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 03 (by. 몽글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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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을 들으시면서 읽으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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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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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커튼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밝은 햇살에,
난 인상을 찌푸렸다.
난 발로 밀어버린 이불을
다시 주섬주섬- 끌고 와,
내 얼굴 위로 뒤집어쓰고 있었다.
 
 
으음.”
 
 
벌써 몇 번째 잠을 깼다, 들었다-를 반복하는 건지.
결국 손등으로 눈을 비비며.
벽걸이 시계에 시선을 돌렸다.
 
 
?
 
 
잘못 봤나?
 
 
 
다시 눈을 세게 비비고,
다시 한 번 시계를 쳐다봤다.
 
 
! 뭐야!”
 
 
시계바늘은 늦잠을 잔 나를 비웃듯,
벌써 등교시간에 가깝게 도달해있었다.
난 침대에서 튕겨져 나오듯 일어나,
부랴부랴-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설마, 백현이도 늦잠을?
 
 
씻으며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틈에도,
난 의리 있게 늦잠을 자고 있을
친구 걱정이 스르륵- 밀려왔다.
 
문밖을 나서자마자,
바로 앞집 문을 두들겼다.
 
 
백현아!”
 
 
쿵쿵쿵-
 
 
!
우리 이러다 지각한다? ?”
 
 
잠잠한 소리에 한 번 더
문을 두들기려는 찰나,
 

? 누나!”
 
 
교복을 입은 채 문을 밀고나오는
태형이의 모습이 보였다.
 
오늘따라 유난히 얼굴이 퉁퉁- 부어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태형아, 오늘 아침 얼굴은
좀 심하다?”
 
 
그는 뚫어져라 쳐다보는
내 눈빛을 보더니,
 
, 어제 야식을
좀 맛있게 먹었더니.”
 
 
이내 부끄러운 듯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가려보인다.
 
 
- 치사하다.
옆집인데 야식 먹을 때
나도 안 부르고? ?”
 
 
태형이는 야식이야기에
흥분하던 나를 바라보며,
 
 

누나! 우리 학교,”
 
 
난처하다는 듯 말을 꺼냈다.
그의 말에 난 순간 잊고 있던 내 본분에,
 
 
우리가 지금 지각 위기에
처하긴 했다만,
형도 좀 깨워주지!”
 
 
혼자만 나온 태형이를
나무라듯 말을 이었다.
 
 
? 누나, 형은 요새 계속 일찍 가던데.
오늘도 아침에 일찍 학교 갔나 봐,
집에 없던데!”
 
 
, 진짜? 리얼?
혼자 갔어?”
 
 
요새 며칠을 아침마다 깨워주다가,
혼자 학교를 갔다는 소리를 듣자,
괜스레 서운한 마음이 물밀듯 밀려왔다.
 
꼭 나를 아침마다
깨워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 수없는 서운한 마음에
괜히 속으로 툴툴거렸다.
 
 
나 깨워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날 깨우기 귀찮았으면,
그냥 학교가면서 문 한번
두들겨 주고 가던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버스에 올라탔다.
 
 
, 이 시간에는 버스가
미어터질 정도로
사람이 바글바글 거렸다.
 
한 이틀 동안은 조용한 버스 안에서
잠깐 쪽잠도 자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여유로웠는데.
 
지금은 시장 통을
방불케 할 정도로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소리로
버스 안을 채워가고 있었다.
 
 
결국 난, 보기 좋게 지각을 했다.
교문 앞에서 서있는 학주 선생님은
지각한 아이들을 단체로 운동장을 돌게 했고,
반에 도착했을 땐 난
거친 숨을 한껏- 몰아쉬고 있었다.
 
 
책상위에 가방을 던져놓고
의자 꺼내서 앉았다.
 
여전히 숨을 헐떡거리는
나를 보던 수정이는,
 
 

운동장 돌고 왔어?”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난 대답할 힘도 없어서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웬일로 지각을 다했냐?
요새 며칠은 미리 와서 자고 있더니.”
 
 
그러니까. 내가 생각해도
난 참 아침잠이 너무 많아.”
 
 

아까 너의 남자가
반에 왔다 갔는데.”
 
 
, 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일찍 좀 올걸.”
 
