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01] (by. 뿜바야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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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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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육성재
이종석
배수지
박찬열
 

-*은 시점전환, **은 과거입니다.
-눈살 찌푸려지는 대사가 있을 수 있으니
 싫으시다면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도망치거라 ㅇㅇ, 어서!”
 

큰 폭격소리와 함께 날 억지로 밀어버리는 
어머니의 손을 붙들고 절대 떼어질 수 
없다는듯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어머니랑 있을거예요!!”
 

ㅇㅇ
 

안 돼요, 놓지 마세요 싫다구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하는 난
 고작 열다섯이었다.
 

엄마가 곧 따라갈게, ? 착하지?”
 

어느새 코 앞까지 다가온 일본군과 나를 번갈아보며
 거의 애원하듯 내 어깨를 부여잡고 말한다.
 


으아아아!!”
 

알겠다고 말하려는 것도 잠시 뒤에서 일본군이
 장검을 어머니 방향으로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
피하라고 말하려는 순간 장검은 어머니를 베고 말았다.
 

어머니!!!!!!!!”
 

숨을 헐떡이며 피를 토하고 있는 어머니 뒤로
 일본군은 내게 또 다시 검을 휘두르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
 

총소리와 함께 일본군이 쓰러졌다. 하지만 난 그런 걸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숨이 꺼져가는 어머니를 
흔들며 깨우기 시작했다.
 

일어나요, 어머니...? 내가 잘못했어요...”
 

“....ㅇㅇ..”
 

어머니..어머니, 말 안들어서 죄송해요..
나 지금이라도 도망칠까요..? , ..지금이라도...”
 

울음이 입 밖으로 퍼져 나와 
말을 내뱉을 수조차 없었다
어머니는 떨려오는 손을 들어 
내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네 탓..아니야....지 우리 딸..?”
 

안 돼, 안 돼!!!!!”
 

사랑..한다...”
 

그리고 손이 툭 내 볼에서 떨어져 내려갔다.
 

안 돼....일어나..일어나란 말이야!!!!, 으아아아!!!”
 

어머니를 품에 안고 미친듯이 울었다. 꺼진 숨이
차가워져가는 몸이 더는 그녀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외쳤다. 아니라고, 그럴리 없다고.
 

아씨, 아씨!”
 

으으...-!!”
 

눈을 뜨자 보인 것은 내 방 천장이었다. 모든 것이
 꿈임을 알려주었고 그와 동시에 
눈물이 베개를 적셨다.
 

무슨 꿈을 꾸셨길래..이리 땀을..”
 

고개를 돌리자 유모가 손수건을 가져와
 내 땀은 연신 닦고 있었다.
 


악몽이라도 꾸셨어요?”
 

다정한 유모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젓고는 웃었다.
 

아니요, 그냥 몸이 많이 피곤했나봐요
 

아침 드셔야죠
 

유모는 드셨어요?”
 

아씨 드시면 먹어야죠
 

같이 먹어요
 

그 말에 손사레를 치는 유모.
 

같이 안 먹으면 나도 안 먹을래요
 

내 단호한 태도에 유모는 결국 한숨을 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한 밥상을 가지고 들어왔다.
 


반찬이 너무 없죠..? 우리 아씨,
고기반찬 먹어야되는데..”
 

간장과 김치와 밥이 전부인 밥상
하지만 내겐 진수성찬이나 다름 없었다.
 

진수성찬인데요 뭘, 유모가 주는 건 
뭐든 맛있어요 잘 먹겠습니다
 

내게 자신의 밥을 덜어주는 유모의 행동에 오히려 
내 밥을 더 덜어 유모의 밥그릇 위에 올려주었다.
 

아씨!”
 

저 배 별로 안 고파서 그래요
 

그래도..”
 

에이, 이거 그럼 다 남겨요? 아깝잖아요
 

유모는 별안간 눈물을 앞치마에 훔치더니 말했다.
 

대감마님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
 

아이고, 주책이야 정말
 

고개를 푹 숙이고 밥을 먹기 시작하는 유모를 보며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누가 
우리 집 대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 소리에 
놀라 한쪽에 두었던 채찍을 손에 쥐고 천천히 
방 문을 열었다.
 


