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세 [번외] (by. 몽글구름)

<작가가 독자님들에게> 
 
안녕하세요, 작가 몽글구름인사드립니다.
우선 오늘의 운세를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글임에도 많은 칭찬을 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둥글둥글한 표현으로 부족한 부분을
 집어주신 분들께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정말 초보 작가라 부족한 부분을 고치고
 보완해 나가야하는 상황인지라ㅠㅠ)
그리고 번외를 요청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부족한 실력으로나마, 번외 편을 들고 왔습니다.
본편에서 몇 년이 지난 후를 배경으로 썼으니,
그냥 가볍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잡담이 너무 길었네요.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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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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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번외)
 
 
해가 부끄러운지 구름사이로 숨었지만
본질은 가릴 수 없는지,
 

 
구름사이를 뚫고 햇살이 기분 좋을 만큼 
쏟아져 나오는 날이었다.
 

 
오늘은 날이 좋네요?”
 
 
그러게. 며칠 뿌연 공기가 시야를 흐려서,
순찰하기도 힘들었는데 말이야.”
 
 
햇볕을 쬐고 나니 기분이 좋아져,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불렀다.
 
 
날은 좋은데, 목이 마르네.
자네는 괜찮나?”
 

 
그럼 날 좋은 기념으로,
시원한 아메리카노 어떠세요?”
 
 
후배가 사준다면야,
난 절대 사양은 않지.”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당겨,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 짠돌이새끼,
진짜 딱 한 대만 때려봤으면 좋겠네.
 
 
.
.
.
 
 
커피를 주문하러 근처 카페에 들렸는데,
거기서 마주치고 싶은 않은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아오착하게 좀 살아보겠다는데,
왜 이렇게 다들 날 안도와주냐.”
 
 
고개를 숙여 화를 꾹꾹- 눌러가며, 작게 중얼거렸다.
다시 고개를 들며, 인상을 팍- 쓰고 그쪽을 바라봤다.
이종석도 이 상황이 불쾌한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맞은편에 앉아있던 여자와
카페 문을 밀고 나갔다.
 
 
같이 있던 여자는, 여자 친구인가?
근데, 예쁘게 생겼네?
 
 
그때 속에서 무언가 끓어올라왔다.
빚졌던 걸 갚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끓었다.
그와 그의 여자 사이를 방해해,
예전에 내가 당한 수모를 되갚아주고 싶었다.
 
 
 
*
 
 
 
가로등이 나간 거리를 서성이고 있었다.
이쯤이면 올 때가 된 거 같은데.
괜스레 초조해진 마음에 담배를 입에 물었을 때였다.
때마침 가로등이 나간 골목길로 그 여자가 접어들었다.
그래, 지금이다!
 
 
, 실례가 안 된다면
집까지 귀가를 도와드리고 싶은데.”
 
 
그녀는 등 뒤에서 들린 남자 목소리에 놀랐는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 나를 쳐다봤다.
 
 
지금 순찰 중이었는데,
여기 가로등이 나갔더라고요.
여자분 혼자 걸어가기에는 좀 위험할 것 같아서.”
 
 
그녀도 꺼진 골목길을 한번 쳐다보더니,
무서웠던 것인지 고개를 끄덕여
나와 함께 그 골목길을 걸어갔다.
 
 
 
그녀가 집 근처에 도착하자,
걷던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게 제 일인걸요.”
 
 
굉장히 직업정신이 투철하신 것 같아요.
이렇게 세심하게 신경써주시고,
거기다가 친절하시기까지.”
 
 
내일도 이쯤에 퇴근하시면,
데려다드릴까요?”
 
 
깜짝 놀란 듯 손사래를 치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아니에요,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굳이 그래야합니다!
내일 이 시간쯤, 아까 그 골목에서 뵈어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조심히 들어가요-란 말을 남기고
그녀에게서 서서히 멀어져갔다.
그녀를 가까운데서 마주하고 나서 든 생각이,
그녀는 생각보다 훨씬 더 예쁜 여자였다.
 
 
.
.
.
 
 
구두로 한 약속을 이행하듯,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난 그녀를 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오늘도 조심히 들어가요.”
 
 
처음엔 빈말인줄 알았는데.
진짜 며칠 동안 데려다 주시고,
감사합니다.”
 

