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세 [단편] (by. 몽글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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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
 
 
 
 

 
 
하루에도 수십 곳에서 쉴 새 없이
 운세들이 쏟아져 나온다.
물론 나 또한 그런 것에 
흥미가 없는 편은 아니었기에
인터넷에 올라온 운세를 보고 있었다.
 
 
어디보자, 95년생 돼지띠.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입을 조심하라?”
 
 
인터넷에 올려 진 글을 차례대로 읽다보니,
기분이 나빠졌다.
 
 
이게 뭐야. 95년생들은
다 입을 다물고 있으란 거야, 뭐야.”
 
 
좋지 않은 점괘에
짜증스런 말투가 배어나왔다.
 
딸각, 딸각-, 딸각.
신경질적으로 사이트 창에 닫기를 여러 번 눌러댔다.
괜스레 심술을 부려본 것이다.
 
 
아휴, 이런 거 말고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운세 같은 건 어디 없나.”
 
 
왼팔에 턱을 괸 채,
마우스로 스크롤을 내려가며 파도타기 식으로
결국 어느 사이트에 들어왔다.
 
 
이건 뭐지?
오늘의 운세인데 생년월일을 입력하라고?”
 
 
턱을 괸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아,
초롱거리는 눈빛으로 스크린을 응시했고
오른손은 바쁘게 내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있었다.
 
 
[재물운이 들어올 징조입니다.
푸른 곳에 푸른 것이 있습니다.]
 
 
푸른 곳에 푸른 것이 있다고?
뭐 여긴 운세가 수수께끼처럼 나오냐.
뭐 그래도, 진짜면 좋긴 하겠네.”
 
 
운세를 읽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는데,
그날 오전 강의를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중이었다.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캠퍼스 잔디밭위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내 눈에 띄었다.
터벅터벅- 걸어가 확인해보니,
주인 잃은 만원짜리 세장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
.
.
 
 
여유롭고 평화로운 주말 아침.
잠에서는 깨어났지만
자세는 여전히 누워있는 채,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이것저것 올라온 기사를 확인하다,
문득 떠오른 기억에 오늘의 운세
 사이트를 찾아 들어갔다.
예전과 같이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정을 앞세운다면 서로 간 상처를 남기니,
의연한 자세로 지혜롭게 대처하라.]
 
 
싸운다는 소리ㅇ…,
내가 잘하면 되ㅈ….”
 
 
혼자 중얼거리다 포근한 이불 때문에
다시 잠의 세계로 빠져버렸다.
그리고 얼마나 잤을까.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려,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1220, ! , 뭐야!
알람은 왜 안 울린 거야!”
 
 
놀란 탓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씻기 위해 화장실로 뛰어갔다.
분명 알람 맞춰놨는데,
그래도 하필 약속시간 10분전에 눈이 떠질게 뭐람.
 
머리도 다 말리지도 못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살짝 화장을 한 채, 겉옷을 입고 나가기위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 정수정 전화를 몇 통이나 한 거야.
 
5건의 부재중 전화를 보자,
바로 통화버튼을 눌러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도 얼마가지 않아,
날카로운 음성의 수정이 목소리가 들렸다.
 

 
, ㅇㅇㅇ! 너 왜 어디야!”
 
 
아니, 내가 지금 ㄴ….”
 
 
내가 지금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
 
 
, ㅇ….”
 

 
어차피 영화도 이미 시작했고
나도 기분 거지같아서, 그냥 집에 간다!”
 
 
미안해, 금방 갈게. ?”
 
 
됐다고!”
 
 
, 넌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꼭 그래야 되냐?”
 
 

 
내가 뭘, 늦은 건 너고
전화 안 받은 것도 너잖아!”
 
 
그래서 사과했잖아!
사람이 사과를 하면 받아줄 줄도 알아야지!”
 
 
됐다는데 왜 이래?”
 
 
, 나도 됐다, 됐어!”
 
