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들의 유흥 - 46 (by. 노담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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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들의 유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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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이런 데 오실 줄은 몰랐어요.”


너야말로.”
 
내 말에 영광이 형이
피식 웃으시며 나를 쳐다보았다.
 
저야 뭐....”


그래. 너야 뭐.
사람 있는 데는 어디든 가지.”
 
괜히 비꼬긴.
사람이라는 단어 앞에 돈 있는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거 뻔히 알면서.
 
너도 뭐 하나 끼고 왔냐?”
 
“....뭘요?”


너도 창녀 하나 사 왔냐고.”
 
“.........”
 
그의 발언에 내가 가볍게 미간을 찡그렸다.
 
, 괜히 나쁘게 말씀하시는 거죠?”
 
내 말에 그가 낄낄 웃으며
내 머리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툭툭 치셨다.
 
순진해 빠진 놈.”
 
“........?”
 
평소와는 좀 다른 분위기에
내가 그의 눈치를 봤다.
 
아무래도 최근에 친구 한 분이
안 좋게 돌아가셔서 겠지.....
 
, 기용이 형님 일 때문에
맘 안 좋으시죠.....”
 
아니?”
 
“......??”
 
너무나 태연한 말투에
내가 더 당황하여 그를 봤다.
 
근데 역시 돈이 좋은 거라고.
너 요새 확실히 여유가 좀 생겼나보다.
남 걱정이나 다 하고.”
 
....?”


, 난 데려왔거든. 내 창녀.
아까 홀에 두고 왔는데.
니가 가서 좀 주워 와줄래?”
 
“..............”
 
원래 이 형이 여자를 사서 노는 형이었었나?
 
.....잘 모른다.
한 번도 제 얘기를 한 적이 없던 사람이라.
 
방 잡아놨다고. 여기로 오라고 해.”
 
누군지 제가 어떻게 알아봐요?”
 
군계일학이거든. 바로 알아볼걸.”
 
“.........?”
 
영광이 형이 씨익 웃으며
내게 카드키를 넘기고는 돌아서 사라졌다.
 
“.......”
 
하다하다 별.
이젠 창녀까지 그들에게 모셔다줘야 하다니.
 
뭘 더 얼마나 올라가야
나도 뭐라도 변할까?


“...........”
 
파티장의 사람들은 전부 아주 가관이었다.
 
몸을 더 보여주며
남자들에게 환심을 사려는
싸구려 같은 여자들과
 
그런 여자들에게 홀려서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고
제 아랫도리를 주체를 못하는
병신 같은 남자들.
 
“..........”
 
홀에 나와서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
 
순간 눈에 가시라도 걸린 듯 무언가가
내 시선을 잡아챘다.
 
기묘한 익숙함과
당황스러울 정도로 낯선 무언가.
 
그것은 그냥 한 여자의 뒷모습이었다.
 
“.............”
 
나뿐만이 아니라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그 사람만 보고 있었다.
 
“..........”
 
군계일학? 그 정도가 아니었다.
더러운 연못 가운데서 고고하게 피어있는 연꽃.
그래.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 사람은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게 아니었다.
시선을 잡아 삼키고 있었지.
 
이 공간의 모든 시선이
배수구로 빠지는 물처럼
속절없이 그 사람에게로 흘러갔다.
 
“...........”
 
저 사람이 영광이 형의....‘이겠구나.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 제 상사께서
일행 분을 찾아오라고 하셔서요.”
 
그렇게 그 사람에게 달라붙으려는
더러운 것들을 떼어내고.
 
저기요. 영광이 형이
저쪽으로 데려 오시라고.....”
 
그 사람을 내 주군에게로
데려가려 했을 때.
 
또 어디로........”
 
“.........”
 
“............”
 
그 사람이.
 
내 인생에 박힌
가장 아픈 가시라는 걸 알았을 때.
 
잘려나간 손가락이라는 걸 알았을 때.
 
나는 추락했다.
 
