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길들이기 - 9 [완결] (by.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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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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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내 목을 서서히 조여 온다.
 

 

분명 주위엔 아무도 없는데
나를 해할만한 것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는데
어느 샌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보이지 않는 실체를 부여잡고
풀어내려 하지만
그것은 내 힘으로는
절대 풀어낼 수 없을 정도의
강한 힘이다.
 

 

마력을 쓰고 싶지만
왜 인지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천천히 몸에 힘이 빠져나간다.
 

 

이렇게 죽는 건가..
아직 아빠랑 오빠에게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는데..
 

인간계에서 나를 도와준
박찬열과
흑마력으로부터 나를 지켜 주려한
오세훈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했는데..
 

 

점점 힘이 빠지며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지려는 그때
누군가 나를 보며 슬프게 울고 있다.
 

 

흐릿하게 보이던 실체가
점점 가까워지며 선명해진다.
 

 


 

 

가까스로 그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일 때 쯤
잠에서 깨어난다.
 

 

손을 눈가로 가져간다.
느껴지는 물기가
울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벌써 며칠 째
똑같은 꿈이 반복된다.
 

 

이제는 꿈에서의 기억이
마치 실제 있었던 일인 것 같은
기분마저 들 정도이다.
 

 

눈물을 닦아내고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 밖을 본다.
 

 

아직은 푸르스름한 새벽이다.
 

 

미안해, 곧 만나러 올게..‘
 

 

문득 비집고 들어오는 기억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진다.
 

 

이건 또 뭐야?”
 

 

좀처럼 시원하게
떠오르지 않는 기억에
분노가 일 정도다.
 

 

도대체 이렇게 찔끔찔끔..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대답해줄 사람 하나 없는데
답답한 마음에 허공에 대고
물어본다.
 

 

역시나 내 스스로의 한숨 소리 뿐
들려오는 것은 없었다.
 

 

정답은 박찬열..
그의 기억 뿐 일까?
그 날의 기억을
되돌릴 방법은 없는 걸까?
 

 

혹여 그를 통해
그 날의 기억을 본다면
이 답답한 마음이
시원해 질 수 있을까?
 

아니, 그 보다..
버틸 수 있는 기억이기는 할는지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내가 이렇게 겁쟁이였던가?
 

 

 

 


말괄량이 길들이기
Part 9-1. 기억의 조각
 

 

 

 

내 생에 마법부 건물에
그것도 내 발로 직접
찾아오는 일이 생기다니
참 놀라울 일이 아닌가.
 

 

잠시 내 안에 머물렀던
흑마력 잔재가 있는 건 아닌지
검사를 받으러 오는 길이다.
 

 

마법부 건물 내에선
마력 사용이 극히 제한돼 있기에
근처에서 텔레포트를 열어
정문을 통과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사람들은 마치 못 볼 거라도 본 냥
시선을 던진다.
 

 

! !
내가 못 올 데라도 왔냐?
그래, 나도 뭐..
불미스러운 일로
올 법한 장소이기는 하다만
내 발로 직접 걸어오는 게
그렇게 이상해?
 

 

괜히 뭐라 하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주눅 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는 척
건물 내부를 둘러본다.
 

 

엘리베이터가 어디 있을까?
 

 

! ㅇㅇㅇ?”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세훈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누가 봐도 당황한 표정의
박찬열이 있었다.
 

 

어쩐 일이야?”
 

 

그는 세훈이 내게로 오는 동안
어정쩡한 포즈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 오늘 인터뷰 있는 날이야
 

 

당황하는 그를 보며
나 역시 당황해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벌써 그럴 때가 됐나?”
 

 

세훈은 내 대답에 답변을 하면서
그를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다.
 

 

근데, 너 거기서 뭐하냐?
오랜만에 만났는데 인사 안 해?“
 

 

세훈이 그에게 묻는 동안
그는 셀 수도 없이 눈을 깜박였다.
 

 


? ..”
 

 

그가 이토록 당황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던가?
잃어버린 기억을 제외 하고는
없는 것 같은데..
 

 

오랜만이네.”
 

 

내가 매몰차게 돌아선 이후로는
처음 보는 거니까
두 달여 만인 듯하다.
 

 

곤란하게 만든 원인 제공은
내게 있으니 먼저 인사를 한다.
 

 

“...
 

 

기억은.. 아직 여전하고?”
 

 

그렇지 뭐.”
 

 

그렇구나.
너무 오래 붙잡으면 안 되겠지?
엘리베이터 저쪽에 있어.”
 

 

. 고마워.”
 

 

가볍게 목례를 하고
세훈이 가리킨 방향을 향해
몸을 돌리려다 찬열을 본다.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담겨있는 듯 한 그의 눈동자는
아주 오랫동안
내게서 잊혀 지지 않았다.
 

 

.
.
 

 

간단한 검사를 마친 후
내 담당이라는 정보원과
인터뷰를 한다.
 

 

그 이후 몸에 다른 변화는
없으시다는 거죠?“
 

 

.”
 

 

그 날의 기억이 없다고 들었는데,
그 이후에 새롭게 기억이 났다던가
하는 것들은 있나요?“
 

 

그가 울던 기억을
이야기해야 할까 잠시 고민한다.
 

 

아니요. 전혀..”
 

 

하지만 얘기해 봤자
환영일지도 모를 기억이 아닌가..
 

 

정보원이라는 그가 Check 하고 있는
화면을 보다 뒤편에 보이는
파일명에 눈길이 간다.
 

 

ㅇㅇㅇ 흑마력 노출 보고서-박찬열
 

 

저게 뭐지..?
 

 

저기요.”
 

 

?”
 

 

저기 저 파일은 뭔가요?”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죠?”
 

 

여기 이 파일이요
 

 

손으로 가리키자
정보원이 내 눈치를 본다.
 

 

.. 이것은..”
 

 

보여주세요.”
 

 

죄송하지만, 이 파일은
외부 공개는 안 됩니다.”
 

 

왜죠?
나에 대한 건데
나도 볼 수 없는 건가요?”
 

 

. 저도 열 수 없는 거예요.
그리고 아마 마왕님께서도
보실 수 없는 파일이라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건 누가 열 수 있죠?”
 

 

작성자 외에는
열 수 없도록 돼있어요.”
 

 

아니 그러면 누구를 위한
보고서인거야?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보자
마른 침을 삼키는 그다.
 

 

혹여나 다시 흑마력이 발현되면
그때 열도록 돼 있어요.
그 전까지는 암호화 돼있어서
작성자 외에는 열 수 없습니다.“
 

 

작성자 외에는 볼 수 없다라..
 

 

그럼 그 작성자가 없으면요?”
 

 

?”
 

 

정말 한 움큼의 사심도 없이
궁금해서 묻는 질문에
화들짝 놀라며 되묻는다.
 

 

이걸 작성했던 사람이
불의에 사고를 당했거나 해서
지금은 없는 사람이라면
이 문서는 어떻게 되냐고 묻는 거예요.“
 

 

... 그건 왜..
물어보시는지...”
 

 

그냥 궁금해서요.”
 

 

-, 보통은 파기합니다.
 

작성자가 없으면 암호를
풀 수 없으니
필요가 없어지거든요.
 

하지만 이 자료가
희귀하거나
중요자료라고 판단된다면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암호를 해독하기도 해요.“
 

 

, 그러면 저걸 보기 위해선
박찬열이 절대 죽으면
안 되는 거구나.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자
알 수 없는 눈으로 나를 살핀다.
 

 

근데, 이 파일 볼 수 없는 건데
왜 가지고 있는 거죠?“
 

 

..하하. 궁금한 게
정말 많으시네요.“
 

 

.. 마법부에는 처음이라..”
 

 

말끝을 흐리자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었다는 듯
생경한 표정을 짓는다.
 

 

..러시구나.
오늘 인터뷰 내용도
여기에 저장을 해야 해서요.“
 

 

그가 휴대용 저장기인
작은 스틱을 가리키며 답을 한다.
 

 

이런 스틱에 보관하면
잃어버리기 쉽지 않나요?“
 

 

그러다 저 보고서가
없어지면 어쩌려고..
 

