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드문 남자 - 03 (by. 공비노)

<읽기 전에>
 
안뇽, 여러분
공비노입니다.
 
일주일만인가요.
이번 주 시험은 어제 오전에 끝났어요.
끝나자마자 집에 와서 사진 작업 하려고
했는데 집에 도착했더니 저는 주택 사는데
대문이 잠겨있더라고요.
 
혹시나해서 집으로 전화했지만
역시나 아무도 안 받음.
 
평소에 대문이나 현관을 잠가놓고 산 적이
없어서 열쇠 같은 게 있을 리도 없죠.
정말 멘붕......ㅋㅋㅋㅋㅋ
난 키도 작아서 담을 넘을 수도 없는데.
 
어찌어찌 하다가 발받침을 만들고
할머니 방 창문으로 넘어 들어왔어요.
진짜 구당탕, ! 난리도 아니었죠.
 
이틀 합쳐 5시간 정도 잔 상태라 컨디션도
꽝이었는데 진짜 짜증나더라고요ㅋㅋㅋㅋ
 
근데 더 멘붕인 건 사실은
할머니가 집에 계셨음
전화 벨소리를 못 들은 것뿐..........허헣.
 
굶주린 배를 채우고 사진 작업을 하려는데
온몸의 근육은 울부짖고 몸은 자꾸
전기장판 깊숙이 들어가고...ㅋㅋㅋ
결국 기절.
 
그래서 오늘 오게 되었습니당.
그냥... 늦어서 미안하다는 변명입니당.
 
완전히 시험이 끝나는 날은 다음주
금요일이구요. 늦으면 아마 다음 글은
다음주 주말쯤 올릴 것 같아요.
 
 
 
그리고 대사와 사진 위치말인데요.
 
녀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많이 고민했는데
역시 저는 그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원래대로 해도 괜찮다는 분들이 읽기
불편하다는 분들보다 더 많기도 했구요.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걸 더 잘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결론이 냈습니다.
 
읽으시기 전에 제 글은
대사 밑에 사진 이라는 걸 한 번
기억하고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녀러분들 의견 물어놓고
제 마음대로 하는 것 같아서
괜히 마음이 불편하네요.
 
그래도 녀러분들의 의견이 더 낫다 싶으면
적극 반영할 테니까 많이 알려주세요.
 
 
그럼 보기 드문 남자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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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드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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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언니가 브리핑을 끝내고 자리에 앉자
팀장님이 한숨을 푹 내쉰다.
 
그에 인국 오빠가 팀장님을 힐긋 쳐다본다.
 
 
몇 번 얘기했는데
결국 옷 소재 안 바꿨네.”
 

 
 
못 바꾼다고 했잖아.”
 

 
 
예산은 정해져있는데 옷 원가가 높아지면
저절로 홍보비용이 낮아질 수밖에 없잖아.
그럼 우리도 마케팅 컨셉 바꿔야 돼.”
 
그래. 꼭 그 소재를 고집할 필요 있어?
그러면 이팀장 말처럼 단가가 너무 높아져.
비슷한 느낌에 좀 더 저렴한 것도 있잖아.
별로 차이도 안 나는데 그걸로 하는 건 어때?”
 

 
 
인국 오빠가 팀장님 편을 들자
언니가 오빠를 홱 째려본다.
 
인국 오빠가 언니의 시선을 피한다.
 
 
그 별로 나지도 않는 차이를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아.”
 

 
 
그 알 만한 사람들이 우리 상품
구매 고객에 몇 퍼센트나 될 것 같아?
10퍼센트도 많을 걸.”
 

 
 
“......”
 
디자이너로서의 네 욕심은 알겠어.
더 좋은 소재로 더 완벽하게. 근데 지금
네가 하는 디자인이 네 쇼를 위한 게
아니라 상품화할 거란 걸 잊지 마.
사람들은 우선적으로 디자인이고
그 이후에 소재야. 비슷해 보이면 더 싼 걸
찾는 게 사람들의 당연한 심리라고.”
 
