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위하여 pt.1- 2 (by. 검은여우깡총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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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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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위하여
pt.1- 2






ㅇㅇㅇ
김우빈
박지민
민윤기
이제훈










결혼이라는 단어가
나에게는 항상 낯설었다.

누군가의 소속이 된다...?
마치 내가 하나의 상품인 것처럼
누군가의 것이 된다니...

나는 나였고
나는 나에게만,
그리고 나의 조국에게만
소속되어 있다

적어도 오늘
아침까지는 그랬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나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ㅇㅇㅇ이라는 나의 이름은
‘김우빈의 아내’
라는 더 단단한 이름 밑에
  처참히 묻혀버리고 말았다....


어둠이 하늘을 덮자
한두 명씩 차츰차츰
 연회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나와 김우빈은 또 문 앞에 서
퇴장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해야만 하였다.

내가 일본인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한다니...

자존심이 땅을 쳤고
비명 지르는 분노에
온 몸이 경악을 일으켰다.

마음 같아서는 이 연회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멀리멀리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나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내 자신을 잠시 버려야만 한다.

‘김우빈의 아내.’
‘김명준의 며느리’
나는 이 이름들을 가면으로 엮어
여기서의 나의 역할을 다하고...



“결혼 축하드립니다.”

지민이의 목소리가 나의 귀에
마치 맑은 종소리처럼 울렸다.

고개를 올리자
지민이가 애써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새벽의 안개처럼 슬피 울었다.



“아름다운 결혼식이었습니다.
두 분 다... 꼭 행복하세요.”

아씨
울면 안 되는데

“그럼요. 박 의원도 조심히 들어가시죠.”

김우빈이 손을 내밀었고
둘은 짧고 굵은 악수를 나누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ㅇㅇ양도 어서 쉬세요.
몸이 많이 피로하실 텐데.”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 선생님.”

“네. 그럼 안녕히...”

그렇게 밤 속으로 사라져가는 박지민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쓸쓸해보였다.


조금 뒤 나의 부모님을 포함한
마지막 손님까지 김명준의 저택을 떠났고
집에는 나와 김우빈의 가족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밤이 많이 깊었으니
너희도 이만 너희 방에 들어가거라.”

“저희...방이요?”

혼인한 남녀 둘이 방을 합치는 것이
절대 놀랄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눈을 크게 뜨며 김명준을 올려다보았다.


“그럼 너희 방이지 누구 방이겠니?
허허허허”

김우빈의 어머니도 한술 더 뜨셨다.

“벌써부터 이런 말하기 좀 쑥스럽긴 하다만
너희도 하루빨리 아이를 가져야 하지
않겠니? ㅇㅇ이가 우빈이보다 어리긴 해도
이팔청춘이 훌쩍 지난 것은 사실이잖니.”


얼굴이 화르륵- 달아올랐다.

생각치도 못한 어머니의 발언에
나는 어쩔 줄 몰라 하였다

아이.
한 번도 생각지 않은 주제일 뿐인 더러
더더욱 친일파의 아이는 낳을 거란 상상은
꿈에서도 하기 싫었다

배속에 품은 적의 아이를 어찌 사랑하며,
무슨 수로 편히 잠을 잘 수 있겠는가..

그때 김우빈이 내 어께를 감싸 안았다.



“다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래요 부인, 지들도 다 생각이 있겠지.
하지만 너무 늦으면 안 된다, 알지?
내도 손자는 크는걸 보고
 세상을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 “

“네 아버지.


아버님과 어머님이 곧 떠나셨고
나는 드디어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갑자기
나의 어께를 톡톡 쳤다.

“안녕 제수? 이제야 인사하네”


놀란 심장을 부여잡은 체
뒤로 휘리릭 돌자,
발이 긴 기모노에 감겼고
세상이 내 눈앞에서 흔들리는 순간ㅡ



“조심.”

무언가가 나의 허리를 받쳐 올렸다.

“형도 참. 얘 애 떨어지겠네,”

“동생아 동생아, 쯧쯧쯧...
없는 애가 어찌 떨어지니?
우선 애를 만들어야 떨어지던가
솟아오르던가 하지...”

