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와 오빠들 - 17편 (by. 프링글스.J)


<작가가 독자님들에게>
 
 
2013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한해 마무리 정재정재하게 하시라고
부지런히 17편 들고 왔어요.
 
근데 아쉽게도...
오늘 내용은 정재정재하지 못하네요
 

아 근데 몰라
난 이런 거 좋으니까ㅋㅋㅋㅋㅋ
 
오늘은 유난히 시점변화 많아요.
 
극적인 표현(?)을 위해 누구 시점인지
표시를 안 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 붕어들이라면
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껍니다!!
 
작가추천 오늘의 BGM
[허각 오늘만은 말할게]
 
, 지금부터 듣지 말고
레디시켜놨다가 중간부터 혹은
막짤 나오는 순간 플레이 해봅시다
ㅋㅋㅋㅋㅋㅋ
 
그럼 여러분이 보내주신 표지소개하면서
..17편 시작할게요.
 
 

이름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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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라임 님
 
────────────────
<아저씨와 오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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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어두운 방안,
 


 

철컥철컥- 하는 차가운 금속의 마찰소리에
스르륵- 눈을 뜬다.
 

뿌연 내 눈에 보인,
뒤 돌아선 남자의 실루엣.
 


사실 참 유감이야...
좋은 관계가 되고 싶었는데..”
 

인상을 찌푸려
흐릿한 초점을 맞추니
서서히 그 실루엣이 선명해진다.
 


그러고 보면 세상 참 좁아.
우리가 이렇게 만날 줄
대체 누가 알았겠어?“
 

그리고 서서히 나를 향해 돌아서며
그가 말했다.
 


안 그래 어린친구?”
 

“........교수님?”
 

 

 

 

 

아저씨와 오빠들
#.17
 

 

 

서서히 다가오는 두려움.
무의식중에 주머니를 더듬으며 핸드폰을 찾자,
정교수님이 나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핸드폰은 버렸어.
이교수랑 같이 찍은 사진이 많던데-
.... 안타깝네.“
 

갑자기 그게 무슨......“
 

하얗게 변해버린 머릿속.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할 말을 못 찾고
멍하니 자신만 올려다보는 나에게
그가 말했다.
 


문은 열려있어.
나가서 도망치건, 신고를 하건,
마음대로 해도 좋아
 

“...................”
 

이교수가 어떻게 돼도 괜찮다면-”
 

“........뭐라구요???”
 

그게 싫으면 주말까지 얌전히 있으면 되고
 

있으면요?”
 


어린친구의 오빠가
몇 년 동안 공들인 섬이
내 손에 넘어오겠지
 

설마 지금....
외도... 말하는거에요?”
 

동생을 그렇게 끔찍이 아낀다는데-
잠든 어린친구 사진을 보면
마음이 바뀌지 않겠어?“
 

“...오빠한테
내 사진 보냈어요?”
 

그 순간,
방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고-
 


“....................”
 

숨 죽여 밖의 상황을 주시하는 정교수님.
그의 시선을 벗어난 내가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와인들이 보였다.
 

와인창고..?
 

시발 집에 없잖아!!!
이 새끼 어디로 간거야-
하아.....“
 

순간,
밖에서 오빠의 목소리가 들렸고,
 

오빠다.
오빠가 한국에 있었어
 

휘둥그레진 눈으로
지체 없이 오빠를 부르려는 내 입을 막아버린
정교수님의 말.
 


이교수가 지금 상풀호텔에서 나왔다네?”
 

“....................”
 

여기서 오빠만 만나고,
평생 이교수를 보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면
잘 생각하는게 좋을거야
 

 

나는 결국,
떨리는 한숨과 함께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
.
.
.
.
 

[하정우]
 

 


 

핸드폰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시발 집에 없잖아!!!
이 새끼 어디로 간거야-
하아.....“
 


집에 있는 서류 모조리 수집해.
종이 한 장, 영수증 하나까지 다-“
 

, 알겠습니다
 

그 문자 발신지가 여기 맞아?
너 이 새끼 제대로 한거 맞냐고!!“
 

, 분명 여기라고 나오는데...”
 


하아......”
 

..”
 

씨발...... ....하하...
감히 내 동생을 건드려?
...하정우 동생을?
 

