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세상으로: Only Their Reporter 02 (by. 자꾸눈이가네)

<독자님들께>
 
.....o
o.......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무릎을 꿇고 2편을 받들어 올린다)
 
.....88......
 
너무 오랜만에 왔죠, 라고
하는 것마저 죄송스러울 만큼
너무너무, 많이많이 늦게 오게 되어
이 글을 쓰는 지금조차도 죄송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어떤 사정이 있었건, 무슨 말을 하건,
어찌하였든 작가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
기다려주신 독자님들을 실망시켜 드린 것,
그것은 변하지 않는 제 책임이고 잘못이라는
생각에, 실망하신 독자님들을 다시 마주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다시 찾아오는 것이
맞나 하는 고민도 꽤 오래하게 되었어요.
 
고민 끝에 더 늦기 전에 우선
솔직하게 공지로 상황을 밝히고,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피하지 말고
질책을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고,
작년 9월 무렵 채 완성도 못하고
내내 잡지 못했던 글도, 공지와 함께
찾아가야하지 않을까 해 그 2편을
해가 지나 완성하게 되었네요..
 
자세한 공지는 글이 끝난 밑에서
하려고 하니 구구절절하더라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보고 싶었어요. ㅠㅠ
 
 
────────────────
<그들의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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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세상으로
 
 
ㅇㅇㅇ
이종석
김민석
변백현
김종대
박찬열
도경수
오세훈
PD / 작가 / VJ
 
 
.
.
.


 
02.
 
 
 

방송국으로 향하는 차 안.
살짝 연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멍하니 보고 있다.
 
근데 딱 그 부분에서
백현이가 틀렸다?”
 

 
뭐야ㅋㅋㅋ
형도 틀렸었어?”
 

 
ㅋㅋㅋ 민망해서
눈치 보다가 찬열이랑 딱
눈 마주침.”
 

 
아 그래가지고 내가
빵 터진 거라니까.”
 

 
ㅋㅋㅋ진짜 박찬열
웃겨서 랩 절은 거 이제
두고두고 나온다ㅋㅋㅋ
 
흑역사 생성이구요~”
 
, 누구 때문인데!”
 
차 안에서도 쉬지 않는구나.
진짜 대단하다. 밤새서 피곤할 텐데.
 
조수석에 앉아 보이진 않지만,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진짜 멤버들끼리 되게 잘 논다.
살짝 웃는데 지잉, 진동이 느껴졌다.
 
 
종석배우
만났어?
응 숙소에서
이제 방송국 가려고
종석배우
전화 돼?
 
 
아까 출발하기 전에 보내 놓은
톡을 이제 봤나보다.
, 하고 보내니 바로 사라지는
1을 보고 있는데 지이잉-
긴 진동과 함께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 아직 가는 중?]
 
, 아직 차안.”
 
[이제 PD 만나는 거지?]
 
. 근데 너 안 바빠?”
 
촬영 중일 텐데.
이렇게 전화해도 되나?
 
[바빠도 통화는 해.
방송사 SPS라고 했지, 그거?]
 
. 이제 인기 많다고
막 거드름 피우는 거야?
너 그러다 주인공이 갑자기
5화에 죽어서 못 나갈 수도 있다.”
 
[또 이상한 소리 한다ㅋㅋㅋ
5화에 주인공이 왜 죽어.]
 
눈 밖에 나면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예쁨 많이 받고 있으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시고.
그것보다 어떤데?]
 
뭐가 어때?”
 
[One. 만났다면서]
 
. 사람들 어떠...”
 
 
잠깐.
 
이상한 느낌에 여전히 귀에
핸드폰을 붙인 채, 뒤를 돌았다.
 
“......”
 
“......”
 
“......”
 
“......”
 
“......”
 
“......”
 
분명 아까처럼 계속 자기들끼리
장난치고 놀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주한건 쥐 죽은 듯한 침묵과,
이쪽을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
예상치 못하게 뒤 돈 나와
딱 마주친, 당황하는 눈동자들.
 
뭐야? 다 들린 거야?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거야?
 

 
.. 그그, 그래서
그게 뭐라고 백현아?”
 
, ??”
 

 
“.., 형이
새로운 춤을 생각했다고..!”
 

 
내가..? . , 그치!
생각했지! 내가! !”
 
어떻게든 이쪽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고 알리기 위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척 하는 그들.
 
“......”
 
멤버들에 떠밀려 갑자기
정체불명의 춤을 추기 시작하는
백현씨의 눈물겨운 노력을 봐서라도,
그냥 모르는 척 넘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여보세요?]
 
, 맞다. 종석이.
 
아 미안, 미안.
내가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
 
알겠다는 종석이의 답을 듣곤
전화를 끊었다.
 
아무래도 One이 어떠냐는 질문에
One이 있는 데에서 답할 수는 없으니까.
 
근데, 그 와중에 내가
어떻게 대답할지 다들 궁금했던 건가?
 
, 가만히 아까 마주쳤던
동그란 눈들을 곱씹으니 웃음이 나왔다.
 
다들 왜 이렇게 귀여워.
 
이러니까 아직도 내가
최정상 아이돌과 같이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나지.
 
 
 
*
 
 
 
사락,
 
간간히 들려오는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선명히 들릴 만큼
회의실 안은 조용했다.
 
..아까까진 장난기 많은
또래 소년들 같았는데.
 
“......”
 
PD님이 오실 때까지 읽어보라며
나눠 준 프로그램 기획서를
읽어 내리는 맞은편의
진지한 얼굴들을 힐긋 보았다.
 
이러니까 또,
수백의 팬클럽을 가진
아이돌이 맞긴 맞구나 싶고.
 
 
1) 프로그램명:
Who are you, One? (가제)
 
2) 기획의도:
‘idol’이란 단어가 가진 뜻, 우상.
하지만 그들은 팬들의 신화적 우상
이기 이전에, 수많은 팬들의 우상이라는
존재가 되는, 연예인이란 길을 걷고 있는,
한 명, 한 명의 소년 또는 소녀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겐 그저 친구, 가족이기도 한.
닿을 수 없는 하늘에 뜬 별,
수많은 팬들이 추앙하는 우상이 아닌,
그저 그들의 모습, 그 자체를
담아내고자 한다.
 
 
다시 손에 들린 기획서로
시선을 내려 마저 읽어 갔다.
 
 
한 명, 한 명의 소년 또는 소녀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겐 그저 친구, 가족이기도 한.
 
 
몇 번이고 눈에 밟혔던 문장.
 
방송에서, 그것도 아이돌 리얼리티
형식으로, 이러한 의도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줄은 몰랐어.
 
..그래서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잘 모르겠다.
 
