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 개미 [단편] (by. 겨울날)

<작가가 독자님들에게>

요즘 못 왔던 이유가 있어요
시간은 많았지만 이 글 때문이에요
꿈에서 강준님이 나와서 내가 너와 이런
로맨스를 찍었으니 얼른 글로 옮겨라 하셔서..
 
그래서 굉장히 비현실적입니다.
이해해주세요ㅠㅠ 저는 돌 맞아도 할 말이 없습니다.
 
사실 꿈을 마지막이 기억이 안 나서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연애력 제로에도 손을 못 댔네요.. 얼른 쓰겠습니다!
오랜만에 뵙는 독자 여러분들 반갑습니다!
 
아 맞다 요즘 빅톤이 엄청 매력있더라구요 하악하악
이러다가 글 하나 또 생성할지도 하악하악
 
 
 
자취방 개미
개미친 놈
 
 
 
* * *
 
 
 
띠띠띠띠-’
 
 
마음 약한 나는 그리도 못났는지
후배들의 무능력함과 민폐 선배들 때문에
팀 레포트를 혼자 완성하고 피곤한 몸을 뉘였다.
그렇게 카톡으로 다른 과로 
전과한 동기에게 욕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들리는 도어락 소리에 놀라 아래로 내려가니
 
 
!! 물 줘!!”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아는 사이라 같이 크게 된
나보다 5살이나 많은 부랄오빠(친구 아님)
또 어디서 마신건지 술에 떡이 되어 현관에 누워있었다.
, 친구가 알바하는 회사 
남직원들이 그렇게 진상이라더니
과연 내 앞에 있는 개새끼보다 진상이 있을까 싶다.
 
그나저나 이 개새끼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안 그래도 나보다 한참 큰 사람인데 당연히 무겁겠지
 
한숨을 쉬며 개새끼용 페트병을 가져다주니
환하게 미소 짓고서는 벌컥벌컥 마시더니
토기가 올라오는지 화장실로 달려가는 개새끼였다.
 
아무리 집이랑 학교가
 멀다고 해도 자취하는 건 무리였다.
서강준 회사랑 내 자취방이랑 굉장히 가까우니까
게다가 하필 여기가 번화가 쪽에 위치한 탓에
서강준이 다른 회사랑 미팅이 잡혔을 때
꼭 이 근처에서 술을 먹고 오는 게 문제다.
 
분명 오늘도 양복을 입고 온 것으로 보아
내 예상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여자 혼자 사는 방에 참 잘도 온다
 
 
화장실에서 입을 헹구고 나오니까 좀 정신이 드는지
니 말은 절대 듣기 싫다라는 표정으로 나를 째려보다
비틀거리며 거실로 들어가는 서강준이었다.
저걸 확 죽여버릴 수도 없고 정말..
 
그 약속만 아니면 당장 족쳐버릴텐데
 
.. 분해라
 
 

 
 
여자 혼자 사는 집이라 오빠가 맨날 오는거야
그러니까 불 꺼
 
개소리야 진짜
 
 
정말 예전에 그 약속만 아니면 죽여버렸을텐데..
술 마신 다음 날 몸에 무언가의 상처나 흔적이 있으면
절대 치킨 안 사주겠다는 그 약속..
 
 
베개가 딱딱하다
 
예 전하 집에서 가져오시옵소서
 
 
서강준이 가구 디자인 회사 사장만 아니었어도
그리고 그 회사가 잘나가는 회사만 아니었어도
 
 
불 꺼
 
예 전하 평안히 잠드시옵소서
 
 
이렇게 방에 들이는
아니 떠받드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사장인데도 불구하고 평소에는 일터에도 잘 나가지 않고
저 나이에 어린 대학생들이나 꼬시고 말이야
정말 양아치가 따로 없지만 일 할 때는 또 하니까
그리고 그렇게 일 해서 번 돈으로 나에게 치킨을 사주니까
나는 더 더욱 서강준에게 할 말이 없다.
정말 내 개인구역에만 안 쳐들어오면 나쁜 건 아닌데
 
하지만 더한 날도 있었다.
 
 

 
 
안녕~ 오늘은 여자친구 소개해주려고 데려왔어
 
..
 
안녕하세요 하하..”
 
