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위하여 pt.1- 3 (by. 검은여우깡총토끼)


<작가가 독자님들에게>

안녕하세요! 원래 앞에 덧 다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꼭 좀 봐주셔야하는
글이어서 그러니 스크롤을 잠시 멈춰주세용ㅎㅎ

우선 저번 화에 김민규라는 이름이 2번, 3번 정도
나왔는데 저희 실수로 이제훈으로 이름을 바꿀 때
다 못 수정해서 나온 것입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그리고 2화 동안
강동원 설정에 관하여 말이 조금 나왔는데요,
솔직히 강동원은 진짜 주요등장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다 알고 한 설정이라고 말씀 드렸지만,
반전의 요소(?) 도 나름 넣어 보려고 해봤지만,

저희에게 우선순위는 그분의 배경이 아니라
동원님께서 지금까지 쌓아 오신
그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이미지! 그것이
어느 조직의 보스로써의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첫째의 캐스팅 이유였거든요.......ㅎㅎ

여러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불편해 하시는 분들이 있으셔서......
혹시 스토리가 끊기는 느낌이 들까봐
걱정 했습니다만!! 뭐 바꿨습니다!
솔직히 여러분들께서 불편하시다는 데요
저희 글을 읽어주시는 고마운 분들 이시니까요ㅎㅎ
강동원 하나 바뀐다고
큰일 나지 않겠줘?!! ㅎㅎㅎ
(참고로 저희는 안티도, 팬도 아닙니다 )

지금까지 실수도 많고 미스캐스팅도 한
저희지만, 그래도 저희의 노력과 글을 봐주시어
계시글은 예쁘게! 둥글게! 
여러 감상평과 의견 말씀해주세요~


긴 덧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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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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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김우빈
박지민
민윤기
이제훈
기타 등등 나쁜 사람


.
.
.


“박지민은?”

“오고 있겠지.”

내가 정확히 7시5분에
연회장 뒤쪽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보이는 건 검은색을
들이부은듯 덮어쓴 윤기였다.

검은 모자부터 검은 신발...
임무 때문이 아니라
가만 보면 자기가 이렇게 입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단 말이야..


현재 김명준의 집안은 나와 어머님 빼고
다 연회에 초대되어있는 상황이었다.
김명준도, 이제훈도, 김우빈도..
다 여기 있겠지.

집을 나오기 전 어머님의 방에 향초를 켜두었고,
홍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주 고된 심부름을 시키고 빠져나왔다.


탁탁타닥-

내 옆자리에 박지민이
숨을 헐떡거리면서 멈춰 섰다.



“왜 늦었ㅡ”

“야 내가 여기까지 오는 게
얼마나 힘든 여정이었는지 너가 알아?
지나가기만 해도 헌병들이 막 인사한다고!”

“너한테 왜 인사하는데?”

“내가 명색이 또 박 의원님이잖아.
나름 유명인이라고.”

“아 예~ 박지민씨 아주 잘났습니다.”



“수다는 그만들 떨고,
저기나 봐봐.”


민윤기가 가리키는 곳으로
우린 시선을 옮겼고

눈앞에는 슬슬 입장하는
일본 관리들과 유명한
친일파집안들이 보였다.

양복, 재복, 기모노,
가지 각색한 차림 속
한복은 보이지 않았다.


“저기 지금
켄지토 대위 옆
흰 양복 입은 놈 보이지?”

우린 고개를 끄덕였다.



“저놈이 이진호야.
ㅇㅇㅇ, 얼굴 잘 외우고 있어”

“나? 내가?”

“어. 이번 임무는
너만이 할 수 있어.
ㅇㅇㅇ 너가-
너가 이진호를 죽여야해.”


누군가를 죽이는 것-
그것도 이진호 같은 놈을 죽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두 번 해볼 일도 아니었음더러
매번 총으로 깔끔하게 끝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의 목숨을 빼앗는 게
즐겁거나 통쾌하진 않았다.

나는 치마 속 허벅지의 단단히 묶인 천에
고정시킨 총을 꺼내들었다.