 
내일이면 여기 가로등 공사가 마무리 된다네요?
그래서 말인데, 번호 좀 주실래요?”
 
 
머뭇거리던 그녀에게 쐐기를 박듯,
 

 
그쪽에게 관심 있거든요.”
 
 
당당히 나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녀에게 접근한 의도가 며칠사이 전혀 뒤바뀐 지금,
방금했던 말은 나의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그녀는 수줍게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고
난 재빠르고도 정확하게 내 번호를 눌러
 통화버튼까지 눌렀다.
그녀에게 핸드폰을 되돌려줄 땐,
난 행복과 기쁨이 뒤섞인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
 
 
 
봄이 살랑 꼬리를 흔들듯,
파출소 안으로 바람이 들어왔다.
따스함이 담긴 바람이 머리칼을 흔들고 지나갈 때,
그녀가 생각났다. , 엄청나게 보고 싶네.
괜한 마음에 핸드폰을 들여다보았지만
일이 얼마나 바쁜 건지, 답장이 오질 않았다.
속상한 마음에 몸이 축 늘어져 있는데,
곧이어 울리는 굵직한 진동소리는,
나를 움직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내일 시간 괜찮으세요?
고마움의 의미로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은데.
 
 
속상한 마음은 스르륵- 녹아내린 건지,
입술은 벌써부터 예쁜 호선을 그리기 바빴다.
 

 
-시간이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나올 테니,
수지씨 시간 괜찮을 때 연락주세요.
 
 
-그럼 제가 내일 먼저 연락드릴게요.
 
 
-그래요, 내일 봅시다.
 
 
- 내일 만나기 전까지,
시간은 하염없이 더디게 흘러가겠구나.
빨리 내일이 오기를 바라며,
남은 업무를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
.
.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이른 아침부터 옷장 문을 활짝 열어놓고,
내게 어울리는 옷을 고르기 위해
혼자만의 패션쇼가 펼쳐졌다.
 

 
, 이 옷은 너무 평범해 보이는데?
 

 
, 이 옷은 사람이 너무 가벼워 보이는데?
 
, 이 옷은 마음에 안 들어. 하아.
 
미리 새 옷을 사둘걸 그랬나?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정작 1시간 반의 패션쇼를 열었던 결과,
가장 무난한 검정색 정장으로 골라 입었다.
 

 
넥타이 색은 어떤 게 어울리지?
무늬는?
 
아마, 넥타이 하나 고르는 것도
꽤나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깜깜한 밤하늘이 열린 시간, 상풀 레스토랑.
 
먼저 도착해 자리에 앉아,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
심장이 두근두근- 요란한 소리를 냈고
그로 인해 생긴 미세한 떨림은 고스란히
 내가 떠안고 있었다.
 
으아- 되게 긴장되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있는데,
저 멀리서 그녀가 들어오고 있었다.
난 손을 들어, 반가움을 표시했다.
 
 
여기요!”
 
 
늦어서 죄송해요,
일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그녀는 자리에 앉으면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는데,
그 모습이 또 어찌나 예쁘던지,
심장이 더욱 격렬하게 요동쳐댔다.
 

 
아니에요, 저도 방금 도착했는걸요.”
 
 
사실 30분전부터 와서 기다렸다는 건,
나만 아는 이야기로 남기기로 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수지씨는 왜 기자가 되기로 한 거예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며 천천히 식사를 시작했다.
 
 
세상에 알리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서-랄까요? 우빈씨는요?”
 

 
, 제가 원하지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경찰이 되어있더라고요.”
 
 
경찰이 꿈이 아니었어요?
그럼 왜?”
 
 
사실 아버지가 밀어붙인 거라서,
그런데 그때는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 그렇구나.
그래도 경찰을 떠올리면,
그 이미지가 용감하고 정의롭고 좋지 않나요?
전 직업의 이미지도,
꽤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
이미지는 그렇죠.”
 
 
몇 년 전의 일이 머릿속에 살짝 스쳐가자,
쓴 웃음이 새어 나왔다.
 
 
.
.
.
 
 
 
식사 다 하신 거죠?”
 

 
, 덕분에 잘 먹었어요.
수지씨 커피 한잔 하실래요?
커피는 제가 살게요.”
 
 
상풀 레스토랑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각자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우리는 못 다한 이야기를 마저 나누고 있었다.
 