 
-----------------------------------


 
“...............”
 
눈을 깜박였다.
 
홍종현....
 
내 눈앞에 있는 게 정말
그 새끼인가 싶어서.
 
내 차림새와 화장들.
그리고 저 놈이 들고 있는,
아마 김영광이 전해주라고 했을 룸키를
내가 표 나지 않게 훑었다.
 
입이 찢어져라 웃고 싶은 것을
아프게 아프게 참아내고 있었다.
 
한강다리 이후, 내가 직면했던
모든 피곤과 좌절과 슬픔들이
오로지 이 순간을 위해서라면
, 상관없을 거 같았다.
 
아니, 더한 것도 얼마든지
줄 수 있을 거 같았다.
 
“..........”
 
..........”
 
아아, 하나님.
 
생전 한 번도 불러본 적 없는
신의 이름까지 불렀다.
 
“..... .”
 
“..........”
 
내 목소리에 그가 몸을 가볍게 떨었다.
 
그날 밤 이후로 몇 년이던가.
3. 그 정도쯤 흘렀던가.
 
마지막을 그 악쓰는 목소리로 해서,
지금은 이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뭘 봐?”
 
내가 말투를 바꿨다.
격하게 바꿀 필요도 없다.
 
단어 선정까지 오버해서 바꾸지 말고.
억양만 꼭 몸 파는 년들 같이.
 
금방이라도 돈 꺼내들면
베실 베실 웃을 것 같은,
언제든 웃을 준비가 된
그 날카로운 억양으로.
 
“...............”
 
역시나.
홍종현은 그 억양을 알아들었다.
 
여기 온 것만 봐도 알지.
여전히 부자들 오는 곳이라면
앞뒤 안 가리고 죽어라 쫓아다니고 있겠지.
 
이런 창녀파티도 몇 번이나 왔었겠지.
 
. 네 입을 열어라.
너의 지옥이 될 그 문을.
 
....대체....왜 여기있어....”
 
“..........”
 
나는 입을 꾹 닫고 그 놈을 쳐다보았다.
 
이런....이런 옷을 입고.....
....너 지금....
여기가 뭐 하는 덴 줄이나 알고.....”
 
. 달라고.”
 
그의 말을 날카롭게 잘라냈다.
그가 카드키를 부술 듯이 움켜쥐었다.
 
, 그거. 부쉈으면 좋겠다.
그러면 구차하게 다시 프런트로 가서
새 키를 받아 내게 건내야 할텐데.
그 꼴은 얼마나 즐거울까.
 
.......”
 
그 병신은 할 말도 제대로 못 찾겠는지
어버버 거리며 같은 말만 반복했다.
 
심지어 두리번거리며
김영광의 여자라고 알려진 나와
자신이 어떻게 보일 지까지
신경 쓰고 있었다.
 
하나도 안변했구나.
 
“....어떻게 하나도 반갑지가 않냐.
나름 17년을 친구로 지냈는데.”
 
“...........”
 
그래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뭘 충격 받은 척이야.
그럼 내가 이 얼굴로 그동안
뭘 해먹고 살줄 알았는데?”
 
“..........”
 
잘 지냈니? 잘 지내 보이네.
잘 지냈어야지.
누굴 죽이고 얻은 자린데.
나도 잘 지내.
전보다 잘 먹고 잘 살아.
밤마다 귀찮긴 하지만.”
 
“.............”
 
그의 눈이 빠르게 떨렸다.
점점 충혈 되어오는 눈알이
그가 얼마나 지금
소리를 지르고 싶은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영광이 형이....
SJS 사람인 건....알고.....”
 
그게 뭐? ....좆이나 돈이나
누구 거든 개같은 거 매한가진데.”
 
“...........”
 
설마 우리가족 원수....
뭐 그딴 얘기 할 건 아니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니가.”
 
“............”
 
그는 내 말에 굳어버렸다.
그래서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손에 들려있는
카드키를 힘주어 당겨 빼앗았다.
 
