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02] (by. 뿜바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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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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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02]
 
ㅇㅇㅇ
육성재
이종석
배수지
박찬열
 
.
.
.

-*은 시점전환, **은 과거입니다.
-눈살 찌푸려지는 대사가 있을 수 있으니
 싫으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아무도 없는 경성경찰서. 모두 아버지의 
처형을 위해 나섰을 것이다.
 
끼익-
 
조용한 가운데 문 소리만이 모든 것을 지배했고 
당당히 그 안으로 들어갔다. 순사들이 쓰는 책상서랍 
하나하나를 열어보다 권총을 발견했고 총알 수까지
 확인하고 바지춤에 넣었다.
 
“....?”
 
그러다 문득 다른 집무실에 시선이 꽂혔고 그 안에
 있는 이종석의 사진이 보였다. 망설임없이
 그 집무실으로 들어갔다.
 
“..고급 명품들이라..”
 
고급진 양복과 시계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놈은 그걸 
자랑하려는듯이 대놓고 펼쳐놓고 있었다. 그렇게 
집무실을 둘러보다 문득 보게된 놈이 정리한 
문서들을 손으로 들었다.
 
“.....”
 
그 안에는 친일파 목록들과 일본에게 물자를 투자한 
일본인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걸 놈이 왜?
그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생각을 접고 조용히
 문서들을 손으로 내려놓으려다 그 뒤에 있는 
다른 문서를 발견했다.
 
“!!!!”
 
그 안에는 독립운동을 펼치고 있는 많은 조선인들의 
얼굴과 함께 신상목록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이미 
죽은 조선인들의 얼굴에는 빨간색으로 
엑스표가 쳐져 있었다. 그리고 장을 한 장 넘겼을땐 
아버지의 얼굴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새끼가..”
 
아버지의 얼굴에도 엑스표가 쳐있는 걸 본 순간 
나는 아무렇게나 문서들을 던져놓고 경찰서를 
빠져나왔다.
 
아이고-!!”
 
곡소리들이 거리에 울려퍼졌다. 저 멀리 아버지에게 
총을 겨눈 놈의 모습이 보였고 나는 달려나가
 바지춤에 넣어두었던 총을 욱일기에 겨누어 발포했다.
 

왔구나
 
놈은 기다렸다는듯 웃었고 나는 외쳤다.
 
대한독립 만세!!!!”
 
그리고 내게 다가오는 순사 놈들 앞으로 총을 발포했다.
총알을 총 12, 욱일기에 쏜 총알 한 발
놈들에게 쏜 10. 남은 것은 딱 하나였다.
 
순순히 잡혀주시지
 
그 말에 절로 비소가 지어졌다. 순순히? 조선인들을 
죽일 생각으로 머릿속에 가득찬 네 놈에게,
정말 일본의 개가 되어버린 너에게 잡히라고?
 
한 발 남았어
 
내 말에 놈은 아무 말 없이 날 바라봤다.
 
내가 왜 굳이 한 발을 남겨놨을까
 

내려놔
 
어차피 니들한테 잡혀서 죽으나 지금 죽으나 죽는 건
 똑같은데 차라리 내가 내 손으로 죽겠다고
 
내려놔!!”
 
왜 그렇게 흔들리는 눈으로 날 보는데? 네가 원하는
 거잖아, 내가 죽어서 네 공을 세우면 넌 좋은거잖아
그 말이 입 끝으로 차올랐지만 이내 놈의 눈에 있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고는 멈추고 말았다.
 
아버지
 
내 목소리에도 아버지는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죄송해요, 아버지.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전해놓고 
이렇게 가는 길까지 아버지를 힘들게 해서.
 

가거라 ㅇㅇ!!!”
 
아버지는 곧 한 순사의 총을 빼앗아들어 여기저기에
 총을 발포하기 시작했고 그 바람에 내게 몰려들었던 
순사들이 아버지에게로 달려들었다.
 
아버..!”
 
아버지에게 달려들려던 순간
 
-
 
아버지가 스스로 자신을 쏘고 말았다.
 
