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는 진행 중입니다 [단편] (by. 몽글구름)

 

 

 

 

시점은 현재-과거-현재로 진행됩니다.
중간에 ‘*’은 현재로 돌아왔다고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여전히 나는 진행 중입니다
 

 

 

 

조용한 외곽에 위치한 술집, 상풀 구름.
사람이 많지 않은 탓에,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노래를 안주삼아
소주를 한 모금 마셨다.
 

 


 

.”
 

 

길게 뻗어 나오는 한숨을 타고 들어오는
감정에 가슴이 저릿해졌다.
유리창에 보이는 깜깜한 배경이,
꼭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은 생각에,
피식- 바람 빠진 웃음이 새어나왔다.
 

 

비어있는 잔에 따라낸 소주를
거침없이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크으- 씁쓸한 맛이 입안 전체로 퍼지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지체 없이 난,
빈 잔에 또 다시 소주한잔을 따라 마셨다.
 

 

한손으로 턱을 괸 채,
이미 어두워진 밖으로 시선을 두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얼마 뒤, 잔잔한 음악 사이로
청명한 종소리가 들려,
난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문 쪽을 쳐다봤다.
 

ㅇㅇ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난 내가 앉아있는 자리를 알려주듯
손을 머리위로 들어 살짝 흔들어보였다.
그런 내 행동이 눈에 띄었는지,
ㅇㅇ는 내 쪽으로 발걸음을 고쳐 걸었다.
걸어오는 ㅇㅇ를 보자, 무표정으로 생각 중이었던
내 얼굴이 생기를 되찾았다.
어느새 내 입가는 예쁘게 말아 올라가 있었다.
 

 

오빠! 안주도 안 시키고
마시면 어떡해요!”
 

 

안주는 ㅇㅇ 네가 오면 시키려고.
식으면 맛없잖아.”
 

 

그래도 안주 없이
벌써 반병을 혼자 마시면.”
 


 

그러니까 아까 차로 데리러 간다니까.
같이 도착했으면 같이 마시잖아.”
 

 

피이-, 만나자고 할 때마다
데리러 오는 게 미안해서 그렇죠.”
 

 

입술을 삐죽 내밀어 토라지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이런 널 사랑하지 않는 게 더 어려울 뿐이다.
 

ㅇㅇ앞에 놓여 진 투명한 잔에
소주를 따라주며,
 

 

요새 무슨 일 있어?”
 

 

조심스레 먼저 묻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하나 약속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버릇처럼 힘들 때면
서로를 찾아 술을 마시곤 했다.
오늘 먼저 술 사달라는 ㅇㅇ의 연락의 숨은 의미는,
현재 고민이 있거나
혹은 현재 자신이 힘들다는 뜻이기도 했다.
 


 

쉽사리 말문을 열지 못하는 ㅇㅇ 모습에,
한쪽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없이,
다정한 눈빛으로 다시 되물어보았다.
그런 내 표정을 보더니,
ㅇㅇ는 자신 앞에 놓여 진 잔을 들더니,
눈을 질끈 감고 술을 자신의 입속 안으로 털어 넣었다.
소주의 쓴맛에 표정을 잠시 찡그리더니,
 

 

말하긴 할 건데,
듣고 화내면 안돼요!”
 

 

조금 긴장한 듯 말을 마치고,
내가 건넨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래. 내가 ㅇㅇ 너한테,
왜 화를 내겠니. 편하게 말해봐.”
 

 

이토록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한테 말이야.
 

 

저번에 내가 오빠한테 이야기 했던,
내 짝사랑기억나요?”
 


 

당연하지.
그때 당시 ㅇㅇ 네가 그놈 때문에 펑펑 울었잖아.
잊을 리가없지.”
 

 

생각지 못한 옛 이야기가 새어나오자,
그때의 감정이 또 고스란히 내 가슴에 전해져,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어버렸다.
 

 

 

 

 

2년전
 

 

 

 

 

봄이 불쑥 얼굴을 내밀고
자신이 왔다는 신호를 보내듯,
햇볕은 따뜻했으며
온기를 머금은 바람이 살랑거리며
머리칼을 흔들어대는 기분 좋은날이었다.
 