하아...
당장 경찰에 연락해.“
 


침착해요 제발-
그러다가 ㅇㅇ씨는 구하지도 못하고
형부터 잡혀가는 수가 있어.”
 

너 지금 침착이라 그랬냐?
내가 뭐 때문에 사는데..
내가 지금 왜 사는데!!!“
 

“.......................”
 


“...죽기보다 싫었어.
아버지 사업 물려받는 게-
 

이렇게 막둥이한테
미안해하면서 사는 게
정말 죽기보다 싫었다고..
 

근데 어쩔 수가 없더라.
내 가족을 지키려면
....내가 강해지는 수밖엔..“
 

“..................”
 

두번다시는 이런일 안 만들려고-
걔만은 내가 지키려고!!!
...그러려고 살았어 나.
 

근데 내가 지금
경찰 따위가 겁날것같아? ?.“
 


공식적으로 신고해버리면
그동안 경찰이 알면서도 눈감아준 것들-
다 줄줄이 드러나.
 

그렇게 되면 형이 ㅇㅇ씨를 지켜주고 싶어도
못 지켜주게 된다구요!!
 

하아...
다른 방법이 있을거에요.“
 


어머니한테
약속했단 말이야..
 

ㅇㅇ만은..
우리 막둥이만은
꼭 지키겠다고..“
 

 

.
.
.
.
.
.
 

 

[이정재]
 

 


“....................”
 

오늘따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평소답지 않게 모임도 재미가 없었고,
오후부터 연락이 되질 않는 녀석 때문에
저녁 식사 내내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게 무슨...”
 

저번부터 송년회 타령을 하던 종현이와
또 술을 먹고 있을꺼라고-
 

녀석이 집에 들어오면,
종현이랑 술 먹은 거, 오늘 계속 연락 안 된거
다 몰아서 혼을 내줘야겠다고-
 

그렇게 다짐하며
일찍 귀가한 나다.
 


분명 오래전부터 계획했을겁니다
 

근데 이 의사선생이 지금..
뭐라고 그러는거니?
 

그동안 수상한 낌새 없었어요?“
 

테이블에 올려진
너의 사진을 집어 드는 나.
 


ㅇㅇ.....”
 


핸드폰도 먹통이고,
위치 추적도 불가능해요.
 

비공식적으로 경찰에 협조를 요청하고,
그놈 집도 수색을 해봤지만
하아... 허탕이었어요.
 

현재로썬
단서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우 지금 어딨어요?
그 새끼라면 찾을 수 있어요-
 

걔는 못하는 거 없어-
다 한다고-”
 

“...지금 극도로 흥분상태세요-
 

사장님께서 직접
근처 건물이란 건물은
쥐 잡듯 뒤지고 계시는데,
 

하아...
쉽지가 않습니다
 

도저히 모르겠어.
 

왜 너를...
대체 왜 하필..
 

이 교수님,
혹시 그 놈 아지트가 될 만한 곳이나
평소에 자주 언급하던 곳,
 

아니면 스쳐가는 말이었어도
의심쩍었던 것.. 없으세요?
 


하아......”
 

빨리 생각을 해내야 하는데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아.
 

....모르겠어요.
우선 정교수 집부터..
.. 집에 없다고 했죠..”
 


이교수님,
이럴 때일수록 정신차리셔야해요.“
 

 

그저 머릿속엔
혼자 있을 너만 그려진다.
 


이선생,
대체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말만해- 다 할 테니까.
 

아니, 이럴게 아니라
우리도 나가서 찾아보자.
 

전국을 다 뒤져서라도
찾아보자 우리.. ?“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어.
 

 

.
.
.
.
.
 

 

 

[ㅇㅇㅇ]
 

밖이 잠잠한 걸 보니
모두 돌아간 모양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고 있는 나에게
정교수님이 말했다.
 


꼼짝 말고 여기 있어
 

이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이 대체 뭘까?
 

와인창고의 문을 열고
밖을 확인하러 나가는 그.
 


“......................”
 

열린 문틈사이로 힐끗 밖을 바라보니
정교수님의 집 인게 틀림없다.
 

아까 분명 오빠가
여기가 집이라고도 했고..
 

 

오빠와 내가 둘 다
이곳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건,
밖에선 보이지 않는다는건데..
 

그렇다면,
난 꼼짝없이 주말까지
여기에 갇혀 있을 것이고,
 

정교수님은 나를 빌미로
오빠와 거래를 하려고 할 거야.
 

