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세상으로: Only Their Reporter (by. 자꾸눈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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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의 세상으로: Only Their Reporter >
 
ㅇㅇㅇ
박신혜
박찬열
변백현
김종대
오세훈
 
 
 
< *00 >
 
 
 

 
 
숨결을 따라 하얀 입김이
새어나오는 추운 겨울.
 
[뚜르르]
 
그 추위를 조금이라도 녹이고자
삼삼오오 모여드는 삼계탕 집 앞에
 
[뚜르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다 가진 내가 있다.
 
, ,
 
시린 손으로 부여잡은 휴대폰 속
신호음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죄여오는 초조함에
손톱을 뜯으며 발을 구르기를 한참.
 
[전화를 받지 않아..]
 
보는 사람이 다 불안할 정도로
방황하는 동공이,
그런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수십 번 스치기를 한참.
 
제발, 언니
 
받을 때까지 하겠다는 의지로
네 번째 통화를 시도했을 때였을까.
, . 불안함을 표현하던
무의식적 행동이 달칵, 하는
연결음 소리에 우뚝 멈췄다.
 
[, 나 지금 바]
 
언니!!!!!!!!!!!!!!!!”
 
근래 내가 이렇게
큰 소리를 내본 적이 있던가.
 

 
[..아나 깜짝이야]
 
그만큼 길고 긴 신호음 동안
쌓여가던 당황스러움과,
불안감, 초조함을 담아
온 힘을 다해 내지른 소리에,
신혜 언니도 적잖아 당황한 듯 했다.
 
그치만.
 
[%#^@$ 없던 애 떨어질 뻔 했네!!!!]
 
, 진짜, 언니!!!!!!!!!!!!!!”
 
진짜, 내가 언니
사고치고 다니는 거
이제 그러려니 하는데.
이건 좀 아니잖아!!!
 
[@#&^!# 그래, 내가 니 언니다!!!
*&%% 왜 기집애야!!]
 
“..언니 바빠? 왜 이렇게 시끄러워?”
 
[내가 바쁘다고 ^%&$&*]
 
온갖 소음이 섞여 들리는 소리에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아
절로 찡그려졌다.
 

 
[뭐야, 무슨 일인데?]
 
“..아니야.
언니 이따가 안 바쁠 때
다시 통화해.”
 
[, !!
너 끊기만 해. 딱 기다려]
 
, 한숨을 쉬고 끊으려는 찰나
단호한 목소리에 얼어붙은 듯 멈췄다.
 
그리고는 통화 너머 주변 소리가
조금 바뀌는 듯하더니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진짜, 너 미루는 거 하지 말랬지.
지금 니 감정에 충실해지라고 했잖아.
너가 화내면서 언니, 부르는 게
간만에 살아있는 사람 같아서 좋아했더니]
 
언니 바쁜 거 같길래.
안 그래도 요즘 분위기 어렵다고
 

 
[알아. 이 배려의 아이콘 같은 기집애야.
내말은, 이제 남 생각은 그만하고
제발 니 생각부터 해라. 니 생각.
좀 이기적으로 살아]
 
다다다, 톡 쏘아 붙이는 말인데도
곳곳에 배여든 따뜻함이 느껴진다면
내가 이상한 걸까.
 
돌이켜보는 것조차 하고 싶지 않은
지난 몇 년 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 그래서 언니, 언니
왜 이렇게 찾으셨냐고요.
진짜 무슨 일 있어?]
 
...갑자기 감상에 젖어 훈훈해지던
마음이 차게 식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거 언니지.”
 
[뭐가 언니야?
, 안에서 들어오라고 난리야.
별 일 아님 진짜 죽음]
 
한 자, 한 자 힘을 주어
화를 눌러내며 내뱉는 말에도,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언니는
능청대는 말투로 죽음을 예고하고 있다.
 
, 이 언니 진짜.
 
언니가 죽고 못 사는 아이돌,
One 맞지.”
 

 
[!!!!!]
 
하아.
 
