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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였다 [단편] (by. 이지)


▶Bgm, Acoustic cafe -
I'll wait for you
~les Parapluiesde Cherbourg~

   
 
.
.
 
 
 
“아…….”
 
 
꿈에서, 깼다.
 
비가 내려치는 산 속,
남자와 여자.
 
문득, 고개를 돌렸다.
 
 
“…….”
 
 
당신, 이 보였다.
 


 
‘깼어?’
 
 
뻐끔뻐끔.
입모양으로 묻는다.
 
 
“…이제, 사라져요. 좀.”
 
 
울컥, 눈물이 솟는다.
 
 
언제까지 이럴래, 너.
정신 차려. ㅇㅇㅇ.
대체 언제쯤 놓아주려 그래?
 
 
굳게 다짐하며 눈을 꽉
감았다가 뜨자,
어느 새 당신은
사라져있다.
그에 난 불안해진다.
옅어지는 당신을 또 다시
기어코 붙잡으려고
실성한 듯 당신과의
기억을 찾아
고개를 돌리다 그것을
눈에 담는다.
 
이제는, 미동조차 않는,
하얀 시계를.
 
 
“…….”
 
 
낡은 하얀색 시계는
그 예전의 당신과 나처럼
삐걱댈 생각도 없이
정적을 지키고 있다.
 
다시 고개를 돌리자,
시계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당신이 보인다.
 
 
“…….”
 


 
‘…….’
 
 
다시, 눈이 마주친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부터
항상 그렇듯 그 언젠가
당신의 환영이 너울거린다.
 
당신은 나의 주변을
살금살금 맴돌며 나를
훔쳐보듯 흘끗거린다.
나는, 당신을,
쳐다보지 않는다.
 
 
‘ㅇㅇ아.’
 
 
또 한 번 뻐끔대며
입모양으로 날
부르는 것쯤은 이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오빠.”
 
 
당신은 웃는다.
그저 웃는다.
지독하게 행복해 보인다.
 
 
“……영광오빠.”
 
 
미련한 사람,
가여운 사람.
 
당신의 환영을 더듬으며
잡히지도 않는 당신을
끌어안곤 난 간헐적으로
울음만 쏟아낸다.
 
 
당신이 아프다.
너무나도 아팠다.
 
 
 
.
.
 
-사랑, 이였다.
 
,당신ㅇㅇㅇ
 
 
 
“ㅇㅇ아.”
 
 
다정한 목소리에
움찔, 발걸음이 멈춰버린다.
 

 
“비 온대. 우산 들고 가.”
 
 
슬쩍 웃으며
막 현관에서 나가려던
내게 우산을
손에 쥐어준다.
 
 
“…필요 없어요.”
 

 
“비 맞고 들어오려고?
그냥 가져…”
 
“필요 없다니까요!!!”
 
 
말을 끊고
뿌리치듯 내뻗은
내 손에 당신의 손이
무안하게 허공을 떠돈다.
그런 당신의 손을 보는
나의 마음이
공중으로 흩어진다.
 

 
“…그럼 잠깐만.
가방 지퍼 열렸다.”
 
 
뒤돌아 나가려는
나의 손,
혹은 마음을 붙들고선
애써 상처받지 않은
목소리로 입을 여는
당신이 가엾다.
 
나의 손을 붙든
당신의 손을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그런 손으로 잘도
내 가방 문을 잠가주는
당신에 뒤돌아 서 있던
나는 순간 울컥
목을 치밀고 올라오는
비명과도 같은 울음을
삼킨다.
 
 
바보 같아.
 
 
다정한 그 손을
잡아주고 싶지만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당신의 그 손을 잡으면,
걱정 섞인 우산을
건네받으면,
당신은 태풍에 휩쓸리듯
모든 걸 잃을지도 모른다.
 
나의 어머니와 사랑을
공유하던 당신의 아버지가
어느 순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린 것처럼.
 
현관문을 열고나와
고개를 돌려보면
으리으리한 감옥에
진절머리가 난다.
 
 
이 집만 아니라면.
내가 당신의 그 다정한
손을 잡아줄 수 있었을까.
 
