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씨의 풀 하우스 - 4화 (by. 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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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씨의 풀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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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일로 와
내가 양말 벗고 그냥 던져놓지 말라고 했지,
내 말이 말 같지도 않지?
 
 
아냐, 그거 좀 있다 치우려고 한 거야
! 나한테 왜 던져!
 
 
..그리고, 너 오늘 저녁 당번인거 알아?
그래, 다 알아. 쥐뿔도 모르지? ?
 
 
 
, 내가 당번이었어? 미안.
 
 
...!! 박찬열...!!
 
 
 
....
 
 
 
, OO. 어디가?
 
 
 

 
 
 
넉살좋게 웃는 박찬열을 보는 변백현의 얼굴이
 마치 도깨비처럼 일그러졌다
좀 위험하다, 나는 변백현의 눈치를 보며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방으로 숨듯 걸어갔다
리고 방문을 닫자마자 밖에서 들려오는 
변백현의 악에 찬 잔소리에 가슴을 부여잡고 한숨을 쉬었다
얼마 전, 박찬열이라는 불순분자가 우리 집에 
들어온 이후로 변백변이 히스테리를 부리는 
횟수가 최근 장난이 아니게 늘었다
물론 변백현도 맨 처음에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미국에서 지내던 습관은 
서서히 고쳐지겠지 했지만 이게 웬 걸
알고 보니 박찬열이라는 인간은 그렇게
 쉬운 인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평범한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은 했지만..
 
 
 
 
변백현과 박찬열의 성격을 대조하자면
정말 극과 극이다
비유하자면 마치 물과 불, 빛과 어둠
플러스와 마이너스, 태진아와 송대관 같다고나 할까
..마지막 거는 좀 아닌가
아무튼 그 정도로 변백현과 박찬열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었다
언뜻 보면 잘 맞는 듯 해도, 그 속을 살펴보면 실은 달랐다.
 
 
지금도 그렇다.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박찬열과 규칙을 지키는 것을 선호하는 변백현
게다가 둘 다 그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나는 혹여나 나에게 불똥이 튈까 방문을 
살며시 소리가 안 나게 잠근 뒤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그 때,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경수네.
 
 
 
 
지이이잉--’
 
 
 
, 경수야. ?
 
 
 
..그게, 나 지금 집 앞에 있는데.. 
안에서 변백현 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서
기분 안 좋아?
 
 
 
안 좋다 못해서 지금 개판 5분 전이야
나 같으면 지금 들어오지 않는 걸 추천해.
 
 
 
...박찬열 때문이구나.
 
 
 
, 너가 생각하는 그대로야.
 
 
 
못 살아, 진짜.
 
 
 
 
 
눈치도 빠르네.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경수의 한숨소리가 오늘따라 깊다.
예전에 박찬열과 변백현과 셋이서 함께 살았으니
 둘의 성격이 얼마나 다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경수일터
셋 중에서 가장 차분하고 냉정한 사고를 지녔기에 
항상 어쩔 수 없이 둘 사이에서 말리는 역할을 했다지만,
최근에는 경수도 지친 듯 했다
그도 그럴게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싸워대는 둘이니까
물론 싸움이라고 해도 변백현의 일방적인 
잔소리를 박찬열이 한 쪽 귀로 흘려보내는 식이지만.
 
 
 

 
 
 
 
이번에는 또 왜 싸우는 거야
박찬열이 변백현 물건이라도 썼어?
 
 
 
아니, 너도 짐작하다시피 양말 제대로 
세탁기에 안 넣고, 저녁 준비 안 하고
뭐 이런 거. 근데 박찬열도 대단해
분명히 어제도 변백현이 말했던 거거든.
 
 
 
박찬열도 만만치 않긴 하지
걔는.. 그냥 포기하는 게 편해.
 
 
 
근데 변백현 성격에 그러겠니.
 
