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독자님들에게>
짜잔. MINI 에요.
기다리셨나요?
‘몰랑몰랑이’님이 주신 표지입니다.
항상 잘 쓰고 있어요♥.♥
감사드립니다.
늘 그렇듯이 주저리는
아래쪽에서 하겠습니다.
18화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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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들어주는 가게>
■ 18편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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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모두들 자신의 생일을
알고 계시죠?
이제부터 그 탄생일에 얽힌
탄생화에 대한 비밀을
가르쳐드릴게요.
여기 신비로운 치료술사의
가게에 오시면
맛있는 허브 차와 함께
당신의 고민을 들어드립니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소원을 들어주는 가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 어서 오세요.
여기는 Dorothy. 소원을
들어주는 가게입니다.
당신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
소원을 들어주는 가게
18화
*
새벽에 눈을 떴다.
요 며칠간은 늦잠을 자느라
가게 문을 계속 제시간에
못 열어서 혼날까봐 걱정이었는데
오늘은 상쾌하게 깨어나
1층으로 내려 왔다.
노란 개나리 색 빛이
가게 창문 틈마다 비집고
들어와서는 안녕. 나를 보고
인사하기에 응. 하고
대답해주고는 웃어버렸다.
시시각각 제 마음대로 변하는
변덕스러운 계절을 가진
이 세계를 모르는 누군가가 본다면
완연한 ‘봄’이라고
생각할 만큼 밖은 예쁘다.
그래. 이런 여유를 놓치고
있었구나. 나.
기지개 한번을
쭉. 피고 가게 뒤쪽으로
향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우편함을 뒤적였다.
이 때쯤이면 도착해 있어야 할 텐데.
그런 기대와 그런 생각으로
한참을 뒤적거리며 찾을 필요도 없이
곧바로 내 손 끝에 닿는 그 느낌이.
부스럭. 소리가 나자마자
나는 벌써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 스승님. ”
무엇인지 보지도 않고
알 수 있었다. 저번에 내가
스승님께 보낸 편지의 답장이
와 있던 것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와
카운터에 앉아서 뜯어 볼, 얼마 안되는
그 짧은 시간조차도 기다리지 못하고
나는 그 자리에서 얼른 뜯어
편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 아무래도 이번에는 소득 없이
그냥 돌아가야겠다.
이 편지를 부치고 바로
출발할 테니 기다리고 있어.
참. 망할 사장이라니 일도
제대로 안하고 어디 사고만 쳐서
‘그 분’들을 만나러 가자는 거냐?
꼬마. 하여튼 이번 월급은
없는 줄 알아. 뭐. 너가 특별히
아양을 떨면 내가 신중히 생각해봐서
박하사탕을 사가마.
일단 나머지는 얼굴 보고
직접 얘기하자. 일 잘하고 있어. ’
이럴 줄 알았다니까.
월급을 대체 준적이 있어야
내가 안준다는 말에
떨기라도 하지.
맨날 말도 안되는 걸로 협박이야.
통하는걸 써 먹으시라구요.
글씨만 보는 것만으로도
아니. 이 내용을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 눈에 선하게 보이는
스승님의 모습에 나는 말은 그렇게
퉁명스럽게 하면서도 보고 싶다.
보고 싶어. 라고 중얼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와서
마치 소중한 선물을 하나 받은듯
카운터 서랍 안에
편지를 곱게 모셔 넣어 놨다.
“ 박하사탕은 그새
다 먹었나 보네. ”
항상 서랍을 열면 가득 차있던
사탕 바구니도. 그리고 열자마자
진하게 풍겨오던 박하사탕의
향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텅 빈 허전함에 눈물을 머금으며
이래서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아는거라고.
흑. 설마 스승님이 사오시겠지.
괜히 평소와는 다르게
들뜬 마음을 감추고
어제 깨끗이 끓여놓은 물이
아직 새 것이라 다시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덕분에 시간이
남은 내가 오랜만에 책이라도
읽어야겠다 싶어서 선반에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Three Stories
and Ten pomes’ 를 찾아 들었다.
첫 장을 넘겨보려던 와중에
유리문에 달린 보라색 방울이
딸랑. 울려 퍼진다.
‘손님’인가?
이제는 놀랍지도 않을
타이밍에 열리는 가게 문에
자연스럽게 반응해서
고개를 들었다.
딸랑.
“ 여. 레몬 밤. ”
달콤한 초콜릿 향기와 함께
김현중이 빼꼼. 얼굴을 내민다.
