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반 개미 [단편] (by. 겨울날)

<작가가 독자님들에게>

생각 외로 핫한 반응에 가슴이 도키도키 했습니다!!
개미 시리즈로 가는 게 어떤가 하는 의견도 있는 반면
번외를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고민이 많았네요..
아무래도 꿈이란 게 상상력과 연결되어 있는거라
부족한 제 상상력으로는
 자취방 개미 강준과의 러브스토리는
더 보여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ㅠㅠ 죄송합니다.
 
대신 연결고리가 있는 시리즈물로 자취방 주인과
제일 친한 동기의 이야기로 만들어봤는데요
아주 사알짝 자취방 주인과 강준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오글거림 조심! (작가가 대드빠순이라
키스신이 없으면 온 몸에 가시가 돋는 병이 있습니다.)
그럼 재미있게 봐주세요~
 
이 글 쓰는 게 제일 어려웠다는 건 
여러분과 저만 아는 일급비밀
 
(*대드 : 대만드라마)
 
 
 
우리반 개미
개미친 놈
 
 
 
* * *
 
 
 
세상에는 많은 미친놈들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반 남자애들만큼 
굉장한 미친놈들은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말하는 미친놈은 우리 반 반장이며
다른 반 애들이 봤을 때는 몸도 좋고
얼굴도 잘생겼으며,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다들 사귀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지극하게 정상적인 외적인 부분과 다르게
우리 반 일부 여자애들이 
치를 떠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 순정 애니에 단단히 빠져있는 오타쿠 라는 것을
물론 나도 일본 순정 애니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엄청나게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반 여자애들에게 일본 이름을
 지어줄 정도라고 해야 하나
 
물론 자신의 최애 작품과 최애 캐릭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잘생겼고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서 선생님들의 예쁨을 가득 받는
반장의 최애 캐릭이 나랑 닮았다는 점이다.
내가 봤을 때는 솔직히 닮았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우리 반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여성들은 다 2D니까
대체 어디가 닮았다는건지 이해가 안가지만
그렇게 반장이 지어줬기에 내가 불리는 이름은
시노하라 에리카. 젠장..
솔직히 머리스타일만 똑같잖아 대체 어디가 닮았다고
그래도 반장의 친구는 쿠로누마 사와코를 좋아하는데
마침 머리스타일이 똑같은 한 친구만 고통을 받는다.
2D라서 머리스타일만 똑같으면 얼굴은 상관없다 이건가
그렇게 따지기엔 사와코를 맡은 애가 너무 귀여웠다.
 
 

 
 
힘내 친구야.
 
나는 일본에 그렇게 예쁜 이름이 많은 줄 몰랐다.
미즈타니 시즈쿠
모모조노 나나미
아유자와 미사키
요시오카 후타바
나카미야 나호
후지오카 하루히
코이즈미 리사
시를 써도 되겠네, 내가 이걸 외우고 있다니
정말 굉장한 미친놈들이 아닐 수 없다.
 
분명 작년에도 반장과 같은 반을 했었지만
그냥 나보고 자기가 보는 애니에 나오는
여주인공을 닮았다고만 했었지
지금처럼 반 애들한테 전파를 시키지도 않았고
그냥 혼자서 순수하게 좋아하는 그런 학생이었다.
근데 반장의 여파가 이 정도로 클 줄 몰랐다.
원래 이성친구들 말고도 동성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줄은 알고 있었는데
같이 보더니 전염되어가는 애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고등학교 3학년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굉장한 빠돌이들이 많아졌다.
 
 

 
 
어제 정주행 하느라 네 시에 잤어
 
 
자랑이다..
 
 
... 나의 시노하라짱.. 내 바카이누..”
 
 
저질이다..
 
 

 
 
솔직히 미모는 우리 시즈쿠가 원탑임
 
 
다 닥쳐줘, 그런 샤방한 미모를 가지고
제발 그런 토크를 하지 말아달란 말야.
편견은 아니지만 차라리 3D를 공략하길 빈다..
 
 
“......”
 
요이, 에리카짱
 
 

 
 
누구야, 시발
 
안 그래도 내가 원하는 일본이름이 아닌
애니 속 일본 여자 주인공의 
이름으로 불리는 게 싫은데
중학교 때부터 친한 단짝친구라는 년은
대놓고 에리카짱이라면서
 내 옆으로 의자를 끌고 와서 앉았다.
지금이라도 상 엎는 아저씨처럼 의자를 들어버릴까
 
 
나만 듣기 싫은 거 아니지?”
 