 
나를 평소에
지각하는 학생으로
생각하는 거 아닌 가 몰라.
 
 
그때 야속하게도 종소리가 들리면서
1교시가 시작이 되었다.
 
 
 
 
*
 
 
 
 
1교시가 끝나자,
난 오빠가 있는 위층 교실로 향했다.
3학년2반 교실 앞까지 도착을 했지만,
오빠를 부를 엄두가 나지 않아
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 반 학생이라고 추측되는 사람이
교실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말을 걸었고,
 
 
, 준면선배
좀 불러주세요.”
 
 
난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부탁을 했다.
 
 
준면이요?
지금 자리에 없는데.”
 
 
, .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 진짜로?”
 
 

, 그렇다니까.”
 
 
남녀가 자연스러운 대화를 주고받으며,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
 
 
준면오빠!”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오빠의 이름을 소리 내서 불렀다.
그러자 그는 다른 곳에 두었던 시선을
이내 내게로 고쳤다.
 
날 발견한 그는 내 이름을 부르며,
 
 
, ㅇㅇ!”
 
 
눈이 예쁘게 휘어지게 웃었다.
 
 
잘생긴 사람이 또 저렇게
환한 웃음을 지으면 어쩌자는 거야.
 
 
쿵쿵-,
 
 
설렘이 고스란히 온몸에 퍼져나갔다.
그가 내게 다가오려고 하자,
옆에 있던 사람이 그의 팔을 재빠르게 붙잡았다.
 
 
그제야 난 옆에 있던 사람에게 시선을 두었다.
 
 
!
 
 
쟤는 왜 내 남자친구 옆에
딱 달라붙어있는 거야, 짜증나게.
 
애써 구겨지는 표정을
억지 미소로 가려놓고,
 
 
오빠, 아까 우리 반에
왔었다면서요?”
 
 
그에게 친근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 . 아침 안 먹었을 것 같아서
빵이랑 우유 좀
가져다주려고 했었는데.”
 

오빠, 쟤랑 아는 사이예요?”
 
 
그녀는 갑자기 우리 사이를 가로막았다.
옆에 서 있던 이지은은 수호오빠의 눈을 쳐다본다고
그의 앞에 서 있었고, 내게는 등을 보이는 상황이었다.
 
이지은의 질문에 그는 대답을 하면서,
 
 
, 소개가 늦었다.”
 
 
오빠는 앞을 가로막은 그녀를 피해,
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내 여자 친구야. 인사해!”
 
 
다짜고짜 내 손을 잡으면서
나를 그녀에게 소개했다.
 
이지은은 어느새 등을 돌려,
맞잡은 우리 손을 쳐다보더니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ㅇㅇ, 여기는 나랑 친한 동생.
이름은 이지은이야.”
 
 
오빠의 소개에 그녀는 내게
가식적으로 보이는
예쁜 웃음을 지어보였고,
 
 

반가워. 난 수호오빠랑,
굉장히 친한 동생 이지은이야.”
 
 
굉장히란 단어를
또박또박 힘주어 말하며,
내 앞에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나도 어쩔 수없이 그녀가 건넨 손을 잡고,
 
 
나도 반가워.
난 수호오빠 여자친구, ㅇㅇㅇ.”
 
 
형식적인 내 소개를 했다.
 
무슨 기 싸움을 하듯,
그녀는 내 손을 힘주어 세게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그래. 둘이 나이도 똑같은데.
이왕이면 친하게 지내봐.”
 
 
오빠는 눈부신 미소를 머금으며,
친하게 지내길 바라는 눈치였다.
 
 
웬만하면 오빠가 원하는 걸 들어주고 싶었지만,
이지은이랑은 엮이는 게 난 싫고 불쾌했다.
 
 
오빠, 나 먼저 가볼게.
ㅇㅇ, 나중에 또 볼 수 있으면 보자.”
 
 
미안한데, 난 너랑은
최대한 만나지 않았으면 해.
 
 
그녀는 끝까지 가식적인 웃음을 머금으며,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 ㅇㅇ.
혹시나 오해할까봐 미리 이야기하는 건데,
지은이는 내 친구의 동생이라 잘 아는 거니까,”
 
 
오해 안 해요,
걱정 말아요.”
 