 
남의 집에 여자친구 데려오지 말라고!
욕을 한 바가지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온
 순진한 저 언니가 불쌍해 보였기 때문에
그래서 여자친구라는 언니에게
 잘해주고 정이 좀 들었다 싶을 때
그 언니랑 헤어졌다는 비보를 듣곤 했다.
 
또 그러고 다음 주
 
 
오늘은 여자친구 소개해주려고 데려왔어~”
 
 
똑같은 래파토리가 반복되어 그냥 그러려니 했다.
솔직히 얼굴 잘생겼는데 아끼다 똥 되는 것 보다
차라리 세상 모든 여자와 사겨봐서 안목이 높아진다던가
인생의 쓴맛을 모두 느껴보는 게 좋지 않은가
물론 정든 언니들이 가끔 
그리워질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점
 
근데 요즘에는 어떤 언니랑 정말 잘해보려고 하는지
전 보다는 확실히 날짜를 길게 세고 있다.
 
 

 
 
진짜 너무 예쁘게 자서 죽여버릴 수도 없고
자기 전에 안 보이는 곳이라도 한 번 꼬집고 자야겠다.
쌓인 내 분을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는 마음에
서강준의 손등을 잡는 순간 힘 조절을 
잘못 해서 멍이 들고 말았다.
 
 
어떡하지..”
 
 
근데 술에 얼마나 쩔어 있었으면 세상 모르고 자는건지
분명 아플만도 한데 아무런 반응도 없다.
아 몰라, 대충 변명을 하고 자면 되겠지
 
 
오빠 잘자
 
 
내일은 생각하지 못한 채 복층 계단을 올라가
이불에 폭 누워 눈을 감았다.
 
근데 왜 잠깐 감았다 뜬 느낌인데 벌써 아침인건지
 
 
ㅇㅇㅇ 니가 내 손등 이래놓은거냐?”
 
 
헐 들킴.
 
 
.. 뭐래 오빠가 자다가 부딪힌거면서!”
 
.. 왠지 아프더라
 
.. 뭐만하면 내.. 내가 잘못했지 아주?”
 
 
말을 더듬는데도 어깨를 한 번 끄덕이는 것으로 보아
내가 손등에 멍들게 한 지 모르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서강준은 나름 단순한 새끼같다.
이렇게 더듬거리는 나의 말투도 별로 의심하지 못하고
단 번에 믿고서 넘어가는 것을 보니..
서강준이 정신이 멀쩡하지만 
않으면 내 치킨은 무사하겠군
근데 이 다음 스토리가 왠지 예상이 간다.
분명히 나보고 자기 속 쓰리니까 해장할 것으로
상 얼른 차리라고 나를 식모 취급할 게 뻔하다.
그리고 나는 마지못해 7번 넘어져도 8번 일어난다는
그 회사의 즉석식품 사골에다 밥을 말아주겠지
 
 
나 해장할거야 얼른 밥 차려
 
 
역시나 이건 데자뷰가 분명해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라랄랄라 랄랄랄랄라.. (feat. 블링블링 이즈 종현)
어쩔 수 없이 또 부엌으로 가서 사골 두 개를 꺼내
대충 데워서 파 몇 조각 썰어서 넣고서는
그냥 밥 말아서 서강준에게 건네주었다.
 
 
김치는?”
 
그냥 쳐 먹어 좀!”
 
 
서강준한테 김치 다 뺏길 것만 같아
진짜 눈 색도 오묘한 것이 꼭 서양인 같은데
왜 이렇게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지
 아주 거덜 날 지경이다.
나랑 음식 취향이 같은 게 정말 고역이야..
 
 
사골에는 김치가..”
 
없으니까 그냥 쳐 먹어!”
 
 
그제서야 아무 말 없이 인스턴트 사골 국밥을
입에 넣고서 뜨거운지 계속 호호거리는 서강준이었다.
 
 

 
 
.. 맛있네
 
 
맛이 있겠지 인스턴트니까
 
서강준은 계속 내 자취방에 눌러붙어 있을 생각인건지
밥을 먹고서 잠들었던 쇼파에 다시 누워 이불을 덮었다.
저 자리차지 하는 소파를 왜 안 버리고 있었을까
한 때 소파를 버리려고 했는데 너무 불쌍해서
계속 집에 뒀는데 물건한데 괜한 동정심을 가진 것 같다.
 
혹시나 저 소파가 없으면 서강준이 안 오지 않을까
 
생각해보니까 바닥에서도 자는 사람인데
이불 깔아달라고 할 것 같기에 포기하도록 한다.
 
