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눈을 감는다 [단편] (by. 민트색바나나)

'민트색바나나'님의 첫작품입니다.
독자님들의 많은 응원부탁드려요.
게시글+투표가 가장 큰 응원!

────────────────

그래서 나는 눈을 감는다.
-잔상.
 
.
.
.
 
나는 오늘도 눈을 감고 우리를 떠올린다.
어디서든 네가 생각이 나면 하게 된 이 습관은
 너와 헤어지고 한 달이 지나고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언제나 내 옆에 있어주던 너.
뻔한 말이지만 나는 네가 언제나 
내 옆에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너는 언제나 나를 기다려줬고
다정했고, 사랑해줬으니까.
 
그래서 나는 너의 소중함을 모르고 헤어지자 
말하는 너를 붙잡지 않았다.
시간은 그런 자만 가득했던 나를 질책하기라 
하듯이 지나갈수록 나를 아프게 했다.
 
자려고 눈을 감을 때는 자꾸 떠오르는
 기억에 더 힘들었다.
우리가 사랑했던 기억에 미소가 지어지고,
내가 한 잘 못들에 미안해지고, 항상 마지막 
기억으로 떠오르는 우리의 이별에 나는 슬퍼졌다.
 
그러다 깨달았다.
나는 아직도 너에게 미안하다는 것을.
나는 아직도 너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것을.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눈을 감는다.
 
.
.
.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알람으로 설정해 둔 진동이 울리자 나는 눈을 떴다.
예전부터 큰 소리의 알람으로도 일어나지 못 했던 
나는 영광이가 항상 해주던 모닝콜에는 잘 일어났고
헤어지고 나서는 이한테 올 때와 같은 진동으로 
알람을 설정했었다.
 
오늘은 책에 들어갈 삽화들을 보고 수정 방향을
 회의하러 가는 날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씻고, 화장을 하고, 옷을 대충
 골라 입고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창문에 머리를 기대었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바람도 불지 않았다.
 
나는 이런 날에는 영광이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글을 쓰는 직업이다 보니 집 밖에는 잘 나가지 않았고
나가게 된다면 항상 영광이가 함께여서 그랬는지 
날씨가 좋은 날에 밖에 나오면 나는 항상 영광이가 
보고 싶었고, 그때마다 나는 지금처럼 눈을 감았다.
 
영광아!”


왔어? 오늘 예쁘네?”
 
너랑 이렇게 멀리 가는 거 처음이잖아
사진 많이 찍으려고 옷도 사고
화장도 평소보다 제대로 했어!”
 
그랬어?”
 
응응.”
 
예쁘다.”
 
, ...?”


평소에도 예쁜데, 이렇게 입으니까 더 예쁘고,
그렇게 예쁜 말만 하니까 더, 더 예쁘다.”
 
, 뭐야아-”


부끄럽다고 이렇게 몸 베베 꼬는 건 또 귀엽고.”
 
그만! 나 진짜 민망해 죽어!”
 
, 진짜 귀여워.”
 
[이번 정류장은 상풀역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그저 기억만으로도 행복해 미소가 지어졌지만
 갑자기 들리는 안내방송에 눈을 떴고
나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벨을 눌렀다.
 
내리자 보이는 커다랗고 높은 건물들
그 중 내가 가야 할 건물의 이름을 찾아 들어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내가 가야할 층에 서 있던 
엘리베이터를 보고 버튼을 누르자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 작가님!”
 
, 박작가님.”
 
여기서 보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그러게요.”
 
회의하러 온 거예요?”
 
. 삽화들 좀 보려고요.”


, 진짜요? 그럼 아까 그게 작가님 거구나?”
 
?”
 
아까 카페에서 작가님 담당 만났거든요
뭘 잔뜩 들고 있더니 쏟아져서 
같이 줍다가 봤거든요.”
 
그래요? 괜찮았어요?”


괜찮은 정도가 아니던데요? 굉장히 잘 그린 건
 아닌데 느낌이 있는 그림이라는 느낌?”
 
...”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한테는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작가도 보면 무슨 말인지 알거에요.”
 
[- 1층입니다.]
 
왔다. 올라가요.”
 
...”


작가님은 8층이죠?”
 