ㅇㅇ!!!”
 

찬열이었다. 헐레벌떡 뛰어왔는지 온 몸이 땀으로 
가득찬 모습에 쥐었던 채찍을 내려놓고는 
그에게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뛰어와?”
 

그 말에 찬열이는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고 
계속 참담한 표정을 지었다.
 

“...말해, 괜찮으니까
 

슬픈 예감은 늘 틀린 적이 없었다. 그걸 알고
 있기에 담담하기로 한다.
 

아저씨께서..오늘..오늘..공개처형을 당하신대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목소리로 주먹을 꽉 쥐며 
말하는 찬열이 뒤로 유모가 신발을 신는 것도 잊고
달려나와 찬열이의 어깨를 부여잡고 말한다.
 

? 도련님이 잘못 아신거겠죠.
.대감마님이..뭘 당해요..?”
 

유모
 

아씨!! 이건 아니죠!! 그 놈들이 이제 마님에 
이어서 대감마님까지 죽인다니요!!!”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대성통곡을
 하는 유모를 그저 말없이 지켜보았다.
 


ㅇㅇ, 이대로 보고 있어야 돼?
그 새끼들을 보고만 있어야 되냐고!!!”
 

“....”
 

ㅇㅇㅇ!!!”
 

후회 안 하신대
 

느닷없는 내 말에 유모도 찬열이도 모두 날 바라봤다.
 

앞으로의 우리의 미래가 보고 싶으시대
그리고 그 자식의 미래도 그 자식의 자식의 미래도
 

“.....”
 

괜찮아, 아버지가 못하신 일 우리가..내가 하면 돼
 

ㅇㅇ..”
 


아씨..”
 

주먹을 꽉 쥐었다. 분명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후회는 없다 생각했는데 왜 이리도 후회되는
 행동들이 많은건지.
 

그 놈들은 아저씨를 공개처형하면서 
우리 모두를 잡아들일 생각이야
 

“...나만 가
 

내 말에 찬열이는 가뜩이나 큰 눈을 더 크게 
뜨더니 고개를 저었다.
 

미쳤어?! 아저씨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데 
그리고 네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데!! 
너마저도 그 놈들에게 뺏기라고?!”
 

박찬열
 


절대 안 돼, 죽어도 같이 죽어
 

우리의 궁극적 목적이 뭐냐
 

“......”
 

대한독립 그거 하나 바라고 우리 그 놈들과
 싸우고 있어 근데 우리가 다 죽어버리면 
그 미래는 누가 만들지?”
 

하지만..”
 

사사로운 감정에 흔들리지마, 대한독립
그거 하나만 보고 가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유모에게 다가가
 유모를 부축하여 일으켜세웠다.
 

유모, 들어가서 밥 드세요
 

어떻게 먹어요..어떻게..”
 

찬열아
 

내 부름에 찬열이는 입술을 꾹 깨물고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염치없지만..유모를 부탁한다 내겐 어머니같은
 분이시니까 반드시..잘 보살펴드려
 

유모는 그럴 수 없다며 날 붙잡고 애원했지만
 나는 웃으며 말했다.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그 때 우리 다시 살아요 유모
 


아씨, 안 돼요 마님과 대감마님 그리고 이젠 
아씨까지 잃을 순 없어요 아씨..?”
 

대답을 원하는 유모에게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하고 
찬열이에게 유모를 맡겼다. 그러자 찬열이는 
울음을 참는 것인지 부들거리는 손으로
 유모를 부축했다.
 

아씨, 아씨!!”
 

같이 밥 못 먹어서..미안해요 유모
 

그리고 방 안에 있던 채찍을 챙겨들고 유모와 
찬열이를 지나쳐 집 밖으로 나갔다. 집 안에선 
유모의 울음소리가 뒤섞여 나왔지만 발에 힘을
 주고 앞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
그 년이 나타날까요
 

그 말에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나타날거야, 반드시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경찰서까지 쳐들어온 년이야,
공개처형장이라고 못 올까
 

총을 만지작거리다 정각을 알리는 
시계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해
 

 

모두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 또한
 지하고문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죽으러 가셔야죠
 

아무도 없는 고문실 안, 나와 놈만이 있었다.
놈을 속박했던 밧줄들을 모두 풀자 놈은 힘이
 없는지 자리에 고꾸라져 엎어졌다.
 