 

- 어차피 이건 백업용이에요.
어차피 마법부 건물
밖으로 가지고 나가면
내용도 지워져서
잃어버려도 괜찮아요.“
 

 

잃어버려도 괜찮다고?
.. 그렇군..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며
정보원과 인사를 나눈다.
 

 

오늘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고생은요.
멀지도 않은데..
정보원님이 고생 많으셨죠.“
 

 

아닙니다.
생각보다 친절히 응해주셔서
빨리 끝났어요.“
 

 

? 생각보다 친절히?
 

 

뭔가 말에 뼈가 있는 것 같아
생각을 하는데
후다닥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그럼 다음 인터뷰 때 봬요
 

 

..
 

 

말실수 한 걸 들켜서 그런 가
발이 엉켜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 하기까지하며
열심히 도망간다.
 

 

그 모습에 꼬숩다 생각하며
돌아가려는데
바닥에 떨어진 스틱이 보인다.
 

 

어라?
아까 정보원이 가지고 있던
스틱인데?
 

 

떨어진 스틱을 주워 들자
반짝이며 내 정보를 읽어 들인다.
 

 

ㅇㅇㅇ – 외부인
읽을 수 있는 문서 0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마법부 건물 구경 좀 하다가
애가 탈 때 쯤 돌려줘야겠다는
심산으로 일단 주머니에 넣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흥미를 잃으려고 할 쯤
문득 마법부 건물 어딘가에 있다는
오빠만의 아지트가 떠올랐다.
 

 

옥상 올라가는 길에
좋은 곳을 발견했어.
거기가 내 아지트야.“
 

 

건물 꼭대기 층에 도착해
찬찬히 벽을 살핀다.
 

 

그러다 벽과 벽 사이에
틈을 발견해 낸다.
 

 

~ 역시..”
 

 

벽에 손을 대자
Welcome 이라는 글자가 뜨더니
천막이 걷히듯 문이 열리고
 

 

딱딱한 분위기의
마법부 건물과는
사뭇 다른 공간이 나타났다.
 

 


 

 

일은 안하고 이런 곳에서
농땡이를 치고 있단 말이지
 

 

그곳은 오빠가 평소 즐겨하던
게임이랄지
좋아하는 책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잠시 쉴 수 있는
소파와 침대 역시 구비돼있었다.
 

 

소파에 몸을 구겨 넣자
오빠가 좋아하는 향기가 났다.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 건가?
갑자기 피곤이 몰려오는 듯하다.
 

 

집에 가야겠다 싶어
몸을 일으키려는데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인가?
히히-
놀래켜 줘야지.
 

 

재빠르게 소파 뒤로 가
몸을 숨기고 은닉술을 쓴다.
 

 

그래서, 스틱은 없대?”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오빠가 아닌
 

 

. 아무래도
누가 들고 간 모양이야
 

 

세훈과 찬열이었다.
 

 

뭐야,
오라는 오빠는 안 오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근데 너는 아까 그게 뭐냐?”
 

 

?”
 

 

아까 ㅇㅇ이 만났을 때..”
 

 

절대 일어설 수 없는
얘기를 나눈다.
 

 

뭐가~”
 

 

완전 티나게 안절부절-
왔다 갔다..“
 

 

뭐라는 거야?
무슨 티가 나?”
 

 

그냥 내 이름이 나왔을 뿐인데
심장이 콩닥 거린다.
 

 

그 왜-
인간들이 자주하는 말 중에
귀신을 속이라는 말이 있어.
 

너는 절대 나한테
숨길 수 있는 게 없다는 뜻이야
 

 

괜히 떠보지 마.”
 

 

. 알았어.
안 떠볼 게.
그런 거 안 해도
너가 ㅇㅇㅇ 좋아하는 거
벌써 알고 있으니까
 

 

두근거리던 심장이
마치 천근이라도 되는 냥
- 하고 내려앉는다.
 

 

박찬열이.. 나를?
..헤이- ..설마..
 

 

찬열은 세훈의 말에
대답이 없었다.
 

 

슬며시 고개를 들자
테이블을 주시할 뿐
입을 열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래. 아니겠지.
저러고 있는 거 보면..
오세훈이 되도 않는 말을 하니까
할 말이 없는 거야.
 

 

그러나 저러나
슬슬 다리 아파오는데..
이 둘은 언제 나가려나.
 

 

티가 많이 나?”
 

 

두 귀를 의심한다.
 

 

세훈은 그저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
 

 

한숨 쉬지 마라.
땅 꺼질라..“
 

 

너가 내 입장되면
한 숨 안 쉴 수 있겠냐?“
 

 

 

 

?”
 

 

한 숨 안 쉴 수 있다고.
나한테 못 꼬시는 마녀란
이 마계에 존재하지 않거든..“
 

 

- 잘났다. 잘났어.”
 

 

아니, 너도 그래.
너가 뭐가 꿀리냐?
외모 되지, 능력 되지..
가서 꼬셔~“
 

 

말 같이 쉬우면
나도 그렇게 하지.
 



 

너가 몰라서 그래.
아까 나 보는 눈빛 못 봤어?
심장까지 얼어붙는 줄 알았다.“
 

 

? 내가?
어떻게 봤길래?
그냥 조금 불편했을 뿐인데..
 

 

하긴..
걔가 우리를 좀 싫어했냐?
눈만 마주쳐도
죽일 듯이 봤었는데..
 

그래도 인간계 다녀오고 나서는
좀 괜찮아 졌다 싶은데..
왜 유독 너한테 그러지?
기억이 없어서 그런가?
 

아니 그래도 그렇지.
걔가 너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
 

 

“..........”
 

 

답변이 없자
슬쩍 찬열의 눈치를 보며
질문을 하는 세훈
 

 

근데 나는 궁금한 게..
 

걔가 도대체 어디가 좋아?
 

너가 좋아했던
청순한 스타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
엄청 예쁜 얼굴도 아니고
성격이 온순한 것도 아닌데..
 

이야- 말해놓고 나니깐
딱 니 이상형의 반대다.“
 

 

오세훈 너 진짜
팩트폭력 쩐다?
 

 

그건 그렇고..
찬열의 대답이 궁금하다.
 

뭐라고 말할까?
 

나는 칭찬할 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약간 까칠한 게
내 매력이라면 매력이 아닐까?
 

 

그건 너가 몰라서 하는 말이고..”
 

 

찬열의 대답은
내 예상과는 아주 많이 빗나갔다.
 

 

알고 보면 종석선배가
동생을 왜 그렇게 아끼는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사랑스러운 부분이 많아.
 

나도 잘 모를 때에는
그저 성격이 괴팍하고
철부지에 상당히 까칠한
마녀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랄까?“
 

 

그는 마치
기분 좋은 생각이라도 하는 듯
밝은 표정으로 말을 하고 있다.
 

 

그 표정은 꼭 언젠가
보았던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약한 자의 편에
설 줄 아는 용기도 있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리 분별 능력도 있고,
 

어떻게 보면 우리보다 더
어른스러운 면이 있는
좋은 사람이야.
 

그리고 지켜보고 있으면
얼마나 귀여운지
너는 모를걸?“
 

 

벌어진 입을
어떻게 다물어야 하는지
잊은 듯하던 표정의 세훈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혀를 쯧쯧-하고 찬다.
 

 

이거 아주 푹 빠졌구만..”
 

 

새우 눈처럼 가는 눈으로
찬열을 보더니
이내 안쓰러운 눈빛이다.
 

 

너한테 안 어울리게
무슨 짝 사랑이냐.
너 좋아하는 여자들이 알면
아주 기함을 할 일이야.“
 

 

뭐라냐?
누가 들으면
내가 바람둥이라도
되는 줄 알겠다.“
 

 

누가 그렇대?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숨기는 거 잘 못하는 박찬열이
짝사랑이라니..
 

그냥 고백해. 혹시 아냐?
쿨하게 받아줄지.“
 

 

긴 눈썹이 포물선을 그리며
그의 시선을 따라 움직인다.
 

 

고백.. 했었지.”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담백한 표정으로 뱉어낸다.
 

