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CC; 첫사랑 (2/2) (by. 별유)



RACC; 첫사랑 (2/2)
by. 별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더 오래 머물 수도 있었지만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황금 같은 주말을 이렇게 보낸 것도 우울하고
보고 싶었던 얼굴을 못 보게 된 것도 우울하고.
 


...”
 

사실, 가평으로 출발하기 전
채원이를 만날 생각이었다.
갑자기 만나자고 한 이유도 궁금하고
오랜만이기도 하고.
 

가끔 통화는 했지만
이렇게 직접 보자고 하는 거 보면
만나서 할 얘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일이래...”
 

그녀는 약속 시간이 되기 한 시간 전
먼저 약속을 깨버렸다.
 

 

[채원이]
미안해 준열아.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 못 볼 것 같아
내가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
 

차에 오르자마자 가방을 뒷좌석으로 던졌다.
그리곤 시동을 켜며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냈는데
 


“.......”
 

여전히 기다리던 답장은 없었다.
 

 

[류준열]
무슨 일 있어?
 

 

.......
 

 

그래. 언제든 또 보면 되니까
 

, 근데 서울은 언제 가냐-
고갤 가로저으며 말했다.
벌써 피곤한데 큰일이네.
 

 

[안내를 시작합니다]
 

 

어디 한번 가봅시다 까짓거
 

네비 양의 힘찬 안내에 힘입어
라이터를 켜고 슬슬 움직이려는 순간,
 

어억!!”
 

웬 처녀귀신이 차 앞을 스쳐지나갔다.
 


, 뭐야,”
 

급 브레이크를 밟은 채 멍 때리는데
갑자기 열리는 조수석 문.
 

 

벌컥-
 

 

아 힘들어
 

뭐야 너!!!!!”
 

하아, ... 겁나 뛰었네 진짜... ...”
 

그 처녀귀신은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올라타
숨을 급히 몰아쉬었다.
 

, 처녀귀신처럼 긴 머리를 한
수정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떡해!!!!”
 


하아... 그러니까요.
이렇게 갑자기 가면 어떡해요!!!”
 

아오, 심장 떨어질 뻔 했네
 

전 지금도 떨어질 것 같아요.
아 숨차...”
 


하여튼 입만 살아가지고
 

머리를 헝클이며 수정이를 쳐다봤다.
 

대체 어떻게 알고 온 건지.
일부러 조용히 나왔건만
 

뭐하러 나왔어. 계속 재밌게 놀지
 

조교님은 왜 벌써 가는데요?”
 

벌써는 무슨. 9시 넘었구만
 

그게 벌써죠!!”
 

아까 가려던 거 교수님이 붙잡아서 못 간 거거든?”
 

같이 좀 놀면 어디 덧나나?”
 

“....크흐
 

수정이가 뱉은 말에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너희들끼리 재밌게 놀라고.
노땅은 빠져줄 테니까
 

조교님보다 더 노땅들 많거든요 여기?”
 

그러니까 나라도 빠져주는 게 낫지
 

아 왜 조교님이 빠져요 빠지긴!”
 

신나게 놀고 월요일 날 보자, 학교에서. ?”
 

진짜 가게요?”
 

 

내가 붙잡아도?”
 

 

“.......”
 


내려. 가게
 

“.......”
 

근데 너 술 많이 안 마셨나보다?”
 

많이 마셨는데요?”
 

멀쩡한데?”
 

제가 원래 술이 좀.... 아니다.”
 

?”
 


어떤 엄청 잘생긴 신입생이 흑기사 해줬어요.
자기가 나서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래? 누군데
 

차은우 요.”
 

- 은우?”
 

알아요?”
 

알지. OT 내내 봤는데
 

걔가 저 좋아한대요
 

그래?”
 

. 고백 받았어요 저
 

잘 됐네. 걔 되게 착하거든
 

“.......”
 

그리고 생긴 거랑 다르게 좀 와일드 하더라고.
너도 좋아할 거야
 


전 조교님 좋아하는데요
 

“.......”
 