거 봐, 이렇게 쓸데없는 짓이라니까 독립운동이라는거
 

일으킬 생각조차 하지 않고 바라만 봤다
놈은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들어 날 노려보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듯 부들거리며 겨우 일어섰다.
 

나름 알아주는 양반가셨는데 지금은 천민인
 나보다 못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겉만 번지르르..하게 살아봤자 
속이 썩었거늘, 그것을 행복이라 칭할 수 있느냐
 

“.....”
 


너도 차라리..천민이었을
 그 시절이..그리울 때도 있겠지
 

닥쳐!”
 

단 한 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던 시절이다.
일본이 이 나라를 통치하지 않았다면 난 죽을 때까지
 이유도 없이 매질을 맞고 양반놈들 발 밑에서 
살다가 생을 끝냈을 것이다.
 

이제야 난 내 세상을 만난것 같은데
 그 시절이 그리울 리가
 

몸은 힘드나 마음은 편안하다 허나 딱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
 

내 나라, 이 나라에 독립을 보지 못하는 것
..그것 뿐이다
 


네 놈의 딸년이 오늘 나타난다면 
너와 똑같은 꼴을 당하고 죽을 거다
 

자극하려고 내뱉은 말이었지만 놈은 오히려 웃었다.
 

네가 죽일 수 있다면
 

멈칫- 행동이 멈추고 말았다. 그런 내 모습을 
본 놈은 그럴 줄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 아내가 죽던 날, 일본군을 총으로
 쏜 것이 너라는 걸 안다
 

“....”
 


너는 내 딸을 절대 죽이지 못해, 만약 
ㅇㅇ이가 죽는 날이 온다면 그건..너 또한 
죽는 날이 될 것이다
 

..소리
 

더 듣고 있다간 나도 나를 제어할 수 없을 것 
같아 억지로 놈을 끌어 지하를 벗어났다.
 

끌고 가
 

1층에 도착해 놈을 부하에게 넘겼다
하나 둘 경찰서를 나섰고 혼자 남은 나는 
놈이 한 말을 곱씹고 곱씹었다.
 


죽이지 못한다고? 내가? 일본을 위해 이 몸 하나
 기꺼이 바친 내가?! 그럴 리 없지...”
 

그렇게 나를 다독이며 바지춤에 두었던 총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밖으로 나섰다.
*
대한제국 이름으론..배수지..이라 합니다
 

굳이..일본 이름을 놔두고 그리 이름을
 지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내 질문에 그녀는 발그레한 볼로 대답했다.
 

일본인이나, 어찌되었든 아버지께서 이곳으로 
발령나셨으니 익숙해져야하지 않겠습니까
 


해서 조선말도 배운 것입니까
 

, 아무래도 아직까진 이곳에 조선인이 많으니까요..”
 

아직까진..그 말이 내 뇌리에 꽂혔다. 그럼 조금있으면
 이 나라가 일본인으로 뒤덮일 것이란 소리인가.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내 말에 그녀는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 날 바라봤다
그 말갛고 순수한 눈에 죄책감이 
느껴졌지만 어찌되었든 해야 할 말이었다.
 

나는 일본인이 싫습니다, 그리고 친일파가 싫습니다
 



“.....”
 

제 가문이 친일파인데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습니다
 

“..이해..합니다
 



물론 당신이 잘못이 있다는 건 아닙니다,
조선인을 위하는 일본인들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믿지 않습니다
 

“....”
 

그러니 저에게 사랑을 바라진 마세요
나는 그 감정을 이루어드릴 수 없습니다
 

일순간 그녀에 눈에 눈물이 고였고
 그녀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더는 보지 못할 것 같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나를 붙잡는 그녀의 한 마디.
 


