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 04 (by. 몽글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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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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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
 
엉덩이에 가해지는 충격에,
번뜩- 눈이 떠졌다.
 
꿈속에서 열심히 도망치던 게,
잠버릇으로 나타난 것인지
이불과 베개가 모두 바닥에
처참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이 광경을 우리엄마가 본다면,
여자애가 잠버릇이 너무 고약하다며-
한소리 하겠지?
 
 
며칠째 못 본 부모님이 보고 싶은 것인지,
문뜩 엄마의 잔소리가 그리워졌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
바닥에 널브러진 이불과 베개를
한 아름 끌어안아 침대위에 올려놓고,
난 침대 끝에 걸터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쿵쿵쿵-,
 
 
누군가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습관처럼,
눈이 번쩍 떠졌다.
 
 
, 깜짝이야!
 
 
자연스레 문 쪽으로 향하며
난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백현아,
오늘은 쉬는 날이란다.
 
 
문을 열고 감긴 눈을 억지로 치켜뜨며.
문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백현, 으악!”
 
 
예상과 다른 인물이 문 앞에 서 있자,
난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내가 지른 소리가 제법 컸는지,
 
 
, 수정아.
네가 왜, 아침부터웬일이야?”
 
 
수정이는 양쪽 귓구멍을 손가락으로 막고
한껏 인상을 찌푸렸다.
 
 

아침부터라니,
지금 해가 중천을 넘어섰거든?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문을 활짝 열며,
수정이는 우리 집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영문 모를 표정을 짓자
한숨을 푹- 내쉬더니,
 
 

오늘 우리 집에 놀러오기로 했잖아.
설마까먹은 건 아니지?”
 
 
눈에 힘을 준채로
나를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
 
 
아니, 그건 아는데.
내가 너희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수정이 네가 왜 우리 집으로
직접 왔냐- 이거지.”
 
 
핸드폰 한번 확인하고 말할래?
내가 한시간전부터 전화를 얼마나 걸었는데,
어떻게 한번을 안 깨고 잘 수가 있지?”
 
 
꽤 많이 찍혀있는 부재중을 확인한 난,
멋쩍어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수정이의 눈치를 살폈다.
좌우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수정이를 향해,
 
 
그래, 내가 미안하다.
수정아, 조금만 기다려!”
 
 
미안함이 담긴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
.
 
 
 
부산스럽게 준비를 끝마친 난,
 
 
준비 끝!
내가 또, 준비하나는 빠르다고!”
 
 
손가락으로 브이표시를 만들어
오른쪽 눈 옆에 가져다대고 윙크를 해보였다.
 
 
으이구, 얼른 가자!
우리 집에서 떡볶이 콜?”
 
 
오예, 좋지!”
 
 
현관문을 열고 나가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태형이와 마주쳤다.
 
 
태형아, 어디가?”
 
 
항상 느끼는 거지만 태형이는,
 
 

? 누나!
누나는 예쁘게 입고
어디 가는데?”
 
 
여자들이 듣기 좋아할만한 말들을 골라서,
말도 참 예쁘게 잘한다.
 
 
예쁘게 입기는.”
 
 

? 옆에 계신 아리따운 분은 누구?”
 
 
어이쿠, 저런 말을
또 어디서 배워가지고.
그래도 귀엽네, 귀여워.
 
 

그런 이야기는 종종 들어요!”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귀 뒤에 꽂으며 말하는 수정이었다.
 
 
얘는 왜 또 뻔뻔하게 이러는 거야.
뻔뻔하게 굴 거면 끝까지 그렇게 밀고나가지,
얼굴은 왜 발그레해지는 건지.
 
 
엘리베이터를 타는 내내
둘은 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이처럼
쿵짝이 잘 맞았다.
 
도리어 내가 그 공간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이들 사이를 방해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아파트 정문에서
갈 길이 다른 태형이와는 헤어지고,
수정이와 난 마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ㅇㅇ, 넌 좋겠다!”
 
 
뭐가?”
 
 

아까 잘생긴 연하남.
너희 앞집 산다며,
그럼 자주 볼 거 아냐.”
 
 
자주보기는 하지.
너 태형이가 굉장히 마음에 드나보다?”
 
 
, 무슨 소리야!”
 
 
좋으면 좋다고 하지.
나한테까지 튕길 필요는 없지 않냐?”
 