다음부터 나랑 얘기하고 싶으면
김영광한테 돈 내야 할 거야.
걔가 나 비싸게 주고 샀거든. 20.”
 
살짝 휘어진 카드키를 들고
미련 없이 돌아서 파티장의 입구로 향했다.
 
녀석은 넋이 나간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
 
홀을 나가서 룸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잡으며
내가 살짝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 와라. 와라.
어서. 와라.
 
“............”
 
[1층입니다 - ]
 
빨리. 빨리.....
와라, 와라...!!!
네 놈의 지옥으로...!!
 
ㅇㅇㅇ!!!”
 
그 놈이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손으로 콱, 잡아챘다.
 
“..........”
 
....어서와.
 
문이 다시 열리고,
가쁜 숨으로 날 보는 녀석을
내가 말 없이 쳐다보았다.
 
.”
 
“..............”
 
[문이 닫힙니다 - ]
 
“..........”
 
김영광은 전부 다 계산하고 있던 걸까?
그래서 그 금강그룹 놈이 만든
오피스텔의 하렘 이야기를 해줬던 걸까?
 
눌려진 버튼은 최상층.
시간은 많았다.
 
뭘 그렇게 허겁지겁 왔대.
내가 따먹히는 거 싫고 그랬나보다?”
 
“.........그렇게 말하지 마.”
 
그렇게? 그렇게가 뭔데?”
 
“............”
 
말 몇 마디로 벌벌 떠는 꼬라지하곤.”
 
“...........”
 
너는 항상 내가 좀 덜 좆같아질 때쯤
나타나서 지랄을 하네? 참 웃기게.”
 
“..........”
 
“.....금강그룹 둘째. 아까 걔.
나랑 잘 아는 사인데. 몰라보더라.”
 
“........?”
 
너도 이쪽에 있었으니까 알 거 아냐.
저 새끼가 빚에 치이는 년들 사서
오피스텔에 쳐 넣는다는 얘기.”
 
“..............?”
 
그래. 혹시 못 들어봤어?
김영광이 그 하렘에서
여자 하나 빼 왔다는 얘기.”
 
“!!!!!”
 
역시. 그 빼온 여자애가 누구인지, 죽은지
....자세한 건 아무것도 모르네.
 
“SJS? 우리 가족?
그런게 뭐가 중요해?
날 그 지옥에서 빼내줬는데.
네가 보기엔 내가 어때 보여?
그냥 다른 지옥에 들어간 것처럼 보이려나?”
 
“...........”
 
너가 그때 뭐라고 했더라.
그 사람들한테 우리 언니 위치 찾아주면서.
죽일 줄은 몰랐어. 그랬던가?”
 
“..........”
 
언니의 이야기에 놈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죄책감이라도 안고 살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걸까.
그 녀석의 눈가로 눈물이 대롱대롱 매달렸다.
 
우습고 역겨웠다.
 
이번에도 말하지 그래.
니가 창녀가 될 줄은 몰랐어.
모르고 그랬어. 그렇게.”
 
“..............”
 
그놈이 굳은 채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38층입니다 - ]


“............”
 
열린 문 너머엔 김영광이 서 있었다.
이 모든 광경을 예측한 얼굴로.
 
“............”
 
내가 말 없이 내려 그 옆에 서며
괜히 김영광의 팔을 들어
내 허리를 두르게 했다.
 
김영광은 자연스럽게 내 허리를 쓰다듬었고,
홍종현은 눈알이 사라진 것 같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복도는 너무 고요해서
카펫 위로 내딛는 발걸음조차
생생하게 들려왔다.
 
또 이 층을 전부 비웠을까?
이 무대를 위해 김영광은 또
과한 소비를 했을까?
어쩌면 나를 위해서일까?


왜 우니, 종현아.”
 
김영광은 제법 잔인한 질문을 했다.
그날, 비가 참 많이 오던날.
김우빈을 잡았던 그날의 모습이
내 눈앞으로 오버랩 되었다.
 
