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버린 운명 - 1편 (by. 검은여우깡총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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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버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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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서강준
박해진
 
.
.
.

 
남들은 알까?
 
 
천상의 재능을 타고났다던
19살 작곡 신동 ㅇㅇㅇ,
 
정신병원 환자라는 걸?
 
 
남들은 그저 아름답다던
내가 만든 모든 곡들이
 
슬픈 피아노에서 깎아내린
내 고통의 무게라는 걸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겠지.
 
 
 
흰 건반과 손끝이 닿자,
내 앞에 앉은 피아노가
눈물을 흘렸다.
 
 
-
 
검은 건반을 누르니
피아노가 나를 보고
표정이 일그러졌다...
 
 
세상은 흑백이다-
마치 피아노처럼.
 
예술은 알록달록 아름답다고 하다는데
정작 나의 세상은 끔찍한 흑백.
 
...참 아이러니하다
 
 
 
내가 이곳의 환자가 된 지
정확히 361.
 
며칠만 지나면
1년이다.
 
 
이곳에 있는 동안
꽃은 폈다졌고,
단풍이 진해졌고
세상은 하얘졌다.
 
그리고 올해도
 
다시 꽃이 폈다.
 
 
열어놓은 창문 안으로
벚꽃 잎이 뽀얀 눈처럼 쏟아졌다.
 
햇살에 빛나는 꽃잎이
나의 낡은 피아노를 덮었고,
 
슬픈 노래만 칠 줄 아는
주인을 만나 딱하다고
위로해주는 것만 같았다.
 
 
똑똑-
 
그때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ㅇㅇㅇ
상단시간이 되었습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네.
 
피아노 뚜껑을 탁
닫고서 일어섰다.
 
.
가요
 
 
*
상담실은 환자병동과
거의 10분 거리로
떨어져있었고,
 
환자병동과
조금씩 멀어지면서 주변의
분위기도 확연히 변했다.
 
파스텔 벽지와
밝은 형광등,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환자복을 입지 않은 이들의
존재였다
 
상담은 입원환자가 아니더라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외부인들이 꽤 있었다.
 
 
혹시라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마스크를 낀 채
D-3 상담실 쪽으로 향했고
 
그 앞에 놓인 대기 의자에
털썩- 앉았다.
 
... 기다리는 거 싫어하는데
간호사는 왜 맨날
일찍 불러내가지고...
 
나도 모르는 새
손가락이 허벅지 위에서
마치 건반을 누르듯
움직이고 있었다.
 
나의 습관이자
일종의 직업병이었다.
 
헛기침을 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의
그림자가 내 위를 덮었고,
 
위를 올려다보니 어떤 남성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이는 20대 중반 정도로 보였고
키도 어깨도 꽤 큰 편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밝은 눈동자를
가진 약간 청초한 느낌을
자아내는 그가
 
생각보다 낮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저기...
여기가 박해진 선생님
상담실인가요?“
 
“.... 맞아요.”
 
아 다행이네요.”
 
 
그러고서는 내 옆
대기의자를 펴서 앉았다.
 
내 눈은 그 남자가 입은
옷으로 향했다.
 

 
사복...
그리고 이 시간 때에
한 번도 못 보던 얼굴.
 
박해진 선생님의
새로운 환자가 분명했다.
 
사복과 환자복-
고작 천때기에 불과한
쓰잘때기 없는 것 하나 때문에
 
벌써부터 그 사람과 나 사이에는
커다란 유리장벽이 생긴 것만 같았다.
 
상담실문이 끼익 열렸고
환자병동 자판기 앞에서
자주 보던 아저씨가 나왔다.
 

 
ㅇㅇㅇ, 들어오세요.”
 
의자에서 엉덩이를 때고
나와 같은 환자복을 입은
아저씨를 지나
상담실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도 어제,
그리고 그저께랑
다를 게 없는 레퍼토리였다.
 

 
오늘은 좀 어때?”
 
똑같아요.”
 
오늘도 피아노 앞에
계속 있다가 온 거니?“
 
.”
 
... 진부해.
 
 
피아노를 치고 작곡을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전부
다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래줄 수 있을까?“
 
...악보에 어떻게 옮길지,
음이 맞는지... 그런 거요.“
 
 
속 시원하지 않는 대답을 들었는지
골똘히 다른 방안을 생각해보는
선생님 이였다.
 