 

그날은 카페에서 오후근무를 마감하고
저녁 타임 때 일할 매니저에게
인수인계를 해줄 때였다.
 


 

오늘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간다면서?”
 

 

, 후배놈 군 입대 한다더라고!
너도 알걸? ㅁㅁㅁ.”
 

 

, 알지. ㅁㅁㅁ는 지금쯤 울고불고 난리 났겠다?
그러니까 남들 갈 때 가지.”
 


 

그러게, 이제 후회한다더라.”
 

 

 

인수인계 시간은
오랫동안 알고지낸 친구와의
수다로 채워가고 있었다.
 

 

그때 주머니에서 울리는 굵직한 진동소리에,
천천히 핸드폰을 꺼내어 보니, ㅇㅇ 였다.
(잠시 설명을 덧붙이자면
ㅇㅇ4학년 1학기 시작 전 휴학신청을 했고,
1년 전 우리카페에서
1년 동안 성실히 일했던 알바생이었다.
물론 지금은 복학을 했지만.)
 

 

화면에 성을 포함한 ㅇㅇ의 이름 석자가 뜨자,
순식간 내 머릿속을 새하얗게 변해버렸고,
이내 심장은 100M 달리기를 한 것 마냥
주체할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떨림에 입술까지 바짝 말라버렸다.
 

 

전화를 받기 전 목을 큼큼 가다듬고 있자,
옆에 서 있던 매니저 수지가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최대한 태연한척 통화버튼을 눌렀지만,
자꾸만 거세게 뛰어대는 심장은 어찌해야 될지 몰랐다.
 

 

-사장님!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으세요?
 

 

3주 만에 듣는 ㅇㅇ목소리에,
벌써부터 입술이 빠르게 예쁜 호선을 만들어댔다.
 

 


 

시간은 괜찮지. ?”
 

 

-, 저번에 빌려주신 옷
돌려드리려고요.
 

 

, 그래. 어디서 볼까?”
 

 

-, 강의 한 시간만 들으면 끝나거든요.
제가 따로 카페로 찾아갈게요.
 

 


 

상풀대 맞지? 어차피 난 오늘 일도 끝났으니까,
내가 그쪽으로 갈게.”
 

 

-아니, 안 그래도 되는데.
 

 

괜찮아. 나머지 강의마저
열심히 듣고 있어!”
 

 

 

전화를 끊자, ㅇㅇ를 볼 생각에
난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있었다.
카페 문을 나서려는 나를,
 

 

- 공지철!
너 여자 생겼냐?”
 

 

잡아 세우는 수지의 말 때문에
움직이던 발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뭐래! 아니거든?”
 


 

방금 전까지 ㅁㅁㅁ,
군 입대 전 송별회간다고
하지 않았냐?”
 


 

갈 거야.
그 약속 전까지 시간이 남아서
누구 잠깐 만나고.”
 

 

너 설마 예전에 일하던 알바생,
ㅇㅇㅇ 만나냐?”
 

 

내 일과를 꼬치꼬치 캐묻는
배수지를 바라보며,
 


 

그걸 내가 왜 너한테
시시콜콜하게 이야기를 다 해야 되냐?”
 

 

미간을 살짝 구겨버렸다.
배수지는 인상 쓴 내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팔뚝을 자신의 손으로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두 번 정도 두들겼다.
 


 

이 모질아! 벌써 1년이야, 1.
내가보기엔 너 짝사랑한지도 1년이 넘었어!
네가 하고 있는 거 그게 지금 사랑이라고!
혼자 이렇게 끙끙 앓는다고,
걔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에게 표현 안하면 네 마음 절대 몰라.
이렇게 지낼 거면 그냥 화끈하게 고백해!
혹시나 상대방이 거절한다면,
그냥 우린 인연이 아닌가 보다하고
깔끔하게 포기하면 되지.”
 