 
형광등이 고장났네
 
왜 고쳐주게?”
 
그럼 키도 작은 게 니가 고치게?”
 
 
순간 서강준한테 설렐 뻔 했다.
그래도 오래 본 동생이라고 직접 
형광등을 갈아준다고 하니
역시 집에 남자가 한 명 쯤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자리 조금 내주고 서강준을 노비처럼 부릴까?
 
 

 
 
머리로 떨어질지 모르니까 올라가 있어
 
 
나름 걱정 해주는건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오래 봤는데
처음으로 멋있게 보이기까지 했다.
원래 저런 사람이 아닌데 신발장에 아빠가 사둔 형광등을
집어 들고서 의자를 밟고 올라가 간 서강준 손등의 핏줄에
자꾸만 눈길이 가고 튼실한 다리에 자꾸 눈이가고..
아니 내가 외로워서 그런가? 서강준을 남자로 보다니
물론 남자가 맞긴 한데 서강준을 이상하게 보다니
어딘가 한 대를 맞은 기분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뭘 봐 오빠 멋있냐?”
 
“......”
 
 
그럼 그렇지 자기 자랑을 빼먹으면 서강준이 절대 아니지
고개를 몇 번 끄덕이며 서강준이 내려올 때 까지 기다렸다.
근데 저거 의자 안 잡아줘서 넘어지는 거 아니야
생각하는 순간 의자에서 휘청이며 팔로 착지하는 서강준
대체 누굴 보고 위험하다고 한거야?
 
 
.
.
.
 
 

 
 
뺀질이 녀석.. 고작 그거 넘어졌다고 팔에 금이 가
 
.. 삼촌!”
 
 
급하게 병원을 왔는데 금만 갔다는
 말을 듣고 한숨부터 나왔다.
그냥 타박상이지, 아니 부러지면 몰라
금 가면 더 엄살 피우고 내 자취방에 더 눌러 살 게 뻔한데
어떻게 이 상황을 더 좋게 받아들어야 하는지
뼈가 뒤틀리면 안 되기 때문에 붙기 전 까지는
깁스를 하고 다녀야 한다는 말에 
세상의 짐을 얻은 느낌이다.
 
 
들었지? 나 운전도 못해 팔이 이래서
 
불쌍한 ㅇㅇ 괴롭히지 말고 알아서 해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이웃집 살던 정형외과 선생님
지금은 당연히 가정을 꾸리셨지만 그 당시엔 미혼이라서
어렸던 나와 오빠는 삼촌거리며 잘 따라다녔다.
 
 
맞아 괴롭히지 말래
 
내가 뭘 괴롭혀 치킨 사준건 생각 안하냐?”
 
맞아 삼촌, 오빠가 나 하나도 안 괴롭혀
 
 
이런 자본주의에 무릎 꿇은 비열한 인간
그게 나라는 사실이 정말로 밉고 또 밉다.
그래도 이렇게 말했는데 혹시 다시 돌아가게 되면
치킨을 사주지 않을까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니
단호하게 째려보더니 고개를 도리질 하는 서강준이었다.
아니 내가 눈빛으로 뭘 말한 줄 알고 
벌써부터 도리질 하는거지?
 
 

 
 
그렇게 쳐다보지마 개 못생겼어 진짜
그리고 뭘 원하든 다 안 돼 생각 접어
 
 
친오빠 못지않은 개새끼다. 이건
아니 친오빠 같은 존재 없어도 되는데
남인 서강준이 친오빠 체험 시켜준다고 난리이니..
 
 

 
 
내가 틀린 말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진짜 죽여버리면 안돼요?
 
 
 
* * *
 
 
 
서강준은 팔이 아파서 집까지 못 가겠다며
내 자취방이랑 회사가 가까우니 한동안 여기서 살겠다고
우리 엄마아빠한테 허락까지 받고서는 눌러 붙었다.
분명히 주인인 내 허락은 안 받은 것 같은데
(실질적 주인은 엄마 아빠다. 보증금 월세..)
이불까지 사와서는 내 옆에 누워있는 것으로 보아
곧 살인사건이 하나 일어날 것 같다.
그리고 그 사건의 범인으로
내가 지목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피해자는 내 옆에 누워있는 서강준
 
 
오빠가 너 건들거나 그러는 거 아닌 거 알지?
오해는 하지 말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니까
 
너는 좀 입을 열지 마 듣기만 해도 끔찍하니까
한 번만 더 헛소리 하면 연장 들고
그 예쁜 입술을 천장에 박아버릴거야
 
얼굴만큼 못난 입이다 정말
 
팬티만 입고 쫓겨날래?”
 