 
팀장님의 말에 몇 사람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 중 하나이던 인국 오빠가 언니를 보며
달래듯 조심스러운 어투로 말한다.
 
 
이팀장 말이 맞아. 그럴 리 없겠지만
우린 다른 팀들보다 더 실패할 경우도
생각해야 돼. 그렇게 비싼 원단 썼다가
실패하면 우리 회사 힘들어져.”
 

 
 
실패할 일 없어. 확실히 성공해. 돈 많은
집 여식들은 당연히 이 옷을 살 거고
그럼 우리 브랜드 위상은 더 높아질 거야.
그러니까 홍보비용을 좀 아껴. 굳이 탑모델
쓰지 않아도 되잖아. 의상이 이미 탑인데.”
 

 
 
그건 우리도 좀 곤란해.
이미 어느 정도 얘기가 진행된 상태고
네가 말한 의상 이미지와도 가장
부합한 모델이 그 탑모델밖에 없으니까.”
 

 
 
서로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팀장님들의
전쟁에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진다.
 
재무 회계팀 팀장인 인국 오빠는 어떻게든
팀장님과 언니의 사이를 조율하려고
하지만 되지 않는 듯 땀만 뻘뻘 흘리다
갑자기 눈을 번뜩이며 나를 쳐다본다.
 
 
ㅇㅇㅇ.”
 

 
 
?”
 
ㅇㅇ씨 생각은 어때요?”
 
?”
 
어느 쪽이 양보해야 될 것 같냐고.”
 

 
 
아니.
갑자기 바통이 왜 여기로 넘어오는데.
나는 한낱 신입이라고. 신입!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 대는 사이 회의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빛이 나에게로 쏠린다.
 
 
회사에서 돈을... 더 주진 않겠죠?”
 
당연한 말을. 내년 S/S 신상 준비로
의상, 구두, 가방, 잡화 할 것 없이
새 프로젝트 진행 중인데
돈이 남아돌겠어요?”
 

 
 
그럼... 저는 의상 소재를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좀 더 저렴한 걸로?”
 

 
 
. 아무래도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보는 건 디자인이니까요. 소재만 보고
옷 사는 사람들은 드물잖아요. 게다가
저렴한 소재라고 해서 그렇게 싼티가
나는 것도 아니고 디자인 자체가 세련됐기
때문에 고급스러워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할 말은 끝났는데 아무도 말이 없다.
회의실 벽에 걸린 시계 소리만 째깍째깍
울리는 와중에 인국 오빠가 언니를 본다.
 
 
그렇다는데?
임팀장은 어떻게 들었어?”
 

 
 
“.......알았어.”
 

 
 
뭘 알아?”
 

 
 
소재 바꾼다고.
대신 홍보 확실히 해. 알았어?
내 새끼 망하면 이팀장 네 탓이야.”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 같던 언니가
금방 숙이고 들어오자 놀란 듯 멍하니
언니를 보던 팀장님이 고개를 끄덕인다.
 
 
, 그럼 회의 끝!
각자 돌아가서 일들 열심히 합시다.”
 

 
 
“......”
 
왜들 이래? 오늘따라 임마녀가
너무 쉽게 져서 놀랐어요?
이럴 때도 있어야지 너무
빡빡하기만 하면 매력 없잖아.”
 
시끄러. 이 배신자야.”
 

 
 
내가 왜 배신자야?”
 
내 편 들기로 했잖아. 무조건!”
 
네가 예쁜 짓을 안 했잖아.”
 

 
 
인국 오빠와 언니가 티격 대며
회의실을 나가자 다른 사람들도
짐을 챙겨 하나둘 회의실을 빠져나간다.
 
 
ㅇㅇ. 혹시 임팀장 약점 잡았어?”
 
?”
 
ㅇㅇ씨가 얘기하니까 금방 수긍하잖아.”
 
그 사이 생각이 바뀌셨겠죠.”
 
그렇게 쉽게 생각이 바뀔 사람이 아닌데.”
 
 
저도 그럴 줄은 몰랐어요.
원래 동생 바보인 건 알았지만 그게 이런
회의에서까지 통할 줄은 진짜 몰랐어요.
 