 

 
.. 그럼 우리 연상게임을
한번 해볼까?“
 
연상.. 게임이요?”
 
그래. 선생님이 어딴 단어를
말하면 순간 떠오르는 단어를
걸러내지 않고 말하는 거야. 알겠지?“
 
뭐야
나는 속으로 약간 비웃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신선하네...
 

 
자 그럼 이제 시작한다?”
 
.”
 
첫번째 단어는 내 이름이었다.
 
 
ㅇㅇㅇ
 
 

 
 
비현실.”
 
 
소리
 
음악
 
지금 장난하는 건가...
 
이런 식으로 무의미한 단어들만
주고받으며 10분이 지났다.
 

 
ㅇㅇㅇ
 
작곡가.”
 
 
명예
 
족쇄.”
 
 
피아노
 
“...눈물.”
 
 
건반
 
.”
 
 
작곡
 
고독
 
 
이상하게도
조금씩 감정이 격해졌다...
 

 
피아노
 
무기
 
 
피아노
 
비명
 
 
어느 순간부터 계속
같은 단어에 답하고 있는 나였다.
 
피아노
 
 
피아노
 
 
피아노
 
 
피아노
 
!”
 
 

 
 
피아노
 
 
 
 
 
“...엄마.”
 
....
 
 
제일 말하고 싶지 않았던
그 단어가 결국 꺼내졌다.
 
.....
 
 
 
 
상담은 평소보다 일찍 끝났지만
나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엄마를 기억 속에서
지운지는 오래...
다시 떠올린다는 게
절대 가볍지 않았다.
 
무거운 기억을
다시 억누르면서
조금 후들거리는 다리로
상담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아까 내 옆에 앉아있던
빛바랜 눈동자를 가진
남자가 보였고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사람의 눈 속에는
 
 
선율이 담겨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지만,
 
나는 그 3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피아노 소리를 들었다.
 
 
다음- 들어오세요.”
 
, .”
 
 
남자는 의자에서 일어서,
나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내 시선은 계속
그를 따라갔다.
 
선생님의 부름에
피아노 소리는 진작 끊겼지만-
 
내 귀속의 그 피아노 소리는
사라지기는커녕
더 강하게 메아리쳤다...
 
 
 
*
 
 
환자병동에서는 매일같이
나의 곡성이 울려 퍼졌다.
 
 
남들 귀에는 나만의
아름다운 연주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고통에 찬 비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날 살려달라는
외로운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음 위에 음이 겹쳐졌고
그만큼 감정도 쌓이기 시작했다.
 
손이 점점 건반 위를
빠르게 달렸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게 느껴졌다.
 
오늘도 피아노 소리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작곡가...
 
어떻게 보면 멋있겠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작곡가 이면서...
곡을 써내러 가고
음들을 가지고 놀면서
 
음악이라는 하나의 작품을
꽃피우진 못하고,
오히려 88개의 음들 모두에게
휘둘리고 있었다.
 
 
초라했다.
 
 
더 이상 손에 감각 따위는 없었고
차가운 땀이 비 오듯
관자놀이를 타고 턱 끝에서
건반 위로 뚝- - 떨어졌다.
 
 
 
하아...하아...”
 
마지막 음을 누르자
지친 몸을 겨누지 못하고
피아노 건반 위로
쓰러졌다.
 
그러자
더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펴졌고,
나는 거친 숨을 헐떡였다.
 
 
 
식은땀이 흐르는 이마를
건반에 기대고
숨을 고르고 있던 참에...
 
 

 
잘 친다?”
 
“...?”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이 뻔뜩 띄었고
난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눈동자에 노래를 담은
그 사람이었다.
 
 
..뭐라고?”
 

 
잘 친다고.
들어본 적 없는 곡인데-
혹시 네가 작곡한 거야? “
 
 
...뭐야 이 사람?
그리고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거지?
 
 
누군데 여길..!
아니 환자병동에는 어떻게? “
 

 
볼 사람이 있어서.
- 너 말고.
이건 그냥 우연.“
 
 
그러고선
문짝에 기대고 서있던 그가
나의 연습실 안으로 들어서,
 
내가 앉아있는 긴 피아노 의자에
멋대로 털썩 앉아버렸다.
 
 

 
그런데 넌
뭐가 그렇게 슬퍼?“
 
 
띠링
 
아무 음이나 치는 그의 손에서,
또 나를 바라보는 깊은 눈에서
또 피아노소리가 들렸다.
 