“............”
 
홍종현은 김영광의 말이 안 들리는지,
멍한 얼굴로 나를 보면서
계속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사람이 저렇게 추잡스러워보이다니.
 
미안해.....”
 
“........”
 
홍종현이 바들바들 거리며 내 앞에 와 섰다.
 
정말 미안해.....”
 
“..........”
 
제법 의외였다.
김영광이 있는 자리에서
그의 말에 대꾸도 않은 채
나에게 사과를 할 줄은.
 
그러나 홍종현도 알고 있어서겠지.
이미 자신도 김영광의 그림 속이라는 걸.
 
용서해줘....아니, 용서하지마...
정말 미안해....제발......”
 
“...........”
 
그의 말이 앞뒤가 이상하게 얽혔다.
용서를 하라는 건지, 하지 말라는 건지.
미안하다는 건지. 어쩔수 없었다는 건지.
 
그의 말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그저 이 순간에 그가 더 무너지기만을 바랐다.
 
정말.....제발.......”
 
그가 처참한 얼굴로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김영광은 상황에서 살짝 물러나
내가 과연 뭐라고 말할지를 관전하는 듯 했다.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하는 지 잘 알고있었다.
이 모든 것이 김영광의 체스판 위라면,
나는 그의 퀸 정도는 되는 존재였으니까.
 
그래?”
 
제발......”
 
그럼 죽어.”
 
“..........”
 
너도 죽어. 내 가족들처럼.”
 
“............”
 
홍종현은 고개만 푹 숙인채로
눈물만 뚝뚝 흘렸다.
 
그것도 못하겠어?
근데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미안하긴 한 거야?”
 
“.........제발....”
 
목소리가 째질 거 같았다.
김영광의 계획을 잊고 다 부수고 싶었다.
당장에라도 이 놈을 물어뜯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ㅇㅇㅇ. 어디 허락도 없이 남이랑 대화를 해.”
 
“.....죄송해요.”
 
김영광도 그걸 눈치 챘는지
내 말을 부드럽게 끊고 들어왔다.
 
과하게 수그린 내 말투에
홍종현이 고개를 들어 김영광을 보았다.
 
그런 홍종현을 여유있게 내려다보던 김영광이
천천히 한쪽 무릎을 굽혀 그를 마주보았다.
 
종현아. 너 우리 강아지랑 친한가보다.”
 
“..........”
 
강아지라니. 징그럽기도 하지.
 
갖고 싶니?”
 
“............”
 
사고 싶어?”
 
“...........”
 
홍종현이 제법 위협적인 얼굴로
김영광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또 순식간에 눈을 풀리고
간절하게 표정을 바꾼다.
 
약해 빠진 놈.
 
내가 이걸 20억에 사왔는데 말이지.”
 
.....제가....마련할 수 있어요.
놔주세요. ㅇㅇ이는.....”
 
뭘 마련해? 20?”
 
“.............”
 
이제 20억을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됐나 보구나, 홍종현.
 
우리를 죽이고.
그렇게 됐나 보구나.
 
내가 본전장사를 왜 하겠냐, 종현아.”
 
김영광의 말투가 바뀌었다.
그의 목소리에서 참을 수 없는
기쁨이 흘러나왔다.
 
...뭘 원하세요....제가 뭐라도....”
 
정말?”
 
그 애만 놔주세요....
뭐든...뭐든 해드릴게요.”
 
뭐든이라.....”
 
홍종현도 멍청하지 않았다.
아마 나를 산 목적이 자신에게
뭔가를 얻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김영광이 천천히 일어나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읽히는 전에는 본적도 없던
너무나 선명한 환희에 내가 잠시 멍해졌다.


퍼스널 네이게이션하고
스마트 글래스. 넘겨.”
 
“..........?”
 
“.......?”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홍종현과 내가 동시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그건 원래 상동 거잖아요.....”
 
그러니까.”
 