 
그럼 다행이고.
반으로 데려다줄게, 가자.”
 
 
근데 학교에서
지은이라는 애 몇 번 본적 있긴 한데,
예쁘장하게 생겨서
남자한테 인기 많겠어요.
어때요?”
 
 
인기는 있는 거 같더라.
뭐 밴드부도 하고 있으니까.
 

근데 ㅇㅇ, 네가 훨씬 더 예뻐!”
 
 
오빠는 아무렇지 않게
예쁘다는 이야기를 꺼냈지만,
쑥스러웠는지 귓불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어머, 나보고 예쁘대!
 
, 웃음이 자꾸만 피식- 새어나온다.
 
심장은 왜 이렇게 방정맞게 뛰어대는 거야!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로,
 
 
오빠도 멋있어요!”
 
 
수줍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다.
 
 
푸흐, 말도 예쁘게 하네.
얼른 들어가!”
 
 
눈이 휘어지게 웃으면서
오빠는 나를 반으로 밀어 넣었다.
 
 
난 문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오빠, 잘 가요!”
 
 
인사를 건네고 반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내 기척을 느낀 수정이는,
 

어이구, 눈을 보니까
꿀이 아주 뚝뚝 떨어지네!”
 
 
나를 보더니 부럽다는 듯
한소리를 했다.
 
 
나 그때 쪽팔렸어도
고백하길 참 잘한 듯!”
 
 
지금 생각해도 내가 오빠네 반에 찾아가,
내 마음을 편지로 전했던 상황은
매우 창피했었다.
 
교실로 들어가려는 그의 소매를 붙잡고,
아주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에게 편지를 전달했었다.
주변에서는 작은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난무했기에,
 
안 그래도 달아오른 얼굴이
금세 터질 것 마냥
시뻘겋게 변했기 때문이다.
 
그가 종이를 받아주자마자,
난 빛의 속도와 맞먹을 정도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는데.
 
하필 진짜 쪽팔리게,
삐끗-하면서 앞으로 고꾸라지듯
넘어졌기 때문이다.
 
 
그때 생각만하면
아직까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
.
.
 
 
 

 
 
 
중식을 먹고 수정이와 자연스럽게
매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굵직하게 울렸다.
난 꺼내서 확인을 하고 전화를 받았다.
 
 
, 오빠!”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콧소리를 살짝 섞어 전화를 받자,
내 옆에 있는 수정이의 표정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어디야?
지금 보고 싶은데.
 
 
, 오빠.
너무 훅 들어오는 거 아니에요?”
 
 
-내 여자 보고 싶다는 게
훅 들어오는 거야?
 
 
저 지금
매점 가는 길 쪽에 있어요!”
 
 
-잠깐만 기다려.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난 주변에
오빠를 찾아서 두리번거리고 있자,
 

뭐야?
남자친구라도 온대?”
 
 
. 잠깐 보자고 온다네?”
 
 
나 빠져줄까?”
 
 
아니야!”
 
 
내 이름을 부르며 저 멀리서
달려오는 내 남자친구가 보이자,
난 반가운 듯 그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넌 네가 지금
실실 쪼개고 있는걸 알고 있니?”
 
 
나의 행동을 말해주는 수정이는
내가 낯설다는 듯 이야기를 꺼냈다.
 
어느새 오빠는 내 곁에 오자마자,
 
 
밥 맛있게 먹었어?”
 
 
내 안부를 먼저 물었다.
 
 
, 그럭저럭.
오빠는요?”
 
 
그냥 보통?
솔직히 반찬 별로였지?”
 
 
난 말없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를 보고,
오빠는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냈다.
 
매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다,
내 옆에 서 있는 친구의 기척을 느꼈는지
그가 먼저 인사를 했다.
 
 

? ㅇㅇ친구인가? 반가워요,
ㅇㅇ남자친구 김준면이에요!”
 
 

, 안녕하세요.
ㅇㅇ한테 이야기 들었어요.
듣던 대로 잘생기셨네요.”
 
 
어우- !”
 
 
아니- 우리 수정이가 지금 왜 이럴까.
 