 
, 미안합니다.
제가 좀 늦었네요.”
 
달칵.
 
갑자기 고요한 공간에 울리는,
왠지 더 크게 들려오는 소리에
일제히 모두가 시선이 문으로 향했고,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 분이 통화했던, PD.
 
늦은 게 미안해서인지
어색하게 웃으며 급하게 들어와
숨을 고르는, . 진짜 딱 깔끔하게,
단정하게 생겼다는 말이 들어맞는
반듯한 얼굴을 눈으로 쫓아 보았다.
 

 
괜찮습니다. 저희도 온지
그렇게 오래 안 됐어요.”
 

 
“PD,
진짜 오랜만에 뵈는 것 같아요.
잘 지내셨어요?”
 
이전에 음악 프로그램 맡았던
PD라고, 신혜언니가 그랬는데.
 
그래서 그런가.
멤버들은 PD님이랑 안면이 있는지
조금 친해 보이는 분위기였다.
 
저야 뭐, 정신없이, 잘 지냈죠.
그나저나 One은 갈수록 잘생겨지네?
이러니까 자꾸 서버를 폭주시키지.
이번에 하는 미니콘서트도
몇 초 만에 라더라?”
 

 
뭐야~
PD님이 칭찬하니까 좀 이상한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어요?”
 

 
저번에 리허설 할 때는
쌩얼 진짜 못생겼다고 하시더니.”
 
. 지금은 메이크업해서
잘 생겨 보이나?”
 
친근하게 대화하는 그들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장난스럽게 웃던 PD님이
갑자기 이쪽으로 고개를 튼다.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게 아니라,”
 
?
 
급작스럽게 포커스가
이쪽으로 바뀌어 버린 탓에,
긴장감 없이 늘어트리고 있던
어깨에 힘을 바짝 주었다.
 

 
ㅇㅇ씨도 있으니까
이미지 관리 하는 거죠, .”
 
그리곤 어깨를 으쓱하며
씩 웃는다.
 
와아아- 뭐죠, 이건?!”
 
뭐죠 이건-?!”
 
- 이게 뭐죠?!”
 
.....
 
그냥 한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올라가던 볼을
멤버들의 너무 즉각적인 야유에
일부러 한껏 끌어내렸다.
 
근데, 진짜 PD 맞나..?
아무리 봐도 아이돌 비주얼인데.
 
, 저렇게 섞여 있으니까
한 그룹이라고 해도 믿겠어.
 
ㅇㅇㅇ씨죠? 반가워요.
전화 드렸던 김준면 PD입니다.”
 
, ㅇㅇㅇ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내미는 손에, 덩달아 환히
웃으며 맞잡았다.
 
정말 그 때 전화하며
내가 느꼈던 게 정확한 것 같다.
 
이 사람 뭔가.. 되게..
성스러워.
 
ㅇㅇ씨랑 One
미리 만나서 왔다고?
그럼 서로 어느 정도
소개도하고, 친해졌겠네요?”
 
그게, 그러니까
소개는 했는데 말이죠.
 
!”
 
?”
 
아직 친해졌다고 할 사인
아닌 것 같아,
이걸 그렇다고 해야 돼,
말아야 돼. 잠깐 고민하는데
 
한 치의 고민 없이 해맑게
울리는 낮은 목소리에, 바보 같은
소리가 입 밖으로 흘렀다.
 
찬열이 혼자 친한 거 아니야?”
 

 
, 너무해.
우리 이제 친해진 거 아니었어요?”
 
상처받았다는 듯한 말에
내가 너무 선을 그었나.
미안해져 서둘러 입을 뗐다.
 
, 죄송..”
 

 
그건 아니래, 찬열아.”
 
“..............”
 
.......?
 
거절당했어...”
 
???
 
..!”
 

 
ㅋㅋㅋㅋ박찬녈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박찬녈? 박찬녈?!
너 형한테 자꾸 반말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에발
제 말 좀 들어봐요!!!!!!
 
한 마디도 제대로 변명하지 못해
혼자서 씩씩거리는데,
옆에서 푸하하- 웃음이 터져 나온다.
 
갑자기 안심이 확 되네요.
그냥 이렇게 대화만 하는데도
벌써부터 재밌는데?
대박 나는 거 아니야?”
 
빵 터져 웃는 거마저
성스럽게 느껴지는 불가사의를
눈앞에서 목격했어..!
 
, 충분히 친해 보이니
둘 소개는 생략해도 될 것 같네요.
그럼, 이제 제가 여러분께
소개해드릴 분들이 있어요.”
 
그러곤 들어왔던 문 쪽으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을 한다.
 
제가 머릿속에 상상만 하던 걸
실현화 시켜준, 우리 작가
장이씽씨예요.”
 
쑥스러운 듯 짓는 미소에
깊게 패이는 보조개가
시선을 빼앗는, 마찬가지로
아이돌 비주얼의 형체가
열려진 문틈 사이로 들어온다.
 
말없이 꾸벅 인사하는 모습까지
쫓아 보며, 아니 진짜 PD님이랑
둘 다 전직 아이돌, 뭐 그런 거 아냐?
진지하게 그들의 과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 우리 작가가
쑥스러움이 많아서.
그래도 우리 프로그램 구상
거의 이씽씨가 다했다고 보면 돼요.
치유라는 컨셉도 적극적으로
민 게 이 친구니까.”
 
왠지 모르겠지만
그랬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냥, 웃음에서부터
마냥 착하고 따뜻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달까.
 

 
노무 예뿌시는고 안야?”
 
?
 
동그랗게 뜬 눈으로
갑자기 이쪽을 가리키며 하는
어눌한 말에, 덩달아 눈을
크게 뜨곤 몇 번 깜빡였다.
 
..지금 뭐라고..?
 
ㅋㅋㅋ뭐야 뜬금없이.
ㅇㅇ씨 너무 예쁘다네요.”
 
아니, 이렇게 뜬금없이
예쁘다고 하시면,
뜬금없이 사랑합니다, 작가님.
 
그래도 보는 눈이 몇 개고,
듣는 귀가 몇 갠데.
예쁘다그 말 자체가 갖는
간지러움에 민망하게 웃으며
감사하다고 인사하는데,
숨길 수 없는 입꼬리는
끝도 모르고 올라간다.
 
여자는 어쨌든 예쁘단 말을
좋아한다던, 떠도는 그 말이
아주 근거 없는 얘긴 아니구나.
 

 
뭐야, 지금까지 중에
제일 환한 웃음 같은데?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놀리듯 능글대는 말에
언짢다는 듯 백현씨 쪽을
한 번 흘기니,
 
노려봤어..!
또 한 번 몸을 움츠리더니
옆에 선 디오씨를 툭툭, 치며
노려봤다고, ..! 무슨 크게
충격 받을 일을 본 것 마냥 그런다.
 
