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宮戰) - 00 (by. 아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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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宮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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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 김수현 - 그대 한 사람





“...그동안 무탈했느냐?”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나를 무시하는 건 여전하군.”
 
 
어딘가 차가워 보이는 궁 안, 남녀가
서있다. 여자는 하얀 소복을 입고
단아하게 댕기를 묶고 있었고 남자는
남색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갓 아래로 보이는 남자는 꽤나 강단
있어 보이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고
창백한 피부를 가지고 있는 여자는
조그마한 입술을 꾹, 깨물고 있었다.
 

 
이 곳은 춥지 않느냐?”
 
 
춥지 않습니다.”
 
 
여자의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오고
, 잡은 두 손이 떨려오고 있지만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남자는 그냥
눈을 감기로 했다.
 
 
왜 내가 너를 만나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눈을 뜨고 앞에 서있는 여자를 두
눈에 담았다. 꽤나 이 곳 생활이
힘들었는지 말라버린 몸을 애처롭게
가냘픈 두 다리가 지탱하고 있었다.
 
 
바람이라도 불면 금방이라도 넘어져
버릴 것만 같은 몸을 하고 있으면서
눈빛만은 살아있었다.
 
 
제가 어찌 알겠사옵니까.”
 
 

내게 할 말은 없는 것이냐.”
 
 
이곳까지 오는 길에 남자는 수없이
빌었다. 자신에게 사실을 고하길.
사실은 이러했다고 말해주기를.
그러나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끝까지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이 곳은 춥사옵니다. 고뿔에
드시기 전에 돌아가세요.”
 
 
방금까지 춥지 않다고
고하지 않았느냐.
 
 
남자는 차마 뱉을 수 없는 이 말을
삼켰다. 그냥 손목을 끌고 데리고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ㅇㅇ
 
 
그녀는 임금이 가장 아끼는 후궁을
음해하려는 계획을 세운 죄인이었고
그 벌로 냉궁에 갇혔다. 그런 그녀를
데리고 나갈 수 없었다.
 
 
소녀는 죄인이옵니다. 어찌 이름을 부르십니까.”
 

 
ㅇㅇ
 
 
입에 담지 말아주세요, 전하.”
 
 
그녀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후궁을 해친 죄인이었다.
 
 
.
 
 
배꽃이 활짝 핀 봄.
 
 
다리 위에 서서 흩날리는 하얀 꽃잎들
사이로 마주한 얼굴을 쳐다보았다.
 
 
얼굴 전체에서는 또래답게 보였으나
굳게 다문 입술에서는 단호함이
보였고 나를 쳐다보는 눈에서는
강단이 보였다.
 
 
그의 얼굴을 이렇게 마주한 지는 벌써
30번째였다. 그 말은 즉, 내가 이곳에
온지도 30일이 되었다는 소리였다.
 
 
우연의 일치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 다리 위에서
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는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지 미간을
좁혔다.
 

 
이제 그만 오지?”
 
 
그의 목소리가 교태전 안에 울려
퍼졌다. 나는 눈을 내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그의 미간은 더욱
좁혀졌다. 혀로 입술을 핥던 그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명이다. 그만 오거라.”
 
 
송구하옵니다. 세자 저하. 어명이옵니다.”
 

 
제기랄.
 
 
그의 입에선 험한 말이 흘러나왔고
그의 몸은 내게서 멀어졌다. 그런
그에게로 한 발 다가서자 기겁하는
표정을 지닌 그가 내게서 두발 멀어졌다.
 
 
다가오지 말거라. 명이다.”
 
 
그러지요.”
 
 
뒤로 두 걸음 물러서자 그의 입술은
호선을 그리다 사라졌다. 이내 잔뜩
배배 꼬인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이번에도 반박해보지 그러느냐?
소녀가 다가가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말이다.”
 
 
어찌 지엄하신 세자 저하의
말에 반박할 수 있겠사옵니까.
그 말 고이 받잡을 수밖에요.”
 
 
내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는
그가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함부로 보아서도,
눈을 마주쳐도 안 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겐 너무나도 높은
사람이다. 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잡고 싶었다.
 
 
참으로 웃기지 않느냐?”
 
 
뭐가 말입니까?”
 

 
아무리 쳐내도 쓰러지지 않는 네가 말이다.”
 
 
그는 내게 아린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언제부터였을까. 그의 아린
미소가 신경 쓰였을 때는. 그리 최근은
아닌 듯 했다.
 
 
소녀는 전혀 웃기지 않습니다.”
 