 
아무래도 실질적인 주인은 나라서 그런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핸드폰만 만지는 서강준
어두운데 핸드폰에 비친 옆선이 조각 같아
쳐다보는데 얼핏 보이는 
핸드폰 화면이 요기배달통의민족이다.
갑자기 심장이 쿵 저 멀리 아래에 내려앉는 듯
내가 너무 심한 말을 하지 않았나 싶어
몸을 굴러 서강준을 꼭 안고서 
평소 없는 애교를 장전했다.
지금으로써는 이게 최선의 방법인 것 같았다.
으 역겹지만 말이다.
 
 

 
 
뭐하냐
 
 
정말 자존심 상하고 미쳐버릴 것 같지만
정말 사랑하는 나의 치킨씨를 위해
꾹 참아야만 한다.
 
 
오빵! 생가캐보니까 ㅇㅇ가 잘못한 고 가타여
 
“......”
 
평생 ㅇㅇ방에소 사라두 대여!”
 
 
굉장히 썩은 표정으로 날 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방법은 굉장히 잘못 됐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떡하지 그냥 다시 굴러가서 잠이라도 자야하나
눈알만 굴리고 있을 때 확 덮치는 서강준
씨발, 이게 무슨 상황이야!
 
 
진짜 평생 살아도 되냐
 
.. 주여
 
니가 한 말이야 말 바꾸기 없다
 
.. 치킨만 주신다면
 
오케이
 
 
미친 듯이 뛰고 있는 내 심장아 제발 나대지마!
서강준은 왜 쓸데없이 잘생겨서 말이야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간다
 
 

 
 
나 진짜 외로워서 그런가?
서강준은 원래 잘생겼는데 뭔가 더 빛이 나는 것 같아
 
 
지랄이야...”
 
 
서강준은 다시 누워서 핸드폰을 하기 시작했고
왜 깁스한 손으로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였지만
그 상태로 서강준 옆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니
아까 날 내려다 보는 모습이 자꾸만 머릿속으로 그려져서
허공에다 손을 몇 번 휘저었다.
 
 

 
 
푸하.. 쫄았냐
 
 
, 저는 쫄았던 게 맞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자한테 처음으로
덮침을 당해봤거든요 한심하죠?
근데 그 첫 남자가 서강준이라니 굉장히 자괴감 들고
어느 한편에서는 기분이 이상하긴 한데
 
 
치킨.. 치킨 시킨거 맞지?”
 
 

 
 
당연하지
 
 
더 이상한건 말이다. 서강준 뒤에서 빛이 난다는 것
지금 애기 때부터 봐왔던 오빠한테 반한거야?
미쳤나봐 ㅇㅇㅇ 정신 차려 저 사람은 서강준이야
제발 심장아 나대지마 내 영혼은 그만하라고 하는데
계속 몸이 말을 안 듣고 
제 멋대로 볼이 뜨거워지고 난리다.
 
 
미쳤나봐 정말!
 
 
 
.
 
.
 
.
 
 
 
오빠 내가 나름 생각해봤는데
오빠가 여기서 사는 건 안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왜 뭐가 문제야, 부모님 허락하셨지
나 키 크지 잘생겼지 몸매 좋지 착하지
 
 
응 개새끼야 제발 닥쳐줘
꼭 말끝마다 지 자랑이야 정말
 
솔직히 키 크고 잘생기고 
몸매 좋은 건 인정하는 부분이다.
 
근데 착하지는 정말 양심 없는 발언이 아닌가
 
 
아니 나는 청소 한 주에 한 번에 몰아서 해
그리고 빨래는 건조대에 대충 널어서 말리면 입고
또 빨래해서 널어놓고 정리도 안 해
 
괜찮아 내가 하는 거 아니니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서강준아
아무리 지금 치킨을 사줬다고 해도
애기 때부터 쭉 오래 봤던 오빠라고 해도
남자랑 여자랑 같이 산다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얘기인가
 
게다가 오늘처럼 남자로 보일 때가 분명히 있을거고
나만 그렇게 보는 일이지만 씻을 때도 불편할테고
아래층 바닥에는 보일러가 안 들어와서
복층까지 올라와서 같이 자야하는데 불편하고
 
 
오빠 여자친구 데려오는 것도 엄청 별로야
불편해 모르는 사람 데려오는 거
 
 

 
 
지금 여자친구 없어!!”
 
