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be [단편] (by. HEART)

<작가가 독자님들에게>

안녕하세요 HEART입니다!
오늘도 새로운 단편으로 왔어요 흐흐
브금 틀어주세요!


BGM: 개코-화장 지웠어


지창욱
ㅇㅇㅇ

.
.
.



내가 너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 더라,
2주 전이었나 3주 전이었나
이젠 잘 기억도 나질 않네.


우리가 연애한 지난 5년 동안 말야,
매일 너를 보고 싶었어.
다시 만나기 전까지 며칠이나 걸리는지 늘 셌는데
일주일을 넘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


나는 아직 너를 사랑해.
너랑 있으면 즐겁고,
너와 함께 있으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너도 여전히 나를 많이 사랑하지,
늘 한결같이 애정표현도 해주고.
최대한 틈날 때마다 연락해주고
만날 수 있을 때마다 나만 만나려는 것도 알아


니가 잘못한 건 없어,
그냥 이 상황이 너무 지칠 뿐이야.


너는 니가 꿈꾸던 회사에 들어갔고,
나는 이제 너를 자주 못 볼 걸 알면서도
진심으로 너를 축하해줬어.
왜냐면, 너를 그래도 계속 사랑할 자신이 있었거든.


그런데 말야,
가끔 며칠 내도록 연락이 안 되고
한 달쯤 얼굴을 볼 수 없으니까
그냥 그 상황이 너무 지쳐


너를 안 사랑한다는 게 아냐,
니가 싫어졌단게 아니야.
그냥.. 이런 연애가 나는 힘들다.


머리로는 니 상황을 너무도 잘 이해하는데,
그런데 서운하고 섭섭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게 머리랑 마음이 따로 놀아서,

너는 상상조차도 못했겠지만
나는 그만 둬야 할까 여러 번 생각했어.




내사랑여보야


너한테서 전화가 왔네,
예전 같으면 신나서 바로 받았을 텐데
요즘은, 받기 전에 고민하곤 해
왜냐면.. 너와의 통화가 즐겁지가 않거든


우리 전화할 때 무슨 이야기로 늘 시작하는지 알아?
니가 얼마나 힘든지,
연락이 안 될 동안 니가 무슨 힘든 일을 했는지
그걸 토로하는 것으로 시작하지.


그리고 너는 나한테 물어,
너는 별일 없었냐고.


나도 힘든 일도 있었고,
즐거운 일도 있었어.
그런데 니가 그렇게 힘들게 살았다니,
내가 말을 할 수가 없더라.


너 힘들다고 징징대는데,
그거 달래줘놓고 내가 힘든 거 얘기하기도 그렇고


너 그렇게 힘들게 사는 거 뻔히 알면서
나는 이런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라고 얘기하는 것도 웃기잖아.


그래서 나는 요즘 늘 망설여,
니 전화가 오면
이걸 받을까, 아니면 말까




-여보 왜 이렇게 늦게 받았어

-미안


늘 내가 처음으로 듣는 너의 목소리는
잔뜩 지친 목소리지,
괜찮아 이젠 익숙해


-나 오늘도 야근해야 돼
일이 엄청 많더라고 오늘..
새벽 2시는 되어야 집 갈 것 같아..

-그렇구나..


오늘도 같은 레파토리,
니가 가끔 우울한 이유는 야근이지
너희 회사는 일이 너무 많다며 늘 투덜대곤 하지


-어제도 새벽 한 시 되어서 들어간 거 있지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너무 피곤하다..

-..


나는 할 말이 없다.
항상 같은 말이고, 항상 같은 상황이라
이젠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 지 모르겠어 창욱아


-ㅇㅇ아 무슨 일 있어?

-아니?

-목소리에 힘이 없어서.. 피곤해?


아니 피곤하지 않아,
그냥 너와의 통화가
이젠 지루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뿐이야




-조금?


이런 상황이 많이 반복되었으니까,
나는 이제 잘 알아
어떻게 대충 얼버무려야
우리가 말이 길어지지 않는지 말야


-아 그렇구나.. 잠 못잤어?

-아니 잘 잤어

-근데 왜 피곤해..

