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 (憐子) [단편] (by. 사랑꾼솔로)




연자
부제: 너를 향해 던졌으나 너에게서 튕겨났다
 

 

연자(蓮子)
연꽃의 열매, 연밥을 뜻하는 말
 

혹은
 

연자(憐子)
그대를 사랑합니다.’ 라는 말

 

 

ㅇㅇㅇ
엄홍식 (유아인)
 


 

.
.
.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너를 사랑하고
언제나처럼 홀로 힘들어하는
그런 날이었다
 


 

*
 

 

 

"ㅇㅇㅇ"
 

 당황스러웠다
늦은 저녁
나의 집 앞에 서있는 너의 모습에
 

너는 내 이름 석 자를 아무렇지 않은 듯 부른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리고 나는
그런 너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 대답할 수가 없다

 

"..."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너의 목소리에
왈칵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대답해, ㅇㅇㅇ"
 

태연한 듯하지만 화가 난 듯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는 왜 화가 난 걸까
네가 왜 화가 난 걸까
 

며칠 전 밤
너에게 모든 걸 토해낸 나에게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던 너는
왜 말을 거는 걸까
너는 왜 이곳을 찾아온 걸까
 

너의 목소리에도 눈물이 차오르는 나에게
너는 왜 대답을 강요하는 걸까
 

 

나는 왜
너를 사랑했을까
 

그리고
 

너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걸까
 

 

 

.
.
 

 

 

차디찬 바람이 코끝을 스치던
겨울이 지나가고
포근한 봄바람이 코끝을 간질이는
어느 봄날의 밤이었다
 

 

길거리 포장마차는
나의 서러움을 받아 줄 것만 같아서
냉정한 현실에 꿈을 묻어둔 나를
위로해줄 것만 같아서
너를 사랑하고 또 너를 시기하는 나를
용서 해 줄 것만 같아서

무언가에 홀리듯
나의 발걸음은 포장마차로 향했고
 

이 사회에서 낙오 되어가는 중인 나는
홀로 쓸쓸하게 소주병을 비워냈다
 

술기운이 오르기 시작하니
어린 시절의 너와 내가
눈앞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과거
 

 

 

"! 엄홍식!!!!!!"
 

소녀는 소년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소녀의 손에는 노란종이가 들려있었다
 

 

"!!! 너 그러다가 또 넘어진다!!!!
뛰지 말고 그냥 걸어와!!!!"
 

씩씩거리며 제게 달려오는 소녀에게 
소년은 걱정어린 화를 낸다
 

뛰어오는 소녀가 넘어질까 걱정하며
소년은 제 나름대로 걱정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녀는 그런 소년의 마음을 모르기에
소년의 말을 무시하고 여전히 달려오고 있었다
 

본래의 사랑스러움이 잔뜩 묻어나는 얼굴이 아닌 
잔뜩 찡그린 얼굴로
 

 


"왜또 무슨 일인데?
너 또 막 이상한 이야기 하러온거 아냐?"
 

소년은 그런 소녀가 익숙한 듯 말을 한다
 

 

"몰라!!!!!!!!
너 이번에 백일장 몇 등 했어????"
 

 

!
소녀가 분노한 이유는
아마 손에 들린 노란종이, 우수상이라고 적혀있는
저 노란종이 탓인 듯하다
 

 


"? 그냥 늘 하던 대로..?"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엄홍식!!!!!!!!!세상에서 젤 싫어!!!!!!!!!!"
 

소년의 대답에 소녀는 소리를 질렀다
아마도 소년은 최우수상을 수상한 듯하다
 

 

"야야!! 조용해!! 너 미쳤냐?"
 

소년은 그런 소녀의 입을 다급하게 막는다
 

그러나 소녀는 그런 소년이 미운 듯 
자신의 입을 막고 있는 소년의 손을 깨물고는 
다시 씩씩거리며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다.
 

 

.
.
 

 

"엄홍식....진짜...짜증나..."
 