김영광의 눈이 번뜩였다.
야수처럼.
 
상동 말고.
나한테 넘기라고.”
 
“..........!!”
 
모든 이야기의 결론이었다.
 
 
.
.
.
 
 
홍종현이 가고, 김영광은
잠시 제 자리에 서 있었다.
 
멍한 얼굴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언가를 결심한 표정도 아니었지만.
 
그는 다만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물리적인 물체가 아니라,
눈 앞에 놓인 자신의 목표나,
무언가 간절히 바라던 것.
그런 것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집에 가자.”
 
그리곤 그대로 입만 열어 내게 말을 했다.
 
.”
 
“..........”
 
내 대답에 그가 천천히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안 추워?”
 
곧 여름인데, .”
 
내 대답에 그가 낮게 웃으며
제가 입고 있던 자켓을 벗었다.
 
, 과잉 친절은 힘든데.”
 
곧 여름이잖아. 내가 더워서.”
 
괜히 내 어깨로 자켓을 걸치며
그가 피식거렸다.
 
괜찮은 거지?”
 
뭐가?”
 
“........그냥. 전부다.”
 
괜찮은 거지, 그 질문은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라
그가 뭐가, 라고 물었을 때
살짝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러게. 뭘 물은 걸까 난.
 
.....꼭 네 얼굴이....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아서.
 
“........집에 가자.”
 
김영광은 똑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해 주었다.
 
 
.
.
.
 
 
집에 돌아와 김영광이
나를 데려간 곳은 그 검은 방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방.
 
드득, 나뭇결이 상한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김영광은 손을 더듬어 문 옆의 벽을 더듬었다.
 
새까만 어둠속에서
나는 그의 등을 보고 있었다.
 
화상흉터로 가득 찬 그 등.
어쩐지 오늘은 그가 그 등에 대해서
이야기 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 켜지는 전등불에
내가 눈이 부셔 인상을 찡그렸다.
 
“.............”
 
그리고 천천히 눈을 떴을 때,
나는 처음으로 이 방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은 거의 텅비어버렸지만
벽과 바닥에는 침대나 옷장...
그런 가구들이 놓여있었던 흔적들이 즐비했다.
 
큰 방이었지만, 그가 지금 지내는 방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이 집에 있기는 제법
이질적인 그런 방이었다.
 
그 방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가구라고는
장식장들 뿐이었다.
 
그 안에는 가족사진들이 가득했는데,
오히려 그것보다 다른 것이 더 눈에 들어왔다.
 
“............”
 
창문이 있을 자리를 거칠게 막은 나무합판.
그리고 그 주변으로, 또 온 바닥에 선명한
불에 그을린 자국.
 
“.............”
 
온 방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보고,
그리고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텅 빈 방을 넋 놓고 보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기, 내 방이었어.”
 
“...........?”
 
사람은 네 명인데 왜 4층에 방이 세 개겠어?
설마 우리 부모님이 한 방을 쓰진 않으셨을텐데.”
 
“...........”
 
내 방은 여기, 2층에 있었어.
왜라고 생각해? 내가 차남이라서?
내가 형만큼 똑똑하지 않았어서?”
 
“..........”
 
아니.”
 
“.........”


나는 입양아였잖아.”
 
“..........”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표정은 태연했지만,
입을 여는 것이 괴롭다는 게 보였다.
 
“.........”
 
그의 밑바닥.
 
그걸 지금 김영광이
제 입으로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가 떨리는 손을 들어
제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네 머릿속의 상동의 이미지를 떠올려봐.
정말로 그들이 나를 안쓰러워서 입양했겠어?”
 
, 하고 그의 셔츠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일그러진 등의 화상흉터가
여과없이 공중으로 드러났다.


그 흉터를 가려주고 있던 셔츠가,
아마 같은 불로 만들어졌을
바닥의 흉터를 덮었다.
 
참을 수 없을 만큼 부끄럽다는 듯이.

.
.
.

※만든이 : 노담도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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