-그러게.. 그냥?

-오늘 얼른 자

-그럴게


그리고 잠깐의 침묵.
너한테 할 말이 없어, 미안해 창욱아
너랑 나누고 싶은 얘기가 없어
그래도, 내가 아무 말도 안해도


-우리 이번에 신입 들어왔더라
불쌍해.. 저맘때 진짜 일 많은데

-아 진짜?


너는 금방 다시 니 이야기를 시작하니까.
너의 회사 일에 대해서는 너무 빠삭해,
니가 늘 그런 얘기만 하잖아.


니 회사얘기에 내가 시큰둥해서
너는 내가 회사 일에 관심이 없는 줄 아는데,
사실 그런 게 아니라
니가 맨날 그 얘기만 하니까
이젠 조금 질려 여보.




-처음 입사했을 때..
하루 종일 복사만 하고 스테이플러로 서류만 찍고
그런 단순노동만 하루 종일 해야하는데
지금 생각하도 진짜 끔찍하다

-..


할 말이 없다.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미안해


내가 너무 무기력해 보였나,
웬만하면 계속 니 얘기 할 텐데
지금은 정적이 좀 기네


-..여보는 나한테 해줄 얘기 없어?


뭐라 대답해야 할까,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가 며칠 만에 통화한 거니까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거든.


근데 그걸 너한테 얘기하는게
의미 있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어,
어차피 우리 이야기의 끝은 너의 회사 생활이고
니가 너무 힘들다는 거니까.


입사 하고 지금까지 3개월 내내 그랬는데,


-..그냥 맨날 똑같으니까

-..그래


그리고 다시 또 정적이네
오늘따라 내가 많이 이상한 가봐 너는
사실 나는 통화할 때마다 이랬던 게
이미 꽤 되었는데말야


-..ㅇㅇ아

-

-나 때문에 힘든 거 있어?

-아니?

-그래..


우리가 늘 똑같은데,
서운하고 말고 할 게 어딨어
만나지도 않고 가끔 연락만 하는 건데
싸울 일도 없고 말야




-아 여보 혹시
우리 만나는 거 한 주 늦출 수 있을까?
연수가 생겼더라고.. 그래서
다다음 주 주말은 안 될 것 같아

-..그래?


내가 약속 바꾸는 거 얼마나 싫어하는지
뻔히 알면서,


-.. 그게 연수가 빠지면 안 되는 거라..
내부 사정으로 날짜가 좀 급하게 나왔나봐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약속 취소하고 있어

-알았어


그렇구나..
어쩔 수 없지,
항상 너의 상황은 어쩔 수 없더라
니가 선택할 수가 없더라구,
그럼 나도 아무 것도 못하고
그냥 니 일정에 맞춰야지 뭐


일부러 시간 비워 놓으라고
한 달 전에 약속 잡은 건데,
그것 마저도 이렇게 밀리네
내가 이해해야지, 니가 바쁘니까


-..한 주 뒤에 시간 돼?

-3주 뒤잖아 맞지?
음 괜찮아

-미안..

-아니야


작은 약속이 있긴 한데,
어쩌겠어 날을 바꿔야지
늘 그래왔듯, 너는 나보다 바쁘니까




-회사 앞에 새로운 밥집이 생겼더라
김치찌개인데 되게 맛있더라구
다음에 여보랑 같이 와야겠다 싶었어
여보 김치찌개 좋아하잖아

-아 진짜?


다시 또 밝은 목소리로 니 얘기를 하네,
너답다. 늘 그래왔듯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내가 무슨 얘기를 하든
항상 시작과 끝은 니 회사 얘기.


-..할 말이 그게 다야?

-..?

-아니야..


니가 보기엔 내가 오늘
많이 이상한가 보다,
원래 이런 거 묻지 않았는데
오늘은 두 번이나 이런 얘기 하네


1분 째 정적이네,
나 이제 그만 끊고 싶은데
할 말도 없고 재미도 없고


근데 마땅한 핑계거리가 생각이 안 나서
고민하는 중이야,
뭐라 말하면 니가 상처 안 받게
우리가 빨리 전화를 끊을 수 있을까


-나 오늘 핫식스 두 개나 마셨어
어제 잠을 너무 못 자서 정신이 없더라
카페인 과다 섭취야 요즘

-..