 
그 뒤에 수정이의 목소리가 얼핏 들렸던 것 같은데,
퉁명스럽게 구는 수정이 행동에
빈정 상한 난 그렇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미안해서 사과하면 좀 받아주지,
그냥 한 번 더 사과할걸 그랬나.
아휴 나도 모르겠다.
 
괜스레 답답한 심정에 신경질적으로 머리만 긁적거렸다.
 
그날 저녁, 내가 먼저 수정이에게 전화를 걸었고
다시 한 번 사과를 했다.
그렇게 우리의 싸움은 일단락 됐다.
그렇지만 잠들기 전,
아침에 봤던 운세가 이상스럽게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도 한번 또 운세를 봐야겠다.
 
 
.
.
.
 
 
오늘도 나의 하루는 운세를 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능숙한 솜씨로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
늘 그랬듯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운세를 기다리고 있었다.
 
 
[운명적인 사랑이 찾아오겠네요.
움직이세요, 장소는 꽃집입니다.]
 
 
오오-! 대박사건!
강의 끝나고 곧장 간다, .”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성의 있게 화장을 하고 옷을 골라 입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정수정! 나 오늘 솔로 탈출할 것 같다?”
 
 

 
어머- 뭐야, 뭔데. ?”
 
 
그냥. 느낌이 좋은날이랄까?”
 
 
이 기지배가 장난치나?
그런 소리는 나도 하겠다!”
 
 
오늘 강의가 모두 끝났다.
작은 손거울을 한번 들여다보며, 화장을 수정했다.
 
그래, 이정도면 나쁘진 않네.
 
예전에 학교 근처를 돌아다니다
 얼핏 꽃가게를 봤던 것 같다.
내 발걸음은 지체 없이 그쪽으로 향했다.
 
 
상상 속 화원, 이름이 참 심플하다.
떨리는 마음으로 꽃가게의 문을 밀었다.
 
 

 
어서 오세요.
찾으시는 꽃이라도 있으신가요?”
 
 
손님으로 가장한 나에게
상냥한 미소를 건네는 남자가 있었다.
 
저 사람인가? 내 님이 될 사람이?
 
 
, 딱히 찾는 꽃이라기 보단
며칠 뒤면 부모님 결혼기념일이거든요.
그래서 선물해드리려고 하는데,
꽃에 대해서 잘 몰라서요.”
 
 
부모님께서 따로 좋아하는 꽃이 있나요?”
 
 
딱히 없는 것 같은데.”
 
 
꽃을 선물하려면 아무래도
 당일 날 가져가는 것이 좋거든요.
결혼기념일이 며칠 뒤예요?”
 
 
삼일 뒤요.”
 

 
예약하게 전화번호 하나 적어주시고요,
사장님께서 아마 오늘 중으로
샘플 사진 몇 개를 보내주실 거예요.
그중에서 정해서 고르시면 될 거예요.”
 
 
그가 내민 예약리스트에
전화번호를 적으며 내가 질문을 했다.
 
 
사장님은 지금 안계신가요?”
 
 
사장님은 개인사정 때문에 잠깐 자리를 비워서,
오늘은 제가 대신 가게를 보는 중이예요.”
 
 
, 역시 뭔가 상황도 운명적이야!
 
그러나 문제는 그 사람의 
연락처를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핸드폰을 들이미는 것도 좀 그렇고.
 
괜스레 기운이 빠져, 어깨가 축 쳐졌다.
풀이 죽은 상태로 가게 문을 나섰다.
나는 속이 타는데,
그는 꽤 밝은 목소리로 내게 인사를 했다.
 
 

 
안녕히 가세요.”
 
 
.
.
.
 
 
집에 도착한 뒤에도 한참동안 그를 생각했다.
다시 돌아가서 번호를 물어볼까, 말까라는 주제로
심히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내가 내린 결론은 그만두자-였다.
 
 
에라- 모르겠다.”
 
 
침대에 벌러덩 뒤로 누웠다.
때마침,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아마 그 꽃가게 사장이겠지,
 
 
여보세요?”
 
