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르 #1 (by. 비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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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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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르 #1
 
 
 
애마르(АЙМААР) :
악마들 사이에서도 특출하게 악한
선한 행동은 조금이라도 하지않은,
정확한 기준은 없으며 날개의 색이 갈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하면 애마르가 됐다는 표식이다.
그들 사이에서 높은 위치이다.
악한 행동이 줄어들거나 선한행동이 늘어날 시에
 다시 날개의 색이 갈색으로 바뀐다.
 
 
맬리(mêlé) :
한쪽 부모가 인간인 악마
날개의 크기가 다른 악마들에 비해 작고,
악한 힘이 약해 그들 사이에서 
좋지 못한 시선을 받는다.
 
 
페이드(faded) :
빛바랜 천사로 유일하게 
인간임에도 악마를 죽일 수 있다.
애마르는 악한 힘이 강해 죽이기 어렵다.
하지만 악마와 애마르는 페이드를 죽이지 못한다.
악마는 페이드를 가까이 하면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고, 오래 살이 닿아있을 수록 따갑고 아프다
맬리를 인간으로 바꿀 수 있다.
귀 뒤쪽에 붉은 점이 표식이다.
 
 
.
.
.
 
 
박서준
유민규
육성재
ㅇㅇㅇ
ㅇㅇ엄마
ㅇㅇ아빠
그 외
 
 
.
.
.
 
 
방은 깜깜했고, 참혹스러웠다.
낡아빠진 침대는 이런 나를 배려라도 하듯 
푹신하게 날 덮쳤고,
그 순간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불렀다.
 
 
얼른 도망치라고.
 
 
이가 부서지듯 꽉 깨물고, 미친 듯이 요동치는 
심장은 내 전신을 떨리게 하고......
눈을 부릅뜨며 괴성으로 발버둥 쳤다.
내 뺨은 이미 너덜거려 공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울기 싫었다.
내 마음도 모르고 꾸역꾸역 밖으로 흘러나왔다.
자기들이라도 도망간다며... 
침대보를 지나쳐 날 버리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 목소리, 내 머리카락,
내 모든 것들이 찢겨져 나갔다.
 
 
힘든 밤이었다.
끅끅대는 소리가 창문 밖으로 새어 나갔다.
평소엔 보이지도 않던 별은 비참하게 날 바라보고,
까만 눈물로 하늘을 칠해버렸다.
얼룩진 커튼은 그를 위해 
닫히지 않는 창문을 가려주었고,
눈꺼풀은 날 더 암흑으로 내 몰았다.
조금씩 벌어지려 하는 입 속엔 침이 고여 있었다.
 
 
 
 
방 안을 가득 채우던 텁텁한 
냄새는 그제야 내 코를 찔렀고,
위에 덮여진 이불은 기분 나쁘게 소름끼쳤다.
여자는 눈을 떴다.
아까의 악몽이 떠오르고
 뿌연 연기와 눈물이 섞여 앞을 가렸다.
담배연기와 악취로 속이 울렁 거려올 때,
몸에 돋은 닭살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등의 축축한 땀이 공기와 맞닿아 차갑게 느껴지고,
이마의 식은땀이 미간에 떨어질 때쯤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
 
 
마른세수를 하며 손으로 시야를 가렸다.
 
 
젊은 여자가 얼굴 없는 남자에게 강간을 당하는 꿈.
처음 꿨던 날엔 눈을 뜨면 침대에서 떨어져 있었고,
주체가 안 되는 정신과 
긴장한 듯 딱딱하게 굳은 몸 때문에
한동안 자리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가끔씩 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본 얼굴 같았고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얼굴이었다.
그 날은 깨어났을 때에 눈물이 얼굴에 말라있었다.
그때부터 이 꿈을 자주 꾸기 시작했다.
 
 
마음이 울렁울렁해 물이라도 마시려 부엌으로 향했다.
 
 
오늘은 더 기분 나쁜 게, 내가 여자시점 이였다.
그래서 그 얼굴을 다시 보지 못하고 깨어나 버렸다.
 
 
“......”
 
 
2층에서 문을 여닫는 소리가 들렸고
귀는 바짝 솟았다.
점점 커지는 발소리에 심장은 울리기 시작했다.
 