아. 초콜릿이다. 달달한 냄새에
나는 누군지 확인해 놓고도
머리로 인식하기도 전에
입에는 실실 미소를 걸치고나 왔어.
라고 말갛게 웃어 보이며
내 눈치를 보는 그를.
망설이면서 들어오지도 않는 그를
내가 어? 어서 들어오지
않고 뭐해? 라고 반기며
물어 볼 때까지 김현중은
쑥스러운 듯 정지해 있다가
조심스럽게 한발을 들여 놓으면서
안반기면 어쩔까 싶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평화’가 찾아왔다.
어서 와.
“ 어서 와. ”
“ 나 잘 온거지? ”
“ 반기고말고. 잘 오고말고.
당연하지. ”
“ 책 읽는데 방해한거
아니야? ”
“ 절대. 지금 막
넘기려던 참이니까
아직 안 읽었어. 아니야. ”
여전히 어깨에 메고 다니는
카메라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캐주얼 차림 복장인데도
매무새가 잘 다듬어진양복
한 벌을 차려입은 듯한
깔끔한 모습이 처음 만났을 때보다
자연스럽게 다가와서
나도 모르게 풉. 웃었다.
장난스럽게 찡그린 표정으로
그가 자리에 앉으며
들어달라는 듯이 투덜거린다.
지금까지 작업해왔던 사진집 일을
끝내니까 자유로워지다 못해
심심해졌다고.
“ 완전 백수야 나. ”
“ 차라도 마시면서
얘기 해. ”
“ 응. 레몬 밤으로. ”
“ 네. 주문 받았습니다. ”
내가 카운터에서 잔을 두개 꺼내
차를 만들고 있는 사이
그가 으음. 하며 망설이다가
여기 한번 찍어 봐도 돼? 라고
물어봄과 동시에 카메라를 잡았다.
찰칵. 하고 시원하게 들리는
셔터음 소리가 가게 안을
찰칵. 찰칵. 메웠다.
아니 안된다고 그러면 어쩌려고?
어린애 같은 사람이
여기도 있네. 생각하며
“ 이미 찍고 있는데 뭐. ”
“ 그래도. ”
“ 응. 흔쾌히. ”
그가 바라는 대답을 기꺼이 해줬다.
나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신난다는 표정으로 일어나서
더 바쁜 손놀림으로. 빠르게
여기저기 찰칵. 하고
또 다시 듣기 좋은 셔터소리로
가게를 채운다.
도로시로 사진집 하나 낼 기세로
꼼꼼하게 1층을 돌아다니며
테이블이며 의자며 창문까지.
뭐 하나 빼놓지 않고
사방을 찍어대는 모습이
딱 그 모습.
장난감 하나 쥐어준 아이.
“ 레몬 밤 치즈. ”
“ 응? ”
얼떨결에 불려진
내 호칭에 고개를 들고
갑자기 응? 하고 그를 쳐다보자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김현중은 연속으로 세 번을
찰칵. 찰칵. 찰칵. 하고
셔터를 누른다.
“ 어? ”
순간 반짝임이 너무 눈부셔서
눈을 감아버리자
그 모습도 다시 한번 찰칵.
“ 엄청 예쁘게 나오겠다. ”
“ 뭐야. ”
“ 좋아. 좋아. ”
“ 눈 감고 찍었는데?
갑자기라서 놀랐어. ”
“ 원래 그래야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야. ”
“ 에엑. 치즈 하라고
미리 말했으면서. ”
“ 그랬던가. ”
“ 뭐야 진짜.
지워. 나 사진찍는거 별로
안좋아 하는데. ”
“ 한번 찍히면 끝.
네 장 찍었으니까 한장씩
골고루 나눠주면 딱이겠다. ”
“ 응? ”
하하. 웃어버리는 그가
지우라고 몇 번을 말해도
내 말은 무시하고 오히려 카메라를
숨겨버린다. 절대 못 지운다고.
그런 입 싸움을 꽤 오래 지속하다가
포기해버린 내가 결국 두 손을 들고
완성된 차를 테이블로
직접 옮기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에 김현중은 뭐가 그리
좋은지 당신 같은 사람이
내게도 있었다면
나도 꽤나 밝은 사람이
됐을 텐데. 하고
조금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 응? 나 같은 사람? ”
“ 응. 아 좋다. ”
“ 지금도
내가보기에는
충분히 활기차 보이는데? ”
“ 그런척 하는 거지.