그렇게 되면
오빠가 십년동안 쌓아온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겠지.
 

그럴 수는 없어....”
 

오빠가 그 섬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데..
 

나 때문에 망치게 할 순 없어.
 

어떻게든 도망쳐서
오빠에게 가야한다.
 


“.....................”
 

그렇게 되면, 아저씨가..
아저씨가 위험해.
 

아저씨가
어디서 뭐하는지 알고 있는 거보면
사람을 붙였다는 건데,
 

내가 여기에서 빠져나가면
그 즉시 그 사람한테
전화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하아.....
말도 안 돼..”
 

순간 쭈뼛-하고 서는 머리카락과
온몸에 돋는 소름.
 

아저씨가 다치게 할 순 없어.
미치겠다 정말.
 

바싹 말라가는 입술에
아무리 침을 발라봐도
전혀 나아지지가 않는다.
 

 

정말 모두 돌아간 모양인지
총을 매만지며
다시 안으로 들어오는 그.
 


“...다시 혼자가 됐네
어린친구?”
 

“..................”
 

인생은 원래 이런거야.
끊임없이 다시 혼자가 되고-
누군가 옆에 있다 해도
영원한 내 편은 아니지.
 

날 업고 걸어준 그 사람에게
고마워하기에 앞서,
다시는 의지하지 않는 법을
알아야해.
 

언젠간 이렇게 다시,
혼자가 될 테니까
 

“...........이러려고 나한테
그렇게 살갑게 대했던거에요?
끝내 이렇게 하려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야.
이교수가 어린친구랑 잘 되길 바랐어.
뭐 물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고-“
 

정교수님 같은 사람을 친구라고 믿었던
아저씨가 불쌍해요.”
 


그러게, 불쌍한 건 이교수네.
어쩌다 어린친구한테 빠져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게 됐으니..“
 

“.......아저씨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가만히 있지 않을꺼에요
 


“.....말했잖아.
그러면 주말까지
조용히 여기에 있으라고-
 

어린친구를 다치게 하고 싶진 않아.
그게 이교수를 위한 내 마지막 배려야
 

내가 여기에 있는다고해서
그 섬이 정교수님께 될 것 같아요?
 

날 이렇게 납치해놓고
무사할꺼라고 생각해요?
 

결국 다치는 건 내가 아니라
정교수님이 될 거에요
 


푸흐....
무서워서 울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역시 하정우 동생답네.“
 

그래,
난 하정우 동생이다.
 

내가 지옥에 떨어졌다면
지옥 끝까지라도 따라와 나를 구해줄
우리오빠의 동생.
 

 

 

 

오빠,
난 오빠를 믿어.
오빠가 날 지켜줄꺼라고.
 

날 꼭 지켜줘.
, 아저씨를 지킬게.
 

 

.
.
.
.
.
 

[하정우]
 


하아... 씨발....”
 

새벽 5.
막둥이가 사라진지 10시간이 넘었다.
 

난 그저 녀석을 찾아 헤맬 뿐,
그 어떠한 뾰족한 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막둥이와 그놈이 서로 안면이 있었으니까
녀석을 밖으로 불러내기 쉬웠을거다.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둘이 어디론가 가고 있었고,
그 전에 그 놈의 연구실에 들렀다.
 

연구실에 이름표만 있는걸로 봐선
연구실에서 나갈 당시,
막둥이의 의식이 없었을 확률이 높다.
 


 

막둥이가 저절로 잠이 들었건
아니면 타의에 의해 잠에 빠졌건-
 

사람들의 눈을 피해
쓰러진 성인여자를 들쳐 업고
갈수 있는 곳이 어딜까?
 

분명 그 새끼는 차로 이동을 했을 거고,
막둥이가 사라진 직후부터 지금까지
서울을 빠져나간 기록은 없다.
 


 

섬 계약일까지는 아직도 4일이나 남았고,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녀석을 납치할 생각이었다면
분명 오래전부터 준비 했을 거다.
 

녀석을 숨긴 곳이
서울이 아닌 근교나 지방이라면
적어도 한번은 미리 다녀왔을 테고,
 

전부터 사용해오던 아지트라고 해도
왔다 갔다 한 흔적이 있을테지.
 

