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에서 나누는 의미없는 이야기 [단편] (by. 별유)


하정우
ㅇㅇㅇ
 
 
.
.
.


 
 

사람들이 꽤 들어찬 술집 안,
묘한 긴장감으로 둘러싸인 구석 테이블에서
잔잔히 오고가는 짧은 대화.
 
 
어딜 간다고?”
 
미국. 워싱턴
 
얼마나
 
일주일
 
누구랑
 
혼자 갑니다
 
그러니까 그게,”
 
내일 저녁 비행기예요.”
 
몇 신데
 
“9시 출발이요.”
 
“.......”
 

“10초 지났습니다.”
 
근데 그걸 왜 오늘 말하는데
 
그동안 못 만났잖아요 우리
 
, 그럼 통화할 때라도 했으면 되잖아!!”
 
이럴까봐 못 했죠
 
내가 뭐 어때서
 

서운하잖아요
 
아닌데
 
지금 이렇게 얼굴 보고 얘기해도 속상해 하는데
전화로 했으면 ㅇㅇ씨 아마,”
 
“.......”
 

울었을 걸요
 
“.......”
 
“20
 
아 초 세지마!!!!!”
 

야자게임은 시간이 생명입니다
 
출장 얘기도 시간이 생명이야
 
“.......”
 
“........... 일주일을 어떻게 기다려!!!!”
 
매일 화상통화 합시다
 
시차는 어떡할 건데
 
ㅇㅇ씨 편할 때 아무 때나
 
.......”
 
안 잘게요. 낮에도 전화해요
 
그걸로는 성에 안 차
 
그러면. 그러면.......”
 
“.......”
 

같이 갈까요? 비행기 표 예매할게요 지금
 
나는 일 안 해?”
 
해야죠. 그건
 
아오.......”
 
“38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 잘못이야
 
인정
 
미리 말만 해줬어도 화까지 나진 않았을 거야
 
그것도 인정
 
근데 더 화나는 건
 
“.......”
 
결국 내가 질 거란 걸
너무 잘 알고 있다는 거야
 

정답
 
그게 맘에 안들어 난
 
내가 더 화나게 해줄까요?”
 
“.......”
 
난 지금 ㅇㅇ씨 모습마저도 좋아요.
귀엽고, 사랑스럽고.”
 
?”
 
나 진짜 나쁜 놈이다 그쵸. 51
 
....... 너무 얄미워서 할 말이 없네
 

빨리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몇 초 안 남았습니다
 
정우가 손목시계를 보며 살짝 웃었다.
 
그래? 그럼 마지막으로,”
 
 
나 간다. 내일 출장을 가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
 
표정이 확 굳어진 ㅇㅇ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순간,
 

시간 끝. 이제 내가 말 할게요
 
정우가 ㅇㅇ의 손목을 붙잡으며 말했다.
 
됐거든요?”
 
출장 지시 내려온 건 3일 전이었고,
그 사이에 계속 안 가겠다고 버티다가
할 수 없이 가게 된 겁니다.
대신 강 팀장 보내려고 했는데
와이프가 출산을 앞두고 있다 해서 무산됐어요.
진짭니다
 
“.......”
 
상황이, 상황이 그렇게 됐단 뜻이에요.
물론 내가 잘못한 거 맞고,
이렇게 ㅇㅇ씨가 화내는 것도 다 맞는데
지금처럼 가버리지는 마요.
그럼 나 진짜,”
 
“...뭐요
 
“.......”
 
진짜 뭐요
 

아무것도 못해요
 
“.......”
 
알잖아요. ㅇㅇ씨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하는 거
 
정우와 ㅇㅇ의 시선이 허공에서 만났다.
정우는 움찔거리는 ㅇㅇ의 손목을 더 꽉 잡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
 
제발
 
.......”
 
“.......”
 
알았으니까 이것 좀 놔봐요
 
안 갈 거죠?”
 
놔요
 
안 갈 거라고 약속해요
 
안 갈게요
 

진짜?”
 
ㅇㅇ가 대답 대신 정우를 살짝 째려보자
그제야 손목을 놔준다.
 
미안해요. 정말
 
“.......”
 
대신 최대한 빨리 끝내볼게요.
하루 이틀 정도 일찍 들어올 수 있게..”
 
몇날 며칠 밤새우려고요?
그건 더 싫은데.”
 

....... 그럼 잠은 좀 자면서 할까요?”
 
