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려진 [번외] (by. HEART)

<작가가 독자님들에게>

안녕하세요 여러분!
숫자로만 된 필명을 사용하면 작가 링크에 문제가 
생겨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변경했습니다ㅠㅠ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분들께
늘 감사드립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
<흐려진>
■ 단편 => 바로가기
■ 번외 => 바로가기
──────────────── 

BGM : 아이유 - 사랑이 잘


.
.
.

7월의 어느 날,
35도까지 치솟은 낮
심지어 오후 2시에
나는 땡볕에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


더워 죽겠다.
대체 이 날씨에 뭐 하러
밖에서 만나자고 하는지


그와의 만남 자체도
그다지 달갑지 않은데,
심지어 내가 땀 흘리는 거
엄청 싫어하는 거 알면서
대체 왜 밖에서 보자 한 걸까.



우리는 여전히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아니, 나만 미지근하다고 해야겠지.


그는 한결같다.
그냥 내가 변했을 뿐이다.
이제 나는 솔직히 인정한다.
내가, 식었다는 것을.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헤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가 너무 착해서,
헤어지자 말하기 미안해서
이별을 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헤어지자 하는 것 조차도
내겐 귀찮은 일일 뿐이다.


그와 헤어지면,
그가 나를 붙잡을테고
나는 어떻게 거절할까 생각해야겠지.


그와의 추억이 남은 물건들을
그리고 사진들을
정리해야 할테며,


그와의 약속이 더 이상 없으니
그 시간 동안 뭘 할지
찾아보아야겠지.


그냥 그게 귀찮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무감각하게
그와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ㅇㅇ아


차 한대가 멈춰 서더니,
창문이 열리며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차 갖고 왔어?”

응 너 더운 거 싫어하잖아
얼른 타




조금 세게
차 문을 닫고는
조수석에 올라탔다.


알면은 그냥
집에서 만나든지,


아니면 차 갖고 집까지
데리러 오든지.


치밀어 오르는 짜증에
인상을 쓰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는 운전에 집중해서
그런 내 얼굴을 보지 못했다.
워낙 운전을 자주 안 하는지라,
운전에 서툰 오빠다.


운전도 잘 못하면서
뭐하러 귀찮게 차까지
갖고 나온 걸까
그냥 집에서 좀 만나지


.
.
.


.. 다왔다


차를 타고 이동한 지
한 시간 후,
그의 말에 고개를 돌리니
바다가 보였다.


여기 어디야?”

인천 왔어요

뭐 하러 여기까지 왔어

니가 바다보고 싶다고 그래서..”


그의 말에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내가 저번 주에
지나가듯 했던 말이 떠올랐다.


.. 시원한 바다나
보러 가고 싶다


진짜 그냥 별 생각없이
떠오른 대로 내뱉은 건데.
귀찮다.
돌아가려면 또 한 시간이나
걸리는 거 아냐.



짜증이 난 듯한
내 얼굴을 보고,
보검오빠는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 많이 더워?
에어컨 더 세게 틀게

아니야 안 더워

..”


이내 차 안에는
정적만이 가득했다.


너무 짜증만 냈나,
좀 미안하긴 하다.
미안하다고 말할까 하다,
그조차도 너무 귀찮아
그냥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ㅇㅇ아 먹고 싶은 거 있어?

딱히 없는데..”

.. 그럼 회 어때?
근처에 맛집 알아놨어

그래


내가 회를 좋아해서
횟집을 알아왔나 보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하지만 귀찮게 굳이
다른데 가자 할 필요가 있을까.
너와 나누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에겐 귀찮을 뿐이다.


.
.
.


회를 먹고,
잠시 밖에서 바다를 바라보다
내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는지
오빠는 다시 서울으로
차를 돌렸다.




ㅇㅇ아..”


그러다,
어느 지하철 역 앞에서
차를 세우고는
나를 불렀다.



나한테..
서운한 거 있어?”

아니 없어

그럼 오늘 많이 피곤해?”


그럴 리가.
어제 2시에 잠들었다가
오늘 11시가 넘어서야
일어난 나다.
하지만 말이 길어지는 건 귀찮으니
짧게 대꾸한다.