“.......”
 

인상을 쓴 채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수정이.
그 시선을 피하려 눈알을 이리저리 굴린 끝에
다시 핸들을 잡으며 말했다.
 


늦었다. 들어가 빨리
 

“.......”
 

잘 자고,”
 

같이 가요
 

“...?”
 

같이 가자고요
 

무슨 소리야 갑자기
 

아까 못한 드라이브나 해요 우리
 

야 정수정,”
 

얘가 미쳤나.
 

어차피 나 하나 없어져도 아무도 모를 거예요.
, 혹시 모르니까 도갱한테만 카톡 해야겠다
 

장난치지 말고 내려 얼른
 

다른 사람한테는 잘 통하는 내 정색도
이 녀석한텐 아무 소용없었다.
 

오히려 코웃음 칠 뿐.
 

도갱한테 내 짐 잘 갖고 오라고 했어요.
아까 짐 안 풀길 잘했당. 헤헤
 

너 진짜,”
 

벨트는 제가 맬게요.”
 

이럴 거야? 내가 널 왜 데려 가냐고 이 밤에
 

제가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요.”
 

?”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되게 주체적인 애거든요.
어떤 일이든 자유롭고 자주적으로 하는 스타일?
내 선택을 믿고 끝까지 가는 편이고요,
후회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하기도 하고요.”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인데
 

저는 지금 이 밤에 조교님과 함께
드라이브 하는 걸 선택했고,
이미 선택했으니 끝까지 밀고 나갈 거고,
후회하기 싫으니까 열심히 할 거고.
뭘 열심히 할 거냐면...”
 

“.......”
 

이 순간을 엄청 재밌게 즐길 거예요.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게.”
 

그건 네 생각이고. 내 입장은
 

조교님은 저한테 딱 한 번
배려심을 보여주시면 되겠네요
 

“.......”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허락해주는 작은 배려를.”
 

“.......”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요
 


... 미치겠네 진짜
 

미치지 말고 갑시다. 출발!”
 

“.......”
 


, 하다하다 째려보는 것도 멋있네
 

아오
 

입술을 깨물며 벨트를 맸다.
그러자 수정이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 고고고!!!!!!!!”
 

너 취했지? 취했어 너. 취한 거야 지금
 

맘대로 생각해요
 

너 교수님한테 혼나도 난 모르는 일이다
 

괜찮아요. 오늘 교수님 술 상대는 우빈 선배거든요
 

그래도 다 아셔. 교수님 띄엄띄엄 보지마
 

상관없어요
 

“..아주 날라리야 날라리
 

헤헤. 밤이니까 운전 천천히 조심히 해요.
서두르지 말고요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있습니다]
 

 

, 네비 언니랑 통했다!”
 


.......”
 

그래. 너도 띄엄띄엄 보면 안 되는 거였지 참.
 

 

 

.
.
.
 

 

 

조교님
 

 

첫 키스 언제 해봤어요?”
 

하아.......”
 

? 군대 가기 전에? 아님 갔다 와서?”
 

그게 왜 궁금한데
 

짝사랑하는 남자의 첫 키스 정도는
궁금해 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너는 인마, 짝사랑 그런 얘길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냐. 당사자 앞에서.
사람 민망해지게
 

민망하라고 그러는 건데
 

차가 신호에 걸린 사이
살짝 고갤 틀어 수정이를 봤다.
녀석은 입술을 깨문 채 씩 웃고 있었다.
 


민망해요?”
 

 

히히. 민망한 것도 귀엽다
 

아 쫌, 그런 얘기도 하지마
 

왜요. 내 맘이에요
 

그럼 속으로 해. 안 들리게
 

혼잣말도 못해요?”
 

. 내 앞에선 안 돼
 

와 박력...”
 

스읍-”
 

알았어요
 

안 피곤해? 눈 좀 붙여
 

그 말은 꼭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들리는데..”
 

- 너 생각보다 어휘력 괜찮은가보다?
, 이해력이 좋다고 해야 되나..”
 

.......”
 