 
 
어떡하지, 그냥 들어갈까
나 얼른 과제 제출해야 되는데.. 
근처에 피시방도 없고. ..., 세훈아.
 
 
 
, 여기서 뭐 하고 있어?’
 
 
 
 
핸드폰 너머에서 경수의 목소리와 함께
 세훈이의 목소리도 작게 들려왔다
마침 둘 다 수업이 끝났나보구나
아직 상황파악이 되지 않은 세훈이는 경수가 
집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게 이상해 보이는 듯 했다.
 
 
 
 
왜 안 들어가? 얼른 가, 나 배고파.
 
 
 
잠깐! 세훈...
 
 
 
..난 몰라.
 
 
 
, 도경수, 오세훈. 마침 잘 왔다, 너네 일로 와봐.
 
 
 
 
도어락의 잠금이 해제되는 소리와 함께 바깥에서 
들려오던 변백현과 박찬열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그리고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경수와 세훈이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5초 뒤 들려오는 변백현의 
폭풍 같은 잔소리
나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굳게 잠겨있던
 방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거실로 나가자 특유의 팔짱을 끼고 못마땅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변백현이 박찬열과 도경수
오세훈을 나란히 세워놓고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나와 시선을 교환한 경수가 마치 이 상황을 좀
 어떻게 해달라는 듯 안 그래도 큰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변백현의 옆으로 다가가서 말했다.
 
 
 
 
변백현, 너는 입도 안 아프니
그만 좀 해라, 애들 아직 저녁도 안 먹었잖아.
 
 
 
너네가 날 이렇게 만들잖아, ?
내가 무슨 신데렐라 큰언니들도 아니고 하루 종일
 잔소리를 해야겠냐고. 나도 이러기 싫어.
 
 
 
얘네가 뭘 잘못했는데?
 
 
 
 
상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이마를
 부여잡고 눈을 감는 변백현.
그리고는 가만히 눈을 감은 채로 
셋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러자 그의 입에서 줄줄히 불려 나오는 죄목들.
 
 
 
 
 
박찬열, 양말 제대로 안 벗어놔, 저녁도 안 해
그렇다고 장도 안 봐. 내 카드 멋대로 가져가
TV보고 안 꺼.
 
 
....
 
 
 
그건 심했다. 백현이 형이 잔소리할만하네.
 
 
 

 
 
박찬열이 할 말이 없어졌는지 이마를 찌푸리고 
아무 말도 안 하자 옆에서 세훈이가 깐족거리면서 말했다
그러자 박찬열은 눈을 부릅뜨고 오세훈을 
째려봤지만 뭘 믿는지 당당한 오세훈에게는 먹히지 않았다
..그럼, 쟤가 보통 애니. 그 때, 변백현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번에는 세훈이 차례였다.
 
 
 
 
오세훈, 화장실 불 안 꺼, 라면 끓여먹고 설거지도 안 해
샤워 오래해, 형들한테 개겨,
너가 박찬열이랑 다를 게 뭐야, ?
 
 
 
내가 뭘...
 
 
 
그게 문제라고, 그게.
 
 
 
 
박찬열이 통쾌하다는 듯 혀를 내밀며
 오세훈을 바라보며 에베베거렸다
그건 오세훈도 마찬가지로 지지 않겠다는 듯 
똑같이 혀를 내밀었다.
..너네, 초등학생이니
그런 둘을 바라보는 도경수가 한심하다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래, 그나마 경수는 여기서 변백현을 제외하고는
 제일 깔끔하니까 좀 낫겠지
변백현도 마찬가지인지 박찬열과 오세훈에게 
말할 때와는 다르게 평탄한 어조로 말했다.
 
 
 
 
도경수, ..그나마 넌 좀 낫다. 두 놈에 비하면.
 
 
 
나는 뭐, 평범하지.
 
 
근데 너 얼마 전에 서랍에서 밀짚인형 나왔는데
그거 뭐냐? 내 이름도 적혀 있더라.
 