 
오빠는 시원한 웃음소리를 흘렸고,
난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오빠만 힐끔- 쳐다봤다.
 
 
얘가 쑥스러움이 많아서 그렇지.
애는 참 착해요!”
 
 
, 맞아요.
ㅇㅇ, 매점에 가서
뭐라도 먹을까?”
 
 
우리는 셋이 나란히
매점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조금은 어색했지만
하하-, 호호-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애타게 준면오빠를 부르며,
우리 쪽으로 뛰어왔다.
 
 
반장! - 김준면!”
 
 
우리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친 숨을 몰아 내쉬는 남학생이 있었다.
 
 
, 숨차.
넌 내가 뒤에서 헉헉,
얼마나 불렀는데!”
 
 
? 왜 그래?”
 
 
담임이 반장 지금 데려오라고, 후우.”
 
 

, 그래?”
 
 
오빠가 조금 난처해하는 것을 느낀 난,
 
 
오빠 얼른 안가고
뭐해요!”
 
 
얼른 가라고 그를 재촉했다.
그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에이, 맛있는 걸 사주려고 했는데.
먼저 가볼게, 미안.”
 
 
우리에게 사과를 한 채,
반대쪽으로 급히 뛰어갔다.
 
수정이는 내게 팔짱을 끼고,
헤실-거리며 날 매점 쪽으로 끌고 갔다.
 
 
친구에게 처음으로
오빠를 소개시켜준 나로서는,
 
 
우리 어때?
잘 어울려?”
 
 
우리를 어떻게 볼지가 궁금해졌다.
 
 

, 부럽게!
근데 남자가 조금 더
아깝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지극히 정상이란 소리지?”
 
 
! 넌 내 친구도 아냐.”
 
 
나를 놀리는 친구의 팔뚝을 치면서,
매점 안으로 들어갔다.
 
 
?
 
 
들어가자마자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
백현이가 내 눈에 제일 먼저 띄었다.
이내 땅이 꺼질듯,
길게 한숨을 푹- 내쉰 백현이는
자신의 교복바지 주머니에 핸드폰을
쑤셔 넣고 고개를 들었다.
 
 
백현이와 눈이 마주친 난,
인사를 하려고 위로 손을 들었다.
 
 
!!
 
 
그러나 이내 시선을 피하더니,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는 고개를 돌린 것도 모자라,
몸까지 돌리고 내게 등을 진채 서 있었다.
난 그의 행동을 말없이 바라봤다.
 
 
뭐야? 날 못 봤나?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수정이는,
 
 
ㅇㅇ,
저기- 너의 절친 있다!”
 
 
굳이 긴 손가락을 쭉- 뻗어,
백현이를 가리켰다.
나 그녀의 말에 대답을 한 채
그를 향해 한 발짝 내딛는 순간,
 
 
 

- 여기!”
 
 
내가 마주치기 싫은 이지은이,
그에게 음료수를 내밀며
뭐가 좋은지 활짝-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걸 받아든 백현이는 이지은과 함께
금세 매점을 벗어났다.
 
 
옆에 있던 여자애,
밴드부에서 키보드 치는 애 맞지?”
 
 
? , 그렇다네.”
 
 
혹시라도 그가 그녀와 매점을 벗어나다가,
뒤돌아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점이될 때까지, 그 뒷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그러나 너의 모습이 점이되어
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너는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분명 아까 나랑 눈 마주친 게 맞는데.
 
 
오늘 너의 행동들이
내겐 너무 낯설게만 느껴졌다.
 
 
너 오늘 아침부터 왜 그래?
괜히 사람 서운하게.
 
 
 
 

 
 
 
 
* * *
 
 
 
 
 
동생 녀석은 쩝쩝-거리며,
 
 

또 먹어도 안 질리네.
맛있다!”
 
 
떡볶이만 열심히 먹어대고 있었다.
성격이 급한 나로서는,
떡볶이만 먹고 있는 너의 모습이
곱게 보이지 않았다.
 
 

! 너 알고 있는 거
말 안할래?”
 
 

, 떡볶이에 뭐를 넣으면
이렇게 맛있어?”
 
 

떡볶이 그만 먹고 싶지?
?”
 
