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01 (by. 몽글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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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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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假面)-01
 

 
나무에 달린 잎이 더욱 싱그럽게 물든 4월 초,
몽글 캠퍼스.
 
네 사람이 캠퍼스 내에 있는 작은 호수 옆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심각한 의논을 하고 있었다.
 

아니 강 교수님도 그래!
고작 한 달 가르쳐 놓고 연극을 준비하라니.”
 
 
한참을 의논을 해도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이 짜증났던지,
 
 
! 짜증나!”
 
 
수정이의 목소리가 제법 날카로웠다.
 
옆에 앉아있던 찬열은 수정이의 화를 삭이려는 듯,
어깨를 쓸어내려주며 맞장구를 쳐줬다.
 
 

그러게 말이다.
두 달 안에 무대준비까지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곧이어 찬열이까지 작게나마
한숨을 내뱉는 모습을 보자,
애들이 많이 지쳤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도 잘 풀리지 않는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교양 강의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난,
시계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나저나 주제는 뭐로 할까?
큰 뼈대를 잡아야 세부구성을 짜지.”
 
 
그러게.
근데 너무 포괄적이라 감도 안 잡힌다.”
 
 
아 그럼 뻔하지만
뭐 사랑 이야기 이런 걸로 할까?”
 

? 뭐 삼각관계 이런 거?
에이- 진짜 너무 뻔하다.”
 
 

어차피 우리 네 명이 다 연기까지 해야 되니까,
이왕 가는 거 사관관계 어때?”
 
 
수정이가 꺼낸 이야기에,
30분 째 고민하던 우리는 모두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암묵적인 동의를 했다.
 
 
그럼 큰 틀은 정해졌는데,
어떤 요소를 집어넣어서 주제를 정해야 되냐.”
 
 
, 대본을 주고 연기하라는 것도 아니고.
 
 
일일이 우리가 주제와 스토리를
다 회의 끝에 고민해서 결정하고
무대까지 만들어서 연극을 보여줘야 하니.
순간 가득 차오른 스트레스와
끝이 안 보이는 회의에 난 양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헤집어놓았다.
 
 
흐트러진 내 머리카락을 옆에 앉아있던 백현이,
 

에이- 뭐하는 거야.”
 
 
길게 뻗은 자신의 손가락을 머리카락 사이로 넣어
쓱쓱- 내려가며 정리해주었다.
 
 

근데 부스스한 머리도 꽤 예쁘다?”
 
 
그는 나와 눈을 마주 바라봤고
방긋- 웃으며 실없는 소리를 했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수정이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 오글거리는 건
이따 둘이 있을 때나 하고!”
 
 
백현을 향해 쏘아붙이듯 이야기를 했다.
 
 
우리 그런 사이 아니야!”
 
 
오해를 하고 있는 수정이에게
난 부인하듯 손사래를 치고 있건만,
그런 내 모습이 웃겼는지
작은 실소를 내뱉는 찬열이의 모습에,
 
 
찬열아, 우리 그런 사이 아니다!
오해하지 마
 
 
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강하게 부정을 해버렸다.
상대방이 오해를 하든 말든 관심 없다는 듯
백현은 도리어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뭐가 오글거리는 거냐?
고작 흐트러진 머리카락 정리해준 거 가지고
질투하긴.”
 
 
치솟는 스트레스에 수정이는
인상이 찌푸리고 있건만,
백현이는 뭐가 좋은지
내 어깨를 자신의 어깨로 살짝 치더니,
 
 

그치?”
 
 
헤실 거리며 웃기 바빴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찬열은
3자의 모드로 관람하듯,
큰 눈망울을 휘어지게 접어놓고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자자- 그만 싸우고,
대충 스토리 정해놓고 오늘 회의는 그만하자!”
 

어차피 얽히고설켜야 하는 거니까,”
 
백현은 자신의 노트에 우리 네 명을 이름을 적더니,
무심하게 화살표를 쭉쭉- 그어버렸다.
 
 

이렇게 꼬아놓고,
세부 설정만 살짝 들어가면 되지 않겠냐?”
 
 
찬열은 고개를 내밀어,
 
 
ㅇㅇ→백현
↑ ↓
찬열수정
 
 
사각관계를 그려낸 종이를 유심히 보더니,
 

그래, 그럼 여기다가 내가 ㅇㅇ,
너를 스토커 하는 역할로 만들고.”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 내며
우리의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스토커?
그럼 뭐 비극적인 결말로 가야되나?”
 
 
그럼 스토킹 당하는 내가
마지막에 자살하는 걸로 끝낼까?”
 