 
그래. 내게 뭘 원해서 이리 오는
것이냐. 너의 오라비를 관리로
앉혀줄까? 아님 이 궁에 하나를
떼어서 네가 안겨줄까?”
 
 
한 마디를 내뱉을 때마다 그가 한
발자국씩 다가왔다. 그의 용포와
화가 보일 즈음에 그가 허리를
숙였다.
 
 
그 탓에 나와 딱 손 한 뼘 차이밖에
안 나는 곳에 그의 얼굴이 놓여
졌다. 그는 내 턱을 손으로 잡았다.
 

 
피식- 어찌 붉은 얼굴인가.”
 
 
“...”
 
 
너도 여자라 인건가?”
 
 
질책하는 목소리에 말을 하지 않자
그가 한쪽 입술만 올린 채 내 얼굴을
놓았다.
 
 
지엄하신 세자의 하문인데 어찌
답을 하지 않는 겐가. 하찮은
양반가의 여식 주제에.”
 
 
어찌 세자저하께오선 하찮은 양반가의
여식에게 수지를 대오십니까.”
 
 
팽팽한 분위기가 우리 주위를
돌았다. 그런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었다. 이 순간
누가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양 내관과 그를 따르는 내인
들이었다. 그러나 그가 내 얼굴에
손을 댄 시점으로 이미 양 내관과
다른 내인들의 몸은 돌아가져 있었다.
 

 
“...
 
 
그의 한숨소리에 참았던 숨을
뱉었다. 그는 여전히 내게 져주었다.
 
 
ㅇㅇ, 뭘 원하느냐. 나는 네게
뭘 주면 좋을 거 같으냐. 너는 뭘
받으면 여길 더 이상 오질 않을
거 같으냐. 네게 이 넓은 궁에
반을 주면 될까?”
 
 
아니라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말을 하지 않고서야 알 수 없다 하지
않았느냐. 뭘 원하는지 어디 말해 보거라.”
 
 
저하께오서는 이미 아시지 않습니까.”
 

 
그거 빼고 다 준다고 하질 않았느냐!!!!”
 
 
그의 언성에 깜짝 놀라 어깨가 빠른
속도로 들렸다 다시 내려갔다. 그는
새빨개진 얼굴로 속사포같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던 양
내관이 화들짝 놀라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만하면 되었으니 물러가주세요.
 
 
그런 양 내관에게 손을 흔들어보였다.
이만한 일로 쓰러지실 저하가 아니셨다.
 
 
내 너에게 이 넓은 궁에 반을
달라면 줄 것이고 혹 수발을 들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이 궁에 있는
궁녀들을 다 줄 것이다. 아니면 너의
오라비들을 이조판서 자리에 올려
달라고 하면 내 친히 아바마마께
말씀드려 올려줄 것이다.”
 
 
“...”
 

 
그것도 싫다하면 좋다, 너를
관직에 올려줄 수도 있다.
허나 그것만은 줄 수가 없다.”
 
 
꽉 깨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비릿한 맛이 퍼졌다.
 
 
어찌 천한 여인의 몸으로 관직에
오를 수가 있겠습니까. 또한
오라버니들의 관직을 올려달라고
어찌 말을 할 수가 있겠습니다.
소녀에겐 넓은 궁도 필요 없고
궁녀들도 다 필요가 없습니다.”
 
 
나의 말에 그는 거친 숨을 내뱉으며
노려보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그의 눈빛은 다른 이들을 얼어붙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의 눈빛은 세상
만물을 슬퍼보이게 만들었다. 나는
그의 눈빛에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딱 한 마디만 내뱉었다.
 
 
그저 훗날 세자 저하가 전하가 되시면
중전 자리에 저를 앉혀주십시오.”
 
 
.
 
 
허허 참으로 웃기지 않소, 영의정?”
 
 
무엇이 말입니까. 전하.”
 
 
자신과 국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영의정 대감에게 말을 건넸다. 그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들고 있던 서신들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햇살을 받아
곧게 자란 나무 위에 새싹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아까 머리도 식힐 겸 궁 안을
걷다 자라나는 새싹처럼 사랑스러운
두 아이를 보았다. 하나는 영의정의
여식이었고 하나는 자신의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들이었다.
 
 
다른 여인들은 아들 앞에서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을 때
그녀만큼은 당당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게 너무 자신의 맘에 들었다.
영의정의 딸이라는 것도, 아들을
손에 쥐고 쥐락펴락 하는 것도.
 
 
그녀만 가질 수 있다면 조정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자신의 아들은 조금이라도 편하게
이곳에 앉아있을 수 있지 않을까.
 

