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04 [번외] (by. 몽글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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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假面) 번외
 
 
 
장마전선이 남하하는 중이라는
일기예보의 말이 맞는지,
어제보다는 빗줄기가 꽤 약해지고 있었다.
먹구름이 잔뜩 껴있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봤다.
 
 

- 장마나 끝나면 좋을 텐데.”
 
 
생각만 한다는 것이
입 밖으로 새어나온 걸 자각하자,
난 푸시시- 웃음이
입술사이로 새어나왔다.
 
 
딱히 난 비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다만 장마가 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은,
순전히 비를 싫어함을 넘어
공포를 느끼는 ㅇㅇ
걱정하는 차원에서 했던 생각이었다.
 
 
핸드폰을 들어서 꺼져있는 화면을 켜본다고
전원버튼을 눌러봤다.
 
잠잠한 핸드폰에,
괜히 기운이 쑥- 빠져나갔다.
괜스레 서운한 마음에
입술을 삐쭉- 내밀어 보였다.
 
어제 ㅇㅇ에게 전화를 걸어도
핸드폰이 꺼져있어서, 문자를 남겼는데.
어째 아직까지 답장 한통이 없었다.
 
오늘 학교에서 만나면,
뭐라고 한마디 해야지-란 마음을 먹고,
집 밖을 나서서 우산을 펼치고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몽글 대학교.
 
 
강의실 근처에 다다르자,
웅성거리는 애들 목소리 사이로
정수정 목소리가 제일 크게 들렸다.
뭐 보나마나 지금
변백현이랑 싸우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또 그러면 그 둘을 ㅇㅇ가 말리고 있겠지?
 
늘 상 있는 일이라,
아주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상황이 그려지고 있었다.
난 내 발걸음을 더욱 재촉해서
빠르게 강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 왔다!”
 
 
애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내 목소리에 정수정이 울상을 지으며
내게 말을 꺼냈다.
 
 

찬열아, 얘한테 뭐라고 좀 해줘!”
 
 

뭐를?”
 
 

아니 오늘 남아서
연기연습 마저 하자고 하니까, 안된대.
자기 빨리 집으로 가야된다고.
저번에도 연습 때 빠져놓고는.”
 
 
엄마한테 고자질 하는 아이처럼
방금 있었던 일을 쉬지 않고 말을 꺼냈다.
 
난 정수정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변백현을 쳐다봤다.
 
 

집에 급한 일 있어?
우리 5일 뒤면 교수님 앞에서
연기해야 되는데.”
 
 

, 끝나면 바로가야 돼.
어차피,”
 
 
변백현이 말을 이어가고 있는데,
때마침 문사이로 교수님이 들어왔다.
난 재빨리 주변에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전공서적을 꺼내고 있었다.
 
교수님은 들어오자마자,
자연스럽게 출석을 부르고 있는데,
 
 
정수정.”
 
 
!”
 
 
변백현.”
 
 
.”
 
 
박찬열.”
 
 
!”
 
 
ㅇㅇㅇ.”
 
 
ㅇㅇ의 대답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뒤로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얘는 아직까지 안 온 거야?
 
 
ㅇㅇㅇ!”
 
 
한 번 더 확인하듯 부르는 교수님의 목소리에,
오히려 조금 전보다 더한 정적이 내려앉을 뿐이었다.
 
 
웬만해서는 지각할 애가 아닌데.
오늘 비가 와서, 교통이 좀 막히나보다.
또 오면 쉬지 않고 쫑알거리겠네.
 
 
잠시 뒤면 쫑알거릴 너의 모습을 상상하니,
푸시시- 바람 빠진 웃음만 새어나왔다.
 
 
 
.
.
.
 
 
 
강의를 집중하면서 듣고 있는데,
벌써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는지,
잠시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난 애들이 앉아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
 
 

ㅇㅇ, 얘는 왜 아직까지 안와?”
 
 
걱정스러운 질문을 내던졌다.
그때 정수정은 귀에 붙였던
자신의 핸드폰을 떼어내며,
 
 

ㅇㅇ, 전화도 꺼져있네.
무슨 일 있나?”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아직도?
어제부터 전화기가 꺼져있던데.”
 
 
 
어제부터?”
 
 
내 이야기에 정수정 표정이
점점 심각하게 변해가고 있었고,
 

어제 전화했었냐?”
 
 
변백현의 표정은 미간이 잔뜩 구겨져 있었다.
 
 

할 말이 있어서,
잠깐 전화했었거든.”
 