 
 
...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사실 지금까지 기억해두고 있었구나
나는 변백현의 상상을 초월하는 뒤끝에 감탄했다.
그러자 어떻게 알았냐는 듯
 화들짝 놀란 경수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나를 배신감에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게 아닌가
너가 알려줬구나. 나는 변백현 몰래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아니야, 그러게 제대로 숨겨놓으라고 내가 말했지
이마에 핏줄이 돋은 변백현이 뭐라 변명이라도
 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거리자 도경수는 
말없이 고개를 떨구고는 작은 목소리로 
기어들어가듯 말했다
시선은 완전히 변백현을 피한 상태였다.
 
 
 
..그거 내거 아니야.
 
 
 
호오, 그럼 누구 건데?
 
 
 
.. 박찬열거야.
 
 
 
..?
 
 
 
!! 도경수!!! 니가 감히 날 팔아!?
 
 
 
난 모르는 일이야.
 
 
 
얼마나 급했으면 박찬열의 이름을 내뱉은 경수가
잠시 아차한 듯 했지만 이내 평소의 무덤덤한 
얼굴로 돌아온 경수가 철면피같이 시치미를 뗐다.
세훈이가 가운데에서 막고 있지만 배신감에 
마치 금방이라도 경수에게 달려들 듯한 분노한
 찬열이를 무시한 채로. 정말 개판이구만
그나마 여자인 내가 없었으면 이보다 더 심했을 거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말했다
남자들의 희번득한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로 쏠리는 게 느껴졌다.
 
 
 
 
그러게 평소에 좀 잘하란 말이야
얘들아. ? 살더라도 제대로 하고 살자.
 
 
 
OO. 넌 조용히 해. 도찐개찐이야.
 
 
 
..뭐지? OO한테 이런 말 들으니까 엄청 자존심 상해.
 
 
 
누나, 그냥 가만히 있으면 절반이라도 가.
 
 
 
...짜증.
 
 
 
뭐야, 이것들아!! 한 번 해보자는 거야!!
 
 
 
!! 다 덤벼!!
가만히 있으니까 내가 가마니로 보이냐!!
 
 
 
재미없어!!
 
 
 
죽어라!!
 
 
 
!! 아파!! 아프다고!!
 
 
 
 
너 죽고 나 죽자!!
 
 
 
 
결국 집 안에 한바탕 커다란 폭풍이 지나가고 나서야
 우리는 각자 까치집이 된 머리와 이리저리 상처 난 
얼굴을 한 채 코를 훌쩍거리며 거실에 마주앉았다
..1, 변 씨네 가족회의
아무래도 이대로는 도저히 못 살겠다 싶었던 
변백현의 주도 아래에 시행된 것이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작은 화이트보드를 챙긴 
경수가 주섬주섬 보드마카를 꺼냈다
나는 넷 중의 누군가에게 머리채를 잡혀서
 헝클어진 머리를 빗으면서 말했다.
 
 
 

 
 
 
그래, 언젠가는 이런 걸 했어야했어
변백현 잔소리 듣는 거도 하루이틀이지.
 
 
 
옆에서 팬더같이 한쪽 눈에 작은 멍이 들고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세훈이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래도 얘가 아까 가장 피해를 
많이 본 게 아닌가 싶다.
옆에는 오세훈과 나, 오른쪽에는 박찬열과 도경수.
그리고 그 가운데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은 
변백현이 박찬열에게 물어뜯겨서 옷이 찢어진 것
 빼고는 가장 말끔한 차림새로 입을 열었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자, 도경수. 잘 받아 적어.
 
 
 
.
 
 
 
먼저 청소랑 아침, 저녁식사 당번이야
내가 봤을 때 이거보다 안 지켜지는 게 없어.
 
 
 
 
말없이 시선이 일제히 박찬열에게 쏠리자 
뭘 잘못했냐는 듯 억울함을 표출하기 시작한 박찬열
하지만 그를 무시하고 변백현이 또박또박 
한 글자씩 말했다.
 