 


 

, 배수지. 넌 참 말 쉽게 한다.
사람 감정이라는 게 어디 말처럼 쉽냐?
그리고 짝사랑 뭐 그런 거 아니거든?”
 

 

본인의 일이 아니라서,
술술- 쉽게 말해버리는 친구가 야속했다.
 

 

사실 난 내가 짝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알바생을 뽑으려고 면접을 봤던 당시,
ㅇㅇ에게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에너지와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감정들이,
일할 때도 여전히 지속되었고
그냥 그게 그 사람의 첫 이미지가
오랫동안 남아있는 거라고,
그렇게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무뎠던 것 같다.
그냥 ㅇㅇ 너와 함께 일하는 자체가 좋았었다.
 

 

 

.
.
.
 

 

 

빠르고 거칠게 차를 몰아서
결국 상풀 대학교 안에 마련된
주차장에 주차를 마쳤다.
주차를 해놓고도 눈을 감고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
생각을 이어가고 있었다.
 

 

내가 ㅇㅇ에게 느끼는 감정들은 무엇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연락이 오면 좋았고,
얼굴을 보고 같이 있으면 좋았다.
물론 보고 싶다-란 생각도 들었었다.
이런 단순한 감정이 사랑인가-
주제로 생각에 생각을 더했다.
 

ㅇㅇ가 내 차의 창문을 두들겼을 때야
드디어 생각의 꼬리가 끊겨버렸다.
차의 창문을 내리자,
그 틈사이로 큰 쇼핑백을 넣는
ㅇㅇ 모습에 당황스러웠다.
 

 

사장님! 여기에 겨울옷이랑 목도리
드라이클리닝해서 집어넣은 거예요.
지난번에 진짜 감사했어요!”
 

 

ㅇㅇ, 차에 안타고 뭐해!”
 

 

? 아니 물건.”
 

 


 

에이, 오랜만에 봤는데.
그냥 가려고?”
 

 

머뭇거리는 ㅇㅇ에게,
 

 

얼른 타!
저녁 안 먹었지, 아직?”
 

 

쐐기를 박듯 내가 먼전 말을 꺼냈다.
쭈뼛거리며 차문을 열면서 타는 ㅇㅇ,
 

 

저 그럼 실례 좀 하겠습니다!”
 

 

인사를 하면서 차문을 닫았다.
하는 행동들마다 얼마나 예쁜지.
ㅇㅇ의 얼굴을 쳐다보고 살포시 웃어보였다.
취업학년이라 그런지 ㅇㅇ,
 

 

개강하고
힘들었나보네?”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얼굴이 많이 야위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한 번 더 힐끗- 쳐다보는데,
왜 내말에 ㅇㅇ는 힘없이 웃어 보이는 걸까.
 

 

, 사장님,
밥 대신 술 한 잔 사주시면 안돼요?”
 

 

힘없이 고개를 숙인 ㅇㅇ의 모습에
괜스레 내 마음이 아파왔다.
웃는 게 예뻤던 ㅇㅇ의 모습대신
풀이 죽어있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길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기가 조심스러워 질문대신,
조용한 분위기의 술집으로 차를 이동시켰다.
 

 

! 알바생이 사장님한테 술 사달라니,
상황이 좀 웃기네요?”
 

 

웃기긴. 이젠 알바생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사장님이라는 호칭도 좀 빼자!
괜히 낯간지럽다!”
 

 

사장님을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건데.
그럼 뭐라고 불러요!”
 


 

왜 있잖아.
나이 세 살 차이나는 남자한테
부르는 말.”
 

 

설마, 오빠요?”
 

 

ㅇㅇ의 입에서 새어나온 오빠란 단어에,
얼굴 전체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뭐 그거 괜찮네!”
 

 

무심하게 새어나온 내 본심에 나도 깜짝 놀랐지만,
살짝 볼이 상기된 내 모습을 ㅇㅇ는 못 본 듯했다.
 

 

, 지철오빠?”
 

 

혼잣말로 호칭을 불러보는 ㅇㅇ의 목소리가
정확히 내 귓가에 꽂혀 들어왔다.
아까보다 조금 더 요란스럽게,
심장의 박동소리가 쿵쾅-거렸다.
 