. 그리고 오늘
ㅇㅇ씨랑 인사시키려고 불렀는데
 
PD님 입에서 흘러나온
내 이름에 반응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직 소개할 사람이
남은 모양인지 문 뒤로
향해있는 시선을 따라가면,
 
아무래도 ㅇㅇ씨가
프로그램 하는 동안 같이
다닐 일이 많지 않을까 싶어서,
미리 얼굴 좀 트라고.
ㅇㅇ씨 옆에서 ㅇㅇ씨 시선으로
촬영해줄 VJ 김종인씨예요.”
 
...이번으로 세 번째인
아이돌 비주얼의 형체가,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시선을 받는 게 어색한 듯
이마를 긁적거리며
쭈뼛쭈뼛 걸어 나온다.
 
..솔직하게 말해 봐요, PD.
셋이서 아이돌하다 때려 치고
같이 프로그램 짠 거죠?
 

 
김종인입니다.”
 
.. ㅇㅇㅇ이에요.”
 
인사를 건네는 데
갑자기 어디선가 찬바람이
부는 것 같다.
 
, 좀 시크하신 것 같기도.
 
“......”
 
악수를 청하는 듯 손을 내미는
것 마저 말 한마디 없이,
이것이 쿨워터향이라는 것인가.
감탄하며 손을 내밀다 멈칫, 했다.
 
..... 타셨나?
 
고개를 들어보니, 원래 좀..
피부가 까만.. 아니, 아니.
여기서 피부 감정을 왜 해?
 

 
ㅋㅋㅋ종인아, ㅇㅇ씨가
너 피부 너무 까매서
신기하게 쳐다보시잖아.”
 

 
, 아니거든요?
까만 게 아니라 구릿빛이거든요?”
 
..내가 쿨워터 향을
잘못 알았나보다.
취소, 취소. 뒤로가기.
 
, 그럼 소개할 사람 다 했고.
우리 이제 좀 앉아서
얘기할까요? 소개가 길어져서
너무 오래 서있었네.”
 
웃으며 분위기를 정리하는
PD님의 말에, 본래 자리에
하나둘 앉는 멤버들을 보며
나도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비어있던 내 옆으로
작가님과 종인씨도 나란히 앉는다.
 
제가 본의 아니게 늦어서
지금 기획서도 다 읽으셨고
 
나와 멤버들 앞에 펼쳐진 채
놓여 있는 기획서들을
눈으로 한 번 훑으며
말씀하시는 PD.
 
이런 형식적인 글 말고도
제가 ㅇㅇ씨나, One에게
다 한 번씩 연락도 드렸죠?”
 
.”
 
.”
 
이번에는 나와, 멤버들 중
가장 가까이 앉은 민석씨를
차례로 훑는 시선.
 
저희가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자 하는지, 충분히
전달이 됐을 거라 생각해요.”
 
그 대목에 문득 고개를 틀어,
옆에 앉은 이씽씨를 바라보자
그저 보조개가 패이도록
미소지어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다음 말이 이어지기 전,
잠깐 텀을 두는 침묵에
조금 더 긴장을 하며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 걸까,
입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일종의 각오를
부탁드린다고나 할까요?"
 
각오.
 
언뜻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단어인데, 그와는 어울리지
않게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말씀하시는 PD.
 
"제가 이 기획서를 제출하고
허가 사인 날 때까지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이게 가능하겠어? 였어요."
 
꾸욱.
 
지금까지도 내 마음 한 구석에
존재하는 그 질문이 PD
입을 통해 흘러나오자,
테이블 위에 올려둔 깍지 낀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저는 가능하게,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One 분들이
해주셔야 할 것은"
 
멤버들을 향해 곧게 시선을 뻗는
PD님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딱 하나에요.
용기를 내주는 일."
 
장난기 하나 없이
진지하게, 혹은 심각하게
PD님의 말 하나 하나에
집중하고 있는 옆얼굴들은
 
무대 위에서 충분히 빛날 만한
그런, 모습이었다.
 
"수백만 팬들이 외치는,
One의 시우민이 아니라
김민석, 그 자체를 방송에서
내보일 그런 용기요."
 
"......"
 
"쉬운 일 아니에요.
특히나 아이돌에게 요구한다니
웃음 살 일이죠. 그래서
제가 지금도 비웃음 당하구요?"
 
가라앉는 분위기에
다시 한 번 씩 웃으시며
어깨를 으쓱하시는 PD.
 
"아이돌에겐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은 일이죠.
아이돌은 아이돌로 있어줄 때
사랑받는 법이잖아요?
 
요즘 오히려 연예인도 리얼이
대세다, 숨기는 것보다 밝히고,
신비주의보단 친근함이다 그러는데.
 
정말로 고개를 돌리면 볼 수 있고,
귀만 기울이면 들을 수 있는,
일상과 같은 존재가 된다면
그들은 대중에게서 ''로서의
위치를 잃어버려요."
 
별은, 닿을 수 없는
하늘에 떠있기 때문에
더 닿고 싶다고 느끼는 거니까요.
 
PD님의 말이 이어질수록
마냥 밝고 개구지게만 느껴졌던
멤버들에게 무겁게 얹혀진,
무언가가 보이는 듯 했다.
 
"그런 여러분에게
사랑받는 아이돌의 모습을 벗고
그런 아이돌로서 지금 20대를 보내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자기 얘기를
방송에서 털어놔 달라니,
제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거죠."
 
평소에도 누군가에게 하기 쉽지 않은,
어쩌면 오랫동안 먼지가 쌓이도록
덮어 두었던 속마음일지도 모르는데.
 
"어쩌면 두려울 거에요.
팬이라는 게..
원래 가장 든든한 존재이면서도,
가장 두려운 존재거든요.
 
이런 내 모습까지 사랑해 줄 거라
믿지만, 뒤돌아서면 어떻게 하지
매번 불안해해야만 하니까.”
 

 
“......”
 

 
"......"
 
"최정상 아이돌이라고 예외는 아니죠.
오히려 높이 서있으면 있을수록
더할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용기를 내달라는 건"
 

 
"......"
 

 
"......"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대중들이, 그리고 팬들이
자신이 아이돌이기 이전에
민석이고, 찬열이고, 경수고,
백현이고, 종대고, 세훈임을
 
마주봐 줬으면 하는 그런 마음을
한 번이라도 가져 본 적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에요.”
 

 
“......”
 

 
"......"
 
나란히 앉은 멤버들을 차례로
한 명, 한 명씩 눈을 맞추어 가며
특별히 격앙되지도,
늘어지지도 않는 조곤한 말투.
 