근데 왜 B를 받았지?”
 

그제야 입을 꾹 닫는 녀석.
왠지 모를 승리감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괜찮아. 학과장님 원래 학점 짜게 주는 걸로 유명해
 

“.......”
 

“B도 잘한 거야. 잘했어 정수정
 

“.......”
 

난 맨날 A였지만
 

장난해요?”
 

자랑이지
 

“.......”
 


크흐...”
 

차가 다시 움직이는 동시에
수정이의 입술도 달싹이기 시작했다.
 


아 억울해
 

뭐가
 

나 진짜 열심히 썼는데!!!”
 

학과장님은 열심히보다,”
 

“‘하는 걸 좋아하시죠. 알아요
 

얼마나 열심히 썼는데?”
 

일주일 내내 밤마다 머리 싸매고 그것만 생각했어요.”
 

...”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비교하라,
이게 과제였거든요
 

뭐야, 1학년 때?”
 

? 어떻게 알아요?”
 

학과장님 매번 그 과제 내셔. 신입생들한테
 

...”
 

신입생이 B면 잘한 거네
 

진짜요?”
 

아니
 


“.......”
 

푸흐. 그래서 넌 어떤 영화 썼는데
 

나의 사랑 나의 신부
 

... 맞다, 그것도 리메이크 됐지
 

재탄생했죠.
박중훈-최진실에서 조정석-신민아로.”
 

그 영화 어때? 재밌어?”
 

안 봤어요?”
 

. 난 그쪽 취향이 아니라
 

맞다, 조교님 스릴러 좋아하죠?”
 

핀처 류
 

그래도 중간 중간 로맨스 하나씩은 봐주는 게 좋아요
 

?”
 

메마르지 않게
 

가끔 스릴러 보면서도 울어,
 

그건 무서워서 우는 거잖아요
 


아닌데.
너 세븐에서 마지막에 브래드 피트
절규하는 장면 기억 안 나?
얼마나 슬픈 장면인데 그게
 

“......”
 

거기서 안 울면 그게 사람이냐?”
자기 부인이,”
 

. 스포 금지
 

너 안 봤어????”
 

봤죠
 

근데 뭔 스포야
 

결말은 쉽게 말하지 말라고 배워서요
 

“.......”
 

어찌됐든 그 영화도 스릴러잖아요.
로맨스랑은 다르다고요. 눈물 포인트가
 

그래서 넌, 그 영화 보면서 울었어?”
 

나의 사랑 나의 신부요? .”
 

어떤 포인트에서
 

서로가 무뎌질 때요
 

“.......”
 


무뎌진 감정을 상처로 남길 때
 

“.......”
 

결국 또 서로를 찾을 때
 

결말은 당연히,”
 


스포 금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내려놨다.
 

서로의 무뎌짐이 상처가 되고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판단이 설 때 쯤
이별을 선택하는,
 

그 과정의 반복이
지금 내가 아닐까.
 


좋은 영화네
 

엄청 현실적인 영화죠
 

나도 봐야겠다
 

같이 볼까요?”
 

너 봤잖아
 

또 봐도 되요. 조교님과 함께라면 뭔들,”
 

훅 들어오지 말랬지
 


들어가긴 했어요? , 성공!!!”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하는 수정이를 쳐다보다
고갤 돌려 창밖을 봤다.
 

괜히 기분이 이상해지는 밤이었다.
 

괜히 보고 싶고 괜히 미안하고
괜히 그립고 괜히 슬픈,
 

그냥 그런 밤.
 

그 영화 명대사가 뭐더라?
라미란 아줌마가 뭐라고 했던 것 같은데
 

“.......”
 

아 뭐지?”
 

“.......”
 

엄청 심쿵했던 기억이....... 났다
 

났어?”
 

“.......”
 

뭔데
 

“.......”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던 수정이는
고갤 푹 숙인 채 손가락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여자의 첫 사랑은,”
 

?”
 

여자의 첫 사랑은
 

“.......”
 

지금 사랑하는 사람의 첫 모습이다
 

“.......”
 

