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운명의 로또 [단편] 2/2 (by. 별유)

급한 운명의 로또 [단편] 2/2
by. 별유
 
 
 
1년 후
 
 
 

 
 
자 여러분, 집중해주세요
 

넷 밖에 없는데 무슨 집중씩이나..”
 
험한 소리 듣기 싫으면 다물어라
 
어우, 창욱 씨! 이래도 얘가 좋아요?”
 
 

 
대답대신 씩 웃어 보이니
고갤 절레절레 흔드는 예원 씨.
 
당연한 거 묻지 말고
 

무슨 얘긴데 그래요.
어디 들어나 봅시다!”
 
내 옆에 앉아 있던 광수 형이
활짝 웃으며 나와 ㅇㅇ이를 번갈아 쳐다봤다.
 
별 건 아니고요,
저희가 이제 만난 지 일 년이 됐잖아요?
그래서 감사의 의미로...”
 
선물은 없니?”
 
무슨 선물
 

아니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은인이잖아.
안 그래요 광수 씨?”
 
? ..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아 형,”
 
그래서!!!!! 당연히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오오
 
진짜로?”
 
ㅇㅇ이가 왠지 이런 반응 나올 것 같다길래
준비했지. 근데 역시,”
 
내 말이 맞지?”
 
 
새초롬한 표정을 짓는 ㅇㅇ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또 헤벌레 웃었다.
 

어유 입 찢어지겠네, 찢어지겠어
 
자자, 일단 선물을 드리기 전에
공식적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려고 해요.”
 
그래야지
 
만약에 내 베프 예원이가
나 말고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라면,
그리고 광수 씨가 출장을 가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역사는 이뤄지지 않았겠죠?”
 
왜요. 나랑 잘 됐을 수도 있지
 
뭐라는 거야 이 형이 지금
 

미쳤어?”
 
얀마, 장난이야
 
할 소리가 따로 있지
 

야 정색하지마. 무섭다고
 
히히. 어찌됐든 여러분의 그 결정적인 선택 덕분에
저희가 만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그렇긴 하지.
사실 예진이한테도 고마워해야 돼.
걔가 그날 여행 안 갔어봐, ? 어떻게 됐겠어
 
예진이한테도 선물 사줄 테니까 작작 해라
 
아 인성이 형한테도 인사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 형 아니었음 소개팅 주선도 못 받았을 텐데
 
맞아! 인성 선배 아니었음
소개팅은 시작도 못했지!!”
 
그 형은 내가 알아서 할게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한 ㅇㅇ이를 보며 대답했다.
그러자 내게 살짝 속삭이는 ㅇㅇ.
 
우리 정말 인연인가 봐
 
?”
 
그것도 완전 진한 인연
 

. 맞아
 
내가 봤을 땐, 확률적으로도 두 사람은
거의 로또에 가까운 것 같아. 안 그래요?”
 
맞아요. 서프라이즈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우연이라 해도 너무 우연이야. 비현실적인 우연
 
에효. 내가 나갈 걸
 
그때 썸이나 잘 타지 그랬냐
 
야 말도 하지 마라. 그 유부남 새끼
 
“유부남?"
 
. 유부남이 사기치고 얘 꼬셨었거든요.
자식도 있는 사람이
 

근데 그걸 몰랐다고요?”
 
너무 완벽하게 속였던 거죠.
얘가 속았던 것도 있고
 

아 또 열 받아!!!!”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지?”
 
총각 행세를 엄청 잘 했어요.
저도 한 번 봤었는데 생긴 건 또 얼마나 잘생겼던지,”
 
언제
 
?”
 

언제. 언제 봤는데
 
그 당시에
 
그 당시 언제
 
그때.......”
 
“.......”
 
이것 봐라?
 
자기 만나기 전에
 
아닐 텐데?”
 
“.......”
 
“.......”
 
그때 한창 창욱 씨 만나고 다닐, !!!!!!”
 
갑자기 꽥 하고 소릴 지르는 예원 씨.
발을 부여잡는 걸 보니 ㅇㅇ이가 밟은 듯했다.
 