그냥.. 조금

.. 그렇구나
그럼 빨리 들어 갈래?”

아니야 괜찮아


빨리 들어가라니..
이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옷도 챙겨 입고
화장까지 하고 나왔는데.
벌써 들어가기엔 아깝다
오늘따라 화장도 잘 먹었는 걸


내가.. 그럼
뭐 화나게 했어?”

아니야


아니, 너는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다.
그냥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을 뿐,
그게 전부다.


..”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깊은 한숨을 쉬는 너다.


내 앞에서는
이런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그인데,
갑자기 낯선 그의 모습에
그를 돌아봤다.


이내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친 그는
나에게 말했다.


ㅇㅇ아..
오늘 우리 처음으로
지금 눈 맞추고 있는 거 알아?”


.. 그랬나
내가 오늘 하루 종일
오빠를 안 쳐다봤구나


.. 그랬나


조금 복잡해진
마음과는 달리
목소리는 단조로울 뿐이다.


내가 질려?”


갑자기 물어오는
그의 말에
순간 흠칫했다.


질리냐고..
그가 질린 걸까?
그래 계속 같은 모습만 봤으니
질린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조금 다른 면을 보니
살짝 긴장이 되는 걸 보면.


사실 보검오빠가
이렇게 애교 많고
귀여운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워낙 그런 걸 내가 좋아해
나에게 맞춰 오빠가 변한 것이다.


그런데, 그 모습에
질렸다고 말하면
나는 정말 나쁜년이겠지.


질린 거 아니야..”




글쎄,
솔직히 말하면
니 말을 들으니,
조금은, 아주 조금은
너에게 질린 것도 같다.


그럼 왜 그러는데


오늘따라 왜 이럴까
어떤 마음을 먹고 온 걸까 너는
나와 싸우려는 걸까,
아니면 헤어지려는 걸까


뭐가?”


알면서 애써
되묻는다.
내 입으로 말하면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물론, 이렇게
니가 말하게끔 하는 것도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미안,
내가 귀찮은 일은
이제 너무 싫다.
그리고 너의 감정이
나는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뭐 말하는지 알잖아


..오늘따라 정말
달라 보이는 오빠다.
단 한번도 나에게
정색한 적이 없는 오빤데.


뭐라 말할까
잠시 고민하고는
입을 열었다.


.. 권태기인가봐

..”


내 말에
고개를 푹 숙이는 너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침묵이 찾아왔다.


침묵은 너무 불편하다.
이조차도 짜증나다니,
사실 이런 침묵을 만든 건
난데 말이다.


고개를 한참 숙이고 있던 오빠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돼?


어떻게 하냐고..
.. 귀찮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연락도 안 했으면 좋겠고
나 보려면 내 집으로 와주면 좋겠고
.. 이런 질문으로
날 곤란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의 일상을 나한테
털어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관심도 없으니까.
그리고 내 일상을
묻지도 말았으면 좋겠다
너에게 말하는 건 귀찮아.


그리고 제발,
사랑한다, 결혼하자는 말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거짓말 하는 것도
이젠 지친다.


나는 안다.
이 모든 것을 순식간에 이뤄줄
그 한 마디가 무엇인지.
그래도 그 말을 내가 뱉는 건
너무 미안하니까,
애써 참는다.


그냥.. 오빠가
뭘 한다고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
나도 잘 모르겠다


거짓말쟁이.
잘 모르겠다니,
지금 헤어지자고
오빠가 말해줬으면, 하잖아.


이제.. 그러면
내가 노력해서 나아질 수 있는
조금의 여지도 없는 거야?


눈물을 참는 듯한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


, 없어.
이렇게 말하면 매정하려나.


모르겠어..
이건 너무 무책임할까?


아니야 방법이 있을 거야
이건 너무 뻔한 거짓말이다.


곰곰이 생각하다
내가 생각한 최선의 답안을 내뱉았다.


글쎄..”


그는 결국 눈물을 떨구고 만다.




그리고는,
그는 나에게 모든 걸 쏟아냈다.


.. 진짜 힘들었어.
그렇게 연락 잘 되던 애가
어느 순간부터 9, 10시만 되면
피곤하다고 자러 간다 하질 않나,
다음 날 12시는 되어서야
이제 일어났다며 답장을 보내질 않나.