항상 소년과 함께하는 하굣길이었으나
오늘은 소녀 홀로 걸어가고 있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은 아무런 의미 없는 
그러나 소녀에게 있어서는 아주 큰 의미인 
노란종이 즉, 상장 탓이리라
 

 

사실 소녀가 이토록 화를 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해온 소년과 소년은
함께 그림책을 읽었고
함께 동화책을 읽었으며
함께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까지 읽었다
 

그런 두 사람의 꿈은
멋진 글을 쓰는 사람이 되는 것
, 작가가 되는 것 이었다
 

 

소녀는 포근하고 따뜻한 글을 썼고
소년은 날카롭고 몽환적인 글을 썼다
 

그리고 초중고 12년 동안 
소녀는 소년을 이겨 본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오늘도 소녀는 
우수상이라 적혀 있는 노란종이를 보고 
왈칵 눈물이 차올랐을 것이다
 

자신이 우수상이라면
최우수상은 당연히 소년 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소년의 대답은
소녀의 예상대로였으니까 말이다
 

 

"!!!! ㅇㅇㅇ!!!!"
 

홀로 서러움을 삼키며 집으로 걸어가는 
소녀의 이름을 누군가가 불렀다
 

소년이었다
 

 

"...."
 

소녀는 소년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대답하기 싫어 일부러 못들은 척하며
발걸음을 바삐 옮긴다
 

그러나 사춘기 소년의 달리기는
소녀의 생각보다 훨씬 대단했다
 

 


"....! 후하...
 너 왜....먼저 가냐!"
 

숨이 찬 듯 소년은 숨을 고르고
환하게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
 

 

"...."
 

하지만 소녀는 묵묵부답이다
 


"...?“
 

"왜 먼저 가냐니까?"
 

아아, 사춘기 소년은 이렇게도 눈치가 없다
오늘 소녀가 그리도 난리를 쳤거늘....
 

 

".....몸이 안 좋아
너 기다리기 힘들어서..
그냥 먼저 왔어"
 

소녀는 차마 또 너한테 져서 짜증나서 그랬다라고 
자신의 열등감 아닌 열등감을 말할 수가 없어서
뻔하디 뻔한 거짓말을 내뱉었다
 


"그럼 문자라도 하지 그랬냐
진짜 사람 놀라게"
 

소년은 그런 소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락을 하지 않고 먼저 갔다며 소녀를 타박했다
 

 

"....."
 

소녀는 짜증나면서도 서러운 마음을 숨기고서는
땅바닥을 보며 묵묵히 걸어간다
 

그리고 
그런 소녀의 모습을 
소년은 조용히 바라본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약 사야겠다...'
 

 

 

.
.
.
 

 

 

소년과 소녀의 학창시절은 찬란했다
 

서로의 같은 꿈을 응원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낮에 뜨는 해와
밤에 뜨는 달과 같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세상은
해와 달이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두 사람은 같은 꿈을 향해 달려갔지만
목적지에는 한사람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대학이라는 넓고 거친 바다를 거치고
취업이라는 낭떠러지에 내몰린 ㅇㅇ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었다
 

작가라는 직업으로 밥벌어먹고 살 수 있냐며 
허황된 꿈은 접으라 말하는 부모님의 말씀에 
 

ㅇㅇ은 그저 그런 회사에
그저 그렇게 취직을 해야만 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ㅇㅇ과는 달리
홍식은 무사히 잘
그것도 아주 화려하게 도착했다
 

 

'인기작가 엄홍식과의 인터뷰'
'베스트셀러 제작전문 엄홍식'
'엄홍식작가 싸인회'
 

홍식은 대학을 다니던 중 
운 좋게도 문학계에 등단할 수 있었고
대학을 졸업한 현재
그는 여러 장르의 글을 쓰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있었다
 

그런 홍식에게 
ㅇㅇ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우리 홍식이! 축하해!!!
돈 많이 벌어서
나 맛나는거 많이 사주라!!!"
 

