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목소리 [단편] (by. 몽글구름)

<작가가 독자님들께>
 
혹시나 제 글 중에
또 다른 그림자를 보셨던 분 중에서,
제목이 비슷하다고 스릴러나 공포 장르라고
오해하지마세요.
BGM들어주세요.
 
 
 
 
 
 
또 다른 목소리
 
 
 
 


 

새벽2시반, 인적 없는 골목길.
 
퉁퉁 부어버린 다리를 이끌고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는 중이었다.
분명 집을 나설 때는 일요일 새벽이었는데,
세 가지 알바를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는
월요일 새벽이 되어있었다.
 
 
피곤을 가득 담은 눈이 자꾸만 감기려는 탓에,
눈을 부릅 떠가며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 때였다.
 
 
투둑투둑-,
 
 
물기를 머금은 한두 방울의 무언가가
내 얼굴을 스치고 땅으로 떨어졌다.


손바닥을 하늘 쪽으로 펼쳐보자,
여러 개의 물방울이 손바닥에
제각각 흩뿌려져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하늘에서 쉬지 않고
물방울이 툭툭- 무심하게 떨어졌다.
 
그제야 난 비라고 확신했다.
 
 
오늘 비가 온다고 했나?
 
 
.”
 
 
내 입에서는 작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하긴 내가 알바하러 새벽부터 집을 나선 바람에
일기예보를 챙겨볼 수가 없었다.
 
일기예보를 챙겨본 적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이젠 기억조차도 가물가물했지만.
 
천천히 떨어지던 빗방울의 속도가 제법 빠르게,
방금 전보다 많은 양이 떨어지자,
우산이 없던 난 금방 정신을 차리고
허겁지겁 뛰기 시작했다.
 
 
아직도 집까지 가려면,
거리가 조금 남았는데.
 
 
결국 쉬지 않고 한참을 뛰고 나서야,
반 지하 원룸인 집 앞에 도착했다.
비에 젖은 생쥐 꼴 마냥,
처량한 내 신세에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이렇게 홀딱 젖어버릴 거였다면,
무엇하러 뛴 건지.
 
 
괜스레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열쇠를 찾아,
문을 따고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집안,
눅눅한 공기가 내 콧속으로 쓱-하니
빠르게 파고 들어왔다.
이내 경쟁이라도 하듯,
곰팡이 냄새를 품은 공기도 뒤따라 들어왔다.
 
 
- 막히는 숨통에 눈을 질끈 감았다.
 
 
고요한 적막만이 나를 반겨주었고,
이내 내 머리카락 끝에서 물기가 떨어지는 소리만
요란스럽게 들릴 뿐이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한숨을 길게 한번 내쉬고,
수건이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수건을 집어 들고서 빗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털어내려다,
문득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퀭한 눈동자,
짙은 다크 서클,
볼품없이 들어간 볼 살,
삐쩍 마른 몸뚱이.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어느 누가 한창 예쁠 나이인 23살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내가 처한 현실이 무척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꼬르륵-
 
 
배에서 보내온 신호에
쓴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러고 보니 어제 마지막 알바를 하러 가기 전,
편의점에 들려 늦은 점심으로 삼각 김밥 두 개가,
내가 하루 종일 먹은 음식의 전부였다.
 
 
이렇게까지 살아야하나-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살아야한다-고 배에서는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왔다.
 
난 고개를 숙인 채,
어쩔 수없이 주방으로 향했다.
 
 
사람의 손길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먼지 쌓인 싱크대 구석에 놓아둔 컵라면을 집어 들었다.
물을 끓여, 컵라면 안에 부어놓고
잠시 벽에 기대어 앉았다.
라면이 불을 동안 내 주머니에 들어있던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켰다.
 
 
바탕화면에 떠있는 내 남자친구 사진.
 
아니구나, 이젠.
 
전 남자친구 사진에 벽에 뒷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
 
 
 
3년 전, 몽글 공원이었다.
 