 
 
이제 박찬열까지 들어와서 딱 다섯명이니까
월요일 나, 화요일 OOO, 수요일 도경수,
목요일 오세훈, 금요일 박찬열 이렇게 돌아가자
불만 없지?
 
 
 
그럼 주말은 어떻게 해?
 
 
 

 
 
 
박찬열이 손을 들며 변백현에게 질문했다
박찬열치고는 좋은 질문이라는 듯 
변백현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내가 봤을 때는 분명히 안 지키는 사람 있어
그 사람이 하는 걸로. 어때.
 
 
 
좋아, 일단 난 아니니까.
 
 
 
...또 하나 더 있어, . 너는 요리만큼은 하지 마
그건 도경수한테 대신 맡기고 넌 다른 거 해.
 
 
 
!! 그건 실수라니까!!
 
 
 
나도 여자라고. 요리 못한다고 
뭐라 하는 게 속으로는 서러웠다.
 ‘돌 떡볶이 사건이 아무래도 변백현에게는 
크게 작용했는지 앞으로도 계속 내게 
요리를 시키지 않을 셈인 듯 했다.
박찬열과 도경수, 오세훈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들 진짜, 안 되겠어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는다
조만간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만한
 요리를 만들던가 해야지.
내가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을 때 어느새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는지 변백현이 말했다.
 
 
 
그리고 다음, 내 개인적인 의견인데
 벌금제를 슬슬 하는 게 어떤가싶어.
 
 
 
하긴, 그것보다 효율적인 게 없지.
 
 
....
 
 
 
..벌금제? NO, 댓츠 낫 굿.
 
 
 
나 돈 없는 거 알면서 그러니.
 
 
 
그럼 안 걸리면 되는거야.
 
 
 
화이트보드에 깔끔한 글씨체로 내용을 적어
 내리던 도경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반대다
돈을 걸어버리면 관계가 너무 딱딱해지잖아
그건 사람간의 인정을 중요시하는 박찬열도 
마찬가지인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기색을 보였다
변백현과 도경수는 찬성, 나와 박찬열은 반대
마지막으로 세훈이의 의견만 남았다
우리가 일제히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는 
세훈이를 바라보자, 아직 정신이 제대로 
안 돌아왔는지 세훈이가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 나 잘못한 거 없어.
 
 
 
 
.., 지금까지 말하던 거 하나도 안 듣고 있었지.
됐어, 이렇게 된 거 가위바위보로 하자.
 
 
 
결국 찬성파 변백현과 반대파 박찬열의 
대결로, 보 대 바위
오늘부로 우리 집에는 벌금제가 실시되었다.
빼곡한 글씨가 적혀있는 화이트보드를 
도경수가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규칙 1, 물건을 제자리에 갖다놓지 않을 시 천원.
 
 
 
이 정도는.. .
 
 
 
규칙 2, 설거지나 빨래
식사 같은 당번 일을 빼먹을 시 3천원.
 
 
 
..이건 좀 빡센데.
 
 
 
난 안 걸릴 거니까.
 
 
 
규칙 3, 남의 물건을 함부로 훔칠 시 5천원.
 
 
 
...
 
 
그렇게 규칙 9까지 일일이 읽어나가고 나서야 
마지막으로 규칙 10을 읽을 수 있었다
조금 지친 기색을 보이는 도경수가
 마지막인 규칙 10을 읽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10, 서로간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은 삼가자. ‘잔소리포함. 어길 시 천원.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이미 과반수 이상이 동의했어, 받아들여.
 
 
 
그렇게 폭풍이 지나간 거 마냥 흔적을 남긴
1차 가족회의가 끝나고 우리는 터덜거리며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때는 알지 못했다
우리가 스스로 재앙을 초래하게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백현이 잔소리를 하지 않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지에 대해서.

.
.
.

※만든이 : 탄디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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