아 아파 기집애야!!!!!”
 
괜찮으세요?”
 
하하하하. 하하하
 
유부썸남을 만났다고?”
 
내 썸남 아니고 얘 썸남
 
그래도 남자는 남잔데
 
그렇지. 남자였지
 
“.......”
 
아오 아파!”
 
딱 한 번 본 거야.
내 베프한테 얼마나 잘 해주나 궁금해서..”
 

그래. 야 다 지난 얘긴데 이제 와서 이러냐?”
 
이제 와서 말하니까 그러지.
그 때 말했음 화 안 냈지.
아마도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던 ㅇㅇ이가
손가락으로 내 손등을 슥슥 문지르며 말했다.
 
미안
 

“.......”
 
진짜 미안. 근데,”
 
“.......”
 
사실 내가 그 새끼 머리털 다 뽑아놨거든
 
?”
 
?”
 
그치 예원아
 
나 발등 멍 들면 니가 치료비 내라. ?”
 
 
....... 맞아요. 얘가 그 새끼 머리털 뽑고
쪼인트 까고 급소를 확,”
 
?”
 

찼었죠. 아주 세게
 
진짜?”
 
. 너무 열 받더라고.
유부남이 사기친 것도 짜증나는데
옆에서 질질 짜는 얘도 짜증나고...”
 
억울해서 울었지. 억울해서
 
그래서 제가 그 사람 끝날 시간에 맞춰서
회사 앞에 갔다가
거기서 확! 일을 저질렀죠
 

... ㅇㅇ....... 대단하시다....”
 
칭찬이죠? 감사합니다
 
.........”
 


그 얘기는 또 왜 이제야 해
 
그냥, 우리 둘만의 비밀이었으니까
 
아무리 비밀이라도 그렇지.
위험한 거 몰라?”
 
안 위험해.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그 새끼가 너 찾아오면 어쩌려고 그랬어
 
그 때는,”
 
“.......”
 
경찰에 신고해야지. 히히
 
히히- 웃음이 나와?
이게 얼마나 큰일인데 지금 웃음이 나오냐고
이 여자야.
 


내가 겁 없이 아무한테나 달려들지 말라고 했지
 
그럼 친구가 돼서 가만히 있어?”
 
차라리 나한테 말을 하던가
 
자기가 끼어들 건 아니지!!”
 
자기 일인데 왜
 
내 친구 일이야
 
어찌됐든 자기 일도 돼 버렸잖아
 
그래도!!!!”
 
저기... 여러분?”
 
다 지난 일 갖고 왜 이래요 둘 다
 

불안하니까 그러죠
 
뭐가
 
다칠까봐.”
 
“.......”
 
위험해질까봐 불안해서 그러지.
성격 잘 아니까,
급한 것도 알고 겁 없는 것도 알고
그래서 네가 항상 손해 보는 것도 아니까
 
“.......”
 
그래도,”
 
너무 걱정돼서 그래요.
예원 씨도 알 거 아니에요.
골목길에서 담배 피우는 고등학생들한테도
겁 없이 달려드는 거
 

, ㅇㅇ씨 그건 진짜 위험한 건데
 
그럼 그냥 놔둬?”
 
나는 놔두지
 
저도..”
 
“.......”
 

그러니까 나를 부르라고.
내 옆에서 그렇게 하라고
 
나는 ㅇㅇ이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도움 받기 싫어하는,
특히 여자라서, 여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여러 제약들을
없애고 싶어 하는 그런 성격들을 말이다.
 
그래서 ㅇㅇ이는 남들에게 있어
여자치곤거칠어 보였고
여자치곤강해 보였으며
여자치곤너무 당당해 보였다.
 
정작 당사자는 그런 거 신경도 안 썼지만.
 
“.......”
 
아마도 ㅇㅇ이는
내 말의 의미를 파악하곤
퍽 기분이 상했을 것이었다.
 
표정만 봐도 알지.
내 몸은 내가 지켜.’
이 생각뿐이겠지 너는
 
“...알았어
 
“.......”
 
