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길들이기 - 7 (by.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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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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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인간?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있네?“
 

 

마왕은 문득
정국의 기억 속에서
들었던 말을 떠올려냈다.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 것이라..”
 

 

들고 있던 문서를 내려놓고
창가로 다가가
ㅇㅇ을 내려다본다.
 

 

정국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ㅇㅇ의 표정이 밝다.
 

 

딸아이의 웃음에
기분이 나쁠 사람이 누가 있으랴.
 

 

절로 따라 웃어지는 웃음에
마왕의 마음 역시 밝아진다.
 

 

누군가 오는 소리에
문을 돌아본다.
 

 

아버지.”
 

 

종석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서류를 건넨다.
 

 

세훈이 마력 수치입니다.”
 

 

.. 벌써 초반 수치가
나올 때가 됐나.”
 

 

서류를 살펴보던 마왕은 미간을 구긴다.
 

 

왜요? 뭐 잘 못 됐어요?”
 

 

이게.. 세훈이 마력 수치라고?”
 

 

마왕이 고개를 들어 종석을 본다.
 

 

. 어디 안 좋아요?”
 

 

종석은 마왕의 좋지 않은 표정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수치 괜찮던데..?
흑마력 수치도 별로 없고..“
 

 

마왕은 손을 뻗어
그동안의 오세훈 수치 자료를 꺼내든다.
 

 

파일을 꼼꼼히 살피던 마왕이
소파에 앉으며 생각에 잠긴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종석의 물음에도 뭔가를 생각하던 마왕이
잠시 후 입을 연다.
 

 

세훈이가 올해
스무 살이지?“
 

 

.”
 

 

수치가..”
 

 

대답을 하다 말고
입술을 깨물던 마왕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흑마력에 노출되었다면
수치가 이렇게 나올 리가 없는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종석은 마왕이 내려놓은 파일을 들어
수치를 살펴본다.
 

 

흑마력의 수치는 점차 올라가다
이번에 확 내려간 수치로 보인다.
 

 

이러면 좋은 거 아닌가요?
안식휴가 잘 보내서 좋게..“
 

 

흑마력은 보통 인간이 성인이 된다는
스무 살에 정점을 찍게 돼 있어.
 

그런데 세훈이는 그 반대야.“
 

 

그렇다면..”
 

 

마왕은 다시 손을 뻗어
일기장을 받아든다.
 

 

특정 부분을 펼쳐들자
눈앞에 그 날의 일들이
영상처럼 펼쳐진다.
 

 

세훈이가 아니면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곰곰이 생각을 하던 마왕은
종석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보며 말한다.
 

 

세훈이를 당장 깨워.
그 아이의 기억을 봐야겠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Part 7. 내 마음 나도 몰라.
 

 

 

 

 

 

터덜.. 터덜..
 

 

교복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교실로 들어서는 무표정의 정국이
생각지도 못했던 얼굴이 보이자
금세 환하게 변한다.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다
정국의 모습을 확인한 ㅇㅇ
그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정국아!!”
 

 

손을 흔드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어 보인다.
 

 


 

 

정국의 웃는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ㅇㅇ
순간적으로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 거라
치부해보지만 생경한 느낌에
적잖이 당황한 ㅇㅇ이다.
 

 

인사는 그만 하고 계속 얘기해 봐.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지민이 손목을 잡아당기며
대화 이어가기를 재촉하지 않았다면
굳은 채로 계속 있었을 ㅇㅇ이었다.
 

 

? .. 그래서 큰 오빠가
앞으로 찬열이를
오빠라 부르지 않으면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하잖아.
 

그래서 뭐 어떻게 해.
불러야지.“
 

 

정국은 ㅇㅇ의 손목을 잡는
지민이의 행동에
짜증이 일었지만 표현할 순 없다.
 

본인이 속이 좁다는 것을
들키기 싫은 마음이랄까?
 

 


 

 

그저 애꿎은 교복만 정돈한다.
 

 

그러다 지민이 앉은 자리의 주인이
교실로 들어오자
야야야! 자리 주인 왔어.
비켜..“
그의 어깨를 건드리며
저리 가라는 손짓을 한다.
 

 

그런 정국이 웃겨 죽겠는 지민.
 

 

~ 그래?
ㅇㅇ아 우리 그럼 나가서 얘기할까?“
 

 

지민이 ㅇㅇ이 아닌 정국을 보며
질문을 한다.
 

 

? 아니 이게 그렇게까지 궁금해?”
 

 

좀 전 까지만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했던 것 같은
지민이었는데
갑자기 매우 궁금해 하는 게
ㅇㅇ은 이상했지만
그게 정국 때문인 줄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 나는 그게
~~무 궁금해.”
 

 

지민은 끝까지 ㅇㅇ을 쳐다보지 않고
정국을 보며 말을 한다.
 

 

그 이유를 ㅇㅇ은 몰랐지만
그가 즐거워 보인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래! 그럼 나가서 얘기..”
 

 

자리에서 일어나 지민과 나가려는데
누군가 팔을 내밀며 ㅇㅇ을 저지한다.
 

 

곧 아침조회 시간이야.”
 

 

정국이 지민을 째려보며 말했지만
ㅇㅇ은 그것을 보지 못한다.
 

 

.. 그래?
있다가 얘기해야겠다.”
 

 

ㅇㅇ이 아쉬운 표정으로
지민을 보며 얘기하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즐거운 것 같다.
 

 

! 있다가 톡할게.
만나서 얘기하자. ...!!
그럼 있다 봐~“

 

 

지민이 손을 흔들며 퇴장하는 동안
정국은 그의 행동하나하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본다.
 