..이상하게도 멤버들이 아니라
내 마음이 쓰다듬어지는 듯 해,
왠지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뜨거워지는 눈가에 힘을 주었다.
 
"두려움보다도
진짜 자신의 이야기까지
덤덤히 귀 기울여 주었으면,
그런 기대나 바람이 아주 조금이라도
더 크다면 용기를 내달라고,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데..”
 

 
너무 길었네요.
 
이쪽을 한 번 돌아보며
멋쩍게 짓는 웃음에,
먹먹해진 마음과는 다르게
덩달아 씩 미소 지어보였다.
 
저는 가능하게, 만들고 싶어요.’
 
믿고 싶게 만드는
그 단단한 목소리가 계속 울려서.
 
 
 
*
 
 
 
그럼 또 봅시다.
촬영까진 아직 시간 있으니까
그동안 더 친해져 봐요.
그래야 앞으로 촬영하기도
더 편하고 자연스러울 테니.’
 
 
담담히 이어진 PD님의 말에
한동안 회의실 안 가득
저마다의 침묵이 흘렀고,
 
 
ㅇㅇ씨는 제가 내 준
숙제 잊지 마시구요.
저랑 자주 봐야할 거예요.
아시죠? 프로그램 특성상.’
 
‘...PD님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프로그램 특성상 맞아요?
사심 아니에요?’
 
우리 기자를 보호하라!’
 
 
갑자기 숙연해진 분위기에도
능숙하게 자세한 촬영 일정까지
마저 전달하며, 장난스럽게 풀어가는
PD님 덕분에 이래저래 생각이 많았던
첫 회의가 무사히 끝났다.
 
 

 
수정? !?
나는 충분히 멋있는 거 같은데!”
 

 
찬열이 그거 겨우 했는데.”
 

 
찬열 주연, 개미지옥행.
빠져나올 수 없는 춤의 구속
 
잠깐 생각에 잠겨 뒤쳐져 있다가
잔뜩 울상인 찬열씨의 큰 목소리에
왜 그러지? 걸음을 빨리해
앞서 떼 지어 걸어가던 멤버들
무리에 바짝 따라붙었다.
 

 
그럼 바로 연습실로?”
 
..연습실?
 
, 같이 바로 오라네.”
 
밤새고 와서,
또 연습을 하러 간다구요?
 
“...튈까.”
 
여기 도주자 제보여, 민석이 형.”
 

 
도주자 누구
 
“..세훈아, 형이랑 대화 좀 할까?”
 

 
미안. 제보하느라 바빠서.”
 
진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구나.
괜히 덩달아 착잡해진 마음으로
앞서 걷는 멤버들을 보던 시선이
찬열씨와 딱 마주쳤다.
 
순간 눈을 크게 뜨더니
뭔가 생각난 듯 짝, 손을 마주친다.
 
ㅇㅇ, 같이 가면 어때?”
 
?”
 
가실래요, 연습실?”
 
..제가요?
지금요??
 
지금, ㅇㅇ씨 데려가자고?”
 
안 되나. PD님이 친해지랬잖아.
우린 지금 연습해야 되고.”
 
민석이 형, ?”
 
갑작스런 제안에
크게 뜬 눈을 껌뻑거리는 내게로
하나, 둘 눈들이 모여든다.
 
안 될 건 없는데.
근데, ㅇㅇ씨가 가서 뭐해.”
 
...
 
, .. 연습실 구경하고!
... 우리 연습하는 거 구경하고!
구경하고.. ..”
 
구경만 계속 하시겠네.”
 
.....
 
우리는 상관없는데,
오히려 ㅇㅇ씨가 고충이라니까.”
 
좀 그렇겠다.”
 
아뇨!”
 
 
지이잉-
 
 
“.......”
 
“......”
 
 
지이잉-
 
 
“......”
 
“......”
 
저는 괜찮은데요!
힘차게 덧붙이려 뗀 입술 새로
아무 말도 나오지 못했고,
함께 휘두른 꽉 쥔 내 손으로
모인 모두의 시선을 따라
나도 저절로 시선이 움직였다.
 
 
지이잉-
 
 
괜찮아요.”
 
딱 그 타이밍에 치고 나온 진동 소리에
어정쩡히 끊겨버린 대화가 못내 신경 쓰여
봐달라는 듯 계속 부르르 떠는 손을 한 번,
멤버들을 한 번, 보고 있으니
 
편하게 받으라며 먼저 가고 있겠다고
손짓한 시우민씨가 앞서 걸어갔고,
멤버들이 한 둘 따라갔다.
 
잠깐 그 뒷모습들을 보다가
화면에 크게 뜬 이름으로
시선을 내렸다.
 
, 종석아.”
 
[, 여보세요? 너 어디야?]
 
긴 신호음을 기다렸는지,
연결하자마자 바쁘게 따라붙는
물음들에 갸우뚱하며
 
복도 끝, 어느새 막 문을
나서려는 멤버들을 쫓아
바쁘게 걸음을 뗐다.
 
나 아직 방송국이지.”
 
[그러니까 어디.]
 
어어, 차로 가는 건가?
연습실?
나는? 같이 가는 건가?
 
방송국이라니까?”
 
[그러니까, 방송국 어디.]
 
, 어디긴. ...”
 

 
빙고.”
 
뒤늦게 걸음을 재촉해
멤버들이 아까 나선 문을
급하게 재끼자마자,
나는 그 상태로 입을 떡
벌리고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파리 들어가겠다.”
 
어버버...
 
무슨 귀신이라도 봤냐.”
 
멍청히 굳은 내가 재밌는지
킥킥 웃으며 아직까지 연결 된
전화를 여유로운 손놀림으로 끊는,
이종석이 떡하니 서있었기 때문에.
 
, ..! 어떻게..! 촬영..!”
 
, 이종석. 차 타고.
촬영은 땡땡이?”
 
?!”
 
문장도 단어도 아닌 것이
두서없이 막 튀어나가는데,
그걸 또 특유의 능글거림으로
일일이 대꾸한다.
 
, 뻥이야, .
얼굴 좀 펴라.
진짜 오랜만에 보는데.
반갑지도 않냐, .”
 
서운하다, 서운해.
 
막 촬영하다 온 건지 뭔지,
늘 챙겨보던 드라마의 그 모습
그대로 훤칠하게 차려입고는
그와 어울리지 않게 입을 삐쭉이는
이종석을 여전히 믿기지 않는
눈으로 구석구석 훑어 봤다.
 
“..그렇게 자세히 보면
부끄러워지려고 하는데.”
 
...뭘 또 안 어울리게
수줍어하고 있어.
 
