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거울 내놔 - 06 (by. 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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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울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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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변백현
박찬열 도경수
정수정 ㅇ현민
김춘식






야자에 집중도 하지 못하고
 가방을 메고 나오는데

신발장 쪽에서 시끄럽게 장난치는
덩치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변백현을 어떻게 대하지?

그냥 계속 모르는 척 있어야 하나?

심각한 고민에 덩치들을 바라보며
 짐짓 못생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자

깔깔대던 박찬열이 날 발견하고
큰소리로 아는 체를 했다.

“어, 야!! ㅇㅇㅇ!!!”

“빨리 와!”

“어..”

“왔네. 가자 이제.”

박찬열의 부름에
한마디씩 보탠 덩치들을 따라가면서

변백현의 눈치를 살피자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태연한 표정이었다.

하긴. 
얘한텐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날이겠지.

하지만 나는 아냐...!

“저기.. 변백현..?”

부르는 것조차 어색하지 말라고 똥개야.

“응?”

“어...그.. 아니다.”

미친..이거 왜 이래.
나만 어색해. 아니 왜 어색하냐고.

“왜?”

“아니야.”

“뭐야. 싱겁게..”

하씨...물어보고 싶다...

너 나 좋아해? 너 나 좋아하지?
너 나 좋아 하잖아!! 다 알아!!

“너 나 좋아해!!”

...? 뭐여 시불

“...미쳤냐?”

“어?”

“뭐라고?”

“...어?!”

“....”

이 미친 조둥아리 새끼야!!!(찰싹찰싹)

그걸 왜 입으로 내뱉고 지랄이야!!
죽어 ㅇㅇㅇ!! 죽어!!!

“너 뭐라고 했냐..?”

미친 듯이 자책을 하고
옆을 돌아보니

날 미친년 쳐다보듯 보는 덩치 둘과

뒤통수를 얻어맞아 피멍이 든 표정을 하고
 날 쳐다보는 변백현이었다.

미친...내가 눈치 챈거 들켰나?

“아..내가 뭐라고 했..나..?”

“아 진짜 너 미친 소리 자제 좀 해.
 누가 보면 진짜 미친앤줄 알아.”

아, 어;

핀잔을 주고 다시 자기네들끼리 떠드는
덩치 둘을 제외한 우리 둘 사이엔
묘한 기류가 흘렀다.

내가...내가 미친년이다...

차마 변백현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알 수 없는 눈빛만 쏘아대는 변백현의
 따가운 눈초리를 느끼며
 집으로 걸어 왔다.

덩치 둘을 보내고
변백현과 침묵 속에서 아파트 단지를 걷고 있었다.

이건 확실해.
이 어색함이 기분 탓 일리 없어.

얜 분명..

“눈치 챘지.”

..어? 

“응?”

혼자 바보같음을 자책하는데
들려오는 진지한 변백현 목소리에
옆을 돌아봤다.



“너 다 알고 있지.”

마주본 변백현 눈은
불안해 보이기까지 했다.

“어?”

뭐라 해야 되냐.
자꾸 어응만 하지 말고
아무 말이나 해봐 제발...!

나의 모지리같은 대답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변백현은 그냥 자기 할 말들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내가 너 좋아 하는 거.”

고백의 말이 터져 나왔다.

미친놈아 깜짝이야.(벌렁벌렁)

“야....”

“너한테 절대 안 들키려고 했는데..”

변백현의 표정은 고백하는 사람이라기엔
많이 슬퍼 보였다.

“나도 처음엔 진짜 징그럽고
이상해서 다 부정했었어.”

이봐, 징그러울 것 까진..?

“근데 마음이 작아지지가 않아서..
티를 내면 안 되는데..

그래서 거울도 훔치고
일부러 아침마다 떼쓰고
 틱틱대고 찌질하게 굴었어..”

“...”

“네가 다 알아버리면 도망갈까 봐.”