. 감사합니다.”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도착해버린 엘리베이터와 
그곳에서 밀려나오는 사람들에 치여 질문을 할 수
 없었고, 먼저 들어간 박작가님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뵐게요.”


그래요, 우리 다음에 봐요.”
 
박작님과 간단히 인사하고
 내려 사무실로 들어가자 보이는 사람들.


뭐 두고 가셨-, 작가님! 오셨어요
일찍 오셨네요?”
 
책상을 정리하며 말하던 인나씨가 뒤를
 돌아 나를 보더니 자신이 생각한 상대가 
아니었는지 살짝 놀라며 말을 바꿨다.

, 길이 안 막혀서. 근데 누구 있었어요?”
 
오늘 삽화 작업해주신 작가님 계셨어요
빼먹으신 게 있다고 가져다 주셨거든요.”
 
...”
 
마실 거는 뭐로 드릴까요?”
 
커피로 주세요.”


, 먼저 들어가서 보고 있으실래요?”
 
그럴게요. 고마워요.”
 
꽤 묵직한 봉투를 받아 들고 회의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아 한 장씩 보기 시작했다.


 
우와...”
 
그림은 첫 장부터 내 이야기에 어디 부분인지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이 한 장의 그림은 완벽했고
내가 원하는 그대로였다.
그대로 몇 장을 더 보자 들어오는 인나씨.
 
어때요, 작가님? 저는 작가님
 글에 딱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저도 너무 좋아요. 제가 상상한
 그대로 인 것 같아요.”
 
저 진짜 보고 깜짝 놀라서 빨리 작가님 
보여드리고 싶어서 얼마나 애를 태웠다고요.”
 
내가 감탄하며 말하자 인나씨가 흥분하며 말했다.
 
고마워요, 인나씨. 수정도 필요 없을 거 같아요.”


그렇죠? 저도 작가님 이번 글은 너무 좋아서 
많이 읽었다고 자신했었는데 이거 보자마자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어요. 이 분은 진짜 글을 
완벽하게 이해하신 거 같았다니까요?”
 
진 것 같아 분하다는 뒷말을 
붙이며 입을 삐죽이는 인나씨.
 
확실히 이 사람은 나만큼
 내 글을 잘 이해한 것 같았다.
이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 나는 인나씨에게 물었다.
 
이 분은 어떤 분이세요?”
 
.
.
.
 
인나씨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람은 남자이고, 키가 굉장히 크고
웃는 게 예쁘고, 잘 생겼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자꾸 생각나는 
영광이에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틈이 날 때마다 눈을 감았다.


어이쿠, 갑자기 이렇게 안기는 거야?
내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괜찮아. 영광이는 키 커서 안 넘어져.”
 
하하하, 그런거야?”
 
응응. 우리 영광이는 안 넘어져.”


아이고, 알았어. 앞으로도 많이많이 안겨
단 한 번도 안 넘어질 테니까.”
 
헤헤.”
 
우리 영광이도 키 되게 컸는데.
 
영광아.”


?”
 
자기야.”
 
, ?”
 
여보야.”


너 왜 그래애-”
 
하하, 우리 영광이 얼굴 빨갛다.”
 
아니야!”
 
아니긴? 그렇게 고개 숙이고 있어도 다 보이는데?”
 
하지마-”
 
, 진짜 귀여워!”


“...나 귀여워?”
 
! 완전!”
 
우리 영광이도 웃는 거 진짜 예뻤는데.
 
왜 그렇게 봐?”


예뻐서.”
 
진짜?”
 
, 진짜.”
 
헤헤, .”
 
?”
 
“......”
 
ㅇㅇ, 지금 뭐하는 거야?”
 
영광이처럼 영광이 쳐다보기.”
 
?”
 
너무 잘 생겨서.”


하하하, 진짜?”
 
, 진짜!”
 
우리 영광이도 진짜 잘 생겼었는데.
 
그렇게 틈틈이 영광이를 생각하며 움직이다보니
평소보다 집에 일찍 도착한 것 같았다.
집에 들어와 대충 씻고 복사해서 가져온 
삽화들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넋을 놓고 한참을 보다가 내가 쓴 글과 함께 본다면
 어떤 느낌일지 책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어
 예시로 글만 들어있는 
책을 가져와 함께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침대 위에서
 그림과 함께 내가 쓴 책을 몇 번이나 읽었고
지금까지 중 제일 재미있고, 행복하게 읽었던 거 같다.
 