 

 
 
일어나셨...”
 
 
!-
 
 
넓은 집안에 크게 소리가 울렸다.
돌아간 내 얼굴 속 뺨이 크게 빨개졌다.
 
 
고등학교, 졸업 안 할거야?”
 
 
“......”
 
 
왜 또 그만 둔다는 전화가 와, 왜 또!”
 
 
“......”
 
 
내가 너한테 큰거 바라는 거야?
다른 애들 학교에서 
하는 거 집에서 하라는 게 어려워?!”
 
 
점점 고개가 밑으로 내려갔다.
한마디, 한마디를 내 뱉으실 때 마다
 뒤통수가 욱신거렸다.
내 눈에 들어온 아버지의 발은 참 컸다.
 
 
“......”
 
 
당신과 나 사이의 침묵은 참 힘들었다.
 
 

 
 
“......그런 표정은 저한테 너무 어렵네요, 아버지.”
 
 
한심하고, 나를 경멸한다는 
아버지의 표정 속 눈동자의 내 모습을 보자
괜스레 코끝이 찡해져서 물 컵을
 조심스레 식탁에 내려놓고
간단히 목례를 한 뒤 다시 방에 들어왔다.
한동안 잠잠하다 했다.
나의 불성실한 태도와 불쾌함이 
드러났던 말투들은 며칠도 채 안가
그들의 심기를 건드렸고,
애마르의 아들을 차마 건들지
 못하고 제 발로 나가버렸다.
 
 
“......”
 
 
맬리라는 이유였다.
선생이라는 그들도 내 앞에서 악마의 모습을 보인 건.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를 가장한 차별은 심해졌고,
난 애마르의 아들로 그들을 희롱했다.
 
 
16.
중학교 검정고시를 앞둔 날이었다.
3년의 기간을 거치지 않고
바로 끝낼 수 있는 시험 이었지만
아버지의 생각은 달랐다.
아버지 생각하면서 참아야지,
그것도 셀 손가락이 더 이상 없게 되자 
아버지께 달려갔다.
고자질에 신난 아이의 얼굴엔 악마의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공부를 하고 있어요,
단지 맬리라는 이유로 조롱거리가 돼버렸어요.
 
 
아버지는 별 말씀이 없으셨다.
말 다 끝났니?’
 
 
온기없는 눈동자에 느리게 눈을 깜빡이니 난
 어느새 닫힌 방문을 등지고 있었다.
방문과 등 사이에서 숨 막혀하던 조그만 
내 날개는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고,
불쌍한 나는 날개의 말을 들어주었다.
 
 
굳이 다른 아이들과 같은 시간, 같은 날에 공부를 해왔다.
학생들이 쉬는시간 10분 남짓 동안 친구들과 떠들 때,
나도 굳이 같이 그 시간을 보냈다.
다른 악마들과 다르게 태어나면 
세상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난 그 순간에도 좁은 집 안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
학교에선 공부만 배우는 게 아니라는 
아버지는 집을 학교로 만드셨다.
아버지답지 않게 옳지 못한 행동이셨다.
 
 
난 여전히 나답게 옳지 못했다.
 
 
다시금 방문을 연 내 모습을 보고 
아버진 내색 없이 눈으로 말하셨다.
한심하단 눈빛으로,
. 귀찮은 아이야.
 
 
그리고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아무 생각 없이, 감정 없이, 그 나이에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말을
소리치고, 내뱉었다.
그 나이엔 아버지가 그렇게 대단한 
분이란 걸 예상하지도, 알지도 못했다.
 
 

 
 
“......”
 
 
그 후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날개가 아버지께 어떤 말을 했는지 
별로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단지 내 말로써 한 악마가 사라졌다는 것만,
영원히 기억하고 있다.
 
 
 
*
 
 
 
앞이 쨍한 느낌에 눈을 뜨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오랜만에 잔 낮잠과, 혼자 있다는 안도감에 
평소 같았으면 커튼으로 가려버렸을
따가운 햇볕도 반가웠다.
 
