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별에게 上 (by. 마쿄)

<작가가 독자님들에게>

과거 회상씬의 시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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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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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검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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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도시 사이에
알록달록한 네온사인은
내 머리를 아프게 만들 정도로
화려함을 내뿜었다.

복잡하게 엮여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매번 같은 거리의 풍경을 단조롭다
느끼면서도 실제론 하루하루가 다르듯
날파람스럽게 변하는 이 곳에
나는 미처 적응하지 못했다.

물론 어린시절을 시골 같은 곳에서
보낸 탓에 그런 것도 있기야 하겠지만
 아무리 그랬다한들
이 도시의 나날은 마음 속 한 구석을
 매번 공허하게 빈 것처럼
시리고 쌀쌀하게 만들었다.

간단하게 생각한다면
재미가 없다는 것도
맞는 말이겠지.

 퇴근길엔 마시지도 않을 커피를
한 손에 꼭 쥔채로 피곤에 찌든 몸은
겨우겨우 집에 들어섰다.

뱀이 허물을 벗듯 옷을 대충 벗어던진채
아무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는 것도
잠시 땅이 꺼져라 한숨을 짓는 것도
습관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이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짐정리가 덜 끝나서인지
집안은 정신없이 산만하기만 하다.

짧은 휴식은 바로 끝이 나고
무거운 몸을 이끌며 상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띠딩


갑작스럽게 들려온 짧은 멜로디에
흠짓 놀라긴 했지만 이내
소리가 들린 상자를 뒤적였다.

지금은 보기 힘든 2G폰의
전원이 켜진 모양이다.

 '개통일 2007 6 12'
안내와 함께 배경엔 그 당시
보검이와 내가 카메라를 향해
브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자리잡고 있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도시에
살다보니 어느새 기억 속에서
지워져버린 한 사람.





박보검. 그때는 참 행복했는데.
상자 안엔 2007년 고등학교의 앨범,
그리고 당시에 공부했던 교과서와
공책들이 가득 담겨져있었다.

내가 왜 이걸 버리지 않고
가져왔을까. 뭔지도 잘모르고
무조건 외우겠다며 필기하던 공책.

친구들과 몰래 돌려보던 쪽지들.
함께했던 친구들의 졸업앨범.
그리고 박보검이 남긴

별자리 책.




니가 책꽂이로 표시해둔 자리엔
여름별자리들이 머물러있었다.


-


2007년 여름, 보검이와 나.
읍은 아니지만 시골처럼 좁은 곳에서
살아온터라 비슷한 또래의 친구도
별로 없던건 사실이지만
그 덕분에 더 친해질 수
있던걸지도 모르겠다.

 , 그런 것보다 특별한 계기가
더 있을 수도 있지만
기억도 나지 않을 뿐더러
딱히 기억할 필요도 없다고
우린 그렇게 생각해왔다.


"우리가 어떻게 친해졌는지 기억해?"




"그런게 중요한가. 너와 내가
친구인 현재가 중요한거지.
쓸데없는 생각말고 공부를 해. ㅇㅇㅇ"


더 정확히는 '우리'라기보다 내가 호기심이
생길때마다 단호하게 늘 입버릇처럼
'현재가 중요해' 와 비슷한 맥락을 지닌
잔소리로 그런 궁금증따위 금방이라도
잊어버리게 만드는 보검이 덕분이지만.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절부터 나이에 맞지않는
어른스러움을 지니고 있던 보검이는
자신이 오빠라도 되는 마냥
나를 몰래 챙기는 습관
또한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내가 갈수록 애처럼
어리광이 늘었던건 다 보검이의 습관에서
나온 잘못된 방식에 비롯되있으리라.


", 조금만 놀자고. 심심하다고."




"쓸데없는 질문할때부터 알아봤다.
오냐, 그래. 뭐하고 싶냐. ㅇㅇㅇ"


변하지않는 어리광이 보기싫지도
않은지 한번쯤은 따끔하게
 혼을 낼 법도 한데 보검인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단지 어린 여동생을 어르고
달래는 것처럼 내 말대로
다 받아주었던 그는 어느새
정말 오빠처럼 훌쩍 커서
고등학교 2학년땐 어디 가서
성인남자라 해도
믿을 만큼 듬직해져있었다.

180은 간단히 넘어버린 키와
훈훈한 외모 때문인지
전교에 몇없는 여자애들에게도
꽤 인기가 많아 학교 서랍장엔
시시한 편지들이 넘쳐났다.