 
정말 약점 잡고 있는 거면 나 좀
알려주면 안 돼요? 임팀장 좀 이기게.”
 

 
 
그런 거 없어요.”
 
혼자만 알려고 숨기는 건 아니고?”
 

 
 
아니에요.”
 
 
팀장님의 장난스런 눈빛에 웃으며
대답을 하자 팀장님도 같이 웃는다.
 
, 진짜 빛이 난다. 빛이 나.
눈물 날 것 같애.
 
 
...”
 

 
 
진리씨, 괜찮아요?”
 

 
 
한참을 잘생긴 팀장님 얼굴을 정신없이
보는 데 회의 동안 한 마디도 없던
진리씨가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갑자기
휘청거리며 팀장님에게 폭삭 안긴다.
 
에이씨.
나도 아직 못 안겨봤는데.
 
 
어디 아파요?
프로젝트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 거예요?”
 

 
 
어제부터 감기 기운도 있고
PPT 준비하느라 잠도 잘 못자서요...”
 

 
 
병원 가봤어요?
아직 안 가봤으면 지금 가요.
데려다줄까요?”
 
 
거기를 왜 팀장님이 데려다주는데요!
거기다 밤새 PPT 준비한 건
우리 언닌데 왜 진리씨가 잠을 못 자냐고!
 
딱 붙어있는 두 사람을 떼어낼 수도
없어서 마냥 속으로 씩씩 대는데
옆에 있던 공대리님이 갑자기
멍든 내 손목을 꽉 쥔다.
 
 
!”
 
, ㅇㅇ씨 미안. 어제 다쳤지?
하루 사이에 멍이 더 새카매졌네?”
 
 
공대리님의 말에 겨우
진리씨에게서 시선을 뗀 팀장님이
내 손목을 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공대리님, 진리씨 좀
병원에 데려다주세요.”
 

 
 
? , 저기 그....”
 

 
 
당연하죠! 우리 진리씨가 아프다는데
내가 당연히 병원에 데려다줘야죠. 진리씨,
걸을 수는 있지? 설마 내가 업어야 돼?”
 
아뇨, 저기...”
 

 
 
그럼 됐어. 가자!”
 
 
자꾸 뭐라 말하려는 진리씨의 말을
끊은 공대리님이 진리씨를 데리고...라기
보다는 끌고 회의실을 나간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팀장님이
내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와
내 팔을 살며시 잡고 손목을 들여다본다.
 
 
병원 갔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멍든 거 가지고 무슨 병원이에요.
며칠 있으면 푸른 기 싹 가실 거예요.”
 
미안해요.”
 
팀장님이 왜 자꾸 미안해요.
정말 별거 아니라니까요.”
 
속상해서 그러죠.”
 

 
 
정말 속상한 듯 한 얼굴을 하던 팀장님이
손으로 내 손목을 온전히 감싼다.
 
따뜻한 온기가 손목으로 전해져온다.
 
 
찜질은 했어요?”
 
그냥 약만 발랐어요.
삔 것도 아니고 부운 것도 아니라서.”
 
원래 자기 몸에 그렇게 너그러워요?
다른 여자들은 살짝만 부딪혀도 아프다고
꺅꺅 대던데 ㅇㅇ씨는 이렇게 시퍼렇게
멍이 들어도 괜찮다고만 하고.”
 

 
 
팀장님 목소리로 듣는 꺅꺅 이란 말이
너무 웃겨 웃음을 터뜨리자
팀장님이 불만스레 쳐다본다.
 
 
내가 걱정하는 게 웃겨요?
나 아무나 걱정 안 해주는데.”
 

 
 
조금 전까지 진리씨 걱정했잖아요.”
 
아프다고 티를 내니까.
나 원래 아프다고 티 안 내는 사람
일부러 찾아가서 걱정해주는
스타일 아니에요. 귀찮아서.”
 
전 안 귀찮아요?”
 
일단 내 그라운드에 들어왔으니까.”
 