잘못했어 내가
 
풀 죽은 얼굴로 날 쳐다보는 ㅇㅇ.
아아, 또 마음 약해진다 지창욱
 
화내지마
 
화 안 내
 
우리 오늘 기념일인 거 알지
 
당연하지
 
그러니까 화내지마
 

화 안 났어 바보야
 
으유 내 팔자야.
어디서 저런 귀여운 여자를 만나가지고.
 
결국 내 손으로 직접
ㅇㅇ이 머리를 부비적거리고 말았다.
 

방금 이거 싸운 거예요?”
 
아니?”
 
싸운 거 같은데
 
아닌데요
 
싸웠다기보단 약간의 말다툼?”
 
저희는 말다툼 같은 거 안 하는데
 
방금 했잖아
 

사랑한단 얘길 돌려서 한 거예요
 
“.......”
 
“.......”
 
그치 ㅇㅇ
 
 
하하, 더 했다간 두 사람한테 맞겠다
 
 
 
.
.
.
 
 
 
근데 둘이 처음 만난 날 있잖아요.
그 때 창욱이가 바로 고백해버렸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상상이 안 가서요.
어떻게 고백했어요?
얘 완전 숫기 없어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을 게 뻔한데
 
, 저기 형
 
이 사람이요?”
 
 

형 그게 아니고...”
 
저한테 고백을요?”
 
 
ㅇㅇ, 자기야
 
아 씨, 까먹고 있었는데 큰일 났네.
 
사실 예전에 형이 어떻게 된 거냐고 묻길래
내가 그냥 고백해버렸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혹시라도 ㅇㅇ이가 민망해 할까봐.
 
미리 ㅇㅇ이한테 말해놨어야 했는데...
 
이 사람이 그래요?
자기가 먼저 고백했다고?”
 
. 첫눈에 반해서 바로 말해버렸다고...”
 
? 내가 알기론 ㅇㅇ이가 먼저 고백했는데?”
 
 
아 망했다
 
아니 형, 사실은..”
 
맞아요. 이 사람이 먼저 고백했어요
 
? 야 아니잖아!”
 
진짜요?”
 
“.......”
 
. 저 고백 받았어요. 첫날부터
 
당황스러운 얼굴로 ㅇㅇ이를 쳐다보자
씨익 웃으며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이 남자 성격이,
어린 아이들이나 어르신들 아니면
남들 잘 안 도와주거든요.”
 
칭찬이야?”
 

맞아요. 이 자식이 쫌 그런 면이 있어
 
근데 제가 가방 떨어트렸을 때
엄청 빨리 주워주더라고요.
소개팅 상대인지도 몰랐는데
 

“.......그게 고백이야?”
 
어디서요?”
 
엘리베이터에서요.
서류도 정리해주고 가방도 주워주고...
그게 첫 번째 고백이었던 거죠
 
뭔가 이상한데
 
근데 얘 성격상 신기하긴 하네요.
알고지낸지 꽤 됐는데
그런 건 한 번도 못 봤었거든요.
이 자식 술 마신 여자 데리고
경찰서 간 놈이에요
 
??”
 
대학 때 얘 좋아하던 짱 이쁜 누나가 있었거든요?
그 누나가 원래 알아주던 주당이었는데
얘 앞에서는 완전 취한 척을 한 거예요.
자기 집에 가서 2차 하자고 막 안기는데
얘가 갑자기 딱 택시를 타더니
경찰서로 가주세요.’ 이러더라고요.
진짜 웃겨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오와....... 대박
 
진짜 그랬어?”
 

엉겨 붙길래 짜증나서
 
그리고 뭐, 여자 후배들이
짐 나르면서 무겁다고 징징대도
눈길 한 번 안 주고.
이런 건 기본이었어요 아주
 
그건 좀, 성격이...”
 
다들 싸가지 없다고 생각하긴 했었는데,
진짜 도움이 필요한 애들한텐
엄청 도와주는 거 보고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급하게 알바 자리 필요한 애들한테
자기 과외 알바 토스하고..
어떤 선배가 후배 성추행 하는 거 보고
나서서 싸우기도 하고.”
 