그런 말을 남기고는
시원하게 웃어대는 김우빈의 사촌 형....
김우빈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였다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웃음 상에,
비교적 부드러운 느낌의 소유자-

그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미안, 놀랬니?”

“아- 아닙니다.”

“그럼 다행이고. 난 이제훈
네 서방님의 사촌 형님.”


와...정말 다르게 생겼네.
뭐...당연하겠지.
친형도 아닌데.

김명준가의 이제훈은
친일파 집안에서 다 아는
인물이었다. 


김명준은 여동생을 끔찍이
사랑하여 한 집에서 두 가족이
공존하면서 살았지만,

불의의 사고에 의해
 여동생과 그의 남편이 죽자,
6살 체 되지 않은 어린 조카
이제훈을 양아들로 들여
마치 자신의 아들처럼 키웠다.

김우빈은 날렵하고 제수 없는 게
아버지인 김명준을 빼다 박은 반면,
이제훈은 순하고 청렴한 인상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전- “

아무리 김명준의 가의
큰 양아들이라 하여도
통성명을 해야겠거니 하여
입을 열자, 김우빈이
나의 말을 뚝- 끊어버렸다.



“아 알 필요 없고, 들어가자.
술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아.”

그러고는 내 손목을 잡고 거의 끌고가며
그의 형에게서 멀어졌다.

나는 김우빈의 싸가지 없는
말투와 행동에
 이마의 핏줄이 섰다.


“남편.
너 내 이름은 알아?”

나를 향해 내려다보는
얼음만큼이나 차디찬 눈빛...

잠시나마 좁혀졌던 우리사이에
괴리감이 다시 몰아쳤다.


“알아서 뭐해.”

순간 알 수 없는 아림이
심장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 네 아내야.”

“언제는 아니라며.”

“너, 정말 못됐다.”

“착해서 뭐해,
이 빌어먹을 세상 속에서.”


김우빈 정말...
아무리 그래도 신부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를 악문 채 아까 넘어질 뻔한
나를 구해줬던 팔을 거세게 내치고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재수 없는 새끼...



“ㅇㅇㅇ”

나의 이름을 부르는 조금 지친 목소리에
내 의지와 다르게 걸음이 뚝- 끊겼다.



“같이 가.”


하...
ㅇㅇㅇ.


왜 기다려 주는 거야....



(방 안)

차라리 싸우는 게 나았다.
이 숨 막히는 어색함보다는.

방에 깔려있는 두터운 요와
그 위 펼쳐진 비단 이불을
30분 째 아무도 건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서로 한쪽 벽씩 도맡아
눈길한번 주지 않았다.



주변공기가 답답하게 조여 왔고
처음으로 과거 김우빈의 나불거리는 주둥아리에
감사함을 느꼈다.

갑자기 김우빈이 자리에서 일어서
몸에 걸쳐진 장식구를 하나씩 벗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저 그 광경을
물끄러미 지켜볼 뿐이었다.

가장 바깥 기모노까지 벗은 김우빈이
이 방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내 눈을 마주쳤고,
나는 그 눈을 피했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말하였다


“벗어.”

“이런 정신 나간ㅡ!”


“아니, 혼례복 벗으시라고요.
나 참....안 더워?”



이런 웃긴 여자를 봤냐는 듯이
 어이없는 헛웃음을 내뱉는
김우빈의 모습에
나의 귀가 새빨개졌다


쪽팔림을 감추기 위한
헛기침을 뱄었다.


“....보면 안됩니다?”

“거 참, 겉옷 하나 벗는 거 가지고
말도 더럽게 많아요.”

김우빈의 눈치를 보며
허리장식부터 차근차근
벗어 내려가고,

속치마와 흰 저고리 위
마지막 겹도 벗어 내리자
이제 머리 장식만이 남아있었다.

손을 뒤로 뻗어 머릿속 꼽힌
수많은 삔과 꽃 장식들을 만져지는 대로
다 뽑았지만, 도저히 끝이 없어보였다....

“아 ㅡ씨....”

뭘 이렇게 거추장스럽게
많이 단건지...