 

하아.... 안되겠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수혁아, 나야-
그 새끼 차량조회해서
지난 1년 동안 고속도로 타고
어디어디 다녔는지 뽑아봐.
 

규칙적으로 내려갔던 곳이나
혹은 최근에 갑자기 내려간 곳-
다 뽑아서 연락해
 

형은 지금 어디에요?’
 

그 새끼 집에
다시 가봐야겠어.
거기부터 다시 시작할래
 

‘...알겠어요
 


막둥아....
제발...“
 

.
.
.
.
[이정재]
 


하아.....없어...”
 


여기가 어디야?
뭐하던 곳인데?“
 

정교수가 전에 살던 곳-
건물주가 이걸 담보로
돈을 빌리고 도망가서
경매로 넘어갔어.
 

그래서 부랴부랴
지금 사는데로 이사간거야
여기엔 니가 있을 줄 알았는데..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나와 지철.
이선생과 영광이는 거의 폐허가 된
집안의 구석구석을 뒤지고 있다.
 


한동안 인적조차 없었나본데?“
 

그러게-”
 

별 단서를 찾지 못했는지
허탈한 표정의 영광이가 말했다.
 


카펫위에 먼지가 소복해.
발자국 같은 것도 없고..
 

아무래도 여긴
아닌 것 같아.“
 


“....카펫?”
 

갑자기 내 머리를 스치는 무언가.
 

이선생님, 아까 그 사진...
정교수가 보냈다는 그 사진 좀
다시 보여줘요
 

여기요-”
 


 

순간, 내 눈에 들어온,
너의 사진 속- 바닥에 깔린 카펫.
 


“.......이건..”
 

 

 

#
 


카펫? 어디에 깔껀데?”
 

내 비밀창고-”
 

비밀창고?ㅋㅋㅋㅋ
집에 그런것도 있어?
 

- 이거 어때?
색깔 특이하다-“
 

- 좋네
이걸로 해야겠다.”
 

.
.
.
 


집들이 간단하게 한다며-
뭐 이렇게 좋은 와인이 계속 나와?“
 

이교수라 특별히 주는거야-
내 비밀창고에 더 좋은거 많으니까
많이 마셔-“
 

#
 


집이에요-
정교수 집..“
 

집은 이미..”
 

집안 어딘가에
비밀창고가 있습니다.
거기에요 분명
 

.
.
.
.
 

 

[ㅇㅇㅇ]
 


“.......................”
 

꿈인지 아닌지..
뿌연 시야속에서 무언가를 들여다보는
그가 보인다.
 

꿈뻑꿈뻑-
눈꺼풀로 시야를 닦자,
 


“...................”
 

선명해지는 정교수님의 모습.
역시 꿈이 아니었다.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보던 신문을 접어 내려둔 그가
나에게 말했다.
 


일어났네?”
 

“................”
 

나 기면증 환자 실제로 처음 보는데,
정말 순식간에 잠드는구나?“
 

“..................”
 

아침인데,
뭐 좀 먹을래?”
 

너무나도 태연한 그의 태도에
이제 기가 막힐 지경이다.
 

“.....내 가방 어디 있어요?”
 


“.....가방?”
 

약 먹어야겠어요
 

어린친구,
휴약기라고 그러지 않았나?”
 

나에 대해서
참 많이도 알고 있네요?”
 


오해는 하지마.
내가 물어본 게 아니라
이교수가 말해준거니까
 

“......그래서 내 가방도 버렸어요?”
 

“.....밖에 있어
 

그럼 가방을 가져다주던가
가방 속에 약통을 가져다주던가
둘 중에 알아서 해줘요.“
 


어린친구 지금 따지고 보면 인질인데-
내가 인질 약까지 챙겨줘야해?”
 

그럼 내가 인질인데,
직접 내 발로 걸어 나가서
챙겨먹길 바래요?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구요.“
 


“..........................”
 

정교수님 말대로 나 기면증환자라
순식간에 잠들어요.
 

근데 막말로 나 잠들었을 때
정교수님이 나 죽이면 어떻게 해요?
 

그건 너무 억울하잖아.
반항 한번 못 해보고-“
 

푸흐.... 암튼 재밌어.
이교수가 왜 그렇게 목메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
 

“.....빨리 약이나 가져다줘요.“
 



“....알았어. 기다려
 

그리곤 유유히 창고 문을
밀고 나가는 정교수님.
 

