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르 #3 (by. 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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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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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준
유민규
육성재
ㅇㅇㅇ
정수정
 
 
.
.
.
 
 
친구야.”
 
 
“......”
 
 
아까 이름이 뭐랬지?”
 
 
복도엔 아이들이 별로 없다.
졸린 눈을 비비며 터벅터벅 걸어오는 아이와,
밥을 안 먹을 생각인지 교실 안에서
얘길 하는 여자애들이 보였다.
아무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
딱 이 정도였다.
 
 
박서준.”
 
 
, 서준이였지?”
 
 
나를 불편하게 하는 목소리다.
내 이름을 부르며 어깨에 팔이 올라왔다.
순간적으로 내 어깨에 느껴진 팔에 움찔거렸다.
익숙하지 않은 촉감 이였고, 어색한 행동 이였다.
애써 그렇지 않은 척 눈을 잠깐 마주쳤다.
 
 

 
 
“......”
 
 
“......”
 
 
살짝 올라간 입 꼬리에, 몇 초간 눈이 멈춰 있었다.
한 쪽 팔을 나에게 기대고,
고개를 숙여 살짝 웃고 있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 이였다.
자연스럽게 날 주시하며 걸어가는 모습에,
지금 생각해보니 나도 모르게 그 모습을
따라가고 있었다.
 
 
, 발 안 시려?”
 
 
손으로 내 어깨를 한번 치며 물어 왔다.
왠지 내 어깨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 같아,
팔이 내려갈 수 있게 몸을 피듯이 움직였다.
 
 
괜찮아.”
 
 
“...안 괜찮아 보이는데ㅋㅋㅋㅋ
 
 
뭐가 웃긴 건지 히죽대며 나를 본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 하는 것처럼 내 등을 토닥인다.
아니, 토닥거리는 걸로 위장해 때리는 것 같기도 하다.
아프지는 않았다.
 
 
“......”
 
 
나를 보는 눈동자에,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입 꼬리는 올라가 있지만, 까만 눈동자가 나를 관통한다.
깨끗한 눈은 아니다.
 
 
어디서 전학 왔는데?”
 
 
“...?”
 
 
너 전학 왔다며. 어느 학교에서 왔는데.”
 
 
“...△△고에서.”
 
 
~ △△?”
 
 
“......”
 
 
“...거기 잘 다니지. 우리 학교보다 좋은 학굔데.”
 
 
이사를 이 쪽으로 와서.”
 
 
이 학교로 오기 전에, 아버지는 내가 맬리라는 사실을
숨긴다는 전제로 몇 가지를 만들어내셨다.
그 중 하나가 나의 전학 전 고등학교였다.
애마르라는 날개는, 참 대단했다.
아버지가 나한테 이렇게 까지 해주시다니,
마음으로 고마워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다지 고마운 일만은 아니었다.
 
 
이사? 어디에서 어디로?”
 
 
너는?”
 
 
“...?”
 
 

 
 
너는 어디 사냐고.”
 
 
솔직히,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졌었다.
아버지가 이제 나를 믿으시는 건가.
내가, 좀 봐줄 만한 아들이 된 건가.
우습게 티 내지 못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아버지의 시험일지라도,
난 이제 아버지께 시험을 칠 만한 존재가 됐으니까.
그 순간엔 그렇게 생각했다.
 
 
“...?”
 
 
“......”
 
 
내가 어디 사는지가 왜 궁금해?”
 
 
“......이제 같은 반 친구니까... 궁금해서.”
 
 
내 말이 끝나고, 몇 초 간 날 바라보더니
큰 소리로 웃기 시작한다.
박수를 치기도 하고, 추임새 같은 걸 넣으며
복도가 울리게 웃는다.
일부러 날 기분 나쁘게 하고 싶은 건지,
과장된 행동으로 웃으며
힐끔 날 쳐다보는 눈빛이 좋지 않다.
가까이 하고 싶은 아이는 아니다.
근데 내 머리로는, 가까이 해야 할 존재다.
 
 
친구...... , 그래. 친구지.”
 