그냥, 당신이 힘들 때..옆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살겠습니다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그녀에게 쉽사리 다가가 위로해줄 수 없다.
 

아이고!!!!”
 

순간 밖에서 큰 비명소리가 들렸고 반사적으로 
창 밖을 바라보자 조선인들이 일제히 통곡하고 있었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녀가 날 잡을새도 없이 밖으로 뛰어나가
 그들에게로 향했다.
 

무슨..무슨 일입니까
 

내 행색을 본 조선인들 중 하나가 
분노가 차오른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네 놈들이 더 잘 알 것 아니냐!!”
 

“.....!”
 

이번에만 몇 번째냐, 대체 얼마나 많은 조선인들을
 죽여야 속이 시원해지냔 말이다!!”
 

그게 무슨!”
 

그 분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해주셨는데..
그 분을..그리 공개적으로 처형할 수 있단 말이냐!!”
 


그만 하세요, 이 자가 무슨 죄란 말입니까
 순사놈들 그 놈들이 나쁜 놈들이지!!”
 

키가 큰 한 사내가 나타나더니 모두를 말리며 
소리쳤고 곧 내 앞으로 와 고개를 숙였다.
 

미안합니다, 일본인과 친일파에 대한 반감이 
하늘에 달해서 죄도 없는 당신께 무례를 범했습니다
 

“...누가..죽는 것입니까
 

눈가가 빨개진 나를 한참이나 보던 사내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입니까, 그곳이 어디입니까!”
 

경성거리 앞이랍니다..벌써..시작됐을 겁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경성거리로 뛰어갔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왜그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온 힘을
 다해 뛰어가 속에서 피맛이 끓어오를 정도였다.
 


-
 

이미 많은 사람들이 무리지어 있었다. 어떤 이는
 울고 있었고 어떤 이는 태평한 얼굴로 구경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피하며 맨 앞으로 나아갔다.
 

“!!!!”
 

온 몸이 피투성이가 돼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는 한 중년의 남성이 눈에 들어왔고 곧 
그 남자를 순사가 나타나 자리에 꿇리게 했다.
 

이 놈은!! 대일본제국에 반항해 많은 희생을 낳았다
 이 나라 조선에게!! 도움을 주려는 우리 일본인들에게
 대항한 것에 대한 죄를 물어!! 천황폐하께서는 
이 자를 공개처형하라 명하셨으니 오늘 이 자를 
처형해 대일본제국의 기상을 더욱 높일 것이다!!”
 

그 말에 지켜보던 많은 일본인들은 환호를 질렀고 
차마 나서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며 우는
조선인들이 있었다.
 


천황폐하 만세!!!!”
 

그렇게 말하며 총을 남자에게 겨누었다.
 

안 돼.. 안 돼..”
 

그리고 그 순간이었을까, 한 쪽으로 시선이 꽂혔다
그 곳엔 어제 만난 그 여자가 있었다.
 

-
 

여자는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 모를 총을 욱일기를
 향해 쏘아올렸다. 그 소리에 모두가 놀라 소리를 
질렀고 남자에게 총을 쏘려던 순사가 뒤를 돌았다.
 

왔구나
 

작지만 똑똑히 듣고 보았다. 그 말을
 하며 웃는 순사의 모습을.
 

대한독립 만세!!!!”
 

그리고 그 말과 함께 달려들려던 순사들 앞으로 
총을 몇 발 더 쏘았다. 쉽사리 다가오지 못하는 
순사들 사이로 남자를 처형하려던 다른 순사가
 천천히 그녀 앞에 섰다.
 

순순히 잡혀주시지
 

그러자 여자는 비릿한 미소와 함께 총을 들어올려
 자신의 관자놀이 부근에 가져다 댔다.
 

한 발 남았어
 

“....”
 

내가 왜 굳이 한 발을 남겨놨을까
 


내려놔
 

어차피 니들한테 잡혀서 죽으나 지금 죽으나 
죽는 건 똑같은데 차라리 내가 내 손으로 죽겠다고
 

내려놔!!”
 

그러더니 여자는 순사로 향했던 시선을 
꿇려있는 남자에게로 돌렸다.
 

아버지
 

“!!!!”
 