 
수정이는 장을 보는 내내
태형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끊임없이 늘어놓았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들한테는
튕기는 모습은 자주 봤어도,
오늘처럼 주구장창 한 남자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하는 모습은 내게 꽤나 낯설었다.
 
 
 
.
.
.
 
 
 
수정이는 집 앞에 도착하자,
 
 

보검아!”
 
 
나긋한 목소리로
자신의 동생이름을 불렀다.
수정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집 문이 열렸다.
 
 

누나!”
 
 
자신의 누나가 들고 있는 짐을
급히 보검이가 대신 들어주었다.
 
 
참 자기 누가 생각을 끔찍하게도 하네.
 
 
이내 보검이는 시선을
내 쪽으로 고치더니,
 

오랜만이에요!
ㅇㅇ누나.”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이해주었다.
 
 
잘 지냈어?”
 
 
몇 개월 만에 만난 보검이가
나도 꽤나 반가웠다.
 
 

그럼요.
가끔 누나 생각나는 것만 빼고요.”
 
 
그랬어?
나도 가끔네 생각나더라.”
 
 
내말에 기분이 좋았는지,
 
 
헤헤, 정말요?”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보검이었다.
 
 
, 정말로.”
 
 
우리의 요란스럽고 끝없는 인사에,
수정이는 뒤를 돌아 우리의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봤고,
 
 

누가 보면 이산가족 상봉하는 줄 알겠네.
보검아, 이리 와서
이거 껍질 좀 벗겨봐!”
 
 
입술을 삐죽-내밀며
무심한 듯 말을 툭툭- 내뱉었다.
 
 
ㅇㅇ누나, -기 앉아있어요.
누나 좀 도와주고 금방 갈게요.”
 
 
긴 손가락으로 소파를 한번 가리키더니,
부리나케 자신의 누나 옆자리로
곧장 가는 그였다.
 
 
. 그래.
천천히 도와주고 와!”
 
 
주방에서 다정한 남매의 뒷모습이
굉장히 보기 좋았고
내심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수정이는 주방에서
분주하게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뒤로 한 채
보검이는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왔다.
 
 

누나, 나 키 엄청 컸죠?”
 
 
한 번 더 고개를 올려 보검이를 쳐다봤다.
위풍당당한 그의 모습에,
 
 
못 본 사이에 키 많이 컸네?
어깨는 더 넓어졌고.”
 
 
난 느낀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해주었다.
 
 

누나, 조금만 더 기다려요!
내가 20살 되는 날,
누나한테 멋지게 고백할 거니까요.”
 
 
때마침 요리가 다되었는지,
수정이는 요리가 담긴 그릇을
식탁에 올려두면서 말을 이었다.
 
 

보검아, 이걸 어쩌나.
ㅇㅇ는 이미 남자친구 있는데?”
 
 

누나, 골키퍼 있어도
골은 들어가는 법이야!
나 정도면, ㅇㅇ누나가
받아주지 않겠어?”
 
 
이야기를 먼저 꺼낸 건 수정이었는데,
보검이는 왜 나를 보며 씨익- 웃는 걸까.
 
 
보검이의 예쁜 미소를 보고,
나도 모르게 따라 웃어버렸다.
 
 
얼른먹자!”
 
 
- 때깔은 좋은데?”
 
 
누나, 잘 먹을게.”
 
 
잘 먹겠습니다!”
 
 
앞에 놓아진 젓가락을 들고,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떡볶이로
거침없이 젓가락을 들이밀었다.
 
 
오물오물- 씹고있는 내게,
 
 

어때?”
 
 
수정이는 초롱거리는
눈빛으로 물어왔다.
 
난 입가 끝을 살짝 올리고는
엄지를 치켜들었다.
 
 

, 매워!”
 
 
맛있게 먹는 나와 달리,
매워서 혀끝을 내밀고 눈물을 찔끔- 흘려대는
보검이의 모습이 제법 귀여웠다.
수정이는 물이 담긴 컵을 보검이 앞으로 내밀었다.
 
 
아까 청양고추장을
너무 많이 넣었나보다.”
 
 
자신의 누나가 미안한 듯 말하자,
 
 

매운데,
하아그래도 맛있다.”
 
 
괜찮다는 듯 웃어 보이며,
떡을 집어 자신의 입속으로 넣고
오물거리며 씹고 있었다.
 