나는 꽤 맘에 드는데
모모조노 나나미
 
 
그러면서 본인은 반 남자애 덕분의
오늘부터 신령님의 매력을 다 알게 되었다면서
내 앞에서 내용을 쭉 풀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전혀 관심이 1도 완전 대박 진짜로 없다.
봤던 걸 제외하고는 딱히 찾아보고 싶지 않아졌다.
이렇게 극성인 남자애들이 있는데 어찌 봐 내가!
 
 
그러니까 토모에가
 
 
내 얘기 듣고 있어?”
 
 
 
누가 이 지옥에서 제발 꺼내줬으면 좋겠다.
반장과 우리 반에서 제일 친화력이 좋은 변백현은
같이 서로의 최애 캐릭으로 경쟁하고 있고
내 옆에는 똑같이 감염 된 단짝친구라니
이보다 더 괴롭고 이상한 상황이 있을까
마치 전염병 바이러스가 퍼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에리카짱~”
 
그렇게 부르지 마
 
시노하라상~”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나는 애니보다
만화책이 더 좋다고 차라리 부를거면
아카나베 유우라고 부르던가!“
 
 
분명 손승완한테만 말하려고 했는데
다들 들은 건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정적이 울렸고
다들 나를 쳐다보고 있음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나는 망했다.
 
 

 
 
그건 뭐야?”
 
“......”
 
설마 안 움직이고 목소리도 안 나오는 책은 아니지?”
 
 
신이시여 저는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해야 합니까
같은 2D긴 하지만 반장이
 보는 애니의 원작은 분명 책이고
아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마치 일 년 365일 설현 판넬을 옆구리에 끼고 살면서
막상 진짜 설현을 만났을 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덕후의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맞는 것 같다.
 
 

 
 
대체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아무래도 애니 보다 책에 더 깊은 내용이 있을 수도 있고
일단 애니라는 게 원작인 책을 축약시켜서 만드는거니까..
제발 날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아줘
 
 
.. !”
 
망측해라..”
 
 
세상에 얘 말고 이렇게 심한 또라이가 더 있나 싶었다.
 
 
내가 뭘!”
 
어떻게 움직이지도 않는 것을 볼 수가 있어?”
 
“... 니가 좋아하는 그 애니도
원작이 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니
 
 
더욱 놀란 표정으로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반장
예 제가 죄인입니다...
시청이 아니라 독서를 해서 죄송합니다.
주말에 보충 나오지 말고 만화 카페를 갈까
 
순간적으로 반장을 만화카페에 데려가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의 원작을 보게 되면
대체 어떻게 달라질까, 아니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궁금증에 아까의 발언보다 
더욱 위험한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반장
 
망측해라...”
 
조용히 해, 나랑 주말에 만나자
 
 
말을 꺼내자마자 나를 보는 
반 친구들의 눈빛이 굉장히 따갑다.
그만큼 반장이 우리 반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조금 찬양적인 부분도 없지 않아 있어서 그런가..
일단 잘생겼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니까
게다가 성격도 좋으니 다들 따를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반장의 실체를 안 여자애들은 짝사랑 반
아니면 극혐 반으로 쳐다보고는 하는데
물론 나는 극혐 중에 최고 극혐에 속해있다.
아무래도 내가 머리스타일만 닮았다는 이유로
반장의 최애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니까
 
 

 
 
좋아, 우리 데이트 하는거다?”
 
 
내 의도는 그게 아닌데 왜 이렇게 흘러가는 걸까
분명 데이트가 아니라 현피 뜨자는 억양으로 말했는데
뭐 만화카페에서 남녀가 둘이 만나는 것이니
데이트라고 표현해도 상관은 없다만
(작년이라면 잘생긴 반장이 데이트를 해주니 황송했겠지)
반장이 생각하기에
같은 반 학우 ㅇㅇㅇ를 만나는 게 아니라
요즘 즐겨보는 애니 여자 주인공을
 만나는 거 일 수도 있으니
데이트라고 표현하는 게 굉장히 불쾌하게만 느껴진다.
 