보이지 않는 뒤통수를 더듬으며
마치 숨박꼭질을 하는 듯 숨은
얇은 금색 삔들을 찾는 도중,

깊은 한숨소리와 함께 뒤에서
누가 나의 손을 잡는 감촉이 느껴졌다.



“손 치워봐. 내가 할게.”

조용히 손을 내렸다.

조금씩 머리카락이 느슨해지는 느낌과
동시에 삔이 하니 둘씩 땅으로
 떨어졌다.

나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감히 입을 열었다


“저기, 아까 어머님이 하신 말씀ㅡ”

“닥쳐.”


아이씨... 사람 말하는데...

“아니 얘기를 해야ㅡ!”


휙ㅡ!



눈 깜짝할 사이에 나의 등은
이불 위에 폭- 놓여 있었고,
내 위에 올라탄 김우빈의 그림자가
내 흰 속옷을 검게 물들였다.

어두운 방속 촛불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위태롭게 흔들렸다.


“조용히 자자.”

심장소리가 옴 몸을 타고
아찔하게 울리는 듯하였다...



“그냥 조용히 잡시다, 부인.”

그리고서는 그의 한 쪽 손이
내 머리로 다가왔고,
마지막으로 안 뺀 은색비녀를 빼주자,
밤하늘 같은 나의 긴 머리가
 하얀 비단이불 위에 번졌다.


*
*
*

(3일 뒤. 김명준저택)

 이 민족반역자들과 함께하는
8번째 식사-
식탁에는 제법
조선의 음식들이 많았다.

그 이유는 김우빈의 형-
김민규가 
조선음식들을 좋아해서였다.

나라를 버려놓고
나라의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다고 감히 착각하다니...
뻔뻔한 놈.

식탁에는 김명준과 그의 아내,
나의 남편이라는 놈과 그의 형제,
그리고 나.
이렇게 다섯이 앉아있었다.

이제훈에게는 아내도,
자식도 없었다.

화용월태의 일본인 아내는
작년 매화가 짐과 동시에 사별하였고,

그 과정에서 유산된
자식이 있었다고 들었다.

안타까운 이야기였지만
나는 동정도 연민도
느낄 수가 없었다.

일본 귀족의 딸과
민족반역자의 아들....
애초부터 감정이입이 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아가야”

어머님이 나를 불렀다.

“네 어머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이구나.
혹시 몸이 안 좋은 게니?”

“아닙니다... 그저 요 며칠째
잠을 못자 피곤할 뿐입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3일간 나는 세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었다.

민족반역자와 한 요에 누워
 같은 이불을 덮고 한 체온을 나누며
어찌 눈을 붙이겠는가...

항상 4시쯤 자신에게 못 이겨
잠에 빠졌다가 깨어나면,
내 옆자리는 매번
차갑게 식은 체 비어있었다.


“저런... 우빈아,
오늘 아가랑 같이 키시모토
선생님께 들려라. 불면증에
좋은 차를 주실 게야.”

나는 손사래를 치며
애써 웃어보았다.

“아닙니다, 어머님.
혼자 다녀올 수 있습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말에 김명준이 대답하였다

“부부끼리 같이 시간도 보내고
해야지 정이 드는 법이다.
홍진아!”

김명준의 고함치는 소리에
내 또래 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녀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다말고 뛰쳐나왔다.

 “새아가의 외출복을
대령하여라.”

“네 주인님.”



그때 식탁 너머로 김우빈과
눈이 스치듯 잠시 마주쳤고
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
조금 뒤 일본식 치마와
어여쁜 붉은 외투를 걸치고
문밖으로 나서자,

나룰 기다리는
김우빈이 대문 앞을
지키고 서있었다.


“늦는다?”



꽤 오래 기다렸는지
 나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전혀 미안하지 않는 목소리로
 당당하게 말하였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별로 안 죄송한 것 같은데?”

“그걸 서방님께서 어찌 아십니까?
요 며칠간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라도 생겼는지요?”



“하- 부인은 역시
 한마디도 지지 않네요.”


그래서? 

나와 김우빈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

그래서 싫은가요?”


“아니요, 
재미있습니다.”


나를 향해 손을
뻗는 그였다.