 

 
-잘 들어갔어요?
 
 
누구세요?”
 
 
-ㅇㅇㅇ씨 폰 맞죠? 아까 상상 속 정원에서 봤던.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 !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아까 돌아갈 때, 기운이 없어 보이더라고요.
제가 혹시나 무슨 실수라도 했나 싶어서요.
 
 
-, 실수라니요! 그런 건 없었어요.”
 
 

 
-그럼 다행이고요. 이건 제 번호예요,
이름은 김우빈이에요.
 
 
?”
 
 
-저장해 달라고요.
내일 또 연락할게요.
 
 
끊겨버린 핸드폰을 내려다보는데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뭐라고 저장할까, 고민 끝에 저장 버튼을 눌렀다.
그 사람 이름 뒤에 하트를 붙인 건,
나만의 비밀이다.
 
 
그리고 얼마 뒤, 꽃가게 사장에게 연락이 왔다.
사장과 이야기 끝에, 부모님께 드릴 꽃바구니를 골랐고
약속시간을 잡았다.
 
 
 
*
 
 
 
부모님께 꽃바구니 선물을 드리고 나니,
상상 속 화원에 갈일이 없어졌다.
그래도 그날 이후로
우빈오빠와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전화로든, 문자로든.
 
오늘의 운세를 한번 볼까?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세요.
운명이 인연으로 이끌겠네요.]
 
 
운명이 인연으로?
, 이건.”
 
 
글자만 봐도 이렇게 설레 일 수가,
오늘 이러다 나 고백 받는 거 아니야?
 
심장이 두근두근-,
들뜬 마음으로 급하게 준비를 하고 학교로 향했다.
 
 

 
ㅇㅇㅇ, 오늘 강의 끝나고 뭐하냐?”
 
 
? 약속 있는데?”
 
 
사실 약속은 없는데.
왠지 다른 약속을 잡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수정이에게 거짓말을 해버렸다.
 
 
, 진짜? 둘이 간만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하려고 했는데.”
 
 
내일, 내일가자. ?”
 
 

 
내일은 안 돼.
거기 대학생 할인은 오늘 하루만 한단 말이야.”
 
 
그래? 어쩔 수 없네.”
 
 
강의를 하는 도중에, 굵직한 진동소리가 들렸다.
주머니에서 꺼내 핸드폰을 확인하니,
 
 
-오늘 강의 끝나고 뭐해?
 
 
우빈오빠였다.
난 교수님의 눈을 피해, 오빠에게 문자답장을 보냈다.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따로 약속은 없어요, 왜요?
 
 
-잘됐다. 그럼 오늘 강의 끝나고
상상 속 화원으로 올래?
 
 
-알겠어요, 이따 봐요.
 
 
역시 약속 안 잡길 잘했어.
 
강의가 끝나자마자, 재빨리 가방을 싸서 교문을 나섰다.
오빠를 만날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상상 속 화원의 문을 밀고
조심스레 안을 들여다봤다.
 

 
, 왔어?”
 
 
오빠 안녕하세요.”
 
 

 
? ㅇㅇ학생, 웬일이야?”
 
 
우빈 오빠 만나러 왔어요,
사장님도 안녕하세요.”
 
 
둘이 아는 사이야?”
 

 
뭐 그렇게 됐다.
우리 먼저 간다, ㅇㅇ- 밖으로 나가자.”
 
 
- 먼저 가볼게요, 사장님.”
 
 
잘생긴 사장님의 인사를 받고
상상 속 화원을 나서자,
 

 
집이 어느 방향이야?”
 
 
그는 다정하게 나에게 물어봤다.
 
 
? 집은 왜요?”
 
 
왜긴. 데려다 주려고 그러지.”
 
 
, - 혼자 갈수 있는데.”
 
 
뭐가 부끄러운지,
내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
.
.
 
 
집을 거의 도착할 때까지,
그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내 첫인상 어땠어?”
 