 
이런 멘트는 좀 뻔하게 들리겠지만,
수지씨는굉장히 알고 싶은 사람이에요.
, 뭐랄까, 풍겨지는 느낌에서 
동질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게 느껴지거든요.”
 
 
작업멘트는 아니었다.
다만,
 

 
저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데요?”
 

 
잘은 모르겠지만
슬픔이, 많아 보여요.”
 
 
어떠한 아픈 상처를 부단히 숨기려 했던 게,
내 눈에 보였을 뿐이다.
 
그녀는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를 똑바로 응시했고,
 
 
그런가요?
아예 틀린 말은 아니네요.”
 
 
곧이어 옅은 쓴 웃음이 흘러나왔다.
 
 
조금 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카페를 빠져나왔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결국 그녀의 집 앞까지 도착했다.
 
 
커피 잘 먹었어요, 데려다 주셔서 감사하고요.
그리고조심히 가세요.”
 
 
, 수지씨.”
 
 
들어가려는 그녀를 붙잡았다.
조용했던 공기가 한층 더 내려앉아,
정적만이 맴돌았다.
 
 
갑자기 이런 말 좀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긴장감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진지하게 만나볼래요?”
 
 
가라앉은 공기 사이로, 그녀는
 
 
죄송해요,
아직 서로를 모르는 게 더, 많잖아요.”
 
 
정중히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그 순간, 얼핏 그녀의 진짜 미소를 본 것 같았다.
어찌나 미소가 예쁘던지,
거절당한 창피함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
 
 
 
휴무인 오늘, 아침 일찍부터 눈이 떠졌다.
왜 꼭 쉬는 날은 일찍 눈이 떠지는 건가-란 생각을 하다,
문득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왜 이제야 고백 후, 거절당한 쪽팔림이 
느껴지는 것일까.
 

 
- 진짜 쪽팔려 미치겠네!”
 
 
누운 채 연신 침대에서
이불 킥을 날려댔다.
 
 
그래, 내가 너무 성급했다, 성급했어!
이 멍청아, 거기서아휴!”
 
 
머리를 몇 대 쥐어박고
베개 속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그 와중에 어제 그녀의 예쁜 미소는
왜 자꾸 떠오르는 건지.
김우빈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얼마 후, 굵직한 진동소리가 쉬지 않고 울려댔다.
누군지 확인하자,
떠있는 이름 세 글자에
인상이 팍- 구겨져버렸다.
 
 
, 아버지.”
 
 
-오늘 저녁에 가족 모임 있다.
장소랑 시간은 찍어서 보낼 테니, 참석해라.
 
 
자신의 할 말만하고 뚝- 끊겨버린 전화.
5초만의 끝난 대화,
속으로부터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
.
.
 
 
가기 싫은 마음을 애써 지워버리고
문자로 날라 온 장소 앞에 도착했다.
- 긴 한숨을 내뱉고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 기분과 전혀 다르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고,
기분 좋은 얼굴로 식사를 하는 
다른 테이블들이 눈에 들어왔다.
 
부모님이 앉아 계시는 테이블에 의자를 빼내어 앉았다.
 
 
저 왔어요.”
 
 
, 그래-.
우리 첫째는 오늘 어째 늦는가?”
 
 
일이 늦게 끝났대요,
거의 다 왔다네요.”
 
 
형이 오기 전까지,
한창동안 침묵 속 무거운 공기는
나를 더욱 세 게 짓누르고 있었다.
 
 
늦어서 죄송해요.”
 
 
그럴 수도 있지.
- 이제 먹자구나.”
 
 
요새 일이 많이 바쁘니?
얼굴이 많이 야위었구나.”
 
 
형이 도착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내가 없어도 이 분위기는 절대 깨지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 눈에는 적어도 행복하고 
단란한 가족처럼 보일 것이다.
 
 
예전부터 그랬다.
부모님은 말 잘 듣는 형을 더 사랑했고,
심성이 착하다고 형을 더 예뻐했으며,
공부를 잘한다고 형에게 모든 관심을 쏟아 부었다.
 
어렸을 때 참 형을 많이 미워하고 
질투하기도 했었는데.
그래서였을까,
어릴 적 난 내 손에 들어온 것이면
그 어떤 것도 뺏기기 싫어했었다.
 
