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 이야기 - 02 (by. 아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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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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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이야기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처음엔 아는 사람을 시작해
끝은 내 이야기로 끝나는 노래를.
 

 

이 이야기도 처음에는
아는 사람으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끝은 이야기로
끝날 지도 모르죠.
 

 

몽글거리는 달콤한 이야기도,
가슴 아릿하게 아픈 슬픈 이야기도,
텁텁하게 끝나는 아쉬운 이야기도
모두 이야기일지도 모르죠.
 

 

1.
 

 

bgm : - 소유 X 어반자카파



흰 화면에 커서만 깜빡이고
있었다. 오늘은 정말 일하기
싫었다. 일하고 싶은 날이 아니었다.
 

 

남들은 월요병이라고 하는데 나는
화요병이었다. 월요일보단 화요일이
너무 싫었다. 그냥 일하기 싫은 핑계일
수도 있었지만 화요일만 되면
의욕이 저하되었다.
 

 

옆을 힐끔 곁눈질로 보았다. 다들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나만 농땡이를
부리는 거 같았다. 그냥 일을 하자.
내 컴퓨터로 눈을 돌리려고 했다.
 

 

그런데
 


“...”
 

 

저기 앉아있는 신입사원과 눈이
맞았다. 올해 면접을 통해 당당히
들어온 홍종현씨였다. 올해 들어
특히 들어오기 힘들었다는 우리 회사
면접을 통과한 유일한 신입사원이었다.
 

 

회장님이 통쾌하게 웃으시며 어디
부서에 들어가고 싶냐고 물었을 때,
우리 부서가 뽑혔다. 유일한 신입
사원이라 나는 엄청 독한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러나 매우 유들유들한 사람이었다.
부드러운 순두부 같은 사람이었다.
쓰읍. 순두부라고 하니깐 순두부찌개
먹고 싶네. 오늘 점심은 순두부찌개다.
 

 

저 팀장님.”
 

 

종현씨 왜요?”
 


... 부탁 좀 하나하고 싶어서요.”
 

 

순두부찌개를 생각하며 침을 닦고
있는데 갑자기 종현씨가 다가오더니
내 책상을 두드렸다. 종현씨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목을 긁적이던
종현씨가 살짝 몸을 숙였다.
 

 

제가 보고서 작성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거라면 사수인 강대리에게...”
 


아니... 그게...”
 

 

소곤거리며 말을 하자 종현씨가
강대리의 눈치를 살살 보며 내게
눈빛을 보내왔다. 하긴 까다로운
강대리보단 내가 더 편하겠지.
 

 

아니, 그래도 명색에 팀장인데
나도 어려워해달라고. 입술을 삐죽
내밀며 홍종현씨가 가져온 서류를
하나씩 검토를 했다.
 

 

, 잘했네요. 이 부분에서 이렇게만
살짝 바꾸면 될 거 같아요.”
 

 

보던 서류철을 닫아주며 예의상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자 내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 서류는 들지 않고 내
얼굴만 빤히 바라보았다. 손을
들어 괜히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 아뇨. , 감사합니다. 이거
완성하고 보고 드릴게요.”
 

 

내 얼굴만 쳐다보던 그가 빠르게
서류철을 들고 자리로 돌아 가버렸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너 미워.”
 

 

투명한 술로 가득 채운 술잔을 들고
엄지손가락으로 내 옆에 앉은 사람의
어깨를 꾹, 찔러 누르고 고개를 휙,
올렸다. 그러자 아까의 그 어리버리한
얼굴이 아닌 능글맞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홍종현이 보였다.

 

뭐가 그렇게 미운데?”
 

 

어떻게 나한테 아무 말도 없이
우리 회사에 들어올 수가 있어?”
 

 

살짝 꼬인 말투로 홍종현을 톡, 쏘아
붙였다. 적어도 나한테 언질 하나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냐?
 

 

그래도 너희 팀 들어갔잖아.
그걸로 용서해줘라, ?”
 

 

내 어깨에 손을 올려 나를 살짝
끌어안으며 내게 눈을 찡긋거리는데
어떻게 용서를 안 해줄 수가...
 

 

술잔을 들고 있던 손의 엄지를
살포시 접고 술을 입으로 털어
넣었다. 우리의 사이는 이 술처럼
달고 썼다. 씁쓸하면서도 달았고
달면서도 씁쓸했다.

 

흐에, 한 병이면 많이 마신 거
아닙니까? 팀장님?? 이제 그만
드세요. 내일 출근하셔야죠.”
 