 
그 말에 왜 안심이 되는 건지
아니 그 예쁜 언니랑 오래가고 있었는데 헤어진건가
왠지 그 언니 요즘엔 안 보인다 했더니
잘 해보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무소식이었네
아니 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건지
정말로 드디어 내가 미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내가 진짜 외롭긴 한가보다.
서강준이 남자로 보이다니 진짜 말도 안 돼
예전에는 닭다리를 뜯는
 모습도 그리 추접할 수가 없었는데
지금 다시 보니까 조각상이 치킨을 먹는 느낌
아니 설명은 이렇게 하지만 말로 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 든다. 나는 미친 게 분명하다!
 
 
오빠 팔이 이렇게나 아픈데
 
그건 오빠가 넘어진거고
 
지금 치킨이 니 앞에 있는 이유 알지?”
 
안 먹어! 이제 다이어트 할거야
 
 
치킨을 잃는다는 건 내 전부를 
잃는 것과 같다는 걸 알지만
아무래도 서강준을 포기하고 치킨을 버리는게
뭔가 말이 이상하긴 하지만
 
 
뭐 때문에 그러는건데.
오빠 봐, 늦바람이라도 들은거야?
이상하다. 생리는 다다음주 아닌가?“
 
왜 내 생리 예정일도 알고 있는데?”
 
“... 그러게?”
 
 
당황한 듯 이리저리 눈을 굴리는 서강준
이렇게 사생활이 없으니까 문제야
서강준이 남자로 보이는 게 짜증난 것 보다
이렇게 내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게 더 짜증나
혹시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도 아는 게 아닐까
 
 

 
 
오빠가 너만 두고 가기 불안해서 그래
 
회사 가까우니까 귀찮아서 그런거잖아
 
아니야 요즘 세상이 얼마나 흉흉한데
이 근처에 속옷도둑 있다는 소문도 돌더라
 
회식하면 여기서 자려고 그런거잖아
 
 
찔렸는지 아무튼!’ 이러고 내가 다 먹어치워버린
치킨의 뼈를 대충 비닐봉지에 담고서는
몸소 치워주는 오빠의 행동이 굉장히 아부스럽다.
 
.. 일단은 들킨 것 같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팔을 다쳤으니까 딱 오늘만
오늘만 있게 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
나는 정말 마음이 약한 인간이다.
 
 
오늘은 팔도 다쳤고 하니까.. 오늘만!”
 
 
서강준은 차도 있으면서 귀차니즘이 얼마나 심한지
운전하는 자체가 귀찮다며 버스를 타고 다닌다.
분명 본인을 바라보는 여자들의
시선을 강렬하게 느끼고 싶어서 그러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사람이니 내가 천 번 이해를 할 수 밖에
 
 
얼른 양치하고 와
 
내가 애야?”
 
그럼 애지 오빠가 치카치카 시켜줄까?”
 
됐어!”
 
 
먼저 화장실에서 씻고 와서 뽀송한 얼굴로
내 화장대에 있는 수분크림을 열고 바르는 서강준
그거 친구한테 생일 선물로 받은건데
쒸익쒸익- 치킨 사준 탓에 차마 화를 내지는 못하고
그냥 한숨을 내쉬면서 화장실로 들어가서
양치와 세수를 완료하고 수건을 목에 걸고서 나왔다.
 
 
올라올 때 불 꺼
 
 

 
 
위에서 날 내려다보는 저 재수없는 표정
아까까지 계속 보이던 빛이 사라진 것 같다.
이래야 정상이지 수건을 위로 던져 난간에 걸치고서
아래층 불을 끄고 위로 올라갔다.
너무 편안한 자세로 내 잠자리 옆에서
오른쪽 발로 왼쪽 종아리를 긁는 서강준
 
내가 진짜 미친게 분명했던 것이다.
어찌 저런 사람이 남자로 보였던 걸까
얼굴만 멀쩡하면 다냐?
 