우와
 
... 내가 아직 자기에 대해 모르는 게 많네
 
다 지난 일이야
 
야 그럼 너 도와준 게 고백이 맞긴 한가 보다.
넌 딱히 뭐 한 것도 없는데 갑자기 그런 거잖아
 
그치?”
 
 
사실 제일 당황했던 건 나였다.
ㅇㅇ이를 도와주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데
순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싶었다.
 
아는 사람도 아니고
도와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나도 모르게 손을 뻗은 걸까.
그것도 엄청 빠른 속도로
 
아직도 그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몇 가지 얘기해보자면,
 
일단 가방을 들고 있는 ㅇㅇ이 팔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봤고
그게 되게 피곤해 보였다는 것.
 
진동이 울리자 가방을 귀에 대는 모습이
꽤 신기했다는 것.
 
그리고 그 가방이 정말 무거웠다는 것.
 
그 정도였다.
 
 
그리고요?”
 
저랑 헤어지기 싫어했어요.
그날 해야 될 일도 있었는데
 
무슨 일?”
 
원래 남은 업무가 있었거든.
아마 8시 쯤 들어갔어야 됐을 걸?”
 
? 어떻게 알았어?”
 
엘리베이터 타기 전에 통화했었잖아.
기억하고 있었지
 
그래서 자꾸 걱정했던 거구나?”
 
 
야 진짜야?”
 
. 김 상무가 갑자기 일 시키길래
8시 쯤 다시 회사 가려고 했었지.”
 
. 김 상무? 그 꼰대?”
 
근데 안 갔어. 안 가겠다고 전화도 했고
 
그럼 중간에 통화하러 갔던 게...”
 

. 그날은 일 때려치우고 너 계속 보려고
 
히히..”
 

.. 김 상무 지시를 쌩깠다고? 미쳤네
 
엄청 별론가 보네요. 그 분
 
엄청 쪼잔한 인간이거든요.
야 그럼 회식 때마다
자기 무시한 후배 얘기했던 게 너였어?”
 
.
 
대박
 
그 일 때문에 혼났어 자기?”
 
아니
 
혼나진 않는데 미워하긴 하죠. 그 인간이
 
진짜? 지금도?”
 
내가 일 더 잘 해서 괜찮아
 

그건 맞아요.
얘가 우리 팀에서 일 제일 잘해
 
아무리 그래도...”
 
별 거 아니야.
퇴근 시간 넘어서 일 시키는 게
정상도 아니고
 
신경 쓰여 그 사람
 
신경쓰지마. 라고 말하며
ㅇㅇ이 볼을 살짝 쓰다듬었다.
 
그래도 계속 찌푸리고 있는 게 마음에 걸려서
, 이마에 입을 맞추니
그제서야 살짝 웃는다.
 
 
아 그리고, 결정적인 고백은 이거였어요
 
뭔데
 
나보고 예쁘다고 했어
 
- 지창욱!!!!”
 
내 어깨를 툭 치며 껄껄 웃는 형.
머릴 긁적이며 머쓱거리자
ㅇㅇ이도 따라 웃기 시작했다.
 
이건 완전 고백이네. 했네 고백
 
제 눈을 빤히 보면서 말하는데
저 정말 심장 터지는 줄 알았어요
 

얼굴 보면서 말했다고? 아 오그라드는데??!!”
 
말로만 들으면 그럴 것 같은데
직접 보면 달라.”
 

... 너 아주, 선수였구나?”
 

선수는 무슨
 
어디가 그렇게 예뻤는데?”
 
맞아. 10년을 봐도 모르겠던데
 
하하. 그냥... 딱 봐도 예쁘던데요, 저는
 
나 꽤 예쁜가봐 예원아
 
우웩
 
눈도 예쁘고, 코도 예쁘고, 입술도 예쁘고
 

그냥 다 예뻤다고 하세요
 

. 다 예뻤어요
 
으으!!!!!!!”
 
그래. 그러려니 할게
 
흐흐흐
 
근데 진짜 소름이 다 돋네.
얘 평소에 완전 무뚝뚝한 거 아시죠
 
 
... 무섭다 무서워.
사랑에 빠지면 다 이렇게 되는 거냐?”
 