 
내말에 변백현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해버렸다.
난 그걸 본 순간 아차- 싶었다.
 
뻔히 두 사람이 썸을 타고 있다는 걸,
잠깐 잊고 있었다.
 
조금 어색해진 공기가 무겁게 느껴질 찰나에,
때마침 교수님이 다시 강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난 다시 내 자리에 앉으면서,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변백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으니까.
 
 
강의를 듣는 중간 중간마다,
강의실 문을 한 번씩 힐끔힐끔- 쳐다봤다.
빨리 ㅇㅇ 네가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
.
.
 
 
 
결국 그날 강의가 끝날 때까지,
ㅇㅇ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난 가방과 물건을 챙겨서 일어났다.
자연스레 애들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 변백현!
너 진짜 오늘 그냥 갈 거야?”
 
 

내가 아까,
바쁘다고 했지!”
 
 
변백현은 애써 치솟아 오르는
짜증을 꾹- 누르려는지,
말을 하다말고 중간에 한 템포를 살짝 쉬었다.
그리고 다시 차분하게
말을 꺼내 마무리를 지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ㅇㅇ 걱정도 안 되냐?
어떻게 친구라는 애가 단 한번이라도
걱정하는 표정을 안 짓냐?”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나보다.
평소 같으면 ㅇㅇ 이야기로 시작해
ㅇㅇ 이야기로 끝내는 놈이,
오늘은 그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 하루 결석한 거 가지고
엄청 호들갑 떨어대네.
걱정을 해주면 결석한 사실이
없던 일이라도 되냐?”
 
 
말투나 행동이나
평상시에 네가 보여주었던 것과
확연히 달랐다.
 
 

ㅇㅇ랑 싸웠냐?”
 
 

내가 너한테 그런 거까지
말해야겠냐?”
 
 
변백현은 우리들의 말이 귀찮은 듯,
짜증이 섞인 대답을 끝으로
가방을 챙겨들었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서 있던 내 어깨를 밀치고 가는 너였다.
 
 

쟤는 또 뭐가 저렇게 배알이 꼴려서 저런대?
하여간 전부터 재수 없더라!”
 

오늘은 그냥 가자.
변백현이 오늘 뭐라고 했던 거,
너무 신경 쓰지 마!
내일이면 또 기분이 달라져있겠지, .
변백현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게
어디 한두 번이냐?”
 
 
정수정 어깨를 두어 번 가볍게 치고,
나도 가방을 챙겨서 강의실을 벗어났다.
 
BGM : 전수연 - 나를 기억해줄래요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
쉬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펼치고 거침없이 ㅇㅇ네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혹시나 가는 길에 한 번 더 전화를 걸었지만,
꺼져있다는 소리만 내게 돌아올 뿐이었다.
 
 
 
결국 처음 정했던 목적처럼
ㅇㅇ네 집 앞까지 찾아와,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렀다.
 
 
ㅇㅇ?”
 
 
ㅇㅇ 어머니의 목소리와 동시에,
아주 빠르게 문이 열렸다.
 
 
, 찬열이구나.”
 
 
많이 수척해진 ㅇㅇ 어머니의 얼굴을 보자,
뭔가 불길한 느낌이
내안에서 불쑥- 치밀어 올라왔다.
 

, 안녕하세요. 어머니.
, ㅇㅇ가 오늘 학교를 안와서요.
핸드폰도 꺼져있고,
그래서.”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피곤이 담겨있는 눈에서
눈물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당황한 난,
 
 
, 어머니.”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ㅇㅇ가 어제 집에 안 들어왔어,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던 애인데.
흐흡. ㅇㅇ 아빠가 하루만 더 기다려봤다
안 들어오면, ,
그때 경찰에 신고하자고 하더라.
얘가 비도 오는데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어머니의 울음사이로
간간히 새어나오는 한숨소리에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ㅇㅇ가 집에 들어오면
연락 준다는 ㅇㅇ어머니의 말씀에,
힘이 빠질 대로 빠진 난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ㅇㅇ, 도대체 어디있는거니.
나 걱정돼서, 미치겠다.
 
 
 
.
.
.
 
 
 
어둠속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찬열아, 나 좀 살려줘!”
 
 
울부짖는 소리에 그쪽으로 가보자,
내가 너를 처음 봤던 그때처럼.
넌 바닥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너무 놀란 난 네게 황급히 다가가
너를 끌어안았다.
 