 
잘 자 울 애기
 
 
졸음이 가득해 보이는 서강준의 눈
진짜 내일 출근하고 절대 못 들어오게 할 거야
 
 
잘 자던가!”
 
 
나도 베개를 꼭 끌어안고 자리에 몸을 뉘였다.
옆에서 숨소리가 들리니 잠에 집중이 안 되는 것 같아
고개를 들어 옆을 보니 다시 가슴이 두근거렸다.
 
 
진짜 잘 자네
 
 
그냥 술 마셨을 때처럼 소파에서 자라고 할 걸 그랬나
옆에서 자니까 괜히 신경쓰이고 잠도 안 오고
 
 
오빠 그만 보고 자지?”
 
 

 
 
미쳤다. 나는 단단히 미쳤다.
서강준을 좋아하게 된 게 틀림없었다.
정말 단단히 미친 게 틀림없다.
 
 
 
* * *
 
 
 
그 날 이후로 서강준의 눈을 절대로 볼 수 없었다.
그냥 눈을 보면 마음 속 에서 울컥거리는
무언가가 터져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
서강준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진짜 오지 말라는 나의 말에 찾아오지 않았다.
존잘 떡실신남이런 영상이 안 올라오는 걸 보니
술을 마셔도 곱게 마시고 집에 가는 것 같았다.
 
내 마음에 대한 투정 때문에
보고 싶다는 문자나 전화도 하지 못했다.
서강준에게 반해버린 것이 진 느낌이 들어
쓸데없는 자존심이 나온 탓도 있다.
이렇게 안 보다 보면 언젠가 예전처럼 돌아가겠지
친남매 같은 서강준과 ㅇㅇㅇ로 돌아가길 빌면서
반했던 그 순간이 다 잊혀 질 때 까지
마냥 기다리기를 선택했다.
 
그리고 잔소리 할 사람이 없는 이때를 노려서
학교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오거나
친한 동기들을 만나서 밤새 
술을 마시고 들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또 비밀번호를 치고 맘대로 들어올까
늦게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있을 적에는
괜히 기다리게 되고 연락이 
전혀 안 돼 소식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동기와 같이 술을 마시고 잠깐 쉴 겸
내 방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 순간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자꾸만 떨리는 마음에 손톱을 깨물었다.
 
 
누구야?”
 
서강준일거야 으... 취한다
 
 

 
 
조금 과하게 마셔 어지러움을 호소하던 차
문이 열렸고,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얼굴이 하얀 것을 보니 술김에 온 건 아닌 것 같다,
근데 오늘은 내가 취한 것 같네 이상하다?
 
 
너 누구야
 
..”
 
 
빠르게 달려와서는 동기의 멱살을 잡는 서강준
순간 잊고 있었다. 같이 술을 마신
 동기의 성별이 남자라는 것을
누가 봐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상황이란걸 알고 있기에
설명을 하려고 앞으로 걸어가니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이질 않아 바닥과 뽀뽀를 하고 말았다.
말려야 하는데 자꾸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뭡니까?”
 
어디서 남자새끼가 여자 방에 막 들어와?”
 
 
내가 자꾸 일어나질 못하고 
힘을 주는데 넘어지고 있으니
잡았던 동기의 멱살을 놓고서 
내 앞으로 달려오는 서강준
동기한테 정말로 미안하다, 어떻게 사과해야 하지
동기도 어이가 없는 듯이 옷을 몇 번 툭툭 털더니
집 밖으로 나가버렸다. 미안하다 친구야!
 
 

 
 
애가 이렇게나 갓 태어난 기린 같은 애가 아닌데..
혹시 쟤가 나쁜 짓 한거야?
정신 차려봐 ㅇㅇ, ㅇㅇㅇ!“
 
 
지금 서강준 우는 거 맞지?
무슨 생각하고 있길래 나를 잡고 울고있는건지
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말을 듣지를 않는다.
.. 이제부터 술 과하게 마시면 안 될 것 같다.
이건 마치 유체이탈한 시체가 된 느낌이잖아?
 
 
..! !!!”
 
“......”
 
 
그래도 조금 제어가 되는 것 같아
있는 힘껏 물을 외쳤더니 내가 취한 상태인걸 알았는지
옷소매로 눈물을 닦고 나를 내동댕이 치고서는
거친 숨소리로 냉장고에서 본인전용 물을 챙겨온다.
 
 
아니야!! 아니야!!!”
 