그러니까 형도 빨리 사랑 해
 

사랑은 뭐 나 혼자 하냐? 상대가 있어야 하지
 
! 그럼 얜 어때요?
얘도 요즘 외로워하는데
 
야 갑자기 뭔 소리야
 
맞잖아! 너 연애 하고 싶다며
 
그렇긴 한데..”
 
갑자기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두 사람.
예원 씨는 연신 부채질을 했고
광수 형은 빨개진 귀를 손으로 가렸다.
 
큭큭
 
재밌네
 
그러게
 
 
 
.
.
.
 
 
 
, 운전 조심히 하고!”
 
그래 연락할게.
ㅇㅇ씨 오늘 고마웠어요.
선물도 잘 받을게요!”
 
! 우리 예원이 좀 잘 데려다 주세요!”
 
 
기집애야, 선물 이상한 거면 바로 전화한다!!”
 
알았으니까 꼭 집에 가서 풀어. 알겠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우리.
형과 예원 씨의 미묘한 분위기를 감지한 ㅇㅇ이는
굳이 형 차에 예원 씨를 태웠고,
 
창욱 씨 나중에 또 봐요!!”
 
. 들어가세요!”
 
그렇게 우린 공식적인
1주년 기념 파티를 마쳤다.
 
 
자기야
 
 
우리 쫌 걷자
 
그래
 
지금 몇 시야?”
 
“9시 반
 
벌써?”
 
. 우리 세 시간이나 밥 먹었어
 
대박
 
또 아무 생각 없이 도로 쪽에 서있는 ㅇㅇ이를
안으로 잡아 당겼다.
자리를 바꿔 서자 피식 웃으며
팔짱을 끼는 너
 
자기야
 
 
우리 처음 만난 날 있잖아
 
 
그날 내가 고백 안 했음... 어쩌려고 했어?”
 
?”
 
 
나도 고백 하려고 했는데?”
 
언제
 
집 앞에서
 
?”
 

대리 불러서 자기 차타고
집까지 데려다 주려고 했지.”
 
.......”
 
그리고 집 앞에서 번호 물어보고
약속도 잡고 그러려고 했는데.
자기가 먼저 선수쳐버렸잖아
 
그랬구나
 

. 이제 좀 후회 돼?”
 
아니?”
 
그럼
 
그냥. 좋아서
 
ㅇㅇ이가 입술을 살짝 깨문 채 웃었다.
나는 또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품에 꼭 안았고,
ㅇㅇ이는 기다렸다는 듯 내 허리에 팔을 둘렀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
 
“.......”
 
“.......”
 
“.......”
 
그래서 말인데,”
 
?”
 
나 할 말 있어
 
무슨 말인데?”
 
갑자기 할 말이 있다길래
품에서 살짝 떼어내 얼굴을 들여다봤다.
 
“.......”
 


? 뭔데 ㅇㅇ
 
.......”
 
. 심각한 거야?”
 
“...
 
뭐지? 왜 심각한 거지?
내가 뭐 잘못했나?
아닌데. 그럴 리가 없는데.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ㅇㅇ이 얼굴을 쳐다봤다.
하지만 ㅇㅇ이는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나 봐봐
 
내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ㅇㅇ아 나 봐
 
“.......”
 
무슨 일이야. 괜찮으니까 말 해
 
자기야 우리,”
 
“.......”
 
“.......”
 
“.......”
 
결혼하자
 
“.......”
 
심각하게 말하는 거야.
나 자기랑 결혼하고 싶어
 
 

 
 
.......
.......
잠시 상황 판단을 위해
고갤 돌려 허공을 쳐다봤다.
 
그리고 찬바람이 한 번 훑고 지나갈 때 쯤
다시 ㅇㅇ이를 봤다.
 
자기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을 수도 있어.
근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결혼 처음 해보는 거고
그래서 뭔지도 잘 모르겠고,
싸우진 않을까 이혼까지 가면 어쩌지,
이런 별별 생각 다 든다고.
근데, 그래도 나는
 
“.......”
 