눈이 감기려는 네게,
 
 
ㅇㅇ, 괜찮아? ?
정신차려봐!”
 
 
난 다그치듯이
정신을 차리라고 소리쳤다.
 
 
찬열아,
나 좀 구해줘.”
 
 
간신히 말을 이어가는 네 모습에
난 애가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ㅇㅇ 너는, 너의 손을 힘겹게 들어 올려
내 볼을 한번 쓰다듬었다.
희미하게 웃던 네가, 곧 웃음이 사라지며
들었던 팔이 힘없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ㅇㅇ? …ㅇㅇ!
눈 떠봐! ?”
 
 
너무 놀란 나는 손을 덜덜 떨며,
ㅇㅇ의 어깨를 흔들어보았지만,
감긴 너의 눈은 떠지질 않았다.
품에 안겨있던 너의 체온이 식어갈수록,
내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만 흘러내렸다.
 
 
흐흡, . ㅇㅇ.
으읍, 흑흑.”
 
 
너를 애타게 불러봤지만,
돌아오는 건 무겁고 아픈 침묵뿐이었다.
 
 
단 한 번도 말하지 못했다,
너에 대한 내 감정을,
 
친구란 이름 뒤에 숨어,
친구 이상으로 느낀 내 마음을.
섣부르게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우정이라고 치부하기엔 커져버린 내 마음을.
 
 
죽음만큼 목 놓아 울었다.
가슴에서 아려오는 느낌을
내가 감당하기에는 참 버겁다고 느꼈다.
 
 
 
*
 
 
 
소리 내어 울다가 번쩍- 눈이 떠졌고,
내방의 천장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눈가 끝에 걸려있는 눈물을
벅벅- 닦아버렸다.
 
여전히 창밖의 세계에서는
비가 끊이지 않고 내렸다.
 
 
왜 이 빗소리가 꼭
너의 울음소리처럼 들리는지.
 
 
그 뒤로 결국 난 한숨도 자지 못하고
긴 시간을, 오직 네 생각만으로 채워갔었다.
 
 
결국 뜬눈으로 새벽을 지새우고,
그날도 어김없이 강의를 들으러 학교로 향했다.
약해졌던 빗줄기가 또 거세지고 있었다.
 
 
투둑투툭-,
 
 
빗방울이 떨어지는 속도만큼,
우산을 때리는 소리가
예민해진 내 신경을 건드렸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난,
멍하니- 물웅덩이를 쳐다봤다.
왜 그 물웅덩이 한가운데 너의 얼굴이 그려지는 걸까.
그곳에는 수많은 빗방울이 떨어지며,
원형의 파원을 쉬지 않고 만들어냈다.
너의 얼굴이 물결에 따라
이리저리 휘어지며,
얼굴이 쉬지 않고 구겨지고 있었다.
 
 
더 이상 차마 보지 못하고
난 눈을 감아버렸다.
 
후회가 되었다.
그때 ㅇㅇ 너를 그렇게 보내는 게 아닌데.
 
 

- ㅇㅇ, 먼저 가야겠다!
나 오늘 동아리에서 잠깐,
모이라고해서.”
 
 
괜찮아!
동아리 모임 잘하고!”
 

오늘부터 장마시작이라는데,
아직 비 안 오니까 혼자가도 괜찮지?”
 
 
내가 애도 아니고,
걱정 말라고!”
 
 
박찬열! 빨리 와,
선배들 와 계신대!”
 
 
어어, 간다!
ㅇㅇ, 나 그럼 가본다?


대신 이따 연락할게!”
 
 
알았어, 얼른 가봐!
나도 간다.”
 
 
이틀 전날,
내가 ㅇㅇ 너를 집으로 데려다줬다면,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았겠지?
 
내가 그때 데려다줬어야 했는데.
끊임없는 후회의 눈물이,
감고 있는 눈 사이를
세차게 비집고 나왔다.
 
 
 
혹시나 했지만,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1학기 기말이 끝나가도록
너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
.
.
 
 
 
주르르륵-, 갑자기 소낙비가 내렸다.
습관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다,
비가 흩뿌려지는 모습을 한참을 말없이 쳐다봤다.
 
 
ㅇㅇ,
잘 지내고 있니?
 
도대체 얼마나 더 있어야
우리 곁에 올 거야.
 
 
난 비가 오는 날이면,
어디 있는지 모를 너의 안부를 묻는 게
내 버릇이 됐다.
 

제발 건강하게만 돌아와 줘,
그때까지 잊지 않고 기다릴게.
 