“그래서, 작전이 뭐야?”

“우선 진정하고 총은 넣어둬.
그리고 이걸로 빨리 갈아입어.
화장도 하고.”


내 품에 옷 무더기가 던져졌다.
펼쳐보니, 이것은 아까 연회장
앞에서 대략 20명의 여자들이 입고 있었던
기생기모노였다.




“ㅇㅇ는 이걸 입고 기생들
사이에 껴서 입장해. 지민이는 초대장이
있으니깐 그냥 들어가면 되고.
가서 ㅇㅇ는 이진호 옆에 붙어 있다가
기회가 보이면 알아서 조용히 죽이고
둘 다 의심스럽지 않게 연회장을 빠져나와.
나는 그동안 수용소에서
똥파리 구할 테니깐
우리의 모임장소 철물점으로 와.
알았어?”


내가 기생으로 위장해
일본상류층과 민족반역자들의
장구에 맞장구를 쳐주며 웃어야한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지만
이건 나의 자존심과는 별개라는 걸 알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작전설정은 마무리 짓고
나는 윤기와 지민이가 망을 보는 동안
옷을 갈아입고 분장을 끝냈다.

얼굴은 마치 일본 인형같이 하얗고
눈은 찢어졌으며, 기모노는
짙은 남색에 벚꽃이 그려져 있었다.

짙으니깐 피가 튀겨도
보이지 않겠네...



“다 됐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 셋은 골목 속 희미한
가로등 밑에 서 서로의 손을 모았다.

“조국을...
조국을 위하여.”

“조국을 위하여.”

*
*
*
(연회장 안)

연회장 안은 유럽풍의 화려한
벽장식들과 일본의 간결함이
섞인 형태였다.

긴 테이블들이 나열되어있었고
그 곳에는 마치 누가 자리를 정해 놓은 듯
계급별로 앉았다.

기생들은 아직 벽 한구석에서
대기를 타고 있다가 슬슬 한두 명씩
자신의 끼를 뽐내며 고위관리들에게 접근했다.

나도 뱀처럼 슬그머니
이진호에게 다가갔다.


“어머! 국장님 여기 계셨네요~”

나는 콧소리를 내며
이진호 옆에 벌써 붙어있던 일본년을
옆으로 밀치고 요염하게 앉았다.

“소녀는 오늘 꼭 국장님과
만나보고 싶었답니다.”


아씨... 혀를 뽑아 성수에
박박 씻고 싶었다.


“그런가! 하핳하
그럼 한 잔 따라봐!”

나는 이를 세게 악물고
술병을 들었다.


“이름이 뭔가?”

술을 따르면서 급하게
이름을 지어냈다.

“적화라 하옵니다.”

“적화? 너랑은 맞지 않는 이름이군.
내가 너를 새로 이름 짖겠다.”



“낙화. 
즐거울 락에 꽃 화
낙화가 더 어울리는 것 같구나.
하하하하 어떠냐?”

분노를 삼키고
눈웃음을 지었다.

“아주 멋집니다, 국장님.
감사합니다.”




밤이 깊어지자
이진호를 더불어 대부분은
잔뜩 취해있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저기 먼 곳에서 지민이의
얼굴이 보였다-



술은 전혀 마시지 않은
묵념의 표정으로...


쨍그랑!!

“아!!! 스미마셍!”

일본 고위관료들의
테이블 쪽에서 들려오는 소란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한 여종업원이 허리를 숙여
이츠와리 준장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

“스미마셍, 스미마셍!”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이츠와리가 매우 불쾌한 얼굴로
16살도 안되어 보이는
어린 종업원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옷은 소녀가 떨어뜨린
안주그릇 속 파무침으로
붉게 물들어있었다.


“....나마에와난다노?”
[....이름이 뭐니?]

소녀는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가녀리게 답하였다

“와따시와 한유수...”
[제 이름은 한유수입니다...]


서툰 일본어와 조선이름....
조선인이었다.

이츠와리가 마치 상품의 질을 판정하듯
위 아래로 소녀를 훑어보았고
아직 성숙하지 않은 몸매에
코웃음을 자아냈다.