 
허허허
 
 
전하, 그만 웃으시고 마저 하십시오.”
 
 
영의정.”
 
 
영의정은 자신을 부르는 전하를
쳐다보았다. 또 무슨 무서운 말을
할까 두려운 찰나였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위대한 왕이었다.
너그럽고 자비롭고, 게다가 백성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정치적으로나
인품 적으로나 완벽한 왕. 그 덕분에 온
세상이 안정되었다고 백성들은 말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그를 잘 알지
못하는 백성들의 말이었다. 그는 엉뚱한
왕이었다. 항상 엉뚱한 말로 대신들을
놀라게 하여 대신들은 그의 입을 막는 데
급급하였다.
 
 

그대 여식을 세자비로 올려볼까 하는데?”
 
 
전하!”
 
 
껄껄껄.”
 
 
영의정의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
앉았다. 자신의 이런 마음도 모른
채 껄껄거리며 웃는 왕이 원망스러웠다.
 
 
물론 자신의 여식이 세자비가 된다면
좋을 거 같다. 모든 권력을 갖게 될
자의 여인이 된다는 건 어느 아비든
바라던 바였다.
 
 
하지만 세자 비라는 자리가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 자리인지 알기에
내키지 않았다. 자신의 누이를
기억하기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을 쳤던 누이.
 
 
농이네. 자네가 이리 놀랄 줄은 몰랐네.”
 
 
여유롭게 자신에게 웃는 임금을
쳐다보았다. 이 자리에 자신이
오를 수 있던 건 자신의 누이
덕일까, 아님 임금의 덕일까.
 
 
영의정은 헷갈렸다.
 
 
전하, 송구하오나 아직 소인의
여식은 어리기만 하옵니다. 또한
세자 저하께오서는 여식을 미워하는
듯 하온데 어찌 부부의 연을 맺을
수가 있겠사옵니까.”
 
 
알겠네. 농이었다니깐.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거 아닌가?
농은 농으로 받아들이게나.”
 
 
그런 말은 농으로도 뱉지 말아주십시오.
소인 가슴이 아직도 철렁하옵니다.”
 
 
철렁하던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데
방금까지 웃음기를 띄우던 임금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져버렸다. 영의정은
침을 한 번 삼켰다.
 
 

허나 진심이기도 하네. 나는
그대라면 세자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네. 한 번 깊게 생각해
보시게. 후에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말이야.”
 
 
다시 서신을 드는 임금을 보며
영의정은 생각에 잠겼다. 중전의
자리에 오르기 원하는 자신의 딸과
말리고 싶은 자신 중 어느 곳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지.
 
 
.
 
 
“...어차피 세자 저하께오서 간택을
하시게 되시면 올라가게 될 거
아닙니까.”
 
 
양 부인은 깊은 한숨을 쉬다 내뱉었다.
떨리는 손을 감추기 위해 다른 손으로
감쌌다. 밖에서는 자신의 여식이 웃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곧 있으면 잃을 아이일지도 몰랐다.
평생 끼고 살고 싶은 아이였다.
영특하고 참하며 사랑스러웠다.
 
 
내 숨겨서라도 보내고 싶지 않은
아이요. 궁에는 절대로 들이고 싶지
않은 아이란 말이요.”
 
 
영의정의 탄식하듯 뱉은 말이 양부인
귓가에 맴돌았다. 양부인은 영의정이
가지고 있는 누이의 아픔에 대해
누구보다 자세히 알았다. 그렇기에
궁을 두려워하는 그의 마음을 알았다.
 
 
게다가 누구보다 딸의 탄생에 행복했던
그였다. 아들이 둘인 그는 딸이
너무 갖고 싶었다.
 
 
ㅇㅇ이 태어난 후부턴 그는 ㅇㅇ
바라보았다. 그녀가 갖고 싶어 하는
건 전국을 돌아다니며 얻어주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이가
ㅇㅇ이었다.
 
 
가끔은 그런 그의 행동에 양부인은
질투를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도 ㅇㅇ을 바라볼 때면 영의정마냥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런 그들을
따라 ㅇㅇ의 오라비들도 그녀만
아꼈다.
 
 
그럴수록 ㅇㅇ은 고개를 숙일 줄 알았다.
자신보다 위인 사람을 존경할 줄 알았고
아래인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았다.
따뜻한 햇살 같은 아이였다.
 
 
그냥 믿을 수 있는 듬직한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었는데...”
 
 
처음부터 발을 들이게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랬더라면
어쩌면 이리 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됐습니다, 부인. 다 지난 일이야
후회해봤자 늦을 뿐입니다.”
 