“야..내가 왜..”

“너 지금도 나 어색하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아무 말도 못하는 날 보고
 한번 피식 웃고는 내 머리를
손으로 한번 털어버리는 변백현 이었다.

“미안. 
이제 내일부터 너랑
사귀는 척도 못 해 주겠다.”

으씨..그건...

“대신 내가 차인 걸로 할게. 콜?”

일부러 밝게 말하는 변백현에
내 속이 다 쓰려왔다.



“오늘은 나 쪽팔려서 먼저 들어갈게.”

그리고 도망치듯 뛰어가는 변백현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왜 먼저 가냐고..
저렇게 먼저 가버리고 나면..

“내일 부턴 코빼기도 안 보일 거잖아..”

왜 이렇게 마음 한켠이
쓰린 건지 난 모르겠다.


“애들은?”

“또 할 얘기 있대.”

역시나. 

이 소심한 새끼는 오늘부터
 내 앞에 나타나지 않기로 작정을 한 듯
아침부터 날 피하기 시작했다.

“이거 우리 왕따 시키는 거지?”

미안한데 왕따는 너 하나인 듯 해.



“와..진짜. 맨날 나만 너 챙기라고 시키고.
나도 귀찮은데 말이야!”

..넌 내 친구 맞냐?

그리고 그 이후로도

“야 ㅇㅇㅇ.”

“어?”

“변백현 오늘 하루 종일
안 보이는 것 같다?”

“아..그러게.”

“너네 또 무슨 일 있지.”

“아니..몰라..”

“안 봐도 비디오다.”

제 집 드나들 듯 왔다 갔던 우리 교실을
 8교시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와.. 점심 먹자고 안 찾아오는 건 그래.
그렇다 쳐.

근데 왜 지나가다 마주쳐도
인사조차 안 하는 건데?

결국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내가 직접 변백현 반을 찾아갔다.

“야.”

“어..ㅇㅇㅇ”

뭐야 박찬열도 알았구만?

“변백현.”

“..왜.”

“너 얘기 좀 해.”

“무슨 얘기.”

“몰라서 물어?
너 왜 나 피하냐.”

“뭐?”

“두 번 안 말해.
너 왜 나 피하냐고.”




“너 방금 두 번 말했어.”

“썅. 닥쳐.”



“풉..”

...가오 죽게.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입을 가리고 킥킥대는 덩치 둘에
열 받아 하고 있자

 변백현이 내 팔을 잡아
 복도 끝으로 이끌었다.

“ㅇㅇㅇ.”

“뭐.”

“ㅇㅇ야.”

“ㅁ..뭐.”

또 무슨얘기 하려고
저렇게 분위기를 잡아?

소름 돋게 성까지 떼고 이름을 부르며
분위기를 잡는 변백현이 심상치 않아 보여
살짝 긴장하고 있었다.

“미안해.”

“뭐가 미안해 또.”

“오늘 하루 종일 너 무시한 거.”

“알긴 아네.”

“근데 당분간 계속 그럴 것 같아.”

“뭐?”

이 새끼 뭐라는 거야.

“난 네가 생각 하는 것 보다
 더 많이 너 좋아해.”

“...”

“그래서 네가 왜 자기 무시 하냐고
우리 반까지 찾아 온 것도

그렇게 똑바로 쳐다보면서
나 혼내려고 하는 것도 다 떨려.”

“...”

“그냥 네가 떨려.”

변백현의 고백은 생각보다 진지했다.

“근데 넌 아니잖아.
네가 바라는 건 이런 모습이 아니잖아.
그래서 돌아가려는 거야.

다시 네가 원하는 친구로 돌아가려고
나 지금 엄청 노력하고 있어.”

진심이었다. 

변백현은 자신의 마음이
일방적이라고 확신하고

정리하려고 이미 마음을 먹은 것 같았다.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라.