비극적이라고 해도
그건 너무 자극적이지 않나?”
 
 

난 그것도
나름 괜찮을 것 같은데?”
 

나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그래,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내일까지 각자 큰 스토리 짜 와서
한번 다듬는 걸로!”
 
 
자세한건 이따 톡 방에 남겨놔!
나 먼저 간다!”
 
 
시계를 한번보고,
다음 선택 교양 강의 시간이 5분도 채 남지 않아서,
난 옆에 놓여 진 가방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같은 강의를 선택한 백현도 내 옆에서 덩달아 뛰더니,
내 가방을 홱- 낚아채갔다.
 
 
빨리 뛰어!
이러다 늦겠어!”
 
 
생각보다 가방의 무게가 꽤 나갔던 걸까.
그가 내 가방을 대신 들고 뛰어주니,
난 몸이 가벼워져 속력이 더 나와서,
결국 지각만큼은 면하게 되었다.
 
강의실에 도착할 때쯤엔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가쁘게 내쉬었지만 말이다.
 

여자애 가방이 왜 이렇게 무거워!”
 
 
나름 이것저것 필요해서 집어넣다 보니.
그래도 가방을 들어준 덕에 지각은 면했다?
고마워!”
 
 

자신의 손가락으로 승리의 브이를 만들더니,
나를 보며 씨익- 웃는 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
.
.
 
 
 
두시간만에 끝난 강의에,
학생들이 우르르- 강의 밖으로 벗어나기 시작했다.
 
 
, 드디어 끝났다!
이제 집 가서 좀 쉬어야겠다.
 
 
나도 강의 서적을 챙기고 있는데,
내 책상위로 드리워진 그림자를 따라 시선을 옮겨보니,
백현은 내가 가방을 챙기는 모습을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안가고 뭐해?”
 

뭐하긴, 우리 스토리 짜야지!”
 
 
뭐 꼭 우리가 약속한 사이처럼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백현이의 모습에
난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저기, 난 집에 가서.”
 
 
가자! 몽글 카페로!”
 
 
내 말을 들은 건지 못들은 건지,
백현이는 나의 등을 떠밀다시피
나를 앞장세워 강의실을 벗어났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데,
 
 
ㅇㅇㅇ!”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나를 불러 세웠다.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향하니,
한 학년 위인 선배였다.
 
 
! 선배님, 안녕하세요!”
 
 
난 선배 쪽으로 세발자국 정도 걸어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 그래도 잘됐다! 할 말 있어서,
조교한테 너 번호 물어보러 갈까했는데.”
 
 
할 말이요?”
 
 
, 너 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 어때?
괜찮아?”
 
 
토요일이요?
왜요?”
 
 
내가 아는 동생이,
너 소개,”
 
 
선배가 나를 부른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옆에 세발자국 떨어져있던
백현이 나를 기다리다 지친건지
내게로 성큼 다가와,
 

ㅇㅇ, 그만 가자!”
 
 
내 팔을 잡아끌고 있었다.
그런 행동에 앞에 서 있던 선배는
미간을 한껏 구겨버리며,
백현이가 마음에 안 들다는 듯 매섭게 노려봤다.
그리고 목소리가 낮게 깔리며 말을 꺼냈다.
 
 
어이, 변백현!
넌 선배가 똥으로 보이냐?”
 
 

에이- 그럴 리가요.
저희가 과제 때문에 좀 바빠서요.
이만 가볼게요! 가자!”
 
 
내 팔을 잡아끄는 그에게,
 
 
아이- ,
그냥 이대로 가면 어떡해!”
 
 
선배의 따가운 시선을 피해 살짝 숙이며,
작게 이야기를 했다.
 

그냥 좀 따라와!”
 
 
그는 내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이며,
내 팔을 더 거세게 끌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몽글 카페.
 
약간의 시끌벅적거리는 공간의 빈틈을
잔잔한 노래가 천천히 매워가는
평범한 카페 안,
 
각자의 기호에 따른 음료를 시켜놓고
우린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있었다.
 
난 조금 전의 상황이 마음에 걸려,
백현에게 먼저 이야기를 꺼내었다.
 
 
너 아까 그 선배 눈 봤어?”
 

그 멸치?”
 
 
그는 생각만으로도 싫었던 건지,
고개를 절레절레 좌우로 살짝 흔들어보였다.
 
 
아무리 네가 싫어하는 선배라고해도
최소한의 예의는 좀 지키자! ?”
 
 
내말에 자신의 빨대로
애꿎은 음료만 휘휙- 저어대는 그를 보고,
 
 
그래도 욕은 먹지 말아야지!”
 