 
 
마케팅팀이 아니라 다른 팀에
들어갔으면 어쩔 뻔했어.
팀장님 걱정도 못 받고.
 
 
좋아, ㅇㅇㅇ.
 
이렇게 쭉쭉 팀장님 그라운드에도
들어가고 팀장님 마음에도 들어가고
팀장님 집에도 들어가는 거야. 쭉쭉.
 
 
멍 안 빠지면 얘기해요. 병원 가게.”
 

 
 
이제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계속 그러시면 공대리님이
또 책임지라고 장난치실 걸요?”
 
내가 ㅇㅇ씨 책임지는 거 싫어요?”
 
?”
 
나는 ㅇㅇ씨 책임지는 거 나쁘지 않은데.”
 

 
 
두근두근.
장난기 가득한 팀장님의 눈빛에 농담인 걸
알면서도 심장이 막 뛰어댄다.
 
팀장님!
이럴 바엔 그냥 저를 죽여요, 죽여!
 
, 진짜 죽겠다...
 
 
 
 
* * *
 
 
 
 
ㅇㅇ, 저녁 안 먹어?
야근하려면 지금 먹고 오는 게 나을 텐데.”
 
전 여기까지 마무리하고 먹고 올게요.
먼저 드시고 오세요.”
 
알았어. , 홍보매체에 따른 판매율
증감은 아까 회의에서 나온 얘기
추가해서 그래프 다시 만들어줘.”
 
.”
 
 
다들 저녁 먹으러 가는지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조용해진다.
 
신상 출시 평가가 코앞이라 야근까지 하며
이런저런 일을 하느라 쉴 틈이 없다.
 
종이묶음을 여러 번 넘겨보고
마우스 클릭 소리와 키보드 소리만 울리던
사무실에 느닷없는 목소리가 들린다.
 
 
ㅇㅇㅇ!”
 

 
 
오빠?”
 
밥 안 먹었지?”
 

 
 
갑자기 등장한 인국 오빠는 놀란
내 모습을 보며 생긋 웃더니
손에 들린 종이가방을 들어 보인다.
 
 
내가 너 이럴 줄 알고 밥 먹이려고 초밥
사왔지. 네가 좋아하는 걸로만 골라서.”
 

 
 
?”
 
너 하나에 집중하면 밥도 안 먹고 하잖아.
그럼 누구가 걱정을 해, 안 해?
그럼 내가 신경이 쓰이겠어, 안 쓰이겠어?”
 
뭐야. 그러니까 오빠 말은...”
 
잘 봐달라는 거지. 알지?”
 

 
 
애교 섞인 눈웃음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러게 그냥 고백을 하라니까.
 
 
근데 나 이것만 하고.”
 
쓰읍. 먹고 해, 먹고.
밥 먹고 해도 파일 어디 안 날아가요.”
 

 
 
아니, 조금....”
 
어허. 빨리 와, 빨리.”
 

 
 
한 손으로 나를 일으킨 오빠가 빠른
손놀림으로 작업 중이던 파일을
저장하고는 나를 사무실 밖으로 이끈다.
 
 
, 진짜. 5분만 하면 되는데.”
 
안 돼. 이거 식기 전에 너 먹여야지.”
 
초밥이 식고 말고가 어디 있어.”
 
널 위한 내 마음이 식는단 말이야.”
 

 
 
하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리자
오빠가 덩달아 웃으며 내 등을 떠민다.
 
등 뒤로 사무실 문이 닫히고
오빠의 재촉에 휴게실로 들어가자
바로 테이블에 도시락을 꺼내놓는다.
 
 
, 참치 초밥까지? 돈 좀 썼네?”
 
. 그러니까 잘 말해줘.
내가 너 좋아하는 초밥 사왔더라고.
나 진짜 멋진 남자라고. 알았지?”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날 위해서
내 저녁을 챙겨줄 순 없었던 거야?”
 
이상하게 임주은을 거쳐서
널 생각하면 마냥 순수할 수가 없어.
막 너한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달까.”
 

 
 
어련하시겠어.
 