 
“......”
 
 
어떤 아이인지, 어디서 사는지,
가족은 누군지. 알아야 한다.
이 간단한 문제는 나에게 어렵다.
 
 
ㅇㅇㅇ. 알아?”
 
 
ㅇㅇㅇ. 아마 그 날개 이름일거다.
, 이 아이와 나의 대화에 그 이름이 나오는지.
썩 반갑지는 않다.
 
 
아까 아침에 같이 들어오길래.”
 
 
“...오늘 처음 만났어.”
 
 
~, 둘이 완전 선남선녀던데ㅋㅋㅋ
 
 
이 아이가 웃을 때마다 느낌이 좋지 않다.
아픈 곳을 자꾸만 긁는 느낌이다.
신경 쓰이라고, 괴로워 해라고,
웃음소리가 마치 이렇게 들린다.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친구야.”
 
 
아냐.”
 
 
아냐? 그럼 기분 좋아?”
 
 

 
 
“......”
 
 
“...그건 또 아닌가봐.”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왜 자꾸 날 긁는거야.
 
 
부처스타일인가. 감정에 변화가 없네?”
 
 
“......”
 
 
, 부처는... 화를 안 내는 건가.”
 
 
여지를 두는 말투다.
말 속의 공백이, 머릿속에 박힌다.
나와 마주친 눈동자가 거슬린다.
대체 어떤 아이일까, 너는.
 
 
음 그럼... 우리 친구의 감정변화를 위해서,
내가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
 
 
, 하는 헛기침 소리와 함께, 얘기를 시작한다는 뜻인지
가벼운 박수 한번을 치고 벽에 기댄다.
 
 
, 내 이름은 알아?”
 
 
아니.”
 
 
? 몰라?”
 
 
“......”
 
 
유민규야, 유민규. 잘 기억 해두고.”
 
 
나를 보며 또박또박 이름을 말한다.
입 꼬리에는 웃음을 머금고,
목소리는 배배 꼬여서 나온다.
 
 
우리 학교에는, 참 대단한 애들이 많아.”
 
 
“......”
 
 
어떤 애는 축구로 대회에서 상도 받고, 또 어떤 애는
노래를 너무 잘해서 오디션도 붙었어.”
 
 
“......”
 
 

 
 
존나 대단하지 않냐?”
 
 
정말 그렇게 생각 하는 건지,
나한테 그렇지 않냐고 물어보는 건지.
당최 정의를 알 수 없는 말이다.
 
 
근데, 그 중에 제일 대단한 애가 누군지 아냐?”
 
 
말투가 바뀌었다.
착한 척 포장하는 것 같던 말투가, 달라졌다.
아마 이게 진짜 목소리겠지.
 
 
날 수 있는 애.”
 
 
“......”
 
 
등에 날개가 나와서,
하늘로 날라 갈 수 있는 애.”
 
 
“......”
 
 
그래. 알고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너를 아는 데, 너도 나를 알겠지.
보자마자, 바로 알아차렸겠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하고 싶은 말? 그냥 궁금해서.”
 
 
“......”
 
 
그래도 악마의 피가 있는데,
악마의 날개가 있는데.”
 
 
“......”
 
 
인간으로 다시 태어 날려고 하는지......”
 
 
그래. 아까 네가 날개의 이름을 꺼낸 것도,
나를 아랫사람 보듯이 대한 것도,
내가 맬리란 걸 알아서였구나.
나의 치부를...... 넌 알고 있구나.
 
 
내가... 이래서 맬리를 싫어해.”
 
 

 
 
“......”
 
 
지들은 착한 줄 알고,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있는 희망을 갖고, 너무 나대.”
 
 
, 많이 봤던 눈이다.
날 하대하며 내려 보는, 아무것도 안 해도
죄 지은 것 마냥 고개를 떨어트리게 하는......
익숙해져서는 안 될 눈이다.
 
 
진짜...”
 
 
“......”
 
 
역겹거든, 너네.”
 