 

장난스러운 말투로 나를 말리는
홍종현이 얄미워보였다.
 

 

우리의 사이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우리 사이에는 뭔가가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사이. 그게 너와 나의 사이였다.
 

 

내게 어깨동무를 하는 건 괜찮지만
내 손을 잡으면 안 되는 보이지 않는
선 같은 것이 있는 사이. 이것이
내 마음을 아프게만 했다.
 

 

이제 일어날 거야. 비켜.”
 


그래, 옳지.”
 

 

나를 여동생으로만 보는 것인지,
아님... 잘 모르겠다. 손으로 뒷머리를
마구 헝클이고 나서야 이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숨을 푹, 쉬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더럽게 예쁘다.”
 

 

.
 

 

오늘도 홍종현의 자리를 몰래 염탐했다.
내 옆에 놓인 커피 잔을 들고 커피를
홀짝, 마시며 시선은 그곳에서 떼지
않았다. 뭘 그리 열심히 타자를 치고
있는 건지. 어제부터 하던 보고서를
열심히 하는 건지. 일거일 투수를
감시하는 기분이었다.
 

 

그래, 그만하자.
 

 

“...”
 

 

까만 커서가 깜빡이는 하얀 바탕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가 이걸 뭐하려고
켰지...? , 맞아. 저번 주에 했던
시연에 관한 보고서 올리려고 했지.
 

 

아앍!!-”
 

 

아무도 듣지 않고 조그마한 목소리로
신음을 내뱉으며 머리를 쥐어 잡고
고개를 컴퓨터 안으로 푹, 숙였다.
지금 저 녀석이 우리 팀으로 온 뒤부터
일에 집중을 전혀 못하고 있다.
 

 

저건 필시 다른 팀에서 보낸 스파이가
분명해. 안 그러면 지금까지 내가 일을
못하고 있을 이유가 없잖아. 고개를 살짝
올려 다시 홍종현의 자리를 염탐했다.
 

 

“...?”
 

 

그러나 보이는 건 빈자리뿐이었다.
고개를 똑바르게 들어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그의 갈색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았다.

 

ㅇㅇㅇ팀장님
 

 

다만 내 옆에서는 찾을 수 있었다.
하하... 설마 처음부터 다 보았던 게
아닐까? 최대한 근엄하고 차가운
표정을 지어 위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일이죠?”
 

 

어제 드린다던 보고서, 완성해왔습니다.”
 

 

보고서를 놓고 자리로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대학교 때부터 꽤나 핏이
좋았던 그였다. 무슨 옷이든 잘
어울리던 그였기에 입고 있는 정장도
몸에 맞아 딱, 떨어졌다.
 

 

뒷모습을 바라보던 눈을 돌려 보고서를
보기 위해 파일 앞장을 넘겼다.
 

 

“......”
 

 

보고서 가장 앞장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을
들고 홍종현의 뒷모습을 째려보았다.
 

 

...내가... 언제....
 

 

일 좀 하세요, 팀장님. 저 그만
염탐하시고. 그렇게 보고 싶으시면
10분 뒤에 계단에서 보시든가요
 

 

널 염탐했다고!!!!
 

 

.
 

 

야 이 개새끼야, 내가 널 언제
염탐했다고 나한테 와서 그런
포스트잇을 놓고 가냐고!!”
 

 

내 목소리가 왕왕, 울리는 계단에서
홍종현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자
휘파람을 휘익, 불던 녀석이 날 내려다
보았다.

 

아니면 아닌 거지. 그래도
나 보고 싶었나보다.”
 

 

내 허리를 감싸고 자기 쪽으로 꽉,
끌었다. 아니, 갑자기... 아니, 우리
사이에... 아니, 저기요...
 


이렇게 계단까지 행차해주시고.”
 

 

, , 나는, 그냥, 네가,”
 

 

너무 가까웠다. 숨을 쉬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있는 거리였다. 심지어

 

나도 보고 싶었어.”
 

 

가슴이 뛰는지, 아닌지도 알 수 있는
거리였다. 내 심장이 쿵쿵, 너의 심장도
쿵쿵, 엇박자이지만 서로의 심장은
쿵쿵, 뛰고 있었다.
 

 

우리 이 정도에서 그만 하자.”
 

 

, ?”

 

아슬아슬한 줄타기 그만 하자고요, 팀장님.”
 

 

서로의 손을 잡을까 말까 방황하던,
뛰는 심장이 들킬까 조마조마하던,
내가 더 많이 좋아해서 나중에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될까 걱정스러웠던 줄타기를
그만하자고 네가 먼저 말을 했다.
 