내가 상상만 해온 세계가 
그림이지만 내 눈 앞에 있고,
내가 상상만 해온 주인공들이 
눈앞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새벽 6시가 넘어서까지 
책을 읽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나는 눈을
 감지 않고 잠이 들었다.
 
.
.
.
 
지잉- 지잉- 지잉-
 
나는 1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책에 손이 가는 나를 짧은 진동이 
여러 번 울리며 전화가 왔다고 알리는 폰이 
말려 손을 거두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작가님!”
 
누구세요...?”
 
저 박작가예요!”
 
박작가님?”
 
, 저예요
저 지금 작가님 뭐하는 지 물어봐도 돼요?”
 
.
.
.
 
나는 지금 피자집 앞에 서있다.
 
작가님!”
 
, 오셨어요? 뛰어오셨어요?”
 
헉헉..., 시간이 애매해서...”
 
좀 늦으셔도 괜찮은데.”


처음으로 작가님이랑 노는 건데
 당연히 늦으면 안 되죠!”
 
참 예쁜 사람이다. 외모도 외모지만 잘 웃고, 밝고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할 줄 아는 그런 예쁜 사람.
 
.
.
.
 
우리는 피자를 시키고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대부분 듣기만 했지만 들으며 반응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꽤 즐거웠다. 우리는 같은
 나이라는 것과 불편한 작가님이라는 호칭에 
우리는 서로 말을 놓고 ㅇㅇ, 신혜야. 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니, 딱 아침에 일어났는데 피자가 너무 
먹고 싶은 거야. 근데 한 판을 혼자 먹을 수도 없고
남기자니 버릴 거 같고, 근데 친구들을 못 부르겠고
 그래서 그냥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참았거든? 근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먹고 싶은 거야. 근데 딱! ㅇㅇ이 네가 생각나더라고.”
 
.”


그래서 전화를 해봤더니 어머, 이게 무슨 운명일까?
너도 밥을 안 먹고 심지어 오늘 스케줄이 없다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맛있게 피자를 먹을 수
 있었다는 거지.”
 
그런 거야? 우리 운명이야?”
 
피자를 먹으며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나도 웃으면 받아쳤다.
초반에는 집에 가서 다시 글을 
읽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신혜와 있는 것도 즐거워
 그 마음은 잠시 접어 두기로 했다.
 
그럼! 당연하지. 이거 다 먹고 카페 가자
나 갑자기 초코라떼 마시고 싶어!”
 
그래그래. 다 먹고 가자.”
 
.
.
.
 
피자를 다 먹고 나와서 카페에 오는 동안에도
카페에 들어서 음료를 주문할 때까지 나는 신혜의
 이야기에 즐거워 영광이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필 신혜가 자리를 비웠을 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리는 커플의 애정 어린 대화들.
 
자기, 보고 싶었어!”
 
나도 보고 싶었어. 자기가 좋아하는 거 시켜놨어
아직 따뜻하지?”
 
우와, 역시 우리 자기가 최고야.”
 
당연하지.”
 
이렇게 최고인 자기는 누구 거?”
 
그야 당연히 자기 거지.”
 
자신의 애인이 최고라는 귀여운 대화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가 그 커플의 이어지는
 대화에 나는 오늘도 또 눈을 감아버렸다.
 
많이 기다렸어?”


ㅇㅇ.”
 
?”
 
ㅇㅇ이는 누구 거?”
 
! 오늘이야?”
 
ㅇㅇ이는 누구 거?”
 
영광이 거!”
 
ㅇㅇ이의 우선순위는?”
 
영광이가 1!”


그렇지. 잘했어. 이제 밥 먹으러 가자.”
 
나 맛있는 거 사줄 거야?”
 
당연하지. 뭐 먹고 싶어?”
 
언젠가 물어봤던 질문에 장난친다고 다른 대답은
 했다가 그 뒤로 며칠에 한 번씩 갑자기 그 질문을
 했던 영광이. 그런 영광이가 귀여워 나는 언제쯤 
그 질문을 할까 항상 생각하며 기다렸었다.
 