 
 

* * *
 
 
아마 지쳐 쓰러지듯
잠이 들었던 것 같다.
 
 
흐음.”
 
 
눈을 떠보니, 흐릿한 형체가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무거운 눈꺼풀을 있는 힘껏 올려보니,
 
 
아악!”
 
 
백현이가 내 앞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소름끼칠 정도로 씨익- 웃으며,


이제야 일어났네?”
 
 
나와 눈을 마주치며
말을 꺼냈다.
 
 

ㅇㅇ 네가 왜 이렇게 예쁜지 알았다!
잠꾸러기라서 그렇구나?”
 
 
가까이 다가와,
내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는다.
정수리부터 머리카락 끝 쪽으로
천천히 쓸어내리는 너의 손길에,
머리카락이 쭈뼛- 서버리는 기분이다.
등에는 오소소- 소름이 돋아났다.
 
 
, 내가 뭐, 뭘 잘못했니?
너한테?”
 
 
이미 공포에 눈가가 젖어들었고,
목소리는 한없이 떨리고 있었다.
 
 

잘못이라니.
네가 너무 탐나서 그랬어,
뺏길까봐!”
 
 
여전히 웃음을 얼굴에 띠우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 여, 여기 가둬서
뭘 어쩌려고.”
 

안 해쳐, 걱정 마!
내가 지켜준다고 그랬잖아,
여기는 안전하다고.”
 
 
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나왔다.
내 눈물을 본 그가,
 

울지 마!
예쁜 얼굴 그러다 상할라.”
 
 
길쭉한 엄지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그의 살결에 내 피부에 닿자,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내빼었다.
 
내 행동에 기분이 상했는지,
웃음을 띠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너무 그렇게 경계하지 마,
나 서운하게.”
 
 
서운함이 가득담긴 말투로
말을 꺼내는 그였다.
 
 
밥은 탁자에 올려놓았어.
오늘만 혼자 먹어.”
 
 
턱 끝으로 넓은 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말을 마친 그는,
저벅저벅- 걸어서 문밖으로 나갔다.
 
철컥-
 
열쇠로 문을 잠그고서
그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져갔다.
 
 
인기척 없는 공간에,
나 홀로 있는 것 자체가 무서웠다.
너무 고요한 적막감에 공포의 무게가 얹어지자,
너무나도 무서웠다.
 
 
살려고 허공에다 허우적거리며,
끊임없이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이제는 제법 익숙한 듯,
옆에 놓여 진 스탠드 등을 켰다.
작은 전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방안에 물건들이 서서히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창문이 없는 탓에
며칠이 흘러갔는지 모르겠고,
시계가 없는 탓에
시간이 몇 시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슬슬 배가 고파진걸 보니,
그가 올 때가 다 되었구나-라고
어렴풋이 느낄 뿐이었다.
 
 
침대위에 앉아서,
눈만 깜박이며 얼마나 있었을까.
 
열쇠를 돌리는 소리가
내 귓가에 유난이 크게 들리는 탓에,
시선을 문 쪽에 고정을 한 채,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문을 열고 도시락 통을 들고 온
그의 모습이 보이자,
 
 
왔어?”
 
 
난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자연스레 넓은 탁자위에 도시락 통을 풀며,
 

배고프지?
나랑 얼른 먹자!”
 
 
내게 너스레를 떨어보였다.
그리고는 늘 그랬듯이
수저와 젓가락을 챙겨 내게 먼저 내밀었다.
 
 
맛있게 먹어!”
 
 
난 그에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밥을 입에 넣고 나서야,
백현이는 수저를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오늘 국이 너무 맛있다!”
 
 
이것도 먹어봐!
신선한 야채로 만들었다더라!”
 
 
밥을 푼 수저 위에
반찬을 올려주는 그였다.
 
난 수저 위에 올려 진 밥과 반찬을
야무지게 한입에 집어넣고 씹자,
 
 

예쁘게,
밥도 잘 먹네!”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그였다.
난 또 그의 손길이 따스하고 좋아,
 
 
백현아, 너도 먹어봐.
너무 맛있어!”
 
 
그의 밥그릇 위에도
내가 먹었던 반찬을 올려주었다.
그러더니 입술을 삐쭉- 내밀고
투정을 부리듯 말을 한다.
 
 
나한테 먹여줘, -.”
 
 
그는 눈을 감고 입을 벌려,
내가 먹여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밥을 달라고 재촉하는 아기 새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너의 모습이
제법 귀여워 보였다.
 
