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01 (by. 냐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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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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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박찬열 ㅇㅇㅇ
정수정 김준면
김민석 김태형
 

 

01
 

 


 

더 늦장부리면 지각이야. 뽀뽀하기 전에 기상.”
 

 

낮은 찬열의 음성과 만져오는 손길까지
아침부터 그런 수모를 겪을 수 없다는 일념 하에
ㅇㅇ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서른이 코앞인 찬열과
곧 스물이 코앞인 저.
 

하나 밖에 없던 친오빠는 2번째 인생을
시작하게 되면서 저 멀리 강원도로
훌쩍 떠나버렸다.
 

고교시절부터 늘 오빠 곁에 붙어 다녔다던
찬열은 오빠의 부재와 함께
제 임시 보호자가 되었고 동시에
가장 위험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
 

 

싫어요. 절대 싫어! 저리가요
 


 

어제 늦게 잔 것부터가 유혹인거 알잖아.”
 

 

눈 바로 앞에 있는 찬열을 밀어내고
폴짝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향했다.
쫄쫄 따라오는 찬열의 모습을
못내 못 본 척 한 뒤 쏙 안으로 들어와
칫솔부터 집어 들었다.
 

생각해보면 그 때 그 편지를
제가 읽지 않고 오빠가 읽었더라면
오빠와 찬열의 관계도
저와 찬열의 관계도
지금처럼 지낼 수는 없었겠지.
오히려 그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뭉게뭉게 떠올랐다.
 

몇 번을 펴고 접은 건지
조금 헤져 보이기까지 했던 편지에는
우정의 정체성과 찬열의 정체성,
숫한 밤을 고민했을 내용들이
딱 찬열 만큼이나 정갈하게 담겨 있었다.
 

 

숙제는?”
 

네네 했어요. 했으니까 늦잠 잔거라구요.”
 

 

ㅇㅇ도 오랜 짝사랑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좋아하던
태형에게 바다만큼이나 시원하게
뻥 차였던 전적이 있었던 터라
찬열이 더 안타깝고 측은하게
느껴졌을지 몰랐다.
 

그 연민으로 인해
찬열의 마음이 완벽하게
저에 대한 사랑으로 뒤바뀔 줄 알았다면
안쓰러운 마음 같은 건
애초에 갖는 게 아니었다.
 


 

새벽에 지오 전화 왔어.
지오 닮은 조카면 예쁘려나.”
 

알겠어요. 오빠한텐 내가 전화해
볼 테니까 저리 좀 가있어요 아저씨.”
 

 

조용하다 이내 멀어지는 발소리에
그제야 마음 놓고 샤워기를 켰다.
 

찬열은 강아지마냥 ㅇㅇ의 주위를 머물렀다.
잠시라도 떨어지면 무척이나 서운해 하고
싫어해 회사도 그만 다닌 다는 걸
어르고 달래서 겨우겨우 보냈다.
때문에 집에서는 개인 시간이
11초도 없을 만큼 붙어 있어야 했다.
 

 

토스트 물고. 진짜 지각이야.”
 

으아아, 조금만 더 일찍 깨워주지.
아저씨도 회사 늦잖아요.”
 

이사는 좀 늦어도 돼.
넌 혼나잖아. 가방 제대로 매고.”
 

잔소리, 잔소리. 내일부턴 알람
제대로 맞춰놓고 잘 거예요.
시끄러워도 어쩔 수 없어요.”
 


 

알람이 왜 필요해. 모닝 뽀뽀면 되는데.”
 

 

ㅇㅇ는 또 한 번 능청스레 다가오는
찬열의 얼굴을 휙 피하고는
신발을 고쳐 매고 먼저 현관을 나섰다.
 

아직은 미성년자이므로
뽀뽀에 그치는 찬열의 스킨십이
ㅇㅇ에게는 다행이지만 찬열에게는
그렇게나 아쉬울 수 없는 아침이었다.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평소보다 훨씬 세게 밟아준 찬열 덕분에
지각은 겨우 면하고 자리에 앉자
1교시 시작 전 쉬는 시간 종이 울려 퍼졌다.
아슬아슬하게 세이브.
 

수정과 준면은 ㅇㅇ를 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었다.
 


 

오늘도 아저씨가 데려다 줬어?”
 

매일 데려다 주는데 새삼 그렇게 또 물어봐.”
 


 

진짜 ㅇㅇㅇ 무슨 복을 타고 났기에
그런 잘생긴 아저씨랑 같이 사냔 말이지.”
 

, 말조심 안 할래? 이상하게 들리잖아!
보호자라고 보호자.”
 

그런 보호자 또 어디 없냐. 나도 좀 같이 살게.”
 


 

아오 김준면 진짜. 가서 김민석이랑 붙어먹어.
여기서 이러지 말고.”
 

안 그래도 간다 가. 민석자기잉. 모해?”
 


 

콧소리 안 빼냐. 죽여 버린다.
자기라고 부르지 말랬지.”
 