내쉬는 한숨에
피어오르는 입김을 멍청히 바라보았다.
 
역시나. 이 언니 짓이구나.
 
“..그거 무슨 리얼리티 프로그램,”
 
[설마!!!!!]
 
“..‘그들만의 기자선발
 
[세상에!!!!!!]
 
사연 신청한 거..“
 
[진짜야?!! ?!! 연락 왔냐?? ??]
 
암요. 왔구요, 말구요.
 
내가 진짜 일하다 말고
SPS 방송국 PD라며 온 문자에
심장이 얼마나 철렁했는데!!
 

 
[세상에, 지져스. , 나 안 믿겨.
꿈 아니지? 와 이건 로또 사야 돼.]
 
언니. 좋아하는 건 나중에 하고
나 진짜 당황스러우니까
설명 좀 해줄래.”
 
[하하, 동생아.]
 
이제야 여러 번 찍힌 부재중 전화와,
온 힘을 다해 언니, 언니
찾아대던 내 부름과,
꾹꾹 눌러 내뱉는 내 목소리가
어느 정도 감히 잡히는 지
멋쩍게 웃는다.
 
[, 그게 진짜 얼마나 어마무시 한
경쟁률을 뚫고 된 건지 알아?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감격스러움에 춤이라도
추고 있는 건지 꺄르륵, 하는 소리가
통화 너머로 들려온다.
 
대책 없는 천진난만함에
폰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려오고,
더 이상 시립지도 않다.
 
“..그럼 뭣이 중요한데
 
[......]
 

 
뭣이 중요하냐고!!!!”
 
[.......]
 
, 푸하하!!! , 너 뭐해?ㅋㅋㅋㅋ
그거 곡성 아니냐?ㅋㅋㅋ
너 취했지?ㅋㅋㅋㅋ
 

 
취한 건 언니인 거 같은데.
제발, 멀쩡한 정신으로
이 사태를 수습하란 말이야.
 
그렇게 한참을 웃는 소리만 들려오던
저 편이 뚝 조용해진다.
 
[, One 모르지?]
 
다시 착 깔린 진지한 목소리.
사람이 이렇게 휙휙 바뀔 수 있나
싶지만 신혜 언니는 늘 이렇게,
 
사고뭉치에 철부지 같다가도
날카로운 눈으로 숨겨둔 저 어딘가의
마음까지 깊게 찌르곤 했으니.
 
익숙하면서도, 숨넘어갈 듯
그렇게 웃다가는 갑자기.
진짜 지킬 앤 하이드 같아.
다중인격이 아닐까.
 
“..언니가 빠져있는 아이돌이라며
 
날 영업하겠다고
그렇게 틈 만나면 이름도 모르는
얘가 어떻고, 쟤가 어떻고. 그랬잖아.
 

 
[그래, 내가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
알 리가 없지. , 이종석 아니면
그 쪽 아예 관심도 없지?
티비도 안 보고.]
 
티비 봐.
종석이 요즘 나오는 드라마,
캐릭터랑 얼마나 잘 어울리는데.
 
목까지 차오른 말을 꾹 삼켰다.
말했다간, 또 한 소리 듣겠지.
 
[..이 프로그램, 흔히 아는 그런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아니야.]
 
그 아이돌이 얼마나 잘났고,
그래서 단 한사람으로 뽑히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프로그램이 무슨 프로그램인지
그런 건 별로 상관없어.
 
그저, 나는 아이돌이고 방송이고
절대 다시 그 세계로는 가고 싶지 않아.
그 세계는 이제 모른 채 살고 싶어.
 
나는 딱, 그거면 되는데.
그거 하나면, 앞으로 몇 년이고
삼계탕 주문받으며 그렇게 살 수 있는데.
 
[..기획 PD가 내건 게 있어.
수많은 팬들의 우상이나
하늘에 떠있는 이 아니라,
그런 우상과 별이 되는 길을 걷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대.]
 
우뚝.
 