가끔씩은 달달한 간식들도
내 앞에 가져와 나눠주기도 했는데
그게 자랑이라 생각한
나는 '필요없어' 단호하게
거절한 적도 많았다.




"너 초콜릿 좋아하잖아."

", 오늘부터 싫어졌어."

"그런게 어딨냐?"


다른 여자아이가 선물한 간식을
나에게 건네는 그의 행동은
꽤나 묘했다. 다른 의심없이
남매 같은 친구사이라
적힌 울타리 안에서 지내던
우리의 빈 공간엔
작은 흑이 모여 물들어갔다.

내가 보검이를 좋아한다는걸
깨닫는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처음 느껴본 풋사랑이라
어떻게 마주해야할지 몰랐던건
여느 소녀와 다르지 않았다.

만약 보검이가 싫어하면 어쩌지.
우리가 멀어지면 어쩌지.

멍청한 여자처럼 마음을
외면하진 않았지만
겁쟁이였던지라 용기없이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한 걱정만 쌓아갔다.

그러면서 보검이와의 대화가
적어지고 자연스럽게 둘이서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ㅇㅇㅇ, 잠깐 얘기 좀 해."


결국엔 그가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
나를 왜 피하냐는 질문을 해오면
과연 그땐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막막하여 고민만 하던 그때.

 보검이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조심스럽게 건넸다.

그가 준건 별자리 책이었다.
 순간 주마등처럼 흘러간건
내가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별 보러가고싶어" 라고 말하며
하늘만 보던 나와 옆에서
느껴지던 너의 시선이었다.




"별 보러 가고싶다며."

"?"

"나랑 같이 가자,
너한테 꼭 주고싶은 것도 있고."

"..그래."


예상과는 다른 그의 행동에
멍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나에게 화를 내며 따지지 않았다.

그땐 그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잘몰랐다.

그저 보검이와 멀어지지않았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충분했는지도 모르겠다.

몇날 고민하던 무거운 생각은
모두 눈 녹듯 사라진게
신기할 뿐이다. 보검이가 언제부터
이렇게 나한테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지금이 좋으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수업이 끝난 교실에 남아
책상을 사이에 두고 앉아서
한동안 나누지 못했던
소소한 대화를 했다.

동네아줌마들에게
들은 영양가 없는 이야기.

앞동네 빈이가 또 혼나
쫒겨날 뻔한 이야기.

전체적으로 정말 쓸모없지만
그런 대화를 하면서 만나지 못해
비어간 공간을 조금씩 채워나갔다.





", 비온다."


지나가는 여우비라기엔
비가 굳쎄게 바닥을 쳐대며
특유의 물소리를 내니
꽤나 무섭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가방에 우산을 매일 넣고다녀서
별문제는 없으니 다행이다 싶었지만
보검이에게 작은 걱정이 서려있었다.


", 오늘 자전거 타고왔는데."

"난 우산 있지롱."

"그럼 ㅇㅇㅇ 니가 오늘 내 우산 담당."


이건 또 뭔소리야.
'싫어' 거절을 하긴 했지만
어차피 자전거 뒷자석에 앉아
집에 갈 운명인것을.

보검이의 허리를 감싸고
한손으론 우산을 쭉 들어올렸다.

앉은 키도 큰 놈이라 가는 동안
팔이 아파서 계속 싫은 소리를
내긴 했지만 그는 그게 듣기싫지도
않은지 계속 '조금만 더'
'집에 가면 맛있는거 사줄게'라며
다정하게 답했다.

이런 작은 거에도 설레서
얼굴이 붉어졌지만
다행히 그는 등을 지고 있었으니
이런 나를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 박보검"

", ㅇㅇㅇ"

"그냥."


보검인 아무 말도 없이
그저 빗물 섞인 바람 속에서
집을 향해 갈 뿐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수는 없었지만 느낌적으로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있을 것만 같았다.

어떠한 근거도 없지만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분명 웃고있으리라.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이
난 달콤하기 때문이다.

박보검 너도 나와 같이
지금이 달콤했으면 좋겠다.





"다왔는데. 언제까지 붙잡고있으려고."


생각에 젖어 그의 말을
듣지못한 탓에 혼자 그를
붙잡고 있었는지. 나 때문에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돌처럼 굳어
계속 앞만 보고 있었다.

미안함보다도 민망함이 커서
말을 더듬으며 사과했다.