 
자신에게는 꽤나 매운지,
보검이의 콧등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갔다.
 
 
보검이는 누나를 생각해 배려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몇 젓가락 먹던 그는,
 
 
ㅇㅇ누나, 재밌게 놀다가요!
쓰읍, 누나 난 공부하러
방으로 들어갈게.”
 
 
수정이와 내게 짧게 한마디만 남겨놓고
방으로 빠르게 들어가 버렸다.
 
 
보검이 많이 매웠나봐.”
 
아까 양념 먹어볼 땐
싱거워서 더 넣었더니.”
 
 
남은 건 내가 다 먹고 갈게!”
 
 
우리는 식탁에 앉아서
한참동안 수다를 떨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
.
.
 
 
 
버스정류장 쪽으로 걸어가면서,
내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얼마가지 않아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오빠!”
 
 
 

-, ㅇㅇ.
 
 
학원 언제가요?”
 
 
-미리 가있으려고,
지금 집에서 나왔지!
 
 
나 오빠 보고 싶은데,
보러가도 돼요?”
 
 
-학원이 ㅇㅇ네 집근처에서 멀 텐데?
 
 
생각보다 거리가
조금 멀다는 걸 알았지만,
 
 
이미 버스 탔으니까,
잠깐만 만나요!”
 
 
이미 난 그의 학원방향 쪽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푸흐. ㅇㅇ,
나 에너지 충전해주려고 오는구나?
 
 
오빠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내 심장을 쉴 새 없이 간질였다.
그에게 보이지 않겠지만,
나도 입가를 위로 잡아당겨
예쁜 호선을 만들어보였다.
 
 
- 행복하다!
 
 
금방 갈게요, 오빠!”
 
 
-, 학원근처 카페에서 기다릴게.
도착할 때 연락해!
 
 
버스 안에서 자리를 잡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달달한 노래가 꼭 내 상황과 잘 어울려서,
한곡반복을 눌러놓고
내 시선은 바깥풍경을 구경하기 바빴다.
 
흥얼거리던 노래가 끊기고
내 벨소리가 흘러나와, 핸드폰을 확인했다.
 
 
!!
 
 
엄마였다.
난 반가움에 이어폰을 빼버리고,
재빨리 통화버튼을 눌렀다.
 
 
엄마, 엄마! 집에 온 거야?”
 
 
-그럼! 지금 도착했지.
우리 딸, 보고 싶었는데, 집에 없네?
 
 
, 약속 있어서 잠깐 나왔지.”
 
 
하마터면 남자친구
만나러 간다고 말할 뻔했네.
,
입조심해야지.
 
 
-오늘 저녁은 백현이네 식구랑
같이 먹기로 했으니까
늦지 말고. 알겠지?
 
 
알겠어, 엄마.
이따 봐요!”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내가 내릴 목적지 앞에서 멈춰 섰다.
난 빠르게 버스에서 내렸고,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은 한참동안이나 들렸고,
상대방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통화종료버튼을 누르고
다시 통화버튼을 눌렀다.
난 신호음을 들으면서,
주변에 카페가 있나- 확인하기 위해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걸어가다 보니,
작은 규모의 카페가 있었고
창가 쪽에 자리를 잡은
오빠의 모습이 보였다.
 
 
, 여기였구나!
 
 
반가운 마음에 귀에 가져다댄
핸드폰을 내려놓고,
난 피어오르는 미소를 머금고
카페 문을 밀고 들어갔다.
 
난 오빠 앞에 있는 의자를
조심스레 빼내어 앉았다.
문제풀이에 집중하는 중인지,
그는 자신의 앞자리에
사람이 앉은 것도 모르는듯했다.
 

생각보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지,
머리를 한번 긁적였고
이내 고개를 여러 번 갸우뚱거렸다.
 
 
난 그 모습을 한참을 지켜보다가,
문에 노크를 하듯
그의 문제집 근처 테이블을 두 번 두들겼다.
그제야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는 그였다.
 
 

? 언제 왔어?”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오빠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조금 전에요.”
 
 

그랬어? 온지도 몰랐네.
정류장 앞으로,
마중 나가려고 했는데.”
 
 
입술을 삐쭉 내밀며,
미안한 듯 말을 꺼내는 오빠였다.
 