툭하면 피곤하다고 낮잠 잔다 그러고
카톡은 봐 주지도 않고,
나한테 무슨 일 있었냐
물어봐 주지도 않았어 너


그리고는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참으려 애쓰다,
다시 입을 열었다.


처음엔 바보같이
그냥 너를 믿었어.
니가 한 말이니까.
, 요즘 많이 피곤하구나
바빠서 낮에도 피곤하구나 생각했어


있잖아, 근데..
3개월 동안 계속
그래왔던 거 알아?
3개월 동안 이걸 견뎠어.
진짜.. 진짜 많이 힘들었어..


데이트 할 때도
정신은 딴 데 가 있고,
잘 만나주지도 않고
맨날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어떻게든 안 만나려 하고.


너 그냥,
진짜 니가 할 거 없고
정말 심심할 때만
나 만나줬잖아


마지막 말에
뜨끔하는 나다.
설마 오빠가
그것까지 눈치챘을 줄은
전혀 몰랐는데.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해서
이것 까진 모르는 줄 알았다.


그는 쌓인 게 많았는지
쉴 새없이 말을 이어갔다.


수십번을 생각했어.
너와 헤어지자고 하면,
니가 미안하다 그러고
다시 나한테 잘해줄까봐
헤어지자는 말 뱉을까 생각도 했어.


근데 그럴 수가 없었어.
왠지 알아?
니가..
니가 안 잡을 것만 같았거든.


혹시나 잡지 않을까,
그 말을 내뱉기에는
니가 나한테 너무 필요했어.


니가 나랑 헤어지고
다른 남자랑 있는 거
상상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데,
내가 너를 어떻게 보내.”


살짝 화난 것 같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조금 미안해진다.


이런 모습 보인 적도 없고,
이런 말 할 줄도 모르는 그인데
내가 진짜 힘들게 했구나.


미안해, 그런데
너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아.
알잖아,
나 마음 떠난 거.
관심이 없어 너한테.


너 예전에
질투 되게 많이 했던 거 알아?
나랑 여자 연예인이랑
같이 드라마 찍는 것만으로도
질투하고 그랬어.


근데 너 이제는
아무 말도 안 하더라.
이번 한 달 간 키스신만
세 번이 나왔는데,
너는 아무 말도 안해.
아니, 보지도 않은 것 같아.


그리고 너,
나한테 폰 다 보여주더니
비번까지 바꿔 놓고,
내가 보려 하면 뺏아서 숨기고.
그럴 때마다 내가
얼마나 불안했는지 알아..?”


맞다, 그랬던 적이 있다.
여자 연예인이랑
예능을 하든, 영화를 찍든
나보다 훨씬 예쁜 여자들과
같이 일을 한다는 것 만으로도
나는 너무 불안했다.


그래, 키스신.
알고 있다.
니가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
드라마에서 키스 한 번 할 때마다
그날 페북은 온통 너로 도배가 된다.


그러게, 참 이상하지.
나한테 키스하는 너를
밀어내고 싶진 않았는데,
다른 여자랑 키스하는 너를 보는 건
아무렇지가 않더라.


이젠 솔직히 인정해야겠다.
그의 스킨십을 피하지 않던 건
정말, 그냥
그건 스킨십이었기 때문이다.


폰은.. 미안
다른 남자가 있던 건 아니야
, 물론 연락하는 남자들이 있긴 했는데
그런 사이 아닌 거 알지
그냥 친구들
근데 니가 보면 화낼 까봐
그냥 안 보여줬어.


말을 속으로 삼키고는
가만히 있었다.


.. 너무 힘들다 ㅇㅇ아


눈물을 참을 수 없는지
결국 너는 엉엉 울고 만다.


진영 오빠는
되게 눈물 없는 것 같던데.
, 반대로 선우 오빠는
되게 잘 운다더라.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너의 눈물을 보니 그냥
요즘 친해진
동아리 오빠들이 생각났다.


.. 니가 울고 있다
나 때문에.
미안해 오빠.
내가 울린 거 아는데,
내가 그치게 해 줄 수가 없어.


너는..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아까랑은 조금
다른 질문.


오늘은 이제 우리가
헤어지는 날인가 보다.