하아....”
 

빨리 결정해야 한다.
지금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우선 이 집 구조를 알고 있으니까
여기서 빠져나가기만 하면
밖으로 나가는 건 어렵지 않을꺼다.
 

근데 어떻게 빠져나가지?
총까지 들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ㅇㅇㅇ... 생각해.
빨리 생각해...“
 

도망치나 안치나.
나를 시험해 본걸 수도 있어.
 

겉으론 태연하게 걸어 나갔지만
잔뜩 신경을 곤두세웠것이다.
 

[저벅-저벅-]
 

점점 이쪽으로 가까워지는
정교수님의 발자국소리에
미칠 듯 초초해지는 나.
 

인질인 나를 묶어 두지도 않고
그냥 이렇게 두는걸 보면
뭔가 자신만만한건데..
 

밖에 다른 사람들이 있나?
 

아니야, 아까 오빠가 왔을 때
분명 밖엔 아무도 없었어.
 

그럼 나에 대한 경계가
느슨한건가?
 

잘근잘근 손톱만 물어뜯으며
별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못한
내 눈에 보인
 


와인 병들.
 

“........죽기밖에 더하겠냐..”
 

지체 없이 벽으로 다가가
얄쌍해 보이는 병 하나를 골라
외투 소매 속에 빠르게 숨기는 나.
 

그리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벌컥- 하고 문이 열렸다.
 

 


“..........................”
 

가늠할 수 없는 정교수님의 눈빛.
점점 심장이 쿵쾅거린다.
 

“........
가져왔어요?”
 

“.....”
 

약을 가지고 내 쪽으로 오려는 그.
그보다 빨리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가
약을 낚아채는 나다.
 

이리 줘요- 물은요?”
 


여기-”
 

컵에 담긴 물을 내미는 그에게
내가 물었다.
 

“...이 물에 뭐 탄 거 아니에요?”
 


“..............안 탔어
 

정교수님 말을 이제
믿을 수가 있어야죠
 

“.......................”
 

어제의 난,
정교수님이 팥더러 콩이라고 했었어도
믿었을꺼에요.
 

.........정교수님이니까
 

“......................”
 

근데 이제, 이 물 한잔도
믿고 못 마시는 사이가 됐네요.
....정교수님이라서.“
 


“.....................”
 

교수님 말이 맞았어요.
난 지금, 철저히 혼자에요.
 

의지할 사람도 없고
믿을 사람도 없어요.
 

근데 교수님이랑 나랑
다른 게 뭔 줄 알아요?“
 

“.....................”
 

,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교수님은 그렇지 않다는 거-“
 


“......그만해
 

그래서 난,
여기에서 나가야 할 이유가 있지만
교수님은 그럴 이유조차 없다는 거
 

그만하라고
 

난 살꺼에요
죽어도 살꺼에요.
 

....근데 당신은
살아도 죽은 거야
 

아까부터 계속
흔들리는 눈동자로 나를 보던 그가
문을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날 자극하기로 마음먹은 모양인데,
괜히 힘빼지마-“
 

그리곤 나에게서 뒤돌아
문을 열고 밖으로 향하는 정교수님.
 

그가 돌아서자 마자
옷 속의 와인병을 꺼내
있는 힘껏 머리를 내려쳤다.
 

[-]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정교수님의 머리위에서
산산조각이 난 와인병.
 

와인인지 피인지 모를
검붉은 액체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정교수님이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음과 동시에 밖으로 향했다.
 

 

신발 신을 정신도 없이
그대로 내달리는 나.
 


하아... 하아...”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유리조각에 찔린 발에선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지만
따갑거나 아플 겨를이 없었다.
 

그저 있는 힘껏
내달릴 뿐.
 

순간,
 

[-]
 

하는 소리와 함께
발 근처 어딘가에서 튀어 오른 총알.
 

깜짝 놀라
힐끔 돌아다본 뒤에선,
 


“.....................”
 

저 멀리에서 나를 향해
총구를 겨눈 정교수님이 보였다.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내가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하고.
 


[탁탁탁탁-]
 

내 뒤를 쫓는 발자국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그럴수록 미칠것만 같다.
 

어디로 가야하는거지?
집으로 가야하나?
 

아니야, 혹시라도 집에
아저씨가 있다면 큰일이야.
 