다시금 답답해져 오는 불안감에
습관처럼 손톱을 물어뜯던 움직임이,
나도 모르게 멈췄다.
 

 
[무슨 말인지, 누구보다 너가
제일 잘 알겠지. 그러니까
아이돌이 아니라 20대의 소년들로서.
 
그것도 일반인들은 상상하지도,
공감하지도 못할 일들과, 감정들과,
세계와 부딪혀야 하는]
 
그것은, 관심도 없는 이야기
그렇게 대충 흘려듣던 언니의 말이
어느 순간부터 또렷이, 그리고 큰 울림으로,
귀가 아니라 마음속으로 들어왔기 때문일까.
 
[그래서 그들과 함께하며
그러한 것들을 짚어내 줄,
3의 눈이 필요했던 것 같고.
그래서 사연 신청으로 일반인에서
참여자를 뽑겠다고 했나봐.]
 
당연히 팬들 사이에서는 난리가 났지.
뽑히기만 하면 프로그램 마무리 될 때까지
거의 함께 지내는 거나 다름없으니.
, 말하고 나니까 진짜 이건 로또 사야 돼.
 
문득 다시 감격스러움에 젖는 언니가
샛길로 새기 시작해 언니, 하고 불렀다.
 

 
[..내가 왜 지금 뜬금없이
프로그램 기획의도를 읊는지,
내가 왜 니 사연으로 이걸 신청했는지,
이미 이해했을 거야.]
 
언니가 무슨 생각에서
했는지는 알겠어, 다만
 
[나는 그 PD의 말이 그럴싸한
방송용 포장이 아니라 진짜라면.
그걸 꼭 이뤄낼 수 있는 게,
너라고 생각해.]
 
다만, 나는 할 수 없어.
 
[그 세계, 너 이미 걸어봤고.
거기서 아파봤고.
그래서 지금도 숨죽여서
그렇게 세상에서 도망쳐서 살잖아.]
 
나는 힘들어서,
내가 감당이 안 되서,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서
그냥 도망쳐 나온 사람이잖아.
 
근데, 어떻게 내가.
 
[나는 그래서 오히려 너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그리고 PD 말대로 프로그램 끝에는,
 

 
치유가 있을 거니까.]
 
그 마지막 말에,
갑자기 코끝이 매워지는 것 같았다.
하염없이 내려다보던 신발이 흐려진다.
 
그래, 언니는 그랬구나.
멀쩡히 살아가는 척 하는
내 장단에 맞춰주면서도,
아직도 병들어 있는 내가
계속 안쓰러웠던 거야.
 
그래서 이 프로그램으로
내가 치유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했던 거야, 언니는.
 
언니. 언니 마음 충분히 알았는데,
난 못해.”
 
[ㅇㅇㅇ!]
 
나도,
내가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어.
동화처럼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대.’
그렇게.
 
근데 언니.
나는 언니가 생각한 것보다 겁쟁이고,
그래서 다시 그곳에 발을 들이는 거
그 자체가 두렵고 무서워.
 
나는 무슨 일이 생길까
두려워하면서도 그걸 끌어안고
동굴 속에 뛰어드는,
동화 속 밝고 명랑한 주인공이 아니야.
 

 
[내가 바보도 아니고.
당연히 너 얼굴 방송에 나갈 일 없고,
철저히 신분 보장이 조건이야.
그냥 걔네랑 같이 지내면서..]
 
언니, 나는!!
그냥.. 엮이고 싶지 않아서 그래.
나 지금 이렇게 사는 거 좋아.
하루하루 별 일 없이, 평탄해. 진짜야
 
[..그래서 행복해?]
 
“....”
 
[힘들었어도,
너 노래할 때보다 행복해?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우리 가게 도와주고 있는 게?]
 
우리 싸장님께서, 알바 필요도 없는데
너 제발 가게 좀 그만 나오게 하라더라.
 
가라앉은 내 목소리가 신경 쓰였는지
장난스럽게 뒷말을 덧붙이는 언니.
 
“..고모부, 진짜.”
 