정신차려 ㅇㅇㅇ
 
꺼져가는 정신을 붙잡아가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아버지의 시신을 거두기도 전에 나는 놈들을 피해
 다른 곳으로 무작정 뛰어갔다. 정착지도 없이 
그렇게 뛰었다.
 
하아, 하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무작정 뛴 곳에 목적지는
 숲속 한 가운데였고 그제야 나는 목놓아 울 수 있었다.
 
아버지..아버지!!!!”
 
젖어가는 흙더미를 쥐며 온 몸이 젖어도 모를 정도로 
그렇게 비를 벗삼아 울었다. 이내 으슬으슬 몸이 
추워져왔고 몸을 숨길 곳을 찾다가 근처 동굴을 
발견해 그 안으로 몸을 숨겼다.
 
, 진짜 꼴사나워
 
이제 어디 갈 곳도 없다, 집으로 돌아가면 바로
 잡힐 것이고 그렇다고 이러고 돌아다니기엔 
내 몸이 얼마나 버텨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아, 하아
 
그렇게 생각에 빠져있는데 곧 다른 누군가가 동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반사적으로 몸을 
숨겼는데 남자는 울고 있었다. 아까의 나처럼.
 

흐으윽..흐윽
 
그 흐느낌에 숨겼던 몸을 일으켜 앞으로 나갔다
그냥 나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냥 그게 다였다.
 
“!!!”
 
남자는 울다 곧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놀라 내 쪽을 
바라보았고 그와 동시에 나는 내 모습을 
드러낸 걸 후회했다.
 
너는..”
 
“....”
 
왜 온 거지? 그 놈들이 날 잡으라고 시킨 거냐?”
 
내 실수였다, 저 연기에 속아넘어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대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일까.
 
아니야
 
“......”
 

나는....친일파가 아니야.....”
 
두서없이 늘어놓는 말들에는 간절함이 담겨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억지로 빼앗겨 우는 아이마냥.
 
안 가냐?”
 
그렇게 한참을 우는 녀셕을 보다가 이내 같이
 동굴 안에 있게 됐다. 내 질문에 녀석은 자신의
 무릎을 더 꼭 안을 뿐이었다.
 
너는 기다려주는 사람도 갈 집도 있잖아
왜 안가는데
 
그럼 너 혼자 있잖아
 
날 언제 봤다고 친한 척이야
 
그러자 훽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는..걱정하지마
 
“...”
 
키 큰 남자가..잘 모시고 갔을거야
 
키 큰..? 아 찬열이
 
이 녀석도 처형장에 있었던 거구나. 그나저나
 그칠줄 모르는 비 앞에서 몸이 으슬해지는 
것을 느껴 괜시리 몸을 손으로 문질렀는데
 
“...?”
 
그런 내 모습을 봤는지 녀석이 자신의 
코트를 벗어 내게 덮어준다.
 
안 그래도 되는데
 

너 미안하라고 그러는 거야, 나 의심했으니까
 
할 말이 없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다 말했다.
 
이름이 뭐냐?”
 
“.....”
 
..너도 창씨개명 했으려나?”
 
육성재
 
“...”
 

내 이름은 육성재, 딱 하나야
 
올곧게 자신의 이름은 딱 하나라며 말하는
 그 눈빛에 왠지 모르게 얼굴이 뜨거워져갔다.
 
참 나, 잡아먹겠네 먹겠어
 
너는
 
?”
 
그럼 여기 너 말고 누가 있어
 
“...ㅇㅇㅇ
 
조심스레 내 이름을 얘기하자 녀석은 웃는다.
 
왜 웃어
 


그냥 이름도 너같아서
 
무슨 뜻이야
 
구리다는 거지
 
죽을래?”
 
그렇게 투닥거리고 있는데 어느새 비가 그쳤고 
무지개가 포물선을 그리며 새겨져 있었다
새하얀 햇빛과 함께 푸르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이제 가야겠네
 
“....”
 
그래도 너 덕분에 심심하진 않았다 고마워
 
자리를 털고 일어서서 덮고 있던 코트를 벗어 
녀석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그리고 앞으론 나 만나도 아는 척 하지 말고
 
“..?”
 