 
조금 더 다정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그 멸치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던 건 줄 알아?”
 
 
중간에 네가 말을 끊어놓고,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내가 어떻게 아냐?”
 
 
딱 봐도 아는 사람 소개 시켜준다고
난리치는 거던데.”
 
 
난 앞에 놓여 진 음료를 빨대로
한 모금 들이켜 마시곤,
 
 
소개해 준다는 게 왜?”
 
 
궁금하다는 듯 물어봤다.
 
내말에 그는 우물쭈물 거리며
자신의 입안에서 맴돌던 말을,
 

그 멸치를 뭘 믿고 소개를 받냐?
뭐 그리고, . 진짜 중요한건
우리 조별 연극준비하기도 바쁘잖아!”
 
 
버럭-거리며 입 밖으로 쏟아냈다.
 
 
그래도 최소한 조원들한테
피해를 주면 안 되잖아.”
 
 
내 착각인걸까?
 
말끝을 흐리면서,
유독 그의 어깨가 축-쳐져있다고
생각되는 건?
 
 
그래, 어차피 소개해 준다고 해도 안 받을 거야!
그러니까 얼른 과제나 시작하자!”
 
 
우리는 약 두 시간 정도를 스토리를 짜느라,
난 말없이 각자의 공책에 얼굴을 파묻듯,
공책만을 노려보며 고심의 고심을 기여했다.
 
중간 중간 찾아오는 뻐근한 근육통으로 인해,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주었다.
그럴 때마다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는 백현과
눈을 자꾸 마주쳤지만,
난 그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꽤 열심히 스토리를 짜느라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
.
.
 
 
 
카페에서 나온 우리는 나란히 발걸음을 맞춰 걸었다.
내가 여러 번 사양을 했지만
백현은 끝끝내 나를 집까지 
데려다준다는 완강한 의견에,
어쩔 수 없이 두 손,두 발을 다 들었다.
 
천천히 걷던 걸음을 멈추고,
자연스레 하늘로 시선이 향했다.
까만 밤하늘에도 이상하리만큼
 흐린 구름이 눈에 띄었다.
 
 
오늘 비 온다고 그랬나?”
 
 
? 글쎄.
난 일기예보를 안 챙겨보는 편이라,
모르겠네?”
 
 
차가운 공기를 뚫고
묵직한 느낌의 바람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비바람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일까,
내 몸이 살짝 떨려왔다.
 
 
꼭 어째,
비오기 전 부는 바람 같다?”
 

비오기전 바람?
난 잘 모르겠는데.
그냥 시원하기만한데?”
 
 
난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천천히 걷던 걸음에
조금 더 속도를 내어 걷기 시작했다.
 
물론 나와 함께 걷던 백현도
내 속도에 맞춰 빠르게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우산 없어서 그래?”
 
 
말없이 걷던 내게 그는 말을 건네 왔다.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나의 이런 행동이 낯설어 보이는지,
조심스레 물어오는 그를 향해
입가의 끝을 억지로 끌어당겨,
어색한 웃음만 지어보였다.
 
 
사실을 말해 줘야하나 말아야하나.
말한다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해 줘야하나.
 
차고 넘치는 생각에
머릿속이 괜스레 어지러워지는 기분이다.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순식간에 가라앉는 공기의 무게가 부담스러워,
 
 
사실 나 말이야.”
 
 
나도 모르게 입술을 떼어내기 시작했다.
물론 내 고개가 땅바닥으로 향해있긴 했지만.
 
 
4년 정도됐을 거야.
내가 비를 무서워하기 시작한 게.”
 
 
 
 
 
중학교 3학년 때 여름방학 딱 열흘 전이었다.
 

그날은 유난히도 비가 많이 내리던,
흔히 사람들이 장마라고 부르던,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무수히 많은 양의 비가 내리던
그런 날이었다.
 
 
그날 학교수업을 마치고 하교를 하던 중이었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장악한 새까맣게 물든
먹구름 때문에 날이 꽤나 어두컴컴했다.
 
우산을 쓰고 걸어가던 난,
 
 
아니,
이건 뭐 우산을 쓰나 마나네.”
 
 
억척스럽게 불어오는 바람에 투덜거리며,
바람의 방향에 맞서도록 앞쪽으로 우산을 기울이며
인도를 걸어가던 중이었다.
 
그냥 그게 다였다.
 
인도를 축축하게 젖은 신발로 걸어가던 것이.
 