원래는 엄청 무뚝뚝해.
까다롭고. ”
“ 정말? ”
“ 근데 변했어.
나보다 더 싸가지 없는
이수혁을 만나면서도 그랬고
사진을 찍게 되면서.
또 당신을 만나면서. ”
“ 뭘 그렇게까지. 영광이네.
거기 일부러라도 끼워준 내 얘기.
부디 나를 만나서 좋은 쪽으로
변했기를 바랄게. ”
“ 음. ”
장난스럽게 받아친 내 말을 듣고
그가 차 한잔을 입에 머금고서
한참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하다가
조용히 나를 불렀다.
내 이름을 부른다.
레몬 밤이 아니라 이름으로.
“ 000. ”
“ 응? ”
그게 이상하게도 익숙하지 않아서
아? 응? 이라고 사무적으로
대답해버리자 마치 금방이라도
흩어져버릴 듯한 엷은 미소로
사실 여기 이수혁도 올 거야. 라고
그가 말한다.
“ 이수혁? ”
“ 응. 그 이수혁. ”
“ 이수혁? 이수혁이 온다고?
지, 직접 불렀어? ”
“ 다 같이 있으면 뭐
시끌벅적하고 즐거울 것
같아서. ”
“ 아. 바쁘지 않나. ”
“ 그리고 내가 부른거 아냐.
자기가 오겠다고 한거지.
그깟 일로 바쁠 거면
때려치우라고 해.
얼마나 대단하다고. ”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이수혁 욕을 하던 그는 아참. 하고
갑자기 고개를 숙여서
비밀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춰서 나를 부른다.
“ 있잖아 레몬 밤. ”
“ 응? ”
그렇게 쉿. 조심스럽게
얘기를 하길래
나도 덩달아 그를 따라하면서
작게 왜? 라고 속삭이며 물었다.
“ 내가 싸가지 약점하나
가르쳐 줄까? ”
그는 씨익 웃는 얼굴로.
그러나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 말을 하는 김현중의 표정은
어쩐지 이수혁 약점을
알아서 신나하기보다는
알아서는 안될 비밀 하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무거웠다.
“ 약점? ”
“ 응 약점.
아마도 당신을 보면
이게 내 역할인것 같아.
참. 재수도 없지. ”
“ 뭐? 무슨 말이야? ”
“ 그 녀석 죽어.
죽을 거야. ”
“ 어어? ”
김현중은 그 말을 힙겹게
내뱉고 나니까 오히려 시원한 듯이
다시 한번 씨익. 웃음 지었다.
그러나 어쩐지 슬프게.
더듬더듬.
나에게로 해 줄 말을
잘 고르려는 듯이 그의 입 속을
계속 웅얼거리던 그 작은
속삭임들은 들리지 않았다.
나는 방금 전의 죽는다. 라는
그 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패닉이라서 집중하지 못했다.
죽는다고?
“ 전생에 죄를
많이 지었나봐. ”
누가? 이수혁이?
“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이수혁이? ”
“ 기가막힌건 있지.
병명이 뭔줄 알아? ”
“ 뭔데? 장난치는거
아니고? ”
“ 응. ”
이번에는 화난 목소리로
그가 언젠가는 죽을 병.
이라고 말한다.
“ 응? ”
“ 병명이
언젠가는 죽을 병.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곧 있으면 죽을 병?
어쩌면 가장 살고싶어질 때
죽어야 하는 병. ”
“ 뭐라고? ”
아니 대체 그게
무슨 병이라는 건지.
그를 따라 내 얼굴 역시
똑같이 굳어졌다.
“ 그래서 불쌍한데.
뭐 어떻게 해. ”
“ 그게… ”
나는 다소 충격적인
그의 말에 그러게. 안됐네.
어머나. 라는 가식적인
위로의 말 대신에
무슨 말을 여기서 해야하고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아니. 위로가 아니라 잠시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한건
진심으로 이 상황에 놀란
내 스스로의 마음.
무서운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그의 슬픈 눈을
마주보다가 그럼에도 애써
이 얘기를 가볍게 전하려는
김현중의 모습에 그가 왜 내게
이런 말을 꺼냈는지 의도를
생각하면서 나도 아무렇지 않은
얘기를 들은척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고 입을 열었다.
“ 이, 있잖아. ”
“ 응? ”
“ 사람은 누구나 죽어.
그건 당연한거잖아.
절대불변의 법칙이잖아
아무렴 이수혁도 사람인데.