네가 이러면 나 자꾸
 돌아가기 싫어져서 힘들어.”

진심으로 부탁하는 변백현에게
난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는 날
 물끄러미 쳐다보던 변백현은

먼저 간다 한마디를 남긴 후
 다시 반으로 돌아갔다.

“아.. 나 왜 이렇게..”

답답하지... 이상해...

정리되지 않는 마음을
끝없이 헤집어 봐도 좀처럼 알 수가 없었다.


.
.
.
.
.

“정수정...”

“야 밥 먹으러 가야지.
 어디 갔다 왔냐?”

“변백현한테..”

“너네 무슨 일 있지.
 빨리 말해.”

“아..아...!!! 진짜 답답해..”

“뭔데. 무슨 일인데?”

“변백현이 나 좋아한대.”

“그걸 이제 알다니 둔신.
아느라 수고했다.”

“너..알았어?”

“나만 알았게?
너 빼고 다 알았어.”

“모르는 척 하는거야, 모르는 거야?
너 빼고 다 아는데.“

춘식이 말이 맞았네.
 진짜 나만 몰랐네.

정수정에게 모든 일을 말해 주자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렇게 고백하라고 할 때는
평생 안 할 거라고 하더니.
결국은 했네.”

“야..근데 진짜 혼란스러워.”

“왜?”

“얘가 나 좋아하는 거면
진짜 개소름 돋는 거 아니냐?”

“뭘 물어.
 나 같으면 소름 돋아서 울었다.”

“그치. 그래야 정상인데 나 이상해..”

“왜?”

“싫지가 않아. 미쳤나 봐.”

“어 진짜 미쳤네.”

“야 나 진짜 이상한 거지?
얘가 막 나 좋아해서 미안하다고

 자기가 다 정리한다고 하는데
너무 답답한거야. 왜 그렇지?”

“넌 둔신이 틀림없어.”

“아!! 진짜 저번부터 둔신이 뭔데
자꾸 둔신둔신거려!!”

“둔한 등신.”

아.. 납득 완료! 헤헿.

“하...”

“사겨 그냥.”

“뭘 사겨..그냥 싫지가 않다는 거지..
 사겼는데 후회되면 어떡해?”

“그래서 네가 둔신이라는 거야.”

“아..열받아..”

정수정은 끝까지 날 한심하게 바라봤고
 난 정수정의 그런 눈빛따위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나 지금 너무 혼란스럽단 말야...

그렇게 혼 빠진 사람처럼 야자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자

며칠 동안 제자리에
얌전히 놓여 있는 거울이 보였다.

“짜증나... 자기가 언제부터..”

아..서러워 갑자기...

“흐..흐어어엉....허허어어어어엉!!!!!”

변백현이 갑자기 나 좋아한다고
 피하는 것도 서럽고!!

내 부랄친구였는데 갑자기
 없어진 것 같은 느낌도 서러워!!!

“흐허어어어엉 서러워허허어어엉!!!”

“뭐야 뭐야!!”

“흐어엉어어엉ㅇ!!!”

“누가 우리 집 돼지
먹을 거 훔쳐 먹었어!! 누구야!!”

“진짜ㅠㅠㅠ
개새끼야아아앙아아아ㅜㅜㅜㅜㅜ”

“아 왜 울고 그러냐 동생아.”

“서러워 헣어엉어어어어어유ㅠㅠ”

“아씨 야..”

어쩔 줄 모르는 혈육은
 어설프게 내 어깨를
발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치워 냄새나 시불ㅠㅠㅠㅠㅠ”

“야! 오빠가 돼서 어떻게
동생 우는 걸 모르는 척 하냐?
뚝!”

“아 진짜 개새끼야!!
허어어어어어엉”

발로 내 눈물을 닦는 혈육에
결국 폭발해 버린 나는

침대 위에 놓인 베개를 집어
혈육의 얼굴에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아!! 야 좀!! 알았어!!”