할 말 있으니까 보자던 남자친구의 연락에,
 
 
할 말이 뭔데?”
 
 
한참을 가만히 있던 그에게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내게 사탕을 한아름 안겨주며
고백을 해왔던 네가,
 
 
우리, 그만만나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로
내게 이별을 고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까지, 만나왔잖아.”
 
 
착해 빠져가지고,
눈치는 더럽게도 없네.”
 
 
그는 혼잣말치고는
꽤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던
다정한 눈길이,
 
 
구질구질해서, 내가 싫다고!
돈 없어서 궁상맞게 데이트하는 것도 싫고,
일하다가 바로 나온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만나는 것도 싫어!”
 
 
서슬 퍼렇게 도끼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자,
우리의 사랑이 완벽하게
끝이 났음을 깨달았다.
 
 
너희 집 최근에 빚도 많이 졌다면서?”
 
 
내 아픔을 들쑤셔놓는 너의 말에
난 주먹만 세게 쥐어볼 뿐,
그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매달리지도 말라는 듯,
그는 내게 등을 보인 채 멀어져갔다.
 
그 말로 끝으로 우리는,
그렇게 남남이 되었다.
 
 
그래도 한때는 정말 사랑했었는데.
아니 난 아직도 널 좋아하는데.
잘 지내고 있니?
 
난 이래저래 힘들게 사는데.
 
 
괜스레 코끝이 찡해져,
눈을 뜨고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컵라면 뚜껑을 열어 라면을 뒤적거렸고,
다 익은걸 확인하자 나무젓가락을 뜯어
라면을 후루룩- 한입 빨아들였다.
 
 
사람을 참 비참하게 만들 듯,
라면은 꽤나 맛있었다.
 
예전에는 김치 없으면
라면도 안 먹었었는데.
 
옛 생각에
실없는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우리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엄청난 빚을 지게 되었다.
그때부터 난 대학교에 휴학신청서를 내고
밤낮없이 알바를 시작하며,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아버지의 빚을 갚는데 보태기 시작했다.
 
 
라면을 또 한입 빨아먹었다.
우걱우걱 씹으면서,
핸드폰에 날라 온 문자를 확인했다.
 
 
내일은 또 빚을 상환하는 날이었다.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같이.
벌써 3년이 지났지만 이 문자는,
매번 확인할 때 마다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꼭 내 어깨에 무게를 측정할 수 도 없는
엄청난 돌이 올려 진 기분이었다.
 
 
나무젓가락으로 라면을 돌돌 말아,
한입 물고 후루룩- 빨아들였다.
천천히 라면을 씹는데,
가슴속에서 울컥-하는 무언가가 치밀어 올라,
간신히 참아내고 있는 나를 울렸다.
흘러나온 눈물을 거칠게 벅벅- 닦았다.
그리고 내 방안을 한번 둘러보았다.
 
 
곰팡이가 자리 잡은 누런 벽지,
구석구석 쌓여있는 먼지덩어리,
베개에 지워지질 않을 눈물자국들.
 
 
눈 안에 가득 차오른 눈물이
기어이 눈 밖으로 떨어지자,
눈물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눈물이 억척스럽게 살아온
내 삶을 대변해 주듯이,
쉬지 않고 끊임없이.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한참을 소리 내면서 울었다.
그때 난 내가 짊어진 무게의
아픔과 고통을 힘겹게 쏟아냈었다.
 
더 이상 이렇게 힘들게 살기 싫다고,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만,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워갔다.
 
한없이 드는 부정적인 생각에,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우울증 약을 찾았다.
손에 털어낸 알약을 보자,
난 잠깐 생각에 잠겼다.
 
 
이 알약을 먹고 나면,
몇 시간 잠을 자다가
새벽엔 우유배달을 하겠지?
그리고 또 출근을 하겠지?
또 저녁엔 새벽까지
야간 알바를 하고 있겠지?
 