이래봬도 내가 지금 수배자꼴이 나서 말이야
 
“.....”
 
그리고 녀석을 지나쳐가려는데 앉아있던
 녀석이 일어나 내 손목을 잡는다.
 
“.....?”
 

내가..도와줄 일..없어?”
 
“....”
 
“...뭐든
 
네 부모는 왜 친일파가 됐을까, 네 성만 들어도
 대대로 뼈대가 깊은 양반집안인데
 
“....”
 
살기 위해서겠지, 살고 싶어서
 

ㅇㅇㅇ
 
근데 우리 독립운동가와 조선인들은 아니야
 
“....”
 
나라를 위해서 죽으려고 하는 사람이야, 목숨 하나
 아깝지 않게 내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고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는 녀석이다.
 
죽으려는 사람과 살고 싶은 사람이 어떻게..
함께 할 수 있겠어
 
그 말과 함께 손목을 놓으려고 했지만 녀석은
 힘을 꽉 주어 손을 놓지 않는다.
 
 
“..난 살고 싶은 사람이 아니야
 
“...”
 
많은 것이 바뀌겠지 나의 부모가 나에게서 등을
 돌리겠지, 나를 추대하던 사람들이 날 잡으려
 혈안을 부리겠지 근데 그게
 
“....”
 

나라를 빼앗긴 그 마음보다 더 아플까
 
더 이상 손목을 빼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녀석을 바라보기만 했다.
 
“..총은
 
?”
 
칼이나 총, 채찍 뭐 그런 거 말이야 다룰 수 있냐고
 
그 말에 조금은 당황한듯 보였다.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힘이 되려면 넌 네가 지켜, 너 하나때문에 
다른 목숨을 죽게 하지 마
 
“...”
 
경성거리 마지막 골목 안으로 들어가다보면
 폐가가 하나 있어 그 지하에 우리 단체가 있어
 
“.....”
 
널 의심할거야 의심한다면 이렇게 말해
 

“?”
 
화무십일홍
 
열흘 붉은 꽃은 없다?”
 
우리 단체에 암호야
 
솔직히 내가 지금 왜 이 녀석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첩자일지도 모르는 놈에게 이런 
기밀을 말해도 되는 것인지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딱 한 번쯤은..누군가를 믿어봐도 되지 않을까.
 
열심히 배우고 익혀, 그리고 그때 우리를 도와
 
그리고는 잡혔던 손목을 스르르 풀었다.
 
 
갈 곳이 생겼어
 
경찰서는 아니길 바래
 
어쩌면 거기보다 더한 곳일지도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녀석을 지나쳐 먼저 동굴 
밖으로 나가 안을 보며 외쳤다.
 
이틀 뒤 정오에 단체로 갈 거야, 만나고 싶으면 찾아와
 
그리고 뛰어갔다. 내가 꼭 만나야 될 사람에게.
 
*
부상당한 자들은 몇 명이나 되지?”
 
청장의 말에 고개를 숙이고는 말했다.
 
열 다섯입니다
 

고작 그 년 하나때문에 열 다섯이란 
일본인이 다쳤단 말이지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내 뺨을 거세게 내리쳤다.
 
다시 천민시절로 돌아가고 싶은건가?!!”
 
움찔, 그 말 한 마디에 얼얼하던 뺨도 울컥 치솟던 
마음도 모두 무용지물이 된 채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죄송합니다, 청장님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주십시오
 
“...”
 
대일본제국을 위해 못할 것이 없는 저입니다
아시지않습니까
 
그 말에 다시 조용히 자리에 앉더니 내게 말한다.
 
그 년 반드시 잡아와
 
“...”
 
반항한다면 사살해도 좋다
 

“...!!”
 
열 다섯의 일본인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는 건 
그것뿐이다 알겠나
 
“....”
 
어째서 대답이 없는 거지?”
 