 
거실 가운데 큰 창이 있어
 볕이 드는 소파에 힘을 빼고 누웠다.
만세를 하는 듯한 자세로 있어보기도 하고,
다리 한쪽을 소파 등받이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
 
 
어떤 게 편한 자세지.
어떤 자세가 제일 편해 보일까.
 
 
티비에서 보며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자세도 해보고,
난생 처음 해 본 망측한 자세까지 해보고 나니 느꼈다.
 
 
배고파.
배고파.”
 
 
냉장고엔 거의 마실 거리 밖에 없었다.
먹는 걸 안 좋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아버지가 집 안에 음식냄새가 풍기는 걸
싫어하셨다.
 
 
오랜만에 배터지게 먹어볼까.
집에는 나밖에 없고, 그래서 할 것도 없으니.
 
 
밖은 많이 추워보였다.
바람소리가 눈에 보였고,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매년 겨울마다 매었던 목도리와 짱짱해
 보이는 겉옷까지 입고나서 거울을 봤다.
 
 
......잘생겼어.
 
 
신발장 구석의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여니 기분 좋은 공기가 얼굴을 훑었다.
빽빽한 건물 사이와 흔들리는 가지를
 붙잡고 있는 나무.
겨울바람에 나뒹구는 쓰레기들과 
손을 꼭 맞잡고 얘길 하는 커플까지.
하나같이 열심히 살고 있구나.
 
 
그냥, 확 죽어버릴까.
그럼 악마들 사이에선 애마르 아들이 죽었다고,
맬리라서 죽었다고, 참 불쌍하다고......
그때처럼 아버지를 괴롭히겠지.
그럼 아버진... 죽은 나를 원망하시겠지.
 
 
점점 더 세차게 부는 바람과 빨개지는
 코를 손가락으로 스치며
걷다보니 보이는 작은 마트.
음식이 코앞이란 걸 눈치 챈 듯 
꼬르륵 거리는 배를 붙잡고 안으로 들어섰다.
 
 
“......”
 
 
... 두 바퀴 돌았나.
아무리 빙빙 돌고 이것저것 
집어 봐도 사고 싶은 게 없다.
배는 고프지만, 먹고싶은 게 없다.
 
 
“......”
 
 
이리저리 도는 내가 궁금했던 건지 한 아이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눈이다.
여린 빛이 안에서 환하게 비추고 있고, 깨끗한
 먹물하나가 떨어져 있다.
안쓰럽고, 부러웠다.
아이가 엄마 손에 이끌려 내 시야에서 사라지자 
곧 내가 여기에 온 명분을 깨닫고
죽이라도 먹을까, 하며 죽들이 나열된 코너에 왔다.
그리고, 한 여자를 봤다.
 
 

 
 
“......”
 
 
어릴 적, 초등학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나와
6년을 함께한 선생님이 계셨다.
나를 맬리로 봐주지 않고,
평범한 악마로 돌봐 준 유일한 선생님 이셨다.
그러다 딱 한번, 날 맬리로 봐주신 적이 있으셨다.
그 날은 내가 14살로 바뀌는 해였다.
 
 
우리는 늘... 악마야.”
 
 
“......”
 
 
물론 착한 악마도, 악함이 덜 한 악마도
 있지만 핏 속까지 악마란다.”
 
 
“......”
 
 
너를 도와주고, 좋아하고
잘 되길 비는 악마들도...
언젠가 너를 싫어하고, 죽기를 바라는...
그런 순간이 올거야.”
 
 
“......”
 
 
그러니 인간이 돼라, 서준아.”
 
 
“......!!”
 
 
우리처럼 악한 존재로 남지말고......
꼭 인간이 되어라.”
 
 
“...선생님,”
 
 
그리고 언제든지 선한 존재가 될 수 있는 
너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 페이드를 찾기를...... 난 바란다.”
 
 
그 말을 남기시고, 선생님은 돌아가셨다.
나 대신 아버지께 그 말을 전하시다... 사라지셨다.
울고불고 목이 쉴 정도로 
울었던 나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버지가 애마르이신 걸
 그땐 뼈저리게 느끼지 못했었다.
 
 
“......”
 