쳇바퀴 돌 듯,
쉬지도 못하고 일만 하다보면
내 삶은 끝이 나겠지?
 
눈앞에 훤히 그려지는 상황에,
손에 털어낸 알약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냥 죽어버릴까?
 
 
한번 스치듯 드는 생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난 무슨 생각이었는지
신발장위에 있는 노끈을 가져왔다.
그리고 의자를 밟고서,
커튼 봉 위에 끈을 고정시키고
올가미를 만들어냈다.
 
내 행동은 전혀 거침이 없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렇게 숨 막히게 살 바엔
그냥 죽는 게 나았다.
살아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일 바엔
그냥 죽는 게.
 
 
그리고 난 그 올가미 안에
내 목을 집어넣었다.
의자를 발로 밀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 엄청난 고통에,
난 허공에서 허우적거렸다.
 
 
그리고는.
 
 
 
 
*
 
 
 
 
내가 서 있는 이곳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칠흑과도 같은 어둠이었다.
 
 
, 내가 드디어 죽었구나.
 
 
문득 내가 잘한 선택일까-
생각이 들 때였다.
어디서인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천천히 몸을 돌렸다.
알 수 없는 공포가 온몸을 덮쳐왔다.
몸을 돌리자 칠흑 같은 어둠이 조금 물러간 듯,
누군가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구세요?”
 
 
천천히 어둠이 사라지자,
주변이 아주 환하지는 않았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의 얼굴이 보였다.
 
 
어떠한 표정도 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난 잔뜩 겁을 먹었다.
말랐지만 꽤 큰 키에 우월한 신체조건을 가진,
저 사람은 혹시신일까?
 
 

신은 재수 없게도 얼굴까지도 완벽했다.
걸치고 있는 옷과 서 있는 자세까지도.
그는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았다.
그래서 신이라고 불리는 걸까.
 

신은 아니야.”
 
 
내 생각을 읽은 것 마냥,
대답해 버리는 바람에
난 얼빠진 사람 마냥 얼어붙어있었다.
한동안 휩싸여있는 정적에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럼 뭐예요?”
 
 
? 난 아무것도 아니야.”
 
 
바람 빠진 웃음소리가 들렸는데,
쳐다보니 그는 입가에 조소만 띌 뿐이었다.
 
 

그냥 무().”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은 신이 아니라고 해도
나는 그를 신이라고 생각했다.
죽음 뒤에 있는 것은
신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신 앞에서 이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이번에 저 환생시켜 줄 때는,
부유한 가정에 좀 보내주세요.”
 
 
나를 고통의 늪에 밀어버린 당신에게
이정도의 요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환생?”
 
 
. 저 지금까지 참,
힘들게 살다가 왔거든요?”
 
 
당신이 만들어버린 내 불우한 환경에,
내가 결국 이런 선택을 했으니까.
 
 

환생 따위는 없어.
그냥 죽으면 끝이지.”
 
 
그의 한마디에,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끝이라고?
내가?
 
 
그는 내가 한 발짝 더 다가왔고
나와 눈을 마주치고,
 
 

넌 이제, 끝이라고.”
 
 
쐐기를 박듯
한 글자씩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내뱉었다.
 
육체적인 죽음에 이어 또 다시,
정신적인 사형선고에 난
고개를 아래로 힘없이 떨어트렸다.
 
 
허무하지?”
 
 
아직 못 해본 게 많은데.
하고 싶었던 것도 많은데.
 
 
그냥 너무 힘든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인생은 원래 이렇게 허무한 거였나?
 
 
그럼 전, 이제
어떻게 되나요?”
 
 

어떻게 되긴.
그냥 소멸되는 거지.”
 
 
너무나도 단호한 그의 말에
난 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게 아니었는데,
이러려고 그런 행동을 했던 게
아니었는데.
 
알 수 없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그것마저도 이미 때 늦은 후회였다.
 
 
또 내 눈에서는 눈물이 새어나왔다.
하아.
 