“이제 가요,
우리.”

나는 그 손을
쳐다보기만 하고
김우빈을 지나쳤다

“손은 됐네요.”


뒤에서 그가 웃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더 바삐 걸음을 옮겼다.


*
늦은 밤 헌병들을 피하며 봤었던
시장터와 이른 오후 사람들로 붐비는
시장터는 마치 다른 공간 같았다.

시장터에는 조선인들은 많았되,
조선의 상품들은 많지 않았고,
여기저기서 두 가지 언어가
섞여 들려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좁은 길을 메웠고
모두들 서로를 치고 밀치며
제 갈 길을 갔다.

시장골목이 조금 한적해질 때 쯤
나는 무리에서 빠져나와 뒤를 돌아보았고
그 어디에도 김우빈은 없었다.

“어..? 어라? 어딨지?”

그때 뒤에서 몰려있는 사람들
사이, 아직 못 헤어 나오는
당황한 기색의 김우빈이 눈에 띄었다.



허둥지둥 거리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는 새
웃음을 짓고 있는 나였다.

도와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무리 쪽으로
발을 한발자국 옮기는 순간-

누군가가 거세게
나의 허리를 잡고
다른 골목 더 깊숙한 곳으로
끌어당겼다.

나를 낚아챈 이에 의해
내 등이 차가운 벽으로
바짝 밀쳐졌고
곧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가
공기를 에워쌌다.



“드디어 찾았네.”

“윤기?!”

“조용히 해, 다 들리겠어”

결혼식 이후
정말 진심으로 환하게 웃은 게
오늘이 처음이었다.

“야 너 결혼식도 안 오고...”

“미안.
딱히 축하할 자리는 아니었잖아?”

아.. 그렇지...



“다름이 아니라
부탁이 있어서 널 찾아왔어.”

“부탁? 
자존심 센 윤기님께서
 저 같은 것에게
웬일로?”

내가 그렇게 말하니
자신의 얘기를 하기가
조금 쪽팔렸는지 욕을 작게
읊조리며 내 눈을 피하는 윤기였다.


“어서 말해봐-
내 도움이 어떻게 필요한데?”


“삼촌이 나랑 똥파리한테
 저번 주에 내린
비밀 임무가 있었는데...
일이 좀 많이 꼬였어.
조선총독부 국장 이진호와
그의 오른팔을
암살했었어야 했는데
이진호를 죽이기도 전에 적발돼서
똥파리가 그 새끼가 이진호한테 잡혔어.
난 우선 도망쳤는데
내가 어떻게 하기도 전에
이진호 그 눈치 빠른 놈이
사병을 2배로 사들였어...”


그 얘기를 다 들은 나는
손으로 민윤기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아!”

“으이구...어떻게
그거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하냐?
 두 명 다 한 번에 죽였어야지,
오른팔부터 먼저 죽이면 뭐해!
머리가 안 돌아가세요?
아니, 윤기씨 대답 좀 해보세요―
머리가 안 돌아가요?”



“아 가시나야, 아프다고!”

“아프라고 때린 거야,
사람 없는 곳이었으면 넌
나한테 먼지 나게 쳐 맞았어”

그러면서 때리는 시늉을 하자
맞기도 전에 머리를 감싸는 윤기였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이번 주 금요일에 조선총독부에서
이진호가 독립군 한 놈을 잡은 기념으로
연회를 열 예정이야-
그날 너랑 나랑 연회장에 잠입해서
똥파리를 구하고 임무를 마무리 지어야해.”

“무슨 수로?”



“그건 내가 생각해놓을게.
넌 금요일 날 몰래 빠져나오기나 해.
7시에 **연회장 뒤에서 만나자,
기다리고 있을게.”

그때 마침 골목 밖에서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짖는 소리가
웅성거리는 소리에 묻혀 희미하게 들려왔다.

“ㅇㅇㅇ! 
아 진짜! 어디로 튄 거야!?”

윤기가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가
다시 나에게 눈을 돌렸다.

“네 남편?”

“어. 내 남편이시다.”

“빨리 가봐.
금요일 약속 잊지 말고.”

“7시 **연회장 뒤쪽?”