당연하죠. 잠도 잘 자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면서 일 해야죠
 
노력해 볼게요
 
거기서도 그냥 샌드위치로 때울 거예요?”
 
거의 그럴 것 같긴 한데.......
ㅇㅇ씨 말 들을게요. 최대한
 
고갤 살짝 떨구며 씨익 웃는 정우
 
뭐야. 왜 웃어요!”
 

좋아서요.”
 
뭐가요
 
금방 또 나 걱정하는 게 좋아서요.”
 
... 맨날 이런 식이야
 
ㅇㅇ가 투덜거리며 물컵에 손을 대자
정우가 반사적으로 움직이며 말했다.
내가 할게요.”
 
그리곤 컵에 물을 가득 채워 ㅇㅇ 앞에 놨다.
 
ㅇㅇ씨 배고프죠. 뭐 먹을래요?”
 
소주요
 
“...?”
 
소주요 소주.
이모!!!!! 여기 소주 두 병 주세요!!!”
 

아니요. 주지 마세요
 
?”
 
두 병 주세요!!!!!!”
 
아닙니다. 저희 술 안 마실 거예요
 
?”
 
이모 소주 두병이요 두병.”
 
“.......”
 
소주 두병 맞죠?”
 
!”
 
-”
 
“.......”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물을 들이키던 ㅇㅇ
정우를 살짝 쳐다보곤 피식 웃었다.
 

ㅇㅇ씨 술 마시면 안 될 것 같은데.”
 
근데 술집은 왜 데려 와요?”
 
저번에 여기 해물라면 맛있다길래
그거 먹이려고 왔죠
 
그건 안주로 먹으면 되겠네요.”
 
술 말고 밥을 먹지 그래요?
여기 생선구이도 맛있다던데
 
오늘은 술이 더 땡겨요.”
 
왜요
 
몰라서 물어요?”
 
나 때문에요?”
 
 
“.......”
 
말리지 마요
 

하아.......”
 
한숨을 내쉬며 마른세수를 하는 정우.
그 모습을 보던 ㅇㅇ크흡 웃다가
다시 얼굴을 굳히며 앞을 쳐다봤다.
 
ㅇㅇ씨 술 마시면 적어도 사흘은 고생하잖아요.”
 
 
그럼 내가 없잖아요. 옆에
 
어쩔 수 없죠
 
걱정 시킬 거예요 진짜?”
 
걱정하지마요. 나 괜찮으니까
 

내가 안 괜찮아요 내가.”
 
소주 두 병 나왔습니다-”
 
저희 해물라면도 하나 주세요
 
네에-”
 
저기요
 
?”
 
...... 물통 하나 더 주시고
사이다도 한 병 주세요.”
 
 
정우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ㅇㅇ을 쳐다봤다.
ㅇㅇ은 벌써 헤벌쭉 웃으며
소주병을 흔들고 있었다.
 
저번 회식 때 배웠어요.
이렇게 흔들면 토네이도처럼 안에서
푸쉬웅- 하면서 올라온대요.
!!! 보여요? 짱이죠!!”
 

그 사람이랑 놀지 마요
 
누구요?”
 
그런 거 가르쳐 준 사람
 
왜요. 나 많이 도와주는 선밴데
 
여자예요?”
 
남자요
 

진짜로 놀지 마요. 내가 분명히 말했어요
 
.”
 
정우가 엄지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ㅇㅇ은 입을 삐죽 내밀며
더 격렬하게 소주병을 흔들 뿐이었다.
 
우와 이제 됐다
 
지금부터 마시지 말고 라면 나오면 그때...”
 
그럼 미지근해져요
 
정우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병뚜껑을 따 버린 ㅇㅇ가 씩 웃으며 말했다.
 
독소도 빼야 된다는데 할까요?”
 
“.......”
 
이렇게 목을 치면,”
 

그 선배 대체 뭐하는 사람입니까?
알콜중독자 아닙니까?”
 
평범한 가장인데요
 
“....... 근데 왜 남의 여자한테
그런 걸 가르쳐 준답니까?”
 
글쎄요. 아무래도 내가 우리 팀 막내니까?
소맥도 잘 타야 되고.......”
 
ㅇㅇ씨가 소맥을 타요?”
 
그런 건 원래 막내들이 하는 거라던데요?”
 

미치겠네 진짜.......”
 
정우 씨 회사는 안 그래요?”
 
안 그래요. 절대
 
.......”
 