 
문 앞에 멈춰 서
거대한 감옥 같은 곳을
바라보던 나의 눈에
당신이 보인다.
아직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듯
멀거니 서 있던 당신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예쁜 입 꼬리를 올리며
살랑살랑 다정스레
손을 흔든다.
 

 
“잘 갔다 와.”
 
 
그에 반사적으로 손을
올리려던 나의 머릿속에선
괴물 한 마리와
당신의 아버지가 떠오른다.
 
 
‘아버지!!!!!!!!!!!!!!’
 
‘왔느냐.’
 
‘…아……?’
 
 
잊으려도 잊을 수가
없는 날이었다.
 
사방에서 반짝이던
유리조각,
그 조각에 반사되는
붉은 액체와의 난장판.
 
그리고 아무렇게나
나동그라진,
 
 
‘악!!!!!!!!!!!!’
 
 
희고 고운 나의,
 
 
‘그 년이 고작 내 차나
몰고다니는 거지새끼랑
도망을 가려 하더라고.’
 
‘아… 아…….’
 
‘그래서,’
 
‘…어, 어머니…….’
 
‘잘라버렸지.’
 
 
어머니의 발.
 
아름다웠던 나의 어머니는
구석에서 난장판과
한 몸이 되어
붉고 찐득찐득한 액체로
뒤범벅이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처럼 뻣뻣이
고개를 내린 나의 눈에
보이는 어머니의 다리는
발목 아래서부터,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으… 어…… 아…….’
 
 
경악 물들어
머리를 감싸 쥐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나를 보며 피칠갑을 한
괴물은 낄낄 웃었다.
 
비틀대며 내게로
뻗어오는 괴물의 손을
반사적으로 물어뜯고선
비명을 지르면서
방 을 박차고 도망가려는
나의 눈앞에 당신이
보였다.
 

 
‘ㅇㅇ아. 무슨…….’
 
‘…오빠……. 여, 영광오빠….’
 
‘…….’
 
 
주저앉아 낄낄대는
괴물과 붉고 찐득거리는
방 안을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한참이나
노려보던 당신은
주저앉아있던 괴물이
일어남과 동시에
내 손을 땀이 차도록
세게 쥐어 잡고는,
방 안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선 괴물의 괴성이
들려왔다.
 
 
‘…허……헉…….’
 

 
‘ㅇㅇㅇ. 정신 차려!!
숨 들이쉬었다가 다시
내쉬어. 일단 진정해.’
 
‘오, 오빠…….
어, 어머니가…….
막… 있는데…….
그니까… 막…….’
 
‘ㅇㅇㅇ!!!!
진정하라고!!!!!!’
 
‘......’
 

 
‘오빠가 빨리 안 와서
미안해.
오빠가 잘못한 거야.
그니까 기억하지 마…….
기억하면 안 돼.’
 
‘흐……. 오빠…….’
 
 
눈물만 뚝뚝 흘리고
불안하게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부들부들 떠는
나를 끌어안으며
당신이 소리쳤다.
당신은 침착해보였지만
꽉 감겨있는 눈매는
눈물로 흠뻑 젖어있다.
 

 
‘오빠가 미안해.
다 오빠 잘못이니까…….
제발… 진정해…….’
 
 
품에 안겨 떠는 나에게
당신이 조용히 입을 맞췄다.
 
 
‘기억하지 마…. 오빠가
다 책임질게.
넌 기억하지 마….’
 
 
숨겨왔던 마음까지 내보이며
기억하지마라 당신은
내게 되뇌었지만
안타깝게도 난 계속해서
스쳐가는 잔상에
몸만 부들부들 떨었다.
 
당신의 아름다워야 할
마음은 모든 게 망가진
그 날과 함께
같이 문드러져버렸고,
당신을 향해 아우성치는
나의 마음은 붉은 잔상에
뒤덮여 소리 한 번 내보지
못하고 숨어들어갔다.
 
.
.
 
귀를 찌르는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와 은고리를
차고 꾸겨지듯 차에 들어가던
괴물. 괴물은 덜덜 떨면서
당신의 옆에 붙어
서 있는 날 보고 히죽 웃었다.
 