“어. 그날보자”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선
윤기는 검은 모자를 덮어쓴 채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ㅇㅇㅇ!!!”

“귀청 터지겠네, 터지겠어.”

나의 목소리가 들리자
급히 뒤돌아보는 김우빈이었다.



“ㄴ..너! 어디 갔었어?”

“나도 너 찾아다니고 있었지.”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였고
순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김우빈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인상을 찌푸렸다.



“너, 지금부터 내 옆에 딱 붙어있어.”

“참나...누가 할 소리?
아까 보니까 사람들 사이에서
못 빠져나와서 어쩔 줄 몰라 하던데
지금 누구보고...!
웃겨 진짜...”

김우빈의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

“내가 언제?”

“언제긴 언제야 조금 전이지...
아니, 사람 많은데 처음 와봐?
난 무슨 공주님인줄 알았네...”

“야 너 말 똑바로 안 해?”

“똑바로 했는데?
내가 말을 더듬기라도 했나?”

“허-! 아 머리야....”



뒷목을 잡고 눈이 돌아가는
김우빈의 모습을 보자
뭔가 더 놀려주고 싶은 욕구가 순간 들었다.

“너 진짜 강적이다.”

“너도.
너도 만만치는 않다.”



내 말에 김우빈의 입 꼬리가
올라갔고, 지금까지 봐왔던
조롱하는 미소와는 다른
진실한 미소에 흠칫하였다.

*
*
*
(이틀 뒤. 목요일)

집 안으로 들어서자,
현관에 평소에 안보이던 구두가
두 짝이나 놓여있었다.

“아가씨 다녀오셨어요?”

홍진이- 김명준 가족의
가정부이자 하녀가
나를 맞이하였다.

나는 나의 외투를 건네며
물었다.

“홍진아- 혹시 손님이 와있니?”

“예 아가씨. 아가씨가 친정에
가 계신동안 마님께서 쓰러지셨지 뭡니까..!
그래서 지금 의원을 모셔왔습니다.“

“쓰러져? 왜?”

딱히 걱정되진 않았다.
그저 궁금했을 뿐

“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른답니다.
지금 의원이 두 분 와 계시니
한번 들어가 보시죠.”

나는 장갑과 모자를 벗어
탁자에 올려놓고선 거실로 향했다.

거실 소파에 어머님이 누워 계셨고
그 옆에는 이제훈이 서 있었으며
의원 중 한명은 나를 등지고
쭈그려 앉아 어머님을 진찰하고 있었다.



“간경화입니다.
 출혈증 증상이 아직 있는 걸로 보아
간경화 2기 정도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날 등지고 앉은 의원에게서
박지민의 목소리가 들리자
두 눈이 동그래졌다.

“지금 복수는 있으나,
이뇨제로 조절이 가능한 상태이고요....”

지민이 옆에 서있는 의사가
부지런히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고 있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간경화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게 치료라....
간독성이 약물이나 한약재는 피하시고
짠 음식도 드시지 않을게 좋습니다.
다음 주부터 주기적으로 방문을 할 텐데
약물치료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민이가 무릎을 딛고 일어섰고
김민규가 지민이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짐을 정리한 지민이가
뒤를 돌았고, 딱 나와 눈이 마주쳤다.

잠시 나 좀 보자는 의미로
나는 고개를 까딱해 보였고
지민이는 살짝 끄덕였다.


집을 나가자 지민이가
후배로 짐작되는 동료 의사에게
무슨 말을 하였는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며 먼저 갔다.

 우리의 대화를 들을 만 한 거리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지민이가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오랜만에 보네?”

“그러게”

어색한 기류가
파도처럼 일렁거렸다.

“똥파리 그놈 잡혔단 거 들었지?”

“어 오늘 아침에 윤기가
말해주고 갔어. 그리고 내일 7시까지ㅡ”

“**연회장 뒤로 오라고 했다고?
그 새끼 나한테만 온 줄 알았더니
너한테도 갔냐?”

“위험해. ㅇㅇ 넌 오지 마.
이번에는 나랑 윤기랑 할게.”

“야 박지민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냐?”