“쇼리시테.”
[처리해]

그 순간 문 앞을 지키고 섰던
사병 두 명이 달려들어
어린 소녀의 팔을 잡아 끌었다.

소녀의 가엾은 울음이 연회장에
메아리쳤고, 그 아이는 발을 차며
사병들에게 떨어지려고 애썼다.

이츠와리가 계속 손수건으로
자신의 양복을 닦으며 말했다.


“우루사이네...”
[시끄럽군....]


그리고 그 자리에서
총을 꺼내 소녀를 쐈다.

타앙ㅡ

총소리가 선명하게 울렸고
나는 눈이 동그래졌다.
소리를 지를 뻔 한 나의
입을 두 손으로 막았다.

지민이도 입이 벌어진 채
피를 흘리며 사병들에게 끌려가는
그 어린 소녀를 응시했다.

코끝이 찡했고
가슴이 미어졌다.

눈물이 고이자
눈앞이 순간 흐려졌고
나는 입술을 깨물어
흐르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냈다.

잔인무도한 것들...
너네한테 우리는 사람도 아닌거지?
아니, 짐승보다도 못하지?

나쁜섀끼들....
죽일것들....

이진호가 고개를 저으며
술을 따랐다.


“쯧쯧... 그러게 왜 준장님
눈에 띄어서는...
으이구 다 지 팔자지 뭐.”


....지 팔자?
그럼 나라를 빼았긴 것도
다 우리의 팔자였니...?

당장이라도 이 많은 이들이
보이는 앞에서 이진호의
나불거리는 입에 총을 꽂아
방아쇠를 당기고 싶었다.

“변이나 눠야지...”
이러면서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이진호를
가만히 주시하였다.

그리고 아까부터 계속 내쪽을
응시하던 지민이를 힐끔 쳐다보았다

.
.
.
변소로 가는 길은
중앙 연회장을 벗어난
긴 복도였다.

휘청거리며 변소로 향하는
이진호 바로 뒤에는
작은 칼을 든 내가 있었다.

얼마나 취한건지
내가 뒤따라오고 있는지도
모르는 눈치였다...

1....
2.....

3.

나는 최대한 빠르게
뒤에서 이진호를 잡고
칼로 목을 진하고 깊게 베었다.

부들부들 떨며 소리를 지르려는
그의 입을 막고 귓가에 속삭였다.


“...다 지 팔자지 뭐...
안 그래?”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이진호의 몸은 조근씩 힘이 풀렸다.
끄윽끄윽 거리는 소리도
점차 사그라들었다.

나는 그의 시체를
벽 한쪽에 내팽개치고,
손에 묻은 피를 닦은
기모노를 벗어던졌다.

흰 속치마만 입은 채 나는
검은 두건을 꺼내어 내 두 눈을
제외하고 가렸다.

그리고 허벅지에 고정시켜놓은
총을 꺼내들었다.


철컥ㅡ

.....
.....
갑자기 들려온 총 장전 소리는
내 것이 아니었다.



“ㅇㅇㅇ! 숙여!!”

장전소리가 들린 곳의
반대쪽에서 지민이의 목소리가 들렸고
곧 총소리가 울렸다.

탕탕! 탕!
연회장 안도 소란스러워졌다.

내 오른쪽에는 총을
맞고 쓰러진 사병 2명,
내 왼쪽에는 안경을 벗고
양복자켓은 손에 든 채
총을 든 지민이가 보였다.

지민이가 모자를 눌러쓰며
내게 달려와 손목을 잡고 당겼다.

“어서 가자. 시간이 없어.”

원래는 조용히 이진호만 죽이고
나갔어야했는데, 총을 써버린
박지민에 의해
작전에 차질이 생겨버린 것이다.

곧 헌병들이 우리를 따라오겠지...
우리는 냅다 달리기 시작하였다.

연회장 밖으로 뛰쳐나갈 때 쯤
뒤에서 

“이진호 국장님이 암살당하셨다!!”