나도 모르게 새어나온 웃음소리에
백현이는 한쪽 눈을 뜨고 나를 보더니,
 
 
? 얼른 먹여줘!”
 
 
얼른 한 숟갈 달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내가 그의 수저로 밥을 떠서
반찬을 올린 뒤 입안에 넣어주자,
입술을 앙- 다물고 오물거리며 밥을 씹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콧소리를 내며,
 
 

ㅇㅇ가 먹여주니까,
더 맛있어!”
 
 
엄지를 치켜들고 제법 맛있게 먹었다.
입가에 자리 잡은 그의 미소에
지금 기분이 꽤 좋아보였다.
그의 웃음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아,
입술을 예쁘게 말아 올렸다.
 
 
또 줄까?”
 
 
, !
이번에는 장조림 올려줘.”
 
 
여전히 아기 새처럼 입을 벌리고,
내가 음식을 넣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앳되어 보이는 그의 얼굴에
이렇게 귀여운 행동까지 하니,
사랑스럽다-라는 생각이
잠깐 스치듯 지나갔다.
 
 

이번에도 맛있다.
ㅇㅇ 네가 먹여주니까,
진짜 더 맛있어!”
 
 
아까와 다르게
이번에는 눈까지 예쁘게 휘어 접고
나를 보면서 씨익- 웃더니,
이내 다시 오물거리며 밥을 먹고 있었다.
 
 
밥을 다 먹고,
쇼핑백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어 보여줬다.
 
 
이번에 책 장르는
로맨스랑 추리소설!”
 
 
- 표지 봐. 완전 끌린다!
역시 백현이 넌 내 취향을 너무 잘 알아!
고마워, 잘 읽을게!”
 
 
센스있게 책을 잘 골라온 그에게
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내가 다 읽은 책 세권을 그에게 건넸고,
그가 내게 건네는 책 두 권을 받아들었다.
책 뒷면에 쓰여 진 짧은 글을 읽어보고 있는데,
그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ㅇㅇ, 엄마보고 싶지 않아?”
 
 
조심스럽게 내게 물어왔다 .
난 그의 말에 시선을 내려 깔고,
 
 
조금.
근데 여기에 너랑 있는 게 더 좋아!”
 
 
조금 망설이듯 말을 꺼냈다.
 
 
진짜야!
나 계속여기에 있고 싶어.”
 
 
뭔가 불안함에
내 의사를 확실하게 밝혔다.
 
 
최근 들어 그가 부쩍- 그런 말이나
행동의 횟수가 늘었다고 느꼈다.
 
꼭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관심이 덜하다고 느꼈다.
 
그냥 예전처럼 나를 보고 싶다고
수시로 들어왔으면 좋겠고,
바람 쐬고 싶다고 해도
밖은 위험하다고 안 된다며
내 걱정을 해줬으면 좋겠고,
나랑 둘이 있고 싶다며
핸드폰을 최대한 숨겼으면 좋겠다.
 
 
백현아, 사랑해!”
 
 
난 꼭 사랑을 받으려는
어린아이처럼,
 

나도 여전히 사랑해!”
 
 
그에게 더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는 내게 팔을 벌려 안아주려는 행동을 취하자,
난 자연스럽게 그의 품에 안겼다.
 
 
날 사랑하는 만큼 세게 안아줘!”
 
 
내가 툴툴대듯 이야기를 하자,
나를 감싸 안은 손에 힘이 들어가 있음을 느끼자,
점차 서운함도 스르륵- 풀려나간다.
 
 
네가 나를 안아준 지금처럼,
영원히 너의 품에서
나를 놓지 않기를 바래본다.
 
 
 
ㅇㅇ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가면이 씌워져 있었다.
 
 
 
스톡홀름증후군
자신보다 더 큰 힘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공감하거나
연민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현상.
 
 
, 범죄자와 사랑에 빠지는 증후군.
 
 
그녀는 그 가면을 쓰고,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

독자님들 반가워요!
글은 잘 읽으셨나요?^^;;
아 중간에 넣은
첫 번째 BGM,
전수연나를 기억해줄래요입니다.
두 번째 BGM,
‘MOT’재와 연기의 노래입니다.
번외 이야기를 하셔서 쓰긴 했는데,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하네요!
 
흔하게 일어나지는 않지만,
실제로 저런 증후군이 있다고 하네요!
 
이로써 가면은 진짜 끝이 났네요!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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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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