 
‘그 놈팽이 자식이랑
잘 될 것 같아? 절대 안 되지.
크큭크크하하하!!!!
그러면 그 새끼가 불쌍하지.’
 
 
가래 섞인 목소리로 웃어가며
괴물이 당신을 노려봤다.
 
 
‘지금쯤 온 세상을 돌아다닐
느이 아비가!!!!!!! 크하하!!!!!!’
 
 
이해를 못 해 두 눈만
끔벅이던 당신과 나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
서로의 머릿속에 떠오른
가정 하나를 애써 부정했다.
 
 
‘다… 당신. 설마…….
오빠 아버지 어디로
보냈어!!!!!!!!!!!! 어디로
보냈냐고!!!!!!!!!!!!!!!
팔아 넘겼어??!?!!!!!’
 
 
설마, 하며 소리치는
나의 생각을 산산조각으로
부시며 괴물이 미친 듯이
웃어제꼈다.
 
 
‘아… 아……
아아아아아악!!!!!!!‘
 
 
순박한 웃음을 짓던
당신의 아버지까지
떠오르자마자 난 다시
주춤 뒤로 물러선다.
결국 또 다시 난 당신에게
등을 보인다.
아마도 당신은 덩그러니
서서 비틀대며 멀어지는
날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을게 뻔하다.
 
한 번도 돌아봐 주지 않는
날 보며 당신은 그 날의
우리, 당신의 아버지를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는 퍽 씁쓸한 생각을
하는데 왜 자꾸
시야가 뿌얘지는지 모른다.
정말, ..모른다.
 
 
.
.
 
 
올 때쯤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강의가 파할 때는
꽤나 거세게 내린다.
멍하니 내리치는 비를
보는데 슬쩍 머리를
비집고 기어 나오는
당신의 모습.
 
 
‘…ㅇㅇ아.’
 
 
괴물이 그 명을 다했다는
소식을 들은 건 불과
한 주도 채 안 돼서였다.
 
괴물의 잔해는 징그럽고,
끔찍했다.
퀭한 눈동자, 가슴께에
축 늘어진 길게 빠져나온 혀.
 
스스로 목을 조른
괴물은 마지막까지도
무언가에 시달리고
괴로워했던 것 같았다.
 
부릅뜬 눈동자를 잠식한
공포.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괴물을 괴롭혔던 그것은
광기 비슷한 죄책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괴물이 목을 조르기 전
비명과도 같이 외쳤던 건
어머니의 이름이였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시끄럽게 떠들썩하던
친인척들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조용해졌고,
괴물은 허무하게 숨을
끊었지만 그 뒤에
난 결코 허무하지 못 했다.
몇 번이나 발악과도 같이
발작을 일으켜댔고,
공중을 떠도는 괴물과
그 날의 잔상에 눈을
찌르려고도 하길 수십 번.
그런 나를 당신도
발악하듯 안고, 울고,
입 맞추고를 반복했다.
나를 향한 당신의 사랑 또한
그와 같았을까.
 
꼴에
탄탄한 기업이었던
괴물의 회사를
당신이 정리하고
남겨진 돈으로도 난
괴물과 어머니가 있었던
그 집을 떠나지 못 했다.
 
그 날의 늪은 허부적거리며
벗어나려는 눈물겨운
나를 밑바닥까지
끌어내렸으니까.
 
으리으리한 그 집에
남은 나에 당신 또한
그 집 운전기사의 아들
이란 명목으로 남았고,
당신은 쭉 내 옆에 머물렀다.
 
 
당신의 사랑은 한결같고,
난 그 날의 기억에 붙잡혀
당신의 감정을
무시하려하지만 끝까지
무시하지 못하겠는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 때문에
당신을 밀어내지 못 한다.
 
지금도 모른 척 가방에
들어있는, 가방 문을
잠가준다는 핑계로 당신이
넣어놨을게 뻔한
우산을 펼쳐드는 걸
보면.
 
 
.
.
 
 
“ㅇㅇ아.”
 
“……왜요?”
 

 
“우리 여행 갈래?”
 
“……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멀거니 누워있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는 당신.
웃으면서 건네는 말은
뜬금없이 여행을 가자는
말이다.
 