 
우빈이 너는 일 잘하고 있는 게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지,
내가 어떻게 거기에 너를 꽂아 넣어준 건데.”
 
 
…….”
 
 
하여간 그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이렇게 바깥세상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에 감사해라!”
 
 
여보- 지난 이야기는 왜 꺼내고 그래요.
얼른 드세요.”
 
 
몇 년 전, 술에 취해 저지른 실수지만
용납 할 수없는 살인을 저질렀다.
그때, 경찰청장이었던 아버지는 증거인멸을 도왔고,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 사건의 뒷수습을 해주셨다.
 
숨이 턱턱 막히는 공기가 나를 에워싸자,
난 더 이상 앉아있기 불편함을 느꼈다.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결국 식사도중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고,
터털터털- 힘 빠진 내 발걸음은
근처 포장마차로 향했다.
안주 하나를 시켜놓고 소주를 입속에 털어 넣었다.
 
- 쓰다.
 
소주를 마셔대도 이 씁쓸한 마음은 채울 길이 없었다.
내 어깨의 높이는 한껏 낮아져있었다.
 
 

 
하아.”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그 당시 아버지가 나를 도와주셨던 것은,
아들을 걱정해서이기보단
자신의 명예에 스크래치가 나기 때문이었다는 걸 알았다.
 
어릴 때부터 어렴풋이 느껴왔지만,
내 편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청승맞게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난 재빨리 그것을 훔쳐냈다,
약한 모습 따윈 그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긴 싫었다.
 
마시고 또 마시고, 술을 쉬지 않고 마셔댔다.
이미 평소의 주량을 넘어설 정도로
술을 마시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난 그녀의 집 앞까지 와 있었다.
몸은 담벼락에 기댄 채, 눈을 감아버렸다.
그제야 느껴진 공기는 제법 차가웠다.
 
 
하아, 보고 싶다.”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여기를 온 건지,
집에 가기 위해 기댄 몸을 일으켜 세웠다.
걸어 나가기 위해 앞을 쳐다봤는데,
골목길 끝에서 걸어오는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도 나를 쳐다봤는지, 제법 놀란 눈치였다.
 
그럴 만도 했다, 이 늦은 새벽시간에,
이렇게 취해 비틀거리는 꼴로 있으니 말이다.
 
그녀가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을, 내 눈에 담아냈다.
어쩜 걸어오는 모습조차 예쁜지.
 
 
이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잠깐 생각나서 와본 건데,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네요.”
 
 
술 마셨어요?”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내 앞에 있는 그녀의 눈을 쳐다봤다.
반짝거리는 눈동자 속에 온전히 내 모습만이 담겨있었다.
 
머릿속에서 맴돌던 생각이,
 

 
우리 슬픔 있는 사람끼리,
서로 보듬어주면 안될까요?”
 
 
말릴 틈도 없이,
 
 
난 수지씨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입 밖으로 새어나갔다.
 
바로, 아차- 싶었다.
어제 거절한 사람한테 또 다시 고백이라니.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려는 찰나,
 

 
그래요.”
 
 
그녀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그리고 내 심장은 평소보다 유난스레 뛰기 시작했다.
 
깜깜한 밤하늘아래,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은 가장 빛났고
또한 가장 아름다웠다.
 
 
 
*
 
 
 
선배와 한조가 되어, 순찰을 하는 중이었다.
봄바람은 내 볼을 어루만지며 지나갔고
내 마음만큼이나 한껏 따뜻해져 있었다.
 
 
자네, 뭐 좋은 일 있나?”
 
 
? 글쎄요, 그건 왜요?”
 
 
자꾸 콧노래를 부르면서 일하니까 그렇지.”
 
 
제가 그랬습니까?
날이 하도 좋아서 그만.”
 
 
따뜻한 날씨만큼 그녀와 데이트하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아 올랐다.
때마침, 진동이 울려 확인해봤다.
 
 
-오늘 저녁에 술 한 잔 어때요?
 
 
데이트 하자는 내말에, 보내온 그녀의 답장.
난 저절로 미소가 그려졌고
또다시 정성껏 답장을 했다.
 
 
-나야, 좋죠. 오늘 일 몇 시에 끝나요?
 
 
-마감할 기사가 있어서, 9시쯤 끝날 것 같아요.
 