 

왜 그래?
지민이랑 싸웠어?“
 

 

지민이를 째려보는 것을
ㅇㅇ이 본 모양이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본인을 보는
ㅇㅇ과 눈이 마주친다.
 

 

? 아니야. 그런 거..”
 

 

걱정을 털어내 버리라는 듯
정국이 고개를 흔들며 대답한다.
 

 

어디 갔다 왔어? 마계?”
 

 

.. !
얘기도 없이 가서 놀랐겠네.
찬열이가.. 아니,
찬열 오빠가 조금 아파서..“
 

 

정국은 아팠다는 찬열을 한번 돌아본다.
 

 


 

 

얼굴이 많이 수척해진 것이
얼마나 아팠는지 짐작이 간다.
 

 

아까 지민이랑 하던 얘기가
찬열이를 오빠라고
부르게 된 계기야?“
 

 

~ .”
 

 

정국은 그제야 안심이 되면서
질투를 하고 있는 자신을 느끼자
웃음 나온다.
 

 

왜 웃어?”
 

 

ㅇㅇ이 묻는데,
그게 또 기분이 좋다.
 

 

보고 싶었는데, 오늘 봐서..”
 

 

ㅇㅇ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
 

 

?”
 

 

뭘 보고 싶었는데?”
 

 

.. 이거. 너 파란머리.”
 

 

정국이 ㅇㅇ의 머리카락 끝을
잡으며 말한다.
 

 

내 머리카락?”
 

 

ㅇㅇ은 정국이 돌려 말한다는 것을
전혀 모른 채 자신의 머리카락을
보고 싶었다 말하는 정국을
이해하려 애썼다.
 

 

그때 고개를 돌려
ㅇㅇ을 보던 찬열은
정국이 머리카락을 잡는 순간
검은색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파란색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본다.
 

 

너무나 순식간이었기에
찬열은 자신의 기운이 약해져
잘못본건가 싶은 마음에
눈을 여러 번 깜박인다.
 

 

ㅇㅇ의 머리카락이
여전히 파란색인 것을 보고는
안심한다.
 

 

 

 

 

 


 

 

 

 

 

 

어김없이 아침에 일어나
찬열과 함께 학교를 가는 길..
 

 

문득 든 생각이 여과 없이
입으로 튀어나온다.
 

 

오빠는 여자 친구 없나?”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오빠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내 뱉은 것 보다
내가 그에게
궁금한 것이
생겼다는 것에 놀란다.
 

 

그가 편해진 것일까?
 

 

그 역시 매우 놀란 표정이다.
 

 

갑자기 그건 왜?”
 

 

.. 몰라. 그냥..
튀어나왔네?
 

, 여자랑 같이 있는 거
본 적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여자 친구 사귄다는 말도
못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괜히 머쓱해져 앞만 보며 걷는다.
 

 

여자 친구..”
 

 

그의 입에서 예전이라면 절대
나눌 리 없는 낯선 단어가 나오니
괜히 간지러운 것 같다.
 

 

있었지.”
 

 

? 진짜? 너가?”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자
 

 


.. 그게 그렇게까지
놀랄 일이야?
 

그리고 내가 뭐 어떤데..?”
라며 기분 나쁜 듯 인상을 구긴다.
 

 

...니 나는..
그런 얘기 못 들어
본 것 같아서..“
 

 

약간.. 빙썅끼 있잖아.
여자 애들이 너 그런 거
좀 싫어했던 것 같은데..
라는 말은 차마 못하겠다.
 

 

그건 그렇고..
지금은 없어?“
 

 

. 여기 오기 전에 헤어졌어.”
 

 

?”
 

 

, 헤어지는데 이유가 따로 있나?
마음이 식었으니까..“
 

 

..
그럼 처음 여기 왔을 때
힘들었겠네?“
 

 

질문에 옅은 미소가 지나간다.
 

 

..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지금은 괜찮아.”
 

 

그건 다행이네..”
 

 

내 말을 끝으로
어색한 시간이 지나간다.
 

 

괜히 물었다.
개인 적인 질문 같은 거..
 

 

바닥만 보며 걷는데,
그가 갑자기 멈춰서 묻는다.
 

 

나도 궁금한 거 있는데..”
 

 

멈춰선 그를 돌아본다.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목이 다 아프다.
 

 

뭔데?”
 

 

내가 솔직하게 말했으니까
너도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무슨 질문을 하려고?”
 

 

이제 한 달 정도 지난 것 같네.
인간계에 내려와 둘이 지낸지.“
 

 

벌써.. 한 달이나 지난 건가?
 

 

그래서?”
 

 

내가 지켜본 ㅇㅇㅇ. 너는..
평소에는 그렇게 과격하지 않아.
 

오히려 조용한 편에 속하지.
 

그냥 네가 싫고, 불편하고,
짜증나는 것에만 반응해.“
 

 

뭐야..
그동안 나를 파악이라도 했다고
말하는 거야?
 

 

그런데, 내가 조용한 편에 속한다고?
 

 

.. 물론 네가 재밌어 하는 건
남을 곤란하게 하고,
곤경에 빠트리는 일이긴 하지만
그것만 빼면 꽤 조용한 편이야.“
 

 

뭘 묻고 싶은 건데?”
 

 

왜 그렇게
오세훈을 싫어하는 거야?“
 

 

“...”
 

 

놀라웠다.
그가 이 질문을 할 줄이야.
 

 

그리고 매우 새삼스럽다.
세훈을 미워하게 된 계기라는 것.
 

 

내가 알기로는
오세훈은 너를 알았지만
네가 오세훈을 알게 된 건
13살 무렵? 이라고 들었어.
 

그 전에는 그 어떤 접점도
없었다고 들었는데,
너는 오세훈을 보자마자
달려들었잖아.
 