 

 
 
그저 옆모습, 예쁜 옆모습이었다.
내가 상상하던 모습과는 꽤 달랐다.
그냥 인간일 뿐인데, 별 다를 거 없는 
인간일 텐데 꽤 거창하게 생각했었다.
나와 먼 듯 가까웠다.
기분이 이상했고, 그 뒤에선 지켜주고 있었다.
하얗고 부드러운 날개가 펼쳐져 있었다.
 
 
저기요......?”
 
 
아마도, 지금 내가 길을 막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맞닿아 버렸다.
단순한 정전기 따위가 아니었다.
부드러운 떨림이 천천히 퍼져 온 몸을 감쌌고,
이해 할 수 없는 약간의 닭살도 느꼈다.
 
 
확인을 해야만 했다.
내가 느낀 것에 확신은 했지만, 본 것에 확신은 없었다.
 
 

 
 
-
 
 
걸음을 옮기려던 여자의 손목을 잡았다.
차가웠던 손이 따뜻해지고
설명 할 수없는 욱신거림이 느껴졌다.
 
 
저기요.”
 
 
“...잠시만......”
 
 
??”
 
 
“......”
 
 
뭐야......”
 
 
새하얀 도화지 같던 날개는 가버리고
남은 온기는 날 감싸 안았다.
그 온기가 차고 넘쳐 내 옷 속까지 스며든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자주 본 교복 같았다.
 
 
 
*
 
 
 
이렇게 기분 좋은 날에 뭐 저런 변태를......
 
 
어휴 무서운 세상.”
 
 
봄방학을 시작하고 일찍 마친 덕에 
친구들과 놀러나 갈까 했지만
엄마가 아프다는 말에 죽을 사려다
 그만 변태를 만나고 말았다.
역시 사람은 얼굴만 보면 몰라......
 
 
“......”
 
 
꽤 글썽거리던 눈빛이었다.
......동정심 유발 작전이었나.
 
 
다녀왔습니다~”
 
 
항상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반겨주던 엄마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바로 안방으로 들어가니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 모습이 보인다.
식은땀이 이마에 드문드문 보이고,
꼭 감은 눈이 안쓰러워 보인다.
 
 
엄마, 나 왔어요.”
 
 
“......ㅇㅇ이 왔어?”
 
 
, 많이 아파?”
 
 
아니~... 그냥 조금 몸이 안 좋네.”
 
 
죽 사왔는데 좀 먹을래?”
 
 
“...그럴까?”
 
 
죽 데워서 올게, 조금만 기다려요.”
 
 
방을 나와 손을 씻고 죽을 데웠다.
여태까지 나에게 아픈 모습을 몇 번 보여줬던 엄마지만,
오늘 같은 모습은 처음이었다.
몸이, 뜨거웠다.
감기처럼 열이 나서 뜨거운 몸이 아니었다.
엄마가... 타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엄마는 참 많이 아프셨다.
죽을 고비에서 겨우 살아나셨다는
 아빠의 말을 생각해보면,
한 달에 한두 번 잔병치례가 있어도
 건강하신 게 감사 할 뿐이다.
 
 
엄마, 죽 데워 왔어.”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시며 
앉아 있는 엄마 앞에 상을 올렸다.
뜨거운 죽을 호호 불며 드시는 
엄마 모습에, 물어보고 싶었다.
왜 그렇게 아픈 거냐고.
왜 엄만 항상 아플 거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야 하냐고.
 
 
이때까지 한 번도 물어보지 못했다.
엄마가 무슨 대답을 하실 지 무서웠다.
 
 
엄마.”
 
 
?”
 
 
엄마는...... 왜 아파?”
 
 
“......”
 
 
항상 궁금했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못 물어봤어.”
 
 
“......”
 
 
내가... 알면 안 되는 이유야?”
 
 
항상 친구 같았던 엄마였고, 그 만큼 사이엔 
허물이 없었다고 믿었다.
눈치 없고, 바보같은 딸이 되긴 싫었다.
 
 
“......엄마가, 너 만나기 전에,”
 
 
“......”
 
 
무슨... 작은 일이 있었어
별 일 아니야. 감기같은 작은 일......”
 
 
“......”
 
 
ㅇㅇ이가 나중에 다 크면... 그때 말해줄게, .”
 
 
눈치 없고, 바보 같았다.
 