아니 촬영장에 있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까.”
 
특히 방영 시작하고서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고.
촬영장에서 거의 노숙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그렇게
죽을 소리 내던 애가.
 

 
배우도 사람인데.
쉬면서 해야 되지 않겠어?”
 
아니, 쉬는 건 좋은데.
 
그러다 영원히
쉬는 수가 있다, .”
 
“..무슨 그런 무서운 말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장난스럽게 샐쭉이는
종석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문득 정말 우리 오랜만에 보긴
보는구나. 나도 모르는 새
그리웠던 익숙함이 확 밀려왔다.
 
, 진짜 나 촬영 분 끝나고
쉬는 시간 주셔서 온 거거든?”
 
그 시선이 내가 아직도
자기를 의심하고 있어서
그러는 줄 아는지,
 
억울하다는 듯 열변하는
종석이를 일부러 지나쳐
계단을 내려갔다.
 
진짜, 맹세.
, 너는 아직도 날 모르냐.”
 
급하게 따라 내리며
너무 열심히인 모습에
웃음이 날 것 같아
, 입을 다무는데
 
순간 아까 숙소에서
열심히 변명하려던 날 보는
백현씨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어
갑자기 착잡해졌다.
 
아니, 그나마 가까워서.
, 나 세 시간 뒤에
다시 가야 되거든? ?
잠 대신 온 보람이 없네, 보람이.”
 
문맥 없이 막 쏟아지는
말들을 가만히 듣다가
, 불시에 뒤도니
, 깜짝이야. 주춤하며
눈을 감았다 뜨는 이종석이 보인다.
 
ㅇㅇ.”
 
그 짧게 얻은 단비 같은
쉬는 시간에. 좀 쉬지.
고마우면서도 짠한 마음에
뭐라도 한 마디 하려다 말고
반사적으로 뒤를 돌았다.
 

 
저희 지금 연습실로
출발하려는데.”
 
!”
 
저만치 뒤로 차 앞에 모여 있는
몇몇 멤버들의 모습을 한 번 봤다가,
 
말을 마치고는 내 뒤에 서있는
종석이를 힐끔 보는 시우민씨에게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죄송해요.
연습실은 다음에 구경하러
가야할 것 같아서요..”
 
갑작스런 종석이의 등장에
아까 얘기를 채 끝내지
못한 걸 잠시 잊었다.
 
바쁜 사람들을 두고.
으휴, ㅇㅇㅇ.
 
, 그래요?
앞으로 시간 많으니까요.
그럼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겠네요.
다시 한 번 반가웠어요, 오늘.”
 
맏형이라고 믿지 못할
동그란 웃음을 지으며 내미는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았다.
 

 
“..내가 타이밍 잘못 맞췄나.”
 
멀어지는 뒷모습, 그리고
그 뒤로 멀리 보이는 멤버들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뒤에서 읊조리는 종석이 목소리가
들리고서야 깨닫고는 몸을 틀었다.
 
한참 잘못 됐지.”
 
, 나는.”
 
무언갈 말하려다가 도로
입술을 붙이는 종석이를 보다가,
멈춘 걸음을 옮겼다.
 
이게 무슨 감정이지.
생각하려 눈썹을 힘껏 모았다.
 
!”
 
!”
 
이마께에 콕 찍히는 손가락에 놀라
순식간에 잔뜩 찌푸렸던 미간이 펴졌다.
 
너 여기에 주름까지 생기면
진짜 큰일 날 비주얼이라니까?”
 
그대로 톡톡 이마를 두드리며
얄밉게 입꼬리를 올려 웃는 이종석이,
오늘따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히
드라마에 나오는 강철오빠 모습이라.
 
비주얼 지적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하겠는 게 너무 분하다.
계획적이야, 이 자식!
 
내가 태워다줄 테니까
연습실로 가.”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뜬금없는 말에 다시 펴졌던
눈썹이 꾸깃꾸깃 모이기 시작한다.
 
아오. 인상 좀 그만 쓰고.
내가 구린 타이밍에 왔으니까.
연락도 없이 멋대로 온 것도 있고.”
 
 
내가 타이밍 잘못 맞췄나
 
한참 잘못 됐지
 
 
갑자기 떠오르는 조금 전의 상황에
목적 없이 걷던 걸음을 멈췄다.
그러니 덩달아 이종석도 자리에 멈춰 선다.
 
그런 거 아닌데.”
 
그런 게 뭔데.”
 
, 그런 뜻 아니라고.”
 
그러니까,
그런 거의 그런 뜻이 뭔데.”
 
죽을래, 죽을 때까지 맞을래.”
 
..
뭐야. 둘 다 똑같은 거잖아!”
 
어디가 똑같아.
그래도 후자는 죽지는 않는 건데
 
야야! 딱 서!
소매는 왜 걷는데? ?”
 
또 장난치기 시작하는 이종석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심정으로
힘껏 노려보다 이내 그만 두었다.
 
시간 별로 없다면서.
빨리 와.”
 
어쨌든 없는 시간 내서 와줬는데
계속 이러고 있을 순 없잖아.
어디라도 가야지.
 

 
- 꼭 안 가도 되는 거면
나랑 놀고.”
 
몇 걸음도 안 되서
금세 옆으로 따라오더니
또 한껏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얼굴을 구기며 비죽거리니,
긴 팔을 내 어깨에 올리는 이종석.
 
근데.”
 
.”
 
오늘의 휴식 컨셉은
숲과, 나무인가?”
 
이건 또 무슨
수풀 뜯어먹는 소리지.
 
이쪽으로 가면
30살 먹은 우람한 나무
한그루 밖에 없거든.”
 
.......아 고래?
 
, 출구는 어디일라나.”
 
따라오거라, 길 잃은 중생이여.”
 
...발 밟을까.
 
 
 
.
.
.
 
 
 
-.
 
 
한숨 쉬면 금방 늙는다, .”
 
지금 누구 때문인데!
 
능글맞게 웃으며
손에 든 커피를 마시는
이종석을 흘겨봤다.
 
, .”
 
. 이게 무슨 휴식이야, 진짜.”
 
속상한 마음에 꾹꾹 참다
내뱉으니, 나는 지금 휴식인데.
능청스럽게 그런다.
 
“..방송국 비상계단에 쭈그려서,
잘도 휴식이겠다.”
 
그러니까. 없는 시간 최대한
이야기라도 하며 편하게 있어보려고
커피라도 마시자고 근처 보이는
아무 카페나 들어가자마자,
나는 생각이 짧은 날 탓해야만 했다.
 
순식간에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여기저기서 내미는 요청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종석이를 보며.
 