내게 확인사살을 받아내려는 청장의 말에 결국 나는
 
알겠습니다, 반드시..모든 것을 걸고 
청장님의 명령을 지키겠습니다
 
내가 사람 하나는 잘 골랐단 말이지
 
뿌듯한 웃음과 함께 나가보라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입술을 꾹 깨물고 
내 집무실로 향하자 순사들이 부어오른 내 뺨을 
보고는 놀라 묻는다.
 
경시님, 무슨 일..”
 
말해야 한다, 말해야만 했다.
 
이 시간 이후로...”
 
눈을 감았다.
 

ㅇㅇㅇ 본 즉시 잡아온다, 그게 안된다면..사살..해도 좋다
 
드디어 청장님 명령이 떨어진 겁니까?”
 
좋아하는 일본인들 사이로 유일한 조선인인 순사가 
날 바라보며 안타까운 눈을 한다.
 
반항한다면 굳이 잡아오지 않아도 좋다
그 자리에서..죽여라
 
그리고 뒤돌아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창문을 
커튼으로 온전히 가리고 어두워진 방 안에서 나는 
그제야 온전히 내가 될 수 있었다.
 
..
 
다짐했잖아, 그럴 리 없다고 그깟 년 하나 없어도
 잘살 수 있다 했잖아, 근데 왜 왜 이리도 괴로운 거야.
 
오지 마..제발
 
결국 진심은 입 밖을 통해 내뱉어졌다.
 

경시님, 이제 가시는 겁니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커튼을 젖히고 집무실 밖으로
 나오자 혼자 남은 조선인 순사가 나를 맞는다.
 
가야지, 넌 왜 안 가고 있는데
 
경시님 가시면 가야죠
 
미안하게 됐다 나때문에 집에 가지도 못하고
 
그 말에 고개를 젖더니 입을 달싹거린다.
 

무슨 말 할 지 아는데 묻지 마라
 
무슨 말을 할 지 알아챈 내가 먼저 선수를 치자 
녀석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들어가보겠습니다
 
그래 내일 보자
 
그렇게 녀석을 보내고 나도 경찰서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집 앞에 다다르는데 누군가의 
형체가 보여 나도 모르게 바지춤에 손을 가져다 
총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했다.
 
“...!!!”
 
하지만 이내 주인공을 확인한 후 손을 
다시 원위치로 돌렸다.
 
안녕
 
너였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그 말에 넌 피식 웃을 뿐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네가 여길 와?!”
 
일부러 소리를 질렀다. 도망가라고,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니 어서 빨리 도망치라고.
 
할 말이 있어서, 나도 너랑 오래 얘기 못해, 구역질나서
 
가시처럼 그 말이 내 맘을 찔렀다. 내가 먼저 너에게
 상처를 줬는데 내가 먼저 너를 배신했는데 참 어이없지.
 
감히 반역자랑 얘기를 하라고?”
 
그리고 더불어 한 가지 더
 
“.....”
 
오는 길에 들었어, 내 사살 명령이 떨어졌다면서
 

“..!”
 
아마 이렇게 얘기하는 건 마지막일거야
 
내 표정은 지금 어떨까 표정관리를 잘 하고 있을까
그 생각만으로도 벅찬데 너는 마지막이란 말을
 쉽사리 꺼낸다.
 
난 너때문에 친일파를 증오하게 됐어
 
증오, 그 단어가 너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기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지금도 증오해 앞으로 그럴거고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다음에 널 만나게 된다면 난 널 죽일 거야
 
“!!”
 
널 증오하니까
 
예상했던 말인데, 이미 수없이 상상했던 상황인데
 막상 진짜로 다가오니 너무 아팠다. 너의 손이 보였다.
너의 눈이 보였다. 하지만 넌 떨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일본놈들에 개가 되기로 했다면 
다시는 오늘같은 실수를 하지마
 
“....”
 
날 앞에 두고 망설이지마라, 나 또한 그럴테니까
 
문득 밤하늘이 너무 예뻐서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자길 앞에 두고 뭐하는 짓인가 싶어 인상을 쓰는 
널 두고도 난 밤하늘을 보았다.
 

천민 시절
 
“...”
 
내 소원은 단 하루라도 좋으니 먹을 거 걱정,
맞을 걱정 안 하는 거였다
 
“....”
 