 
“......알았어, 먹고 있어. 나 씻고 올게.”
 
 
스스로, 바보가 돼버렸다.
그냥 물어보지 말걸......
이미 눈치 없는 딸이네 나.
 
 
괜히 눈물이 났다.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코가 찡했다.
불편하고, 아프고, 힘들었다, 나까지.
저러다 돌아가실까...
하기 싫은 나쁜 생각까지 떠올랐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아프셨다, 엄마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내 몸까지 타는 느낌이었다.
 
 
*
 
 
 
ㅇㅇ이 나가고, 멍하니 그 아이가 준 죽을 바라봤다.
잊고 살기 위해 노력하고,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살려 노력했다.
하지만 내 몸이, 거부했다.
평소엔 나와 같이 잊고 사는 척 하면서
가끔씩 그 날의 악몽을 다시 들추었다.
내 몸 끝까지 새겨진 악몽은 불편하고, 아프고, 힘들었다.
10년이 훨씬 넘게 지난 일이다.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나를 괴롭히는 그 순간들이 얼른,
타버려 사라지면 좋겠다.
 
 
 
*
 
 
 
8년 전
 
 
... 너무 무서워요.”
 
 
남자는 여자를 꽉 안았다.
여자는 그 포옹을 기다렸다는 듯이
 남자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남자와 여자, 둘 다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숨어 지냈을 때도 찾아올까봐... 너무 무서웠는데......”
 
 
나 믿고 우리 나갑시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 우리......”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껴안고 있었다.
그 곳은 아주 작은 도시안의 아주 작은 공간이었다.
자세히 찾아보지 않으면 나무들로 
가려져 있어 알 수 없었고,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어 할 곳도 아니었다.
 
 
남자와 여자는 손을 맞잡고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누가 볼 새도 없이 차에 올라탔다.
남자는 시동을 켜고, 한 손으로 핸들을 돌렸다.
남은 한 손은 떨고 있는 여자를 붙잡았다.
얼마를 달렸을까, 어느 새 여자는 잠을 자고 있었다.
 
 
차를 세우고, 남자는 여자를 바라봤다.
작은 손을 꼭 붙잡고
조금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올렸다.
여자는 너무나 작았다.
남자는 꼭 지켜 주리라 생각하고, 다짐했다.
그렇게 다시 시동을 키려 고개를 돌리고
창밖으로 한 아이를 마주했다.
 
 

 
 
여자아이였다.
더러워 보이는 옷과 몸, 정돈되지 않은 머리.
길을 잃은 지 꽤 되어보였다.
남자는 생각 할 새도 없이
 문을 열고 아이 곁으로 다가갔다.
 
 
“......”
 
 
가까이 서 본 모습은 훨씬 더 안쓰러웠다.
옷은 드문드문 헤져있었고
누구한테 맞은 건지 곳곳에 상처가 보였다.
 
 
“......”
 
 
아이와 남자는 눈이 마주쳤다.
어쩐지 아이는 떨고 있었다.
까만 눈동자는 촉촉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작은 발은 뒤로 조금씩 물러나고 있었다.
 
 
꼬마야......!”
 
 
남자가 입을 떼자, 아이는 뒤돌아 달려가고 있었다.
제 작은 몸으로 젖 먹던 힘까지 
쓰며 열심히 도망가고 있었다.
남자는 아이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조금 큰소리로 물었다.
 
 
꼬마야, 집이 어디니?!”
 
“......”
 
 
아저씨가 데려다줄게!”
 
 
남자의 말에 아이는 조금씩 속도를 늦췄다.
곧 터덜터덜한 걸음으로 멈추더니
뒤돌아 남자를 바라봤다.
까만 저녁의 가로등 밑에서, 아이는 울고 있었다.
 
 
... 나 안 때리고......”
 
 

 
 
“......”
 
 
집에 데려다 주세요... ......”
 
 
아주 연약하고, 마른 아이였다.
한 손에 잡힐만한, 그런 작은 아이였다.
그리고 그런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때리지 말라는 말이었다.
 
 
남자는 괜찮은 척 아이에게 밝게 다가갔다.
한 쪽 무릎을 꿇고, 아이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우선... 아저씨 차에 가서 얘기해볼래?”
 