 

아침부터 투닥거리는 수정과 준면, 민석을 뒤로하고
ㅇㅇ는 교실을 나와 5층 중간계단으로 향했다.
1교시 수업 전에 뽑아 먹는 커피는
버릴 수가 없는 습관 포인트 중 하나.
 


 

먹어.”
 

 

가슴 앞으로 날아든 손 때문에
놀라 뒷걸음질 치고 위를 쳐다보자
영 못마땅한 얼굴을 한 태형이 있었다.
 

 

?”
 

이거 먹으라고.”
 

 

말간이 제 얼굴만 보고 있는
ㅇㅇ가 답답했는지 태형은
작게 말린 ㅇㅇ의 손을 펴 그 위로
커피를 주곤 반으로 들어갔다.
 

 

커피? 내꺼?”
 

 

태형이가 주고 간 커피를 보며
ㅇㅇ는 한참이나 고개를 갸웃하다
이내 예비종이 울리자 교실로 돌아왔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저만 보면 피해 다니고 여간 불편한
얼굴을 보이던 태형이 요즘 들어
부쩍 이상 행동을 펼치긴 했었다.
 

오늘 아침 커피로 그 정점을
딱 찍었으므로 아무래도 수상했다.
 


 

뭐냐 그 커피는.
왜 먹지도 않는 걸 뽑아왔어.”
 

태형이가 줬어.”
 


 

뭔 헛소리야. 김태형이 줬다고?”
 

. 이거 먹으래. 태형이가.”
 


 

김태형이 널 왜 줘.”
 

나도 모르지?”
 

 

ㅇㅇ는 정말이지 모르겠단
표정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덤덤해 보이는 태형의
뒷모습만 보다 이내 생각에 잠겼다.
 

완전 싫다는 얼굴을 하고
처참히도 제 고백을 깠던
태형이 이상 행동이 대체
무엇에서 비롯된 건지
알 길이 전혀 없었다.
 

아득해져 가는 정신이
부르르 떨려오는 진동에
다시금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아침에 못한 뽀뽀하고 싶어.
일찍 들어와. 진하게 하자.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찬열은 ㅇㅇ가 쪼르르 학교로
뛰어가는 것을 보고도 한참이나 있다
결국 참지 못하고 문자를 보냈다.
 

한 때 지오에 대한 마음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에 큰 혼란이
왔던 때가 있었다.
 

며칠을 고민해도 지오에 대한 감정이
친구 이상의 것이라고 판명 난 순간
더 고민 할 것도 없이 고백하기로 했다.
 

남자치고 여린 마음에 지오가
상처 받는 건 걱정이 됐던지라
편지로 그 마음을 전하는 게
직접 얼굴을 보고 전하는 것 보단
덜 충격이겠지 싶어 한자 한자
진심을 눌러 담아 써내려갔다.
 

지오네 집은 제 집처럼이나
자주 드나드는 곳이었으므로
비밀번호쯤이야 이미 알고 있었다.
 

지오의 회사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책상 위에 편지를 올려두고
기다리다 문득 잠이 든 게 화근이었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몸 때문에
느리게 눈꺼풀을 열자
눈에 그렁그렁 방울을 달고선
이게 뭐냐고 소리치던
지오가 아닌 ㅇㅇ가 보였다.
 

지오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저보다 10살 어린 동생이 있다고.
지오를 빼다 박은 그 얼굴이
잔뜩 이나 젖은 목소리로
울지도 말하지도 못하면서
소리치는 그 모습에
가슴에서 펑- 하고 뭔가 솟구치는
생경한 기분이 들었던 그 때를
아마 찬열은 평생 잊지 못할 테였다.
 

한 눈에 반했다는 말처럼
신파적이고 믿을 수 없는 말이
또 있을까 했는데 그 때의
제 마음을 설명하라고 한다면
저 말 말고는 덧붙일 말이 없었다.
 

저는 ㅇㅇ에게 한 눈에 반했다.
더는 없을 제 사랑이었다.
 

지오에 대한 마음도, 성 정체성도
이것으로 한 번에 정리되고 말았다.
 

그렇게 ㅇㅇ를 향한 제 마음은
숨길 수도 걷잡을 수도 없이
커져만 가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이 되었다.
 

일교시를 알리는 종이
찬열의 차에까지 미쳤다.
 

회사에 가야 하는데 ㅇㅇ
귀여웠던 뒷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쉽사리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하루의 시작은 아쉬웠지만
그 끝은 창대하게 뽀뽀로
마무리 하리란 생각을 품던 찰나
ㅇㅇ에게서 답장이 왔다.
 

. 이걸로 끝이에요.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
숨기고 싶지 않은 마음
 

 

.
.
.

※만든이 : 냐온님

<덧>
 
1
 
잘 부탁드려요
 
2
 
지오라는 이름은 ㅇㅇ의 오빠로
자주 나올 인물이 아니라서
연예인으로 대처 하지 않았다는 점
참고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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