참치 초밥 하나를 집어
입에 넣으니 참치가 살살 녹는다.
 
 
진짜 맛있다. 고마워, 오빠.”
 
다음에는 형부였으면 좋겠다.”
 
그럼 고백을 하던가.”
 
주은이가 제 마음 받아들일 때까지는
안 해. 그러다 도망 가버리면 어떡해.”
 

 
 
인국 오빠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언니의
마음을 오빠도 이미 알고 있었나보다.
 
오빠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다른 팀원들이 돌아올 시간이다.
 
 
잘 먹었어, 오빠.”
 
이건 놔둬. 내가 나가면서 버릴게.
주은이한테 틈틈이 전화하고.
걱정하니까.”
 
알았어.”
 
나중에 퇴근할 때 다시 올까?
내가 데려다줄게.”
 
피곤한데 뭐하러 그래.”
 
내가 조금만 피곤하면
임주은이 덜 피곤하니까 그렇지.
나도 걱정 좀 덜고.”
 

 
 
아주 열부 나셨어.
우리 눈치 없는 언니는 수년간 지속된
이 지고지순한 마음도 모르고.
 
 
공대리님이 방향 같다고 데려다
주신다고 했어. 걱정 안 해도 돼.”
 
그럼 다행이고.
그럼 난 갈 테니까 열심히 해.”
 

 
 
. 잘 먹었어.”
 
 
손을 흔들어 인국 오빠를 배웅하고
사무실 쪽으로 가자 반대편에서 오는
다른 팀원들이 보인다.
 
 
이제 오세요?”
 
. ㅇㅇ씨는 아직 안 먹었어?”
 
아니요.
저도 이제 막 먹고 오는 길이에요.”
 
팀장님은?”
 
?”
 
팀장님이랑 같이 안 먹었어?”
 
 
팀장님이랑 같이 간 거 아니었나?
그러고 보니 여기엔 안 계신다.
 
 
팀장님이랑 같이 가신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리야. 팀장님 피곤하시다고
책상에 조금만 엎드려 있다가
ㅇㅇ씨 밥 먹을 때 같이 먹겠다고 했잖아.”
 
?”
 
뭐야, 또 못 들은 거야?”
 
하여간 ㅇㅇ씨 집중력은.
어떻게 집중하면 그렇게
다른 게 안 들려요?”
 
 
망했다.
팀장님이랑 같이 밥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거야?
 
아니, 그보다 팀장님 없었는데...
있었으면 내가 몰랐을 리가 없는데.
나 기다리다 지쳐서 먼저 나간 건가?
 
사무실로 들어가는 공대리님을 따라
들어가자 자리에서 노트북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팀장님이 보인다.
 
 
팀장님, 식사하셨어요? ㅇㅇ씨가 또
집중하느라 아무 소리도 못 ....”
 
먹고 왔습니다.”
 

 
 
? , .”
 
 
이상하다.
팀장님 목소리가 이상하게 냉랭하다.
 
공대리님도 그걸 느꼈는지 나를 쳐다보며
왜 저러냐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저 혼자 밥 먹으러 가서
화나신 게 아닐까요?”
 
에이, 설마.
그렇게 속 좁은 남자는 아닌데?”
 
그럼 왜 저러시는 거죠?”
 
, 또 일이 잘 안 풀리나보지.
일이 맘대로 안 되면 가끔 저래.
다나까체 쓰면 완전 기분 별로라는 거야.”
 
 
공대리님과 붙어 속닥거리자 팀장님이
미간을 찌푸리며 흘깃 쳐다본다.
 
 
“.......조용히 하고 일 하자.”
 
...”
 
 
일 하는 중간 중간 팀장님을 쳐다봐도
팀장님은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볼 뿐
평소처럼 작은 대화도 하지 않는다.
 
 
ㅇㅇ, 아까 그거 다 됐어?”
 
. 여기요.”
 
... 잘했네.
팀장님한테 갖다드리고 와.”
 
, 팀장님한테요?”
 
. 평소랑 달라서 못 가겠어?
내가 가?”
 