 
“갑자기 무슨…….”
 

 
“…까먹고 있을 줄 알았다.
너 며칠 뒤에 생일이잖아.”
 
“아…….”
 
 
당신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돌아오는
토요일이 생일이란게
떠올랐다.
 
 
“어… 그게…….”
 
 
아무래도 걱정되어
망설이는 내 기색에
그저 웃는 당신.
 

 
“…생일이니까……. 그냥
그 날만은 다 잊고 즐겁게
보내자고.”
 
“…….”
 
 
당신은 항상 내 생각만
할 줄 밖에 모르는
미련한 사람이란 걸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못나고 바보 같은
나를 한결같이 사랑하는
당신을 이번만큼은
거절할 수가 없다.
 
 
“…언제 가는데요.”
 
“어, 그게…….
오늘 출발할래?”
 
 
순순히 가겠다. 대답하자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 한다. 그런 당신에
다시 울컥, 목을 타고 울음이
치밀어 오르지만 꾹꾹
누른다.
 
이렇게라도 끝없는
당신의 사랑에 답할 수 있게
당신이 원하는 대로
행복하게 보내고 싶으니까.
 
 
.
.
 
 
달려가는 차 안에서
당신은 신이 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잘조잘 떠든다.
즐거워보이는 당신을 보며
나도 신이 나서
웃음이 멈출 줄 모른다.
지금만큼은 모두,
잊은 것 같다.
 
 
“…ㅇㅇ아.”
 
“왜요?”
 

 
“이거….”
 
 
당신이 건네주는 작은 상자.
슬쩍 열어보니 깔끔한
하얀 시계다.
 
 
“이건 왜…….”
 
“생일선물. 너 시계 없잖아.”
 
“…고마워요.”
 

 
“지금 차 봐.”
 
 
조용히 웃으며 하는
당신의 말에 나도 슬쩍
시계를 차 본다.
살짝 헐겁긴 해도
그런대로 잘 맞는 시계.
 

 
 
“잘 어울리네.”
 
“좀 헐거워요.”
 
“괜찮아. 그게 잘 어울려.”
 
 
시계를 찬 손목을 보며
웃는 당신이다.
그에 또 다시 치미는
울음을 삼키고 나도 슬쩍
웃는다.
 
 
.
.
 
 
한참을 산 속을 달렸을까.
밖은 꽤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아직 도착 안 했어요?”
 

 
“지금 길을 잘못 든 거
같아서…….”
 
“아……. 진짜요?”
 

 
“응. 다시 내려가야겠다.
길 좀 봐줄래?”
 
“네.”
 
 
차에서 내려서 주변을
둘러보니 산길이라 경사가
급한 거 빼고는 문제가
없을 듯싶다.
 
 
“비 와서 축축한 거랑
경사 급한 거 빼고는 차
빼는데 문제없을 것 같아요!”
 
 
다시 차에 타려 몸을
돌리는데 아까부터 헐거웠던
시계가 빠지더니 산 아래로
떨어져버린다.
 
 
“어, 어떡해….”
 
“왜 그래?”
 
“시계가, 시, 시계가
떨어졌어요…….”
 
 
울먹거리면서 말하자
난감한 듯 얼굴을 찌푸리는
당신.
 

 
“떨어진 쪽은 경사 안 심하니까
오빠가 가지고 올게.”
 
“네? 안 돼요! 비 왔던
후라 미끄러지기 쉬워요.”
 
“괜찮아. 괜찮아.”
 
 
당황해하는 나에게
괜찮다고 웃으며 산을
내려가는 당신.
말렸어야 한다.
당신을, 말려야만 했었다.
 
 
“오, 오빠!!! 위험하다니까요!!”
 
“괜찮다니… 악!!!”
 
 
산길 중간쯤에 떨어져있던
시계를 줍고 일어나던
당신의 발이 미끄러지며
산길을 구른다.
 
 
“오빠!!!!!!!!!!!!!!!!!”
 