 
오빠는 집중력이 대단한가 봐요.”
 
 
푸흐, 문제 풀 때 가끔 그래.
ㅇㅇ, 어떤 음료로 마실래?”
 
 
우리는 음료 두 잔을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마주보고 앉았다.
 
 
오빠랑 데이트를
오랫동안 하고 싶은데,
30분밖에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쉽네요.”
 
 

나도 ㅇㅇ랑 데이트
좀 하고 싶은데,
오늘 그냥 학원 빠질까?”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물어오는 통에,
 
 
에휴-, 어떻게 또 그래요.”
 
 
나는 이성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흐음, 하루만 빠지라고 말했으면
진짜 빼려고 했는데.”
 
 
오빠 공부 열심히 하는 거
뻔히 아는데,
나랑 놀아달라고 공부하지 말라는 건
너무 염치없잖아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주고,
배려까지 해주는,
내 여자친구 ㅇㅇ가 최고다, 진짜.”
 
 
이내 내 쪽으로 몸을 숙이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그의 따스한 손길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댔다.
 
 

우리 그럼 내일 데이트할까?”
 
 
내일요? 데이트 때 뭐하지?”
 
 
. 상풀 도서관에서
데이트 어때?”
 
 
 
?
내가 잘못 들었나?
도서관에서 데이트를 하자고?
 
 
예상치도 못한 데이트장소 이야기에,
 
 
상풀
도서관이요?”
 
 
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그에게 되물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공부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12조 아니겠어?”
 
 
예쁜 미소를 흘리며 대답하는 그였다.
 
 
공부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나로서는,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난 긍정의 의미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담이지만 오빠는
전교 30등 안에 들 정도로
공부를 굉장히 잘한다.
나와 비교되게 말이다.)
 
 
30분이란 시간은,
우리에게 너무나 짧게 느껴졌다.
오빠는 가방에 문제집을 챙겨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났고
우리는 함께 카페를 나서고서
나란히 길 위를 걸어갔다.
 
 
학원 건물에 도착해서야,
작별인사를 했다.
 
 
내가 정류장까지라도
데려다줘야 했는데.
미안하다, ㅇㅇ.”
 
 
에이- 미안하긴요.
얼른 들어가요, 그러다 지각해요!”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집 도착하면 연락 남겨줘!”
 
, 당연하죠.
오빠, 내일봐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며,
몸을 돌려 정류장 쪽으로 향했다.
 
 
, ?
저 버스 놓치면
한참 기다려야하는데.
 
 
아저씨! 잠시만요!”
 
 
난 다급한 마음에 구두신은 것도 잊은 채,
잠깐 멈춘 버스를 향해 뛰었지만,
아저씨는 나를 못 본 것인지
야속하게도 버스가 출발해버렸다.
 
 
, 배차시간 간격도 꽤 길던데.”
 
 
한숨을 길게 내쉬고
버스전광판을 확인하니,
도착시간이 40분이나 남았단다.
 
 
뭐 어쩔 수 없지.
그냥 여기서 기다려야겠다.
 
앉아서 핸드폰을 하면서 시간을 때웠고,
결국 다음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에 탈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는 중이었다.
 
 
빈 좌석에 앉아 자연스럽게 이어폰을 꽂았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노래를 베개 삼아,
난 잠깐 눈을 부치기로 결심했다.
 
 
얼마나 흘렀을까,
눈을 떴을 땐 우리 동네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다.
졸고 있는 사이에
이미 해는 졌는지,
밖이 제법 어둑어둑했다.
 
 
?
 
 
배터리는 언제 다 닳은 거야.
어느새 핸드폰은 꺼져있었다.
 
 
- 창피해.
 
 
노래도 안 나오는데
이어폰을 꽂고 있던 내 모습을 상상하니,
창피함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어폰을 분리해 가방에 쑤셔 넣고,
난 버스에서 내릴 준비를 했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하품을 늘어지게 한번하고 기지개를 켰다.
 
 
?
 
 
백현이가 어딘가로
뛰어가고 있는걸 보자,
 
 
백현아!”
 
 
나는 큰소리로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뛰던 그가 멈춰서 뒤를 돌아봤다.
나를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뭐야? 왜 저래?
 
 
긴 다리로 휘적휘적-
내 쪽으로 걸어온 그는,
 
 

전화기는 왜 꺼놨어!”
 