“흐엉..씨... 나가!”

“아 알겠다고!
 울지 마. 귀 아파.”

은근 걱정 하는듯한 말투로
말하고 문을 닫기는 개뿔.

진짜 시끄러워서 울지 말라고 한게 분명하다.

“에이씨..짜증나.”

눈물이 쏙 들어가 버렸다.

자..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천천히 생각해 보자.

변백현이 날 좋아해.

근데 난...

난..안 좋아 하지..

응 안 좋아해.
좋아할 리가 없잖아.

근데 왜 이렇게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거냐고.

“어후 죽겠다.”

납작한 가슴을 팡팡 후려치고
답답함을 호소해도 혼란스러움은
나아지지가 않았다.

“이 새끼는 갑자기 왜..”

급기야 변백현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진짜 갑자기 폭풍우가 막 몰아친 것 같아.

.
.
.
.
.

주말 아침.

무거운 몸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일어날지 말지 고민 중이었다.

카톡-

엥 누구지.


박찬열
오늘 너네 집 갈 건데. 너도 올래?

개 잡소리야.

                                                                           ㄲㅈ

박찬열
야 왜 이래. 정없게.

                                                       너 시끄러워. 안돼. 저리가.

박찬열
아 오랜만에 다 같이 놀자ㅠㅠ

다같이..?

                                                                   변백현도 오냐?

박찬열
당연하지.
우리 간다?

아 일단 만나긴 해야 하는데... 어떡하지.
           
                                                                         마음대로


마음이 급해진 나는
바로 침대에서 튕겨져 올라오듯 일어나
화장실로 향해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만나면 뭐라 그러지.”

고민을 하며 준비를 마치고
 거울을 보자 자괴감이 밀려왔다.

내가 덩치들을 집으로 불러들이면서
화장을 할 날이 올 줄이야.

진짜 수치스럽다.

“ㅇㅇ야~”

그렇게 스윗하게 부르지 좀 마.

“때리고 싶으니까.”

“오우~ 
문을 열어 주면서까지 넘 치명적이야ㅠ”

“매력있어.”

오버를 하면서 요란스럽게 집에 들어오는
 박찬열과 도경수 뒤로

어색하게 서있는 변백현이 보였다.

“안 들어오고 뭐해?”

“어?..아 어.”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며
말을 걸자 다시 어색하게 대답하고는

집으로 쭈볏쭈볏 들어오는 변백현이다.

사실 나도 개 어색해.

그렇게 덩치 셋을 집안에 들여 놓으니

“우리집이 원래 이렇게 작았냐.”

집이 꽉 찬 느낌이다.
좀 있으면 미어터질 듯.

“거기 주모!”

“..나?”

“마실 것 좀 내어 주라.”

“미쳤냐 진짜.”

“어허. 어디 손님이 말하는데.”

“작작해. 
네가 떠먹어 미친놈아.”

“아 좀 떠다 주라.
여기까지 걸어오느라 진짜 힘들었어.”

저 새끼가..

“너네집 여기서 10분 거리잖아.”

“넌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

죠오랄.

“박찬열 내것도.”

“작작해.
 네가 떠먹어 미친놈아.”

“에이씨.”

은근 서운했는지
고새 또 나를 그대로 따라하는 박찬열이
 앙증맞아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어..”

그리고 언제부터 날 보고 있었던 건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들썩이며 놀라는 변백현이다.

“어..ㄹ..리모컨 내놔!”

친구처럼 대하려고 노력하는 건지
예전보다 더 오버스럽고 퉁명스런 목소리로

 나에게 발짓을 내보이며
리모컨을 가져오라고 명령을 하는
모습은 정말..

“애쓰네.”

안쓰럽기까지 했다.

나의 목소리에 민망해 진건지
슬며시 일어나 자기가 직접
리모컨을 가져간다.

“야.”

“...”

“무시하냐?”

