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MUST GO ON - 1화 (by. 로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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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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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

     

지금 이 순간 아무 생각이 없고 싶다.
 왜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지도 모르고 싶으며 나는
 그저 어제 과음으로 인한 속을 달래며 이 대리와 
함께 국밥을 한 술 뜨고 있었을 뿐이다. 
세 숟갈 정도 밖에 먹지 않았는데 나를 호출한건 
정말이지 극악무도한 짓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혹시나 급한 용무일까, 설마 링거까지
 맞으면서 작성한 기획안이 엎어졌나 -이건 정말
 최악이다- 한 달음에 달려왔는데 이게 웬걸. 

     

“그러니까, 준비하라고.”

     

…정말요? 되물으면서 나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떠올렸다.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리도
 큰 시련이 찾아오나 고민했다. 









생각해보니 셀 수도 없이 많다. 나는 어젯밤, 
내 주량인 소주 세병을 넘겨 이 대리를 힘들게 했다.
 무기는 내 애교를 통한 충격과 공포였다.
 저번에 한번 취한 척 그를 놀리려 정신이 살아있을 때 
애교를 시전한 적이 있는데 정말 질색팔색을 하더라. 
상처 받을 뻔 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어제도
 여자에게만 부리던 내 애교가 힘 센 동성친구 
그 엇비슷한 이 대리에게로 향한 거다. 콜택시를
 부르려 휴대 전화를 꺼내다 봉변을 당한 이 대리는,
그대로 나에게 쌍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여기까지 
듣자마자 그에게 업혀 택시에 오른 장면이 
순간적으로 스친다. 모두 이 대리가 오늘 아침
 사무실에서 숙취해소제와 함께 건네준 이야기다. 
같은 속도로 같이 마신 주제에 술은 또 더럽게 세서 
혼자 그 참사를 다 기억하고 그 다음날 내게 들려준다. 
업무로 지친 하루에 한 줄기 빛과도 같은 삶의
 낙이라나 뭐라나. 다시 생각하면 열이 오른다는 
얼굴로 회상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그가 신뢰성이
 떨어진다기보다는, 다소 변태 같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 말이 사실이라면 회식이든 사적인 자리든 
일주일에 네 번꼴로는 그와 함께 하니까 나는 한 달의 
반이 넘는 시간을 그에게 할애해 기쁨을 주는 거다. 
나름 뿌듯하다.

     

“너 내 말 듣고 있는 거니?”

     

“그럼요.”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투명 귀마개를 장착한
 주제에 뻔뻔하게 대답했다. 이게 이 직장에 몸담은 
5년 동안 습득한 스킬 중 top5 안에 드는 스킬이다.
 하지만 이 이상 귀마개 사용을 지속한다면 
내 커리어의 수명이 5년으로 끝날 걸 알기에 잠시
 빼놓기로 결정했다.

     

“그 쪽 회사랑 얘기는 다 끝났으니까 너는 컨택만 
몇 번 하고 무대에 초점 맞춰서 준비해. 홍보는 
문제없고 mc섭외하고 마이크 싹 다 교체해놓고
. 가드는 그 쪽 제공이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음향 시설 따로 들여오는 거 알지? 시설 팀에 
얘기해서 빔 프로젝터랑 스크린 설치하는 거 
잊지 말고. 또...”

     

후회가 물 밀 듯 밀려온다. 뭐가 저렇게 명심할 게 
많은지 귀마개를 제거 하자마자 들려오는 접속사
 ‘고’에 나는 다시 영혼이 사라진다. ‘네-네. 그럼요.’ 
하지만 여전히 대답은 확실하다. 이제야 내가 처한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지금 기획부장 오피스
 중앙에 40분 째 서서 위 사항들을 ‘명심’하는 중이다. 
어제의 과음을 고려해 굽이 낮은 스트랩 힐을 
신었기에 망정이지평소 신는 가보시힐을 선택했다면
 지금쯤 내 다리는 산란기에 알을 밴 붕어의 
배처럼 보였을 게 분명하다. 