 
-그럼 제가 9시까지 시간 맞춰서 마중 갈게요.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옆에 있던 선배가 자신의 고개를 들이밀며,
 
 
뭔데, 그래?”
 
 
내 핸드폰을 쳐다봤다.
난 황급히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아니에요. 그런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콧노래가 안 끊길 것 같네요.”
 
 
싱거운 농담으로 선배의 물음을
웃어넘겨버리다시피 했다.
싱거운 농담이었지만 일하는 내내 콧노래는
 멈출 줄을 몰랐다.
 
 
.
.
.
 
 
그녀가 일하는 곳 앞까지 시간을 맞춰 도착했다.
잠시 뒤, 일을 마친 그녀가 나왔고
우리는 자연스레 발걸음을 맞춰,
술집으로 함께 들어갔다.
 
 
오늘 일 바빴어요?”
 
 
넘겨야 될 기사가 있어서,
그거 마무리하느라 좀 정신없었네요.”
 
 

 
, 그렇구나. 술은 어떤 걸로 마실래요?”
 
 
근데 저보다 나이 많은데,
말 편하게 하세요.”
 
 
, 그럴까?”
 
 
내 말에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그럼, 나도 편하게 오빠라고 부를까요?”
 
 
내 입꼬리도 덩달아 따라 올라갔다.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적당히 시끄러웠고,
주변사람들도 적당히 북적거렸다.
그녀와 나 또한 적당히 취해있었다.
그 모든 것들이 적당해서 좋았다.
 
 
그럼 오빠는 범죄자 잡아본 적 있어요?”
 
 
있지- 순찰 돌다,
집에 좀 도둑이 든 적이 있어서.”
 
 
그럼놓쳐본 적도, 있어요?”
 
 
, 그런 적도 있지.”
 

 
범죄자를 눈앞에서 놓치면,
심정이어때요?”
 
 
어떻긴, 열 받고 화나지.”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술에 취해서 웃은 건지,
그녀와 함께 있는 자체가 좋아서 웃은 건지.
 
- 서로의 잔을 부딪치고,
너나 할 것 없이 쓰디쓴 술을 또다시 마셨다.
술을 마신 그녀가 말을 이어갔고,
 
 
그렇겠죠? 굉장히 열 받고화나겠죠?”
 
 
잠시 그녀의 씁쓸한 웃음을 본 듯 했으나,
이내 내가 좋아하는 예쁜 미소를 짓고 
또다시 나를 불렀다.
 
 
오빠!”
 

 
그렇게 웃어.
예쁘다, 활짝 웃으니까.”
 
 
그러나 내가 말한 동시에
그녀의 웃음이 덩달아 멈췄다.
 
 
웃을 수 없잖아요.”
 
 
?”
 

 
예전에 충격을 크게 받고 나서부터는,
잘 못 웃겠더라고요.”
 
 
내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는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그때 그 이후로, 정신과 다니면서
치료도 받고 그랬거든요.
이거 보여요?”
 
그녀는 자신의 소매를 걷어서,
손목을 내게 내밀어 보여주었다.
지금은 그때의 상처는 다 아물었지만
흉터는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옛날기억을 회상하듯,
그녀의 텅 빈 눈동자는 초점을 잃었지만
말은 계속 이어갔다.
 

 
예전에 되게 무서운 장면은 본 기억이 있는데,
그게 밤마다 자꾸 되풀이 되는 거예요.
악몽을 하도 꾸니까, 그때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충동적으로 손목에 칼을 그어버렸거든요.
일 년 전쯤엔 아빠도 돌아가시고,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고스란히 내게 보여주었고,
고개를 숙인 채 말끝을 흐리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물기가 가득 섞여있었다.
 
 
술에 취해서, 제가 별 실없는 소리를 다 했네요.
죄송해요.”
 
 
아니야, 오히려 고마워.
많이힘들었겠다.”
 
 
그날은 우리 둘 다 굉장히 취해있었다.
그때의 그녀는,
 

 
나도 고백하고 싶은 내 과거가 있는데.”
 
 
아마 작게 중얼거린 내말을 못 들었을 것이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밤하늘을 더욱 까맣게 물들여가고 있었다.
 