라고 소리 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지민이가 총은 들어 헌병과
순찰병들을 무자비하게 쏘기 시작했다.
나도 총을 장전하며 그 뒤를 따랐다.

곧 헌병들이 어찌 알았는지
사방에서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왔고
우린 방향을 틀어 겨우 따돌렸다.

지민이와 같이
어두운 거리에 들어섰다



“ㅇㅇㅇ! 박지민!”

달리는 도중 어디선가
윤기의 목소라가 들렸고
나와 지민이는 급하게 멈춰 섰다.

“여기야!”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두 음식점 사이 어두운 골목
속에 누군가를 어께에 들춰 메고선
우리를 부르는 윤기가 보였다.

“너 왜 여기 있어?
철물점에서 만나자며?”



“똥파리 이 새끼가 의식이
없을지 내가 알았겠냐고!
혼자서는 못 들어.”

똥파리는 얼굴이 누군지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고
눈은 붕대로 돌돌 감겨있었다.

“그럼 박지민이랑 둘이서
짊어지고 빨리 가.
내가 남아서 시간을 벌어줄게.”



“뭐라고?”

“못 들었어? 빨리 가라고!”

“야 ㅇㅇㅇ...”

어둠속에서 윤기가
똥파리를 끌고 나왔다.

“똥파리 지금 치료 안 받으면 안 돼.
지민이네 집으로 와. 기다릴게.”

나는 주저하는 지민이를
윤기 쪽으로 밀치며 말했다.

“알겠어, 둘이 빨리 가.
얼른!!!”

윤기와 지민이가 양쪽으로
똥파리를 부축하며 달리기
시작할 때 쯤, 딱 시간 맞춰
헌병들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급하게 골목 속 계단을 올라가
철 파이프를 딛고 3층 빈 음식점 베란다에
착륙하였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숨을 죽이며 총을 겨누고
나의 시야에 헌병들이 나타날 때 까지
차분히 기다렸다.


왔다.

탕탕! 탕! 탕!

“으억!"
" 악! "
"윽!”

한명씩 내가 쏜 총알에
쓰러졌다.

탕탕탕!
쏘는 즉 명중이었다.

총알이 떨어져 다시 장전하려고
허벅지로 선을 옮기는데
차갑고 딱딱한 무언가가
내 뒷머리에 밀어붙여졌다...

철컥ㅡ



“소속이 어디냐.”

익숙한 목소리에
심장이 두구두구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두손을 든 채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고 내 뒤통수에 댄
총도 떨어지지 않고 따라 올라왔다.

“어디 소속이냐고 물었다.”

이제훈의 물음에
나는 답하지 않았다.

“누가 보낸 것이냐?”

대답이 없자
총의 포구가 머리에
더 깊이 박혔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누가ㅡ!”

빠른 속도로 몸을 돌려
옴 몸을 던져
이제훈을 밀어뜨렸다.



탕탕ㅡ!
총이 공기를 쐈다.

우리는 바닥에 구르며
실랑이를 벌였고,
그가 힘으로 나를 이기고 있을 찰나에
바닥에 한쪽에 널브러져있던
술병을 잡아
이제훈의 머리를 힘껏 내리쳤다.

“악!”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를
발로 밀었다.

그리고 피 흘리는 머리를 잡은 채
뒷걸음질 치는 그는
끝내 베란다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도망치기 전에
밑을 내려다보니,
중간에 마차에 떨어져 실려가는
그의 모습이 보였다.

아-

임무의 첫번째 수행을 할 수 있었는데...
여러가지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
*
*
(박지민의 집)

쾅쾅쾅!

간신히 박지민의 집에
도착하여 숨을 헐떡거리며
문을 두드렸다

끼익- 하고 문이 열리자
나를 맞이한 건 윤기였다.

“야 조용 좀 두드려!
얼른 들어오고.”

문이 내 뒤에서
닫혔다.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것은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올린 채 똥파리의 부상을
물수건으로 씻어주는 박지민이었다.

수건을 짜면서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지민이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왔어?”

“어. 진짜 힘들다.”