또 시작이다.
임무 생기면 우선 말리고 부터 보는거
어차피 내 고집대로 하게 해주면서...



“아니, 걱정하는 거야.”

“참나...언제는 안 위험했나...”

입이 삐죽 튀어나온 체
퉁명스럽게 말하는 나를 보고
지민이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물었다.



“잘 지내고 있었어?”

“잘 지내고 있겠냐?
됐어 뭐... 이것도 곧
끝날 거니까.”


0.1초 만에
 웃고있던 지민이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위태롭게 흔들리는
동공으로 나를 바라본 채
내 어께를 필사적으로 잡아끌었다.

“ㅇㅇㅇ
 너 진짜로 임무 끝까지
수행할 생각이야?”

나는 안절부절못하며 내 어께를
꽈 붙잡고 있는 손을
털어내려고 애썼다.

“손 때
누가 보면 어쩔 거야-
아 빨리!”



“대답하면”

“박지민.
 정신 차려.
빨리 손 안 때?”


차가운 나의 눈빛과
낮아진 목소리에
위험을 느꼈는지 지민의
손에 힘이 풀렸고,
나는 그 손을 황급히 털어냈다.


“안 돼.”

“뭐가 안 돼.”

“내가 그렇게 두지 않을 거야.
네가 스스로의 목숨을 끊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고.”

“이건 임무야.
선택권이 아니라고.”


“너도 내 임무야.
서로를 지키는 거-
그게 우리의 임무라고!”


“임무는 반만 수행하고 떠나자.
강 선생님한테 가자고.”

“임무보다... 조국보다
자신을 우선시한 나를...
강 선생님께서 어떻게 생각하겠어.”

“ㅇㅇㅇ 너가 없으면
조국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데?

이해하실거야- 분명히.
그러니까ㅡ”

말하는 도중
지민이의 시선이
집 쪽으로 힐끔 향했고
바로 말이 뚝- 하고 끊겼다.

나도 뒤를 돌아보니
창문에 붙어 나와 지민이를
지긋이 응시하는 이제훈이 보였다.



“일단 여기까지만 하자.
내일 7시에 봐.”

“그래- 너도 조심하고.”

박지민이 이제훈을 의식하며
억지로 웃었고,
나는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철컥-
쾅-

문 안으로 들어선 나를
맞이해주는 건 다름 아닌
이제훈이었다.

오늘따라 그의
웃는 얼굴상이 마치
하회탈을 쓴 것처럼
가식적으로 느껴졌다.



“우리 제수씨는
박 의원이랑 무슨 관계일까?”

밝게 물으니 오히려
더 무서웠다....

마른 침을 삼키고
대답하였다. 

“제가 이 집에 오기 전에
저희 가족원들을 자주
치료해 주신 고마운 분입니다.”



“그래요?
요즘 애들은 나이 때가
얼추 비슷하면
다 친하게 지내나 봐요...
이런 게 세대차이인가?”

그는 마지막 미소를 지어보이고
내 어께를 두 번 토닥이며
내 귀에 대고 말했다.



“그래도 조심해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알겠죠?”

이제훈이 떠난 후
그가 있던 자리에
왠지 차가운 기류가 흐르는 듯하였다.

.
.
.

※만든이 : 검은여우깡총토끼님


<덧>

안녕하세요!! 검은여우깡총토끼입니다^^
여러 해 동안 지켜보면서 여러번 투고 해봤는데
와... 드디어 저희의 작품이 올라오다니...
너무 감동스럽네요 흑흑

 아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저번 편에 강동원과 친일파
문제가 나왔었는데... 26번 댓글에 한번 답했지만
 다 알고 한 의도적인 설정입니다!
저희를 좀만 믿어주세요 크하하핳

‘조국을 위하여’는 pt.1-1,
pt.1-2 와 같은 형식으로
연재될 예정입니당
그리고 아무리 드라마처럼 조금씩
나오는 글이어도 전반적인 완성도를 위해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진행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빨리 오도록 노력할게요!!

앞으로도 쭉 지켜봐주시고
저희의 첫 작품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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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을 위하여.>
■ pt1 => 바로가기
■ pt.1- 2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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