우선 오빠를 만나야해.
그래서 아저씨를 구해달라고..
 


!!”
 

결국,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바닥에 넘어진 나.
피투성이가 된 발을 부여잡은 내 어깨위로
누군가의 손이 얹어졌다.
 

서서히 고개를 들자
내 눈에 보인 얼굴.
 


.....”
 

오빠...“
 


괜찮아? 너 괜찮은거야?
다친데 없어?“
 

흐흑...... 오빠아...
흐어엉........“
 

드디어 오빠를 만났다는 안도감에
그동안 눌러왔던 두려움이 폭발한 나.
 

그런 내 손을 부여잡고
길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리는 오빠다.
 

 

하아..
오빠 여기서 이럴 시간 없어.
정교수님이..”
 

서둘러 몸을 피하려는 순간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머리 뒤에서 느껴지는 총구.
 


“...................”
 

이에 놀란 오빠가
급히 총을 향해 손을 뻗자
그가 말했다.
 

가만있어-
니 동생 머리 날라가는거
눈앞에서 보고 싶지 않으면
 


“.................”
 

여전히 뒷머리에서 느껴지는
차갑고 무서운 금속의 느낌에
 

나는 그저 벌벌 떨며
오빠의 손만 꼭 붙잡을 뿐이었다.
 

...오빠...”
 

무서워...
 


“.................”
 

그런 내 손을 꽉-
잡아오는 오빠.
 

그 순간,
 

[철컥-]
 

하고 다시금 총구를 겨누는 소리가 들렸고,
그와 함께 이번에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우성- 너나 총 내려.
머리 박살나고 싶지 않으면
 

그러자 여전히 내 머리에
총을 겨눈 정교수님이 말했다.
 


어린친구가 그렇게 좋아하는
이교수도 여기 왔네?”
 

“!!!!!!”
 


ㅇㅇ...”
 

아저씨 제발 오지 마요
 

“.....?”
 

제발 여기로 오지 마요..
............오지마...“
 


어린친구가 살아야 할 이유들이
여기 다 있네?“
 


입 닥쳐-”
 

너나 닥쳐-
여기 둘 머리통 날라가는거
보고 싶지 않으면
 

정교수 제발
그 총 좀 내려놔..“
 

아저씨 제발 도망가라구요...”
 


내가 말했지-
니가 도망치면 어떻게 한다고..“
 

하아... 제발...
제발 그러지 마요..“
 

분명 정교수님은
아저씨를 향해 총을 겨눌 것이다.
 

근데 지금,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다들 나 아니면 오빠에게
총을 쏠꺼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제발.....”
 

순간,
내 머리에 닿은 총구가
순식간에 방향을 바꿨고,
 


 

[-]
 

 


[-]
 

 


[-]
 

 

연거푸 울리는
세 발의 총성.
 

정신을 차렸을 땐
난 이미, 아저씨의 품에
뛰어들어 있었다.
 

 


“......................”
 

 

세발 중 두 발은
정교수님에게-
 

그리고 나머지 한 발은,
아저씨에게 뛰어든 나에게-
 

정확히
박힌 후였다.
 

 

 

 

.
.
.
.
.
.
.
.
.
.
.
 

 

 


다음 뉴스입니다.
어제 오전 8시 경, 서울 주택가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 사건에 연루된 30대 남성 정 모씨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고 20대 여성 한 명이
중태에 빠졌습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띠릭-]
 

앵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티비를 꺼버렸다.
 


“...............제 정신인 사람이..
나 밖에 없다 지금..“
 

고개를 돌리자
잠든 녀석의 얼굴이 보인다.
 

오랜 수술로 퉁퉁 부어버린 얼굴과
군데군데 난 상처에
차마 녀석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어
다시 고개를 돌려버리는 나.
 


하아.... 진짜......”
 

니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막둥아.....”
 

눈 좀 떠줘라 제발.
 

 

.
.
.
.
.
 


“...........................”
 

못 보겠다 널..
미안하고 또 미안해서
널 도저히 못 보겠어.
 


“......해줄걸...”
 

정우 한국에 왔다고
너한테 말해줄걸...
 

그럼 니가 납치되지도,
이렇게 되는 일 따위도
없었을텐데...
 


막둥아....”
 

일어나줘 제발..
 


“................”
 

제발..
 