 
맬리는, 태어난 게 잘못 이였고,
살아가는 게 그 벌이였다.
그 벌이 너무나 가혹해, 많은 맬리들은 스스로
그 벌을 그만두었다.
나도... 그만 두려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무섭고, 억울하고, 더 큰 벌 같았다.
 
 
ㅇㅇㅇ, 지가 페이드인 걸 몰라.”
 
 
“......”
 
 
그러니까, 그 병신 같은 짓 그만하라고.”
 
 
“......”
 
 

 
 
이미 충분히 병신 같으니까.”
 
 
날카로운 눈에 잠깐 입이 막힌 듯 했다.
대체, 어디서부터 내가 잘못을 한 걸까.
아버지는 인간인 어머니와 날 낳고, 맬리로 태어난 나는
죽은 듯이 살다가 이제 겨우 세상에 나왔다.
나는, 피해를 준 적이 없다.
근데 왜 나를 경멸하고, 저주 하는 건가.
 
 
내가 나를... 바꾸겠다는 것뿐이야.”
 
 
네가 아니지.”
 
 
“...?”
 
 
넌 할 수 있는 게 없어. 널 바꾸는 건 페이드지.”
 
 
자꾸 그 입에서 페이드가 나온다.
그래, 날 바꾸는 건 페이드다.
그리고 그 페이드를 찾고, 지켜줄 수 있는 건 나다,
너와 같은 악마 로들부터.
 
 
대체 뭐가, 맘에 안 드는거야.”
 
 
그냥, 맬리의 존재 자체가 그런 거지.”
 
 
“......”
 
 
우리 중에서, 너를 반길 악마는 없어.”
 
 
“......”
 
 
악한 생명들 사이에서 홀로 선한 존재가 되려
애쓰는 맬리,
지 등에 달린 악마의 표식을 꺾으려는 그 심보를......
반길 리가 있을까.”
 
 
텅 빈 가슴 한 구석, 찌릿찌릿한 그 느낌에,
순간적으로 눈시울이 빨개질 뻔 했다.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고개를 돌렸다.
눈을 깜빡였다.
우리가 그 심보를 결심하기 까지,
어떤 마음 이였는지, 어떻게 살았었는지는 알까.
 
 
왜 이렇게 늦었어?”
 
 
벽에 붙어있던 등을 떼고 내 뒤를 보는 모습에,
아직 멈춰있던 고개를 돌렸다.
 
 

 
 
“......”
 
 
“......밥 먹으러 가자. 종 치겠다.”
 
 
어 그래. 안 그래도 배 존나 고팠어.”
 
 
유민규가 내 등 뒤로 사라지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제야 숨이 트일 만한 시선이 됐다.
아까 교실에서 봤던 얼굴이다.
저 아이도, 악마일까.
 
 
친구.”
 
 
“......”
 
 
뭐해, 밥 먹으러 가자.”
 
 
육성재. 뭐해, 지금.”
 
 
육성재.
그 아이의 말에 시선을 돌렸다.
저 눈은...... 어떤 눈이지.
 
 
넌 또 애 괴롭히고 있었냐?
거기 친구야. 빨리 가자고, 나 배고프다.”
 
 
“......”
 
 
안 먹어도..”
 
 
빨리 쳐 와. 짜증나게 하지 말고.”
 
 
내 앞으로 와 말하는 유민규를 보고,
뒤에 있는 육성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
 
 
“......그래.”
 
 
나를 꿰뚫어 볼 것 같은 눈이다.
유민규의 눈은 어떤 눈인지, 날 어떻게 보고 있는 지,
조금이라도 보였지만 저 아이는
당최 알 수가 없다.
약간 무서운 느낌이 드는 것도 같다.
 
 
 
*
 
 
ㅇㅇㅇ
 
 
, 오늘 첫 날인데 수고들 했고.
야자나무들은 남아서 야자하고.”
 
 
미친... 진짜 별로......
 
 
! ㅇㅇㅇ, 박서준은 휴게실 청소하게
교무실로 오고.”
 
 
아 미친 진짜 별로.”
 
 
“...뭐 인마?”
 
 
...미친. 나 뭐한겨.
 