자신의 씁쓸한 마음을 숨기며
아주 태연하게
그렇게 그녀는 축하인사를 건넸었다
 

 

 

그렇게 ㅇㅇ이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홍식이 작가가 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지속되지 못했다 
 

아마 바쁜 일상의 탓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과 똑같은 꿈을 꾸던 홍식이
자신은 묻어둔 꿈을 이룬 홍식이
보기 힘들어서
 

그래서 ㅇㅇ
그와의 만남을 피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
.
.
 

 

 

".......홍식이....보고 싶다..."

알딸딸한 기분이 들었다
너와 함께한 그때를 떠올리고
언제부터였을지 모를 너를 향한
벅차는 내 마음을 떠올리니
네가 보고 싶다
 

그때의 나는 왜 
너를 좋아하는 것을 모르는 척 했을까
 

그때의 나는 왜
너를 피했었을까
 

후회만 가득한 과거가
오늘도 나를 울린다
 

 

사실 너에게서 연락이 아주 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너는 종종 내게 연락을 하곤 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너는 나를 챙기곤 했다

 


"일 많이 힘들지? 그래도 좀 참아
,맞다 이거!
엄마가 너 가져다주래"
 

너의 어머니가 챙겨주신 반찬들을
내게 가져다주기도 했고
 

 


"! 너는..! 술을 무슨!!!
제발 고만 좀 먹어라!!!!
.. 내가 진짜 앓느니 죽지!!!!"
 

 

회식을 하고는
네게 전화를 건 나를 데리러 오기도 했고
 

 


"괜찮아
너 잘하고 있어, 충분해
그러니까 그만 울자"
 

어린 날의 꿈을 떠올리며 우는
술에 취한 나를 달래주기도 했다
 

 

이토록 나를 생각하는 너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밀어냈고, 피해왔다
 

그 이유의 첫 번째는
오랜 친구인 너를 향한
나의 수줍은 감정을 깨달아 버렸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너를 보면 떠오르는 아픈 과거 때문이며
 

세 번째는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
 

네 생각을 하면할수록 나는 아프다
 

비어가는 술병들은 늘어가고 있었고
나의 서러움은 어느새 눈물로 변해버렸다
 

술이 들어가고
알코올이 정신을 반쯤 지배하니
두려운 것이 없어졌다
 

너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너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자그마치 16개월만이었다
 

 

주섬주섬 휴대폰을 찾았다
그동안 차마 걸 수 없었던 
그동안 차마 피하기만 했던 
너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그리고는
 

너에게 전화를 건다 
 

 


", 엄홍식입니다"
 

오랜만에 듣는 너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하는구나
 

 

".....나야..."
 

, 나는 참 멍청한 사람이다
고작 '나야'라니
 

사랑하는 너에게 오랜만에 건넨 말이
고작 '나야'라니
 

 

"....."
 

너는 대답이 없었다
아마 당황스럽겠지
 

일방적으로 너를 피하던 내가 
갑자기 연락을 취했으니
너는 많이 당황스럽겠지
 

 

".....홍식아....."
 

그래 너의 당황스러움을 알아
하지만
나는 지금 내 감정이 너무 벅차서
너를 고려할 수가 없어
 

 

"........"
 

 

"....홍식아 "
 

 

"......"
 

 

"....엄홍식..."
 

 

".., ㅇㅇㅇ..."
 

 

"...나 지금 혼자서 술 마시고 있어"
 

 

"..." 
 

 

"...그리고 나....
..지금 너한테... 전화 걸었어"
 

 

"...."
 

 

"그래서 나...지금 너한테
이상한 말... 할 거야..."
 

 

"..."
 

 

"...홍식아, 보고...싶어...."
 

 

"너 지금 어디야"
 

 

"..홍식아, ...너 되게 미워...."
 

 

"ㅇㅇㅇ, 너 지금 어디야"
 

 

"그리고 홍식아....
이거는 내가.... 진짜진짜...
,,,말 안하려고 했는데..."
 

 

"대답해, 너 지금 어디야"
 

 

"진짜로...죽어도 말 안하려고 했는데..." 
 

 

"ㅇㅇ, 너 지금 어딘데...
제발 대답 좀 해줘봐..."
 

 

"진짜 비밀하려고 했다?.....
그런데 나....
이젠....너무 힘들어서....못해먹겠다"
 

 

"...."
 