     

“이태민 보다는 네가 연차가 더 오래됐기도 하고. 
이런 쪽에 있어선 귀신이잖아. 내가 믿는 거 알지?”

     

네. 맡겨만 주세요. 호선을 그리며 대답하는 입술과는
 달리 속에서는 불을 뿜어냈다. 이태민. 
역시나 이대리 그 자식이 내게 복수를 시도하는 거다.
 삶의 낙 어쩌고 하더니 순 뻥이었나 보다. 고작 어제, 
아니 어제랑 그저께 취해서 힘들게 했다고 이런 
귀찮은 일을 내게 떠넘겼다. 물 떠다 놓고 기도를 
하든 부장에게 말 몇 마디 던지든 했겠지. 
도 그럴 것이,
     

“그런데 부장님, 저 이 대리보다 
연차 4일 오래됐는데요.”

“......”

     

그놈은 특별한 사유로 나보다 4일 늦게 
사했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회사 
차원에서 허용해 준 것을 보니 정말 그 사유라는 게 
특별하긴 했던 모양이다. 뭔지 딱히 궁금하지 않아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고작 4일 주제에 어디서
 햇병아리 흉내야. 흥.
오피스 문을 닫고 나오면서 중얼거렸다.
 한숨은 옵션. 하아-정말.



“대략난감.”

     

     

     

나는 어느 새 자리를 옮긴 내 책상을 멍하니 응시했다. 
딱히 무슨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아무 생각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낫다. 
사실 몇 분 전 오피스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일방적인 브리핑을 들으며 터져 나오는 한숨과 함께 
소원했던 일-아무 생각 없고 싶다던-을 지금에야
 하는 지도 모른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다른 
사원들과 빽빽이 붙어 숨도 못 쉬던 내 책상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혼자 여유롭고 한산하게 
놓여있느냐 생각하면,
     

“여어, 팀장니임.”

     

그래. 그 빌어먹게도 어처구니없는 프로젝트 팀의
 팀장을 달았기 때문인가. 저 멀리서 이대리가 
블러를 손에 쥔 채 말꼬리를 늘이며 다가온다. 
일부러 저러는 건지 껄렁거리는 말투와 깐족거리는 
태도까지 겸비했다. 나는 그와 어울리지 않는 곱상한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가 오른 손에 들고 있는 
텀블러로 시선을 옮겼다. 따뜻한 물이다. 
나는 그를 노려보며 내뱉었다.
     

“나쁜 놈.”

     

물 떠다 놓고 기도했을 거라던 아까의 내 짐작이 
맞아 떨어진 거다. 텀블러에 물을 담다니 주도 면밀
 하고도 치사하다고 생각한다. 내게 이런 좇같지도 
않은 프로젝트를 넘기다니. 뒷말은 애써 삼켜냈다. 
앞으로가 막막하긴 하다지만 이런 일로 스무 살 이후로
 끊은 비속어를 입에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제의 아군이 오늘의 적이라더니 지금이 딱 그 짝이다. 
어제의 꽐라를 케어해주고 같이 해장을 해주었던 
내 아군은 텀블러에 물을 담아 기도함으로써 내 적이
 되었다. 이 대리의 입장에선 친근하게 식사하던 
동료가 채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아 적대감을 드러내니
 왜 저러나 싶은 모양이다. 그의 동그랗게 떠진 눈이
시야에 들어오지만 모르는 척 지나쳤다.

     

     

02.

아이보리색 의자에 깊숙이 앉아 등을 기댔다.
 앞에는 노트북이 있고 퇴근할 때 가져온 서류가 
한 뭉치이지만 정작 책상에 앉아 하고 있는 건 커피를
 마시는 거다. 어렸을 때부터 커피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6학년 즈음이던가, 어른들이 키 안 큰다고
 카페인은 입에도 대지 말라할 때부터 커피에 맛을
 들였다. 그럼에도 키는 대한민국 여자 평균 키이기에
 왜 그런지 의문이다. 분명 카페인이 어린 아이의 몸에 
좋지 않다는 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일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사춘기가 이르게 찾아와
 초등학생이면 반항기라던데 딱히 반항이나 겉멋에 
의의를 둔 건 아니다. 그 씁쓸한 맛과 동시에 찾아오는 
단 맛이 심오하다기보다는 그저 맛있었다. 
지금이야 원두커피를 사랑한다지만 그 때는 
아직 어렸을 때라 설탕과 프림이 잔뜩 들어간 
믹스 커피를 선호했으니 더 할 거다. 아마 황금색
 맥심이 가장 맛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마치 담배를 
배우듯 친구와 함께 시작한 커피는 끊을 수가 없어 
20대 중반이 넘어서는 아메리카노에 더블 샷을 추가해
 물처럼 마신다. 오늘은 아메리카노 대신 선택한 
예가체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휴대 전화를 꺼내 들었다. 