왜 그런 거야?“
 

 

괜히 정보원이 아니구나.
 

 

모든 일에
의문을 품는 건 기본이고
세밀히 관찰할 줄도 알고..
 

 

그게 왜 궁금한 건데?”
 

 

.. 세훈이 인기 엄청 많잖아.
 

특히 네 나이 또래들한테..
 

처음엔 세훈이한테
어필하려고 그러나 했는데,
전혀 아니었어.
 

정말 죽일 듯이 달려들더라.
 

그래서 내내 궁금했어.“
 

 

내가 솔직하게 대답하면
너가.. 아니, 오빠도
내 질문에 대답해줘.
 

그럼 말할 게.“
 

 

잠시 내 눈을 똑바로 보던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 약속할게.”
 

 

아빠하고 오빠가
얘기하는 거
들었어.
 

오세훈 아버지가
엄마 죽였다는 거..“
 

 

...”
 

 

그리고 그 때 들었어.
엄마 살아있다는 거..“
 

 

그의 눈빛이 점점 변한다.
 

 

이제 오빠 차례야.”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
ㅇㅇㅇ 덕에
정신이 확 드는 아침이다.
 

 

여자 친구가 있냐니..
생각도 못한 질문이었다.
 

 

솔직하게 대답한 후에
평소 궁금했음에도
공격적인 반응이 나올까봐
하지 못했던 질문을 한다.
 

 

너의 대답은 꽤 충격적이었다.
 

 

과거의 일을
전혀 모르는 줄 알았는데
일부분을 알고 있다니.
 

 

엄마가 어디 있는지 물어도
대답 안 해줄 거 아니까
그건 안 물어 볼 거야.“
 

 

현명한 선택이네.
 

 

내가 어떻게 하면
엄마를 만날 수 있어?“
 

 

그 역시 난감한 질문이네.”
 

 

이미 만났어.
다만,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지.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미안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못 만나.”
 

 

?”
 

 

이미 엄마를 만났다는 사실은
말해주지 못하지만
이유는 말해줘도 되겠지.
 

 

종석선배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천천히 생각을 정리한다.
 

 

어머니가 흑마력을
가지고 계셨던 건 알지?“
 

 

.”
 

 

그거 때문이야.”
 

 

...
엄마가 흑마녀로 각성했어?
그래서 못 만나는 거야?“
 

 

네 표정은 자못 심각했다.
 

 

아니. 그건 아니야.”
 

 

근데 왜 못 만나?”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인데..”
 

 

너는 입술을 깨물며
내 대답에 집중한다.
 

 

너는 원래 흑마녀로 태어나거나
흑마력을 이어받은
마녀로 태어났어야 했어.“
 

 

충격을 받은 얼굴이다.
 

 

내가?”
 

 

다리에 힘이 빠지는지
주춤거린다.
 

 

그런데 어쩌다가..”
 

 

그건 나도 자세히는 몰라.
다만, 어머니가 온 몸으로
막으신 걸로 알고 있어.
 

 

다행히 흑마력은
오세훈에게 흡수된 것 같아.“
 

 

세훈이의 이름이 나오자
네 눈이 커진다.
 

 

세훈이 아버지는
너희 어머니를 죽인 게 아냐.
 

오히려 너와 어머니를 구한거지.
 

어찌됐건, 네 어머니에게
흑마력이 일부 남아있다면
 

원래 주인인 네게로 흡수될 수 있어.
 

알겠지만 흑마력은
아주 극소량으로도
널 흑마녀로 각성시킬지도 몰라.
 

왕족의 마녀가 흑마녀로 각성하면
마계가 뒤틀리고 심하면
인간계와의 시공간이 파괴 될 거야.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너와 어머니는 만나서는 안 돼
 

 

지금의 너는 마력이 없으니
흑마력이 널 인간으로 알았겠지만
마력이 있는 채로
어머니를 만났다면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
 

 

점점 네 눈이 붉어진다.
 

 

이렇게 마음이 약한 너였나?
 

 

종석선배는 너의 이런 점을 알아서
그렇게 아낀 거겠지.
 

 

조용히 티나지 않게
네 감정을 조절한다.
 

 

이런 나라도 네 눈물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야.
 

 

 

 

 

 


 

 

 

 

 

 

수업시간 내내
찬열이 해준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엄마와 만날 수 없다니.
이 무슨 가혹한 운명인가.
 

 

내가 흑마녀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태어난 순간
죽었어야할 운명일지도 모르겠네.
 

 

기운이 없어보였는지
정국이 계속 말을 걸어온다.
 

 

곧 점심시간이야.
힘 내.“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뭐가 좋은지 너 역시 웃는다.
 

 

점심 같이 먹을래?”
 

 

점심?”
 

 

점심 먹고,
아이스크림 내기 어때?”
 

 

!!”
 

 

계속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
네가 얼마나 고마운지.
 

 

밥을 먹는 내내
지민은 끊임없이 말을 한다.
 

 


메로나 어때?
식후는 메로나지
 

 

찬열이가 딱 싫어하는 타입.
시끄러운 사람.
 

 

죠스바 안 돼?
난 죠스바가 더 맛있던데
 

 


그렇지.
아이스크림 하면 죠스바지.“
 

 

역시 정국이가 뭘 알아.”
 

 

.. 전정국 배신자.
죠스바는 입이.. 크헉!“
 

 

밥을 먹다말고
지민이의 입을 때리는 정국이다.
 

 

아플 텐데도
지민은 뭐가 좋은지 웃는다.
 

 

둘이 진짜 많이 친하구나.
 

 

마계에서는 저러면 전쟁 나는데..
 

 

점심을 다 먹은 우리는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옥상으로 올라와
가위바위보를 한다.
 