 

"내가 홍식이 너....
많이 좋아해...
내가 너를 봐온 시간들 중에...
너를 좋아하지 않은 날이 있긴 할까 싶어.."
 

"내가 엄홍식 너를...
되에에게 많이...
엄청엄청 많이....
좋아해...."
 

 

"...."
 

대답이 없는 너다
 

 

그래 예상했었다
나의 고백이 너에게는 짐이 될 거라는 걸
이미 예상했었다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너를 향한 나의
일방적인 사랑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홍식아...이젠...진짜 안녕할게..."
 

"이젠 너...놓을게..."
 

 

 

"ㅇㅇㅇ, 어디야 
내가 지금 바로 갈 테니까
당장 말해"
 

 

"...아니...
나 생각보다..되게...조금
되게..많이.. 아프다"
 

"그러니까 너 오지 마"
 

 

"야 너는 말"
 

 

"내가..너를...많이 좋아해서....
그리고 또...많이 미워해서...
그래서 미안해...."
 

"잘 지내"
 

 

전화를 끊었다
서러움에 조금씩 흐르던 눈물이
이제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흘러 내려오고 있었다
 

오랜 시간 사랑한 너를 놓아주겠다 말했다
오랜 시간 너를 사랑했지만
짧은 시간 네게 진심을 보여준 나는
오늘로 너라는 사람을 포기한다
 

, 머리가 아파온다
이제는 집에 가야겠다
 

 

 

 

*
 

 

 

 

떠오른 해는 찬란하기 그지없었고
눈을 뜬 나의 꼴은
그리고 메스꺼운 나의 속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그래도 집에는 용케 잘 왔네

나 스스로에게 칭찬을 건네고
늦은 아침을 챙겨먹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핸드폰을 찾았으나
배터리가 방전된 탓에 화면은 온통 새까맣다
 

 

사실 어제의 일이 모두 기억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너에게 전화를 건
나의 모습도 기억하고
나에게 어디냐며 물어오는
너의 목소리도 기억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을 기억한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결국 남은 거라곤
완전한 이별인데
 

 

충전기를 연결시켜두고는
그대로 다시 침대로 가서 누웠다
좋지 않은 몸 상태와
좋지 않은 마음은
나를 지치게 하기에 충분했으니까
 

이제는 어떻게 될까
 

 

내가 정말 너를 지울 수 있을까
내가 정말 너를 놓아줄 수 있을까

우리는 정말 영원한 안녕을 한 걸까
우리는 정말
그 어떠한 인연도 남지 않은 걸까
 

자야겠다
 

 


밀려오는 생각들은
나를 아프게만 하니까
 

 

.
.
 

 

꿈을 꿨다
 

연꽃이 가득 핀 강가에서
배를 타고 오는 너에게
연밥을 던지는 꿈을
 

푸른 옥같이 맑은 강가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우리의 꿈을
 

네게 연밥을 던지며
발그레해진 내 볼을
 

그리고
 


내게 연밥을 던지며
예쁘게 미소 짓는 너의 얼굴을
나는 꿈에서 보았다
 

꿈을 꿨다
 

현실이 아니고
현실일리 절대 없는 
그런 꿈을 꿨다
 

 

꿈을 꾼 나는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너는 참 독한사람이다
 

나를 이리도 아프게 하는 너는
참 독한 사람이다
오랜 시간동안 앓아온 나를
더 앓게하는 너는
참 독한사람이다
 

 

한참을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다가 
주섬주섬 일어나 세수를 했고
꺼졌던 핸드폰을 켜보았다
 

그리고 
혹시 하는 마음에
핸드폰액정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나 네가 문자를 보내진 않았을까
혹시나 네가 전화를 걸지는 않았을까
 

 

그러나
핸드폰은 조용했다
 

너는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다
 

 

"......"
 

 

절망적이었다
너에게 사랑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너 또한 나를 사랑해주길 바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조금의 배려를 기대한 것이었다
 

술김에 한 말이라고
장난스레 한말이라고
너는 그렇게 생각해줬으면 했었다
 

그러나
너는 그러지 않은 것 같다
 

 

나의 오랜 짝사랑은
이렇게 끝이 나는가보다
 

 

 

.
.
 