사실 안다.
니가 니 마음을 다 보임으로써,
내가 미안함에
다시 너를 잡지 않을까, 하는
그런 자그마한 가능성을
니가 믿고 있단 걸 안다.


미안 오빠,
근데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아.
그러기엔 내가
오빠의 눈물을 봐도 아무렇지가 않아.


모르겠어..”


오늘만 거짓말을
몇 번 하는지 모르겠다.


알잖아, ㅇㅇㅇ.
헤어지고 싶잖아 너.




눈물을 훔쳐내고는
입을 여는 너다.


그만할까, 이제?”


그러고는 곧바로
눈물이 주체가 안 되는지
고개를 돌리는 너다.


결국 니가 이별의 카드를 꺼냈구나.
결국 나는,
니가 이 말을 내뱉게 만드는구나.


내가 봐도 나는 참
못된 년이다.
그런데 마음이 안 움직이는 걸 어떡해.


미안.. 오빠


내 말에 눈물을 닦지 않은 채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너다.


미안..
좋은 사람 만나
오빠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야
미안해


내 말에
계속 멍하니 나를 쳐다보는 그다.


끝났다.
미안한데, 자꾸
머릿속에 오늘 집에 가서
저녁으로 뭘 먹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려 한다.


아니야. 이런 생각은
지금 하면 안돼
그건 너무 미안하잖아


너는..
내가 다른 사람 만나도
이제 아무렇지 않아?”


떨리는 목소리로 니가
나에게 힘겹게,
한 마디를 내뱉는다.


.
상관없어
사실 신경도 안 쓰여


이 말을 내뱉는 건
너무 상처가 된단 걸 아니까
잠자코 침묵을 지키는 나다.


그렇게 몇 분간의 침묵이 흐른 후,
체념한 듯 너는 말한다.


그래..
그만하자 이제.
나한테 마음 떠난 너를
계속 보는 것도
이제 너무 힘들다.
이제 그만 가


딸깍


차 문을 열어준 그는
흐르는 눈물을 그대로 둔 채
정면을 응시했다.


조심해서 가


무덤덤하게 한 마디를
내뱉은 나는,
차에서 내려 지하철역으로 들어갔다.


이제 진짜 끝났구나.
이제 그의 흔적들을 지워야겠다.
폰의 갤러리를 열어
미련없이 폴더 하나를
통째로 삭제하고 만다.


, 메모장.
니가 내 폰에 수시로
남겨 놨던 메모들.


역시 주저없이
전체 삭제를 누르는 나다.


카톡이랑 페북의 흔적들은
이미 정리한 지 오래다.
이제, 집에 남아있는
오빠 옷이랑 속옷들.


돌려줘야 하나,
짧게 고민하다
이내 귀찮음에
그냥 남겨두기로 한다.


그의 흔적들을 봐도,
나는 사실 아프지가 않거든


지하철 문이 열리고,
역에서 내린 나는
크게 걸려있는 너의 광고를 지나쳐
집으로 간다.


미안함만 남은 그 관계가
끝나서 참 다행이라 생각하며.

.
.
.

※만든이 : HEART님

<덧>

안녕하세요 여러분!
새드 엔딩이라 죄송해요ㅠㅠ
해피 엔딩이 좋긴 하지만
모든 사랑이 해피 엔딩을 맞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예전 글에 오타가 났던 건 죄송해요ㅠㅠ
잘못을 짚어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고
또 제가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지만
날 선 말투는 조금 아파요:(
대가를 받고 하는 일도 아니고,
그냥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계속 글 쓰는 걸 좋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적은 얼마든지 환영하지만,
제가 댓글을 하나하나 다 읽는다는 점!
생각하면서 조금만 딱딱하지 않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생각보다 댓글 하나하나가 
작가에겐 큰 영향을 미친답니당 헿
그리고! 앞으로 제가 쓸 작품의 남주가 
되었으면 하는 분들을 댓글에 써주세요!
물론 다 반영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글을 쓰며 참고할 예정입니다!ㅎㅎ
그럼 이만 뿅:)

────────────────
<흐려진>
■ 단편 => 바로가기
■ 번외 => 바로가기
──────────────── 
글쓰기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