 

잠깐만..
뭐라고?
고백을 했었다고?“
 

 

세훈의 반응은
내 심정과 같은 듯 하다.
 

 

저 박찬열이..
나한테 고백을 했다고?
 

 

 

 

차인거야?
그래서 이러고 있는 거야?“
 

 

그의 입에서 대답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뭐야.. 그럼..
내가 받아줬다는 거?
 

 

대답은 못 들었어.
들을 수 없을 거라
생각은 했는데
기억을 못 할 줄은 몰랐네.
 

그런데 그런 건
아무 상관없는 것 같아.
 

그냥 무사히 돌아왔으니까
그걸로 된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휴- 나도 모르겠다.“
 

 

씁쓸한 웃음이 그에게 다녀간다.
 

 

... 김태형이 이놈..
또 사고 칠라고 자세 잡네.
그만 가자.“
 

 

그가 나간 문을 한참 바라본다.
 

 

그 어디에도 없었다.
아버지가 보여준 기억에는
그의 고백 같은 건..
 

 

그 고백을 들은 나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나는 인간 남자아이를
좋아했다고 들었는데..
 

미안했을까?
아니면 너무 싫었을까?
 

혹시..
나 역시 좋아했던 건 아닐까?
 

 

주머니에 넣어 둔 스틱을
만지작거린다.
 

 

여기에 있을까?
나의 마음..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울고 있는 네가 있다.
 

 

오지 마.
오면 죽여 버릴 거야.
 

알지? 나 한다면 해.“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다가가려는 나에게
떨리는 손을 펼쳐 앞으로 내민다.
 

 

의연하게 대처하고 싶지만
울고 있는 너를 그냥 두고 보기엔
마음이 너무 미어지는 탓인가
벌써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다.
 

 

떨고 있는 너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할까
짧은 순간에 고민한다.
 

 

하지만 머릿속 가득한
한마디만 튀어 나온다.
 

 

사랑해
 

 

겁에 질려 불안한 표정으로
울고 있던 너의 입가에
순간 미소가 지어진다.
 

 

그 미소를 마지막으로
너는 텔레포트에 몸을 던졌다.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인냥
선명하게 떠오르는 네 표정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오세훈 때문인가.
겨우 맘을 다 잡았는데
괜히 들쑤셔 놔서는..
 

 

하던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후배 하나가 곁으로 다가온다.
 

 

선배
 

 

 

 

퇴근 하고 추적팀 사람들하고
한잔하기로 했는데..
같이 가실래요?“
 

 

추적팀?”
 

 

. 지난 번 정보지원 고맙다고
한턱내겠다고 하네요.
 

선배를 콕 찝어서
오셨으면 좋겠다고..“
 

 

그럼 오세훈쪽은 아니네?”
 

 

큭큭,
 

 

그래. 갈게
 

 

! 장소 정해지는 대로
인폼 하겠습니다.“
 

 

뒤로 돌아 가려다
문득 생각나는 기억에
가려는 후배를 붙잡는다.
 

 

! 스틱은 찾았어?”
 

 

~ !!
ㅇㅇㅇ씨가 주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랬으면 진작 갖다 주지
한참 있다 주는 거 있죠?
- 진짜 어이가 없어서..“
 

 

ㅇㅇ이가 왔다갔어?
여기에?“
 

 

. 한 삼십분 쯤 전에 왔었는데..
못 보셨어요?“
 

 

..
 

 

하긴, 스틱만 바로 주고 가서
못 보셨을 수도 있겠네요.“
 

 

삼십분 쯤 전이라고?
그럼 그동안 어디서 뭘 한 거지?
 

 

설마 스틱을 열었을 리는 없고..
왜 가지고 있었던 거지?
 

 

그래 알았어.”
 

 

후배를 보내고
커피라도 한잔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무실을 나선다.
 

 

 

 

.
.
.
 

 

 

 

남들보다 조금 늦은 퇴근 후
건물 밖으로 나오니
서늘한 바람이 분다.
 

느껴지는 찬바람에 몸이 떨렸고
왠지 모를 긴장감이 드는 저녁이다.
 

 

후배 녀석이 말해 준 회식 장소로
급히 가려는데
누군가 나를 기다리듯 서있다.
 

 

ㅇㅇㅇ?”
 

 

퇴근이 늦네.”
 

 

여기서 뭐해?”
 

 

그냥.. 바람 쐬러 나왔는데
여기까지 왔네.“
 

 

바람을 쐬러 평소 올 일이 없는
마법부 건물까지 왔다라..
 

 

설마.. 나 만나려고 온 거야?”
 

 

그 언젠가
인간계에서 본 적 있는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표정으로 가만히 있는 바닥을
발끝으로 치고 있는
너를 보며 물었다.
 

 

-
, 겸사겸사?“
 

 

..”
 

 

그리 중요한 회식은 아니지만
불참은 일부러 그 자리를 마련한
추적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에
잠시 고민한다.
 

 

혹시 약속 있어?”
 

 

. 회식이 하나 있는데..”
 

 

.....
그럼 거기 가야지.
나는 나중에 다시 올게.“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가려는 팔을
급하게 잡는다.
 

 

아냐.
그렇게 중요한 회식도 아니고..“
 

 

이 기회가 사라지면
너와 마주할 일이
쉽게 올 것 같지 않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너는
그런 성격이기도 하고..
 

 

나도 그렇고 너 역시
술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지만
조용히 얘기할 장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평소 조용히
생각하고 싶을 때 찾는
(Bar)로 향했다.
 

 

마주보고 앉는 것 보다는
나란히 앉는 구조가
더 편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바텐더 앞에 자리를 잡는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늘 드시던 걸로 하시겠어요?“
 

 

깔끔하게 올림머리를 한
바텐더는 이 바의 오래된 직원이다.
 

 

외모가 훌륭하진 않지만
이것저것 귀찮게 묻지 않고
입이 무거운 편이었기에
그로 인한 단골이 꽤 많았다.
 

 

.”
 

 

처음 오신 손님은
뭐로 하시겠어요?“
 

 

바텐더 뒤에 있는 각종 주류와
정리된 잔을 감상하던 너는
그의 질문에 나를 물끄러미 보다
같은 걸로 주세요.” 라고 대답한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바텐더가
뒤로 도는 것을 보며
네게 묻는다.
 

 

내가 엄청 독한 거라도
마시면 어쩌려고 그래?“
 

 

에이- 술 못 마시는 거
다 알거든?“
 

 

?”
 

 

그리고 나 술 잘 마셔.
우리 가족 중에서
내가 주량이 제일 셀걸?“
 

 

..”
 

 

너의 새침한 표정에
헛웃음이 나온다.
 

 

주문하신 진 토닉
2잔 나왔습니다.”
 

 

투명한 글라스 안에 띄워진
라임을 흥미로운 눈으로 보던 너는
잔을 가져가 작게 한 모금 마시더니
 

 

-”
 

 

어떤 느낌인지 모를
감탄사를 뱉어낸다.
 

 

우리와 네 자리 정도 떨어진
의자에 손님이 앉는다.
바텐더가 인사를 하자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하던 그는
검지를 튕기며
 

커티삭 스트레이트로..”
 

마치 흥분을 삭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오늘 스트레스 받으시는 일
있으셨나 봐요.“
 

 

말해 뭐해.
일을 때려치우던가 해야지 원..“
 

 

바텐더와 손님의 대화를
엿듣던 너는
 

나중에 나도 저렇게 멋있게
주문해야지.“
 

역시 이해 못할 말을 한다.
 

 

?
도대체 어떤 부분이 멋있어?”
 

 

도무지 멋이라고는
눈에 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도 없는 중년인데..
 

 

커티삭 스트레이트로
 

 

그와 똑같이 검지를 튕기며
따라하는 네 모습에
또 다시 어이없는 웃음이 터진다.
 

 

별게 다 멋있다.”
 

 

그런가..”
 

 

입을 삐죽이며
눈썹을 들어 올리던 너는
머쓱해 하며
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아 맞다.”
 

 

한 모금 마시다 말고
뭔가 생각난 듯
가방 안에서 뭔가 꺼내
내게 건넨다.
 