아 이런,
타이밍을 놓쳐 버렸네
또 한참 니 얘기를 들어야겠구나




-요즘 진짜 자주 마셔
커피로 해결이 안 되가지구
핫식스를 마셔야 잠이 좀 깨더라..

-아이고..


나는 늘 영혼 없는 대답을 하지,
너도 느낄 지 모르겠다
근데 진짜 끊고 싶은데,


-..나 근데 곧 약속 있어서 나가야 해


거짓말이야.
사실 오늘 약속 없는데
이렇게 말하는 게 제일 낫지 않을까 싶어서.


-.. 알았어
이따 저녁에 통화할 시간이 있을 지 모르겠다

-


괜찮아, 늘 바쁘잖아
나는 항상 기다려


처음에는 너무 연락이 안 되어서 서운했는데,
저렇게 니가 말하면 나는 폰 꼭 잡고 기다렸는데
이젠 저렇게 말하면 니가 못 올 걸 아니까
들어도 한 귀로 흘려,


넌 모르지
연락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라고 하고,
니가 연락을 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거.


그럴 거면 차라리 그냥 깔끔하게
연락 못 할 것 같다고 해도 돼.




-시간 많이 빠듯해?
통화 더 못하나..

-.. 약속 시간 얼마 안 남아서

-알았어


어차피 할 얘기도 없으면서,
뭐가 아쉬운 걸까 너는


-사랑해 여보

-응 사랑해

-대답에 힘이 없어..


..그야 진심이 담기지 않은
껍데기에 불과한 말이니까 그렇지,


다시 할 말이 없네 나는
그냥 조용히 있을게,
그럼 니가 어떻게든 수습하겠지


-..?

-..아니야


너한테 말을 해야할까,
내가 너한테 꽤 지쳤다고


그런 말을 하면 너는 뭐라 대답할까
긴 대화를 나눠야겠지
..근데 그것도 나는 지친다
너랑 대화 나누는 거 자체가
나는 너무 힘이 빠져


-나 이제 끊을게

-알았어

-응 끊어

-


맘같아선 바로 끊고 싶은데,
그럼 너무 매정해 보일까 해서
3초를 기다렸다가 종료 버튼을 눌러




내가 참 사랑했던 너였는데 말야,
나는 이제 많이 지친다.


사귀는 동안엔 너랑 싸우는게
감정소모가 심해서 가끔 지쳤는데,


지금은 감정 소모가 하나도 없어서
난 많이 지친다 창욱아


너는 나를 많이 사랑하는 것 같아,
하지만 우리가 놓인 처지가
나는 꽤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아


나는 니가 우리를 위해
무슨 노력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
물론 니가 워낙 바쁘니 그럴 시간이 없겠지.


너 시간 잠깐 날 때
내가 너 보러 가고,
늘 폰 들고 있다가
너 연락 오면 바로 답장하고 그랬잖아


우리가 요즘 연락이 줄은 건
내 노력이 줄어서야, 미안해


너는 똑같이 연락하는데
내가 폰을 이제 무음으로 해 둬서
그래서, 내가 바로바로 연락 못 받는 거야
너는 내가 바쁜 줄 알지만 말야


소리로 해 놓았을 때도,
혹시 알람 못 들은건가
수십번을 폰 화면을 확인하고 그랬거든


근데 마음 놓고 무음으로 해놓고,
폰 엎어 놓고 사니까 너무 편하다


나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


아니, 아마 알고 있을 지도 몰라
우리는 여기까지란 걸


그리고 아마, 너도 느끼고 있을 것 같아
우리는 곧 끊어질 관계란 걸.


미안해, 니가 잘못한 건 없어
그런데 그냥 지칠 뿐이야
미안해

.
.
.

※만든이 : HEART님

<덧>

오늘도 짧은 단편을 들고 왔습니다!
늘 읽어주시는 독자 분들,
게시글 남겨주시는 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그러면 곧 다른 글로 찾아 올게요
이만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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