아니요. 제가 갈게요... 제가...”
 
 
손에 파일을 꽉 쥐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팀장님 앞으로 가도
이번에는 서류 뭉치만 쳐다본다.
 
평소 같으면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웃으면서 다 됐어요?’ 했을 팀장님인데...
 
 
팀장님, 이거 이번에 새로 추가....”
 
거기 둬요.”


 
?”
 
바빠서 지금 볼 시간이 없어요.
나중에 확인할 테니까 거기 두고 가요.”
 

 
 
...”
 
 
아무래도 나한테 화난 것 같애.
뭘 잘못했지?
혼자 밥 먹으러 가서 그런가?
 
 
오늘따라 까칠하네.”
 
그쵸? 저한테 화나신 것 같죠?”
 
바쁘다잖아. 지금 이 시기면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만 팀장님들이 특히
예민해지셔. 신상 출시 평가에서 결재
못 받으면 이 고생을 다시 해야 되잖아.”
 
 
그래서 그런 건가.
하긴. 요즘 언니도 예민하긴 하던데.
 
그래도 조금 서운하다...
 
 
프로젝트 끝나면 다시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ㅇㅇ씨도 걱정 말고
본인 할 일 하세요. 안 그러면 혼나요.”
 
.”
 
 
장난스레 웃는 공대리님에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마우스를 잡았다.
 
그래, 일이나 하자.
그게 우리 팀장님을 돕는 일이지.
 
 
*
 
 
어느 정도 마무리 된 것
같으니까 퇴근합시다.”
 

 
 
팀장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말을 기다렸던 사람들처럼
팀원들이 빠르게 몸을 움직인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봬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서둘러 빠져나가는 사람들과 달리
하품을 하며 천천히 가방을 챙기던
공대리님이 내 쪽을 쳐다본다.
 
 
다 챙겼어?”
 
.”
 
그럼 천천히 내려와.
주차장에서 차 빼올게.”
 
? 주차장까지 같이 안 가고요?”
 
뭐하러 그 공기 더러운 데까지 가.
그냥 회사 앞에 나와 있어. 금방 빼올게.”
 
 
그러며 아직까지 사무실에 남아있는
팀장님을 향해 눈짓을 한다.
 
아니, 오늘같은 날은
안 도와주셔도 되거든요.
팀장님 분위기를 좀 보라구요.
 
 
그럼 조금 있다가 봐.”
 
, 공대리님!”
 
 
공대리님이 뿌듯한 얼굴을 하고는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차라리 안 도와주셔도 된다고 얘기할까?
 
 
안 갑니까?”
 

 
 
? , 가요!”
 
 
고개를 끄덕인 팀장님이 먼저 사무실을
나가 엘리베이터 앞에 선다.
 
, 어색해.
이렇게 어색한 적은 없었는데...
 
 
많이 피곤하세요?
오늘은 다른 때보다 별로
안 웃으시는 것 같아요.”
 
괜찮습니다.”
 

 
 
, .”
 
 
엘리베이터가 도착해도 여전히 침묵이다.
 
이 침묵을 깨야하나 그대로
유지시키고 가야하나 고민하는데
팀장님의 낮은 목소리가 귀로 들어온다.
 
 
ㅇㅇ.”
 

 
 
?”
 
이런 얘기 불편할지도 모르는데
연애를 하더라도 사내에서는
조금 조심히 하는 게 좋아요.”
 
?”
 
회사 밖에서는 뭘 하든 상관없지만
회사 안에서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거 좋지는 않잖아요.”
 

 
 
, 그렇죠...”
 
 
무슨 의미지?
사내 연애는 하지 말라는 건가?
아니면 사내 연애는 싫다는 거?
 
혹시 내 마음을 알았나?
그래서 이렇게 에둘러 거절하는 건가?
 
 
잘 알아들었으리라 믿어요.”
 

 
 
?
나 아무 것도 못 알아들었는데요?
전혀요!
 
시끄러운 내 속마음과는 상관없이
팀장님은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1층에 도착할 때까지 한 마디도 없다.
 