 

 

며칠 동안 집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흔히들 말하는 열병인 듯 했다
 

오랜 시간 사랑한 너에게
토해내듯 고백을 하고
그 어떠한 대답도 받지 못한 나는
홀로 앓아야만했다
 

터질 것처럼 아픈 가슴이었고
나는 그 아픔을 주체하지 못했기에
매일매일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온몸으로 퍼진 열병에
그 언젠가 홀로 여행을 떠나기 위해 아껴뒀던
연차를 내야만 했다
 

 

마음이 아팠고, 몸이 아팠다
당연히 누군가의 연락을 받을 수있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핸드폰을 꺼두었다
 

그리고 아픈 와중에도
 

나는 네가 보고싶었다
 

 

".... 진짜 ㅇㅇㅇ 답도 없다..."
 

제 몸도 못 가누는 내가
너를 보고 싶어 하고
너의 얼굴을 그리고
너의 목소리를 그리는 게
나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잠이나 자자"
 

내일부터는 다시 출근을 해야한다
 

사실 며칠 동안 한 일이라곤
울고 자고 또 울고 자는 것 밖에 없었다
 

휴식은 커녕 몸고생 마음고생만 하고
다시 출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막막하다
 

그래도 어쩔 수가 있나
나는 일개 직장인에 불과한 것을
 

아 이젠 진짜 자야겠다
 

밀려오는 네 생각도
밀려드는 걱정도
다 묻어두고 자야겠다
 

 

 

.
.
.
 

 

 

오랜만에 출근을 했고
쉬는 동안 뭐했냐며 묻는 동료들에게는
이리저리 돌아다녔다며 거짓말을 했다
 

회사에서 보낸 시간들이 많이 피곤했지만
차라리 다행이었다
 

일이 많아서
일이 바빠서
네 생각이 조금은 덜했다
 

물론 내가 막을 새 없이 떠오르는
너는 어찌할 수 없었지만
 

아파서 쉬는 동안 너의 연락은 없었고
오늘도 역시 너의 연락은 없었다
정말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기분이 가라앉았다
가슴이 아파왔다
 

하지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
.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는 지금 이 순간
며칠 전 그날 밤을 떠올리며
후회하고 있다
 

차라리 맨 정신으로 고백할걸...’
 

지금 와서 후회한들 뭐가 달라지겠냐 만은
후회가 되는 걸 어찌하겠는가
 

 

 

"멍청이"
 

개연성이 하나도 없는 고백이었다
 

"등신"
 

앞뒤를 생각하지 않은 고백이었다
 

"왜사냐 진짜..."
 

나의 감정만 생각한 이기적인 고백이었다
 

 

그날의 너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그날의 너는 얼마나 화가 났을까
그날의 너는 얼마나 내가 미웠을까
 

그래서 너는
지금 내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그날 밤을 생각하며
후회 가득한 생각을 하며
내가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ㅇㅇㅇ"
 

 당황스러웠다
늦은 저녁
나의 집 앞에 서있는 너의 모습에
 

너는 내 이름 석 자를 아무렇지 않은 듯 부른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리고 나는
그런 너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는다
아니 대답할 수가 없다

 

"...."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너의 목소리에
왈칵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대답해, ㅇㅇㅇ"
 

 

대답이 없는 나에게
조금은 화가 난 듯한
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는 왜 화가 난 걸까
네가 왜 화가 난 걸까
 

며칠 전 밤
너에게 모든 걸 토해낸 나에게
며칠 동안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던 너는
왜 말을 거는 걸까
너는 왜 이곳을 찾아온 걸까
 

너의 목소리에도 눈물이 차오르는 나에게
너는 왜....
대답을 강요하는 걸까
 

 


"ㅇㅇㅇ, 대답하라고 했어"
 

 

"...........오랜만이네
 

태연한척 네게 대답했다
물론 누가 봐도
태연해보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ㅇㅇㅇ, 너 그날 밤
기억하고 있어?"
 