매일 자기 품에서 눈 뜨고 싶어.
자기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어.
마냥 좋진 않을지라도
혹시 우리가 싸우더라도
그래도.......
자기 품에서 울고 싶어.”
 
“.......”
 
그러면 안 될까?
내가 지금보다 더 잘 할게.
잔소리도 줄이고 짜증도 안 내고
 
더듬거리며 간신히 말을 뱉던 ㅇㅇ이가
내 얼굴을 보곤 꾹 입을 다물었다.
아무 반응이 없는 날 보고 당황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내,
 
거절할 수 있는 기회야.
지금 딱 한 번만 줄 테니까
잘 생각하고 대답해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
 
“.......”
 

그래도 괜찮겠어?”
 
“.......”
 
?”
 
“.......”
 
원래대로라면 잔뜩 흥분한 얼굴로
아니!!!! 혹은 진짜 거절하게??? 라며
소릴 질렀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말도 제대로 안 나오는 듯했다.
 

ㅇㅇ
 
“........”
 
나는,”
 
내 말을 채 듣기도 전에 눈을 질끈 감은 ㅇㅇ
 
처음부터 준비하고 있었는데.”
 
“.......”
 
그런 ㅇㅇ이를 보며 재킷 안주머니에서
케이스를 꺼냈다.
 

이거랑
 
간신히 눈을 뜬 ㅇㅇ이는
울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었고,
 

이것도
 
나머지 손을 심장에 가져다 대는 날 보곤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으어어어엉
 

울지마. ? 왜 울어
 
놀랐잖아!!!!!!!!!!!!!!!”
 
“.......”
 
나 까이는 줄 알고 진짜
세상 무너지는 거 같아서
... ......”
 
내가 언제 너 까는 거 봤어?”
 
ㅇㅇ이를 따라 쭈그리고 앉아
반지 케이스를 눈앞에 슥 내밀었다.
 

평생 안 까. 나야말로 껌딱지처럼 붙어 살 거야.
각오해
 
....... 흐엉.......”
 
하여튼 성격 참 급해.
좀만 기다렸으면
되게 괜찮은 프러포즈 받을 수 있었는데
 
“...진짜?”
 

그래 바보야.
안 그래도 오늘 하려고 했었다고.”
 

진짜다.
집 앞에서 하려고
차 트렁크에 풍선도 다 실어놓고
케이크도 준비해놓고
꽃도 준비해놓고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해놨는데
 
결국 또 이렇게
너에게 당해버렸다.
 

이게 뭐야 길바닥에서, 사람들 다 보는데
 
결국 또 길바닥에서.
 
“....처음에도 그랬잖아
 
처음 그날처럼.
 
그러니까. 이상하게 우리 역사는 다
길바닥에서 이뤄지네
 
... 그러게
 
웃기는. 으유.......
 
이놈의 강남은 변한 것도 없었다.
왠지 지나가는 사람들도
1년 전 그 때 그 사람들 같고,
가로등도 그렇고, 날씨도 그렇고.
 
결국, 하는 수 없이 나는
쭈그리고 앉아있던 상태에서
한 쪽 무릎을 굽힌 채 말했다.
 
ㅇㅇ
 
?”
 
나랑 결혼해줘
 
 
푸흐...”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너.
재빨리 반지를 빼내 커플링을 끼고 있던
네 번째 손가락에 또 끼고야 만다.
 
!!”
 
껴줄 시간도 안 주냐
 
알잖아. 나 성격 급한 거
 
알지 그럼. 너무 잘 알지
 
아 이쁘다. 어쩜 이렇게 이쁜 걸로 샀어?”
 
맘에 들어?”
 
당연하지. 누가 주는 건데
 
다행이네
 
울 땐 언제고 또 헤벌레 웃는 ㅇㅇ.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일으켜 세운 뒤 품에 안으며 말했다.
 

변함없이 사랑할게
 
. 나 자기 믿어
 
그래야지
 
자기도 나 믿어야 돼. 알지?”
 
나는 원래 너만 믿어
 
히히
 
.......
 