 

.. 이건..”
 

 

스틱이었다.
 

 

아까 돌려준 거 아니었어?”
 

 

나 복제술
엄청 잘하거든?
똑같이 복제했어.“
 

 

너의 말에 화들짝 놀란다.
 

 

? 복제를 했다고?
너 그거 불법인 거 몰라?“
 

 

매우 놀라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나와는 달리
너는 매우 침착한 표정이다.
 

 

알아.
근데 뭐..
마법부 건물 내에서
복제했으니까..
 

지금 이 안엔 아무것도 없어
 

 

너의 말에 스틱을 집어 들자
정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다.
 

 

근데 이걸 왜..”
 

 

아까 인터뷰 할 때
그 안에 들어있는 파일을
우연히 보게 됐어.
 

물론 제목뿐이었지만..“
 

 

파일?
.. 내가 쓴 보고서를
말하는 건가?
 

 

조용히 네 얼굴을 보자
어깨를 으쓱거린다.
 

 

사실..
오늘 그것 때문에 왔어.
 

오기 전까지
정말 고민 많이 했는데..“
 

 

잔에 시선을 두고
글라스 벽에 생긴
이슬을 엄지로 쓸어 넘기며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어간다.
 

 

이 스틱 안에 들어있던
파일을 보여 달라고 할까..
 

그 날의 기억을
보여 달라고 하면
과연 보여 줄까..
 

깨어난 후에
그렇게 냉정히 대했었는데..
 

데면데면한 사이에
갑자기 찾아가면
싫어하지 않을까.“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설마 내가 정말
싫어할 거라 생각했을까?
 

 

“.....”
 

 

그런데, 그냥..
부탁 안 하려고..
 

아무것도 안 보려고..“
 

 

?”
 

 

기억나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기억이 나지 않는 이유?”
 

 

사실은 나..
아무한테도 말 한 적 없는데
아주 짧은 순간순간의 기억이 나.
 

근데, 그게 너무 슬픈 장면이라
알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달 까..“
 

 

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마신다.
 

라임의 상큼함 보다
씁쓸함이 더 진하게 다가온다.
 

 

그건 그렇고..”
 

 

숨을 깊게 한 번 들어 내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네 얼굴을 빤히 본다.
 

 

시선을 느낀 너 역시
나와 눈을 맞춘다.
 

 

좋아해.”
 

 

계획되지 않은 날것의 고백이
입에서 튀어 나올 줄은
나 역시 몰랐던 일이다.
 

 

 

 

 

 


 

 

 

 

 

 

그에게 스틱을 건네며
기억나지 않지만
인간계에 있을 때의 도움에
감사함을 전하려 했는데..
 

그 말을 하기 직전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듣는다.
 

 


좋아해
 

 

이렇게 심장이
터지는 걸가 싶다.
 

 

마주친 두 눈을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
까먹을 만큼
-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 역시 나 만큼이나
놀랐고, 당황한 듯 싶다.
 

 

하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진심이야.”
 

 

.. ..”
 

 

뭔가 말하고 싶지만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머리는
채워질 줄을 몰랐다.
 

 

그러니까..”
 

 

너무 부끄러운 탓인가..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집에 뭘 놓고 왔는데..
빨리 가봐야 되는데..
 

미안. 나 먼저 가볼게.“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그 자리를 순식간에 빠져나왔다.
 

 

이미 터질 것 같이
두근거리는 심장은
한동안 사그라질 줄을 몰랐다.
 

 

.
.
.
 

 

어젯밤 늦게까지 잠을
못 이룬 탓인가
 

늦은 아침을 맞이해
비몽사몽인 채로 돌아다니다
한심한 눈으로 보는
아빠에게 걸려
서류 정리 하는 일을 돕는다.
 

 

오래된 서류들을
종류, 날짜별로 나누는 일은
꽤나 지루하고 성가신 일이다.
 

 

바닥에 주저앉아
손만 까딱이며 서류를 옮기다
 

좋아해
 

기습적으로 떠오르는
어제의 기억에
손을 삐끗했고
그로인해 정리했던 서류가
뒤죽박죽이 되었다.
 

 

아우씨;;;”
 

 

한숨을 쉬며
다시 손을 휘두르는데
 

 

집중해. 집중!
모든 일은 집중을 해야
끝이 보이는 법이야.“
 

 

뒤통수로 아빠의 잔소리가
지나간다.
 

 

집중할 만큼 재미있지가 않은데
어떻게 집중을 하라는 거예요.“
 

 

괜히 심술이 나
입술을 삐죽이며 말한다.
 

 

모든 일을 재미만으로 하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겠어.
 

때로는 피하고 싶은 일도
꿋꿋이 해야
세상이 올바르게 돌아가는 거야.
 

그건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야.
 

본인이 불편하다고 해서
피하기만 하면
결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
 

도망치고 싶은 감정을
똑바로 마주하는 순간
건강한 관계가 시작되는 거란다.“
 

 

- ~~
아무렴요.
우리 마왕님 말씀은
뼛속 깊이 새겨야하죠.“
 

 

여기서 반항 적인 모습을 보이다간
일장 연설 모드로 들어갈 것을
뻔히 알고 있는 나는
1그램의 영혼도 담기지 않은
말투로 대답한다.
 

 

.. 참 녀석~”
 

 

어이없는 듯 한 말투로
혀를 차며 말하는 아빠지만
입 꼬리가 올라가 있는 것을
나는 안다.
 

 

겨우 서류작업을 다 끝내고
멍하니 거실 소파에 몸을 기대
쉬고 있던 그때
 

진심이야..”
 

또 그의 목소리가 지나간다.
 

 

어휴- 안 되겠다.”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편한 복장으로 집을 나선다.
 

 

생각이 복잡할 땐
조깅이 최고지.
 

 

뺨을 간질이는 바람을 느끼며
산책코스를 뛰는데
잔디밭위에 누워있는
한 커플이 눈에 들어온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서로를 보며 웃기 바쁘다.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다시 앞만 보며 달린다.
 

 

그러다 저만치 앞에 보이는
한 노부부가 다정히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왜인지
심장에 탁- 하고 박히는 느낌이다.
 

 

그 자리에 멈춰서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른다.
 

 

나 왜..
도망치고 있는 걸까?
 

 

마침 근처에 보이는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내리쬐는 직사광선에
눈을 감는다.
 

 

도망치고 싶은 감정을
똑바로 마주하는 순간
건강한 관계가 시작되는 거란다.“
 

 

아빠의 말을 천천히 곱씹어 본다.
 

 

그래. 그는 나를 좋아한다.
 

 

나는 어떨까?그에 대해 어떤 감정인 걸까.
아니 애초에
감정이랄 것이 있었나?
 

그저 고마운 마음.
그걸 전하고 싶었을 뿐인데
갑작스런 그의 고백에
-, 그의 마음을 몰래 들어서
알고 있었긴 했지만-
순식간에 그가 많이 불편해졌다.
 

 

기억을 잃기 전에 나는
그에게 어떤 감정이었을까?
 

 

아니지.
지금의 나는 그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걸까?
 

 

-”
 

 

애초에 그런 게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단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수업에서
시험문제를 받은 아이처럼
머리가 하얗게 질려가는 기분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함만 늘어가는 것 같아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 그런데 너무 오래
햇볕에 앉아있던 탓인가..
 

 

갑자기 띵-해지며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곧 바닥과 가까워진다.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쳤는지
정신을 잃으면서도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눈을 떴을 땐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나를 흔들고 있을 때였다.
 

 

괜찮으세요?
갑자기 쓰러졌었어요.“
 

 

.. .
괜찮아요.“
 

 

사람들에게 괜찮다는 말을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뭔가 머릿속에서 툭-하고
끊어진 느낌이 들었다.
 

 

뒤를 돌아 옷태를 살폈지만
터지거나 상한 부분은 없었다.
 

 

 

 

 

 


 

 

 

 

 

 

얼마 전 회식에
불참을 해서 그런 가
다시 잡은 회식에서의 그들은
나를 집에 보낼 생각이
없는 듯 하다.
 