 
경고하는데 변백현 달고 오지 마
 
에이 사람을 뭘로 보고
설마 변백현을 달고 오겠어?”
 
 

 
 
데이트인데
 
 
방심한 순간 반장한테 설레고 말았다.
 
 
 
* * *
 
 
 
평일에는 다가오는 수능을 위한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그 많은 시간을 자율학습과 학원으로 보내버렸다.
그런데도 전교 1등으로 이사장 상을 받는 뇌섹녀 손승완과
안 그래도 잘생겼는데 전교 2등으로
 공부도 잘하는 반장한테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자 현실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 노력을 해야 나오는 성적에 감사하며
이에 대한 보상을 받는 듯이 주말이 내게 내려졌다.
 
일주일간 샤워로만 잠재웠던 몸의 묵은 때들을 빡빡 밀고
평소 대충 감기만 했던 머리카락에
 영양을 보충하려 팩도 하고
내 나이에 맞지는 않지만 효과는 보증하는 엄마의 비싼
화장품을 바르니 새 사람이 된 기분과
이제 어디 나가도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마음은 더럽지만, 그냥 자신감일 뿐이다.
어쨌든 반장과 한 약속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 모든 과정을 완료하고 
뽀송한 얼굴에 화장까지 하고서는
반장을 만나러 약속 장소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반장
 
데이트인데...”
 
 

 
 
정말 남친룩의 정석으로 입고 온 반장
나는 집 앞이라 이렇게 나왔어!!
어우, 생각할수록 아니꼽네.. 그래 너 잘났다! ^^
 
 
데이트인데?”
 
크흠...”
 
데이트인데 뭐
 
 
내가 너무 편한 옷을 입고 와서 그런가?
다시 생각해보니까 안 그래도 자신과 엄청나게 비교되는
나 같은 오크족 족장이랑 같이 다닐 반장이 미안했다.
그래.. 옷이라도 예쁜 거 입고 올 걸 그랬네...
어차피 만화카페에서 몇 시간을 정착해 있을 예정이니..
그냥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만화카페에 들어가자마자 콧속으로 들어오는 책 냄새
이 냄새는 언제 맡아도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든다.
카운터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선불로 5시간을 끊는다고 하고서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반장에게 돈을
 주고서는 동굴방으로 향했다.
만화카페의 묘미는 역시 동굴방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온도와
폭신하고 편안한 아늑한 공간이
 마치 나만의 세계가 된 것처럼
아늑하고 행복하고 벗어나기 싫은 곳이 된다.
 
동굴방에 옷을 벗어두고는 밖으로
 나와 반장의 결제를 도와주고서
처음 와본 듯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반장의 팔목을 잡고
반장이 그렇게나 사랑하고 좋아하는 애니 원작이 있는
책꽂이 앞으로 가니 역시나 격한 반응을 하는 반장이었다.
 
 
...”
 
여기서 보고 싶은 거 들고서
으쌰, 역시 나는 쿠로사키군이지
 
 

 
 
무거워, 내가 들어줄게
 
 
갑작스레 훅 치고 들어오는 반장 때문에 놀라
책을 넘기고서 빠르게 책장과 
반장 사이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
지금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건 놀라서 빠르게 뛰는 거겠지?
사실 조금 설렌 탓도 없지 않아 있었다.
저렇게 뽀샤시하고 샤방한 외모에 매너까지 갖추고 있는데
어떤 여자가 이런 남자한테 안 설렐 수가 있을까
솔직하게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렇게 놀란 가슴을 가지고 좁은 동굴방에 같이 들어가서
내가 들고 온 만화책을 펼쳤다, 언제 봐도 설레는 그림체여
사실 만화책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반장과 한 공간에 있으니까 향수냄새도 나는 것 같고
남자애가 신발을 벗고 들어왔는데 어찌 발 냄새가 안 나는지
모든 게 완벽함 그 자체였다.
 
무슨 페로몬 향수를 뿌린 게 아닌가 싶었다.
아니면 선택받은 자만이 가질 수 
있다는 타고난 살 냄새인가?
나도 모르게 만화책을 꼭 안고서 킁킁거리니
반장은 멋쩍은 듯 웃으며 뒷목을 만졌다.
일본 학원물 청춘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그렇게 웃지 마
나도 같은 급의 외모가 된 것처럼 착각되잖아!
 