[그럼 다 잊고!]
 
갑자기 터져 나오는 큰 소리에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 잊어?
 
[사실 앞에 내가 구구절절~ 했던 말은
그냥 번지르르하게 한 포장이고!
제일 핵심은 여기서 부터니까 잘 들어.]
 
포장?
 
갑자기 또 휙휙 바뀌는 태세 전환에
정신을 못 차리고,
혼란이 오기 시작한 내 머리.
 
포장이라니?
 
[나 막 기자직 내려놔야 할지도
모른다고 그랬잖아.
젠장, 오늘도 엄청 까였어]
 
성과가 없어서?”
 

 
[그렇게 순진하게 아픈 곳 찌르지 말아줄래.
아니, 연예는 나랑 너무 안 맞는다고!]
 
현재 연예부 기자인 신혜언니는
사실 모태 사회부 기자인데,
사회부에서 언론계의 썩어빠진 현실을
마주하고는 기자 사명이고 뭐고 질렸다며,
연예부로 옮긴지 얼마 안 되었다.
 
부정, 비리.
 
이런 단어들을 마주할 때면
자기 몸 안의 세포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는 언닌데,
연예부에서 제대로 된 일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언니 좀 살려준단 셈치고
그거 해, 그들만의 기자.]
 
, 언니!”
 
[나는 기자니까 심사에서 걸러질 거고,
그래서 내가 너 사연 좀 썼다!
나대신 우리 One 애기들 옆에
찰싹 붙어서 뭐, 소재거리 좀 캐와.]
 
그게 말이 돼!!!”
 
아니, 이거야 말로
연예계 비리, 뭐 그런 거 아니야?!
 

 
[말이 되니까 내가 하고 있지.
할 일 없이 삼계탕 주문이나 받는
동생 덕 좀 받자. 오케이?]
 
오케이?? 오케이??!!
이게 무슨 라면 좀 사와, 오케이?
그런 심부름도 아니고.
뭐가 이렇게 쉬워, 이 언니는!
 
[내가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그랬는데.
너 나한테 엄~청 고맙지?
~생 고마울 거 같지?
그럼 이걸로 갚는다고 생각해.
 
나 진짜, 목숨 줄 간당간당하다?
너가 언니 기자직 지켜준다고 생각해.]
 
“.....”
 
나 안 해, 못 해.
 
그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르는 순간.
고맙지그 한마디가 마치 마법을 건 듯,
아까부터 나를 휘감던 수많은 감정,
얽혀오는 수 만 가지 생각들이
한순간에 모두 멈추어 버렸다.
 

 
[이제야 말이 통하네.
그럼 하는 걸로 알고 끊는다!
PD쪽이랑 연락하고 다시 통화해.]
 
그리고 나는 그저 ,
멍하니 대답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고모, 고모부, 그리고 신혜언니.
내가 평생을 갚아도 부족할 만큼
고마워해야 할 사람들이니까.
 
 
 
*
 
 
 
[그럼 화요일에 One이랑 방송국에서 뵙죠.
제가 오늘 중으로 One측과
얘기 마무리 되는대로,
아마 그 쪽에서 연락이 올 겁니다.]
 
화요일.
 
그래, 부정하고 싶지만
내일의 태양은 또 뜨고,
화요일은 또 와버렸구나.
 
[, 만나 뵈어야 알겠지만
써주신 글 보고 느꼈어요.
, 바로 이분이다. 하고요.]
 
“....”
 
[만나서 다행이고,
해주신다니 고맙고 그러네요.
제가 원하는 프로그램이 될 것 같아요.]
 
하아.
 
목소리는 참 서글서글하고,
딱 뭐든 꼼꼼히 성실히 임하는
그런 사람인 것 같은데.
 
며칠 전, 결국 망설여지는 손에
꾹꾹 힘주어 겨우 연결한 담당 PD님과의
통화 내용을 다시 곱씹었다.
 
..언니 말대로,
믿을 수 있을 것만 같은.
 