 
 
*
 
 
 
예쁜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나,
더욱더 따스한 봄이 한 발자국 더,
우리 곁에 다가왔음을 알렸다.
길가에 드문드문 고개를 내밀고 있는 장미를 보니,
그녀에게 장미꽃을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분명 예쁠 것이다,
그녀가 장미꽃을 들고 환하게 웃는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는 붉은 장미의 꽃말은
열렬한 사랑이지 않은가,
내 마음을 꽃말과 함께 전하기엔
그만한 꽃은 없다고 생각했다.
 
 
.
.
.
 
 
오늘 점심시간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
꽃집에서 붉은 장미꽃다발을 포장했다.
점심시간에 그녀가 일하는 곳을 찾아가,
깜짝 선물로 줄 생각이었다.
머릿속에 기억된 익숙한 번호를 눌러
 그녀와 통화를 했다.
 
 
-, 오빠. 이 시간에 웬일이야?
 
 
웬일은, 점심 먹었어?”
 
 
-, 먹고 지금 사무실에 들어왔지. ?
 
 
, 그래? 잘됐다.
그럼 잠깐 밖으로 나와 봐.”
 
 
알겠어-라는 말을 끝으로 통화는 끝났다.
등 뒤로 붉은 장미꽃다발을 숨겼다. 두근두근-.
마침내 그녀가 사무실 밖으로 나왔고,
난 그녀가 환하게 웃을 걸 예상하며,
 

 
꽃다발을 내밀었다.
 

 
!”
 
 
웬 꽃이야?”
 
 
생각보다 덤덤한 표정에
난 꽤 적잖게 당황했다.
 
 
네 생각이 나서샀지.”
 

 
오빠- 난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흔한 장미꽃보다 아네모네라는 꽃이 좋더라?
물론 아네모네라는 꽃이 더 예쁘긴 하지,
아네모네는 고독과 사랑의 배신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데,
왠지 꽃말도 나한테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아?”
 
 
내가 내민 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그녀가 밉고 서운했다.
 
 
어떤 꽃인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 꽃이 좋다면다음부터 그 꽃으로 선물할게.
그래도 이제는 네 옆에 내가 있으니까,
고독이란 단어가 너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왕이면 오늘 내가 준 선물도
기쁘게 받았으면 좋겠고.”
 
 
그녀는 내말에,
마지못한 표정으로
장미꽃다발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녀의 취향을 고려하지 못한 내 특별한 선물이
그녀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가보다.
이렇게 차갑게 날 대하는걸 보면.
 
그녀의 행동에 맥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없는 일이었다.
 
 
 
*
 
 
 
삐진 티를 내느라,
그녀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 않고 기다렸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그녀는 내게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다.
 
사랑에 갑을관계는 없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흔히 더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고 했다.
그 말은 내 상황에 딱 들어맞았다.
 
어쩌겠어,
상대방의 소식이 더 궁금한 게 내 쪽인 것을.
 
 
긴 한숨을 내쉰 다음, 그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살짝 억울한 느낌이 들었지만,
화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싸운 것은 아니었지만
풀어야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유난히 신호음이 길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 번 더 전화를 걸어 똑같은 신호음을 듣고 있는데,
문득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녀는 내게 단 한 번도 먼저
연락을 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녀는 내게 단 한번도
사랑한다고 표현한 적이 없다는 사실도.
 
물어보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았지만,
그건 차차 만나서 이야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핸드폰 자판을 두들겨,
고심 끝에 그녀에게 문자를 남겨놓았다.
 

 
-오늘 저녁에 잠깐 볼래?
 
 
썼다 지웠다-를 반복해서 완성한 문장이,
달랑 저 문장 한 줄이었다.
 
등받이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너의 모습에
난 어찌해야 될지조차 모르겠다.
 
그녀는 날 좋아하는 걸까-란 질문에,
지금 난 ‘YES.’라고 당당히 말할 수도 없다.
 
괜스레 울리지도 않는 핸드폰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답장은 그로부터 한참 뒤에 왔다.
 
 
-나 오늘 바빠서 야근해야 돼. 미안.
 
 
의도적으로 나를 피하려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
부디 내 착각이었으면 좋겠다.
 
 
저녁에 순찰을 돌 시간이 되었다.
선배와 한조를 이루어 동네주변을 돌아다니며,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해내고 있었다.
동네 모퉁이를 돌고 나서 마무리를 하려는 찰나에,
그녀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바쁘다던 그녀는 이종석과 나란히 앉아 
녁을 먹고 있는 것을,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내가 목격했다.
 