 
내가 협박 아닌 협박을 해대자,
 
 

흐응- 떡볶이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꼬리 내린 강아지마냥
속상함을 여실히 표정에 드러냈다.
 
 
누나가 드디어 연애를 시작했어.”
 
 
?”
 
 
ㅇㅇ누나,
애인 있다고!”
 
 

언제부터?
난 그런 이야기 못 들었는데?”
 
 
 

이야- 둘이 비밀 없는 사이라더니,
그건 몰랐나봐?”
 
 
앞에서 얼마나 깐족거리는지,
얄미워서 동생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난 방으로 들어와 문을
- 소리가 날정도로 세게 닫았다.
 
 
아니, 뭐야?
ㅇㅇ, 너 연애하는 게 진짜야?
근데 왜 나한테는 안 알려주냐?
 
 
침대에 누워서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잠이 들었다.
 
 
 
.
.
.
 
 
 
몸을 뒤척이며 잠에서 깨어났다.
시계를 보자 난 너무 깜짝 놀라,
잠이 싹- 달아나 버렸다.
 
 
, 나 어제 알람도 안 맞춰놓고 잔거야?
 
 
침대에서 뛰쳐나와,
정신없이 등교준비를 끝내고 문밖을 나섰다.
 
 
얘는 아직도 자고 있을 텐데,
깨워주고 갈까?
 
에이- 몰라!
 
 
1초의 고민에 괜히 내 심술을 담아,
나 몰라-라 하고 버스정류장까지 뛰어갔다.
 
 
 
 
 
 
동아리 실에 도착하자,
 
 

- 변백,
웬일로 다 늦었냐?”
 
 
나만 빼고 이미 다들 모여 있었다.
 
 
그러게.
평소에는 일찍 오더니.”
 
 
 

늦잠 잤구나?
눈 부으니까, 귀엽네.”
 
 
눈을 한껏- 휘어 접고서,
까르륵- 웃어대는 이지은을
무표정으로 한번 쳐다봤다.
 
 
쟤는 매번 웃음소리가 왜 저러냐?
 
 

늦어서 죄송합니다.
바로 연습 들어갈게요!”
 
 
 
 
*
 
 
 
 
한창 연습에 집중을 하고나서야,
각자 자기반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음료수 한잔 할까?”
 
 

그래, 목마른데.
한 캔씩 마시자!”
 
 

됐어. 둘이나 마셔!
나 먼저 반으로 간다!”
 
 
뒤에서 뭐라고 하는 애들을 남겨둔 채,
운동장 쪽에 있는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ㅇㅇ 너의 모습을 봤다.
 
 
힘들어죽겠다-란 표정으로
운동장을 돌고 있는 모습을 보자,
 

웃음이 푸시시- 바람 빠지는 소리마냥
자연스럽게 새어나왔다.
 
 
내가 아침에 나올 때
깨워줄걸 그랬나?
 
 
괜히 미안함에 뒷머리만 긁적였다.
 
 
 
 
 
1교시가 끝나자,
난 지체할 새도 없이 매점으로 향했다.
 
지각한 ㅇㅇ는 분명
아침을 못 먹었을 거고,
난 미안한 마음을 담아
빵이랑 음료수를 전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룰루랄라-
아침보다 한껏 기분이 좋아진 나는,
ㅇㅇ네 반으로 향했다.
반 뒷문에서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네 모습이 보이지 않자,
 
 

ㅇㅇ, 어디 갔어?”
 
 
ㅇㅇ 너랑 친하게 지내는
친구에게 물어봤다.
 
 

ㅇㅇ 남자친구 만나러 위층에.
?”
 
 
자세히 너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 아냐.”
 
 
ㅇㅇ의 남자친구가 우리학교였어?
 
 
나도 모르는걸,
ㅇㅇ의 친구는 알고 있었다.
 
나는 네가 남자친구가 생긴 사실도,
그 남자친구가 우리학교라는 사실도,
모두 다른 사람에게 들으니
내심 섭섭하기 시작했다.
 
 
 
.
.
.
 
 
 
맛없는 점심을 대충 먹고,
 
 

오늘 급식 반찬 좀 심하더라.
먹을 게 없어! 그치?”
 
 
난 투덜거리는 박찬열의 이야기에
고개만 대충 끄덕여가며
교실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 얘들아!”
 