“....왜.”

“애쓰지 마.
그냥 편하게 해.”

“내가 뭐 언제는 애썼냐.”

“지금 쓰고 있잖아.”



“내가 언제..”

우물쭈물 거리며 내 눈을 피하는
변백현은 마치 비밀을 들키기 싫어하는
 혈육의 5살 때 모습같았다.

한 마디로 줫같다 이거에요.

내 초콜릿 다 처먹고
아니라고 발뺌하던 그 가증스러운 모습이
너에게서 보여.

“귀여워 죽겠네.”

비꼬듯 말하는 내 목소리에
 변백현은 또 혼자 들썩이며 놀랐다.

“야.”

“어?”

“그런 거 하지 마.”

“뭘.”

“귀엽다 그런 거!
..하지 말라고.”

아..

아니 이런 건 평소에도 하는 말이잖아.
어우씨 답답해.

“그냥 내 입을 테이프로 막지 그러냐.”

짜증난다는 듯 말하자

다시 쭈굴거리며 티비로
눈을 돌리는 변백현이다.

“어쩔 수 없어.”

어쨌든 내 책임도 있는 거니까 봐준다.

“ㅇㅇㅇ. 집에 먹을 거 있냐?”

“어.. 재료는 있는데
먹을 건 없을 걸.”

“그럼 이 멋진 형아가
맛있는 요리를..!”

“닥쳐 너 당장 주방에서 나와.
아무것도 손대지 마. 죽여버리기 전에.”

“...예전보다 발전한 형아가
괜찮은 요리를...!”

“도경수 빨리 쟤 쫓아내.”

“아 왜!
그땐 실수라니까?”

“그냥 말로 할 때 나가.
ㅇㅇㅇ 주먹쓰기 시작하면
 나도 못 말리니까.”

저기 내가 언제 주먹을 썼다고들 그러세요;

“아..잘할 수 있는데.”

화가 나네.

“그냥 시켜 먹자 그럼.”

“어 좋은 생각.
돈은 네가 내는 거지?”

“진짜 깡패냐.”

“야 친구한테 깡패가 뭐냐.”

“그렇지.”

“쟨 깡패가 아니라 날강도야.”

“개새끼야.”

아까의 앙금이 아직
가시지 않은 건지
돌려 까기 시작하는 박찬열이다.

옹졸한 옹심이 같은 새끼.

“난 치킨.”

“난 족발.”

“난 피자 먹고 싶은데.”

“오케이 다 시켜.
어돈백.”

“어돈백이 뭐야?”

“어차피 돈은 변백현이 내.”

“양심 없는 새끼야.”

결국 더치페이를 하자는 결론이
무려 10분 동안의 논쟁 끝에 나서야
우린 조용히 입을 닥치고 얌전해졌다.

“내가 시킬게.”

“치킨 무 많이!”

“족발 쌈무 많이!”

전화기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는
도경수에게 총알을 빵야빵야 쏘아 대며

 애교를 떠는 나와 박찬열을
변백현이 아주 아니꼬운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절대 귀여워하는 눈빛은 아니었다.

헿...

“야 나 잠깐 내려갔다 올게.”

“엥? 어디?”

“친구가 나한테 빌려 갔던 거
돌려주러 온대.”

“누군데?”

“너 모를걸?”

“내가 모르는데
너네 집까지 찾아 올 정도로
 친한 친구가 있냐?”

“오늘 찾아오는 거 처음이야.
별로 안 친해.
 갔다 올게!”

“참내..”

박찬열은 내심 서운해 보였다.

근데 그건 나도 좀 그렇네..

변백현 친구 중에
우리가 모르는 애가 어디 있다고.

“아! 걘가 보다.”

“누구?”

“저 새끼. 내가 모르긴 뭘 몰라.
서운할 뻔 했네.”

박찬열 알면 나도 알겠네.

“누군데??”

“아 너네 옆반에.”