보검이가 오늘따라
이상하다며 웃기에
내 얼굴은 거의 터질것처럼
붉어져버렸고 그의 웃음소리는
아저씨처럼 더욱 호탕해졌다.


", 박보검"


내 말이 들리지도 않는것인지
계속 웃기만 하는 보검이가
얄미워서 였을까.

아니면 그냥 이런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

말하기 어려워 계속
내뱉지도 못하고
꽁하게 속으로 담아두기만
할줄 알았던 말이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좋아해."


웃음만 가득하던 우리 사이는
긴 침묵만 흘렀다.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다.

괜히 또 빨갛게 익어가는걸
느껴서인지 일부러
더 비를 맞았던 것 같다.

우산을 내리고 차가운 비가
나를 진정시켜주기를 바랐다.

지금 이 순간. 나 혼자만
이러는거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를 맞아 머리카락에 송글송글
맺힌 빗방울이 어깨에 내려앉아
간지럽혀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모든 감각이 온통 마비된 것처럼
그저 가만히 서서 그의 말 한마디만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ㅇㅇㅇ"


1분이 하루처럼 길게 느껴졌었다.
아까 명랑하게 웃던 소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진지한 얼굴의 한 남자가 서있었다.

떨림의 연속. 영화 속에는 고백하고나면
속시원해진다고 흔히 나오던데.
순 거짓말이었나보다.

더 떨려서 이젠 제대로
눈을 맞출 수도 없다.

그냥 이 자리에서 도망쳐버릴까.
그래, 도망치자.


", 나 먼저 가볼게."


시크하게 돌아서 집까지
잽싸게 들어가려고 했던
나의 계획과는 다르게
그에게 잡힌 손목에 중심을 잃었다.

이대로 넘어지는건가 했는데
 따스함이 온몸을 감싼다.

그대로 잠자코 안겨있었다.
온통 빗물에 젖어 차갑지만
따뜻한 알수없는 느낌이
나쁘지만은 않다.

모두의 시간이 멈추고
우리 둘만 남은 세상이 펼쳐졌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일이었다.


"박보검, 많이 좋아해."


더욱 꽉 안아오는 보검.
그게 대답일까.
깊은 곳에서 기대가
살며시 피어올랐다.
그도 내가 좋은걸까.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줘라."


무슨 뜻이었을까.

다시 소년처럼 밝게 웃던 보검
비는 어느덧 그쳐 맑게
개여져 가는 하늘이
 조금씩 먹구름을 걸러
흰구름을 내보였다.

보검인 그렇게 힘차게
손을 흔들어보이며
자전거를 탄채 가버렸다.

 '내일도 만나.' 평소에 했던 인사도
잊지않은채 분명 그렇게 말했다.

집에선 건방진 남동생에게
물에 젖은 생쥐꼴 났다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듣고
몇가지 옷을 챙겨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샤워하면서 과연 그때
보검의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봤다.

좋으면 좋은거지
왜 기다려달라 했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복잡한건 일단 접어두기로 했지만
보검이가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가 않는다.
머리를 말리다가도
저녁을 먹다가도
심지어 잠들기 직전까지도
보검이로 가득했다.





그렇게 하루종일 내 마음 속이
그 사람으로 꽉 차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부터
보검이가 보이지 않았다.

담임선생님도 별 말씀없이
보검이에 대해 언급하지않았다.
오히려 피하고 있는 것 같았다.

후에 학교엔 이상한
소문들이 퍼져나갔다.

'가출을 했다.' '자퇴를 했다' 등등
거북하고 불쾌한 모함들이 가득했고
결국 선생님이 이 소문을 종결시키기
위해 하신 말씀은 꽤나 허무했다.


"보검인 해외로 전학을 갔다.
그러니 앞으로 보검이에 대한
이상한 소문은 믿지도 말고
퍼트리지도 마라."


거짓말.
그래, 거짓말인걸
알고는 있었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난 그때 뭐가 두려웠을까?
집을 찾아가보았지만
그 누구도 집안엔 없었다.

실망감. 그리움. 슬픔. 그리고 그런
감정들은 점차 무뎌져갔고
졸업식날까지 보검이는 보이지 않았다

.
.
.
.

※만든이 : 마쿄님

<독자님들에게>

인사 드리는건 처음인것 같습니다.
저는 마쿄입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예쁘게 봐주시길..

이 글은 예전에 테스트를 위해
썼던 글을 살짝 바꿔서 쓴 글입니다.
원래 제목은 '여름별자리'였죠.

금방 下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때 '신의 뜻대로'에 관해서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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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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