, 보지 못한 그 시간 동안
이제는 다른 너가 됐구나.
깨닫고는 다시 방송국으로
쫓겨 들어와야만 했으니까.
 
“..차로 가자니까.”
 
차 답답해.
운치 있고 좋구만 뭘.”
 
..운치야 어디 있니?
내 목소리 들리니?
 
어이차. 이상한 소릴 내며
긴 몸을 구겨 내 다리 위로
머리를 얹는 이종석을 보는
내 눈썹이 조금씩 구겨진다.
 

 
나 이틀 동안 한 시간 잤다.”
 
“..근데.”
 
지금 무지하게 몸이 무거워.”
 
..그래.
머리가 상당히 무겁긴 하구나.
 
“...그래서.”
 
“..좀 누워서 얘기를 해볼까 해.”
 
“..내 다리에 누워서?”
 
먼지 묻은 계단에
누울 순 없잖아요.”
 
이 옷. 협찬이다?
한껏 불쌍함을 어필하려
짓는 울상에 못 이기는 척
봐줬다. 하고는 웃어 넘겼다.
 
정말 세 시간이라도 눈 붙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텐데
그 시간을 짬 내서 와준
마음이 고마워서.
 
인기 많더라, 종석 배우.”
 
눈을 감아 가지런히 내려앉은
속눈썹을 보며 툭 내뱉은
내 말과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갈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래도 난.”
 
그대로 몸을 일으키는
종석이의 몸짓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아직도 교복 입던
그 때의 이종석 같아.”
 

 
특히 이러고 있을 때면.
덧붙이며 입술을 올려 웃는
이종석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니, 안심하라는 걸까.
무슨 뜻이야 그건?
 
눈으로 묻는 그 물음을
굳이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그 순간 웃는 그 얼굴이
같은 교복을 입고서
노래를 부르는 나를 바라보던,
그 때의 이종석과 겹쳐보여서.
 
 
 
*
 
 
 
삐빅.
 
지이잉-
 
 
오오.”
  
신기하다.
 
이 카드키 하나 있으니
철통같은 이곳도 나한테
문을 열어주는 구나.
 
 
종석배우
. 나 완전 에너지 완충
역시 인간 비타민!
아닌가 카페인인가 ㅋㅋㅋ
들어가. 못 데려다줘서 미안
진짜
아 괜찮다구요
진짜
아니 난 너 막 들어가다
걔네 팬들한테 맞을까봐 그러지
내가 또 깡철이잖아
지켜줘야지. 아뵤
그래서 죽는다고
죽을 때까지 맞는다고?
ㅎㅎ
강해서 괜찮겠다..
ㅋㅋㅋㅋㅋㅋ
가서 톡해
1 나 도착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야
시린 손과 함께 주머니에
꽂아 넣었던 폰을 집어 들었다.
 
톡을 남기고는 아주 잠깐
지금 다시 촬영 중이려나, 하는
생각을 스치듯 할 때쯤이었을까
 
멀리서부터 인기척을 알리는
말소리들이 들려오는 것 같아
문 쪽을 응시하다, 이내 눈을 크게 떴다.
 
??”
 

 
???”
 
 
삐빅.
 
지이잉-
 
 
“...어어!!”
 

 
어어어!!!”
 
ㅋㅋㅋㅋㅋ둘이 뭐해요.”
 
“...지금 오세요?!”
 
대박, 저희 지금 딱 마주쳤어요.
운명인 것이죠!”
 
....그니까,
저도 아주 잠시
, 데스티니. 정도는 했지만...
 

 
, 결심했어요!”
 
?? 뭐를...”
 
, 이렇게
안 그래도 큰 눈 크게 뜨며
가까이 올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장가갈게요, .”
 
????????”
 
ㅋㅋㅋㅋㅋㅋ아 박찬열
왜 그러는 거야. ㅇㅇ씨한테
 

 
몹시 곤란하군.”
 
????
백현씨는 말투가 또 왜 저러지.
 
몰라여, 도깨비?”
 
...도깨비요?
, 금 나와라 뚝딱..?
 

 
아니, 그 방망이 말구.”
 
나도 모르게 어렸을 때 봤던
뿔 달린 도깨비를 생각하다
손을 마치 도깨비 방망이라도 든 듯
말아 쥐었는지, 손으로 가리키며
절레절레 젓는 세훈씨다.
 
얘 또 은근슬쩍 반말하네.”
 
아니야ㅋㅋㅋㅋ
 
드라마요. 지금 제일 인기 많은데.
드라마 잘 안 보세요?”
 
.. 요즘엔 드라마에
도깨비도 나오나 보구나..
 
장난치기 시작하는 멤버들을
뒤로 한 채 옆에 와
친절히 설명해주는 종대씨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OST 중에 제가 부르는 것도 있죠.”
 
 
아시겠지.”
 
. 좋더라구요.”
 
괜찮아. 자연스러웠어.
백현씨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 같지만, 괜찮아.
 
정말 주책없이 와. 정말요?
하고 궁금해서 물을 뻔했던
입을 괜히 한 번 꾹 물었다.
 
그쵸. , 연습만 아니면
본방사수 할 텐데
 
와우.
 
“...근데, 그 와우는
어디서 나오는 거에요?
그것도 요즘 유행하는 건가?”
 
아니요...
아닙니다....
어색해보이지 않으려고
한 번 더 하는 거예요...
 
, ㅇㅇ.”
 
안 그래도 왜 안 보이지 싶었는데
뒤이어 열리는 문 뒤로
시우민씨와 디오씨가 함께 들어온다.
 
여기서 만났다, .”
 
그래? 이제 들어가시나 봐요.”
 
? , 지금 막.”
 
지금까지 연습하다 온 걸까.
괜히 아까 함께 가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손을 꼼지락 거렸다.
 
대박이지!”
 
가만 보면 찬열이형 완전 소녀야
 
이렇게 목소리 걸걸한 소녀 봤니.”
 
여기 있네.”
 
소녀한테 맞아 봤니.”
 
, 뭔가 다 같이 연습하는데
혼자만 땡땡이 치고 놀다 온 거 같은
불편한 이 마음은 뭐냐구.
 

 
힘 남아돌면 연습 더 하고 올래
찬열아, 세훈아.”
 
, ... 그게 무슨 소리야.”
 
ㅋㅋㅋㅋ진짜 정색해, 이 형.”
 
나 진짜 다리 후들거려. 진짜로.”
 
보여주려는지 여자인 나보다 마른 것 같은
앙상한 다리를 들어 보이는 찬열씨.
 
멤버들은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연습했는데, 하며 더욱 착잡해진다.
 

 
왜 안 왔어요.”
 
?!!”
 