    야, 나도 너네 팀임. 그러니까 이만 용서해주라.

    

이태민에게서 온 문자다. 받은 지는 30분이 좀 넘어가는데 

가방에 넣어둔 탓에 알림 소리를 듣지 못한 모양이다. 
자신도 이런 좇같은 프로젝트에 발을 들여야
 하니 같은 처지란다. 다 심보를 좋게 갖지 못해
 죗값을 치르는 거라고는 생각 못하고 사면을
해달라니 괘씸하다.  느긋하게 답장을 보냈다.



프리모 바치오바치 네베 피자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거 즐길 방법을 찾기로 한다.
그 첫 번째 수단으로 나는 프리모 바치오바치를 택했다. 
직장과도 가깝고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들이 찾을만한
 귀여운 인테리어에 자주 가는 레스토랑이다.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인지 강남에 위치하는 가게라는
 사실에 맞지 않게 저렴하기도 하고. 그 중 매콤한
 크림 빠네 파스타와 각종 치즈 토핑이 올려진 네베 
피자는 정말이지 환상의 조합이다. 먹다보면 둘이 
먹다가 둘은 무슨 셋이 죽어도 모를 지경이다.
 콜.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하는 대답에 내 입가는 
호선을 그리며 기회주의자의 면모를 한껏 드러낸다. 
그리고 생각했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된 데에 
이 대리는 죄가 없다. 이건 다- 내 능력이 
출중하기 때문이다. 나란 여자. 죄 많은 여자.

     

     

03.

오늘 아침에는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그런 날이 있다.
알람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도 불길한 예감에 
심봉사 마냥 눈이 절로 뜨이는 날.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시계를 보면, 젠장 출근 시간 삼십 분 전이다. 
직장과 가까운 오피스텔에 머무는 데다 차로 가면 
금방이지만 나는 외출 준비 두 시간도 빠듯한
 극악의 게으름을 가졌다는 게 흠이다. 
평소보다 8배는 빠르게 출근 준비를 마치고 
회사 로비에 들어서는데
평소와는 느낌이 다르다. 얼마 전 무대 설치 건으로
찾아갔던 생산직 김 감독님도, 옆 부서 훈남 박 대리도,
 깍쟁이 하우스매니저 임 씨도 들뜬 분위기 속에 
수근 대기 바쁘다. 방금 전 정 대표 오피스로 들어가는
 남신들을 봤는데 알고 보니 사실 ‘엑소’였다느니 
이번에 기획부에서 유명 아이돌 공연을 맡았다느니. 
나는 눈을 깊이 감았다 뜨며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에이, 말도 안 되지. 예술의 전당에서
 엑소 무대를 올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문제는 이거다. 애당초 우리 회사가 아이돌을 위한
시스템이 아니라는 거. 그리고 이 말도 안 되는 
공연의 총 책임자가 나라는 거. 이것만 해결되면
 더 바랄 게 없을 정도다. 엘리베이터에 올라 제일
 꼭대기 층을 눌렀다. 

     

     

“…….”


"……."


"……."



나는 분명 대표실로 왔건만 정 대표는 없고 웬 남정네
둘과 마주 앉아 있어야 했다. 내가 서른을 바라보니
 내 앞에 앉은 이들은 아마도 서른 중반쯤 되려나.
 어려서부터 텔레비전을 켜면 채널 10개 중 하나는
나오던 유명 인사들이니 모르긴 몰라도 낯설지는 않더라.