“...기억나 버렸다
 


좋네. 대사가
 

“.......”
 

진짜 그래?”
 

조교님은요?”
 

?”
 


조교님 첫 사랑은 어떤데요?”
 

“......”
 

누군...데요?”
 

 

지이잉-
 

 

(7년간의 사랑 - 규현)


 

영화 같은 우연이었다.
 

내내 쨍쨍했던 하늘이
이별의 순간만 되면 비를 쏟아 붓는 것처럼,
 

그 비를 맞은 누군가가 하늘을 탓하며
옥상 위에서 투신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그를 말리기 위해 급히 차를 몰던 누군가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것처럼,
 

사고를 낸 사람이
방금 이별한 연인 중 하나인 것처럼.
 

그리고,
 

너를 떠올리는 순간
휴대폰에 너의 이름이 뜨는 것처럼 말이다.
 

 

[채원이]
 

 

“.......”
 

“.......”
 

 

지이잉- 지이잉-
 

 

받아 봐요
 

됐어
 

왜요?”
 

“..나중에 내가 다시 하면 돼
 

오늘 만나지도 못 했잖아요
 

“.......”
 

무슨 할 얘기라도,”
 

됐다니까?”
 

“.......”
 

별 거 아냐
 

별 거 아닐 거야.
그렇게 믿고 있어.
 

“.......”
 

“.......”
 

 

-
 

 


, !!!!!”
 

순간이었다.
 

기어 앞에 놓여있던 휴대폰이
어느새 수정이 손에 들려있던 건.
 

심지어,
 

 

여보세요?”
 

 

통화 버튼까지 누른 채 말이다.
 

“.......”
 

“.......”
 

.......”
 

여보세요
 

, 나야
 

.... 많이 바쁜가봐?”
 

아니야. 안 바빠
 

....”
 

무슨 일이야
 

“...오늘 못 본 게 마음에 걸려서..”
 

다음에 보면 되지. 괜찮아
 

그래도...”
 

급한 일은 해결했어?”
 

. 덕분에
 

다행이다
 

“...
 

“.......”
 

저기, 준열아
 

 

나 사실 할 말.... 있어서 전화했는데..”
 

“.......뭔데?”
 

“.......”
 

“.......”
 

“.......”
 

채원아,”
 

나 이제 결혼해
 

“....?”
 

나 결혼해. 준열아
 

“.......”
 

오늘 만나서 이 말하려고 했었어.
근데 드레스에 문제가 생겨서 그것 좀 해결하느라..”
 

“.......”
 

직접 만나서 말하고 싶었는데.”
 

“.......”
“....여보세요?”
 

. 듣고 있어
 

“...미안해
 

뭐가 미안해 나한테
 

그냥, 항상 하고 싶었던 말이었어.
미안하고... 또 고맙다는 말
 

“.......”
 

“.......”
 

울지마
 

“.......”
 

울지마, 채원아
 

미안해...”
 

“.......”
 

, 나 왜 눈물이 나지?
주책이야 진짜..”
 

“.......”
 

만나서 얘기했음 큰일 날 뻔 했다, 그치
 

또 코 빨개지면서 울었겠지
 

그러니까
 

“......귀여웠는데
 

“.......”
 

“....잘 해줘? 그 사람이?”
 

... 좋은 사람이야
 

잘 됐다
 

“.......”
 

축하해. 진심으로
 

“....고마워
 

“.......”
 

“.......”
 

나 그만 끊어야겠다. 운전 중이었거든.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그래. 알았어
 

다음에 보자
 

..”
 

 

.
.
 

 

사랑한 7, 머무른 3
합해서 10년이
오래된 일기장 속 마지막 장으로
스며드는 순간
 

나의 20대가 마무리 되는 순간
 

내 첫 사랑이 슬프고도 아름답게
포장되는 순간
 

 

하염없이 울었다.
 

 

한 번도 이런 결말은 생각해 본 적 없어서
정말 끝인지, 끝이 아닌지,
다음 편이 있는 건 아닌지,
내가 뭘 놓친 건지.
 