하지만 내가 썩었어..”
 
너무 진실 되게 다행이고
고맙다고 하는 그 목소리가
너무 성스럽게 들려서.
 
프로그램엔 관심도 없고
그래, 프로그램은 무슨.
심지어 해당 아이돌 One조차도
몰라서 급히 외운 여섯 개의 이름을
틈 만나면 주문 외듯 중얼거리는 내가,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짓는 악마가
된 것 같은 이 기분을 어찌해야 할까.
 
가면 갈수록 거짓말은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은데. 하아.
 

 
갑자기 드는 한기에
목도리에 얼굴을 더 묻은 채,
길가 저 끝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신발 앞코를 괴롭혔다.
 
그냥, 무언가를 기다릴 때 무의식 습관.
나에게는 이런 것들이 꽤나 많은데
그래서 손톱이나, 모든 신발 앞코가
멀쩡할 날이 없다.
 
[2시에 보내주신 주소로
픽업하러 차를 보내겠습니다.
바로 숙소로 이동할 예정이니
필요한 짐 챙겨 나와 주시길]
 
언제 와.
 
괜히 내가 시간을 잘 못 봤나?
One 매니저로 추정되는 번호로
온 문자를 다시 한 번 확인해도,
틀림없이 2시가 맞는데.
 
화면의 오른쪽 가장자리 숫자는
벌써 218분을 알려주고 있다.
 
설마, 주소를 잘 못 보냈나 내가?
 
“..ㅇㅇㅇ?”
 
!!!!”
 
설마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런 건 아니겠지, 저런 건 아니겠지.
끝없이 이어지는 불행한 시나리오에
휩쓸려가던 찰나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
 
“......”
 
단지 그게 너무 반가워서 그만,
, 제가 바로 ㅇㅇㅇ입니다!’
그렇게, 손을 번쩍 들고 말았다.
 
“.., 팔을 내리셔도..”
 
, ..”
 
미치겠다. 손은 왜 들고 답해?
너가 사랑이냐? 사랑이?
 

 
온 세상에 내가 ㅇㅇㅇ인거 발표해??
 
, 제가 좀 늦었죠. 죄송해요.
차가 이 쪽으론 못 들어오더라구요.
저 앞에 세워놓고 좀 헤매서..“
 
, ..”
 
차마 웃을 순 없는데 웃기긴 하고.
최대한 덤덤한 척 해보려고
최선을 다해 웃음을 참으시는 표정이
 
..눈물겹게 고마우면서도
안쓰럽게 느껴졌다.
 
, , ..”
 
그냥 웃으셔도..”
 
아니요! 전혀 안 웃긴데요!”
 
정말 단호한 표정으로
결코 웃기지 않다고 되 뇌이던
매니저 분은, 급히 옆에 세워 둔
캐리어를 쥐곤 저만치 먼저 차로 향하신다.
 
멀어지는 그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생각했다.
 
..들썩이는 두 어깨는
모른 척 해야지, 하고.
 
 
 
*
 
 
 

 
 
저희는 10층을 쓰고요.
이렇게 엘리베이터 내려서 봤을 때
복도를 두고 왼쪽 1호는 지금
애들이 쓰고 있고, ㅇㅇ씨는
바로 오른쪽 2호를 쓰실 거예요.”
 
, .
 
기척이 느껴지지 않은 고요함과,
처음 보는 낯선 공간에 경계하듯
도르륵, 두 눈동자를 바쁘게 굴렸다.
 
원래 여기는 매니저용으로 빼놨다가
쓰질 않아서 계속 비워있던 상태였거든요.
연락받고 청소도 싹 해놔서 지내는데
별로 불편하시진 않을 거예요.”
 
말 되게 잘 하신다.
아까는 되게 더듬으셔서 몰랐어.
 
띠리릭.
 
쉴 새 없이 설명을 이어가면서도
익숙한 손놀림으로 도어락을 푸시는
모습을 그냥 멍하니 보고 있는데
, . 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이거 비밀번호 1345911이에요.
애들 생일 달 순서대로요.
비밀번호는 같아요. 1호도 1345911”
 
, 생일.
 