     




"……."



"……."



그래도 저렇게 빤히 내리 꽂는 시선에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눈알을 티 안 나게 굴려대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포트로 향했다. 
     

“마실 것 좀 드릴까요? 커피랑 홍차랑 녹차 있는데.”

     

어색한 침묵만 10분 남짓 이어가던 찰나에 갑작스러운 

목소리가 들리니 시선고정남 옆에 앉은 남자가 
화들짝 놀란다. 얼마나 놀랐으면 소파에서
 공중 부양을 했다. 못해도 10센티는 떴을 거다. 

    


"저는 그럼 커피로 부탁드립니다."



내 시선은 이제 그 옆으로 향했다가 커피포트로
방향을 튼다. 물어보지 않아도 커피는 못 먹을 게
 분명하니 대표의 티박스를 뒤지고 뒤져 득템한
 코코아 분말 뚜껑을 열었다. 내 거는 뭘로 할까 
생각하다가 커피는 저녁에 또 마실 것 같다는 생각에 
얼그레이 홍차 티백 하나와 스틱 커피 하나를 꺼냈다. 
점점 기포가 올라오는 커피포트를 응시하다가 
멍하니 응시하다가 멈칫 뒤를 돌아보았다.
    

아, 생각났다. 엑소의 시우민이다.
 그 나이는 제일 많은 주제에 사기적인 동안 외모를 
가진 부러운 사람. 원두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더 기억에 남았더랬다. 들어오자마자 통성명은 했지만
 본명인지 저를 김민석이라고 소개해 시우민의 시옷 
자도 떠올리지 못했다. 한 때 스치듯 들었던 시우민의 
취향을 학창 시절을 더듬어 기억해내고는 꺼내
 두었던 믹스 스틱 커피를 다시 집어넣고 주머니에서
 드립백 원두 커피를 집어 들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머그컵 두 잔을 내밀었다. 

     

“시우민 씨 커피는 믹스 커피 대신 원두로 내렸어요.
간편한 드립백이긴 하지만 맥널티 등급이라
 맛있을 테니 걱정 안하셔도 될 거에요.”

     

백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백현 씨는 코코아 드세요.” 아주 간단하게 말을 건넸다.

    




백현이 나를 빤히 바라본다.
이번에는 뜻을 알 것도 같다. 
왜 자신은 묻지도 않고 커피가 아닌 코코아냐 아니면 
민석에겐 구구절절 설명하더니 자신에게는 왜 스치듯
 지나가는 10음절이냐 혹시나 저를 싫어하나 앞으로 
같이 일할 사인데 어떡하지 뭐 이런 거.

     

“저 커피 안 마시는 지는 어떻게 아셨어요?”

     

역시나. 그는 내가 짐작했던 것 중 전자를 묻는다.

     

“유명하잖아요. 백현 씨 쓴 거 잘 못 드시는 건.
아메리카노도 물 엄청 타서 연하게 

드신다고 하던데요?”

     

그의 시선은 여전히 나를 향한다. 오늘 참 여러 번
느끼지만, 강아지 같은 눈인데도 제법 날카롭다.
 취조하는 경찰의 눈은 아닌데 생기 없이 고정된 
시선이 사람을 긴장시킨다. 좀 위험하다 이 남자. 
속내를 숨기고 태연한 척 그와 시선을 마주하다가 
어깨를 으쓱이며 덧붙였다.

     

“제 친구들이요. 저 학생 때가 
엑소 인기 절정일 때였어요. 
제가 보이는 것만큼이나 어리거든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백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코코아 잔에 입술을 댄다. 나는 꿋꿋하게 
말을 이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말 같지도 않다는 거다. 
초면인데 참 가차 없는 사람이다.


.
.
.

※만든이 : LOWENA님

<덧>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글 쓰는 로웨나입니다.
제가 원래가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라 
지루하실 수가 있어요..ㅠㅠ
하지만 제 스타일대로!
제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말들로 써보려고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소재도 달달하고 예쁘게
 만들 수 있는, 그럼에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으실 수 있는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ㅎㅎ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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