 
오빠요? 사실대로 말하면무섭게 생겼는데,
그때 꽃 예약하고 집에 갔을 때 오빠가 전화했잖아요.
제 낯빛보고 걱정 되서 연락했다고.
그때 오빠가 상냥한 매력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느꼈어요.”
 
그랬어? 하긴 내가 무표정으로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무섭다고 하더라.”
 
 
그래도 막상 잘 웃는 편이잖아요.
- 집 다 왔어요.”
 
 
- 여기구나. 잠깐만.”
 
 
그는 무엇을 찾는지 가방 속을 뒤적거렸다.
 
 

 
이거 받아.”
 
 
이게 뭐예요?”
 
 
포장되어있는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한번 풀어봐.”
 
 
포장지를 벗겨내자,
투명한 상자에 보랏빛을 담은 향수가 보였다.
이게 뭔가 싶어서 그를 쳐다보자,
또 내게 장미꽃 한 송이를 내밀었다.
난 본능적으로 그걸 받아들었다.
 

 
오늘이 알고 보니, 성년의 날이더라?
성년의 날 때 세 가지 선물을 받는 거라고 하던데.”
 
 
세 가지 선물이요?”
 
 

 
. 향수, 장미꽃,
그리고 키스.”
 
 
왜 오빠가 키스라는 단어를 꺼낼 때,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는지.
 
 
키스는 우리가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
줄 수가 없네.”
 
 
오빠.”
 
 
그 순간, 나도 용기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랑 사귈래요?”
 
 
당돌한 내 이야기에,
오빠가 푸스스- 소리를 내며 웃었다.
웃음을 여전히 입가에 머금은 오빠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곧 입을 열었다.
 
 
 

 
ㅇㅇ- 그럼, 이리와.”
 
 
오빠는 내 팔을 잡아 끌어,
자신의 앞까지 나를 데려다 놓았다.
그리고 빠르게 허리를 숙여 
그는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오빠의 숨결이 내 피부에 닿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
 
내 볼에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그 짧은 시간에 심장이 엄청나게 요동을 쳤다.
 
 
 

 
키스는 이르니까, 킵 해둘게.
얼른 올라가, 바람이 차다.”
 
 
운세대로 그와 나는 인연이 닿아 연인으로 발전했다.
 
 
 
*
 
 
 
오늘은 그와 데이트를 하는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약속했던 날이, 언제 오나- 그랬는데.
결국 오늘이 오기는 왔구나.
습관처럼 핸드폰으로 오늘의 운세를 확인했다.
 
 
[매일이 오늘같이 행복했으면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겠네요.]
 
 
이 운세는 진짜 잘 맞는단 말이야.”
 
 
한껏 좋아진 기분이 운세덕분에,
내 기분은 최고조를 찍었다.
 
 
.
.
.
 
 
일반 커플들처럼 맛있는 저녁도 먹고
재밌는 영화도 보며, 소소한 데이트를 했다.
거리를 다닐 때면 커플인 티를 내느라,
서로의 손이 떨어져 있지를 않았다.
술 한잔하자는 오빠의 제안에
근처 인기가 많은 술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로의 잔에 술을 따라 놓고,
우리는 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여기 사람들 엄청 많네요.”
 
 
그러게. 오늘 데이트 어땠어?”
 
 
재밌었어요. 사실 오빠랑 같이 있는데
뭐든 안 행복하겠어요. 그쵸?”
 
 
아유, 우리 ㅇㅇ 말도 참 예쁘게 하네.
아주 예뻐 죽겠어.”
 
 
술이 담긴 서로의 잔을 들어,
- 건배를 하고나서 바로 입속으로 술을 털어 넣었다.
 
 
-, 쓰다.”
 
 
그는 앞에 놓인 안주를 집어 내 앞으로 내밀었다.
쑥스러웠지만 그걸 받아먹고
똑같이 오빠 앞으로 안주를 집어
 오빠의 입속에 넣어주었다.
 
뭐가 좋은지, 우리 둘은 똑같은 미소를 만들었다.
 
 
 

 
오빠가 말이야, 질투가 많아.
그건 몰랐지?”
 