 
서강준이 만취 상태로 
입 벌리고 마셔서 입에 한 번 들어갔다가
다 마셨다고 내릴 때 입에 있던
 액체가 진하게 섞인 물인데..
저걸 버리지 않고 있었던 과거의 내 자신이 미웠다.
내 옆으로 와서는 그 물을 내 입에 손수 따라주는 서강준
술기운 때문에 고개를 돌려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받아 마시고 말았다.
으 이상해 술 맛 나는 것 같아...
 
 
켁켁..”
 
오빠 없다고 아주 떡실신을 했구나
 
이 물 아닌데..”
 
 
아직도 힘이 들어가질 않아 축 쳐져 있으니
내 팔을 자신의 목에 감싸고서는 다리까지 받쳐
공주님 안는 자세로 일어난다.
그거 쉽지가 않을 텐데 내가 요즘 얼마나 무거운지
나한테 치킨으로 뜯긴 통장을 보면 격하게 느낄 텐데
아직도 옛날 신장 127cm 이였던 
9살의 어린이로 보는 걸까?
 
 
이러고 계단 올라갈 수 있어?”
 
물마시니까 정신이 좀 돌아오나봐?”
 
오빠
 
 
돌아오긴, 내 정신이 제 정신이 아니라서
머리가 아닌 몸이 술김에 나름 마음 표현한답시고
오빠의 볼에 짧게 입술을 데었다 떨어졌다.
몸아 그만해! 대체 어떤 욕을 먹으려고 이러는거야!!
서강준은 조금 놀랐는지 내 다리를 내려 세워놓고서는
손으로 내 입술이 닿았던 자신의 볼을 한 번 만지더니
빡친 듯 날 들어서 던지려는지 허리를 확 감쌌다.
 
난 죽었다. 잘 있어라 이 세상아..
 
만약 여기서 살아남으면
절대 알콜이랑 다시는 안 볼 거라는
다짐을 마음속에 꼼꼼히 새긴 채
눈을 질끈 감았다.
 
 
이 미친년이
 
 
난 진짜로 죽었다!
 
 
 

 
 
?
 
원래 술 마시면 환각 증세도 있는 건가?
분명히 던져져서 바닥과 키스를 해야 정상인데
눈을 뜨니 서강준과 키스를 하고 있는 이 상황이란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싶어서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 뜨니 여전히 서강준의 감은 눈이
가까이 보이는 이 현실이 끔찍했다.
 
 
잠깐만
 
 
너 미쳤어?”
 
이게 오빠한테 너라니
 
 
한두 번 그러나, 그것보다 아무렇지 않은
서강준의 반응에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아니 요 근래에 아무리 내가 미쳤다고 했지만
서강준도 미쳤다고 키스를 해? 쌍으로 미친건가
이거 꿈 맞지? 꿈이라고 해줘 제발
 
풀리는 몸에 손을 들어 내 뺨을 미친 듯이 세게 때리니
밀려오는 아픔은 이게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 아무리 싫어도 볼을 때리냐?”
 
 
그냥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서
그냥 그런 것 뿐 인데 진짜 너무 안 믿겨서
엄청 세게 쳤을 뿐 인데 서강준은 내게 정색을 하고 있다.
그니까 정리하자면 서강준은 미친 게 틀림없고
이건 실제상황이고 나는 방금 키스를 한 게 맞고
근데 그 키스를 서강준이랑 한 거라고?
 
 
아니이.. 싫은 게 아니라..”
 
닥쳐, 그럼 좋은 거야
 
 
뭐야 이 강압적인 멘트는?
그 말을 끝으로 서강준과의 입술박치기는 다시 시작되었고
정신이 혼미해질 때 까지 기를 쪽쪽 빨리던 나는
어느 순간 기억이 끊겨 잠들어 버렸다.
 
 
 
.
 
.
 
.
 
 
 
눈을 뜨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굳이 베개를 저 멀리 치워놓고 내 팔을 베고 자는
서강준의 머리가 무거워 팔을 슬며시 뺐다.
 
 
으음..”
 
 
정상적인 옷차림과 지워지지 않은 화장을 보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잠든 것 같은데
부어있는 입술과 옆에 있는 서강준이
어제의 상황은 사실이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왠지 생생하다더니 볼까지 부어있네
 
실핏줄이 터졌나..
 