물이랑 사이다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주 좀 줘봐요
 
정우 씨도 마시게요?”
 
줘요 빨리
 
정우가 ㅇㅇ에게 소주를 건네받자마자
앞에 있던 소주잔을 치우고
옆에 있는 사이다 잔에 따르기 시작했다.
 
! 뭐하는 거예요!!”
 
ㅇㅇ씨는 이만큼만 마셔요.”
 
그리곤 얼마 남지 않은 소주를 흔들어보였다.
유리잔에 가득 채우고 나니
소주병엔 소량의 소주만이 남아있었다.
 
장난해요 지금?”
 

진지한데요, 지금
 
이러면 정우 씨가 다 마시게 되잖아요!!”
 
내가 다 마실게요. ㅇㅇ씨는 맛만 봐요
 
말도 안 돼
 
그 선배가 흑기사는 안 가르쳐 줬습니까?”
 
가르쳐 줬어요.”
 
뭐라고요?!??!?!”
 
푸흐.......”
 
정우가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놀랐다.
 

거기 뭐하는 회삽니까 대체
 
가족같은 회사죠
 
어느 가족이 막내한테 흑기사를.... ,”
 
크흐흫... 장난이에요.
흑기사까지 가르쳐 주진 않았어요
 
“.......”
 
흑기사 하면 소원 들어줘야 되잖아요. 맞죠
 
몰라도 되요 그런 거
 
? 그럼 정우 씬 소원 안 빌 거예요?”
 
“.......”
 
하긴, 내가 해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내 소원은
 
“........”
 
딱 하납니다
 
뭔데요?”
 
ㅇㅇ씨가 사이다 마시는 거요
 
에이...”
 
사이다 마셔요. 내 소원이니까
 
흑기사 소원치곤 너무 소박한데?”
 
뭘 기대했는데요
 
뭐 그런 거죠. 키스?”
 
“.......”
 
싫음 말고
 
푸흐...”
 
헤헤
 

키스는 일상이죠. 소원이 아니라
 
“.......”
 
정우가 컵에 사이다를 따라 ㅇㅇ 앞에 놓으며 말했다.
 
이제 일상의 마무리만 잘... 하면 되니까
술은 조금만 마셔요.”
 
어떤 마무리요?”
 
그런 거요. 좋은 거
 
.......”
 

알면서 묻는 거 다 압니다.”
 
정우 씨 왜 이렇게 능글능글 해졌어요?”
 
나 원래 이랬는데?”
 
처음엔 안 그랬거든요??”
 
ㅇㅇ씨가 안 그렇게 봤나보죠
 
연애도 많이 안 해본 순정남 느낌이었단 말이에요!”
 

순정남은 맞아요. 순정...마초?”
 
.......”
 
ㅇㅇ가 당황했는지 사이다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순정남인줄 알았더니 완전 카사노바였어.”
 
카사노바는 아니죠. ㅇㅇ씨만 보는데
 
하는 멘트나 행동이 다 그렇잖아요!”
 

ㅇㅇ씨한테만 그런 거예요
 
 
하하 웃는 정우를
게슴츠레 뜬 눈으로 쳐다보는 ㅇㅇ.
이내 소주잔에 소주를 따르곤 바로 들이켜 버린다.
 
어어, 원샷 하면 안 되는데
 
첫 잔은 무조건 원샷이거든요?”
 
그것도 그 선배가?”
 
 
끄덕끄덕-
 
 

.... 그 회사 진짜 맘에 안 드는데.......”
 
근데 정우 씨
 
 
정우 씨도 술 잘 안 마시잖아요.”
 
 
근데 그거 다 마시게요?!”
 
ㅇㅇ가 턱 끝으로 정우의 유리잔을 가리켰다.
그러자 정우가 어깰 으쓱거리더니
아무렇지 않게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어어!!!!!!!”
 
크으.......”
 
그걸 다 마시면 어떡해요!!!!!”
 
괜찮아요. 대리 부르면 되니까
 
그 말이 아니잖아요 지금!”
 
ㅇㅇ씨가 마시는 것보단 낫죠
 
그래도 그렇지,”
 

내일 아침에 콩나물국만 해주면 되요
 
누가요. 내가요?”
 
 
정우가 곧바로 나머지 소주병을 들자
황급히 붙잡는 ㅇㅇ.
 
또 마시게요?”
 
빨리 해치우려고요.”
 
안 돼요 안 돼. 그만 마셔요
 
ㅇㅇ씨가 마시게 둘 순 없는데...”
 