매일매일을 맞고 매일매일 굶는 것이 
일상이었으니까
 
갑자기 과거얘기를 늘어놓는 나를 두고도 
너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근데 그때 네가 와서 맞는 나를 구해줬고 
배고픔에 허덕이는 나를 위해 매일 몰래 먹을 것을
 가져와 같이 나눠 먹었지
 
그랬지
 
그 와중에 일본이 이 나라를 점령했지
 
“...”
 
, 행복했다
 
행복이란 말에 너는 눈을 들어 날 바라본다
그 안엔 원망, 아픔, 증오 다양한 것들이 서려있었다.
 
, 저들의 개가 된다면 저들을 위해 산다면 
나 더 이상 맞지 않아도 되고 먹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버러지같이 살지 않아도 되겠구나
 
“....”
 

천민이라는 틀에 나를 가두어 내 있는 그대로를
 봐주지 않는 놈들에게 복수할 수 있겠구나
 
“...”
 
내게 조선인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마지막이란 걸 알았기에 그랬기에 내 속마음을
 다 말하기로 했다.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것도 
이것이 끝일테니.
 
근데 딱 하나, 마음에 걸린 게 있었다면
 
“.....”
 
그건 너였겠지
 
그 말에 처음으로 네가 움찔한다.
 
네 아비가 독립운동에 끼어들고 네 어미가 
일본군의 장검에 찔려죽고
 
그만해
 
그래, 내가 조선인을 증오하는 것처럼 
넌 일본인과 친일파를 증오할거다
 
“....”
 

그렇게 너와 내가 증오하는 것이 다르기에 우린 
다른 길을 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야
 나도 바로 잡을 수 있게 됐네
 
무슨 뜻이냐는듯 날 바라보는 네 눈빛은
 예전과 똑같이 여전히 예쁘구나.
 
네 말대로 더는 흔들리지 않을 생각이야
 
“....”
 
내게 네게 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라면
 
“...”
 

그건 네가 나에게 죽는 것 그것 뿐이다
 
말을 끝맺고 너를 바라보자 너는 실없는 웃음을 짓는다.
 
처음으로 너한테 고맙다고 느꼈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길 바래, 이게 나 또한 
네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다
 
그리고 너는 미련없이 뒤돌아 뛰어간다. 난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남아 네 잔상을 떠올렸다. 그래 어서
 넌 떠나가라, 멀리멀리 떠나가라.
 
*
그 아이는 내가 뭐라할 새도 없이 동굴 밖을 
뛰쳐나갔고 혼자 남은 난 한참을 망설이다 동굴 
밖으로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다녀왔..”
 
성재야
 
내가 오기가 무섭게 나를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너는 남자가 되어 에스코트할 줄도 모르는 것이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몰라 네? 라며
 되묻자 어머니는 대답한다.
 

비가 장대처럼 쏟아졌는데 숙녀분을 집까지 
모셔야지, 덕분에 수지가 비에 쫄딱 젖었다는구나
 
나를 위해 거짓말을 했구나. 나는 해준 것이 없는데
계속 받기만 한다. 그래서 너무 미안하다.
 
죄송해요,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다음번엔 아무리 급한 일이더라도
 에스코트는 끝까지 하거라
 
“...
 
그리고는 웃으며 다시 거실 안으로 들어가신다.
나는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서다 이내 다시
 신발을 신고 어머니가 계신 방향을 향해 외쳤다.
 
어머니
 
내 목소리에 어머니는 다시 거실에서 나와 날 보신다.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온지 얼마나 됐다고
 
친구가 만나자고 한 걸 깜빡했습니다
 
, 너도 별 일이 다 있구나, 늦지 않게 다녀오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집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경성거리 한 가운데로 갔다.
 
제일 마지막 골목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옮겨 제일 마지막 골목에 
도착했고 그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골목의 
끝으로 드넓은 들판이 나왔고 그곳 끝에 그녀의 
말처럼 폐가 하나가 있었다.
 