 

아이스크림 사올 사람을
정하는 게임이다.
 

 

찬열 역시 마지못해
손을 내민다.
 

 

가위, 바위, !
 

 

앗싸!!”
 

 

오예~”
 

 

그렇지!!”
 

 

...
, 안 그래도
내가 사오려고 했어.
 

금방 다녀올게.“
 

 

계단을 내려가려던
찬열이 나를 한 번 돌아본다.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다.
 

 

찬열이 혼자 매점까지 간다면
내게 걸어둔 결계가 깨질 것이다.
 

 

하지만 금방인데 뭐,
별일 있겠어?
 

 

날씨 디게 좋다~
우리 끝나고
간만에 피씨방 갈까?“
 

 

지민이 기지개를 켜며
정국에게 묻는다.
 

 

피씨방 가본 적 있어?”
 

 

정국은 지민에게 대답하는 대신
내게 질문을 한다.
 

 

아니? 피씨방이 뭐하는 데야?”
 

 

~ ㅇㅇㅇ. 피씨방 몰라?”
 

 

몰라도 돼.
거기 답답하고 별로 재미없어.
 

우리 그냥 노래방이나 갈까?“
 

 

~ 전정국!
니가 피씨방을
그렇게 생각해왔어?“
 

 

지민이 정국에게 어깨동무를 하더니
 

 

시끄러워.
거기 담배 냄새 쩌는데
거길 데려갈 생각을 하냐?“
 

 

이번엔 목을 끌어안고 말한다.
 

 

이야~ 전정국이~
아주 그냥~ ?“
 

 

둘이 장난치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린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국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하염없이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쓰지만
잘 되지 않는다.
 

 


 

 

정국이 손을 뻗어 이마를 짚는다.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물속에 있는 것처럼
웅얼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손닿은 부분이
꽤 뜨겁다.
 

 

천천히 팔을 들어
그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찬열이 돌아오며
세상의 소리가 돌아왔다.
 

 

무슨 일이야?”
 

 

괜찮아? 열은 없는데?”
 

 

, 어디 안 좋아?”
 

 

? ..아니야.
나 괜찮아.“
 

 

이상하다. 뭐지?
 

이 두근거림은?
 

 

 

 

 

그 날 이후로
정국이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밥을 먹다가도
 

 


 

 

정국이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쉬는 시간 역시
 

 


 

 

친구들과 대화하는 그를
훔쳐보고 있다.
 

 

그가 점심시간에
축구라도 하러 나간 날이면
창문에 붙어있게 된다.
 

 

수업시간 역시 집중을 하지 못했다.
 

 

, 집중을 한 적이
별로 없긴 하지만..
 

 

그러다 그에게 들킨다.
 

 


이 오빠가 잘생기긴 했는데,
수업 중에는 공부 해야지?“
 

 

.. !”
 

 

또 다시 심장이 쿵쾅댄다.
 

 

시선을 책으로 떨군 채 있는데,
 

 

이번 주 토요일에 별일 없으면
우리 만날까?“
 

 

토요일?”
 

 

나야 늘 별일이 없긴 한데..
 

 

. 이모네 카페서 만나자.”
 

 

그의 제안은
악마의 속삭임처럼 달콤했다.
 

 

.. 그래!
찬열 오빠한테 물어볼게.”
 

 

찬열이 데려오게?
둘이 보면 안 돼?”
 

 

속삭이듯 말하는 네 목소리는
차라리 유혹에 더 가깝지 않을까?
 

 

?”
 

 

아마.. 허락 안할걸..
그래도 일단..
 

 

물어볼게.”
 

 

아니, 어떻게 해서든 갈게.
 

 

그와 소곤거리며 대화를 나눈 순간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이건 마치 무서울 정도로 두근대서
터져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내가 왜 이러지..?
 

 

.. 설마..
 

 

이렇게 갑자기
정국이가 좋아지는 건가?
 

 

단 한 번도
누굴 좋아해 본 적이 없기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기 있잖아.”
 

 

낮에 느꼈던 감정을
찬열에게 묻기로 한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어떤 느낌이야?“
 

 


갑자기 그건 왜?”
 

 

요즘 내가 이상해.”
 

 

뭐가?”
 

 

막 심장이 두근거리고,
자꾸만 쳐다보게 돼.
없으면 찾게 되고,
보면 또 심장이 떨려.
 

이게 좋아하는 감정이야?“
 

 

조용히 듣던 그는
내 눈을 응시한다.
 

 

눈이 마주치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고,
계속 시선이 가고,
안 보이면 보고 싶고,
미칠 것 같고,
그 사람이 궁금하고..
 

맞는 것 같은데?
 

정국이 좋아하는 거..“
 

 

그리고 이내 시선을 피하며
앞으로 걸어간다.
 

 

내가 정국이를 좋아한다고?
 

 

앞서가는 찬열을
뛰다시피 따라가며 묻는다.
 

 

오빠도 그랬어?
전에 그 여자 친구 봤을 때
 

 

그가 깊게 숨을 들이킨다.
 

 

글쎄... 잘 기억이 안 나네.”
 

 

뭐지. 기운이 좀 없는 것 같네.
 

 

그건 그렇고,
이런 대화를 하다니.
많이 친해진 것 같긴 하다.
 

 

처음 인간계에 왔을 때,
상상이나 했을까?
우리가 이렇게 잘 지낼 줄.
 

 

일주일도 못 버티고
돌아갈 줄 알았는데..
 

 

오늘은 그가 푹 쉴 수 있게
조용히 지내야겠다.
 

 

 

 

.
.
.
 

 

 

 

갑자기 주변이 환해지는 느낌에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잠든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아침인가?
 