난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당장 그 식당으로 들어가,
그녀의 손목을 잡아 밖으로 끌고 나왔다.
 
내가 말하기도전에 그녀는 한껏 날이 선 목소리로,
 

 
지금 뭐하는 짓이야?”
 
 
내게 따지듯 쏘아 붙였다.
기가 찬 나는 도리어 헛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한껏 찡그려진 내 미간을 풀지도 못하고,
 
 
내가 묻고 싶다, 너한테.
도대체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그녀에게 반문했다,
 

 
바빠서 나 볼 시간도 없다면서,
다른 남자랑 앉아있을 시간은 있나보지?”
 
 
아는 오빠가 내게 저녁 사주겠다고
회사 앞까지 찾아왔더라,
그럼 일부러 시간 내서 찾아온 사람을 그냥 내치니?
내가 괜찮다고 사양했는데도 불구하고
야위어서 안 되겠다고 나를 끌고 나오는데,
그럼 나보고어떻게 하라고.”
 
 
그러니까 내가 저녁 먹자고됐다, 됐어.
나 뭐 하나만 물어보자.”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정도로,
공기가 순식간에 차갑게 내려앉았다.
 
 
너 나를 남자친구로 아니,
사랑하기는 하니?”
 
 
그럼 오빠는 나 사랑해?”
 
 

 
그걸 말이라고 물어?”
 
 
그럼 된 거 아니야?”
 
 
? 난 너를, 정말 사랑한다고.”
 
 
사랑한다는 사람이,
왜 그렇게 나를 노려보는데?”
 
 
펴지지 않은 내 인상을,
그녀는 단단히 오해한 듯싶었다.
그녀는 전혀 내 시선을 피하지 않고,
독이 서린 눈동자로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런데 그 뒤에 잇는 그녀의 말이,
 

 
한대 치려고?
아님 칼로내 목이라도, 그으려고?”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몇 년 전의 내가 했던 실수를 떠오르게 하는 말이었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어떠한 생각도, 어떠한 말도,
어떠한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당분간 연락하지 마.”
 
 
자신의 의견만 나에게 던져놓고,
그녀는 도망치듯이 나에게 아주 빠르게 멀어져갔다.
한동안 망부석이라도 된 마냥,
난 그곳에 한참을 서있었다.
 
 
 
*
 
 
 
그로부터 연락이 없이 지나간 시간은
무려 한 달을 훌쩍- 넘겨버렸다.
따뜻했던 날씨가, 정도를 지나쳐
약간의 더위를 만들어내는 날이었다.
 
 
-오늘 저녁에 잠깐 만나자,
할 말이 있어.
 
 
한 달 넘도록 연락 한통도 없다니,
대뜸 하는 말이 할 말 있으니 보자-라는 말뿐이었다.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넌,
내 생각과 내 걱정은 했을까?
 
어떠한 것도 가늠할 수 없는 무미건조한 문자 한통 때문에
가슴이 한편이 아려왔다.
 
 
-오늘은 바빠서 안 돼.
 
 
괜한 되지도 않는 핑계로 거절해버리고 말았다.
사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왠지 나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할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바로 문자가 날라 왔다.
 
 
-꼭 오늘이여야 해.
그러니까 잠깐 만나자.
 
 
꼭 오늘 해야 할 말?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없는 나로서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말이었다.
결국 한창 실랑이 끝에, 약속 장소와 시간을 잡았다.
 
 
.
.
.
 
 
상풀 공원,
자정을 향해 가는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없었다.
조용한 분위기가 나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긴장을 한 나머지,
내 손에서 땀이 배어나왔다.
 
공원의 맞은편의 신호등에 그녀가 서있었다.
한 달 만에 그녀를 본 것이 난 반가운지,
나는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움질거렸다.
멀리서 봐도 그녀는 확연히 눈에 띌 정도 예뻤다.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뀌자,
그녀는 내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 지냈어?”
 
 
어색하게나마 내가 그녀에게 먼저 말문을 열었다.
그렇지만 그런 내말에도 그녀의 얼굴을 굳어있을 뿐이었다.
어색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그게 뭔데?”
 