“수고했어. 다친 데는?”

“왼쪽 종아리.
찢어진 것 같아.”


지민이가 나와 똥파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자, 윤기가
내 팔을 잡았고 나를 의자에 앉혔다.



“넌 막내나 잘 돌봐.
얜 내가 치료해줄게.”

지민이가 걱정스러운
듯이 윤기를 응시했다.


“너 소독할 줄 알아?
붕대는, 붕대는 감을 줄 알고?”

“야 내가 그 정도도 모를까봐?
너보다 더 잘해 인마.”

“아 예_”



“진짜거든? 
내기할래?”

“닥치고 내 다리나
좀 봐줘, 민윤기.”

불똥이 나에게 튀었다.



“야 근데 너 언제부턴가
말 놓는다? 내가 니보다
2살이나 더 먹었어.“

“박지민도 가만히 있는데
왜 그러냐? 둘이 동갑이면서.”

“허- 야 쟤 진짜 우리랑
맞먹으려고 한다, 그치 개떡아?”

지민이가 인상을 구기며
다 짠 물수건을 접었다.



“아 진짜 그따구로 부르지 말랬지!?”

그리고 살짝 웃으면서
날 보고 말했다.


“그리고 난 좋아-


"응?"




"맞먹는 거.”


윤기가 우리를 보고
헛웃음을 띄었다

“둘이 이렇게 짝짝 쿵이 잘 맞으니
내가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우리 막내나 빨리 일어났으면 좋겠네.”

“야 막내는 나랑 제일 친하거든?
5살 더 많은 보스 조카 형보다는
2살 많은 상냥하고 이쁜 누님이 편하지.”



“상냥하고 이쁜 누님?
개떡아 쟤 지금 뭐랬냐ㅡ”

“아 시끄러워!
넌 얼른 다리나 치료해줘,
피 흐른다.”


다리를 내려다보니
정말 지민이의 말대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윤기는 이내 한숨을 쉬며
약상자를 들고 내 앞, 땅에 앉아
솜에 소독약을 묻혔다.


“이번 작전은 나름
쓰읍-!... 성공적이었네?”

“어, 뭐 그렇지... 삼촌한테
편지로 임무 수행했다고
전해야겠다.“

“깔끔하게 너가 처리 못하고
질질 끌었다고 혼이나 나겠ㅈㅣ..
아악!!”

윤기가 소독약 묻은 솜을
부상에 세게 눌렀다.

“야! 너 이거 치료하는 거 맞아?
살살 안 해?!!!”



“그러니깐 지민이가 의사지,
내가 아니라.”



종아리에 약을 다 바르고 붕대를 감고는
갑자기 내 치마를 살짝 걷었다

"어디, 더 다친 덴 없냐?"

"미, 미친놈아 어따 손을 대!"



"아니 뭐 난 걱정돼서...
동생 치마 속 보는
취미가 따로 있는 건 아니고"

"쳐 죽일 놈"

의자에서 일어나며
내 반응이 재미있는지 약간
키득대는 민윤기를 발로 차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 왜 뭐야? ㅇㅇ 가게?”

“어- 한
엿 같은 집안의 며느리라서.
그럼 난 이만- 저 쓰레기 좀 혼내줘.”

손을 흔들며 지민이의
집을 나섰다.
*
*
*

(김명준가. 11:30)

김명준과 그의 두 아들이
올 때 쯤 맞춰 밖에 나가있었다.

그러자 조금 뒤 내 예상과
들어맞게, 김명준이 김우빈과
머리와 팔, 그리고 다리에 붕대를 감은
이제훈과 함께 들어섰다.

“어머어머 도련님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홍진이가 김우빈에게서
이제훈을 받아, 그를 부축하며
방으로 모셨다.


“아내는?”

“주무시고 계십니다, 아버님.”

“그래.
아가도 어서 들어가 쉬어라.
내도 이만 들어가 자련다.”

“네 아버님.
안녕히 주무세요.”


그렇게 넒은 앞마당에는
나와 김우빈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들어가요. 날씨가 추워요.”