 

결국 놓친 건 너인 것을
 

 

보내주는 것도 사랑이라던데
내가 그럴 자격은 되는지
 

정말 그것마저도 사랑이라면
난 널 사랑하지 않은 셈이 되는데
 

이런 날 용서해 줄 수 있는지.
 

 

용서를 구할 자격은 되는지
 

 

못 해준 것만 기억나서
상처준 것만 생각나서
온통 미안한 마음뿐인데
 

너도 그랬던 걸까.
그래서 너도 울고 나도 우는 걸까.
 

 

어쩐지.
오늘따라 괜히 보고 싶고, 미안하고,
그립고, 슬프고 그러더니.
 

그냥 그런 밤인 줄 알았는데,
 

난 항상 네가 보고 싶었고
매일 미안했고
자꾸 그리웠고
 

알고 보니 많이 슬펐고.
 

 

결국 사랑이었던 것을
 

전부 너였던 것을
 

 

 

 

“.......”
 

한적한 밤이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가로등 아래에 선 차는
움직일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고 차도 없었다.
잠시도 쉰 적이 없는 네비 양도
이 순간만큼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나를 위로하는 듯 했다.
 

“...죄송해요
 

“.......”
 

정말 죄송해요
 

“.......”
 


진짜... 죄송합니다
 

수정이는 여전히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리고 울고 있었다.
 

사실 수정이는 채원이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부터 울었다.
 

이유를 알고 싶었으나
그냥, 묻지 않기로 했다.
 

나도 그랬으니까.
 


“...괜찮아
 

나는 아까부터 괜찮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괜찮지 않은데 말이다.
괜찮을 리가 없는데.
 

괜찮아. 그만 울어
 

 

너도 이제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이 마지막 눈물이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이 너무 잘 해줘서
내가 준 눈물은 다 잊어버렸으면 좋겠다.
 

 

결혼 축하한다.
진심으로...
 

 

 

*
 

 

 

벌컥-
 

 


안녕...”
 


가자
 

?”
 

나와
 

어디 가는데요?”
 

오늘도 역시 자기 집 대문 열 듯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녀석을
밖으로 잡아끌었다.
 

이쯤 되면 오겠다 싶어
문 앞에서 기다리던 찰나였다.
 

타이밍 한 번 영화 같네-
 

어디 가냐고요!!”
 

 

?”
 

 

조교님 집?”
 

“.......”
 

진짜로요? 중간 단계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아 씨, 나 아무 준비도 못 했는데..”
 

아무 준비 안 해도 돼.
너는 너네 집, 나는 내 집 갈 거니까
 

아 뭐야
 

너 내가 그렇게 훅 들어오지 말라고 했지
 


이번에도 들어가긴 했나 봐요?”
 

헤헤.
웃기는,
 

근데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퇴근해요?”
 

“5시가 이른 건가?”
 

이른 거죠. 평소엔 저녁 먹고 9시까지 있잖아요
 


그냥. 아프다고 뻥쳤어
 

아파요?!?!?!!”
 

뻥이라고
 

갑자기 내 몸 이곳저곳을 둘러보더니
이마에 손까지 올리며 온도를 확인하는 녀석.
 

열은 없는데...”
 

뻥이라고 뻥.
 

뻥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내가 뻥이라니까?”
 

조교님 거짓말 잘 해서 못 믿겠어요
 

내가?”
 

아파도 안 아프다고 할 거잖아요
 

아닌데
 

맞거든요?”
 

푸하,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미 넌 내가 다 파악했어.’라는 표정이
퍽 재밌어서.
 


너 이러면서 은근 슬쩍 스킨십 하지 마라
 


! 들켰어..”
 

맨날 들키면서 무슨...”
 

모르는 척 넘어가 주면 안 돼요?”
 

안 돼
 

 

, 너 황정민 교수님한테 혼났다며
 

아 네!!!!!”
 

크흐. 그럴 줄 알았다. 많이 혼났어?”
 