 
내가 먼저 말을 또 내 뱉었다.
드디어 그녀의 입술이 움직였고,
 

 
우리, 그만 헤어지자.”
 
 
그토록 듣고 싶었던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애초에 제대로 시작한 것도 아니지만
그만 정리하자, 서로.”
 
 
자신의 마음을 다 정리한 것인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담담한 말투로
내게 자신의 뜻을 전해왔다.
 
우리의 헤어짐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말이, 지금 이 순간에 나올지는 몰랐다.
 
당황한 난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내 대답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
벌써 뒤돌아 횡단보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가 내게서 점점 멀어져갔다.
 
초록불의 신호등이 깜빡거렸다.
 
그녀를 여기서 놓치면,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를 향해 황급히 뛰기 시작했다.
 
 
빵빵-,
 
 
크고 날카로운 클랙슨 소리가 내 귓가를 파고들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주 밝은 전조등이 내 눈을 멀게 만들었다.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한다고 난 몸을 웅크렸지만,
엄청난 충격이 내 몸을 관통해버렸다.
 
 
잠시나마 공중에 떴던 난,
힘없이 차가운 아스팔트위에 그대로 떨어져버렸다.
나를 친 자동차는,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어둠속으로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내게 가까워졌다.
일정한 간격의 구두소리는 바로 내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려는 것인지,
누군가 쪼그려 앉았다.
 
수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고,
도움의 손길을 그녀에게로 뻗었다.
 
 
내 쪽으로 손 뻗지마!”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 하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내 신음소리만 간간히 새어나왔다.
 

 
나 오늘 당신한테 할 말만 전하고,
그냥 갈 거예요.
신고도, 안할 거예요.”
 
 
도와.”
 

 
뭐 하나 물어보죠.
사랑하는 사람한테, 뒤통수 맞는 기분이 어때요?
분명 우리 언니도 죽는 순간 느꼈을 감정일 텐데.”
 
 
그녀는 알 수 없는 말을 섞어, 내게 질문을 했다.
그러나 가슴 쪽에 느껴지는 통증에,
말은 커녕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친 숨을 몰아 
내쉬는 것밖엔 없었다.
 
 
내가 어떤 기가 막힌 운세 사이트를 아는데,
거기서 오늘당신은 죽을 거래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하늘에 있을, 우리 언니한테 가서
거기 가서, 용서를 구해! 구하라고!”
 
 
그녀는 물기로 젖어버린 목소리로,
악에 받친 듯 바락바락- 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하아기억나죠?
ㅇㅇㅇ라는 사람,
친언니.”
 
 
왜 그때,
그녀의 얼굴에 ㅇㅇ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걸까.
 
후회의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더 이상 그녀에게 손을 뻗을 수가 없었다.
 
 

 
, 진짜 가요.
안녕히 잘 가세요, 김우빈씨.”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는 내 두 눈은,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만 오로지 담아냈다.
 
내 숨소리가 점점 희미해져갔다.
 
 
아스팔트 바닥은 본연의 색을 잃고,
점점 빨갛게 물들어갔다.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

독자님들께서 번외 요청으로, 
예상에도 없던 번외를.
사실 글이 올라갈 거란 기대도 전혀 없었거든요.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진짜 한참동안 멍했습니다. 
아직도 생각만 해도 떨리네요.
사실 첫 번째 글보다도 
두 번째 글이 더 떨린답니다ㅠㅠ

본편에서 ㅇㅇ에겐 동생이 한명 있다는 걸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종석에게 언니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듣고,
남주의 마음을 뺏어, 똑같은 방법으로
그를 배신하는 내용으로 써봤는데,
동생이 죽은 언니를 대신해
복수를 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독자님들께서 마음에 들어 하실지 모르겠네요.
(동생의 성이 다른 건 감안하고 봐 주세요ㅠㅠ
이 부분 때문에 정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ㅠㅠ)
 
단편 안에 이것저것 넣으려니,
글의 전개가 급한 것도 조금만 감안해주세용!(쭈글ㅠㅠ)
물론 이것도 제 실력 탓입니다;
 
본편보다 번외편이 더 긴 것은 
독자님들과 저만의 비밀!
 
조만간 글 써들고 찾아뵙겠습니다.
일교차가 점점 커지고 있으니
독자님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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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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