나의 어이없는 말에 잠깐 인상을 쓴 너는
나의 멍청한 말을 무시하고는
그날 밤을 기억하냐며 물었다
 

 

"....."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기억하지 못한다고
담담하게 거짓을 말해야 할까
 

아님
 

내가 그날을 어떻게 잊겠냐고
그동안 너는 왜 아무런 연락이 없었냐고
말하며 눈물을 흘려야 할까
 

그도 아니면
그냥 너를 무시하며
이 자리를 피해야 할까
 

 

"...기억해
 

 


"....너 그거 뭐였어"
 

알 수 없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묻는 너
뭐였냐고 묻는 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답이 뭘까
 

 

"....술김에 그런 거야
실수니까 이해 해주라
미안"
 

나는 참 멍청한 사람이다
나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너를 사랑하면서도
너에게 실수라고 말하며
이해해 달라 말하는 나는
참 멍청한 사람이다
"..그러니까...그날 일 잊어주라
나 일하고와서 좀 피곤하네
먼저 들어가 볼게
조심해서 가"
 

 

그 말을 끝으로 너에게서 도망쳤다
 

계속 너와 마주보고 있는다면
다시 한 번 네게 고백할 것만 같아서
 

내 모든 진심을 네게 토해낼 것만 같아서
엉엉 울며 네게 사랑을 고백할 것만 같아서
 

 

.
.
 

 

너로부터 문자가 왔다
 

 

니가 부탁한대로 잊을게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하다
다음에 밥한 번 먹자
 

 

 

너를 향한 내 마음이
이다지도 원망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너를 사랑한 내가
이다지도 원망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네가
이다지도 원망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나의 짝사랑은
일방적이었고
그 끝은 처참했다
 

너를 사랑한 나는
일방적이었고
그 끝은 처참했다
 

잊는다고 말하는 너에게
나는 답장하지 못했다
 

차라리 너의 기억에서
내가 잊혀진다면 좋겠다
 

차라리 너를 사랑했고
너를 시기한 나의 어린 날들이
내 머릿속에서 잊혀진다면 좋겠다
 

 

*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나의 고백은
그저 술김에 했던 실수가 되어버렸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나의 연심은
연꽃으로 피지 못하고
진흙 속으로 파묻혀 버렸다
 

내가 너에게 던진 연자는
물속으로 가라 앉아 버렸다
 

내가 너에게 던진 연자는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
.
.
 

 

 

나는 왜
너를 사랑했을까
 

그리고
 

너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
 

 

.
.
 

 

오늘따라 달이 밝다
어둠속에서 슬피 우는 나와는 다르게
달은 오늘따라 더욱 눈부시다
 

.
.
.

※만든이 : 사랑꾼솔로님

 

 

 

작가의 말 + 해설아닌 해설
 

안녕하세요, 사랑꾼솔로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글을 들고 왔습니다
 

꾸준하게 글을 쓰고 싶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게 좀 어렵네요
 

기다려주신 독자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항상 감사드리고 항상 죄송합니다.
 

이번 글 역시 부족하더라도
예쁘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끝으로 ㅇㅇ이와 홍식의 관계는
처음도 친구사이라고 말할 수 있겠고
마지막도 친구사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 ㅇㅇ이의 짝사랑은
정말 짝사랑으로 끝이 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홍식이의 마음이 어떤지는 글에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글을 잘 살펴보면 홍식이의 마음을
조금은 캐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ㅇㅇ이는 이를 캐치하지 못했고
결정적인 순간에도
홍식이의 마음을 묻지 않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맞닿을 수 없었죠
 

어쩌면 홍식은 실수라고 말하는 ㅇㅇ이에게
실망했기 때문에
그 모든 순간들을
잊어준다고 한 걸 수도 있겠습니다
 

짝사랑은 일방적이지만
일방적이어선 안 됩니다
 

짝사랑도 결국은 두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게시 글을 사랑하고
게시 글에 답글 다는 것을 참 좋아하는
사랑꾼 솔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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