴지를 가져다 준다며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는
거실로 향하는 경수다.


너무 정신없이 울어서
시간이 얼마나 지난 지도 모르겠고,
머리도 너무 아프다.


이렇게 눈물 콧물 다 흘리며
마지막으로 펑펑 운 게 언제 인지도 모르겠다.
다 울고 나니 그래도,
속은 시원했다.


, 안 볼 테니까 닦아


휴지를 통째로 들고 와서는
내게 내미는 경수다.


그제야 쪽팔림이 밀려와,
휴지를 뽑으며 힐끗 경수를 보자
안 보겠다던 경수는 말 대로,
현관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티슈를 몇 장이나 쓰고 나서야
간신히 다 닦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 고맙다


라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경수에게 말했다.




그러자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엄지 손가락을 들어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 주는 경수다.


어떡하냐, 눈 많이 부었다
내일 눈 뜨지도 못하겠다
내일 일어나면 너 머리도 되게 아프겠는데


잠깐 인상을 찌푸리더니,


가서 누워 있어봐


라고 하고는 냉장고로 향하는 경수다.
.. 많이 부으면 되게 추한데..
나 지금 되게 못생겼겠다.


어쨌든, 경수의 말대로
침대로 가 걸터 앉은 나다.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정말 모든 힘을 다
우는 데 쏟아 부은 것 같다.


한 주 동안 많이 힘들었다.
그렇게 마음은 먹었어도,
자꾸 사람들이 신경 쓰였다.


누워 있으라니까


곧 얼음주머니를 들고 온 경수가,
리모컨을 들어 티비를 끄고는


많이 차갑긴 한데,
좀만 참아


라고 하며 내 눈에 얼음주머니를 대 주었다.
순간 너무 차가워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뗐지만,


잠시만 있어봐


라며, 다시 뒤통수를 잡고
얼음 주머니를 대주는 경수에
잠자코 앉아 있었다.




대답 안 해도 되니까 듣기만 해


집 안에 정적이 가득하기도 잠시,
얼음주머니를 계속 내 눈에 댄 채로
경수가 말했다.
무슨 말을 할까, 싶어
살짝 긴장한 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힘 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거면 말하고
도와줄 수 없는 거면,
그냥 털어놓기라도 해.
너 힘들 때 엄청 티 나거든,
그거 보고만 있는 내 속이 어떻겠냐.

힘들면 좀 울고, 화도 내고.
맨날 속으로 삭히지만 말고.
친구잖아, 털어 놔도 돼.
그러라고 있는 거 아니냐 내가.

어쨌든 힘내라,
살도 빠져 있고.. 이게 뭐냐.

..너 우는 거 보니까 되게 마음 아프다


경수의 말에 또다시 울컥했지만,
더 이상 나올 눈물도 없을 만큼
이미 다 쏟아 내버린 터라,
아무 소리도 안 내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누워 봐,
많이 부어서 좀 오래 이러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얼음주머니를 떼며 경수가 말했다.


너 엄청 피곤해보여,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누워봐,
아직도 붓기 덜 빠졌네




얼굴을 들이 밀고,
내 눈을 바라보며 경수가 말했다.
생각보다 가까이 온 경수의 얼굴에
당황해하자,


누우라니까


눈을 깜빡이더니 급히 얼굴을 떼고는
내 어깨를 잡고 나를 눕히는 경수다.
불편하지 않게 베개 위치도 조절해주고는,
다시 얼음찜질을 해 주는 경수다.


침대가 약간 꺼지는 느낌이 났다.
경수가 앉았구나, 하고 생각하며
고맙다고 말을 하려 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힘을 써서 인지,
술 기운이 많이 올라서인지
입을 열 힘조차 없었다.


..”


나지막히 내뱉는 경수의 한숨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나는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 들었다.

.
.
.

※만든이 : HEART님

<덧>

됴다정..!
꺄륵

핳 여러분 ㅠ
제가 며칠 간 여행을 가서!
빨리 오지 못할 것 같아
오늘은 좀 더 길게 들고 왔답니당.
며칠만 기다려 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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