 

눈앞에 어떤 형체가 있기에
한쪽 눈을 감고 보려 애쓴다.
 

 

뭐야. 아빠?
 

 

꿈인가..?
아빠가 인간계를?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세차게 흔든다.
 

 

하지만 눈앞에 아빠는 사라지지 않았다.
 

 

! 진짜 아빠?”
 

 

일어나거라.”
 

 

자리에서 일어나 앉는다.
 

 

아빠, 웬일이세요?
인간계에 무슨 일 있어?“
 

 

아니, 데리러 왔다.”
 

 

? 이게 무슨..?
이거 진짜 꿈인가?
 

 

? 누구를?
설마.. ?“
 

 

이제 인간계에 안 있어도 돼.
그만 올라가자.“
 

 

?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 아직 마력 못 찾았는데..”
 

 

순간 몸이 떨려온다.
 

 

좀 추운가?
 

 

이미 너는 마력을 찾았으니
그만 돌아가자.“
 

 

아닌데?
아직 마력의 마자도 못찾..“
 

 

손을 뻗으니 바닥에 있던 서랍장이
공중으로 떠오른다.
 

 

잠이 확 깨온다.
 

 

? 이게 뭐지?
언제..”
 

 

곧 찬열이 아빠에게 다가온다.
 

 

준비 끝났습니다.”
 

 

그래. 고생 많았다.”
 

 


 

 

그의 두 눈이 이상하게
아픈 것 같아 보인다.
 

 

슬프다고 해야 하나?
 

 

아가, 그만 가자.”
 

 

아빠가 손을 내민다.
 

 

하지만 왜인지 그 손을 잡기 싫었다.
 

 

아니, 아빠.
갑자기 와서 가자니..
친구들이랑 인사도 못했는데..“
 

 

..”
 

 

아빠의 한숨이 깊다.
 

 

넌 인간계에 없던 사람이야.
곧 그들의 기억에서
넌 없는 사람이 될게다.“
 

 

그래.
예상은 하고 있었다.
 

 

내가 생활하다 돌아가면
그들의 기억에서
날 지운다는 것쯤은..
 

 

하지만 이렇게 가는 건 싫다.
 

 

이제야 막 정국이에 대한 내 마음을
안 것 같은데..
 

 

안 갈래.”
 

 

?”
 

 

안 갈래요.
.. 없었던 사람이 될지 몰라도
정국이랑 지민이한테
그리고 민호한테도
인사는 하고 싶어.“
 

 

잠시 먼 곳을 보던 아빠는
짧은 한숨을 뱉어낸다.
 

 

그래. 네가 정 안가겠다면
어쩔 수 없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도는 아빠의 모습이
어쩐지 쓸쓸하다.
 

 

.. 다행이다.
인사는 할 수 있어서..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안심은 금물이라.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마왕의 속박으로
꼼짝없이 마계로 끌려가야만 했다.
 

 

 

 

 

 


 

 

 

 

 

 

오늘은 ㅇㅇ이가 좀 늦는다.
 

 

설마 연락도 없이
또 마계에 간 건 아니겠지?
 

 

뒷문을 여는 소리에
자동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기다리던 사람은 오지 않고
지민이 활짝 웃으며 다가온다.
 

 

꾸기~!!”
 

 

또 뭐로 놀리려고 이러는 걸까?
 

 

옆자리에 앉더니
 

 

토요일에 뭐하냐?
이 엉아랑 피씨방 가서
한판 해야지?“
 

 

약속 있어.”
 

 

!”
 

 

어깨에 손을 얹으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분명 눈치를 채고 놀리려는 거겠지.
 

 

뻥치지 마.
너 나 말고 친구 없잖아.
괜히 또 튕긴다~“
 

 

진짜거든?
ㅇㅇ이 만나기로 했어.“
 

 

누구?”
 

 

넌 마치 모르는 사람을 말하는 냥
묻는다.
 

 

! 장난 좀 치지 마.
나 진지하거든?“
 

 

뭐래?
 

ㅇㅇ이가 누군데?
내가 아는 사람이야?“
 

 

! 새끼 연기 많이 늘었네.
ㅇㅇ이가 들으면 섭섭해 해.“
 

 

진짜?
~ 누구지?
ㅇㅇ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데..
우리 동창이야?“
 

 

이상하다.
지민이의 표정엔 거짓이라고는 없다.
 

 

너 뭐 잘못 먹었어?
내 짝꿍. ㅇㅇ..“
 

 

~ 이눔시키!!!
감히 형을 놀려먹어?
에라 이놈아!!
니가 짝꿍이 어딨어?“
 

 

지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욕을 한바가지 퍼붓고는
교실로 돌아간다.
 

 

이상했다.
 

 

앞에 앉은 녀석도
날 이상한 눈으로 보더니
고개를 휙- 돌려버린다.
 

 

녀석의 등을 두드린다.
 

 

! ㅇㅇ이 아직 안온 거 맞지?”
 

 

걔가 누군데?”
 

 

녀석의 표정은
도대체 누구를 말하고 있는 건지
모르는 표정이다.
 

 

뭐지? 다들 짠 건가?
 

 

핸드폰을 들어 톡 리스트를 본다.
 

 

없다.
 

 

전화번호 역시 없다.
 

 

너는 그렇게
마치 처음부터 없던 사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마계로 돌아온 지 한 달여쯤 지났다.
 

 

자리를 비웠던 동안의
업무 인수인계를 받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간 듯 하다.
 

 

얼핏 들리는 소문으로는
ㅇㅇ이가 집에 갇혀 지낸다고 한다.
인간계로 가려고
계속 시도를 한 모양이다.
 

 

미리 알았다면
인사를 할 시간이라도
주는 건데..
 