 

 

조용한 외곽에 자리한 술집, 상풀 구름.
잔잔한 음악이 실내를 가득 채우고도 남아,
우리의 마음속까지 촉촉이 적셔주었다.
 

 

사장님!”
 


 

에이- 밖에서 사장님이라 부르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봐.
그냥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
 

 

, 오빠. - 어색해!”
 

 

호칭을 불러본다고 입에 붙지도 않는
오빠를 불러본 ㅇㅇ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난 한손으로 턱을 괸 채, ㅇㅇ의 모든 모습들을
내 눈에 담아내고 있었다.
마주보고 앉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격하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어쩜 이리 예쁠까.
 

 

어색하긴. 딱 듣기 좋네.”
 

 

알바생들이랑 같이
술마셔본 적 있어요?”
 

 

네가 처음이야.”
 

 

그럼 알바생들중에서
제가 최초네요?”
 

 

우리는 서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이야기의 꽃을 피어나갔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두 개의 잔이 하나로 모일 때,
 

 

, !”
 

 

쨍그랑-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지고
우리는 나란히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크으-.”
 

 

술의 쓴맛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ㅇㅇ를 보고,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남몰래 살짝 웃어보였다.
ㅇㅇ와 마주앉아서 술을 마시다니,
기분이 참 묘하면서도 이상했다.
 

 

 

.
.
.
 

 

 

무심코 테이블위에 올려져있는
소주병들이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이 마신 것치곤 생각보다 많은 양을 마신 것 같아,
 

 

 


 

ㅇㅇ, 이제 그만 마셔야겠다.”
 

 

내게 소주잔을 내밀고 있는
ㅇㅇ를 뜯어말렸다.
 

 

아아- 오빠. 한잔만 더 주세요!”
 

 

술에 취해 평소에 볼 수 없는 애교를 부리며,
내게 자신의 잔을 들이밀었다.
 

 

, ㅇㅇ는 술에 취해 꼬여버린
 말투로 재잘거리는 모습도,
내게 반달 눈웃음을 치고 있는 모습도,
한 번씩 흰 이를 드러내듯 활짝 웃는 모습도,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
 

 

내가 졌다, 졌어.
딱 한잔만 더 따라주고
그 다음에는 달래서 집에 데려다줘야겠다.
 

 

비어있는 잔에 술을 따라주자,
자신의 자리 쪽에 조용히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의미 없는 곳에 시선을 두고,
 

 

오빠, 나 어제되게
창피한일 있었어요.”
 

 

ㅇㅇ는 나지막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개강하고 나서 군대 갔다가
올해 복학한 애가 있었어요.
나랑 같은 학번인데, 학년이 달라요.
어쩌다보니 같은 교양을 듣게 됐는데,
걔가 나한테 엄청 잘해주는 거예요.”
 

 

물기가 서려있는 눈가가,
어느새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친구만 보면 자꾸 막 떨리고 엄청 설레고,
뭐 그렇더라고요.”
 


 

…….”
 

 

그 친구도 나한테 엄청 잘해주니까,
그리고 나도 좋아하니까.
어제 그 친구만 따로 불러서,
고백을 했어요.”
 

 

- 심장이 그대로 추락해버리듯,
순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ㅇㅇ가 누구를 좋아하던 고백을 하던
혹은 사귀던, 그 모든 행동을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데,
왜 난 그동안 그 생각을 전혀 해보지 않았을까.
당연히 왜 혼자일거라 생각했을까.
그 순간만큼은 내가 그렇게 한심해 보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내 고백이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단번에 거절하더라고요.
그때 내가 얼마나 비참하던지.”
 

 

 

ㅇㅇ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던 일에 빠져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인상은 저절로 찌푸려졌고 낮은 한숨만이 새어나왔다.
답답한 마음에 앞에 따라진
소주를 연거푸 마셔댈 뿐이다.
 