 

아아, 나 원래 사내 연애 반대하던 사람인데
 

 

사람인데?”
 

 

너라면
 

 

괜찮을 지도?”
 

 

-너라면 괜찮을지도-
 

 

 

2.
 

bgm : 꿈에 - 솔라

 

 

보슬비를 피해 들어간 처마 밑에서
나는 하늘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처음에는 손 전체에 닿았던 차가웠던 
느낌이 서서히 좁혀지기 시작했다.
 

 

비가 그치나보네.
 

 

중얼거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밤하늘에 떠있던 달을 가리던 구름이
서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이 비가 왔음에도 꽤나 밝았다.

 

안 추워?”
 

 

내게 물어보는 그에게 고개를 저으며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직
비가 오지 않았던, 푸른 하늘에
박혀있던 구름이 꽤나 인상 깊었던
아침부터 내 옆에 있었던 그였다.
 

 

살짝 붉게 빛나는 뺨으로 내 옆을
자꾸만 맴맴 돌았다. 그런 그를 모른
체 하며 그의 시선을 따라 가보았다.
 

 

그가 시선을 내린 곳은 그를 만난다고
급한 아침에 정성스럽게 핸드크림을
바른 내 손이었다. 핸드크림을 바른
내 노력이 헛되지 않는가 싶어 마음
속으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러나
 

 

“...”
 

 

그의 손은 자꾸만 내 손 주위에서
배회할 뿐, 잡지는 못했다. 내 마음은
고구마를 백 개 정도 먹은 듯 답답함으로
가득 찼다.
 

 

손 한 번 확 잡아주는 것이 뭐가
그리 힘들다고. 괜히 심술이 나
그의 손 가까이 내 손을 내었다.
그러다 가끔씩 손등이 만날 때면

 

“...!!...”
 

 

그는 불이라도 손등에 닿은 것처럼
화들짝 놀라며 멀리 떨어지기 일
쑤였다. 그 모습에 나는 눈가를 접으며
환히 웃었고 그는 나의 그런 모습에
더욱 볼과 귀를 붉게 물들 뿐이었다.
 

 

그래, 이 순간 매우 행복했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그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어서.
 

 

하지만 짜증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 분명했다. 나는 그의
손을 잡고 길거리를 걷고 싶었고 살랑이며
불어오는 봄바람을 느끼고 싶었다.
 


비도 그친 거 같은데 이제 갈까?”
 

 

.”
 

 

집으로 향하는 지금도 그는 내게서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걷고 있었다.
세상 가운데 나의 손과 그의 손만
있는 기분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의 손 옆에
있는 내 손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다는 것이었다. 언제쯤 잡을 수...
아니, 닿을 수나 있을까?
 

 

다 왔다.”
 

 

애써 천천히 걸은 걸음이 무색하게도
벌써 집 앞에 도착해버렸다. 우리가
있던 처마와 우리 집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가깝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가까웠나 싶었다.

 

들어가. 전화할게.”
 

 

결국 이렇게 손도 잡지 못한 채
작별인사를 시작했다. 내게 조곤조곤
말하는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강아지 상.
 

 

그를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단어였다.
그를 보면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아주 조그마한 강아지가 생각이 났다.
가끔 놀라는 그의 모습에서 끼잉이라는
환청이 들리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아주 순하게 생긴 강아지라곤 하지만
내 마음 속에선 그가 사실은 늑대이길
바랬다. 늑대도 개과 아닌가. 그래, 네가
늑대이든 개이든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었다. 내가 여우이면 되는 걸.
 

 

제훈 오빠
 

 

내 부름에 조목조목 말하던 입술을
멈추고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뻣뻣하게 굳어있는 그의 양 손을
내 손으로 꼭 잡았다.
 

 

움찔거리는 움직임과 함께 당황한
듯 커지는 그의 눈이 보였다. 속으로
웃음을 참아내며 어버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살짝 뒤로 물러나는 그의 손을 꾹
잡으며 까치발을 들었다. 그리고는
살포시 그의 입술에 내 입을 갔다대었다.
 

 

-”
 

 

살짝 대어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꽤나 부끄러웠다. 나는 얼른
손을 놓고 고개를 숙여 입꼬리를 당기며
웃었다. 오늘 뽀뽀까지 했으니 다으...
 


“...”
 

 

“...”
 

 

그는 아직까지 잡고 있던 손을
- 잡아당겼다. 그 힘에 의해 몸이
앞으로 쏠려 그의 품에 들어가게
되었다.
 