아버지, 저 남자가 여자의 아버지라니
남자는 그 목소리에도 부동자세를 유지한채 
한참을 있다가 곧 큰 소리를 말했다.
 


가거라 ㅇㅇ!!!”
 

그리고 곧 자신의 옆에 서있던 순사의 총을 뺏어들어 
총을 쏘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주변이 어수선해졌고 
여자에게로 향해있던 순사들이 남자를 향해 뛰어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
 

“!!!!!!”
 

남자는 스스로 자신을 쏴 바닥으로 쓰러졌다.
 

뭐해, 어서 잡아!!!”
 

곧 다시 순사에 목소리가 들렸고 다시 여자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그곳엔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순사들은 일제히 어디론가 뛰어갔고 단상 
위엔 쓸쓸한 남자의 시신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가자, 하여간에 조선인들이란..”
 

그래도 좋은 구경했네
 

일본인들은 그렇게 끔찍한 소리를 내뱉으며 
흩어지기 시작했고 그곳엔 남은 건 나와 
조선인들 뿐이었다.
 

아저씨!!!”
 

아까 보았던 남자가 단상 위로 뛰어와 남자를 
안아들었고 곧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그리고 나도 발걸음을 옮겨 단상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이 분의 존함이 무엇입니까
 

그 질문에 울고 있던 남자는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았다.
 

..태근입니다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맹세하겠습니다 
이 부끄러운 모습을 벗어던지고 반드시..다시는 
이런 희생이 따르지 않도록 당신들을..구해드리겠습니다
 

목소리가 떨려왔다. 이다지도 부끄러운 적이 있었을까
이다지도 내 자신이 싫은 날이 또 있었을까.
 

이거..”
 

소매 안쪽에서 돈을 꺼내 남자에게 건넸다
그동안 몰래 모아두었던 돈. 이제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게 뭡니까..”
 

지금 제가...해드릴 수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맹세의 약속으로 받아주세요 그리고 이 분의 장례를..
누구보다 화려하게 해드리십시오
 

남자에 손에 돈을 쥐어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샌가 그 모습을 보고 있었는지 조선인들은
날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결국 눈물이 떨어졌고 그들을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다.
하늘도 그런 마음을 알았는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 비를 벗삼아 울면서 정처없이 
어디론가로 뛰어갔다.
 

*
그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그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조선인들은 일제히 어느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곳으로 기모노
 차림으로 뛰어갔다.
 


“....!!”
 

공개처형장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남자도 그런 
남자를 보며 낄낄거리는 일본인들도 그를 처형하는
 총을 들고 있으면서도 죄책감따윈 없는 자들을 
보고 속이 울렁거려왔다.
 

천황폐하 만세!!!!”
 

그리고 순간 한 여자가 나타났다. 분명 또래로 
보이나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그 여자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한 발 남았어
 

자신에게 총을 겨누며 웃으며 말하는 여자
그리고 시선을 돌리자 그 여자를 넋놓듯이
 바라보고 있는 그가 보였다.
 

“....그랬구나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곧 큰 소리가 들려오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도 나는 슬픈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모든 상황이 끝나고 나서야 
나는 그의 눈을 피해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수지야
 

돌아가는 길에 비가 내렸고 비를 쫄딱 맞은 채로
 집 안으로 들어서자 어머니와 아버지가 내게로 왔다.
 

그 자는 어쩌고 혼자 오는 거니
 

“..데려다준다길래..그럴 필요 없다고..
혼자 고집피우다가 그만..”
 

이 순간에도 나는 그를 배려하고 있었다.
고작 두 번 만난 건데 그렇게도 마음에 담은 것일까.
 

으이그, 괜히 이게 뭐니! 다음부터는 
데려다준다하면 알겠다고 하렴 알겠지?”
 

수건을 내 머리에 올려주는 
어머니에게 작게 웃어주었다.
 


비 맞았더니 피곤해요, 들어가서 쉴게요
 

그렇게 말하고 내 방으로 올라와 문을 닫고 바로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물줄기를 최대한 
세게 하고 그 밑에서 울기 시작했다.
 