 
저기 공대리님 차 있네요. 수고했어요.”
 

 
 
팀장님도 수고하셨어요. 내일 봬요.”
 
 
또 다시 직접적인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 팀장님이 걸음을 옮긴다.
 
 
..... 이게 뭐야.
이런 찝찝한 기분으로 어떻게 자.
 
오늘 밤 잠 다 잤다.
 
 
 
 
* * *
 
 
 
 
3일 전, 오전
 
 
팀장님, 좋은 아침이에요.”
 
.”
 

 
 
아침 식사는 하셨어요?”
 
.”
 

 
 
, ...”
 
 
 
이틀 전, 오후
 
 
팀장님, 이 자료요.
그대로 써도 되는 ...”
 
ㅇㅇ, 미안한데 내가 지금 너무
바빠서요. 공대리님한테 물어볼래요?”
 

 
 
...”
 
 
 
어제, 점심
 
 
팀장님, 제가 죽이는 감자탕 집
알아놨는데 같이 가시죠.”
 
그럴까요?”
 

 
 
ㅇㅇ, ㅇㅇ씨도 갈 거지?”
 
? , .”
 
! 저 서팀장이랑 점심 약속
있었는데 깜빡했네요.
공대리님이랑 ㅇㅇ씨랑 먹고 오세요.”
 

 
 
 
그리고 오늘.
 
 
팀장님, 저번에 박지운씨
화보 찍은 거 있죠.
대박이에요. 완전!”
 

 
 
그래요? 다행이네요.”
 
그 날 찍었던 남친룩 컨셉이
진짜 잘 나간대요. TV 광고 보고
찾는 사람들이 많대요.
역시 팀장님 마케팅은 실패가 없어요.”
 
내가 실패가 왜 없어요.
처음에는 온통 실패뿐이라
얼마나 혼났는데요.”
 

 
 
며칠 동안 내 말에는 단답 혹은 피하기
일쑤이던 팀장님이 진리씨하고는
하하호호 잘도 웃는다.
 
나 원래 화가 잘 안 나는 사람인데
오늘따라 굉장히 화가 나네?
 
 
저기, 팀장....”
 
ㅇㅇ.”
 
?”
 
서팀장이 휴게실로 잠깐 오라는데?”
 
 
사무실로 들어오던 공대리님이
사무실 밖을 가리키며 말한다.
 
인국 오빠가 날 왜 불러?
 
 
! 혹시 ㅇㅇ씨 서팀장님이랑 썸?”
 

 
 
?”
 
그게 아니면 서팀장님이
ㅇㅇ씨를 개인적으로 왜 불러요.
설마 일 얘기하려고?
ㅇㅇ씨가 뭘 안다고.”
 

 
 
나름대로 농담조로 말한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 엄청 기분 나쁘다.
 
그래, 신입인 내가 알면 뭘 얼마나 알겠어.
 
 
일 얘기겠죠. 서팀장 근무 시간에
개인적인 일 보는 사람 아닙니다.”
 

 
 
? , 알죠... 농담이었어요.”
 

 
 
농담은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가 즐거워야 하는 거 아닙니까.”
 

 
 
또 다시 나온 다나까체에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놀란 듯 행동을 멈춘다.
 
좀 전까진 밉지만 그래도 잘 웃던
사람이 갑자기 왜 그래. 무섭게.
 
 
죄송합니다.”
 

 
 
할 얘기 끝났으면 자리로 돌아가세요.”
 

 
 
진리씨가 팀장님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보이곤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나도 나가도 되는 거겠지?
 
자리로 돌아가서 앉는 팀장님의
눈치를 보며 사무실을 슬쩍 빠져나왔다.
 
 
... 숨 막혀 죽는 줄 알았네.”
 
 
휴게실로 가자 커피 한 잔을 빼놓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인국 오빠가 보인다.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
 
 
왔어?”
 

 
 
왜 불렀어.”
 
그냥.”
 
죽을래?”
 