 

2차를 가자는
추적팀의 끈질긴 권유에
따라 들어온 술집에서는
얼마 전 마법부에 다녀간
너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소문하고는 완전 다르던데?
입을 여는 순간부터
닫는 순간까지 욕이라고
그래서 다들
대화를 꺼린다고 들었는데
전혀 아니더라고..“
 

 

갑작스러웠던 내 고백에
도망친 너에 대한 이야기가
그리 달갑진 않았다.
 

 

맞아요.
저 아까 인터뷰할 때
완전 쫄았었는데
생각보다 대답도 잘 해주고
욕도 안했어요.“
 

 

그런데 왜
그런 소문이 퍼진 거지?”
 

 

, 그런 거 아냐?
시기 질투해서
괜히 나쁜 소문 퍼트리는 거..“
 

 

아닌데,
입을 연 순간부터
닫는 순간까지 욕 하긴 했는데..
, 나랑 세훈이한테만
그러긴 했지만..
 

 

그런가? 하긴..
별 특별한 능력도 없잖아.
종석선배는 뭐 이것저것
타고난 능력도 많던데,
왕족이라는 이유로
혜택 참 많이 받았지.“
 

 

한창 소문에는
졸업도 마왕 딸이라서
시켜줬다는 얘기도 있어요.“
 

 

뒤에서 남 얘기하는 거
별로인데 그만 했으면 싶다
생각할 때 쯤,
딱 보기에도
술이 취해 보이는 마법사가
시비를 걸어온다.
 

 

~ 거참 듣기 싫은 얘기
계속 하네.
 

그만 좀 하지?
그 망나니 얘기는
왜 그렇게 해?“
 

 

우리 측에서도 마법사가 일어나
상황을 정리하려 한다.
 

 

목소리가 너무 컸다봅니다.
자제하겠습니다.“
 

 

아니-
아무리 작게 말해도
여기서는 다 들려.
 

그 마왕 딸인지
병신인지 얘기하려거든
저기 구석에
찌그러져서 하라고!!
 

가뜩이나 골 울리는데..
..“
 

 

...?
말이 좀 심하네.
 

 

우리가 무슨 말을 하든
그쪽이 무슨 상관인데요.
듣기 싫으면
그쪽이 가면 되겠네.“
 

 

술잔을 들어 올리던 마법사는
따지는 말투로 쏴대는
마녀의 말에 울컥 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 너 말 다했어?”
 

 

아뇨. 다 못했는데요.
우리가 마왕 딸을 얘기하든
마왕 할아버지를 얘기하든
무슨 상관이냐고요?“
 

 

이러다 큰 싸움 되겠다 싶어
앞으로 나서려는데
그들의 무리 중
마녀인지 마법사 인지
망토를 깊숙이 두른
왜인지 느낌이 좋지 않은
사람이 보였다.
 

 

그때 후배 녀석이
내 뒤로 숨으며
 

선배, 저 사람들
흑마력 추종자들 아닙니까?“
 

낮게 읊조렸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흑마력 연구를 한다는 핑계로
뒤로 불법적인 일들을
하는 자들..
 

 

아직 의심 단계에 있지만
조만간 정보국에서
대대적인 조사에 들어갈
집단이다.
 

 

이쯤에서 그만 하시죠.
얼굴 붉혀봤자
서로에게 좋을 일 없으니까
저희가 그만 마무리하고..“
 

 

넌 뭐야? 빠져..”
 

 

감정을 누르며 최대한 좋은 말로
정리하려는데
하던 말을 끊어버리고
내 한쪽 어깨를 주먹으로 친다.
 

 

꽤 힘이 좋은 지
어깨가 알싸하게 아파져왔다.
 

 

어깨를 잡으며 그를 노려본다.
 

 

? 그러고 보니..
 

너 그 병신이랑
인간계 갔던 그 새끼 아니냐?“
 

 

순간 흠칫 한다.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측근이나 정보국 팀원 외에는
없을 텐데..
 

 

누군데 그런 사실까지
알고 있는 거지?
 

 

.. 어쩐지..
기분이 더럽더라니..“
 

 

방금 병신이라고
지칭한 사람이 설마..“
 

 

맞아. ㅇㅇㅇ.
~ 인간계 같이 다녀왔다고
그새 정이라도 들었어?“
 

 

정정하지 않으시면
현장에서 증거수집 하겠습니다.“
 

 

그러시던가~
왕족 모욕죄?
지랄 말라고 해.
 

그 귀한 왕족 흑마녀로
각성도 못한 병신을
병신이라 부르지 뭐라고 불러?“
 

 

당신들한테는 어떨지 모르지만
그런 모욕 받을 사람 아닙니다.”
 

 

바로 손을 들어
그를 속박하려 하자
망토를 쓴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지 마세요.”
 

 

목소리를 들으니 마녀다.
 

 

말리지 마세요.
같이 가고 싶지 않으면..“
 

 

단호히 말하자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
 

 

으아아아아앜!!!
하지 말라고 하잖아요!!“
 

 

악을 쓰는 그녀로 인해
추적팀원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경계태세를 한다.
 

 

하지만 별안간 손을 뻗어
공격을 하는 마녀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다가오는 마력을
피할 길이 없겠다싶던 그때
 

누군가 내 앞으로 몸을 날린다.
 

 

그리고 그 마력을
온 몸으로 막아 내자
순식간에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누군지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목을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마녀가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이
왜인지 낯이 익다 했는데..
 

 

저 사람..!!
ㅇㅇㅇ 아니야?“
 

 

ㅇㅇ이라고?
 

 

네 이름을 듣자마자
자동적으로 손을 올린다.
 

 

안 돼! 하지 마.”
 

 

손을 막으며 말리는
세훈이 아니었다면
나는 벌써 마력을 썼을 거다.
 

 

.. 뭐야?”
 

 

둘이 여기에 있었던 건가?
 

 

흑마력이야.
지금 너가 마력을 쓰면
ㅇㅇ이가 더 위험해져.“
 

 

세훈은 조용히 속삭이고는
 

 

뭐하냐?
 

민간인 위험한 상황인 거 안보여?“
 

 

넋을 잃고 공중을 보고 있는
팀원들에게 소리친다.
 

 

그의 다그침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팀원들은
술집 안에 있던 사람들을
내보내고 있었다.
 

 

저기.. 이름 모를 마녀씨?
그냥 조용히 내려놓으시죠.
 

지금 여기에 추적팀 다 깔렸는데..“
 

 

그 마녀가 세훈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망토가 벗겨지며 얼굴이 드러났다.
전형적인 흑마녀의 형상이었다.
 

 

아니 지금 여기에
추적팀이 몇 명인데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지?
 

 

설마.. 숨겨진 흑마녀?
 

 

싫은데?
 

미꾸라지를 잡으려고 했는데
대어를 낚았잖아.
 

안 그래도 눈엣 가시였는데..
차라리 잘 됐어
 

 

세훈은 눈을 감고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쪽처럼 이도저도 아닌
흑마법사, 흑마녀로
태어난 마계인한테
ㅇㅇ이가 예뻐 보일 리는 없지만
 

이러면 본인한테 더 손해예요.
조용히 내려주면
없던 일로 할게요.
그러니까..“
 

 

닥쳐!!!
 

쟤만 각성했으면
내 인생은 달라졌어.
 

알아??
 

이렇게 숨어 지내는 일 따위
안 해도 됐었다고..!!“
 

 

그렇다.
 

흑마녀나 흑마법사들에게
왕족 흑마녀의 각성은
매우 매리트 있는 일이다.
 

 

왕족 흑마녀의 각성은
곧 마계의 멸망과 동시에
흑마계의 탄생과 같다고들 하니까.
 

하지만 그것은 단지
속설에 불과하다.
 

 

곧 주변은 추적팀이 점거했다.
 

 

너는 점점 힘이 빠지는지
바동거림이 약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너 지금
누구를 붙잡고 있는지 알아?
 

이러고도 니가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아?“
 

 

.. 몰라도 한 참을 모르네.
 

너희들한테는
이 병신이 귀할지 몰라도
나한테는 아니야.
 