 
고막을 찢어 트릴만큼
아주 날카로운 급정거 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엄청난 고통이 내 몸을 뚫고 지나갔고
순식간에 난 공중으로 붕- 뜨는 희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순식간에 떠오른 나는
힘없이 떨어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투툭투툭-
 
 
내 피부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제법 차가웠다.
그러나 머리에서는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물론 뜨거움의 감각은 금세 사라져버렸지만.
아스팔트바닥에 누워있던 내 세상이
어느새 빨갛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바닥에 널브러진 내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정장구두를 신은 사람의 다리가 코앞에서 보였으니.
 
 
, X 같네!”
 
 
그러나 곧 낮은 욕설을 끝으로,
정장구두는 내 앞에서 빠르게 멀어져만 갔다.
자동차의 엔진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리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리는 점점 희미해져갔다.
 
 
도와주세요-란 목소리를 내뱉었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아마 거기서 난 기억을 잃은 듯 했다.
 
 
 
 
 
목울대를 자꾸 건드리는 그때의 공포 때문에,
자꾸만 코끝이 시큰해졌다.
어느새 내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아직도 그때의 충격 때문에,
주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데.”
 
 
내 이야기가 어느새 끝으로 치닫고 있었다.
 
 
트라우마라는 게
쉽게 지워지는 건 아닌가봐.”
 
 
내 이야기가 끝나자,
다소 굳은 따뜻한 손이 내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많이, 아팠겠다.”
 
 
죽을 고비를 넘긴 내가 안쓰러웠던 걸까?
그의 목소리가 물기로 가득 젖어있었다.
 
비가 무서울만하네.
얼른가자! 집까지 데려다줄게.”
 
 
그가 내 손을 잡고
빠른 속도로 걷기 시작했다.
 
 
그날 밤하늘은
별이든 달이든
반짝이는 그 무언가 하나 없이
아주 캄캄했다.
 
 
 
*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2층으로 지어진 단독주택.
백현은 자신의 넓은 방에 전등을 켜지 않고,
책상위에 자리 잡은 스탠드의 빛에 의지해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잠시 후 고요했던 적막을 깨는,
 
 
똑똑똑-
 
 
노크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본인의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가 쟁반을 들고 와,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도련님, 간식 가지고 왔습니다.”
 

그쪽에 놓아두세요.”
 
 
가정부는 그가 가리킨 곳에 쟁반을 내려놓고
다시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갔다.
 
다시 조용해진 방안에서 그는 한참을 생각을 하다,
쟁반을 들고 책상에 다시 앉았다.
 
가정부가 가지고온 쟁반 위 접시엔
아주 새빨갛게 익은 딸기가 올려 져 있었다.
백현은 옆에 준비 된 포크로 잘 익은 딸기 하나를 찍어,
자신의 입속으로 넣었다.
 
 
오물오물-
 
 
꾹 닫힌 입술과 대비되듯,
볼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흐음.”
 
 
 
 
 
손에 들었던 포크를 내려놓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자신의 앞에 펼쳐진 노트의 페이지가 새하얬다.
그리고 그 위에 제멋대로 놓여 진 볼펜 한 자루.
 
펼쳐져있는 노트의 페이지가
몽글 카페에서 펼쳐놓았던 것과
똑같은 페이지였다.
 
 
그는 몽글 카페에서 연극 스토리에 대해서
한 줄도, 아니 한 글자도 적지 못했다.
 
그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그녀를,
자신의 눈에 담아두기 바빴던 탓이라고 생각한다.
 
 
 
눈을 감았던 그는 조용히 눈을 뜨더니,
낮에 학교에서 사각관계를 그려낸 노트를 찾아
가방을 뒤적거렸다.
 

 
펼쳐진 노트위에
방금 손에 쥔 노트를 다시 겹쳐 올려놓고,
그걸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봤다.
 
곧이어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곤 무슨 생각이 번뜩였는지,
멋대로 놓여 진 볼펜을 집어 들고
무언가를 쓱싹 그려놓았다.
 
 
ㅇㅇ⇆백현
↑ ↓
찬열수정
 
 
화살표 하나를 더 추가해놓고
빤히 바라보던 그는 그제야,


찌푸렸던 미간을 풀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의 입가엔 어느새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있었다.
 
 

어느 누군가가
사랑이라는 가면을 꺼내 쓰고 있었다.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
 
독자님들, 안녕하세요!
뭔가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네요ㅠㅠ
다들 잘 지내셨나요?
 
원래는 단편을 들고 오려했으나,
쓰다 보니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그동안 단편만 쓰다 보니
장편 아닌 장편을 쓰는 게
(참고로 장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참 어려운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ㅠㅠ
 
어색한 부분이 있어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세요^^;;
 
작가는 이만 물러갑니다! 총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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