 
누군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에,
자연스럽게 멈춰 뒤를 돌아봤다.
 
 
이지은이 우리를 보더니,
신난 아이마냥 해맑게 웃으며
뛰어오고 있었다.
 
 
오늘 급식 너무하지 않아?
완전 맛없어.”
 
 
그러니까. 반찬이 풀떼기뿐인데,
거기다 심지어 맛도 없고.”
 
 
그니까. 나 안 그래도 배고파서
매점 가는데, 같이 갈래?”
 
 
네가 쏜다면,
거절은 안하지!”
 
 
하여간 넌 공짜 너무 좋아해.
백현아, 너도 갈 거지?”
 
 
둘이 마셔, 난 가,”
 
 

- 왜 자꾸 내빼.
이지은이 쏜다는데.
가자, 가자!”
 
 
박찬열은 나를 매점까지 끌고 가다가,
 
 
-. 어떡하지,
나 급식실에 지갑 두고 왔나봐.”
 
 
이내 잡고 있던 내 팔을 놓고,
몸을 돌려 다시 급식실쪽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그는 뛰어가면서,
 
 
변백, 내 음료수 좀 받아놔!
나 급식실에 갔다 올게!”
 
 
공짜 음료수를 먹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우리에게서 멀어져갔다.
 
 
하여간 아까 뜬금없이 지갑자랑을 하고,
왜 테이블 위에 올려놔서는.
 
 

가자, 백현아.”
 
 
내거는 됐고.
박찬열거나 사줘.”
 
 
? 너도 먹지.”
 

난 됐다고.”
 
 
조용히 좀 걷고 싶은데,
 
 
너 그거 알아?”
 
 
옆에서 이지은은 쉬지도 않고
계속 쫑알거렸다.
대답도 안하고 앞만 보고 걷는데,
 
 

어제 매점에서 너랑 같이
라면 먹던 친구,
내가 아는 선배랑 사귄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췄다.
 
 
?
넌 그걸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긴.
알만한 애들은 다 알걸?
그리고 아까도 둘이 붙어있는 거 봤고.”
 
 
왠지 나빼고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것 같은
이 기분.
 
 
, 왜 이렇게 짜증나지?
넌 좀 나한테 먼저
말이라도 해주지.
 
왜 이런 비밀 같은 이야기를
남을 통해서 들어야 되는 거냐고.
 
 
 
 
 
 
이지은은 매점 안으로 들어가면서,
 
 
잠깐만 기다려.
금방 나올게!”
 
 
내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난 핸드폰을 꺼내,
ㅇㅇ에게 문자를 보낼까- 잠깐 고민을 했다.
그 생각도 잠시 문자보내기를 멈추고
핸드폰을 교복바지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저 앞에 ㅇㅇ 네가 있었다.
눈이 마주쳤는데,
내가 먼저 너의 시선을 피했다.
 
지금에서도 왜 내가
너의 시선을 피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 순간은
아는 척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얘는 왜 안 나오는 거야!
 
 
매점 안으로 들어간
이지은을 찾기 위해,
몸을 돌려 안을 쳐다봤다.
 
곧 넌 찬열이의 음료수를 내게 건넸고,
난 그걸 받아들고서 매점 안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바삐 움직였다.
 
 
 
 
*
 
 
 
 
오늘 하루 종일 기분이 영- 별로였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ㅇㅇ 넌 내게 연락 한통이 없었다.
 
 
뭐 보나마나 남자친구랑
희희낙락거리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할수록
난 더 기분이 다운되었다.
답답함에 난 집에 있는 캔 맥주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어렸을 때부터 난 고민이 있을 때,
종종 옥상에 올려가 풍경들을 내려다보면서
답답한 마음을 달래곤 했었다.
ㅇㅇ랑 둘이 올라가서
서로의 고민상담 같은 것도 해주고 그랬었는데.
 
에이, 됐어.
오늘 ㅇㅇ 생각은 그만해야지.
 
 
끼이익-
 
 
옥상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난 돌처럼 굳어버렸다.
 
난간에 매달려,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ㅇㅇ 네가 거기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종일 어떻게 피해 다녔는데,
여기서 마주치다니.
 