 
그렇게 종례가 끝나고, 집에 갈 애들이 가방을 챙기는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다.
아 배고파......
 
 
뭐해? 청소 안가고.”
 
 
꺼져...”
 
 
수정이는 놀러가야지><.”
 
 
조까...”
 
 
힘 없는 내 모습을 놀려대는 정수정에게
손가락 욕을 날리니, 뒤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일진이 보인다.
왜 죄다 날 괴롭히는 애들 뿐이야......
 
 
야 비켜봐.”
 
 
이 싸가지... ㅇㅇㅇ이 더 아깝다!!”
 
 
뭐래.”
 
 
그렇게 수정이가 가고, 청소를 하러 일어난
내 모습을 보며 일진이 말을 건다.
 
 
너 박서준 아냐?”
 
 
.”
 
 
그치? 어떻게 아는 사인데.”
 
 
같은 반. 병신아.”
 
 
“......이 개같은... 그 전에 병신아.”
 
 
아 꺼져. 청소 갈거야.”
 
 
존나 싸가지 밥 말아 먹었네.”
 
 
“...!!”
 
 
날 씹어대는 유민규를 뒤로 하고 걸음을
옮기려던 찰라, 내 앞에 다리를 내미는 유민규 덕에
발이 걸려 넘어져버렸다.
... 무릎이야......
 
 
눈이 장식인가? ㅇㅇㅇ?”
 
 
죽고싶..”
 
 
깐족대는 유민규를 향해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내 앞에 펼쳐진 손에 고개를 들었다.
 
 
일어나.”
 
 
“...... 땡큐...”
 
 
오 초롱이... 손 짱 커...
초롱이의 도움을 받고 일어나니, 유민규가
우릴 아니꼽게 본다.
 
 

 
 
유치하게 뭐하는..”
 
 
, 가자 그냥.”
 
 
초롱이를 보는 유민규의 눈이 예사롭지 않아,
초롱이를 끌고 교실 밖으로 나왔다.
 
 
쟤 건들어서 좋을 거 없어.
우리 청소하러 가자.”
 
 
“......”
 
 
그렇게 교무실로 가 담임을 찾고
함께 휴게실 안으로 들어섰다.
아니 무슨 휴게실이 더러워......?
 
 
선생님들 쉬는 데니까 열심히 하고,
청소도구는 저 뒤에 있다. 다 하면 불러~”
 
 
.”
 
 
예에...”
 
 
, 배고프고 귀찮다.
집 가서 얼른 교복 벗고 싶다.
수면바지 입고 라면 끓여 먹고 싶다.
 
 
초롱이가 가져온 빗자루를 쥐고 바닥을 쓸다가
갑자기 아까 일이 생각나 멈춰 섰다.
걔는 나를 왜 그리 싫어하지?
1학년 초반 때부터 조금씩 사람 괴롭히더만
아주 내가 지 장난감이야, 장난감.
 
 
왜 그래?”
 
 
? , 아니. 그냥 유민규 그 새끼 때문에.”
 
 
“...사이 안 좋아?”
 
 
. 진짜 싫어.
일진놀이에 맛 들렸어, 아주.”
 
 
“......”
 
 
“...아 우리 빨리 끝내고 가자!”
 
 
이렇게 농땡이 부리다간
한참이 지나야 갈 것 같아, 주머니에서 머리끈을 꺼내
머리를 질끈 묶었다.
 
 
빨리 하..”
 
 

 
 
“......”
 
 
.. ?!”
 
 
갑자기 나를 빤히 보며 눈이 똥그래진 초롱이.
뭐야... 왜 저래 무섭게......
 
 
너 어디 봐?!”
 
 
“...... ... 없어......”
 
 
??”
 
 
-
 
초롱이의 손에서 빗자루가 떨어지고,
초롱이의 눈동자 속 나는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다.
 
 
마치, 도화지처럼.
 
 
.
.
.

※만든이 : 비또님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월요일은 잘 보내셨나요?!
ㅇㅇ의 친구는 수정이로 했습니다!
그리고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해요!!
그럼 #4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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