차라리 얘를 죽이고
나도 죽는 게
후회를 안 하는 일일걸?“
 

 

서슬이 퍼런 눈으로
모두를 노려보다
순간 눈빛이 묘하게 변한다.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비튼다.
 

 

그녀의 손 끝 검은 연기가
붉은색으로 변한다.
 

그것은 저주다.
 

 

그런데, 니들이 그렇게 원하면
내려 줄게.“
 

 

..!!”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내가 손을 풀면
쟤는 떨어질 거 아냐.
저기서 떨어져서
무사할 수 있을까?“
 

 

너의 밑에서 받으려 준비를 하자
또 다시 기분 나쁜 미소를 짓는다.
 

 

받아주게?
큭큭큭..
그럼 너도 무사하지 못할걸?
 

온 몸에 저주가 퍼질 거야.
 

살이 찢겨지는 고통을
고스란히 느껴야 할 걸?“
 

 

그 전에 너부터 느껴 봐.”
 

 

소식을 듣고 온 건지
종석은 거침없이
마력을 날린다.
 

 

흑마녀가 힘없이 나뒹굴자
네가 공중에서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었다.
 

 

몸을 던져 너를 받아낸다.
 

 

네가 무사히 내 품에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안심을 하는데
이상하게 온 몸이 뜨거워지며
기운이 빠진다.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기억을 끝으로
정신을 잃은 듯하다.
 

 

그런데 누가 알았을까
 

 

그 날 그 일로 인해
내 삶이 멈출 줄..
 

 

 

 

 

 


 

 

 

 

 

 

아버지가 아닌
마왕님의 심부름으로
마법부의 중역에게
서류를 전달하고 오는 저녁
 

 

세훈으로부터 전보가 도착한다.
 

 

[할 일 없는 거 다 아니까
나와라. 여기 ㅁㅁ 술집이야]
 

 

?
우리가 이 정도사이는
아니지 않나?
 

 

거절의 답을 보내려는데
 

 

[종석이형도 합류할거야.
같이 얘기 좀 하자.]
 

 

오빠 역시 나온다는 소리에
잠시 고민하다 술집으로 향한다.
 

 


여기야.”
 

 

술집에 도착하자
손을 흔들며 환영하는
별로 그다지 친하지 않은
오세훈이 먼저 와 있었다.
 

 

..”
 

 

우리가 같이 술을 마실 정도로
친하진 않지만
일단 자리에 앉지?“
 

 

.. 독심술사인가?
 

 

뭐야?”
 

 

자리에 앉으며 퉁명하게 묻는다.
 

 

뭐긴 뭐야,
멋진 오세훈 선배님이지
 

 

선배 좋아하네.”
 

 

큭큭..
그래도 오란다고 와주니
고맙다 야~“
 

 

오빠도 나온다니까 온 거야.
그래서 할 말이 뭔데?“
 

 

~ 그건..
종석선배 오면.. ?“
 

 

대답을 하다말고 어딘가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찬열이 한 무리와 들어오고 있다.
 

 

다시 세훈을 돌아보니
 

 

아냐. 내가 부른 거..
쟤 오늘 회식한다고 했어.
 

추적 A팀하고..“
 

 

추적 A..?
 

 

나는 B팀이야.
추적 B팀 에이스
 

 

뭐래, 누가 물어봤어?
 

 

일단 뭐부터 시키자.”
 

 

세훈이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그는 이것저것
내 근황을 물었다.
 

 

길거리 지나가다가
뭐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는
마녀나 마법사 본 사람 없어?“
 

 

없어.
, 밖에 잘 안 나가기도 하고..
근데 무슨 질문이 그래?“
 

 

아 왜 뭐~
질문이 이상할 수도 있지.“
 

 

소문하고는 완전 다르던데?
입을 여는 순간부터
닫는 순간까지 욕이라고..“
 

 

그러다 들리는 내 얘기에
세훈 역시 조용해진다.
 

 

나 진짜 완전 막 살았었나봐.
내가 욕을 그렇게 많이 했나?“
 

 

괜히 머쓱해져
혼잣말을 하는데
세훈이 고개를 위아래로
격하게 흔들어댄다.
 

 

특히 나랑 찬열이한테는
살벌하게 해댔지.“
 

 

그랬나?”
 

 

~ 하긴..
때린 사람은 기억에 없지.
상처받은 사람만 불쌍하고..“
 

 

스스로를 감싸며
불쌍한 척 하는 세훈을 보니
웃음이 삐져나왔다.
 

 

그러다 주변이 소란해져
고개를 돌리니
술 취한 누군가와
시비가 붙은 모양이다.
 

 

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쓴 웃음이 나왔다.
 

 

병신이라..
흑마녀로 각성하지 않은 게
누군가에겐 저렇게 비춰질 수도
있는 일이겠네.
 

 

그러다 술 취한 마법사의 옆으로
이상한 느낌의 마녀가 보였다.
 

 

망토를 쓰고 있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분명 다른 마녀와는 달랐다.
 

 

저기 저쪽에 저 마법사 뒤에
망토 쓴 마녀 말이야.“
 

 

망토 쓰고 있는 사람?
마녀야?“
 

 

마녀잖아. 안 보여?”
 

 

그래? 난 잘 안보여.
근데 왜?“
 

 

느낌이 좀 이상해서.”
 

 

뭐가 어떻게 이상한데?”
 

 

아니, 그게..”
 

 

어떻게 설명해야하나 고민하는데
그녀가 일어나
찬열에게 소리를 지른다.
 

 

그때 딱 보였다.
 

 

그녀는 꽤 흥분하고 있는 흑마녀다.
 

 

저 마녀.. 흑마녀야..”
 

 

나도 모르게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달렸다.
 

 

그 사이 흑마녀가
찬열을 공격하는 것이 보였고
몸을 날려 그 마력을 막았다.
 

 

그녀의 흑마력이 목을 졸라
공중으로 끌어 올렸다.
 

 

마치 꿈속에서처럼
나는 그것을 풀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했다.
 

 

곧 세훈이 도착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 어떤 말로 회유를 해도
나를 내려놓을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점점 힘이 빠질 때 쯤
 

 

나를 보고 있는
찬열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눈이 마주치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고,
계속 시선이 가고,
안 보이면 보고 싶고,
미칠 것 같고,
그 사람이 궁금하고
맞네. 좋아하는 거..
 

나도 너랑 지내면서 좋았어.
 

다시 잘 봐.
저분은 마녀가 아니잖아.
 

참 빨리도 생각났다.
 

그래도, ㅇㅇㅇ..
용케 참고 있네.
.. 기특한 건가?
 

그럼 이 핸드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할지 말지는
내 마음이겠네
 

지켜만 보기에는
아무래도 내 동생이
다칠 것 같아서 안 되겠다.
 

~ 뭘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여기가 우리가 생활할 집이라고..
너와. 내가. 같이.“
 

 

아주 천천히 조금씩
그와의 일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가장 두렵고 무섭던 순간에
가장 큰 위로가 된 그 말
 

 

사랑해.”
 

 

왜 이 기억이
지금에서야 기억이 나는지..
 

 

너무 하잖아.
 

 

바보 심장아.
그렇게 두근거려 놓고..
나한테 힌트 좀 주지.
 

 

온 몸에 점점 힘이 빠진다.
 

 

결국..
그 꿈은 데자뷰였던가..
 

고맙다는 말이라도
정말이지 할 것 그랬다.
 

 

희미해지는 정신 끝에
무서운 말이 들려온다.
 

 

온 몸에 저주가 퍼질 거야.
 

살이 찢겨지는 고통을
고스란히 느껴야 할 걸?“
 

 

멀리서 오빠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빠.. 안 돼.
절대 받으면..
 

 

그리고..
내 몸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고통이 예상됐지만
이상하게 누군가의 품에
안긴 듯 했다.
 

 


괜찮아?”
 

 

안 되는데..
그가 또 다쳐서는..
안 되는데..
 

 

점점 희미해지는 정신을
잡아보려 애쓰지만
안심이 된 탓일까..
아니면 너무 오래
목이 졸린 탓인가
곧 나는 정신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
.
.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급하게 주변을 살피니
회복실이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파왔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자리에서 일어나려하자
오빠가 급하게 다가온다.
 