흐으..흐으윽
 

물줄기 아래에서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고
 한참을 울다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탁자에 앉아 날 기다리는 아버지가 보였다.
 

아버지..”
 

앉거라
 

낮게 가라앉은 아버지의 목소리에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무슨 일이 있던 거니
 

“...”
 

네가 공개처형장에 갔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그 자가 있었다는 것도
 

“...”
 

그 자가 널 두고..그곳에 간 것이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래서 내가 조선인과 혼인을 반대했던 것이다
 

“...!”
 

아무리 일본을 위해서 창씨개명을 했다 한들 
그 속에 있는 조선인의 피를 어찌하겠느냐
 


아버지
 

혼인은 다시 생각해보자
 

아버지!!!”
 

고작!! 그런 자때문에 울라고 내가
 너를 이태까지 애지중지 키운 줄 아느냐
 

그게 아닌데, 내가 슬프고 괴로웠던 건
 그 이유가 아닌데. 울컥 눈물이 다시 
차올랐고 나는 또 다시 울 수밖에 없었다.
 


수지야..그만한 자는 충분히 많다
 네가 그 자 때문에 이리 괴롭고 슬플 이유가..”
 

그게 아닙니다!!”
 

“....”
 

제가 슬프고 괴로운 이유는
 그 분 때문이 아닙니다!!”
 

내 외침에 아랫층에 있던 어머니까지 
내 방으로 올라왔다.
 

수지..”
 


저는 왜 일본인입니까..?”
 

내 슬픈 질문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떠한 말도
 못하고 날 멍하니 바라만 봤다.
 

내가..그리 잔인하고 치졸한 자들과 같은
 피라는 것이..치욕스럽습니다..오늘 처형장에서 
본 그들은!! 사람이 아닌 악마였습니다
 

“....”
 

근데요..제가 더 괴로웠던 건..아버지도 그자들과..
다를 게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수지..수지야
 

순사들에게 명령을 내린 것도 그 자들이
 그 조선인을 죽인 것도 다 아버지의 명령이
 아니었다면..그리 되었겠습니까..?”
 

“....”
 


할 수만 있다면 지금 제 안에 있는
 이 피를 몽땅 뽑아!! 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배수지!! 말이 심하구나!!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어머니의 말에도 나는 꺾이지 않고 계속 말했다.
 

내가 보지 못했던 그 세상 속에서 
아버지는..그들에게 악마였겠군요..”
 

“...”
 

이제 알았습니다, 아니 이제서야..알았습니다..”
 

그 말에 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끄러지듯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고 그 모습을 보던 
어머니가 달려와 아버지를 부축했다.
 


, 잘못하는 것이다 아버지께서 너를 얼마나!”
 

나가주세요
 

배수지!”
 

혼자 있고 싶습니다
 

다시 내게 뭐라하려던 어머니를 제지한 아버지는
 곧 아무 말 없이 나를 지나쳐 방에서 나갔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다 내게 
한 마디를 남기고 방에서 나갔다.
 

네가 아버지께 이러면 안 돼, 너희 아버지가
 얼마나 널..위했는데..이러지마라
 

혼자 적막하게 남은 내 방 안에서 나는 눈을 
꼭 감고 속으로 간절하게 빌었다.
 


조선인이 될 수 있게 해주세요
 

라고.
 

*창씨개명=일제강점기 시대 일본식 
성과 이름으로 바꾸도록 강요하는 것.
 

.
.
.

※만든이 : 뿜바야K님
 

[작가의 말]

저 되게 빨리 왔죠? ㅎㅎ이번 편부터는 번역 없이 
바로 한국어로 직역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오타와 맞춤법, 그 외 띄어쓰기 등
 신경을 쓴다면 쓴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보지 
못했던 부분들에서 계속 오타와 맞춤법 문제들이 
생기네요ㅠㅠㅠ더 신경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더 좋은 퀄리티를 위해 맞춤법
오타를 지적해주시는 독자님들도 정말 감사드리고
 대작이라면서 과분한 칭찬을 해주시는 
우리 독자님들도 감사합니다ㅎㅁ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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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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