ㅇㅇ, 왜 그래? 피곤해?”
 
, 왔어? 그런 거 아니야. 그냥.”


그래? 아니, 근데 저 사람들은 듣는 사람들도 많은데
 여기서 너무한 거 아니야? 듣는데 부럽게.”
 
부러워?”
 
당연하지!”
 
부럽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입을 삐죽이는 신혜.
나는 그런 신혜를 웃으며 바라봤다.
 
.
.
.
 
신혜와 헤어지고 집에 와 씻자마자 
나는 다시 책을 들었다.
나는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림을 보면 
볼수록, 이 사람이 만나고 싶었다.
 
내 글을 이렇게 잘 이해해 준 사람은 
영광이 이후로 처음이었다.
 
이 사람이 내 글을 어떻게 이렇게
 잘 이해하고 있는지.
내 글을 어떻게 이렇게 표현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내 글을 읽었는지.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다.
내일 일어나서 인나씨에게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는지 
물어 보겠다 마음을 먹고 오늘은 일찍 책을 덮고
 누워 눈을 감았다.
 
영광아, 이거.”


, usb? 완성한거야?”
 
일단은? 일단 영광이
네가 읽고 하는 평가만 남았지.”
 
나로 진짜 괜찮아?”
 
너라서 괜찮은거야
내 글을 제일 잘 이해해주는 건 너잖아.”


그래도,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괜찮아. 일단이라고 했잖아
영광이 너는 제일 첫 번째 산이니까 걱정 마.”
 
?”
 
. 이게 제대로 완성되려면 여러 가지 산을 
넘어야 하는데 그 중에 첫 번째가 김영광 산!”


그런 거야? 알았어. 그럼 내가 완전! 제대로 
평가해줄게. 나중에 울어도 난 모른다?”
 
얼씨구? 너야말로 내 글 보고 울지나 마!”
 
.
.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나는 나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오면서 인나씨한테 연락을 했다.
못 만날 확률도 있었지만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여보세요?”
 
인나씨, ㅇㅇㅇ인데요.”
 
, 작가님! 무슨 일이세요?”
 
저 그 김작가님이라는 분을 좀 만날 수 있을까요?”
 
김작가님이요?”
 
.
.
.
 
결국 그 사람의 주소를 받았고, 나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그 사람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작가님이 그런 얘기 하셔서 좀 놀랐어요
일단 말씀은 드려놨으니까 소개하시면 
바로 아실 거예요.’
 
당황했지만 나를 위해 직접 연락을 해준 
인나씨에게도 미안하고 고마웠지만 지금의 
나는 설렘이 더 컸다.
 
띵동-
달칵-
 
문 앞에서 서서 나는 심호흡을 하고 벨을 눌렀다.
맑은 소리가 나고 열린 문으로 나온 사람에 나는 
너무 놀라 그대로 멈춰버렸다.


오랜만이네...”
 
네가 왜...”
 
내가 그 그림 그렸어. 일단 들어와
들어와서 얘기하자.”
 
심장이 크게 뛰었다. 그 소리가 너무 컸다
소리가 귀를 막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만히 서 있는 나를 영광이는 부드럽게 잡아
 끌어 집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살 많이 빠졌네...”
 
“......”
 
글 많이 늘었더라.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고.”
 
“......”
 
재밌게 읽었어. 수십 번은 본 거 같아.”
 
“......”


그림은 마음에 들어?”
 
“......”
 
내가 느낀 대로 그렸는데 만족했는지 모르겠다.”
 
“......”


, 마음에 안 드니까 온 건가? 어떻게 바꿀까?”
 
“......”
 
좀 더 -”
 
네가 왜 여기 있어...”


“...말했잖아. 그 그림...내가 그린거야.”
 
그러니까...그 그림이 왜 네 그림이냐고.”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다.”
 
몰라? 네가 왜 몰라. 네가 어떻게 몰라.”
 
“......”
 
네가 하고 싶던 거 이거 아니잖아
근데 네가 왜 이걸 하고 있어.”
 
“......”
 
나는 울지 않으려 주먹을 꽉 쥐며 참았지만
 새어나오는 떨림까지는 참지 못 했고
결국 울먹이면서 입을 열었다.
 