 
우리 집에 여자가 엄마 뿐 이라서..
나한테 홀 애비 냄새 많이 나?“
 
 
지져스, 타고난 살 냄새라니
이건 뭐 땀을 흘려도 냄새가 황홀 할 지경..
아니 정신을 차리자, 나는 반에서 유일하게 반장 찬양을
전혀 네버 안하는 애로써 오히려 오기가 생겨서
반장의 말에 반대로 행동하는 그런 사람으로 낙인 찍혀있다.
내가 만든 이미지는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 되어있으니
따르는 중인데 그냥 이렇게 홀랑 넘어가버리면
너무 지조 없지 않은가!
 
 
아니.. 무슨 향수 뿌려?”
 
그냥 형 방에 있는 거, 많이 이상해?”
 
 
향수였구나, 무슨 향이지 남자향수 같기도 한데
나도 가지고 싶을 정도로 탐이 나는 향이였다.
 
 
냄새 좋다
 
 

 
 
고마워
 
 
순간 고맙다고 활짝 웃는데 정떨어질 뻔했다.
웃으면 정든다는데 왜 반장은 웃으니까 못생겨지는 건지
무표정 미남이야, 무표정 미남이네
반장을 웃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만화책에 집중을 했다.
 
웃지 마 바보야!
 
 

 
 
Mr. Real slow
 
 
 
* * *
 
 
 
처음에는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런지 조금 껄끄러웠지만
계속 누워서 같이 만화책을 
보다 보니 조금은 친해진 느낌
물론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잘 모르지만
좀만 더 친해지면 여자애들과 같이
방구도 틀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건 좀 무리인건가?
 
 
애니에는 없는 게 더 나와
 
그림체는 같은데 더 재미있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는 반장을 보니 내심 뿌듯했다.
애니는 원작의 내용을 너무 축약시킨 느낌이 들어
애니를 먼저 보면 꼭 원작을 
보는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너무 집중하면서 보고 있는 터라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빠져버릴 정도로 재미있는 내용인가
 
 
애니 다음으로 내용이 더 있었네
 
그것도 재미있는데, 헤로인 실격이랑
또 뭐였지 유즈키 쥰 작가 작품들도 재미있어
아 조금 수위가 있나?“
 
 
깨끗해 보이는 반장에게 거친 여학생들이 나오는
그런 만화를 절대로 추천해줄 수 없지.
 
 
그럼 너는 뭐 봐?”
 
 

 
 
아 잠깐만 너무 가까워
몸에서 나는 좋은 향기 때문에 홀릴 것 같아
 
이대로 홀릴 수는 없어! 반대로 나한테 홀리게 하자
라고 쓸데없는 내 자존심이 말을 했다.
하지만 내가 홀리게 해봤자 먹힐 게 있나
그냥 책 속의 쿠로사키군 이나 핥아야겠다 싶어
책 표지를 한 번 보여주고서 고개를 끄덕임을 확인한 후
아무렇지 않게 책에 다시 빠져들려고 했는데
갑자기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는 반장은
 
 
.. 너한테는 애기 냄새나
 
“......”
 
 
내 심장을 제대로 어택 하고 말았다.
아니 얘 순수한 척 하는 선수인거야?
왜 이렇게 심쿵 포인트를 잘 짚고 있는 거지
아니면 향수 원래 주인인 형이 알려준 것인가
 
눈은 왜 아련하게 생긴 건지,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굉장히 곱게 생겨서 심장이 쿵쿵 거렸다.
아 짜증나, 나 반장한테 계속 설레 어떡하지
분명 내가 생각하기에 데이트는 
절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진짜 여자를 홀리는 법을 알고 있는지 마지막 결정타로
 
 

 
 
머리카락 내려왔다
 
 
라고 하는데 너무 좋아서 반장의 명치를 주먹으로
송판 격파하듯이 세상에서 제일 세게 때려버리고 싶었다.
이건 마치 내가 원하는 일본 
순정만화의 주인공 소년이 아닌가!!
마치 여자는 내가 지켜야 해마인드를 가지고
계속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스트롭 에지의
멍청한 남자주인공이 그런 소년의 
표본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아니 그 소년과 다르게 너무 과감하고 대담하잖아?
 