 
“......”
 
 
집이 어디고, 부모님은 어디 계시는 지......”
 
 
아직 남자를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한껏 움츠러든 어깨와 손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아이는 남자를 쳐다보면서도 
힐끗힐끗 바닥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때, 남자의 휴대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 여보. ...... 차에서 조금만
 앞으로 나가면 나 있어요,
바로. ...... 알았어~”
 
 
아이는 통화하는 남자를 빤히 바라봤다.
휴대폰에선 여자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지금 예쁜 언니...? 
아줌... 마가 올거야. 엄청 착하다~?”
 
 
머뭇거리는 남자의 말에 
아이는 조금 소리를 내어 웃었다.
처음 보는 아이의 미소에
남자까지 소리 내어 웃었다.
 
 

 
 
웃으니까 너무 예쁘네~”
 
 
남자는 웃는 아이의 얼굴이 너무나 예쁘게 느껴졌다.
뺨과 이마에는 조그마한
 상처들이 보였고, 머리카락 끝에는
먼지 같은 것들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남자의 뒤쪽을 바라봤다.
남자도 따라 뒤돌자 그 곳엔
 약간 놀란 표정의 여자가 있었다.
 
 
아까 여보 자고 있을 때 차밖에 서있더라고
길을 잃어버린 것 같아.”
 
 
남자가 말을 하자 여자도 그 옆에
 무릎을 꿇고 아이를 올려다봤다.
 
 
아가야, 이름이 뭐야?”
 
 
아 이름을 안 물어봤구나......”
 
 
ㅇㅇㅇ.........”
 
 
ㅇㅇ? 이름 예쁘네~”
 
 
“......”
 
 
배는 안 고파? 아저씨랑 
언니 밥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갈래?”
 
 
나는 아저씨야 왜
 
 
그렇게 남자와 여자, 아이는 함께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올라타고, 차가 이동할 때도 눈치를 보던 아이는
창문이 내려가자 얼굴이 핀 모습을 보였다.
초가을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차 안을 다 감쌌고,
서늘한 바람이 코 안으로 들어가는 걸 느꼈다.
아이의 눈은 보통 아이들의
 눈으로 돌아가 순수함이 비쳐졌다.
 
 
“......”
 
 
바람 하나에도 웃는 모습에
여자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고 싶다, 라고.
 
 
 
*
 
 
 
맙소사.
벌써 2주가 지났다니.
 
 
지각이다!!”
 
 
봄방학 내내 낮밤이 바뀐 터라 개학 날 아침,
9시가 넘어서 일어나는 일이 발생했다.
 
 
나는 너 깨웠다~”
 
 
엄마아아ㅠㅠㅜㅜㅜ
 
 
머리라도 어제저녁에 감을 걸.
하는 후회를 하며 덜 말린 머리와
 함께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2학년 첫 날에 이게 웬 망신이람......
오늘 같은 날에 더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린 게 벌써 5분 째.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어 버스!!”
 
 
드디어 보이는 버스에 교통카드를 
박력 있게 꺼내고 차에 올라탔다.
보자 자리가......
 
 
잠시만요!”
 
 
하나 남아있는 자리를 앉지도 않고 앞에 
서있는 남자를 제치고 앉으니
이제야 마음이 풀린다.
다 못잔 잠이나 잘까...
자꾸 내려오는 눈꺼풀에 고개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
 
 
 
저기요.”
 
 
“......”
 
 
저기요.”
 
 
“.........?”
 
 
ㅁㅁ고 도착했는데.”
 
 
......?!”
 
 
삐익하고 울리는 버스 문을 통해 
허겁지겁 버스에서 내렸다.
... 더 큰일 날 뻔했어......
날 깨워준 은인의 얼굴을 보기위해
 버스가 있는 쪽의 뒤를 돌았다.
 
 
!!”
 
 

 
 
“......”
 
 
내 바로 뒤쪽에 서있는 한 키 큰 남자.
멀뚱멀뚱하게 날 보고 있다.
......? 어디서 본 듯한...?
 
 
“......변태?”
 
 
“......?”
 
 
? 변태?

.
.
.

※만든이 : 비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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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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