 

그날 밤
마왕은 아주 갑작스럽게 들이닥쳤다.
 

 

막 자려고 누우려는데
방 한가운데에
텔레포트가 열리며 그가 들어오는데
하마터면 공격을 할 뻔 했다.
 

 

! 깜짝이야!
나 죽이려고?“
 

 

깜짝 놀란 게 누군데..
 

 

마왕님.
예고라도 하고 오시지.
제가 조금만 더 빨랐으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어요!“
 

 

, 그건 미안하다.
내가 너무 급해서..“
 

 

그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것이
정말 급한 일인 것 같다.
 

 

무슨 일 있으세요?”
 

 

ㅇㅇ이를 데리고 가야겠어.”
 

 

이게 무슨..
 

 

지금이요?”
 

 

한 시가 급해.
인간계에 있으면 위험할 것 같구나.“
 

 

그게 무슨..”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돌아갈 준비부터 해야겠다.
 

혹시 모르니 ㅇㅇ이 흔적부터
깨끗하게 정리 부탁하마.“
 

 

그렇다는 건..
인간들의 기억을 지우라는 건데..
 

 

ㅇㅇ이 지금 자고 있는 것 같은데
깨워서 얘기라도 먼저..“
 

 

아니.
분명히 안 간다고 할게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어야
포기도 그만큼 빨리 할게야.
 

부탁한다.“
 

 

인간들과 정이 많이 들었을 텐데..
 

 

나중에 알게 되면
얼마나 속상하려나..
 

 

마왕의 명령이 더 우선인 건 알지만
네 걱정이 더 앞서는 건 사실이다.
 

 

마왕의 부탁으로
아무도 없는 학교에 도착해
너와 내 이름을 지워낸다.
 

 

그리고 정신을 가다듬고
인간들의 기억에 숨어든다.
 

 

지민의 기억에 숨어들었을 때
예쁘게 남아있는
네 기억과 마주한다.
 

 

아주 시끄러운 녀석이지만
좋은 것들만 기억할 줄 아는
착한 녀석이다.
 

 

마지막으로
정국의 기억에 숨어들었을 때
이상한 것을 듣는다.
 

 

정국의 손이 목걸이에 닿았을 때다.
 

어머, 인간?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 것을
가지고 있네?“
 

분명 마녀의 언어다.
 

 

이게 그..
마왕님이 말씀하셨다던
조상 중에 마법사나
마녀가 있을 수 있다는 그 말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
마녀의 느낌과는 뭔가 달랐다.
 

 

어찌됐든 마법이 통하지 않을
전정국이지만 시도를 해본다.
역시나, 그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몇 번이고 시도를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일은 따로 보고를 해야겠지.
 

 

정국을 제외한 인간들의
너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돌아오니 마왕과 마주하고 있는 너다.
 

 

다가서서 마왕에게 보고를 하니
내게 시선을 돌린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시선을 피한다.
 

 

마왕의 속박으로
마계로 끌려가는 모습을 끝으로
너를 볼 순 없었다.
 

 

 

 

.
.
.
 

 

 

 

마왕의 부름으로
그의 집으로 가는 길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누군가 창문에 매달려
애처롭게 쳐다보는 것 같아
고개를 드니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든다.
 

 

누구지?”
 

 

2층으로 뛰어오르자
ㅇㅇ이 네가 두 손을 흔든다.
 

 

그리고는 뭐라뭐라 말하는데
들리지 않는다.
 

 

정말 갇힌 게 맞구나.
 

 

손짓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표시를 한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해도
결계가 쳐져 있겠지.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입술을 삐죽 내미는
네 표정이 꽤 귀엽다.
 

 

손을 흔들어 주고는
마왕의 서재로 향한다.
 

 

창문을 내다보던 마왕은
내가 들어가자 뒤로 돌며 웃는다.
 

 

ㅇㅇ이가 많이 답답한 모양이군.”
 

 

역시 지켜보고 계셨구나.
 

 

워낙 활동적인 아이잖아요.
그만 풀어주실 때도 되지 않았어요?“
 

 

마왕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방금도 네게
인간계로 탈출시켜 달라고
하던 거였어.“
 

 

예상은 했지만..
역시..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온다.
 

 

준비했던 서류를 마왕에게 내민다.
 

 

여기 부탁하신 자료입니다.”
 

 

고맙군.”
 

 

서류를 손에 든 그가
꼼꼼히 살핀다.
 

 

보내달라고 해도 되지만
보안이 생명이라..“
 

 

그가 보고 있는 서류는
전정국의 대한 자료이다.
 

 

이후 ㅇㅇ이의 생활에 대해
보고를 하던 중
정국이를 신기하게 여기던 마왕은
내게 그를 조사하게 했다.
 

 

서류를 한 장 넘기려던 마왕은
갑자기 귀를 틀어막는다.
 

 

그러더니 나를 측은한 눈으로 본다.
 

 

너를 들여보내주지 않으면
계속 악다구니를 쓸 생각인가 보구나.
 

시간 괜찮으면..“
 

 

?”
 

 

마왕이 2층을 가리키며 말한다.
 

 

..”
 

 

웃음이 나왔다.
 

 

얼마나 답답하면 나를 다 찾을까.
 

 

. 올라가 볼게요.”
 

 

처음 올라와 보는 2층이지만
네 방에 어딘지 알 것 같다.
 

 

결계가 이렇게 심하게 쳐놓다니..
난생 처음 본다.
 

 

!! !!! 온 거 다 알아요.
심심해!! 심심하니까
그 오빠라도 만나게 해줘!!!“
 

 

마왕이 귀를 왜 틀어막았는지
알 수 있는 현장이다.
 

 

노크를 하자 순간 조용해진다.
 