너는 왜...왜 항상 그래...왜 항상...
왜 자꾸 나 때문에 희생만 해.”
 
“......”
 
나를 미워해야지. 못된 년이라고, 사랑받을 
자격도 없는 년이라고 욕 하고 네가 하고 싶고
재능 있는 거 해야지!”
 
너무 미워서 화가 났다.
네가 아니라 내가 미워서 화가 났는데 나는
 또 너한테 화를 내고 있다.
나는 또 다시 실수를 하고 있는데...내가 나빴다고
용서해 달라고 비는 게 맞는 건데... 빌어먹을
 내 입은 나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때도 그러더니 왜 지금도 그래! 너 바보야
넌 네 인생 살 줄 몰라? 왜 자꾸 희생해
왜 자꾸 나 때문에 네 인생을 망쳐!”
 
“......”
 
너는 왜...왜 나를 미워하지도 않아...왜 
또 나를 찾아.........”
 
“......”
 
나는 결국 주저앉아 소리 내어 울면서 왜라는 말을
 되풀이 했고, 그 질문에 대답을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너는 가만히 내 앞에 서 있기만 했다.
 
누가 그래.”
 
한참을 울다 눈물이 좀 멈추자 일어나려고 
다리에 힘을 주려다 들리는 목소리에
 그대로 멈춰버렸다.
 
내가 너 때문에 희생 했다고 누가 그래.
너랑 나 헤어졌어.”
 
맞는 말이다. 우리는 헤어졌다.
 
네가 왜 나빠. 헤어지자고 말한 건 난데.”
 
그래, 그것도 맞아. 근데 나쁜 건 나야.
 
내가 너를 왜 미워해.”
 
내가 너를 희생하게 했으니까.
 
내가 너를 왜 욕해.”
 
내가 너한테 상처를 줬으니까.
 
내가...내가 어떻게 그래...”
 
담담했던 목소리가 울먹임으로 바뀌었다.
 
나는...나는 아직도 너를 이렇게 사랑하는데...”
 
내 울음이 완전히 멈췄다.
 
너를 보고 있는 지금도 이렇게...
네가 그리운데...내가 어떻게 그래...”
 
운다. 내 앞에 있는 네가 지금 운다.
 
희생한 거 아니야...난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희생한 적 없어.”
 
일어나고 싶은데. 일어나서 너를 안아주고 
싶은데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때는 너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지금은 
내가 너를 보고 싶어서...내가 스스로 선택한거야.”
 
최대한 힘을 줘 무거운 고개를 들어 말했다.
 
안아줘...”
 
내 말이 끝나자마자 너는 내 앞에 주저앉아 나를 
안으며 참던 눈물을 다 쏟으며 울었고
그런 너에 나도 다시 울음이 터졌다.
 
영광아...”
 
“......”
 
영광이는 울음을 참고 나를 바라봤다.
 
나는 아직도 너한테 미안해.”
 
“......”
 
나는 아직도 너한테 나빠.”
 
“......”
 
나는 아직도 너한테 이기적이야.”
 
“......”
 
그래서 나는 아직도 너한테 사랑받고 싶어.”
 
“......”
 
내 말에 영광이는 다시 눈물을 쏟으며 고개를 숙였고,
나는 그런 영광이의 얼굴을 잡고 눈을 맞추며 말했다.

그래서 나는...아직도 너를 사랑해.”
 
.
.
.

※만든이 : 민트색바나나님
 
<덧>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잔상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쓴 글입니다!
사실 이런 느낌과 주제가 아니었는데
 쓰다보니 이렇게 써졌네요.
 
하지만 큰 주제는 잔상의 가사들이 맞습니다
그래서 상황이나 대사들에도 가사 내용을
 넣어봤는데 읽으시다가 이 내용이랑
 이 가사랑 비슷하다!’ 하시는 것도 찾아보시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은 해봅니다!
 
그리고 직업적인 부분도 저는 잘 몰라서 읽으시다
?’ 하시는 부분들은 봐주세요...
예쁘게 봐주세요...
 
영광님에게 예쁘다는 말 많이
 들으셨으니 저도 예뻐해 주세요!
그럼 만약 보게 되신다면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쓰기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