 

 

.
.
.
.
.
 

 

 

 

[---]


 

그때의 총소리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질 않는다.
 

그놈이 쏜 총에 맞은 녀석은
무려 다섯 시간이 넘는 수술을 받아야했고,
 


형 지금 몇 시간째 이러고 있는 줄 알아요?”
 

수술이 끝나고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도
눈을 뜨지 못하고 있다.
 


“..........................”
 

-”
 

수혁의 계속되는 채근에
신경질적으로 총을 내려놓는 나.
 

그리곤 무너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나쁜 놈...”
 

내가 저를 얼마나
끔찍하게 생각하는데..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
저도 뻔히 알면서..
 

“....대신 총을 맞아?“
 


“.....................”
 


개새끼.....”
 

넌 대체 뭔데
동생하나도 못 지키냐...
 

뭐가 그렇게 잘나서
맨날 그렇게 애를 혼자 뒀어..
 


“......엄마..”
 

나 좀 도와줘요....
 

 

 

.
.
.
.
.
.
.
 

 

 

 

죽을 것만 같다.
 


ㅇㅇ...”
 

잠든 네 앞에
이렇게 앉아 있는 내가,
숨을 쉬고 있는 이 시간이.
 


하아.....”
 

네 앞에서
눈물 흘리는 것 조차 죄스럽고,
너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미친 듯이 원망스럽다.
 


“..............”
 

 

 

#
 

나 좋아한다는 말-
좋아하게 돼버렸다는 말..
한번만 다시 해주면 안돼요?‘
 

#
 

 


“....해줄걸..”
 

그게 뭐 그렇게
대단한 말이라고..
 

네가 듣고 싶다는데...
...말 해줄걸...
 

 


좋아해..”
 

“..............”
 

이 말을 이렇게 하게 될 줄은 몰랐어.
정말 몰랐어...
 

 


좋아하게 돼버렸어
 

“................”
 

왜 대답이 없어.
......듣고 있니?
 


“...사랑한다고...
너를..”
 

 

.
.
.
 


 

 

.
.
.
.
.
.
 

 

 

 ※만든이 : 프링글스.J님

 

 
<작가의 덧글>
 

17편의 여운을 누리고 싶다면
......오늘 덧글은 그냥 스킵해도 좋아요.
 
왠지 오늘은
병맛 돋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했는데
난 무려 정교수님을 죽였고
붕어를 중태에 빠뜨렸어....
 

아 독자님들이 욕할 것 같아
무소워...
 
 
근데,
여러분들이 오빠랑 아저씨
다치지 않게 해달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내가 걔네들(?)
털끝하나도 다치지 않게 해줬자나-
 
부탁 들어줬자나!!!
그럼 됐자나!!!!
 
 

넌 평소에 붕어의 목숨을
소중히 하지 않았지.
ㄲㄲㄲ
 
뭐 그렇다고,
제가 홧김에 욱-해서
붕어를 저렇게 만든건 아니에요.
 
난 분명 지난 16편동안
꾸준히 이 상황을 준비하고 있었다규요
ㅋㅋㅋㅋㅋㅋㅋ
 
어딘지 말하면 스포같으니까
지금은 안 알랴줌
 
 

그런데 말입니다.
브레드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스아실,
브레드는 처음부터
그렇게 큰 역할이 아니었습죠.
 
브레드가 상대편 스파이라는 건
중반부터 아예 드러내고 갔기 때문에-
 
브레드는 그저
우리에게 스파이가 있음을
암시하는 존재로써,
하정우를 미국-독일-한국으로
유인하는 역할입니다.
 
근데 생각보다
브레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는
굉장히 난감했고
 
그대들의 바람을 모아
우리 빵에게도 역할을 주자! 하고
급한 마음에 외장하드 속
브레드의 짤을 찾아봤는데
 

....얘가 나에게 이러고 있었음.
 
*프링글스.J 님의 캐릭터 추가 욕구가
(50) 만큼 하락했습니다*
 
......
그러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자 어쨌거나- 저쨌거나-
 
오늘 주인공들
눈물 폭 to the .
 
우리 아저씨의 눈물이
여러분의 눈물샘도
자극시켰길 바라면서-
전 이만 물러갑니다.
 
아마 다음 편은
2014년에 올라가겠죠?
 
2013년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구요
2014년에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미리 인사드릴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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