 

눈을 꿈뻑거리며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내 허리를 감아오는 그의
손에 숨을 크게 들이마셨지만 내쉬지
못하고 그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그는 아까까지 보이던 또랑또랑한
눈을 어디다가 감추어두곤 길게 쭉 째진
눈으로 바뀌어있었다. 그 덕에 내
주위를 배회하던 강아지는 사라지고
늑대 한 마리가 내 앞에 있었다.
 

 

내 머릿속에는 위험경보로
빨간 불이 켜져 있었다.
 


아가
 

 

...?”
 


누가 도발하고 가래.”
 

 

아니요... 저는요... 그게요...”
 

 

제가 언제요...
 

 

자꾸만 말을 더듬으며 눈을 홱홱,
돌리며 애써 나를 바라보는 저
눈빛을 피했다. 허허, 내가 언제
도발했다고 그러십니까.
 

 

그는 손을 들어 내 얼굴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그 손길에
찌릿한 느낌이 들어 눈을 살짝
감았다 떴다.
 


계속 눈 감고 있어.”
 

 

?”
 

 

눈 감으라고
 

 

내 눈 위로 따뜻한 손의 촉감이 느껴졌고
곧바로 내 입으로 촉감이 느껴졌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숙이자 다른 한
손으로 내 얼굴을 위로 올렸다.
 

 

내 얼굴을 부드럽게 잡은 손에 심장
한 부근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간질거리는 입술의
촉감에 온 신경이 쏟아졌다.
 


아가야, 사랑한다.”
 

 

으힝...”

 

사랑한다고, 애기야.”
 

 

으핫...”

 

왜 너는 답이 없어?”
 

 

저도 사랑해요.”
 

 

-개와 늑대와 여우, 그 어딘가-
 

 

3.
 

 

bgm : 막 좋아 - 길구봉구 (feat, 니하)
 

내 자리에서 뒤로 대각선에 앉아서
떠들고 있는 남자애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 나와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남자애였다.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로 올라올
줄 몰랐다. , 다른 반이지만
점심시간마다 우리 반에 오니깐
우리 반일 지도.
 

 

저 남자애는 주로 내 공책 속 소설
주인공의 이름으로 등장했다. 보기만
해도 간질거리는 이름이라 로맨스
남자 주인공에 제법 어울렸다.

 

김지수
 

 

듣기만 해도 간질거리는 이름이었다.
 

 

지수라는 이름은 여자 같다는 이미지를
주었다. 그래서 곱상하게 생겼었다.
 

 

내 눈에만 그랬나?
 

 

중학교 시절, 쓰던 글 속에 등장한
지수라는 이름 때문에 친구들은
내가 지수를 좋아한다고 오해했었다.
사실 오해는 아니었다. 사실이었지만
들키기에는 부끄러웠다.
 

 

지수는 지나가면서 나를 툭툭, 치고는
했다. 아무도 모르게 그냥 툭툭,
쳤다. 사춘기를 겪기 시작하며 잘
지내던 남자애들이 부끄러웠던 나는
그런 인사가 오히려 좋았다.

 

나 너 알아.’
 

 

이런 분위기를 풍기는 인사. 그런
인사가 오히려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하루는 점심시간 후 뒤 사물함에
칫솔을 놓으러 갔었다. 남자애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 사물함이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밑에서 두 번째에
있는 내 사물함 속에 내 칫솔과
치약을 얌전히 넣어두었다.
 

 

그때 내 머리에 무거운 무언가가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ㅇㅇㅇ
 

 

“..., 지수야.”

 

너 요즘 왜 나 아는 척 안 하냐.”
 

 

나를 쀼루퉁한 얼굴로 바라보는 지수의
얼굴이 그날따라 예뻐 보이기는커녕
잘생겨보였다.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이 심장 소리가 들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침을 꾹, 삼켰다.
 

 

하하, 내가 뭘.”

 

머리 잘랐네? 예쁘다.”
 

 

그냥 툭, 던진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
말은 소녀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화르륵, 불타기 시작하는
마음은 식을 줄 모르고 얼굴까지
퍼져나갔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이고 뒷문으로
빠져나왔다. 뒤에서 누구야?’라고 나를
묻는 질문이 나왔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화장실이 나올 때까지 걸었다.
 

 

꽤나 부끄러웠다.
 

 

.
 

 

지수는 주변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키와
더불어 굵게 그려진 남자애들
사이에서 를 뽐내는 지수는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마다
두근거리는 마음은 가시가 박힌
것처럼 아려왔고 뻐근했다.
 

 

너 인기 많더라.”
 