나 안 마셔요!”
 
“....진짜요?”
 
내놔요 빨리!”
 
진짜죠
 
아 그렇다니까요?”
 
ㅇㅇ가 버럭 화를 내자
그제야 소주병을 내려놓는 정우.
심각한 ㅇㅇ과는 반대로 표정이 밝은 그였다.
 
사장님, 저희 이 소주 취소할게요.
대신 생선구이랑 숙회 주세요.
밥도 주시고요
 
~”
 
.......
 
“.....잠깐만,”
 
왜요?”
 
“.......”
 
왜요
 
뭔가 이상한데
 

뭐가요. 크흐...”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ㅇㅇ을 보며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는 정우
 
나 지금,”
 
당한 거죠. 나한테
 
그쵸!!!!!!”
 

... ㅇㅇ씨 정말 귀엽네요.
어쩜 그렇게 순수하지?”
 
아악 내 소주!!!!!!”
 
지금 보니까 ㅇㅇ씨 내 걱정만 하는구나?”
 
아니거든요???”
 
푸하. 아 귀여워...”
 
정우가 손으로 눈을 가리며 씨익 웃었다.
 
그러니까 어디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두 병씩이나 시키고 그래요.”
 
마시고 싶으니까 시켰죠!
정우 씨가 괘씸하기도 하고
 
나 괘씸한 건 알겠는데
그거 때문에 ㅇㅇ씨 속 버리면
더 억울하지 않겠어요?”
 
걱정시키려고 했죠. 출장 가있는 내내
 

.... 그럼 나 진짜 한숨도 못 잘 텐데
 
아까는 잠 안 잘 테니까 아무 때나 전화하라면서요!”
 
근데 또 나보고 잘 자라면서요
 
그거는.... 그거는,”
 
밥도 꼭 잘 챙겨 먹으라고 했잖아요.”
 
.......”
 

내가 이겼죠?”
 
“.....정우 씨 카사노바 맞아요
 
순정마초라니까요?”
 
늑대...”
 
늑대?”
 
하이에나
 
하이에나~?”
 
“...속았어.......”
 
해물라면 먼저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입이 삐죽 나온 ㅇㅇ을 보며 껄껄 웃던 정우가
앞 접시에 라면을 담으며 말했다.
 
술이 그렇게 마시고 싶어요?”
 
꼭 그렇다기보단 내 계획이,”
 
나 걱정시키는 게 계획이었구나?”
 
 
그건 이미 잘 실행 중인 걸로 아는데
 
뭐가요?”
 

나 처음부터 ㅇㅇ씨 엄청 걱정했거든요.
지금도 그렇고
 
내 걱정을요?”
 
. 밥은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일이 너무 많진 않은지....”
 
“.......”
 
이번에 출장가면
ㅇㅇ씨 집에 혼자 가게 될텐데
그것도 걱정되고.
나 없는 사이에 회식하면 어쩌나,
이런 생각도 들고
 
나랑 똑같네요 뭐
 
그래서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요
 
“.......”
 

딱 순정남의 자세죠 이게
 
 
카사노바는 이런 생각 절대 안 한다고요.”
 
어련하시겠어요
 
이제 술 생각은 그만하고 이거 먹어요.”
 
분명히 말하는데,”
 
이번엔 ㅇㅇ가 엄지손가락을 앞으로 가리키며
단호히 말했다.
 
다음번엔 이렇게 쉽게 말려들지 않을 거예요
 
알았어요. 귀엽게 봐줄게요
 
봐주지 마요!!!!!”
 
, 그럼 잘 속아볼게요
 
.......”
 
일단 먹어요. 식겠어요
 
정우가 젓가락을 손에 쥐어주자
ㅇㅇ가 그제야 후루룩라면 맛을 봤다.
 
그리곤 싱긋 웃으며 말했다.
 
맛있다
 
많이 먹어요
 
그럴 거예요.”
 

크흐.......”
 
 
 
.
.
.
 
 
 
+
 
근데 우리 야자게임 할 때 있잖아요.”
 
 
왜 정우 씨는 나한테 말 안 놔요?”
 
....... 글쎄요
 
나만 놓으니까 이상하잖아요
 

야자게임은 대부분 ㅇㅇ씨가
나한테 화났을 때 하는 거니까
나까지 ㅇㅇ씨한테 말 놓을 필욘 없다고 생각했어요.”
 