 
너 이런 거 어디서 배웠어
 
? 뭐가
 
이런 거 있잖아 머리 넘겨주고 그러는 거
 
 
내 말에 아무것도 모르는 척 쳐다보는 저 눈빛이
굉장히 위험하다고 느껴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히 여자의 맘을 다 아는 것처럼
행동했으면서 지금은 뭐가?’ 라며 눈을 초롱하게 뜨니..
내가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고
 어느 모습을 믿어야 하는지
 
 
그냥 머리카락 내려온 게 너무...”
 
“......”
 
 
그림이었다면 얼굴에 빗금을 칠 것 같은 표정으로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리는데
진짜 어느 만화를 찢고 나온 것 같아서 납치해버릴 뻔 했다.
얼굴이 작은건가, 내 손에 비례했을 때 남자치곤 크지 않은
정말 귀엽고 카와이하고 깜찍하고 큐트한 손인데
손등에 올라온 핏줄은 나는 상남자입니다 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예뻐서
 
 
웃으면 못생겼다고 한 말 취소...
 
 
 
* * *
 
 
 
반장은 내 심장을 마치 TRG-21으로 저격을 해놓고서는
아무렇지 않게 본인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애니의
원작 만화를 다 보고서는 옆에 누워서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이 곳이 그렇게 넓은 곳이 아니라
고등학생 남녀가 누워있다고 치면 
좁아서 굉장히 밀착되어있는데
맞닿아 있는 내 왼쪽이 왜 이렇게 부끄러운지
차라리 옆으로 구겨져 있던 아까의 
포지션이 더 나았던 것 같았다.
 
분명 매력의 일각을 보여준 것 같은데
어떻게 단 둘이 본지 몇 시간도
 안됐는데 이렇게 빠질 수가 있을까
이것도 나름 타고난 재능인가 싶었다.
물론 얘가 나한테 시노하라 에리카를 닮았다며
따라다니는 거랑 나는 일본의 소년미가 느껴진다며
거친 숨을 내뱉는 거랑 비슷한 이유일 것이라고 믿는다.
 
확실히 잠을 잘 거라고 생각하고 옆을 쳐다보니
생각과는 다르게 내가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감았던 눈을 뜨는데, 쌍커풀진 눈이 너무 예뻐서
 
 
시발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욕을 뱉어버렸다.
안 하악거린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지
근데 내 말투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아니 충격을 받은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렇게 가까운 자세로 나를 쳐다보면 
내가 덮쳐버릴지도 모르는데
전혀 위험성을 모르는 것 같아서 
눈에 부릅 힘을 주고서는
경고하듯이 쳐다봤는데 데 입술이
 한 번 움찔거리는 반장이었다.
 
 
“......”
 
왜 뭐!”
 
아무래도 너 좀 위험한 것 같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도저히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갔다.
내가 왜 위험할까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반장에게 빠르게 입술을 점령당하고 말았다.
아니 이렇게 빠르게? 나는 설렌 지 얼마 안됐는데?
아무래도 저렇게 샤방한 반장이 나한테 키스하는 걸 보면
혈기왕성한 사춘기 소년의
 호르몬이 한 몫을 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한테 절대로 키스를 할 일이 없으니까
분명 이번에 키스를 안 하면 다음 생에 할 것이니
그냥 지긋하게 눈을 감고 반장의 입술을 즐겼다.
 
사실은 드라마에서 봤던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해 본 적도 없었고, 또 솔직히 부끄럽기도 하고
잠시 올바르게 생각하자면 이거
 솔직하게 말하면 성추행 아닌가?
하지만 가만히 즐긴 나기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정상은 아니구나
 
 

 
 
보통은 놀라지 않아?”
 
하기야 정상이면 순정 애니에 그렇게 안 빠졌겠지
 
 
서로 말하는 주제가 다른 것으로 보아
그냥 생각하는 것을 그만 두는 것이 빠를 것 같았다.
생각을 그만 둔 후에 보던 책을 그냥 꾹 눌러 닫아버렸다.
계속 이 좁은 공간에 있다가는 
반대로 내가 덮쳐버릴지도 모르니까
 
으 이렇게 생각하니까 내가 참 야만적인 것 같은데
사람의 천성이라는 건 숨길 수가 없는 것이다.
누가 내 생각이라도 읽으면 눈 뽑으라 하면 되지
 
 
나가자
 
 
 
지금으로 보아 안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니
나도 그냥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처음도 아니고 조금 부끄럽긴 했어도 실수일 수도 있으니
그냥 내색 안하고 밖으로 나가는 게 우선이었다.
 