 

우연히 급식실 줄에 섰던 나는
내 앞에 선 지수를 발견했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말했다. ,
던진 말이었지만 지수는 알아들었는지
피식, 하며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 모습에 심장이 아려왔다.

 

인기가 많긴 무슨.”
 

 

그 말을 끝으로 우리의 대화는
끊겨졌다. 그 이후는 대화할 수
없어졌다.
 

 

중학교 3학년 때 반장했던 내게는
지수의 번호는 당연하게 있었다.
그러나 다이얼을 다 누르고 통화
버튼만 누르지 못해 한참 손을
공중에서 헤매었다.
 

 

눌러서 무슨 말을 할지, 어떤
얘기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바라만 봐도 행복하지. 내게
내린 결론이었다. 처음 해보는 짝사랑에
애매모호하게 내린 결론이었다.
 

 

.
 

 

고등학교 3년이 훌쩍, 지나 졸업할
때가 되었다. 어느 샌가 앞자리에
앉는 것이 당연하게 된 나와 뒷자리가
편해진 너의 사이가 되었다. 지나가다
어깨를 툭, 칠 순 있어도 대화를
섞는 건 어려워졌다.
 

 

우리 사이의 틈이 이렇게 넓게
벌어졌구나. 꽤나 섭섭했다.
 

 

3년간 쭉, 담아온 마음을 비울 때가
되었다. 하얀 눈이 그 위에 쌓여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부터 졸업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입은 교복이 시원섭섭해졌다.
이걸 입음으로서 생긴 추억들이
값졌었는데... 문득 뒤를 바라보게 되었다.
여전히 친구들과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며 이야기하고 있는 지수가 보였다.
 

 

얼굴을 보니 다시 좋아하던 감정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찌릿, 살짝 스쳐가는 감정이 가슴을
후비기 시작했다. 헤어지면 보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
 

 

그 순간, 눈이 마주쳤다. 지수는
여전히 예쁜 얼굴로 예쁜 미소를
보여주고 있었다.
 

 

한때는 나도 저렇게 예쁘게 웃고
싶었는데. 너한테 저렇게 예쁘게
웃어 보이고 싶어서 거울을 너로
삼아 연습하고는 했었는데.

 

“...”
 

 

지수야, 너를 좋아했었는데.
아니, 지금도 너를 좋아하는데.
앞으로도 너를 좋아할 거 같은데.
내 마음은 너무 겁쟁이 같았다.
 

 

.
 

 

대학에 입학하게 되었고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에 통학을 하게
되었다. 통학버스를 기다리는 그
시간이 지루함에 연속이었고 그
지루함을 잊게 해준 것은 이어폰으로
새어나오는 노랫소리였다.
 

 

한 번 웃어주면 그런 네가 난 좋아~
미치겠어, 그냥 막 좋아~’
 

 

흥얼거리며 노래 박자에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는 잔잔한 사랑 노래가
흘러나왔고 달달한 생크림 위에
, 누운 듯 푹신했다.
 

 

탁탁-’
 

 

옆에서 이 노래의 박자와 엇박자
나는 발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할수록 점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내 노래를
망쳤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 입술을
, 깨물고 옆을 바라보았다.
 


“...”
 

 

“...김지수.”
 

 

자그마하게 읊조린 너의 이름을
지수는 못 들은 듯 했다. 나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앞만 바라
보는 네가 보였다.
 

 

멀쩡히 뛰던 심장이 다시 빠르게,
더욱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숨이
가빠 오르고 얼굴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잊은 줄 알았는데 잊지 못한 게
분명했다. 봄 햇살에 눈이 다
녹아버려 덮어져 버린 감정이
튀어나온 것이 분명했다. 지수에게서
시선을 떼어 앞을 바라보았다.
내 첫사랑은 아직도 지독하다.
 

 

-지독한 첫사랑-
 

 

.
 

 

3가지 이야기들 잘 들어보셨나요?
이 중에 나의 이야기가 없어도 괜찮아요.
다음 이야기는 어쩌면 이야기 일지도 모르죠.
 

.
.
.

※만든이 : 아모르님
 

<>
 
안녕하세요. 아모르입니다!!
오랜만에 아는 사람 이야기를 썼더니
단편 쓰는 것 같아서 즐겁네요!!
저번 편에선 류준열의 로맨스가
필 공간이 인기가 많았는데
이번 편에는 누가 가장 인기가 많으려나??
재밌게 읽으셨으면 가장 마음에
드시는 편에 투표는 필수!
댓글은 센스라고 믿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애정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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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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