다음 주죠? 디오씨 생일.”
 
, 경수 팬이세요?”
 
, 아니요?!”
 
.
 
캐리어를 방 한 구석에 놓아주시는
모습을 생각 없이 보다가
갑자기 치고 오는 질문에 당황해
말이 멋대로 튀어나갔다.
 
“..그렇게 아니라고 할 건 없잖아요.
경수 들으면 상처 받겠네
 
분위기를 풀어주시고자
농담하듯 웃으시며 하는 말에,
제 발 저린 나는 웃을 수가 없다.
 
그저 쪼그라드는 심장에 안절부절 할 뿐.
 
최애가 따로 있으신가 보네.
아시죠, 최애라고들 하던데.
그룹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그게 아니라..”
 
괜찮아요, 농담한 건데.
굳이 말하자면 경수는 이런 거
별로 신경 쓸 애도 아니거든요
 
..그게 아니라..
 
저는.. 멤버들 이름도 3일 전에
벼락치기 한 사람이거든요..
 
, .
 
아까도 한 번 들었었던 것 같은
소리에 끝도 모르고 푹 숙여지던
고개가 다시 들렸다.
 
지금 애들 콘서트 연습 끝나고
이리로 오고 있을 거예요.
ㅇㅇㅇ, 숙소에서 얼굴 트고 같이
방송국 가기로 했거든요. PD님 뵈러
 
바쁘겠어요.”
 
, 애들이요? 그렇죠, .
인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그렇고요.
지금도 어제부터 밤샘 연습하고
아마 잠깐 점심 먹고 오는 걸 거예요.”
 
콘서트 밤샘 연습에,
리얼리티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이 그들에게 치유가 맞을까.
 
..또 하나의 피곤한 스케줄은 아니고?
 
갑자기 물밀 듯 치고 올라오는
이상한 감정에, 생각에 잠겨 있다가
ㅇㅇ? 하고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바라보았다.
 
. ?”
 
애들 곧 올 테니까
미리 1호에 건너가 계셔도 된다구요.
저는 차에 좀
 
, .
 
또 다시 멍하니 대답하는데 문득
오늘 벌써 , 만 몇 번 한 거지.
그 생각에 정신 차리자,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몸은 여기 와 있는데,
아직도 마음은 딴 곳에 있는 것 같다.
 
 
 
*
 
 
 
실례합, ..”
 
 
주인도 없는 집에 멋대로 들어가도 되나.
한참을 그렇게 문 앞에 서 있다가
용기 내 들어왔을 때, 첫 인상은 그거였다.
, 넓다.
 
안 그래도 아까 방 안내받으면서,
같은 층 1, 2호라서 비슷한 구조일 텐데
장정 6명이서 어떻게 한 집에 살고 있지.
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잠깐 했었지.
 
그도 그럴게 2호는 거실에
방 두 개 정도 딸린 구조였으니까.
2호랑은 아예 다르구나.
 
신기하다
 
주인도 없는 집에서, 하고
문 앞에 서있던 게 몇 분 전인데.
 
망설였던 그 시간이 우스울 만큼
새로운 공간이 주는 신기함과 설렘에,
눈을 바쁘게 굴리며 구경모드에 들어간 나.
 
가장 눈에 띄는 건
넓게 트인 거실 한 가운데
솟아올라있는,
 

 
 
기둥?”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진
꽤나 두께가 있는 기둥이었고,
기둥 곳곳에 튀어나온 장식대에는
여러 배경과 표정의 사진들이 있었다.
 
장식장 같은 거구나.
 
그리고 이 기둥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방이 3,
오른쪽으로 방이 3
이렇게 나뉘어 있었는데
 
방문마다 작은 화이트보드가
걸려있는 게,
 
<열매>
 
그곳에 자신의 방임을 알리는
이름들이 적혀있는 게,
 
<아침에 사과즙 먹어 제발!!>
 
그 주변에 삐뚤빼뚤한 글씨로
잊지말아야할 것들이
빼곡히 적혀있는 게,
 
뭔가 귀여워서, 그러니까
오래 알고지낸 것처럼 그렇게
친숙하게 느껴졌다면,
주제넘은 생각일까.
 