 
데이트는 이렇게 끝이야?”
 
나는 데이트라고 한 적 없는데
 
내가 했는데?”
 
 
역시 우리 반 개 미친놈의 면모를 보여주는 건가
잘생긴 게 뻔뻔하기까지 하면 어쩌자는건지
 
 

 
 
데이트니까 키스한 건데
 
누가 하래?”
 
니가 먼저 덮칠 것 같은 표정 지었어
 
 
, 들킴
 
 
도끼 병 있냐?”
 
아니? 상사병인데
 
 
갑자기 자존심 싸움으로 변한 듯한 어투
유치하게 무슨 말만 하면 아니거든?’을 반복하며
똑같은 말을 베기는 초딩 같이 질의응답을 반복했다.
 
 
왜 상사병인데?”
 
“......”
 
, 너 나 좋아하냐?”
 
 
그냥 유치하게 툭 던진 말에 내가 놀라고 말았다.
이거 반대로 내가 들어야 하는 말이 아닐까
내가 물어 볼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는데
진짜 우리 학교에 반장을 좋아하는 많은 여자애들한테
돌과 폭죽으로 명치를 맞을 질문이었다. 진짜 인정한다.
 
 
응 좋아하는데
 
 
하지만 잘못 됐을 줄 알고 잔뜩 움츠린 거에 비해
내심 마음속에서 바라던 말을 
너무나도 쉽게 꺼내는 반장이라
조금은 아니 엄청 많이 놀란 느낌이었다.
 
 
에리카 아니고?”
 
, ㅇㅇㅇ 자체가 좋은 거야
물론 에리카가 내 이상형이긴 하지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 *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파트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갔던
그날 오후 한껏 멍을 때리며 먹었던 
저녁이 얹혀 잠이 오지 않았다.
에리카가 이상형이라는 말이 조금 걸렸지만
진짜로 반장이 내 이름을 부르며
좋아한다고 말 할 줄 누가 알았을까
아무리 내일도 주말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잠이 안 올 수가..
 
 
좋아한다라..”
 
 
현실인지 이상인지 구분도 
안되는 게 좋아하는 마음 이었나
굉장한 심장폭행 후에 받은 고백이라서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내가 최애캐를 닮아서 좋아 하는 게 아니라
ㅇㅇㅇ 내 자체를 좋아한다니 말도 안 돼!
마음만 같아선 이불을 힘껏 차며 소리 질러야 하는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그러지는
 못하고 이불을 꼭 끌어안았다.
 
 
좋아한다...”
 
 
어감도 왜 이렇게 분홍색 도는 것 같고 사랑스러운 건지
아니 요즘 사귀는 절차에는 썸이
 들어가야 정상 아니였나...
혹시 지금 이 상황이 썸을 타는 건가
벌써 김칫국부터 한 사발 잔뜩 드링킹 중이었다.
고백을 받았으니까 김칫국은 아닌가?
갑자기 심장이 급하게 뛰었다.
잠깐 설렘과 빠짐이 아니라 
집에 와서도 이렇게 생각 날 정도면
확실하게 김준면, 반장한테 제대로 홀린 것 같았다.
이러다 위험해지는 게 아닐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아니라 반장이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나 같은 음란괴물로 인해서
 
 
천장에 반장의 얼굴이 자꾸만 보이는 것 같았다.
분명 키스할 때 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직접적으로 말을 들어서 그런가, 심장이 자꾸만 뛰었다.
어떻게 하지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그렇게 매력이 터지는 김준면 생각에
 주말 내내 잠을 자지 못하고
팬더를 넘어 너구리스러운 다크써클을 눈에 단 채
견디기 힘든 월요병 까지 가지고서 학교에 가게 되었다.
 
 

 
 
얘 상태 왜 이러냐
 
 

 
 
“... 몰라?”
 
 
나도 날 잘 모르겠어 얘들아,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미친 척 하고 다 말해버릴까
아니면 계속 이렇게 눈도 안 마주치고 잠만 잘까
다 말하고 손을 붙잡기엔 고3이라는 나이가 걸렸고
그렇다고 계속 무시하기에는 너무 미칠 것 같았다.
 