한참을 휴대폰으로 뭘 하는지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던 백현씨가
불쑥 물어,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더 수상하게 화들짝 놀라버렸다.
 
, 깜짝이야.”
 
덩달아 다리까지 들며
힘듦을 호소하던 찬열씨까지 놀래키고,
 
뭐야, 미어캣인 줄 알았어요.”
 
두 손을 들어 잔뜩 움츠린 미어캣처럼
깜짝 깜짝 놀라는 날 따라하는
백현씨에겐 아주 좋은 놀림거리까지
제공하고야 말았다.
 
“...그만하세요.”
 
봐줬다.”
 
창피해서 어서 멈추고 싶은 마음에
조심스럽게 어깨를 잡으며 말하니
엄청난 인심을 쓰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백현씨.
 
나니까 또 봐주는 거지, 하는
그 말이 너무나 당당해서
나도 모르게 기죽은 목소리로 짱. 해놓고
빵 터진 백현씨를 보고 있으니
나 지금 뭐 하는 건가, 싶다.
 
진짜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야.”
 

 
근데,”
 
호칭도 없이 무작정 끼어드는 말에
저절로 시선이 움직였다.
 
뭔가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그 배우분.. 하고
어색하게 말을 꺼내는 것이
말 자체를 망설였다기보다
뭐라고 부를지가 고민이었나 보다.
 
“..종석이요?”
 
어떻게 아는 사이에여?”
 
아니, 찬열이형이 그렇게나
궁금해해가지고. 제가 어쩔 수 없이.
 
친한 친구라고 그러면 이상하게 보이려나,
짧은 순간 이 생각 저 생각하던 게
모두 멈추고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찬열씨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 !! 다 궁금해 했잖아!!
, 이거 나 모는 거예요!”
 
특히 찬열이형이 궁금해 했져.”
 
!!! 너 막나가지 요즘, ?!”
 
동생의 장난에 새빨개져서
열을 내는 찬열씨는,
뭔가 백현씨랑 같이 장난 못 쳐
안달 난 개구쟁이 같다가도
가만 보면 은근히 놀림 당하는
멤버 같기도 하고.
 
그게 음, 소꿉친구라 해야 하나.
초등학교 즈음부터 해서, 오래됐죠.”
 
정말요? 소꿉친구?
..?? 소꿉친구??”
 
천진난만하게 신기해하던 종대씨가
순간 수상쩍은 눈을 하더니
그 특유의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음흉하게 웃기 시작한다.
 

 
이거 뭐죠~”
 
...뭐야, 왜 이래요.
 
그나마 종대씨가 제일 정상적으로
말이 통하는 멤버라고 생각했는데.
 
남녀 사이에
소꿉친구가 어디 있어요~”
 
아니.. 왜 이래
눈이 이상하다고요!
 

 
썸이에여, 친구에여.”


 
스캔들이네, 스캔들이야.”
 
아니, 이 사람들 다 왜 이래!!
 
! 진짜 친구에요!!!!”
 
친구냐 아니냐 묻는 그 물음보다
날 에워싸고는 점점 좁혀오는 멤버들에
괜히 당황해, 점점 엘리베이터 벽 쪽에
붙다 못해 꽥 소리를 질렀는데
일순간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 진짜 대박 캐릭터야
 
ㅋㅋㅋㅋㅋ안 잡아먹어요
 
찬열이형, 그렇대.”
 
아나, 오세훈 진짜. 이리 와봐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딱 한 뼘만 더 친했어도
때렸을지도 몰라.. 후욱후욱.
 
신기하네요.
아직 저희도 일로나 사적으로나
따로 친분 가질 기회가 없었거든요.”
 
, 그렇다고 들었어요.”
 
저희 얘기를요?”
 
?? , 그러니까..”
 
 
, 그래서..
내가 진짜 절망스러워서 그러는데
One이랑 알아 혹시?!’
 
그냥 무대는 본 적 있어도..
나도 One이랑은 친분 없어.’
 
... 망했어, 진짜.
신혜언니 진짜 대책 없지 않냐.’
 
누나 원래 그랬잖아, 옛날부터.’
 
이건 보통 일이 아니라구...’
 
 
혹시 종석이를 통해 건너 건너
친분이라도 이용하면 더 수월할까 싶어
One이랑 친하냐 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무슨 뒷얘기를 한 것도 아닌데
뉘앙스가 조금 이상한 것 같아
곧바로 정정하려 다급히 손을 저었다.
 
이거 하게 됐다고 해서
혹시나 종석이는 One분들 잘 아나
하고 궁금해서 제가 물었거든요!
근데 친분은 없다고 해서!”
 
, 그러시구나!”
 
그걸 금세 캐치해서
따라하지, .
 
“...백현씨 저 좀 봐요.”
 
“....?”
 
내 말에 슬금슬금 옆에 있던
세훈씨 등 뒤로 숨는다.
 

 
..신나서 놀릴 때는 언제고, 정말.
비 맞은 강아지처럼 저렇게
꼬리를 내리면.
 
그리고 백현씨,
당신이 형이거든요...
 
 
-
 
, 순식간에 멤버들한테 휘말리느라
내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도 잊고 있었구나.
 
발랄하게 울리는 종소리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가자.”
 
종소리와 동시에 이상한 침묵이
막 앉으려고 할 때 즈음이었을까,
줄곧 한 번도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 근데.
갑자기 아이스크림 먹고 싶지 않냐.”
 

 
이렇게 추운데?”
 
, 뭘 모르네. 아이스크림은
추울 때 먹는 거지.”
 

 
그래서 지금 나간다구?
, 그냥 내일 먹어. 들어와
 
다 같이 열린 엘리베이터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별안간
타려다 말고 자리에 멈춘 찬열씨와,
 
이미 앞서서 탄 멤버들이
엘리베이터를 기준으로
난데없이 대치하게 되었고
 
정말 더 난데없이 난
정확히 그들의 중간,
그 곤란한 지점에 끼어있게 되었다.
 
내가 후딱 사올게.
1층 통해서 가면 되잖아.”
 
그냥 들어와.”
 
마침 떨어진 것도 겸사 사오고.”
 
...이게 뭐죠, 갑자기.
 
나는 또 왜 하필 그 중간에 서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게 된 것이죠.
 
혼자 가게??”
 
같이 갈 사람!”
 
....아무리 봐도 저들은 빨리 숙소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요.
 
, . 너무 매몰찬 거 아니냐.”
 
그니까 형, 그냥 오라니까
 
그리고 그건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찬열아.”
 
진짜로 저도 마찬가지인데...
 
저도..!!!”
 
진짜. 지금 바깥쪽에 서 있는 게
저 밖에 없는 이상한 대치 상황에
딱 끼어버려서.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네요.”
 