“아내는 오늘 무엇을 하였소?”

순간 치고 들어온 질문에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저..저요?”

“그럼 너지, 아내가 둘이냐?”

“말 좀 예쁘게 못해?”



“아 알았어―
그래서 오늘 뭐했냐고
....요.”


예상치 못한 김우빈의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저는요- 책을 읽었답니다.”

“편히 쉬였겠군요.
그 책 재미있었나요?”


나는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우빈이 환하게 웃었다.


“그 책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같이 읽어요, 다음부터는.”

잠만...
얘가 왜이래...?

“오늘 기분 좋아 보이네?
무슨 재미있는 일 있었어?”



“재미라... 재미는 있었지.
다음에 얘기해줄게, 우선 들어가자.”


그러면서 나를 지나
방으로 향하는 김우빈을
나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
*
*


(2주 뒤. 김명준가)

어머님의 병이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하였다.

박지민이 하루에 몇 번씩
찾아오는 상태에 이르렀지만
지민이의 꾸준한 진료에도 신기할 정도로
어머님의 증상은 안 좋아 지기만 했다.



“이런... 벌써 많이 악화되고
있군요...이 기세로는 다음해까지
버티시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 그런가요... 돈은 더 드릴 테니
더 비싼 약물을 들이는 게...?”



“지금 상태로는 약물로만 개선되기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의원님.
오늘도 조심히 가세요.”


박지민이 방문 밖으로 나오자
나는 지민이의 소매를 힘껏 끌어
내 쪽으로 당겼다.


“너가 일부러 한 거야?”

“뭐가?”

“너가 일부러 어머님의 병을
몰래 악화시키고 있냐고.”


박지민의 표정이 굳으면서
내 손을 뿌리쳤다.



“ㅇㅇㅇ, 너 어떻게 그런..!
나 아무리 그래도 의사야, 내 환자들
목숨으로 장난치진 않는다고.
그리고 너도!  하.... 아니다."


평소 잘 보이지 않는 지민이의
모습에 놀라 팔을 붙잡고 사과하였다.


“미안.”

“됐어, 사과 안 해도 돼.”

“그래도 미안해.... 똥파리는 어때?
어제보단 조금 괜찮아?”

“어. 거의 다 나았어.
너 많이 보고 싶어하더라.”

“귀여운 자슥. 잡히지나 말 것이지...
나중에 한번 보러간다고 전해줘.
그리고 걔 구속 잘해! 신상 털려서
밖에 나갔다가는 큰일 난다.”

“그래그래, 다 전해줄게.”


그때 현관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김우빈이 들어왔다.

그리고는 박지민의 팔을 잡고 있는
내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 박 의원.
또 오셨네요.
그리고 또 제 아내랑 계시고요.”


지민이가 나와 눈을 마주치자
나는 손을 급하게 땠다.


“네. 아내분께서 어머님의
병색을 여쭤보셔서...
아주 걱정을 많이 하시더군요.”

“정말요? 그럴 리 없는데?”



“네?”


김우빈이 갑자기 나의 손을 잡고
끌어당기자, 나는 그의 품속에
폭 안길 꼴이 되었다.

이유 모르게 두 볼이
뜨거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김우빈은 박지민을 보고
비웃듯이 한쪽 입꼬리만 올렸다.




"아내가 아직
저를 빼고는 이 가족에
정을 붙지 못한 것 같아서요.
아ㅡ
물론, 남편인 저는 제외하고요.”


미친...얘가 뭐라는 거지?
내가 자신의 품에서 떨어지려고 하자,
더 강하게 끌어안는 우빈이었다.

김우빈의 품에 안겨
벗어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불쾌한지 무표정으로 잠시 쳐다보다가,
미간이 좁혀졌던 지민이는
금세 표정을 풀고 웃음을 지었다.



“...제가 갈 시간이 다 된 것 같군요.
그럼 다음 진료 때 뵙겠습니다."

“네, 다음에 또 봬요, 박ㅇㅡ”


나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는
김우빈은 지민이가 나갈 때까지
마치 똥을 씹은 표정으로
지민이를 노려보았다.