저 앞에 나가서 노래 불렀다고요!! 수업 시간에!!!”
 

노래? ... 나도 구경 갈 걸
 

차라리 학점을 깎을 것이지
왜 노랠 시키냐고!!!!”
 

학점 안 깎으려고 노래시킨 거지 인마
 

아무리 그래도 그렇죠!
선후배 다 있는 자리에서 노래라니..
지금이 쌍팔년도 아니고
 

쌍팔년도 왜. 난 좋은데
 

조교님 86년생 아니에요?”
 

맞아
 

근데 쌍팔년도가 왜 좋아요?”
 


“...그냥. 정이 가
 

뭐야...”
 

어찌됐든 교수님이 너 위해서 그런거구만.
감사 인사는 못 할망정
 

완전 싫어!!!!”
 

. 입조심
 

“MT 한 번 빠진 게 그렇게 큰 잘못이에요?”
 

 

그렇게 따지면 조교님도 빠진 거잖아요.
왜 나만 벌 받았지?”
 

난 원래 중간에 가기로 했던 사람이고
넌 그냥... 참여자고
 


억울하다
 

좋게 좋게 생각해. 너 노래 잘 한다며
 

그렇긴 하죠
 

됐네 그럼
 

조교님 제 노래 듣고 싶지 않으세요?”
 

궁금하긴 해
 

그럼 노래방 갈까요?”
 

아니
 

.......”
 

가고 싶으면 쟤네랑 가
 

주차장에 다다랐을 때였다.
길 건너편엔 익숙한 얼굴의 두준이와 ㅇㅇ이가 있었다.
 

! 선배님들이다
 

우빈이가 없네. 어디 갔지?”
 

선배 MT 이후로 술병 때문에
자체휴강 중이에요
 

아직도? 삼 일이나 지났는데?”
 

 

.... 얼마나 마신 거야 대체
 

도갱 말로는 선배랑 교수님이랑 친구 먹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마셨대요.”
 

대박
 

살아 있는 게 기적이랄까
 

너 큰일 날 뻔 했다
 

왜요?”
 

너도 우빈이처럼 됐을 거 아냐.
같이 교수님 상대했으면
 

.... 아마도?”
 

튀길 잘 했네
 


“.....히히
 

뭐야 그 웃음
 

헤헤
 

뭐냐고
 

이건 레알 빼박캔트다
 

? 뭘 빼?”
 

걱정인형
 

아 뭐라는 거야
 

그런 게 있어요
 

맘대로 해
 

히히...”
 

실실 웃는 녀석을 쳐다보다 고갤 가로저었다.
요즘 애들 말은 참 알아듣기 힘든 게 많았다.
 

!!!!!”
 

 

오늘 우리 드라이브 하는 거예요!??!”
 

내 차를 보더니 꽥 소릴 지르는 수정이.
 

아니
 

맞네!!! 차 가져 왔잖아요! 그쵸!!”
 


. 차는 가져 왔는데 드라이브는 안 할 거야
 

“.......”
 

난 이제 이 차 타고 갈 테니까
넌 버스 타도록
 

말도 안 돼!!!!!!!!!!!!”
 

녀석의 외침이 주차장 곳곳으로 흩어졌다.
 

같이 가자면서요!!!”
 

내가 언제
 

아까!!!”
 

너는 너네 집, 나는 내 집 간다고 했지
같이 가자고는 안 했는데
 


대박... 대박 사건.......”
 

아 그리고,”
 

“.......”
 

입이 댓 발 나온 수정이 앞에 마주 서며 말했다.
 


그날 고마웠다
 

“.......”
 

지금도 고맙고
 

“.......”
 

뭐 안 물어봐서 고맙고,
평소처럼 대해줘서 고맙고,
여전히 밝아서 고맙고
 

그럼 태워주세요 차
 

싫어
 

“.......”
 

안 돼
 

“.......”
 


이게 내 대답이야
 


“.......”
 

“.......”
 

“.......”
 

넌 아직 어리니까 충분히,”
 

이해했어요. 조교님 말 무슨 뜻인지
 

“.......”
 