 

누워있어.
너 아직 움직이면 안 돼
 

 

어깨를 누르며
나를 눕히는 오빠에게
그를 묻는다.
 

 

박찬열..
오빠, 찬열오빠는?“
 

 

지금 치료 중이야...”
 

 

괜찮아?
아까 내 몸에
그 흑마녀 저주 남아있었는데
그거 흡수되면 꽤 위험하잖아.“
 

 

지금 최고 치유사들이
다 달라 붙어있어.
괜찮아야지.“
 

 

최고 치유사들이
달라붙어 있다는 것은,
꽤 위험한 상태라는 거잖아.
 

 

나 가볼래.”
 

 

오빠의 팔을 뿌리치며
신발도 신지 않고
회복실 밖을 빠져나간다.
 

 

그가 어디에서
치료 중인지도 모르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모든 병실을 미친 사람처럼
돌아다니다
결국 그를 찾아낸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자
피투성이의 그가
치유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한 치유사가
자리를 조금 비켜주었다.
 

 


 

 

박찬열....
일어나..”
 

 

그는 고통스러운 건지
작은 신음소리만 뱉어낼 뿐
정신이 없는 듯 했다.
 

 

옆에 있는 치유사들의
손을 잡고 부탁을 한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죽으면 안 돼요.
이렇게 죽으면
안 되는 사람이에요.
 

제발요..
제발 좀 살려주세요.“
 

 

말이 부탁이지
울부짖는 애원과
다를 게 없었다.
 

 

니가 이러고 있으면
치유사님들이 치료 못해.
 

나가자.“
 

 

뒤 따라온 오빠가
어깨를 감싸며
병실에서 데리고 나오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한 채
결국 주저앉고 만다.
 

 

눈물은 쉴 새 없이 흘렀다.
 

 

모든 것이 죄스러웠다.
 

 

그에게 받은 사랑 하나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것도
 

지난 날 뭐가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그를 미워했던 것도
 

그냥 내가 나로 태어난 것도
 

모두 다 끔찍했다.
 

 

그 날 이후로
거의 모든 생활은
그의 병실 앞
복도에서 이루어졌다.
 

 

그가 안정기로
접어들기 전까지는
면회가 금지 되었기에
여기에라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은 제발 침대에서 자라는
오빠의 적극적인 만류에
잠을 제외 한
식사, 휴식, 치료는
복도에서 해결되었다.
 

 

하지만 그는 생과 사를 오갈 뿐
쉽게 깨어나지 못했다.
 

 

나의 퇴원이 결정 되고
찬열의 면회가 허락되어
어김없이 그의 병실을
지키고 있던 어느 날
세훈이 나를 찾았다.
 

 

할 얘기 있는데
잠깐 나가자.“
 

 

병원 앞 벤치에 앉아
그가 주는 커피를 받아든다.
 

 

. 난 쓴 거피 딱 질색인데..”
 

 

시럽 잔뜩 넣었다.”
 

 

오키. 땡큐..
그건 그렇고..
할 말이 뭔데?”
 

 

, 그 날
내가 하려고 했던 말
아직 못 했는데
기억은 하고 있냐?“
 

 

그 날..?
~~~
술집에서 만난 날..“
 

 

. 그 날.”
 

 

그러게.
생각도 못 하고 있었네.
 

설마..
혹시 고백?“
 

 

...
 

너 혹시 그때
머리 부딪혔냐?“
 

 

푸흐흐흐- 농담이야. 농담.
그래서 할 말이 뭐였는데..?“
 

 

추적팀 들어올 생각 없냐고
 

 

? 추적팀? 내가?”
 

 

. 그때 테스트 해보자고
하려고 했었던 건데,
이젠 뭐 테스트는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에이-
추적팀 뭐 아무나 하나 봐?
나한테 추천을 다 하고...“
 

 

얘 봐라..
우리 추적팀을 뭐로 보고..
 

너 그 날
흑마녀 딱! 알아봤잖아.
 

그거 아무나 볼 수 있는 거
아니야.
특히 숨겨진 흑마력자들은
타고난 추적능력 아니면..“
 

 

숨겨진 흑마력자?”
 

 

. 우리가 은신을
쓸 수 있는 것처럼
흑마력자들 중에서
그걸 숨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 흑마력자들 때문에
추적이 힘든 경우가 많거든..
 

그래서 타고난 추적능력자들을
찾아서 영입하는 것도
추적팀의 할 일 중 하나야.“
 

 

..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구나.“
 

 

. 가까이에는
김태형이가 있지.“
 

 

~~~
김태형..
말만 들어도 짜증난다.
그런 망나니한테
고급 능력이 있다니
 

 

- 큭큭큭
내가 왜 너네 둘이
앙숙일까 생각해 봤는데
 

너무 닮았어.
 

외모만 다르지 속은 완전
쌍둥이랄까?
 

어쩜 이제는 능력도 똑같아.“
 

 

오세훈씨.
나 지금 기분이 매우 나쁜데..“
 

 

큭큭.. 알았어.
 

암튼, 추적팀에 들어와 줘.“
 

 

그의 제안이 꽤 솔깃하긴 하다.
 

 

나의 고민 중 하나가
진로이긴 하니까..
 

 

하지만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찬열이 깨어날 때 까지
그의 곁을 지키고 싶은데..
 

 

무슨 고민 하는지 아는데..
너가 이러고 있는 다고
찬열이 깨어나는 거 아냐.
 

그리고 찬열이 성격에
니가 마냥 여기에서
시간을 보내는 거 보다
네 능력을 살려서
일하고 있는 걸 알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찬열이 왜 오세훈을
친구로 두고 있는지
알 것 같다.
 

 

그는 꽤 능글맞은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은 누구보다 깊었다.
 

 

내가 마법부에 입성한 것을
가장 기뻐한 것은
아버지였다.
 

 

나는 내 딸이
백수로 늙어 죽을 줄 알았다.”
 

 

농담처럼 던진 말 뒤로
그의 눈에 반짝이는
이슬을 보았다.
 

 

아빠의 걱정을 뒤로하고 나는 꽤..
아니 엄청나게 일을 잘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던 사람들도
점점 나를 인정하고
그들의 일원으로
받아들여 주었다.
 

 

단 한 사람
 

 


~ 오늘 대단한 일을 하신
ㅇㅇㅇ님께 칭찬의 박수를
짝짝짝
 

 

내 실수를 귀신같이 찾아내
물어뜯는 김태형이를 제외하고..
 

 

우리는 마치 자석의
같은 극처럼 서로를 밀어냈다.
 

 

그래도 뭐, 상관은 없었다.
 

 

똥은 피하면 그만 이니까.
 

 

 

 

 

 


 

 

 

 

 

 

아무것도 없는 초원을
끊임없이 걷는다.
 

 

다리가 아플 법도 한데
느낌조차 없었다.
 

 

무료하면 잠시 쉬었다 걸었다.
 

 

그래도 나타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두렵고 외로움에
소리를 질러보지만
돌아오는 메아리조차 없었다.
 

 

왜 이런 곳에 갇혔을까?
어떤 죄를 저질렀던가?
 

 

곤두 박치는 좌절감에
깊이 빠져들 때 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자고 있네.
몰랐는데 완전 잠꾸러기야.“
 

 

너무나 간절히 반가운 목소리다.
 

 

종종 너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면
걷던 것을 멈추고
그 자리에 앉아
네가 들려주는 세상의 얘기를
잠자코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너는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다.
 

 

있잖아.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있는데
나 사실 기억이 돌아왔어.“
 

 

그것 참 듣던 중 반가운 말이다.
 

 

오빠한테 가장 먼저 말해주려고
아무한테도 말 안 한 거야.“
 

 

기뻤다. 하지만 표현하기 힘들었다.
 

 

고백했을 때
도망가서 정말 미안해.
 

나 완전 후회하고 있는 거 알지?
 

빨리 일어나.
그래서 다시 고백하란 말이야.
 

? 뻔뻔하다고?
 

어쩔 수 없어.
그게 내 매력이니까.“
 

 

너의 말에 앉아 있던 몸을 일으켜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려야 할지 모르지만
그래야 할 것 같았다.
 