 

그럼 잘해주지나 말지.
괜히 사람 오해나 하게 만들고,
앞으로 일 년 간 얼굴도
계속 봐야 되는데.”
 

 

갑자기 ㅇㅇ는 고개를 푹- 숙어버렸다.
그러더니 이내 가녀린 ㅇㅇ의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던 어깨는
곧이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였고,
불규칙하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사이에 ㅇㅇ의 물기 가득한 울음소리가 섞이자,
그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워보였다.
 

 

당황한 내가 옆자리로 가서 ㅇㅇ를 달래기 시작했다.
눈에 훤히 보이는 ㅇㅇ의 아픔을 휴지로 닦아주었다.
그리고 틈틈이 ㅇㅇ의 어깨를 천천히 토닥여주었다.
 

ㅇㅇ가 무너져 내렸을 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제 전부였다.
 

 

아픔을 공유 할 수도,
그렇다고 내가 짊어지고 갈수 없음에
내 가슴이 찢어질듯 아팠다.
 

 

그때 확실히 깨달았다.
1년 동안 사랑을 하고나서야,
그제야 내가 사랑에 빠져있음을 깨달았다.
내 사랑을 내가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
 

 

 

저번에 내가 오빠한테 이야기 했던,
내 짝사랑기억나요?”
 

 

당연하지. 그때 당시 ㅇㅇ 네가
그놈 때문에 펑펑 울었잖아.
잊을 리가없지.”
 

 

생각지 못한 옛 이야기가 새어나오자,
그때의 감정이 또 고스란히 내 가슴에 전해져,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어버렸다.
 

 

오늘 일하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더라고요.”
 

 

ㅇㅇ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그래서 전화를 받았는데,
예전 그 사람이더라고요.
한때 내가 짝사랑했던 사람.”
 

 

다시 조곤조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1년 정도를 아프게 혼자 사랑하고,
겨우 그 사람을 잊은 지도 거의 1년이 되어 가는데.
목소리를 듣는 순간,
눌러왔던 감정이 터져버린 것 같이
보고 싶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는데,
전화를 왜 해서 사람을 흔들어놓는 거냐고요.”
 

 

ㅇㅇ는 자신의 앞에 따라진 소주를 한잔 마시고는,
-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보던 나도 답답해져 길게 한숨을 내쉰 뒤,
소주를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ㅇㅇ가 대학교 4학년 무렵에 힘들어했던 것을
옆에서 지켜본 나로서는,
이 상황이 지금 달갑지 않았다.
신경질적으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 한잔 받아.”
 

 

비어있는 ㅇㅇ의 잔에 소주를 천천히 따라 주었다.
ㅇㅇ도 자연스레 소주를 건네받더니,
이내 익숙하게 내 잔에도 투명한 소주를 따라주었다.
잔에 담긴 찰랑거리는 소주를 보니,
내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똑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잔잔한 호수에 다 누가 돌멩이를 던져놓아
물결이 일렁이는 호수처럼,
난 마음이 몹시 심란해지기 시작했다.
 


 

그럼그 사람이 안 흔들어놓는다면,
지금처럼 지낼 수 있겠어?”
 

 

그럼요! 그 사람 없이도 잘 지내왔잖아요.
뭐 지금 흔들리는 건, 미련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그때 좋아했던 사람이랑
연애해보지 못해서 느끼는,
후회나 미련 같은 거요.”
 

 


 

그럼 만약,
자꾸 전화해서 흔들어 놓는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예전처럼 잘해준다면,
대학교 4학년 때처럼 없던 마음이
또 생길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때도 그랬었는데.”
 

 

예전에 한번 본적이 있었다, ㅇㅇ의 옛 짝사랑 상대를.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사람은 아니었다.
사람 됨됨이가 올바르지 않은 그런 사람이었다.
한번 봤음에도 그걸 느낄 정도였으니,
뭐 말 다했다고 본다.
 

 

ㅇㅇ가 소주잔을 들자,
나도 반사적으로 소주잔을 들었다.
둘이 하나가 될 때의 소리가,
굉장히 청명하며 아름다웠다.
 