“우리 옆반?”

그럼 여자 반인데..?

“쟤 나 말고는 여자 친구 없는데?”

“아냐 한명 있어.
 별로 안 친한 여자 친구.”

뭐야.. 나만 몰랐어?
진짜 서운하네.

“그래서 누군데?”

“이름이 왕..상냥 인가.”

“...상냥?”

이름한번 되게 친절하네.

“어 이름 되게 신기하지.”

“어..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주보며 쪼개는고 있는데
방에서 주문을 마친 건지
도경수가 걸어 나왔다.

“변백현은?”

“친구가 빌려간 물건 주러 왔다고
 잠깐 내려갔어.”

“누구?”

“여자앤데..”

“왕상냥?”

“어? 너 어떻게 알았어?”

“걔가 어제 변백현 후리스 빌려갔거든.”

뭐? 

“둘이 별로 안 친하다던데?”

“근데 왕상냥이 쉬는 시간에
 옆에서 자꾸 춥다고 궁시렁 대길래
 변백현이 듣기 싫다고 빌려줬어.”

“둘이 원래 알던 사이였나?”

“옛날에 부모님 계모임 같은데서
만난 적 있는 사이래.”

아..그래서 몰랐구나.

“근데 그냥 학교에서 주면 되지
 왜 굳이 여기까지 찾아 왔대?”

“왕상냥이 변백현 좋아해서.”

저건 또 뭔 개소리여.

“엥??진짜로?? 언제부터?”

“몰라. 
딱 보니까 사이즈 나오던데.”

“하여간 도경수 무서운 새끼.”

춘식이에 이어 뭐야 얜 또 상냥이?

 워후.. 변백현은 이름 특이한 애들한테
먹히는 스타일인 가보다.

“야. 변백현 전화 온다.”

“어 그러네. 여보세요?”

“야 나 좀 늦게 들어갈 것 같아.”

“..왜?”

“나 친구가 밥 먹을 사람이 없대서
같이 먹어야 할 것 같은데.”

“네가 먹을 것까지 벌써
도경수가 다 시켰는데?”

“어.. 아씨.
그게.. 아 일단 밥 먹고 들어갈게.
미안.”

뚝.

아..뭐야..

“짜증나..”

“왜? 변백현 뭐래?”

“밥 먹고 온대.”

“뭔 소리야.
 물건 받으러 나간 거 아니야?”

“근데 상냥인가 승냥인가 걔가
 밥 먹을 사람 없대서
같이 먹고 온다잖아.”

지가 언제부터 그렇게
여자한테 친절 했다고.

아 진짜 짜증나.

“그럼 그냥 우리끼리 먹고 있자.”

“그래. 
변백현은 그냥 돈 버린 거지 뭐. 야호!”

“아 짜증나.”

“왜 그렇게 열 받아 해?”

“아 몰라.
 왜 이렇게 짜증나지.”

“질투 하냐?”

“개소리 하지 마.”

질투 같은 소리하네.
그런 거 할 리가 없잖아.

근데 왜 짜증이 이렇게 나냐고.

얜 나 좋아한다고 해놓고
 다른 여자애랑 홀라당 밥 먹으러 가는 건
무슨 경우야?

아냐. 무슨 그런 생각을 해?

변백현 받아 줄 생각 도 없으면서
수산업 하는 것도 아니고.

아.. 몰라 잊어. 다 잊어.

변백현이 언제 오나 벼루고 벼루고
 결국 3시간 뒤..

“변백현 왔네.”

“야! 너 왜 이렇게 늦게 와!”

“아 미안.
걔가 자꾸 자기 학원 시간까지만
놀아 달라고 떼써서..”

어쭈.. 밥만 먹게 온 게 아니야?

“오올... 인기 많네 백현?”

“뭐래. 
너네 시킨 거 다 먹었냐?”



“어 당연하지.
우리에겐 ㅇㅇㅇ가 있잖아.”