계십니까
 
폐가 앞에서 떨리는 마음을 감추며 말했다
하지만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도 없는 건가 
싶어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철컥-
 
내 관자놀이에 꽂힌 총의 감각에 눈만 
돌려 주인공을 확인했다.
 

누구냐
 
“...”
 
대답하지 않으면 죽이겠다
 
그 말에 서둘러 암호를 말했다.
 
화무십일홍
 
“...!”
 
전해드릴 것이 있어 왔습니다
 
그 말에 관자놀이에 댄 총을 내리고는 내게 말한다.
 
들어와라
 
남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것도 없는 
빈 폐가지만 남자는 곧 바닥을 훑었다. 그러자 구멍 
하나가 나왔고 그 구멍을 들어올리자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있었다.
 
어두우니 알아서 잘 내려오도록
 
남자가 앞서서 안으로 들어섰고 나도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스승님
 
그곳엔 많은 이들이 있었고 그들은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누구길래 우리의 암호를 알고 있는 것이지?”
 
그 중 제일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남자가 
내게 말했고 난 대답했다.
 
ㅇㅇㅇ
 
“....”
 
그 아이가 보내 왔습니다
 
ㅇㅇ이가...”
 
경계하시는 이유 압니다, 그리고 눈치채셨겠지만 
저의 부모는 친일파가 맞습니다
 
내 말에 모두가 술렁였고 그 중 하나가 일어나 외쳤다.
 
친일파라니!! 당장 죽여야 합니다!!”
 
그 말에 남자는 그 자를 말려 다시 자리에 앉혔고 
계속 해보라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부끄러웠습니다, 저의 모습이 
아무것도 못하는 제 자신이
 
“...”
 

그리고 오늘 공개처형장의 모습을 보고 결심했습니다
나라를..되찾고 싶다고
 
“..이것이 모순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남자의 말에 모두는 숙연해졌고 나는 이어 말했다.
 
믿기 힘드신 거 압니다, 저라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허나 제게 도울 수 있도록 기회를 한 번만 주십시오
 
모두가 쉽사리 나서지 못할 때 큰 소리로 누군가가
 쿵쾅거리며 내려왔고 모두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스승..! ?”
 
공개처형장에서 ㅇㅇ의 아비를 안고 울던 그 남자다.
 
여길 어떻게..혹시 ㅇㅇ이가 보낸겁니까?”
 
그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 자는 뛰어가 남자에게로 섰다.
 
스승님
 
내가 그렇게 주의하면서 다니라했는데
 

그게 아니라 저분이 여기 어떻게 있는 겁니까?”
 
저 자를 아느냐
 
제가 드린 돈 말입니다
 
그래, 그 돈이 왜
 
저분이 주신 겁니다
 
그 말에 모두가 놀라 날 쳐다봤고 
나는 그 상황을 바라만 봤다.
 
저 자가..그랬단 말이지..”
 
 
그러자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가까이 다가온다.
 
우린 나라를 위해 소중한 이도 나의 목숨도 
기꺼이 버리고 잃어야 한다, 그것을 버틸 수 있겠느냐
 
그 말에 일순간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쩌면 너의 소중한 이를 네 손으로 죽여야
 할 수도 있다, 오직 조국 하나를 위해
 
“....”
 
그것을 버티지 못할 거라면..지금 돌아가거라
 
그 아이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조국을 위해 바라만 봐야했던 
마음이 이랬을까.
 
“..저는 버티지 못합니다
 
허면
 
해서, 만약 제 소중한 이가 죽는 날이 온다면..”
 
“....”
 

그 날이 제가 죽는 날이 될겁니다
 
내 말에 남자의 눈이 조금을 슬프게 빛났다
그러다가 이내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한다.
 
잘 왔다, 너는 이제부터 우리 단체의 일원이다
 
감사..감사합니다
 
나를 짓눌렀던 고통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이 일로 인해 나는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민기야
 
 
이 자에게 무기를 다루는 법을 알려주거라
 
탐탁치 않은 얼굴로 내게 다가온다.
 