사랑한다 ㅇㅇㅇ
 
나도 사랑해 여보
 
크흐흫... 아 그 급한 성격 참,”
 
싫어?”
 

너무 좋아.
너무 귀여워서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어
 
그냥 잘 데리고 살면 돼
 
그럴게. 그러자 여보
 
 
 
 
 
*
 
 
 
 
 

? 결혼을 한다고?”
 
 
갑자기?”
 

갑자기 아닌데
 
너 나한테 결혼하고 싶단 말도 안 했었잖아
 
형한테 꼭 얘길 해야 되는 거였나?”
 

이 자식이
 
어제 프러포즈 할 생각이었고,
잘 했고, 잘 됐어
 
언제. 나 가고 나서?”
 
 
.. 어떻게 귀띔도 안 해주냐.
치사하다 진짜. 배신자 새끼야
 
형 입이 워낙 가볍잖아.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야 내가 그런 것까지 말하는 그런 놈은 아니거든?”
 
형 저번에 민우 여친이랑 헤어진 것도
동네방네 다 떠들고 다녔잖아
 
“.......”
 
영희 임신한 것도 소문내고 다니고
 
그건 경사잖아 인마
 
병원 가기 전까진 말하지 말라고 그랬었거든?
그 새를 못 참고 입 턴 게 누군데
 
뭘 털어? 야 너 말이 좀 심하다?”
 
아무튼 나 곧 결혼하니까 그런 줄 알라고
 
개자식. 형보다 먼저 장가를 가다니
 


안 갈 수가 있어야지.
빨리 데리고 살고 싶어서
 

어우 됐어 인마
 
씨익 웃으며 커피를 입에 대는 창욱.
맞은편에 앉아있던 광수가
갑자기 앞으로 당겨 앉자
살짝 몸을 뒤로 기댄다.
 
야 지창욱
 
 

프러포즈는 어떻게 했냐?”
 
?”
 
어떻게 했냐고.
막 촛불 몇 천 개 켜놓은 거 아냐?
아니면 노래 불렀어? ?”
 
“.......”
 
설마
 
설마 뭐
 
이벤트 한답시고 배우들 써서
연극 같은 거 했냐?”
 
ㅇㅇ이 그런 거 싫어해
 
아 그럼!!!”
 
나는,”
 
 

“.......길바닥에서
 
길바닥에서? 어떻게
 
반지를
 
반지를
 
줬어
 
줬어?”
 
 
?”
 
 
“.......”
 
“.......”
 
장난치지 말고
 

진짜야
 
“.......”
 
“.......”
 

이 자식 이거, 너 연극 한 거 맞지?
그래서 쪽팔려서 이러는 거지?”
 
“.......”
 
야 인마,
시대가 어느 시댄데 그런 이벤트를 하냐?
요즘 여자들은 그냥 조용히
둘만의 시간 보내는 걸 더 선호한다고
 
나도 알아
 
에라이 등신. 그래서 ㅇㅇ씨가 뭐래.
좋았대?”
 
ㅇㅇ이가 뭐라고 했냐면
 
 

매일 내 품에서 눈 뜨고 싶대.
내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대.
마냥 좋진 않더라도, 혹시 싸우더라도
내 품에서 울고 싶대
 
“.......”
 
 
“.......”
 


ㅇㅇ이 너무 좋아. 어떡하지?”
 

!!!! 결혼 해 새끼야!!!!!
해서 천년만년 행복하게 살아!!!!
죽어서도 둘이 커플티 입고 떠돌아다니라고!!!
결혼해!!!!! !!!!!!!!!!!!!!
 
.......
 
고마워 형
 
하아, .......
미친놈 진짜 싫어... .......”
 
, 형 예원 씨랑은 어떻게 됐어?”
 
몰라 새끼야
 
? 잘 됐어?”
 
꺼져!!!!!!!!!!!”
 
 
.
.
.
 

.
.
.

※만든이 : 별유님 
 
 
 
+여러분께+
여러분 염치없지만 9월에 만나요
.......
ㅜㅜㅜㅜㅜㅜㅜㅜㅜ
 

글쓰기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