 

찬열오빠?”
 

 

문을 열고 들어가자
덥석 손을 잡아온다.
 

 

이게 얼마만이야!”
 

 

당황스러웠지만
 

 

.. 오랜 만이네..”
 

 

내가 아빠랑 오빠 말고
다른 마법사를
얼마 만에 보는 건지 모르겠네.“
 

 

정말 기쁜 듯한 네 표정에
티를 낼 순 없었다.
 

 

잘 지냈어?”
 

 

아니, 오빠는 이게
잘 지내는 걸로 보여?
 

내가 집에서
이동식 샤워시설로 씻은 건
이번이 처음이야.“
 

 

고개를 숙이는 네 모습에
안쓰럽기도 하고 웃음도 나온다.
 

 

그건 그렇고,
애들은 잘 지내?
 

설마 한 번도 안 들여다 본 건
아니지?“
 

 

. 잘 지내는 것 같더라.”
 

 

잘 지낸다는 내 말에
입술을 깨문다.
 

 

, 기억 못하는 거지?”
 

 

.”
 

 

다시 한 번 고개를 푹 숙인다.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다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들어올린다.
 

 

정국이는.. 걔는 마법 안 통했잖아.
그럼 내 기억.. 못 지운 거 아냐?“
 

 

너와 마주친 시선이 매우 따갑다.
네가 원하는 대답이 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마왕이 지켜보고 있는 지금
내 대답은 거짓일 수밖에 없다.
 

 

아니, 지웠어.
그 마법은 통하더라.“
 

 

마계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보고를 들은 마왕은
정국의 기억을 지우지 못했다는 사실을
ㅇㅇ에게 절대 알리지 않을 것을
재차 부탁했다.
 

 

역시나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짓던 너는
이내 웃어 보인다.
 

 

그럼 뭐,
이제 인간계 갈 필요 없겠네.
 

난 그동안 아빠나 오빠가
거짓말 하는 줄 알았거든.
 

, 거짓말 안하는 사람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왠지 입 안이 따끔거린다.
 

 

그래도 얼굴 한 번씩은
보고 싶었는데..
 

나중에 시간 흐르면
기회 있겠지 뭐.. 그치?“
 

 

진짜 내가 아는 ㅇㅇ
네가 맞는 건지
의심스러운 순간이다.
 

 

네 무릎위에 올려 진 손 위에
조용히 손을 얹는다.
 

 

너 진짜 철 들은 것 같다.
 

마왕님이 인간계에 보내신
보람이 있는 것 같아.
 

내가 다 뿌듯한데?“
 

 

너는 놀란 눈으로 나를 본다.
네 눈 주위가 붉어져 온다.
 

 

조금만 더 참아.
 

너 많이 변한 거 아시면
마왕님도 너 금방 풀어주시겠지.“
 

 

내 미소에 따라 웃는 너다.
 

 

예쁘다.
 

 

내 마음이 너를 향하고 있는 것쯤은
이미 인간계에서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고 있는
너를 욕심내기엔
내가 너무 아플 것 같다.
 

 

집에서 나와 네 방 창문을
다시 한 번 올려다본다.
 

 

그리고 조용히 너를 응원한다.
 

 

힘내. 이 말괄량이 아가씨야.”
 

 

 

 

 

 


 

 

 

 

 

 

내 방은 오로지
아빠만 통할 수 있다.
 

오빠 역시 출입이 통제되었다.
 

인간계에서 돌아온 지
한 달이 넘도록 외출은커녕
방 밖으로 나갈 수조차 없다.
 

 

! 한 번..
인간계로 가려다 걸린 이후로 말이다.
 

 

창문에 얼굴을 기대고
하염없이 바깥구경을 하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지나간다.
 

 

아니, 분명 저것은
박찬열의 걸음걸이다.
 

 

!! 박찬열!
아니, 찬열오빠!
여기좀 봐바!!“
 

 

너무 반가워 창문을 두드려보지만
들리지 않는 건지
하염없이 걸어만 간다.
 

 

.. 여기 좀 쳐다봐주지..
 

 

그러다 멈춰서 뒤를 돌아보고는
위를 올려다본다.
 

 

그게 또 왜 그렇게 기쁜지
미친 듯이 손을 흔들자
2층으로 뛰어오르는 그다.
 

 

너무 반가워
손을 흔들어 그를 맞이했다.
 

 

잘 지냈어?
나 너무 답답해.
아빠한테 오는 거야?
나도 보고 가면 안 돼?“
 

 

하지만 역시나 들리지 않는 건지
귀를 가리키며
들리지 않는다고 표시한다.
 

 


 

 

그러더니 알 수 없는 웃음을 웃더니
손을 흔들며 사라진다.
 

 

괜히 그 모습에 두근거린다.
 

 

뭐야, 이건 또..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가?
 

 

그건 그렇고..
이곳을 지나갔다는 건
아빠를 만나러 온 것이 분명했다.
 

 

마왕의 집에서
텔레포트를 쓸 수 있는 건
아빠 밖에 없으니까,
분명 이 근처까지 와서
이곳을 지나간 거겠지.
 

 

그라면 분명
친구들의 근황을 알 것이다.
 

 

그때부터 아빠에게 말을 걸었다.
 

 

아빠, 찬열오빠 우리 집에 왔죠?
왜 왔어요?
나도 잠깐 만나고 싶은데..“
 

 

하지만 아무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와 대화하느라 그런 거겠지.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를 그냥 보내버릴까 봐서..
 

 

그래서 계속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역시나 묵묵부답.
 

 

누가 이기나 보자라는 심정으로
계속 악다구니를 썼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는 심장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누군가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찬열 오빠?”
 