 
머리가 새하얘진다.
당신이 떨어지자마자 난
비틀거리며 당신에게 간다.
여기저기 생채기가 난
당신. 당신의 오른쪽 발목은
이미 반대쪽으로 돌아가 있다.
그런데도 그 중에서
당신의 오른쪽 배를 뚫고나온
굵은 나뭇가지가
비현실적이여서 정신을
차리지 못 한다.
힘겹게 눈을 뜨려는 당신에
자꾸 눈물이 앞을 가린다.
 

 
“…오…… 오지 마…….”
 
 
말을 하기도 힘들 텐데
당신은 여전히 내 걱정뿐이다.
 
도대체가 당신은…….
 

 
“오…지……마……. ㅇㅇ아.”
 
 
비틀대면서 다급하게 산길을
내려가는 나에 당신은
계속해서 오지 말라고 힘겹게
말한다. 이 와중에도
자신의 몸은 신경도 안 쓰는
당신이 야속하다.
 

 
“…위험하니까……. 오지 마….
제발….”
 
 
숨을 몰아쉬며 당신이
말하는 찰나, 비틀대던
내 다리도 당신처럼
미끄러져버린다.
 
 
“......ㅇㅇ아!!!!!!!”
 
“꺄아아악!!!!!!!!!!!!!!!”
 
 
시야가 몽롱하다.
이마를 타고 뜨듯한 액체가
흘러내린다.
 
“…ㅇㅇ……아…….”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당신이 몸을 질질 끌며
내게로 기어오기 시작한다.
뭐라 말을 하고 싶은데
자꾸만 눈이 감긴다.
내려가는 눈꺼풀 사이로
당신이 보인다.
 
 
“……!!”
 
 
순간 정신이 확 깬다.
당신은 이미 돌아가
가만히 있기에도 힘들 발목을
절뚝거리면서 내게 오고 있다.
 
 
“오… 오빠…….”
 

 
“ㅇㅇ아…. 기다려….
오빠가 지금…….”
 
 
피가 줄줄 새고 있는
배는 신경도 안 쓰고
날 등에 업는 당신.
 
 
“지금 오빠도 다…쳤잖아요.”
 
“안 다쳤어. 괜찮아.”
 
 
숨 쉬기도 힘들면서
괜찮은 척 또박또박 말한다.
처음으로 목을 치미는
울음을 참아내지 못하고
터뜨려버린다.
 
당신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나만 위할까.
난 지금 우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는데. 당신은 나 하나만
바랄까.
 
 
“오빠…….”
 

 
“진짜 괜찮다니까.”
 
 
또박또박 말하지만
숨을 몰아쉬는게 느껴진다.
 
 
“오빠…. 제발…….”
 
 
당신을 말려야하는데
자꾸만 몸에서 힘이 빠진다.
몽롱해지는 시야.
 

 
“오빠가… 구해줄테니까…….
응……? 그 때까지 눈 감지 마.”
 
 
돌아가 버린 발목으로 당신은
계속해서 산길을 내려간다.
거칠게 숨을 몰아쉴 때마다
통증이 심한지 컥컥거리는게
너무나 잘 느껴져서
울음이 멈추질 않는다.
이윽고, 차도가 보인다.
당신이 차도를 달린다.
 
 
“……윽.”
 
 
발목 때문에 계속해서
넘어지는 당신은 그 와중에도
등에 업은 내가 떨어지지 않게
무릎이 까지고 팔꿈치가
찣어져도 앞으로만 넘어진다.
그런 당신에 난 찣어지는
마음을 달래고 또 달랜다.
영광오빠를 말리려
손을 들어보지만 자꾸만
축 처지는 손.
도저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걸 느꼈는지 달래듯
내게 말을 건넨다.
여전히, 다정하게.
 

 
“오빠… 괜찮으니까….
가만히 있어….”
 
 
넘어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했을까. 멀리서 불빛이
보였다. 달리던 차 앞을 가로막는
당신에 화들짝 놀라면서
차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
 
 
“여보!!!!!!! 사, 사람이!!!!!!
빨리 구급차 연락해요!!!!!!!!”
 
 
그 말을 듣자마자 당신이
무너진다. 그런데도
당신은 여전히 날 감싸 안는다.
 

 
“오빠는 괜… 찮댔잖아.”
 
“…….”
 