 
괜찮아요, 전 질투 많은 남자 좋아해요.”
 
 
 

 
그냥 많은 게 아닐 텐데, 괜찮겠어?”
 
 
아무렴 어때요,
오빠 그대로가 그냥 좋은걸요.”
 
 
그날 우리는 각자의 눈에 서로를 담아냈으며,
행복한 표정 속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우리의 연애가 꼭 오늘 같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
.
.
 
 
기분좋은날들의 연속이었다.
조만간 오빠의 생일이라, 뭐를 해주면 좋을까-
아침부터 검색을 하고 있었다.
인터넷 속에는 추천해주는 물건들이 많았지만
-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창을 닫고 오늘의 운세를 확인했다.
 
 
[꼬일 대로 꼬여있는 운명의 실타래는
마치 하늘의 장난 같네요.]
 
 
운세를 보자마자, 한숨이 새어나왔다.
 
꼬인 운명? 하늘의 장난?
 
뭔가 불길한 느낌에, 마른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어쩐지 오늘 하늘은 칙칙한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교를 끝마치고 오빠의 친구가 있는
상상 속 화원에 도착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ㅇㅇ야 너무 한 거 아니야?
우빈이한테는 오빠라 부르고,
난 사장님이고?”
 
 
사장님을 오빠라고 부르기엔 아직 뭔가 어색하네요.
! 물어볼게 있어서요.”
 
 
뭔데?”
 
 
오빠랑 사장님이랑 죽마고우라면서요?
얼마 안 있으면 오빠 생일이잖아요,
그래서 선물 조언 좀 구할 겸 왔어요.”
 
 
방금까지 생글거리며 웃던
사장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으며,
그 때문에 공기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내가 뭐 말실수라도 했나?
 
내가 했던 말을 되짚고 있는데,
 

 
우빈이? 글쎄-
! 저번에 뭐 필요하다고 하던데?”
 
 
조금 전에 내가 본 굳은
표정은 잘못 본거라는 듯,
다시 생글거리는 표정을 머금은 사장님은
골똘히 기억을 되짚어 보는 것 같았다.
 
 
! 저번에 지갑이 해져서
새로 산다고 그러던데?”
 
 
! 지갑. 감사합니다,
오빠한테 뭐가 필요한지 모르고 있었는데.”
 

 
우빈이는 좋겠네?
귀여운 여친이 이렇게 신경도 많이 써주고 말이야.”
 
 
아 부끄럽게, 왜 그러세요.”
 
 
나도 조만간 지갑 장만해야 될 것 같은데,
친구의 귀여운 여친에게,
생일 때 선물로 달라고나 할까?”
 
 
, 사장님!”
 
 
푸흡- 반응이 어쩜 이리 귀엽니.
, 온 김에 이거 가져가.”
 
 

사장님이 내게 내민 것은
예쁜 꽃이 담긴 꽃바구니였다.
 
 
우와- 예쁘다. 꽃은 왜 주시는 거예요?”
 
 
선물이라고 해두지, .
이 꽃 이름이 뭔지 알아?”
 
 
아니요, 예쁜데. 꽃을 잘 몰라서요.”
 
 
이 꽃 이름은 베고니아,
그리고꽃말도 알면 참 좋을 텐데.”
 
 
, 베고니아구나. 꽃말은 뭔데요?”
 
 

 
, 비밀이야.”
 
 
왜 말하다 말아요, 알려줘요!”
 
 

 
내 마음이다.”
 
 
, 정말! 그럼 제가 나중에 검색해보면 되죠.”
 
 
표정이 묘한 웃음으로 나를 배웅해주는 사장님을 뒤로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집에 도착해서 사장님의 선물과 함께 셀카를 찍어,
오빠한테 보냈다.
 
 
-오빠, 나 꽃 받은 여자다?
 
 
오빠의 장난스러운 반응을 기다리며,
꽃 이름을 까먹기 전에 빠르게 검색을 해보았다.
 