문이 완전히 닫히자
김우빈의 손을 뿌리쳤다.


“너 왜이래?”



“너야말로 왜 내가 볼 때마다
박의원이랑 시시덕대고 있냐?”

“허! 남이야 뭘하던 너가
무슨 상관이야!”

“남? 나아암?
너가 남이야?”

“그럼 가족이냐?”



“그럼 가족이 아니면
넌 뭐냐?”


인상이 자동으로 구겨졌다.
가족? 김명준가의 가족?
아니. 그럴 수는 없어.

이 더러운 집안...
나는 여기 속하지 않아.

김우빈이 몹시 불쾌해하는
나의 표정을 보고 말하였다.


“그래. 가족 안 해도 돼.
다 이해해. 근데...”


김우빈과 나 사이의 거리가
한 뼘도 안 되게 가까워졌다.



“... 가족은 아니어도
넌 내 아내야.
처신 똑바로 하고 다녀.”


그렇게 쌀쌀맞게 말하고서
떠나는 김우빈의 뒷모습에
슬픈 화가 요동쳤다.
*
*
*

(그날 밤.)

“와 진짜 화나네?!”

2시가 되자
나 홀로 있는 빈 방에
대고 소리 질렀다.

김우빈... 
이게 보자보자하니까!

“나보고 처신 똑바로 하고
살라면서 지는 뭐, 외박?”

화가 몸속에서 마치 폭죽인 듯
터지고 또 터졌다.



그래... 
내가 뭘 바랐던 거지?
내가 이 집안에 살면서
뭘 바랐던 걸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을 때.
김우빈을... 
미친 듯이 증오하였을 때...

그때가 좋았다.

그때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 집안의 흙 알갱이 하나까지도
싹 다 불싸지르고 싶었던 그때로.


심장을.

심장을 굳혀야했다.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았다.

다시 뜨기까지는
몇 년이 흘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눈을 감고 떴을 때
나는 방금 전과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내가 되어야했던 사람이 되었다.


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서서
방문을 쥐도 모르게 조용히 열었다.

나의 발걸음은
한 발짝
두 발짝...


어머님의 방으로 향했다.


어머님은 병이 깊어지신 뒤로부터
김명준과 각방을 쓰게 되었다.

의원이 왔다 갔다 하기에는
방을 따로 놓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한건 이제훈이었다.

물론 집안의 사랑받는 양아들의
제안을 거절할 사람들도 아니었기에
그 다음 날부터 각방이 마련되었다.


어머님의 방문을 끼익- 열어
사뿐히 들어가 닫았고,
그 소리에 깨신 어머님이
부스럭 거리시며 눈을 뜨셨다.

헝클어진 머리와
초췌해진 얼굴로
나를 보고 웃으셨다.



“아가, 이 시간에 왜?”


“죄송해요.”

“응? 뭐라고?”

“죄송하다고요.”


그 말과 함께 나는
방 한구석의 베개를 잡아 올려
어머님의 얼굴을 눌렀다.

끄윽끄윽 거리시며
요동칠 때마다 내 손에는
힘이 더 들어갔다.

내 목 뒤로 흐르던 차가운 땀이
척추 까지 흘렀고
숨 막히는 시간이 지나자,

약한 몸부림 뒤에
어머님의 몸은 나뭇가지에 걸린,
끊어진 연처럼 힘없이 축 쳐졌다.

그리고 나의 옷자락을 붙잡던 가냘픈 손도
결국 땅으로 떨어졌다.

참고 있던 숨을 내뱉으며 베개를 놓았다.

그리고 벽 한쪽에 기대어 앉아
헝클어진 옷 무세를 다듬으며

너무나도 고요한 어둠속으로
나만의 구원의 외침을 속삭여보았다.


“조국을... 위하여.”



미루고 미루었던
나의 임무가
이제서야 시작되었다.






<검은여우깡총토끼의 시험성적을 위해
시험 끝나고 엄청난 분량의 4화를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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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이 : 검은여우깡총토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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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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