“아..”

납득하지 마. 화 나니까.

“ㅇㅇㅇ.”

“왜.”

“현민이형 언제 오냐?”

“우리 집 망나니를 네가 왜?”

“그 형 오기 전에 집 가게.”

아. 그렇지.
 똥은 더러워서라도 피하는 거랬어.

“2시간 정도 있으면
네 발로 기어들어 와.”

“그럼 그 때 가야겠다.”

그래. 
우리 집 망나니 사족보행 구경하고
박수치면서 나가라.

“아 나 배고파.”

“밥 먹고 온 거 아냐?”

“맞는데 밥 다 먹고 너무 놀아서
 다 소화됐어.”

뭘 얼마나 신나게 놀았으면
 2시간만에  소화가 다 되셨을까?

“뭘 얼마나 신나게 놀았길래?”

“몰라.. 
ㅇㅇㅇ 집에 먹을 거 없냐?”

“없어.”

네가 다른 친구랑 놀다가 배꺼진 걸
 왜 우리집에서 찾아.

 안돼. 돌아가.(엄격)

“아무거나 줘라.
 나 진짜 배고파.”

“없다니까?
 왜 자꾸 징징거려 짜증나게.”

밀려오는 짜증에 나도 모르게 폭발해 버리자
 분위기가 싸해져 버렸다.

난 조금 다른 의미의 분위기 메이커다.(찡긋)

“야. 왜 짜증을 내?”

“없다고 했는데
네가 자꾸 징징거렸잖아.”

“장난으로 그런 거지.
무안하게 왜 정색을 해?”

변백현은 진심으로 빈정이 상한 것 같았다.

소심한 자식..

“그럼 네가
두 번 말하게 하지 말지 그랬어.”



“야야.. 너네 왜 그러냐..”



“그래 그만 해.
ㅇㅇ넌 왜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해.

변백현 너도. 하지 말라면 하지 마.”

“내가 그렇게 짜증나게 말했냐?”

“아니 아니지.
오늘 ㅇㅇㅇ가 기분이 좀 안 좋아서 그래.”



“자기 기분 안 좋은 걸
왜 나한테 화풀이 하냐고.”

“야 너 전화 온다.”

“아..씨.”

“누군데?”

“아까 걔.”

와 저 새끼 봐라?
내가 지금 뭐 때문에. 어?

누구 때문에 이렇게 기분이 그지 같은데
그 와중에 승냥인지 뭔지랑 또 연락을 해?

진짜 짜증나네.

변백현이 전화기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자 도경수와 박찬열이
눈치를 보며 일어났다.

“야.. 우리 나가 있을 테니까
둘이 화해해..
싸우지 말고..”

“그래. 우리 먼저 갈게.”

그래.. 다 가버려..
의리없는 자식들아.

“그리고 오늘은 네가 심했어.
왜 갑자기 애 무안하게 정색을 해.”

누가 모르냐.
오늘은 내가 잘못한 거.

근데 어떡해.

“질투나?”

“어.”

....질투나.



“..미친?”

“진짜 짜증나. 존나 질투나.
쟨 나 좋아한댔으면서
왜 딴년이랑 놀러 다니고 지랄이냐고.”

왜 정수정이 맨날 나보고
둔신이라고 욕한 건지 알겠어.

변백현이 자기 마음 정리하려고 할 때마다
왜 답답했던건지 알겠어.

왜 어제 그렇게 거울이
 제자리에 놓여있는 걸 보고 서러웠는지 알겠어.

“너 변백현 좋아하냐?”

“어.”

나 변백현 좋아 하나봐.


.
.
.
.

※만든이 : 휘파람님

<덧>

답답했던 그대들이 드디어
 자기 마음을 알았습니다...!(박수)

다음 화에선 이제 해피해피할 일만..허허..

그럼 다음화에서 봐요(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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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울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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