 
다짜고짜 내게 화를 내듯 다그쳤다.
 
 
아니, 그게 배터리가,”
 
 

걱정했잖아. 하아.”
 
 
마른세수를 하듯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언제 오냐-
궁금해서 전화해봤는데,
전화기가 꺼져있다는 소리뿐이니.”
 
 
난 입에 풀칠한 마냥,
입술을 꾹- 다물고
재잘거리는 백현이를 쳐다봤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여자애가 연락은 안 되고.
?
내가 걱정할만하겠지?”
 
 
여전히 난 꿀 먹은 벙어리마냥,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빨리 가자.
어른들 모이,”
 
 
말을 하다말고
나를 위아래 훑는 백현이었다.
 
 
뭐야, 왜 그렇게 쳐다봐!”
 

너 치마가.”
 
 
그는 말을 하다가 말고
자신의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려버렸다.
그리고는 자신이 걸쳤던 재킷을 벗더니,
그걸 팔만 쭉- 뻗어 내 쪽으로 건네주었다.
 
 

이걸로 가려!”
 
 
치마를 가리라고?
싫어!
나 오늘 일부러 차려입은 거란 말이야.”
 
 
내말에 고개를 돌린 그는,
 
 

저기 지나가는 남자들이
수군거리면서,
자꾸 힐끗- 본단 말이야!”
 
 
자신의 재킷을
직접 내 허리춤에 묶어주었다.
 
뒤를 돌아 시선을 옮기니,
그 남자들과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들은 죄지은 사람마냥
어설프게 시선을 회피해버렸고,
아주 빠르게 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나란히 발을 맞춰,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걷고 있었다.
 
 

남자친구가 참 매너도 없네.”
 
 
매너가 없긴.
언제 봤다고 그러냐?”
 
 
데이트를 하고나면
당연히 여자 친구를 안전히
집까지 데려다줘야지.”
 
 
백현이는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여자 친구가 걱정도 안 되나?
나라면 애인이 괜찮다고 해도,
끝까지 데려다줄 텐데.”
 
 
이내 시선을 고친 뒤 말을 이었다.
 
 
학원 가야되니까,
어쩔 수 없는 거잖아.
그런 건 이해해줘야지.”
 
 

얼씨구,
누가 가재는 게 편
아니랄까봐.”
 
 
입술을 삐쭉- 내밀며,
살짝 삐진 티를 내는 백현이다.
 
 
 
그날의 밤은 유난히 더 검게 물들어있었다.
 
 
 
 
 
<Behind Story>
 
 
 
 
문을 열고 들어오니,
집안이 간만에 사람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인사를 하면서
식탁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행은 잘 다녀오셨어요?”
 
 
ㅇㅇ 부모님께 인사를 하면서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
 
 
, 우리 백현이는
애가 참 예의가 발라서 예뻐!
얼른 수저 들어!”
 
 
ㅇㅇ 어머님은 술 한 잔 드셨는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을 꺼내셨다.
 
 

, ㅇㅇ
아직 안 왔어요?”
 
 
아까 내가 이야기했으니까,
오고 있겠지 뭐. 얼른 먹어!”
 
 
수저를 들기 전에
핸드폰으로 ㅇㅇ에게
전화를 걸었다.
 
 
얘는 밤도 깊어 가는데
핸드폰은 왜 꺼져있는 거야.
사람 걱정되게.
 
아까 집으로 올 때보니까
아파트 단지 가로등 여러 개나 나갔던데.
혼자 오면 무섭기도 하고 위험할 텐데.
 
하아, 안되겠다.
마음 편하게
그냥 마중이라도 나가야지!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의자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하여간 쟤는 어렸을 때부터,
자기 동생보다도
ㅇㅇ를 끔찍이 생각했다니까?”
 
 
우리 어머니의 말이 바로 이어졌고,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거리며
발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하여간 ㅇㅇㅇ,
사람 신경 쓰이게 하는데
뭐 있다니까?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
 
 
생각보다 연재주기
텀이 길어졌네요.
아직 풀어나가야 할
이야기들이 많은데 말이죠.ㅠㅠ
 
그래도 갑자기 생각난
소재가 있어서,
아마도 다음번에는
단편을 써들고
돌아올 것 같네요!
 
 
독자님들
날도 더운데 몸 건강 챙기시고,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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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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