 
베고니아의 꽃말은 짝사랑,
당신을 짝사랑합니다?”
 
 
다 읽고 나서 머리를 세게 맞은 것 마냥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사장님이 나를?
 
그날 밤은 유난히 생각이 많았고
더욱 깊은 어둠이 자리한 날이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수록
사장님이 너무나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
 
 
 
조금 퀭한 눈 밑이 나의 컨디션을 말해주고 있다.
 
잠을 설쳤더니, 피곤해 죽겠네.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두들겨,
오늘의 운세를 확인했다.
제발 좋은 점괘가 나오길!
 
 
[차가운 것보다는 뜨거운 것에 집중하세요.]
 
 
아리송한 운세에 얼굴이 팍 구겨졌다.
 
이딴 식으로 나오면 내가 어떻게 알아들으라는 거야!
 
답답한 마음에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짜증을 뿜어냈다.
 
.
.
.
 
 
그날 저녁 오빠랑 맛있는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맛있게 먹었어?”
 
 
오빠가 사주는 건 뭐든 맛있죠.”
 

 
어제 그 꽃, 누가 준거야?”
 
 
, 그 꽃?”
 
 
순간 사장님의 마음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바보 같이 당황했는데,
 
 

 
포장지로 봐서는
종석이가 준 거 같은데?”
 
 
그가 단박에 알아버렸다.
 
 
, , 내 친구 있지?
수정이, 수정이! 꽃 사간다고 그래서,
내가 아는데 있다고 그쪽으로, 가자고,
음 그랬지. 음 그래서 간 거야!”
 
 
내가 봐도 참 티나게 수습을 하고 있는데,
내 주머니에서 굵은 진동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누구인지 몰라도 이 어색한 
상황을 빠져나가게 해주다니,
 
 
고맙다는 마음으로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 왜 하필 지금 사장님이.
 
급한 마음에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런 내 행동에 그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그리고 오빠가 한층 가라앉은 표정으로,
 
 
“‘상상 속 화원 사장님이라고 저장되어있던데,
전화 안 받아?”
 
 
, 안 받아도 돼.”
 
 

 
내가 대신 받아줘?”
 
 
…….”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에,
그가 거칠게 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빼내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뭔가 잘못 흘러가는 상황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였다.
 
 
너가 ㅇㅇ한테 웬일이야?”
 
 
잔득 성이 난 그의 목소리에,
난 한껏 더 움츠러들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던 그는 답답한 건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 이종석.
너 어제 꽃바구니 준 것도 그렇고,
이렇게 화를 내며 전화를 받는 것도 그렇고.
… ㅇㅇㅇ 좋아하냐?”
 
 
상대방에게 화를 내면서,
그는 나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댔다.
전화를 어느새 끊었는지 그는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화를 꾹꾹 눌러대며, 한껏 낮은 목소리로,
 
 

 
ㅇㅇ, 오빠가 언제 말한 적 있지,
내가 질투가 그냥 많은 게 아니라고.”
 
 
오빠, 그게.”
 
 

 
오빠 말, 끝까지 들어.
내가 한번 빡 돌면, 나도 주체 못하거든?
그니까 후오늘은 눈에 그만 띄고 먼저가라.”
 
 
잔뜩 구겨진 미간은 펴질 줄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처음 본 나는,
그의 말대로 뒤돌아, 순순히 집이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뒤, 뒤쪽에서 욕이 섞여있는 고함 소리가 들렸다.
 
오빠의 모습이 많이 낯선 하루였다.
그리고 내 한숨이 끊이지 않던 하루이기도 했다.
 
 
 
*
 
 
 
그날 이후, 오빠에게선 연락 한통이 없었다.
내가 연락을 남겨도 확인만 할 뿐 답장은 따로 없었다.
 
그에게서 언제 연락이 올까,
 
답답한 마음을 끌어안고 자연스레 운세를 확인했다.
 
 
[새로운 사람을 곁에 두세요.
그 사람이 본인의 진짜 인연이 될 것 입니다.]
 