근데, 이 방은 왜 이름이 열매지?
 
갑자기 또 샛길로 샌 궁금증에
열매크게 적힌 글자를
가만히 노려보다가,
 
이내 더 구경할 게 많았지 하곤
또 금세 잊고 뒤돌아섰다.
 

 
 
경치 좋다.”
 
밤에 보면 야경이 예쁘겠어.
 
막 들어왔을 때 현관에 서서
바로 보이는 게 이 통유리였다.
 
거실이 끝나는 가장자리에
한 면이 통째로 유리로 된.
그리고 거기에 기대어 있는
엄청 긴 소파.
 
아무래도 6명이 앉아야 하니까.
..그래도 길긴 엄청 길다.
 
뭐지, 나 왜 이게
귀엽다는 생각이 들지?
변태인가. 주인 없는 남의 집에서?
 
이건 아니야.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뒤돌자
마주한건, 열고 닫을 수 있게
되어있는 기둥 뒷면을
한 가득 채우고 있는,
가지런히 놓인 트로피들이었다.
 
최정상 아이돌..”
 
이제야 며칠 전부터 벼락치기하며
알게 된 그들의 위치가,
조금씩 실감나기 시작했다.
 
밀리언셀러, 공항마비,
콘서트 예매 서버다운,
 
급하게 One을 쳐가며 검색했던
기사 제목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오르고
 
몇 회, 무슨 상,
수도 없이 적힌 트로피들이
눈앞에 아른 거리는 순간,
 
지금 그 아이돌의 숙소에 와서
그 상들을 구경하는 내가 떠올랐다.
 
그래, 내가 이상해서 잘 몰랐던 거지.
 
신혜언니 말대로, 이건 믿을 수 없는,
엄청 대단한 상황이었던 거구나.
 

 
 
, 이 상.”
 
그러다가도 또 눈을 사로잡는 것에
금세 관심을 빼앗겨 버리는 나.
 
실례되는 행동이라는 걸 알면서도
무심코 집어든 것은, 신인상이었다.
 
..신인상.
제일 벅차면서도 설레는 상인데.
 
그렇게 또 감상에 빠지려는 찰나,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두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쿵쿵.
 
속절없이 흔들리는 동공처럼
진정하지 못하고 뛰어대는
가슴께를 부여잡으며, 그렇게.
 
쿵쿵쿵.
 
쥐죽은 듯 조용했던 이곳을 울리는
지금 이소리가 내 심장소리인지,
 
순식간에 주변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여섯 명의 존재감을 알리는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알겠는 건.
 
 
띠리릭.
 
 

 
으아, 집이다~~”
 
 
..그들이 숙소에 돌아왔다는 것.
 
 

 
아 형, 빨리 좀 들어가
 

 
아 잠깐만~ 아 이거 신발이 불편해~”
 
 
그리고 그 숙소 안에 내가 있다는 것.
 
 

 
진심 졸려.
우리 좀만 자고 가면 안 돼?”
 
 
..트로피를 손에 든 채로 얼어버린.
 
 
 
*
 
 
 
그들을 소개합니다
 
 
< ‘We Are One’, 통칭 ‘One’ >
 

 
- 데뷔 3년차 최정상 남자 아이돌.
 
소속: SP Entertainment (SP Ent.)
 
팬클럽: Only One (애칭: 온리)
 
 
1. Xiumin (본명: 김민석)
 

 
- 1990. 3. 26 출생 / B
 
- One의 리더, 서브보컬
 
- 어렸을 때 아역스타였음.
이후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내다
별다른 꿈이 없어 다시 연예계로 돌아옴.
오디션을 통해 SP Ent.와 계약,
4년간의 연습생 끝에 데뷔.
 