엄청나게 무겁게 느껴지는 몸을 일으킨 후에
밀려오는 토기는 나를 괴롭게 만들었다.
으 그렇게 많이 안 마신 것 같은데
이렇게 심한 숙취가 있을 줄이야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과 함께
밀려오는 입의 음식물쓰레기 냄새..
양치도 안하고 잔건지 이상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울 애기 일어났어?”
 
 
이런 대단한 미친놈을 봤나
아침부터 어떤 약을 한 사발 잡수셨는지
내 볼을 쓰다듬으면서 울 애기 이 지랄을 하는 탓에
내 손발은 일그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까, 아 그것보다 내 입에서 나는
똥내를 서강준에게 들키지 않으려 숨을 꾹 참아야만 했다.
코로 숨 쉬어도 이렇게 가까우면 코로 통해
입 냄새가 다 전해지니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직 대답 안 해줬어
 
“......”
 
왜 어제 남자랑 둘이 있었을까?”
 
 
그러고 보니 어렴풋이 나는 기억 속에 서강준의 집요한
동기와 왜 단 둘이 있었냐 라는 질문이 있었다.
그것보다 숨 좀 쉬게 해주지 나 죽겠다.
 
 
빨리 말 해
 
 
숨을 쉬긴 쉬어야겠고 어쩔 수 없이
팔을 들어 서강준의 높은 코를 집게처럼 집어
막고서는 숨을 한두 번 크게 쉬고서는
다시 숨을 참고서는 코를 잡은 손을 놓았다.
 
 
오빠가 묻잖아?”
 
으으으음!”
 
 
나름 억양으로라도 말 못해! 라고 표현하는데
나만 알아듣지 서강준이 알아들을 리 있나
 
 
모닝 뽀뽀라도 해볼까?”
 
 
저기요 님, 그러면 님만 손해일텐데요
 
그러든 말든 입을 쭉 내밀면서 다가오는 서강준에게
거친 숨을 팍 내쉬어주고 싶었지만
그래도 코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에 숨을 꾹 참고서
손으로 다가오는 서강준의 입을 앞으로 밀었다.
그럼 뭐해, 숨을 못 쉬는데..
아직도 불안한 탓에 서강준의 코를 막고서는
 
 
꺼져!”
 
 
의도치 않은 말을 내뱉고서 화장실로 뛰어갔다.
으 뛰니까 더 토 나올 것 같아
얼른 입 냄새를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에
칫솔을 들고 치약을 잔뜩 짠 후에
폭풍적인 양치와 완벽한 가글까지 하고서는
밖으로 나오니까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서강준
 
 

 
 
꺼져라니 말 참 예쁘게 한다 그치?”
 
.. 입냄새 나서 그렇거든?”
 
언제부터 오빠 좋아했어?”
 
 
젠장, 대체 필름 끊기고 어떤 말을 뱉은건지
 
술에 취하면 나타나는 내 자아가 정말로 미웠다.
으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았던 내 마음인데
왠지 몸이 맘대로 움직이지 않더라니..
쪽팔려서 문을 닫으려고 하니 계속 힘을 주어
막는 서강준이었다.
 
신이시여 왜 여자보다 남자가 더
힘이 세도록 만들어 주신건가요?
남녀는 평등하다면서 전혀 평등하지 않잖아!
 
 
나 오빠가 너무 좋아
 
 
알콜 쓰레기야 왜 그런 말을 뱉어서는!
 
 
나는 니가 잔뜩 취해서 남자애랑 있길래
피가 거꾸로 솟아서 못 참겠던데
 
그랬어?”
 
그래서 오빠한테 할 말 없어?”
 
 
제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먼저 좋아한 것도 죄고, 술을 많이 마신게 죄고
게다가 제일 친한 동기가 남자인 것도 죄인데요
 
 
없어? 없다고?”
 
“......”
 
와 나..”
 
 
머리를 붙잡고 천장을 보는 모습에 급 쫄아버렸다.
어떡하지.. 어떻게든 할 말이라도 짜내야 할까
아니면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해야 할까
반성문을 쓴다고 해야 할까 싶었는데
앞으로 성큼 걸어와서 내 손을 잡아버리는 탓에
안 그래도 두근거리는 심장이 터져버릴 뻔 했다.
 
 

 
 
오빠랑 연애하자

.
.
.

※만든이 : 겨울날님

글쓰기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