룰이 그게 아니잖아요
 
죄인이 어디 건방지게 말을 놔요
 
푸흐. 죄인이요?”
 
내가 ㅇㅇ씨 화나게 했으니까 죄인 맞죠.”
 
.......”
 
항상 ㅇㅇ씨가 맞았어요.
오늘 일도 그렇고.......
당연히 화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 좀 감동인데요?”
 

감동은 늘 내가 받는데.”
 
?”
 
처음에 ㅇㅇ씨가 다짜고짜 야자게임 하자고 할 때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표정은 분명히 화났는데 웬 야자게임?”
 
크흐...”
 
그래서 아, 나한테 말 놓고
제대로 싸우려고 그러나보다, 했었는데
 
맞아요 그거
 
생각해보니 연인 사이에
허락 받고 말 놓는다는 게 웃긴 거예요.”
 
“.......”
 
심지어 시간도 딱 1.”
 
“.......”
 

그때 확신했어요.
이 여자는 나랑 싸우고 싶은 게 아니라
풀었으면 하는 거구나.
아무도 상처받지 않게, 맘 상하지 않게.”
 
“.......”
 
말을 놓는다는 것 자체가
ㅇㅇ씨가 나한테 주는 최대한의 벌이구나.”
 
, 아니거든요??”
 
투정같은 벌이랄까
 
투정 아니에요!!!”
 

그래요. 투정 아니에요
 
웃지 마요!!!!”
 
, 미안해요.
ㅇㅇ씨만 보면 웃음이 나서...”
 
 
 
 
+ +
 
정우 씨 주량이 정확히 얼마예요?”
 
글쎄요. 소주.... 세병?”
 
, 꽤 마시는 거네요?”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강 팀장 보니까 어우,”
 
강 팀장이라고 하면... 아내 분이 임신하셨다는?”
 
, . 그 친구 주량이
소주 여섯 병 정도는 되는 것 같던데
 
우와 대박
 

징그러워요. 그 친구
 
이제 아이 태어나면 달라지시겠죠~”
 
글쎄요. 그건 두고 봐야 알겠죠?”
 
출산 예정일이 언제래요?”
 
이틀 뒤라고 하더라고요.”
 
우와....... 어떤 기분일까요? 긴장되나?”
 
아직은 아무 느낌 없대요.
애를 안아봐야 알겠다고 그러더라고요
 
갓 태어난 아기 안으면 어떤 느낌일까....
엄청 작다던데.”
 
직접 안아보면 되죠
 
?”
 

, .”
 
?”
 
아기는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결실이니까,”
 
“.......그래서요?”
 
“.......”
 
“.......”
 

“.......”
 
왜 얼굴이 빨개져요?”
 
술 마셔서 그래요
 
안 취했잖아요
 
취기가 이제야 올라오네요. 하하
 
“.......”
 
“.......”
 
지금 이거 프러포즈 아니죠?”
 
아니에요
 
확실해요?”
 
. 아니에요
 
나랑 결혼 하긴 할 거예요?”
 

아니, ? 아니,
 
한다는 거예요, 안 한다는 거예요?”
 
해요. 무조건
 
“.......”
 

 
 
 
 
+ + +
 
정우 씨 가방은 다 쌌어요?”
 
아니요, 아직
 
일주일 치 짐이면 양이 꽤 될텐데...
언제 하려고요?”
 
오늘 밤새 해야죠.”
 
으 피곤하겠다아...”
 

ㅇㅇ씨가 도와주면 되요.”
 
내가요?”
 
 
나 오늘 정우 씨 집 안 갈 건데요?”
 
왜요?”
 
미워서요
 
아직도?”
 
 
우리 집 가서 계속 미워해요.”
 
?”
 
내 옆에서 미워하면 되잖아요.”
 
“........이상한데...”
 

이상해도 어쩔 수 없어요.
난 오늘 무조건 ㅇㅇ씨 안고 자야겠으니까
 
. 누구 맘대로?”
 
일주일 버티려면 어쩔 수 없죠.”
 
“.......”
 
양보 못해요. 이번에는
 
“.......”
 
절대
 
“.......”
 
“.......”
 
“.......”
 

“.......사랑해요.”
 
“........ 또 말렸어.......”
 
 
.
.
.
 
술집을 분홍빛으로 물들게 하는
두 사람만의 의미없는 이야기
 
 
--
 
 
 
.
.
.

※만든이 : 별유님
 
<뽀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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