 
선생님이 심부름 보조 할 사람 구하는데
자원해서 할 사람 있어?“
 
헐 승완아 나 잔다고 해줘
 
 

 
 
없겠지, ㅇㅇㅇ 나와
 
 
아니 진짜 나한테 왜 그러세요?
일단 나오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나오는데
내가 나가고 난 후에 손을 꼭 잡는 바람에
그것도 깍지를 껴서 꼭 잡아버리는 바람에
심장이 입을 통해 튀어나와버리는 줄 알았다.
 
 
선생님 심부름 보조라며
 
맞는데?”
 
근데 손을 왜 잡아
 
좋으니까
 
 
신께서는 나에게 심장병을 내려주시려나 보다.
주제넘게 이렇게나 잘생긴 심장 폭격기를 주시다니
 
 

 
 
넌 나 싫어?”
 
싫은 건 아닌데
 
그럼 좋아하는 거야, 손 계속 잡을래
 
 
이런 막무가내가 다 있나 싶다.
하지만 그게 싫지 않고 마냥 좋기만 한건 어떤 병일까
현대 의학으로 나온 병이라면 
아마 나는 중증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반장과 나는 선생님의 심부름을 한 후에도
누가 먼저 뗄 것도 없이 그저 손을 잡고서
다시 교실로 돌아왔고, 반 친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나는 그리 중요한 사람까진
 아니지만 반장이 너무 핫하기에...
 
 
오 에리카 성공했는데?”
 
득츠르 (닥쳐라)”
 
그래서 사귀는거야? 너 쟤 싫어했잖아
 
 
오기 때문에 청개구리처럼 행동한건 
맞지만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그나저나 내가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구나
그냥 그 캐릭으로 불리는 것이 싫어서 한
삐뚤어진 행동이 그렇게 보일 줄이야
나름 뿌듯하기도 하고 정말 비뚤어진 내 맘이다.
 
근데 좋아한다고 확신을 받았는데
이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김준면
 
?”
 
그러면 너랑 나랑 사귀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니야?”
 
 
나만 모르고 있었네, 나만...
 
 
 
* * *
 
 
 

 
 
맨날 학교에서 붙어 다녔던 걔 있잖아
 
아 그 뱃살 나온 애?”
 
너는 없냐?”
 
 
할 말이 없습니다. 아니 니가 항상 밥만 먹으면
갑자기 뱃살이 원래 배의 3배가 나오는 뱃살 나온 애라고
먼저 그랬잖아, 지금 누구보고 뭐라 하는 거야
 
 
그래서 걔 왜?”
 
나보고 다짜고짜 욕한 그 놈이랑 결혼한댄다
 
우리랑 동갑 아니야? 빨리 하네
 
 
고등학교 3학년, 아무것도 모를 미성년자 때부터
이렇게 오랫동안 사귈 줄 누가 알았을까
애니를 좋아하는 미친 놈 반장부터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가까운 대학에 가서 항상 같이 등교를 하고
학교가 밀집 된 지역이라 점심시간 마다 강의가 없으면
두 학교 근처 식당가에 가서 같이 밥을 먹다 보니
벌써 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버렸다.
 
 
큰 사고를 쳤대
 
어쩌다
 
실무로 가르쳐줄까?”
 
 

 
 
미친...”
 
 
그 긴 시간 동안 심장 폭격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욱 강력해진 심장 폭격을 
맞으니 정신이 아찔해졌다.
신께서 이런 심장 폭격기를 
내려주셨으니 놓치지 않을 수밖에
그 때문에 반장 아니 김준면이 군대에 갔을 때도
한 눈 팔지 않고 내 길을 걸어왔다.
보답하듯 김준면도 나에게 엄청 
잘해줬고, 왜 내가 먼저가 아닌
김준면이 먼저 나를 좋아한건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너는 나랑 결혼 할거야?”
 
결혼은 조금 무거운 단어 같아
 
그래서 싫어?”
 
아니?”
 
그러면 하는 거야
 
 
여전히 막무가내인 사람인 건 확실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런 우리 반 개 미친놈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알았어 할게
 
 

 
 
아 상상했어
 
그래서?”
 
너무 좋아

.
.
.

※만든이 : 겨울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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