이놈의 눈물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마르질 않는구나.
 
 
가만 보아하니, 넌 유서 같은 것도
작성을 안 한 것 같던데?
이대로 사라져도 괜찮겠어?”
 
 
그의 말에 우리 가족들의 얼굴이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까지도.
 
그들의 모습과 함께한
아름다웠던 추억이 떠오르자,
난 울음소리가 먼저 터져 나왔다.
눈물은 더 많은 줄기를 만들어내며
흘러내려왔다.
 
 
죄송한데요,
이대로 가는 것도 억울한데,
가족한테 한마디만 하게 해주면
안돼요?”
 
 

이 얼빠진 인간아,
그런 게 마음대로 된다면
죽음이라는 게 왜 있겠어.”
 
 
피도 눈물도 없는 그의 행동에,
난 무릎을 꿇고 손을 빌며 말을 했다.
 
 
유서 이야기는 그쪽이 먼저 꺼내셨잖아요.
그니까 이렇게 부탁할게요. ?”
 
 
그는 곤란한 듯,
자신의 관자놀이 부근을 긁적거렸다.
한참을 생각을 하던 그는,
 
 

그래, 한번 해봐.
네가 말한 대로 유서 한 장쯤은
남겨주지!”
 
 
인심을 쓰듯 말을 꺼냈다.
 
 
이게 내가 그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라는 생각에,
 
 
엄마, 아빠, 그리고 xx.”
 
 
호칭과 동생 이름만 불렀을 뿐인데,
또 다시 멈추지 않고 울음이 터져 나왔다.
 
왜 이제 와서
그들이 절실히 보고 싶은지.
 
나 혼자만 살겠다고,
그 늪에서 벗어나보겠다고,
이런 행동을 한 내 자신이
참으로 한심해보였다.
 
 
미안해, 정말. 정말 미안해.
나 많이 힘들었어.
가족들 품 떠나서,
타지에서 악착같이 돈을 버는 것이.
그렇다고 아빠를 탓하는 건 절대 아니야.
흐흡, !
 
엄마도, 아빠도, xx도 지금 나처럼
힘들게 살아가면서, 돈 벌어서
힘들게 빚 갚아 나가고 있을 텐데.
흡흐흑!
 
나 혼자 살겠다고
이런 결정을 해버려서 정말 미안해.
흐흡, !
 
살아있을 때 전화 한번이라도 하면서,
우리 힘내자고- 격려하고 위로해줄걸.
이렇게 말 한마디만 남겨놓고 떠나려니까
나 너무 후회된다.”
 
 
내가 짊어졌던 짐의 무게를
남은 가족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긴 것 같아서,
그게 너무 미안했다.
 
내 목숨을 하찮게 여긴 게,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께
너무나 죄송해졌다.
 
 
내 엄마여서 고마웠고,
내 아빠여서 고마웠어.
그리고 xx도 내 동생이라서 고마웠어.
 
못난 딸, 못난 누나를 부디 용서해줘.
다들 너무 미안해,
그리고사랑해!”
 
 
가족들과 쌓아온 여러 가지의 추억들이,
ㅇㅇㅇ라는 불리던 내 이름도,
모두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씁쓸함이 나를 휘감아버렸다.
 
 
다 전했어?”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끄덕였다.
 
말을 내뱉어도 가슴 한편에 남아있는
알 수 없는 울렁거림에,
마음이 아리듯 너무 아파왔다.
 
 
이제 진짜 끝이구나,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아까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후회해?”
 
 
.
내가 왜 그랬을까 싶어요.”
 
 
이런 선택을 한 내 스스로도
지금 너무나 후회가 되었다.
 
 

내가 뭐 하나만 말해줄게.
잘 들어봐!”
 
 
그는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가장 빛나는 순간은 오지 않았다.
가장 뜨거운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아직 오지 않은 것은 너무도 많다.”
 
 
아직 내게 오지 않은 순간들은
그렇게 많을 텐데.
그걸 이제 와서 깨닫다니,
난 너무도 늦어버렸다.
 