 
답답한 마음 위에 큰 돌이 턱-하니 올려 진 것처럼,
숨 막히는 운세에 말문이 막혔다.
 
나는 아직 오빠를 좋아하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기운이 쭉 빠졌다.
 
 
.
.
.
 
 
시간이 제법 흘러갔지만
핸드폰은 여전히 조용하기만 했다.
긴 한숨이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그때, 굵직한 진동소리가 유독 크게 울렸고
난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오빠!”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ㅇㅇ, 네가 기다리는 오빠가 아니라서.
 
 
, 죄송해요.
며칠간 오빠랑 연락이 안돼서.”
 
 

 
-이런 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혹시나 우빈이한테 전화와도 받지 마.
또 혹시나 밖에서 봐도 절대 아는 척하지도 말고.
 
 
왜요? 솔직히 사장님이, 됐어요.
그만 이야기할래요.”
 
 

 
-하아내 친구이기는 했지만,
워낙미친놈이라서 그래.
 
 
했지만이라는 과거형 단어가 내 마음을 짓눌러왔다.
예전에 둘도 없는 죽마고우라고 들었는데,
 
 

 
-이미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최대한 김우빈을 피하는 게 좋아.
 
 
사장님과의 통화를 끝내자,
답답한 마음 위에 미안한 감정이
미묘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오빠와 나 사이에 사장님이 끼지만 않았어도,
오빠와 사장님 사이에 내가 끼지만 않았으면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그날, 자정이 되기 30분전에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니, 우빈오빠였다.
그 순간만큼은 사장님이 말한 
당부 따위는 잊은 지 오래였다.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고
물기 섞인 목소리를 뱉어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ㅇㅇㅇ, 넌 굉장히 괜찮은가보다? ?
 
 
술에 흠뻑 취한 오빠의 목소리에,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요.”
 
 
-, 너가 마시라 마라할 입장이야?
지금, ?
 
 
걱정을 담은 나의 부탁이
처참히 뭉개져버렸다.
 
 

 
-, 저 새끼 누가 불렀어!
이 씨발, 이종석 너가
여길 무슨 자격으로 오냐? ?
 
 
전화를 타고 흘러나오는
그의 목소리가 한층 멀게만 느껴졌다.
손에서 휴대폰을 놓아버린 건지,
뭔가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탕탕탕- 거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끝으로 전화는 끊겨버렸다.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그날 밤, 뜬눈으로 지새우다시피 했다.
눈물은 마를 줄을 모르는 듯, 주르륵- 흘러내렸고
한숨은 멈출 줄을 모르는 듯,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
.
.
 
 
주말의 아침은 유독 조용했다.
부모님은 부부동반 여행으로
동생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집에는 나뿐이니 그럴 만도 했다.
 
스트레스로 잠도 안 오고,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으로 운세를 확인해보았다.
 
 
아름다운 꽃이 땅에,”
 
 
쾅쾅쾅-
 
운세를 눈으로 쫓으며 말을 내뱉고 있는데,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핸드폰을 침대위에 내려놓고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누구세요?”
 
 

 
, ㅇㅇㅇ! 있으면 문 열어라,
좋은 말로 할 때.”
 
 
술에 잔뜩 절어있는 그가
고함을 지르다시피 했다.
 
 
! 문 열라고!”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그녀는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는 그의 광기서린 눈동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놀란 그녀는 흠칫-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그는 그런 모습이 우스운지,
큰 소리로 웃으며 그의 손에 든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그녀의 목 언저리에 들이밀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넌 내가 가져야겠어!
뺏긴다는 건,
도저히 내가, 용납이 안돼서 말이야.”
 
 
그의 말을 끝으로 그녀의 날카롭고도
애잔한 비명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녀의 핸드폰에 뜬 그날의 운세는 이러했다.
 
 

 
[아름다운 꽃이 땅에 추락할 운세입니다.
가까운 사람을 조심하세요, 부디.]

.
.
.

※만든이 : 몽글구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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