같은 피아노에서 나오는
같은 음 이지만,
내 연주와는 다른
맑고... 청아한 음이었다.
 
마치 이 사람처럼.
 
 
그리고 그렇게 치면
피아노가 너무 아프잖아.“
 
너 뭐야?”
 

 
?”
 
너 뭐냐고.”
 
...”
 
 
그의 눈이
슬프게 휘어졌다.
 
눈물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그냥 지나가는 행인?.”
 
그럼 계속 지나가던가.
왜 들어오는데?“
 
....
문이 열려있어서.”
 
 
그의 눈동자가 한쪽으로 쏠렸다.
거짓말하고 있네...
한번도 문을 열고
피아노를 친 적이 없는데
 
 
그리고 피아노 소리가
자기 얘기 좀 들어달라고
울부짖더라고... 디게 슬프게.“
 
“...누가 슬프데?”
 

 
에이.
네 곡이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데
그렇게 시치미 땔 거야?“
 
그가 피아노 위에 있는
손때가 잔뜩 묻은, 구겨진 악보를 들고
손으로 주름을 피며 말한다.
 
 
넌 아무것도 몰라.
함부로 말하지 마.“
 
맞아 난 아무것도 몰라.
그래서 네 연주를 듣잖아. “
 
... 이거 완전
개또라이인걸?
 

 
그리고 너 계속 반말할거야?
딱 보니깐 완전 꼬맹이구만.“
 
“19살이나 먹었거든?”
 
ㅋㅋㅋ 거봐 꼬맹이 맞네.”
 
뭐 얼마나 차이난다고...
끽해봐야 3살 차이 나게 생겼구먼.“
 

 
무슨 소리- 난 네가 걸음마 할 때
책가방 메고 등교하고 있었을 거다.“
 
나이 먹은 게 벼슬도 아니고...
엄청 뻐기네.“
 
이야 하!
너 진짜 재밌다!?“
 
 
...
사람 놀리는 건가 지금??
 
 
인상을 찌푸리며
피아노의자에서 엉덩이를 땠다.
 
그리고 이제 내 방으로 갈
준비를 하려고 열어놓았던
창문들을 닫았다.
 
그래...내가 지금 정신병원
안이라는 걸 까먹고 있었어.
 
아무리 환자면회를 온 거라고 했다만
아까 상담받는거 보니까
자기도 정상은 아니던데 뭐.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사람과 내가 무슨 시간 낭비를...
 
 

 
이거 쳐봐도 될까?”
 
???
안 돼! 그거 아직
 
 
눈이 휘둥그레진 채
피아노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땐
이미 늦었다.
 
 
 
그 사람의 손이
내가 악보에 그려넣은 첫 음을
치는 순간...
 
 
그 순간,
 
 
흑백이었던 세상에
색체가 번졌다.
 
 
내 귀에는 항상
비명과 괴성으로 들려오던
나의 음악이
 
처음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거...
내 노래 맞아?
 
 
무언가 가슴 속 깊이 요동쳤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무언가가 씻겨 내려가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가 치는 나의 노래는
나를 망가뜨리고 고치고
망가뜨리고
또 고쳤다
 
 
 
넋을 놓고 감상한지
5분이 훌쩍 넘었고
 
그의 음이 피아노에서 울려 퍼졌을 땐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
알았다...
 
저 사람이 누군지.
 
어딘가 익숙했던 그의 연주.....
 
더 빨리 눈치 채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보다 한참 어렸을 때부터
이 정신없는 음악가의 세상에 던져진
한 사람
 
 
그도 내가
자신이 누군지 깨달은 걸
알아차렸는지,
 
창문 밖 주황빛 황혼을 뒤로 한 채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도 내가 누군지 알아버린 눈치였다.
 
 .
.
.

※만든이 : 검은여우깡총토끼님
 
<>
 
안뇽하세용~ 검은여우깡총토끼입니다!
조국을 위하여말고 이렇게 찾아뵈어서
당황하셨나요? 걱정하지마세요 하하
<하늘이 버린 운명>은 그냥 짧게
5부작으로 끝내는... 일종의 단편(?)입니다!
 
그리고 저희의
메인작품인 조국을 위하여
금방 들고 올 터이니....
 
작곡가와 피아니스트의 애절한 스토리-
하버운도 예쁘게 봐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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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버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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