- 리더로서 그리고 맏형으로서,
어디로 튀어나갈지 모르는 멤버들을
붙잡거나 분위기를 다잡는 역할을
하긴 해야 하는데, 곧 멤버들과 동화됨.
사실상 숨겨진 비글라인.
 
 
2. Chen (본명: 김종대)
 

 
1992. 9. 21 출생 / B
 
- 메인보컬
 
학창시절 노래 부르길 좋아하던 학생,
워낙 잘 불러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유명.
자연스럽게 가수의 꿈을 가지고 SP Ent.
오디션에 합격, 2년간의 연습생 끝에 데뷔.
자신의 노래에 자부심이 있고, 항상 순탄한
실력으로 크게 슬럼프가 온 적이 없음.
 
비글라인으로 빠지지 않을 정도로
장난기가 많지만, ‘다정 종대라 불릴 만큼
다정다감한 성격을 가짐.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주길 좋아함.
 
 
3. 찬열 (본명: 박찬열)
 

 
1992. 11. 27 출생 / A
 
메인래퍼
 
고등학생 때부터 모델, CF 단역
등으로 잘 알려져 캐스팅 되어서,
One 중 가장 일찍 SP Ent.에 들어옴.
우연하게 Idol 래퍼로 데뷔하게 됨.
현재 많은 사랑을 받는 자신의
‘Idol’이라는 위치 그 자체를 즐김.
 
큰 키와 체구, 남자다운 중저음
목소리와는 반전으로, 백현과 함께
비글의 탑 중 탑을 달리는
지칠 줄 모르는 장난기가 특징.
웃음이 많고 밝고 긍정적 성격.
솔직해서 커다란 눈으로 순진무구하게
직구를 날리는 경우가 많음.
알찬 열매라는 이름처럼 만능 재주꾼.
 
 
4. 백현 (본명: 변백현)
 

 
1992. 5. 6 출생 / O
 
메인보컬
 
학창시절 방황했던 과거가 있음.
노래 부르는 걸 워낙 좋아했어서
가수가 되고자 SP Ent. 오디션에 합격,
2년간의 연습생 끝에 데뷔.
 
변비글이라 불릴 정도로 비글의 정석.
장난기 부자에, 개구진 성격.
붙임성도 좋아 자타공인 분위기 메이커.
어떤 상황이든 둥글고 유하게
넘어가는 은근한 능글맞음이 있음.
종대와 달리 실력 굴곡이 커서 슬럼프가
자주 찾아옴. 노래가 잘 안 될 때
유일하게 날카로워짐.
 
 
5. D.O. (본명: 도경수)
 

 
- 1993. 1. 12 출생 / A
 
메인보컬
 
고등학생 때 우연하게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퍼져,
SP Ent.에서 캐스팅 제의. 고민 끝에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3년 후 데뷔.
돌아가신 아버지가 80년대의 우상,
천재 싱어송라이터. 타고난 재능이 있음.
 
보기에 소년 같은 귀여운 외모와
체구와 달리, 부드럽게 낮게 깔리는
남자다운 목소리가 반전 매력.
또한, 진지하고 신중한 성격이라
사실상 민석보다 One의 군기반장.
좋고 싫은 주관과 소신이 뚜렷함.
 
 
6. 세훈 (본명: 오세훈)
 

 
1994. 4. 12 출생 / O
 
메인댄서
 
갑작스런 길거리 캐스팅으로
막바지 준비 단계이던 One에 합류.
1년 정도 되는 짧은 연습생 생활 후
바로 데뷔.
 
- One의 막내로 형들은 귀요미
취급을 하지만, 시크한 외모와
찬열 다음으로 큰 키가 특징.
오히려 자신이 형들을 더 귀여워함.
막내 같으면서도 막내 같지 않은 막내.
수줍어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툭툭 던지는 애교가 매력.
 
 
그들의 세상으로, 갑니다.
Only Their Reporter, Into Thei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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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이 : 자꾸눈이가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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