 

달의 높이가 하늘 가장 높은 곳을 찍었을 때,
우리는 이미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적인 태도가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오빠!”
 

 

배시시 웃던 ㅇㅇ,
촉촉이 젖은 눈가로 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난 한손으로 턱을 괸 채,
따스한 눈길로 ㅇㅇ 너를 마주보고 있었다.
 

 

오빠는 짝사랑하지 마요.
내가 해보니까,
그게 생각보다 아프고 힘든 거더라고요.
그러니까 우리오빠는,
짝사랑은 절대하지 말고,
예쁜 사랑만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ㅇㅇ는 많이 취했는지,
테이블위에 얼굴을 파묻고
잠시 눈을 감았다.
 

나를 걱정한답시고 저렇게 말하는 널
또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런 네 모습을 난 말없이 한참동안을 바라보았다.
 

 


 

많이 아프더라, 힘도들더라.
그런데 이미 헤어 나올 수 없을 만큼,
너에게 깊이 빠져버린 나를 어쩌면 좋니.
 

 

테이블 위에 올려둔 ㅇㅇ의 핸드폰이
적당한 진동소리를 뿜어낸다.
액정을 들여다 본 나는,
ㅇㅇ의 핸드폰을 내 쪽으로 집어왔다.
 

ㅇㅇ의 옛 짝사랑 상대였던,
이 남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전화를 해서
ㅇㅇ를 괴롭히는 건지.
 

난 잠시 고민 끝에, 통화버튼을 눌렀다.
 

 

-, 여보세요? ㅇㅇ.
 

 

…….”
 

 

-ㅇㅇ?
 


 

, 무슨 일이시죠?”
 

 

-누구세요?
 

 

애써 솟아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대며,
 

 


 

그쪽은 누구신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연락하시는 거죠?”
 

 

최대한 침학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 ㅇㅇ한테 할 말이 있는데
바꿔주시겠어요?
 

 

할말 있으면 저한테 하세요.”
 

 

-지금 장난합니까?
 

 

조금 진지하게 묻는 그의 질문에,
 


 

장난은 그쪽이 하는 것 같은데.
예전에 좋다고 할 때 받아주지, 이제 와서 왜 이럽니까.
그쪽이 뭔가 대다한 착각을 하는 것 같은데,
ㅇㅇ는 그쪽한테 이제 마음 없어요.”
 

 

난 목소리를 내려 깔고 ,
내 속내와 바람을 상대방에게
조곤조곤하게 이야기를 했다.
 

내 이야기에 잔뜩 성이난 상대방이,
 

 

-뭐라고요?
당신이 뭔데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는 건데!
 

 

내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제가 ㅇㅇㅇ, 남자친구니까요.”
 

 

-…….
 


 

그러니까 임자 있는 사람한테 자꾸 연락하지마세요.
다음번에는 경고로 안 끝납니다!”
 

 

상대방은 욕을 읊조리더니,
그대로 통화를 끝냈다.
핸드폰을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그대로 올려놓았다.
 

 

소주를 한 모금 마신 난,
자연스레 밖으로 시선이 향했다.
 


 

검은 구름에 의해 일부분이 가려졌던 달이,
어느새 온전히 제 스스로의 모습만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대리운전 기사가 도착했다는 술집주인의 이야기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곤히 잠든 ㅇㅇ를 내 등에 업은 채,
내 차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어쩌면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단어, ‘짝사랑.’
그 단어 하나에 감당해야할 수많은 감정과 상황들을,
홀로 견뎌내기엔 외롭고,
일방적인 감정소모로 때론 위태로워 보이는.
아프지만 결코 포기할 수없는 쓸쓸한 단어, ‘짝사랑.’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사랑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오늘도 난 짝사랑중입니다.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
 
 
독자님들 자주 찾아뵙고 싶은데,
생각만큼 시간이 잘 나질 않네요.ㅠㅠ
그래도 나름 틈틈이 글을 써서 올립니다.
 
다음편도 최대한 빨리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작가는 이만 물러갑니당^^; 총총총!
글쓰기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