 

이윽고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을 때
 

 

나도 모르게 한달음에 달려가
손을 덥석 잡았다.
 

 

이게 얼마만이야!”
 

 

그가 당황하는 게 느껴졌지만
나 역시 당황하면
분위기가 이상해 질 것 같아
더욱 반가워 해본다.
 

 

조심스럽게 친구들의 근황을 물었다.
 

역시나 그는 알고 있다.
 

잘 지내는 것 같다는 말에
갑자기 쓸쓸해졌다.
 

나를 잊었겠지.
 

 

정국이는 마법이 안 통했었으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묻지만
이번엔 지워졌단다.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는 그에게
안심하라는 말을 한다.
 

 

그래도 얼굴 한 번씩은
보고 싶었는데..
 

나중에 시간 흐르면
기회 있겠지 뭐.. 그치?“
 

 

, 필요하면
내가 가진 기억이라도
나눠주면 되니까.
 

 

희미한 미소가 지나가고
그의 큰 손이 내 손을 잡아온다.
 

 

곧 그의 생각이 전해진다.
 

 

그는 분명 입으로
말을 하고 있는데
전해지는 것은 다른 말이었다.
 

 

정국이는 다 기억하고 있어.
 

얼마 전에
네 소식을 전하러 다녀왔어.
 

만나기로 했던 요일,
매일 같은 시간에
널 기다리겠다고 했어.
 

기회가 되면
꼭 만나러 다녀 와
 

 

눈가가 뜨거워진다.
정국이의 소식도,
찬열의 마음 씀씀이에도
괜히 마음을 뜨겁게 만든다.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의 눈은 전혀 웃지 않았다.
 

 

이상하게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가 종종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그의 뒷모습이라도 배웅하고 싶어
창가에 서서 그가 걷는 모습을 본다.
그러다 내 방 창문을
올려다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몸을 숨긴다.
 

 

가슴이 콩닥거린다.
전에 정국이에게
두근거리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이건.. 또 뭘까..?
 

 

 

 

.
.
.
 

 

 

 

내내 얌전히 지내는 모습이
마음에 들은 건지
아빠는 방의 결계를 풀어주었다.
 

 

다만, 외출은 아주 지극히
짧은 시간만 허락 되었다.
 

 

나 역시 딱히 나갈 곳도 없기에
가끔 집 근처를 산책하는 일 말고는
아빠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하지 않았다.
 

 

곧 오빠의 생일이었기에
아빠와 선물을 상의하기 위해
서재로 가니 외출을 하신 건지
계시지 않았다.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웬 낡은 노트가 살짝 삐져나온 것이
눈에 거슬렸다.
 

 

손을 뻗어 끼워 넣으려다
잡아당겨 펼쳐든다.
 

 

-오늘은 아내가 태동을 느꼈다고 한다.
 

 

아빠의 일기장인 듯하다.
 

 

..히히히..
무슨 내용인지 살짝 간만 볼까?
 

 

-아들 녀석은 그게 신기한 건지 계속 아내의 배에
 대고 형의 손을 쳐보라며 말을 건넨다.
여자동생이면 어쩌냐고 하자
 틀림없는 남자동생이란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아내와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나 역시 웃음이 지어졌다.
 

오빠는 내가 남자동생인 줄 알았구나.
 

다음 페이지로 넘기려는데
갑자기 노트 위로 영상이 펼쳐졌다.
 

아빠가 기억을 주입시킨 것 같다.
 

 

행복하게 웃는 가족을 보며
괜히 눈시울이 붉어진다.
 

 

다음 페이지로 넘기자
이번엔 엄마가 팔에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이 보여 졌다.
 

 

-종석이 녀석이 사고를 쳤다.
뱃속에 있는 동생을 예뻐하면서도 질투를 하는 건지
 장난감을 들고 그대로 아내에게 
질주해 팔에 상처를 냈다.
다행히 바로 치료를 해서 큰일은 
없었지만 그대로 흉이 남았다.
그대로 종석이를 들고 엉덩이를 몇 대
 때렸다가 아내에게 혼이 났다.
분이 풀리지 않는다.
엄마에게 매달려 서럽다고 우는 녀석도
나를 흘겨보는 아내에게도 섭섭하다. 섭섭해!
 

 

우리 아빠 애처가였구나.
 

 

더 읽고 싶지만
아빠가 돌아오기라도 하면 혼날까 싶어
노트를 덮고 제자리에 끼워 넣으려다
표식이 되어있는 부분이 있어
펼쳐들었다.
 

 

-아내의 마력이 상실되면서 기억 역시 지워졌다.
나와 결혼한 사실도, 종석이와 딸아이를 
낳은 것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가 더 이상 마녀가 아니라는 사실도
아이들의 엄마로도 살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딸아이는 그렇다 치고 종석이 
녀석은 당장 엄마를 찾을 텐데..
믿을 수 없는 이 현실이 차라리 꿈이었으면 싶다.
 

 

노트가 손에서 미끄러지듯 떨어진다.
 

 

엄마가 더 이상 마녀가 아니라고?
 

 

그렇다는 것은...
 

 

정국이의 이모가
엄마일 수도 있다는 사실 아닌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서재를 서성이다
바로 집 밖으로 나왔다.
 

 

여기서 텔레포트를 열면
분명 아빠와 오빠가
눈치를 챌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벗어난다고 해도
분명 알게 되겠지.
 

 

망설임 없이 인간계로 텔레포트를 연다.
 

 

도착하자마자 주변을 살핀다.
 

 

아무 생각 없이 열어서 그런 가,
전에 잠시 있던 집 근처다.
 

 

다시 텔레포트를 열 수 없어
달린다.
 

 

엄마일지도 모르는
그녀에게로..

.
.
.

※만든이 : 불통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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