이민기라고 합니다
 
“..육성재입니다
 

당신이 조국을 향한 마음은 임무를 
성공했을시 믿겠습니다
 
당연한것이었다. 빨리 모든 것이 
바뀐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물론입니다, 반드시 믿음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악수를 했고 찬열이라는 남자는 이내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듯 입을 열었다.
 
스승님, 그것보다 더 문제가 있습니다
 
그 말에 이민기란 자도 스승이라는 자도 그 외에
 모두가 그 남자를 바라봤다.
 
ㅇㅇ..말입니다
 
“.....”
 

사살 명령이..떨어졌습니다
 
“!!!”
 
놀라 그 남자의 어깨를 잡고 다시 되물었다.
 
..뭐라구요?”
 
그 새끼들이..아예 ㅇㅇ
 가문을 망하게 할 셈인가 봅니다
 
그 순간 그 아이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안되는데..”
 
뭐가 말입니까
 

분명 가야할 곳이 있다 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것처럼
 
내 말을 듣자 남자는 가뜩이나 큰 눈을 더욱 크게 떠보인다.
 
설마, 스승님!”
 
침착하거라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뇨, 느낌이 이상합니다 찾아봐야겠습니다
 
서둘러 일어나는 그를 붙잡았다.
 
같이 가겠습니다
 
그 말에 그는 스승을 바라봤고 스승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같이 가시죠
 
그리고 나는 그를 따라 나섰다.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속으로 간절히 바라며.
 
*
오늘도 어김없이 아버지가 올 시간에 맞춰
 밖으로 나갔다. 어머니는 대체 왜그러냐며 날
 다그쳤고 나는 애써 그 소리를 무시하며
 밖으로 나왔다.
 
그래서 말이야, 그년을 드디어!”
 
거리에는 술에 취한 일본순사들이 떠들고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 그럼 그년도 죽는 건가?
 
그래, 청장님 명령이 떨어졌는데, 그리고 그 년이 
반항을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냐? 지 애비가 
그렇게 죽었는데
 
하여간에 쓸데없이 독립운동을 해가지고 목숨을 
날리고 그러냐, 그냥 딱 고개 숙이고 
일본 만세 하면 알아서 잘살게 될텐데
 
아 그 이종석 그 놈마냥?”
 
야 놈이라니 아무리 조선인이라도 우리 상사다
 
그래봐야 조선인에 천민이지 뭐
 
아 맞아, 천민출신이랬지?”
 
, 천민도 그렇게 떵떵거리며 사는데 
양반이었던 놈들은 오죽하겠냐
 
그 육씨집안 말하는 거지? 이번에 
청장님 딸과 혼사가 오간다는데
 
, 출세했네 조선인주제에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더러운 말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귀가 썩을것만 같은데 그 사이에서 나오는 
의 대한 얘기에 소리를 치려는 순간.
 
쨍그랑-
 
한 여자가 터벅터벅 다가와 남자들이 먹고 있던 
음식물을 머리에 부어버린 후 그릇을 깨트린다.
 
뭐야!!!!!!”
 
남자들은 큰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입 다물어, 시끄러우니까
 
어디서 봤는데, 저 여자 낯이 익다. 남자들은 잠시 
멈칫한 후 여자의 행색을 살피더니 콧방귀를 뀐다.
 
씨발, 딱보니 조선년이네 야, 죽고 싶어?!!!”
 
여자를 거침없이 밀어버린다. 하지만 여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사내 새끼들이 입 놀릴 시간에 
체력이나 키우지 그랬냐
 
그 말에 어지간히 열이 받았는지 
여자를 치려고 손을 높이 든다.
 

..!”
 
ㅇㅇㅇ!‘
 
어디선가 나타난 키 큰 남자가 그 여자를 
막아선다. 그리고 그 뒤로..
 
성재....?”
 
그가 나타났다. 그는 나를 보고 움찔하더니
 이내 나를 지나쳐가 남자 앞에 선다.
 
사과하시죠
 
?!!”
 
함부로 말씀하신 점 사과하라구요
 
, 이 새낀 또 뭐...? 육씨집안 아니야?”
 
이내 지들끼리 낄낄거리더니 말한다.
 