 

.
.
.
 

 

문득 눈을 뜨니
낯선 천장이 나를 반겼다.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쇳덩이라도 달린 듯 무거워
잠시 숨을 고른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본다.
 

 

나 얼마나 잔거지..”
 

 

시간이 꽤 오래 흐른 듯 보였다.
 

분명 기억에 그 날은
쾌청한 하늘의 계절이었는데
지금 창밖은
하얀 눈으로 가득 덮여있다.
 

 

그건 그렇고..
ㅇㅇ이는 괜찮은 건가?
 

 

누구라도 불러야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반대로 돌리자
한 뼘쯤 열려있는 문 밖으로
누군가 얘기하고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일은 현장으로 바로 오면 돼
 

 

세훈인가?
누구랑 얘기 하는 거지?
 

고개를 좀 더 빼자
누군지 모를
마녀의 뒷모습이 보였다.
 

 


 

 

필요한 건
태형이가 다 챙겨올 거야
 

 

그냥 내가 사무실에
들르는 게 낫지 않아?
걔를 어떻게 믿어?“
 

 

어라.. 이 목소리는?
 

 

. ㅇㅇㅇ.
동료를 좀 믿어라.“
 

 

믿어. 동료 믿는데..
김태형이는 못 믿지 내가
 

 

저 뒷모습이..
ㅇㅇㅇ?
 

머리가 저렇게 길던가?
 

 

정말 너인가 싶어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한다.
 

 

아냐. 이번엔
확실히 챙겨 올 거야.
안심하고 오......
 

찬열아...“
 

 

세훈은 내 등장에 놀랐는지
말을 하다 그대로 굳는다.
 

 

그리고 네가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본다.
 

 

.. 맞네.”
 

 

박찬열...”
 

 

몰라보게 예뻐진 모습에
잠시 넋을 잃고 너를 보는데
곧 네 두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오른다.
 

 

.. 왜 울어..”
 

 

왜 우냐는 질문에
대답을 들을 순 없었다.
 

 

그저 갑자기 내 품에 안겨
펑펑 우는 너와
옆에서 고개를 숙여
눈물을 훔치고 있는
세훈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 날은 세훈과 함께
찬열의 병실을 찾은 날이다.
 

 

그는 어김없이
아주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었다.
 

 

그가 언제 어떻게 깨어날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세훈이 돌아가며
오늘도 병실에서 잘 거야?”
뻔한 대답의 질문을 한다.
 

 

뭘 물어. 당연한 걸..”
 

 

너도 참~ 너다.
그냥 집에 가서 편하게 자
 

 

대답할 가치가 없는 말에
그저 웃는다.
 

 

아무튼, 옛날에
박찬열도 그러더니 너도..“
 

 

?”
 

 

? 아냐. 아무것도..”
 

 

말을 하다 말고 그래.
 

 

세훈이 내일의 일정에 대해
얘기를 하다 말고
 

 

아냐. 이번엔
확실히 챙겨 올 거야.
안심하고 오......
 

찬열아...“
 

 

놀란 눈으로
그의 이름을 부른다.
 

 

커진 그의 두 눈에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비친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정말 그가 서있다.
 

 


.. 맞네.”
 

 

의미를 모를 말을 하고 있지만
그가 멀쩡히 서서
나를 보고 있다.
 

 

나도 모르게 달려가 안긴다.
 

 

그가 일어났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정말이지 목 놓아 운 것 같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목소리로
왜 우냐며 묻던 그는
곧 이내 천천히 등을 토닥여 왔다.
 

 

울음을 멈추고 마주하니
꽤 창피했다.
 

 

옆에서 같이 울었던
세훈이 없었다면
난 아마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가
인생을 헛살진 않았네.
 

날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두 사람이나 있고..“
 

 

오래 자고 일어나서
잘도 지껄인다.
 

너 진짜..!!
 

아후~ 내가
그 날만 생각하면..“
 

 

그래도 이렇게
일어난 게 어디야.
 

진짜 괜찮아?
아픈데 없어?“
 

 

. 그냥 너무
오래자서 그런지
몸에 힘이 없고
몽롱한 거 빼고는..“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던 그는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
 

 

아 맞다.
 

아까 하던 얘기는 뭐야?
현장이 뭐 어쩌고..
동료가 뭐 어쩌고 하던데..“
 

 

- 그거..
너가 얘기해.“
 

 

.. 왠지 부끄러운데..
 

 

나 추적팀에서 일해.
세훈 선배랑
 

 

진짜? 어떻게?”
 

 

특채로 뽑혔지.
내가 또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하잖냐
 

 

놀란 눈으로 세훈과 나를
번갈아보는 그 때문에
둘 다 웃음이 터졌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가족들한테 먼저
연락해야겠다.“
 

 

그의 가족들에게 연락을 한다며
일어나는 세훈을 따라 일어선다.
 

 

그럼, 이만 가볼게.”
 

 

? 벌써..?”
 

 

너 가게? ? 오늘 병실..”
 

 

황급히 세훈의 입을 막는다.
 

 

..하하.. 뭐래.
좀 피곤해서 쉬고 싶네.
 

그럼.. 쉬어~”
 

 

누가 봐도 어색한 말투와 포즈로
병실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나를 보며
음흉하게 웃고 있는 세훈을
힘껏 째려봐주고는
바로 텔레포트를 열어
집으로 향한다.
 

 

.
.
.
 

 

그가 깨어난 후
일이 바쁘기도 하고
핑계거리가 없어
한 번도 찾아가지 못했다.
 

 

세훈에게서 그가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것을 빌미로
연락을 하기엔 괜히 멋쩍었다.
 

 

퇴근시간에 사무실을 나서며
어떻게 자연스럽게
연락할 방법은 없을지
고민을 한다.
 

 

그가 정보국에 복귀를 한다면
일을 핑계로 가능하겠지만
완벽하게 회복이 되기 전까지는
출근을 안 한다고 했으니
그건 안 되겠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정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골똘히 생각해보지만
딱히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없었다.
 

 

마법부 건물을 돌아
텔레포트를 열려는데
누군가 내 앞을
가로막듯 선다.
 

 

바닥만 보며 걷다
갑자기 나타난 다리에
고개를 들어 올린다.
 

 

한참을 올라간 끝에
보이는 사람은
찬열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꽤 오래 병실에 누워있던
모습만 봐서 그런 건지
평상복 차람의 그를
왠지 넋을 읽고 보게 된다.
 

 

? 어떻게 연락을 하는지..”
 

 

그러다 머릿속에 있던 말을
그대로 읊는 사고를 저지른다.
 

 

아니, 그게 아니고..
 

여긴 어쩐 일이야?“
 

 

어쩐 일이긴,
너 만나러 왔지.“
 

 

그의 가감 없는 발언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 ?”
 

 

. !!”
 

 

..? ? ?”
 

 

왜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고..
 

 

왜긴 왜야~
생명의 은인한테
연락 한 번 없는
무정한 사람한테
밥이라도 얻어먹으려고 왔지.“
 

 

? ..지금?”
 

 

말은 왜 또 더듬는 건지..
 

 

. ? 약속 있어?”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는 하나인 것 같다.
 

 

그럼 같이 저녁 먹자.”
 

 

기억을 잃기 전에도 그랬듯
그를 좋아한다.
 

 

. 좋아.”
 

 

그의 품에 숨겨진
꽃향기만큼이나
기분 좋은 하루가 지나간다.
 

.
.
.

※만든이 : 불통님
 

<>


 
내가 너무 늦었죠.
 
지금 무릎 꿇고
반성하고 있어염.
 
너무 안 써졌어요.
ㅠㅁ ㅠ
그래도 연중은 하고 싶지 않아서
결말을 엄청나게
갈아엎고 또 갈아엎고..
 
막 그랬어요.
 
원래는 욕심 부려서
결말을 2개로 내려 했지만
엄두도 안 나네요. ㅠㅠ
 
혹시 기다린 분이
있을 런지는 모르겠지만
 
말광량이 길들이기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행복하세요.
알러뷰 쏘머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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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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