 
사무실 분위기가 지금 얼마나 험악한데
나를 그냥 부르고 있어. 그냥.
 
 
왜 이렇게 심통 났어?
수혁이형이랑 잘 안 돼?”
 

 
 
오빠는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언니랑 잘 돼?”
 
난 잘 되지. 항상.
임주은이 서서히 나를 더 많이
의식하고 있거든.”
 

 
 
그래. 오빠라도 잘 되니 다행이다.”
 
 
종이컵을 물고 있던 오빠가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종이컵을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요즘 수혁이형 까칠하다는 소문 돌던데.”
 

 
 
그것도 나한테만 국한된 거야.”
 
너한테만?”
 

 
 
. 요즘 따라 말 걸어도
단답만 하고 잘 웃어주지도 않아.”
 
?”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냐고.
그냥 내가 언젠가부터 마음에 안 드나봐.
 
 
이유 없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
너 뭐 사고 쳤어?”
 

 
 
내가 궁금해. 나 뭐 사고 쳤나?”
 
언제부터 그러는데.”
 
... 저번에 오빠가 초밥 사온 날.
. 그 날부터인 것 같아.
그 날 야근할 때 다른 팀원들
다 저녁 먹으러 가고 나 혼자 있었잖아.
그 때 다 식사하러 가실 때 팀장님은
안 가셨대. 피곤해서 조금
엎드려 있다가 나랑 먹으러 간다고.”
 
형 없었잖아?”
 

 
 
. 잠깐 어디 갔다 온 사이에
내가 없어져서 황당했던 거 아닐까?
아니면 내가 팀장님을 피한다고
생각할 수도... 그래서 일부러
먼저 피해주시는 건가?”
 
 
대체 알 수가 없다고.
출시 평가가 당장 오늘이라
바빠서 물어보지도 못 하겠고.
 
 
게다가 사내연애는 조심해야한다고.”
 
사내연애?”
 

 
 
. 혹시 내 마음을 알았을까?”
 
 
진짜 그런 거면 어떡해.
고백도 못 하고 차인 거잖아.
 
 
엎드려 있다가 너랑
밥 먹으러 가겠다고 했다고?”
 

 
 
.”
 
엎드려 있다가?”
 
그렇다니까.”
 
엎드려 있으면 칸막이 때문에
안 보일 수도 있겠는데? 이거 내가
밀어준다 해놓고 방해한 거 아니야?”
 

 
 
뭐라는 거야.
 
혼자 중얼거리며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인국 오빠가 두 눈을 반짝이며
내 손을 잡는다.
 
 
그럼 그렇지!
네가 주은이 닮아서 얼마나 예쁜데!”
 

 
 
?”
 
오빠만 믿어.”
 

 
 
?”
 
뭐가 됐든.
내가 우리 처제 웃게 만들어준다.”
 

 
 
처제는 무슨.
고백이나 하고 처제라 부르던지.
 
혼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인국 오빠는 실실대며 웃는다.
 
그래, 어찌 됐든 오빠라도 웃으니 됐다.
 
 
.
.
.

※만든이 : 공비노님 
 
 
<읽은 후에>
 
내용이 영 진도가 안 나가는 느낌이네요.
 
가끔 게시글 보면
전개가 빠르다는 글이 있던데
얘네 둘이 첫 눈에 서로를 좋아해서
그렇게들 느끼시는 거겠죠? ㅋㅋㅋ
 
앞서 말했다시피 이 글은 단편으로
준비하다가 글이 길어져서 중편으로
가져온 글이라 그런 설정까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원래 단편의 묘미는 급전개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왜 항상 쓰다보면
이수혁보다 서인국이나 공대리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까요.
그래서 진도가 안 나가나? ㅋㅋㅋ
 
고교처세왕이란 드라마를 엄청
좋아했는데 서인국 사진 찾다가
다시 민석이한테 푹 빠져서
자꾸 인국이가 많아지나봐요ㅋㅋㅋ
 
다음 글은 이번 글보다는 낫겠죠?
허헣.............
 
그럼 다음 글 가져올 때까지
부디 안녕히.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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