 
주르륵-
후회의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다.
 
 
원래 이러면 안 되는 건데.”
 
 
그는 조금 난감해하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이 구슬 보이지?”
 
 
손바닥 위에 올려 진 큰 구슬을
내게 보이며 물어오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삼키면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어.
어때- 돌아갈래?”
 
 
그의 말에 난,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돌아갈 수 만 있다면,
한 번의 기회만 더 주어진다면,
열심히 살 자신이 있었다.
 
 
감사합니다!
저 정말 열심히 살게요!”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려 진 구슬을
조심히 집어 들었다.
 
들고 보니 구슬 크기가 제법 컸지만,
난 생각할 틈도 없이
그 구슬을 꿀꺽- 삼켜버렸다.
 
더디게 식도로 내려가는 구슬이,
꼭 내 기도를 막아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여전히 노끈에 내 목은 묶여있었고,
방바닥에 널브러지듯 누운 채,
난 간신히 고른 숨을 내쉬고 있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이제 막 동이 트는 새벽 무렵인 걸 알리듯,
작은 창문 사이로 한줄기 햇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떠오르는 해처럼,
난 다시 내 인생을 되찾았다.
내 환경은 어느 것 하나 변하게 없지만,
이렇게 숨을 쉬며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했다.
 
 
불과 몇 시간 전의 삶과
다를 바가 없는 지금이지만,
내 세상은 전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져 있었다.
 
잠깐의 그 시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눈을 바꾸어주었다.
 
 
 
그는 누구였을까?
정말 신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말대로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을까?
 
 
아무렴 어때,
내가 이렇게 살아있다는 것에
집중해야지.
 
 
나를 깨우는 알람소리를 금세 꺼버렸고,
씻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 다시 힘내보자, ㅇㅇ!”
 
 
 
 
*
 
 
 
그녀는 과연 알까요?
 
 
미치도록 죽고 싶다.’란 이야기는 사실,
미치도록 살고 싶어요.’와 같은 말이라는 것을.
 
 
 
그는 정말 누구였을까?
정말 신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말대로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내 안에서 새어나온 나의 간절한 목소리였을까.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
 
2017.06.18 일요일이
제가 상상력풀가동에 작가로 데뷔한지
100일째 되는 날이랍니다!
(독자님들 같이 축하해주세요!
- 조금 오글거리는…ㅠㅠ)
그동안 독자님들께서 댓글로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던 것 같아요.
많이 부족한 작가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잠깐 글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독자님들께서 잔잔한 감동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람에,
100일 자축 겸 글을 써들고 왔네요.
사실 주제가 조금 무거워서, 잘 표현됐는지 모르겠네요.
(소설은 소설일 뿐이니, 오해하시지마시고요^^)
 
 
사실 소설 속에서 이라고 표현된 사람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 하는 ㅇㅇ의 마음속에,
(버티며 살고 싶어 하는, ㅇㅇ의 또 다른 마음)
또 다른 (마음의)목소리를 의인화한 것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삶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깨닫고 느끼는 걸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미 커튼 봉에 연결된 노끈으로
목을 매고 허우적거릴 때,
약한 커튼 봉이 부러져
ㅇㅇ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기절을 하죠.
죽음이란 상황에서 삶에 대한 의미를 깨닫고
무의식중에서 깨어난 것입니다.)
 
 
쓰면서도 늘 부족하다고 느끼네요.
부족하지만 예쁘게 봐주세요!
 
BGM‘MOT’서울은 흐림입니다.
그리고 수혁의 이야기 중에서
 
아직 가장 빛나는 순간은 오지 않았다.’
 
이 문구는 마포대교의 생명의 다리에
써져있는 문구와 같은 내용입니다.
자살예방을 위해 위로하는 문구라고 하네요.
 
이만 작가의 주저리를 마칩니다!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댓글 남겨주시는 독자님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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