 
뒤돌아서 다시 나갈까?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야 되나?
아 어떻게 해야 되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을
머릿속으로 하고 있는데,
 
 
안 오고 거기서 뭐해!”
 
 
ㅇㅇ 너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어왔다.
너의 목소리에 난 오만가지생각을 멈추고
애초 목적대로 네가 서 있는
난간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 여기서 뭐해?”
 
 
그냥. 답답해서.”
 
 
행복해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내심 고민이 있나보다.
 
힐끗- 시선을 돌려 쳐다봤지만,
ㅇㅇ는 시선을 멀리 던져두고
어둠속의 빛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한참의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 둘은 어느 누가 하나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난 가지고 올라온
맥주 캔의 뚜껑을 따서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꿀꺽꿀꺽-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맥주의 시원함이,
다운된 기분을 잠시 잊게 만들어줬다.
 
 

나한테 뭐
해주고 싶은 말 없어?”
 
 
난 앞만 보던 시선을 돌려
너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해주고 싶은 말?”
 
 

예를 들면
최근 환경에 뭐 변화가 생겼다거나,
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던가,
연애를 한다던가,
뭐 그런 거 있잖아.”
 
 
그게 뭐야.
나 연애하는 거 알지?”
 
 
생각보다 순순히 너의 입에서
연애라는 단어가 나오자,
감정이 미묘하게 뒤섞이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아냐.
네가 나한테 따로 말도 안 해줬는데.”
 
 
ㅇㅇ 너도 이제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나 되게 서운했어.
옛날에 뭐든 내가 너의 비밀 이야기를
먼저 공유했는데.”
 
 
그게 서운했어?”
 

-.
난 너한테 아직까지 숨기는
비밀 따위는 없단 말이야.”
 
 
숨기려고했던 게
아니고.”
 
 

됐어.
아까 네 입으로 연애한다는
이야기 들었으니까, 그걸로 충분해.
물론 내가 처음이 아니라는 건
여전히 서운하지만.”
 
 
툴툴거리는 나를 보더니,
 
 
그래서 아침에 나 안 깨워주고
혼자 갔냐? ?”
 
 
내심 혼자 간 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나를 톡- 쏘아붙였다.
 
 
뭐 꼭 그런 건 아니고,
나도 늦잠 잤다 뭐!”
 
 
양심에 찔렸지만,
차마 속 좁은 놈이 될 수 는 없었기에.
 
 

이왕 시작한 연애
예쁘게 해라!”
 
 
내 덕담에 ㅇㅇ는 실소가 터졌는지,
웃음소리를 살짝 흘렸다.
 
 
그래 고맙다.”
 
 
그래도,”
 
 
그래도 뭐?
왜 말을 하다가 말아?”
 
 
아니야.
얼른 들어가자, 늦었다!”
 
 
우리는 싸우지는 않았지만,
짧은 대화로 쌓였던 오해를 금세 풀었다.
 
서로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지었고,
나란히 같은 층까지 내려갔다.
 
 

내일 오후면 부모님 오시네.
오늘까지 문단속 잘하고 자라!”
 
 
알았어. 너도 얼른 들어가!
피곤해 보인다.”
 
 
ㅇㅇ는 내게 인사 한마디를 남겨놓고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도 아직은 우정이 먼저지?
난 네가 아직까진그랬으면 좋겠다.’
 
 
난 굳게 닫힌 문을 보고,
차마 아까 하지 못했던 말을
조심스레 속으로 되뇌어본다.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
 
독자님들 오랜만이네요.
저번에 사실 게시판 댓글보고 멘붕이 와서,
한동안 글이 잘 안 써지더라고요.
괜히 남자친구 추천해달라고 해서는.
(댓글도 온통 추천하는 이름만 있어서
나름 속상했네요.
그리고 막상 여러분 추천해주셨는데
그분들을 다 담지 못해서,
그것도 마음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그래도 추천해주신 독자님들 모두 감사해요!
 
(아 혹시 수호예쁘게 나온 사진이나 짤 을
공유해 주실 분 계신가요?ㅠㅠ)
 
BGM스탠딩에그‘Stay Away’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댓글 남겨주시는 독자님들,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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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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