, 내가 유명인을 이제야 보네? 어이 반가워요
 

“...”
 
근데 왜 이딴 조선년을 감싸, 격 떨어지게
 
주먹을 쥐는 게 보였고 결국 내가 나서고 말았다.
 
소란스러우니 이만 비켜주시죠
 
이건 또 뭐..., 아가씨!”
 
인상을 쓰며 날 바라보던 그들은 이내 경악하는 
표정을 짓더니 뒤로 물러난다.
 
다른 이들에게 방해되는데..
그리고 방금 말하는 거 다 들었습니다 징계 받고 
싶으신 게 아니라면 이쯤에서 물러나시죠
 
그 말에 그들은 부리나케 짐을 챙기더니 내게 고개를 
숙이고는 줄행랑을 쳤다.
 
ㅇㅇㅇ, 네가 지금 어떤 상황인데 여기서 지금!”
 
“....시끄러 안 그래도 머리 아프니까
 

일단 가자, 가서 얘기해
 
키 큰 남자가 여자를 끌고 가려 했고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 끌려가다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이내 
남자를 뿌리치고 내 앞에 선다.
 
당신이 청장 딸입니까?”
 
“..?”
 
순사들이 아가씨 하면서 벌벌 떨길래
 
“...”
 
맞나보네
 
또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겠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남자 뒤로 그는 말없이 우리를 지켜볼 뿐이다.
 
당신 아버지한테 전해요
 
“...”
 
네가 죽인 내 어머니, 내 아버지 그리고 많은 
조선인들의 빚 반드시 갚으러 간다고 그러니
 죽고 싶지 않으면 날 반드시 찾으라고
 

“...!”
 
꼭 전해요
 
그리고는 날 지나쳐 간다
기억났다, 처형장에서 봤던 여자였다
저 단단함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멍하니 여자를 
라보고 있는 내 뒤로 남자는 그런 여자를 따라 
나섰고 남은 것은 나와 그 둘 뿐이었다.
 
..”
 
가보겠습니다
 
잠깐!”
 
내 다급한 외침에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날 돌아봤다.
 
“...할 말이라도
 
혹여..도울 일이 있다면..필요한 게 있다면 말해주세요
 
“....”
 

..그럴 자격은 주세요
 
“..내가 당신을 이용해도 되겠습니까?”
 
“...!”
 
차라리 미친 거냐고 욕이라도 하지
 왜 나를 더 미안하게 만듭니까
 
성재씨..”
 

난 나의 나라, 나의 조국을 위해 
당신들을 파멸시킬 겁니다
 
“....”
 
그래도 나를..도울 겁니까?”
 
그 말에 숨을 들이켰다. 그를 도우면 내 나라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 하지만 그를 돕지 
않는다면 나는 그를 잃는다.
 
“..그 방법말고는 내가 당신을 위해
 해줄 일이 없는 겁니까?”
 
“....”
 

어떻게..하면 됩니까..”
 
아니, 아닙니다
 
갑자기 내 말을 부정하더니 이내 내게 등을 돌린다.
 
성재씨
 
지금 내가 했던 말은..잊으세요
 
그러더니 멀리 멀리 뛰어간다
나는 차마 그를 잡지 못했다
그저 자리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기만 했을뿐.

.
.
.

※만든이 : 뿜바야K님 
 
[작가의 말]

분량..실화입니까?..칭찬해주세여 헤헤 오늘은 
아무래도 종석님의 캐릭터를 더 풀어보려고 
노력했어요, 투표결과를 보니까 종석님을
 지지해주시는 분들도 많은 거 같아서요 ㅎㅁㅎ..
이렇게 되면 투표수가 좀 늘려나요? 또한 수지님은
 언제쯤 짠내를 벗어날 것인가 88...그리고 여러분,
제 성격에 대한 게시판 글을 봤어요. 글들이 조용해서 
성격도 조용할 것 같다고 말씀해주신 독자님..사실
저는 드립력도 없고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 재밌고 
드립력이 넘치는 글을 잘 못써요..그래서 진지한
 얘기들만 쓰는 거랍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아무말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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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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