 
주먹을 쥐어 자신의 가슴을 치는
양부인의 손을 감싸며 영의정은
말렸다. 이는 운명일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ㅇㅇ이가 이 집안에 여자로 태어난
이유도, ㅇㅇ이가 공주마마의 예동이
된 이유도.
 
 
.
 
 
살짝 나부끼는 오색으로 물들인
천들에 마당은 무지개가 뜬 마냥
아름다웠다. 햇살에 의해 가늘게
뜬 눈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 나를
툭툭, 치는 느낌에 고개를 내렸다.
 
 
무슨 일이 옵니까. 혹 불편하신
점이라도 있으신 것입니까?”
 

 
아니, 전혀. 너랑 있는데 어찌 내가
불편하겠느냐. 사실 어마마마랑 있는
것보다 너랑 있는 것이 더 편할 때도
있는데.”
 
 
그럼 어찌 저를 치셨습니까?”
 
 
내 말에 자리에 풀썩, 주저앉는 공주마마에
당황했다. 옆에 서서 어쩔 줄 몰라 왔다
갔다 하자 내 손을 덥석 잡으셨다.
 
 
너도 앉아라.”
 
 
마마, 바닥이 차갑습니다. 게다가
흙이라 옷이 더러워질 터인데 어서
일어나십시오. 혹 다리가 아프신
거라면 이제 들어갈까요?”
 
 
되었다. 바깥공기는 마시고 싶고
다리도 아픈데 바닥에 앉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 아니겠냐.”
 
 
바닥에 어지러이 놓인 치마를 잘 정돈하던
공주마마께오서 나를 올려다보셨다.
 

 
게다 너랑 더 있고 싶고
 
 
공주 마마의 말씀에 바로 바닥에 앉았다.
따뜻한 봄 향기가 바람을 타고 두둥실
떠다녔다. 그 향기는 내 몸을
노곤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ㅇㅇ
 
 
, 마마.”
 

 
나를 지은아-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
 
 
지은아
 
 
지은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그녀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감히 나보다
상전인 공주마마의 존함을 입에 올릴 수
없었지만 내 벗으로서 지은이의 이름은
올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이러고 있으니깐 옛날 생각난다.”
 
 
어린 시절, 우리에게 아직 공주와 양반집
규수의 차이점이 잡혀있기 전 우리는
친구였다. 같이 꽃을 보러 다니고 이렇게
흙바닥에 앉아 서로를 보며 환히 웃었던 벚.
 
 
그러나 그 또한, 신분이라는
장벽에 막혀버렸다.
 
 
곧 있음 세자저하의 간택이 시작된대.”
 
 
...”
 
 
그리고 나도 혼인을 하겠지. ㅇㅇ
 
 
나를 부르는 지은이를 바라보았다.
지은이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손을
타고 느껴지는 지은이의 체온에
마음이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내 생각에는 네가 간택될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널 지켜주지
못해. 그니깐... 혼자서라도...”
 
 
말을 잇지 못하는 지은이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내 몸 내가 지킬 테니 걱정 마.”
 
 
.
 
 
화려한 금장식들이 곳곳에 아름답게
퍼져 있는 방 안. 매섭게 올라간
눈꼬리를 가지고 있는 늙은 여인이
금색 실로 수놓아진 붉은 색 옷을 입고
앉아있었다.
 
 
전하.”
 
 
그 여인은 앞에 앉아있는 자신의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제 앞에
앉아있는 아들을 이리 마주보고 있는
것이 얼마만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싫다고 도망친 아들 녀석이었다.
자신도 그런 아들 앞에 설 자신이 없었다.
 
 
, 어마마마.”
 
 
자신을 엄마라고 불러주는 것도
감지덕지했다. 아니, 그가 자신 앞에
있는 것조차 감사했다. 자신이
불렀을 때, 와준 그가 고마웠다.
 
 
이제 세자의 간택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전하께오선 이
어미를 믿기 힘들겠지요. 그래서
이번 간택은...”
 
 
자신의 아들이 자신에게 등을 돌린
일은 한 번이면 족했다. 더 이상은
아들의 미움도, 며느리의 미움도,
그 누구도의 미움도 받기 싫었다.
 
 
중전마마 납시오.”
 
 
중전에게 맡길까 하옵니다.”
 
 
그저 뒷방 늙은이더라도 아들의
사랑을 이젠 받고 싶었다.
 
 
.
 
 
궁의 전쟁,
宮戰
 
 
2016. 08. 25
시작합니다.

.
.
.

※만든이 : 아모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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