그만 해도 되요
 

“...그래
 

근데, 조교님 좋아하는 건 내 마음이니까
 

“......”
 

내 마음은 내 거니까
 

“.......”
 

계속 좋아할래요.”
 

수정아,”
 


대신 덜 귀찮게 할게요. 그럼 되죠?”
 

“.......”
 

저도 알아요. 요즘 조교님 심란한 거.
그래서 다 귀찮고 피곤한 거
 

“.......”
 

제가 좀 자제할게요.”
 


.......”
 

그렇게 하게 해주세요.”
 

굳이 대답을 바라는 것 같진 않았다.
 

내 눈을 빤히 보던 수정이는
이내 재킷 주머니에 손을 꾹 찔러 넣으며
몸의 방향을 틀었다.
 

그리곤 한 발짝 떼자마자,
 

,”
 

다시 돌아와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도 이 차 안 탈 테니까
다른 여자도 태우지 마세요
 

“.......”
 


특히 옆 자리에
 

“.......”
 

갈게요
 

여전히 녀석은 내 대답을 원하지 않았다.
무언의 긍정으로 이해한 듯 보였다.
 

내가 상처를 준 건가,
말이 너무 심했나,
아니지, 나 말 별로 안 했지.
표정이 너무 안 좋던데 괜찮은 건가...
 

별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 갈 때 쯤,
 

조교님!!!!!!!!!”
 

저만치 멀어지던 수정이가 날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제 말 들려요?????”
 

, !”
 

들린다는 신호는 보내줘야 할 것 같아
손을 위로 뻗었고,
 

그걸 본 수정이는
 

 


제 첫 사랑은 조교님이에요!!!!!”
 

 

나에게 폭탄을 발사했다.
 

 


“.......”
 

 

, 이런 첫사랑...
 

 

 

.
.
.
 

.
.
.

※만든이 : 별유님 

 

 

+독자님들에게+
 

내 얘기가 아니잖아!!!!!!!!!!!!!!”
라고 하시면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분량 어디갔어!!!!!!!!!!!!!!!!”라고 하셔도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ㅠㅠㅠㅠㅠ
 

어찌할 바 모르겠는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근데 앞으로도 이런 글 많을 것 같은 느낌)
(미리 사과 드리고)
(미리 도망가겠습니다아...)
 

, 그리고 혹시 몰라서
조교님의 첫 사랑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준비한 ‘7년간의 사랑가사-
 

 

7년을 만났죠
아무도 우리가 이렇게
쉽게 이별할 줄은 몰랐죠
 

그래도 우리는 헤어져버렸죠
긴 시간 쌓아왔던 기억을 남긴 채
 

우린 어쩜 너무 어린 나이에
서로를 만나 기댔는지 몰라
변해가는 우리 모습들을
감당하기 어려웠는지도
 

이별하면 아프다고 하던데
그런 것도 느낄 수가 없었죠
그저 그냥 그런가봐 하며 담담했는데
 

울었죠 우우우, 시간이 가면서 내게 준
아쉬움에 그리움에 내 뜻과는 다른
나의 맘을 보면서
 

처음엔 친구로 다음에는 연인 사이로
헤어지면 가까스로 친구 사이라는
그 말 정말 맞는데
 

그 후로 3년을 보내는 동안에도
가끔씩 서로에게 연락을 했었죠
 

다른 한 사람을 만나 또 다시
사랑하게 되었으면서도 난
슬플 때면 항상 전활 걸어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리고
 

너도 좋은 사람 만나야 된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면서
아직 나를 좋아하나 괜히 돌려 말했죠
 

알아요 우우우, 서로 가장 순수했었던
그때 그런 사랑 다시 할 수 없다는 걸
추억으로 남을 뿐
 

가끔씩 차가운 그 앨 느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죠
 

나 이제 결혼해, 그 애의 말 듣고
한참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죠
그리고 울었죠 그 애 마지막 말
사랑해, 듣고 싶던 그 한마디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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