...그래서 도와주는 거예요.
 
“......”
 
“......”
 
, 추울 땐 아이스크림이죠!”
 
“......”
 
“......”
 
이한치한! 하하!”
 

 
감동이에요.”
 
아니...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니까
그렇게 감동받은 표정 하지마세요!!
 

 
둘이서 가겠다고?”
 

 
그건 더 곤란한데.”
 
수상한데.
최애 편 들어주는 건가요~”
 
아니.. 이 사람은
아까부터 자꾸 뭘 수상해하는 거야.
 
“..그런가요?”
 
. 1층으로 건너가면 괜찮지 않아?”
 
가능성 제로라는 건 없잖아.
그러다 찍히면
 

 
말 지어내기 딱 좋지.”
 
가운데에 끼어 말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오고가는 것에 따라 눈을 굴리다가
다시금 찬열씨에게 시선이 닿았을 때일까,
 
문득 마주한 찬열씨의 표정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도리어 내 가슴에 큰 돌 하나가
꽉 박힌 것처럼 답답해져왔다.
 
.. 스타일리스트인 척 할까요!”
 
애들 다 알아요, 오며 가며 봐서.”
 
....
 
그럼 목도리로 얼굴을 감아볼까요?!”
 
ㅋㅋㅋ그게 더 수상하다.”
 
“......”
 
사실 내가 찬열씨도 아니면서
어떤 말을 해도 안 된다고만 하니까
뭔가 덩달아 시무룩해진다.
 
..그것보다, 나밖에 편들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더욱 어떻게든
찬열씨를 나가게 해주고 싶달까..
 
,”
 
진짜 죄송해요!!!
잘 감추고 갔다 올게요!!!!
진짜요!! 진짜!!!”
 

 
, 어어..???”
 
 
뛰어요!!!!
 
잠깐 정적이 뜬 틈을 타,
아무렇게나 잡히는 찬열씨의 팔을
붙들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괜찮다고 하려던 찬열씨는
내 돌발 행동에 도리어 놀랐으면서도
어쩐지 본능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괜찮다고 할 줄 몰랐지 난...
 
그런 건 도주 결심하기 전에
미리미리 말하라구요!!
멈출 수가 없잖아!!
 
나는 아이스크림 먹고 싶지 않은데!!!!
 
 
 
.
.
.

※만든이 : 자꾸눈이가네님
 
 
<공지>
 
... 사실 0편은 프롤로그고
1~2편 동안 2편에 나오는 종석이까지
해서 모든 등장인물 소개 겸 출연을
마치고 3화부터 천천히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였는데.... .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실 연재 중지라는 것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요.
그들의 세상으로는 우선 오늘부로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
그런 연재 중지는 하지 않으려고 해요.
하지만 연재 장편 물로서 꾸준하게
여러분을 찾아오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저 역시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치여 살아가는
사람의 하나로서, 사실 어디서
글을 연재한다는 것도 처음인데요.
 
학생 때부터 취미로 혼자서
이것저것 끄적거려 본 적은 있어도
본격적으로 이런 소재로, 이런 인물 설정,
이런 스토리 구성 등등 열심히 적어가며
글을 시작해봐야지 한 건 아마
그들의 세상으로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 투고한 것이구요!
 
그런데 막상 글을 쓰면서 보니
인물들의 대사도 늘어가면서
본 구상보다도 꽤 긴 장편이
될 것 같더라구요.
 
문제는 물론 상풀에서는 명시하거나,
정해져 있지는 않으나 본디 연재 중인
장편이라는 것이 그래도 시간 텀을 두고
꾸준히 매 화, 매 화 지속되어야 하는 게
독자님들과의 암묵적 약속인 것인데,
막상 시작은 호기롭게 해놓고 보니
제 처지가 그렇지 않았더라구요.
 
이 글은 작년 여름 즘 구상하여
쓰기 시작했는데, 사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나서부터는 여유가 없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주말에라도,
안 되면 자기 전에 틈틈이라도, 하면서
밀고 나가보려고 했던 건데..
정말 작년에는 이 2화를 쓰다 말은 그대로,
글은 켜보지도 못 했던 것 같아요.
 
연말까지만 버티고 새해 초부터는
글을 쓸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버텼는데.. ....
세상은 하고 싶은 것만 하도록
두지 않더라구요. 작년보다 올해가
제 인생에서 더 중요한 해가 되어버려서
또 다시 제 낙이자 제일 하고 싶은
글쓰기는 미뤄두어야 하는 상황이더라구요.
 
그래서 사실 모든 걸 단념했었어요.
지금 제일 중요한 이것부터 하자,
그러고 글에 대한 생각은 전부 눌러놓고
참기로 했는데. 그러고 나니 오히려
모든 것에 의욕도 안 생기고, 집중도
안 되고, 우울하고 그렇더라구요.
 
취미나 낙 없이 이것에만 집중하면
잘 해낼 수 있겠지, 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던 거죠.
그래서 하루에 자기 직전 주어지는
조금의 시간, 혹은 조금 덜 자더라도
그렇게 틈틈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오히려 그것이
원동력이자 의욕이 되어 할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그런 오랜 우울의 시간과 고민의
시간을 거쳐, 사실 글을 다시 잡은 지는
얼마 안 되었어요. 3월 무렵이니까.
 
...푸념이 길었죠... 죄송해요.
작가의 사생활까지 알아가며 봐달라는 것
절대 아니에요. 이런 상황이든, 저런 상황이든
작가로서, 글을 시작했다면 자기 글에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니까요.
 
독자님들의 질책도, 실망도 전부
제 능력 부족에서, 책임 부족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구요.
다만, 그저 기대도 많이 해주시고,
힘이 되는 예쁜 말들도 많이 달아주시며
응원해주셨는데 그에 부응하지 못해
실망시켜드린 점, 그리고 그 실망시켜 드린
마음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점,
저는 그저 그것이 마음이 아프고,
그래서 제 스스로에 대한 실망에
침체되어 있는 것 같네요.
 
그들의 세상으로는 현재 어느 정도
써져있는 3화 사진 작업까지 마치고
올리면, 그 후부터는 아마 오랜 텀을
두고 찾아올지도 모르겠어요.
그저 이 작품은 천천히, 어느 날
오랜만에 찾아오면 아, 이거 오랜만이다
하고 여유롭게 읽으시는 그런 작품으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글에 대한, 독자님들에 대한
책임과 배려를 다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당분간은 미뤄놓았던 소재들로
단편으로 찾아 올 것 같아요.
그 때 동안 따뜻했다, 비가 왔다
기온 차 나는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슬슬 떠날 준비하는 봄
마저 설레게 보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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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세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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