“이제 괜찮지…?”
 
 
입을 열 힘조차 없어
눈물만 흘리는 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는다.
그러다가 이마에서 흘러
얼굴을 뒤덮은 피를
부드럽게 닦아준다.
 

 
“…ㅇㅇ아…….”
 
“…….”
 

 
“넌…….”
 
“……흐….”
 
 
입에선 계속해서
울음소리만 맴돈다.
배에서 피가 새어나올수록
당신의 눈동자에서 초점이
사라지는게 보여서
당신이 옅어져가는게
느껴져서
울음소리는 심해진다.
 
 
“내 사랑이야….”
 
“…….”
 

 
“내 모든 걸 바치고…….”
 
“…….”
 

 
“다 퍼줘도 모자라서….
계속해서 내 모든 걸
주고 싶은….”
 
“…….”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
 

 
“넌 하나뿐인 내 사랑이야….
네가 태어나던 날…
멀찍이서 바라보며 혼자
기뻐하던 그 때부터 쭉…….”
 
“…….”
 

 
“넌 나 자신보다 더 소중한
내 사람이었어…….”
 
“…….
 
“살아야 돼…. 너는…….”
 
“…….”
 

 
“비록 네 옆에서 바라보기만
했지만…. 난… 나는…….”
 
“…….”
 

 
“널 많이… 사랑해…….”
 
 
.
.
 
 
“일어나셨어요?”
 
 
밝은 빛에 저절로 눈이
찌푸려진다.
목이 따갑다.
이마에는 답답한게
감겨있다.
 
 
“3일 만에 일어나신거라
몸 가누기가 좀 힘드실거에요.
잠시만…….”
 
“…영광…… 오빠는?”
 
 
목소리가 갈라진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런데 잊혀지지 않는다.
감기던, 당신의, 눈이.
 
 
“아….
같이 실려 오신 분…….”
 
 
말을 잇지못하는 간호사를
보며 예상했다는 듯
눈물이 흐른다.
 
더 이상, 내 미래에,
당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저기…. 그 분이….”
 
“…….”
 
“차 안에서….
꼭 전해달라하셔서…….”
 
 
간호사가 내민 건
시계다. 하얀 시계.
이미 멈춘 시계는 말해준다.
 
당신이 없는 내 시간도
이제 멈춰버렸다고.
 
 
왜 말해주지 못 했니. 어째서
끝까지 입을 열지 못 했어.
왜 영광오빠의 말에……
답해주지 못 한거야.
 
마음속을 정처 없이
떠돌며 할퀴는 물음에도
난 손으로 눈을 가려
눈물을 삭힐 뿐이었다.
 
 
.
 
 
아무도 찾아오지않아
묘를 에워싸는 잡초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온
당신의 묘에는 사람의 발길이
오지 않아 적막만 맴돈다.
 
 
“오빠를 찾아와 줄 사람은
나밖에 없는데…….
내가 너무 늦게 왔죠?”
 
 
나 때문에 당신은 혼자인데.
 
 
바람에 나부끼며 흔들리는
잡초가 마치 당신이
대답하는 것 같다.
난 괜찮아. 하고.
 
 
“…….”
 
 
별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눈물이 얼굴을 뒤덮고
있다.
 
 
“……오빠.”
 
 
그 때도 차마 건네지 못했던
말이 있는데요.
처음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하지 못 해 제일 후회했던
말인데….
 
 
“있잖아요.….”
 
 
항상 숨기기만 했던
내 마음을 이제야 건네요.
당신이 떠나가 버린 지금에서야,
당신을 놓지 못 하는 나는.
몇 년 전 병원에서도
하지 못 했던 그 말을.
 
 
“…….”
 
 
나도, 그랬어.
 
 
기억나지도 않는 까마득한
나의 처음부터,
 
 
“…….”
 
 
눈만 돌리면 항상
먼발치서 내 곁에서
날 사랑해줬던 당신은,
 
 
“…….”
 
 
언제나,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나의,
 
 
“나의…….”
 
 
하나뿐인,
 
 
“사랑, 이였어.”
 
 
사랑, 이였다.


.
.
.


※만든이 : 이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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