그게 무슨 병.
아니. 별거 아닌거잖아. ”
“ 응. 아무것도 아닌거 알아. ”
“ 나도. 당신도 그렇게 치면
언젠가는 죽을병. 인걸. ”
“ 아니. 그러니까.
그런게 아니라 확실히
그렇게 정해진 ‘운명’같은
병인건 맞는데… ”
“ 괜찮을거야. ”
그러나 그는 내 말에
어쩐지 위로가 되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무언가 나를 안쓰럽게도
혹은 내가 아니라
누군가를 안쓰럽게 생각하며
조금 담담하게 그 말을
받아들이는 나를 빤히 보며
작게 웃었다.
당황한건 내 쪽.
그리고 오히려 그런 나를
위로하는건 치료 술사인
내가 아니라 김현중.
“ 그래도 알아두라고. ”
“ 응? ”
“ 잊지 말고 꼭.
알아두라고 너가.
기억해 두라고.
그래야 ‘왜’라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테니까. ”
“ 이수혁 얘기야? ”
“ 나중에
많이 아파하지 않도록. ”
“ 뭐야 그게. ”
“ 부디. 둘 다.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아파하게 되는 일이 없기를. ”
이번에도 내가
이해 할 수 없는 말을
그는 또 하고 있는 건지
가라앉은 분위기가
더욱 축 쳐진다.
말의 의미를 물어보려고 내가
그의 눈치를 봤지만
김현중은 여기까지밖에
말할 수 없다며 그저 웃었고
나머지는 어쩌면 내가
스스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문득, 그런 느낌이 들어서
애써 다시 기운 차리며
차를 한 모금 목으로 넘겼다.
산뜻한 레몬 향기가
온몸을 따뜻하게 감싼다.
“ 차. 마셔. ”
“ 응. 고마워. ”
“ 그런데… ”
나는 최대한 예쁜 눈웃음으로
그에게도 차를 권하면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 어디서 진단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정 불안하다면
내가 뭐라고 알아볼테니까.
아니면 자료라도 찾아서
다음에 올 때 준비해 둘테니까
걱정마. 안심해. ”
라고 달래주었다.
그 말에 그는 그런 뜻으로
한 얘기가 아닌데. 라고
말하다가 그게 아닌데. 라고
반복해서 말하다가 다시 내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선지
응. 하고 웃었다.
이수혁이 걱정되서
무슨 말이라도 그럴듯이 해서
그래. 괜찮아. 라고 김현중에게
그런 대답을 듣고 싶어하는건
오히려 내 쪽이라는걸
들켰을지도 모른다.
“ 운명은 진짜
정해져 있는 걸까? ”
“ 운명? ”
“ 응. 그렇다고 생각해? ”
나는 지금의 모든 얘기가
알게 모르게 이수혁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 음. 정해져 있다고 해.
나는 그렇게 알고 그렇게 배웠어.
그렇지만 사람이니까 그런
운명에 매달리고 연연해 하는건
당연하잖아. 이미 정해진 것에
불안해 하니까 사람이지. 아니면
그게 사람이야? 그래도 보이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야. 보였으면 아마
우리는 실망하고 무서워하고
바꾸지 못했을 테지만귀로
듣고 알더라도 직접
우리가 부딪히지 않는 이상
그 운명이란 놈은 셀 수도 없이
수백 번. 수천 번 바뀌고
또 바뀌는걸. ”
그래서 나는 치료술사로서
배운 ‘운명’에 대한 사실보다
내 생각을 전하기 위해서
조금 더 신중하게 얘기를 꺼냈다.
운명은 바뀐다.
지금. 오늘. 늘 순간의
‘선택’에 의해서 미래는 변한다고.
“ 그러네. 당신이 착해서
내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지? ”
“ 응? 나? ”
“ 응. 아무래도 진짜
듣던 대로 천사인가봐. ”
“ 에엑. 너무 갔다 그건. ”
김현중의 말에 억지로 우리 둘은
아무 일도, 아무 얘기도
이수혁도. 모두 모르는 사람들처럼
금세 둘다 얼굴을 피고 웃었다.
그리고 자꾸 나를 천사. 천사.
부르는 그에게 쑥스럽다고
손을 흔들며 극히 부정했다.
“ 아니야. 천사 맞아. ”
“ 아니야. 천사. ”
“ 그래서 한편으론 미웠지만.
이것도 운명이라면 뭐. ”
“ 나를? 나 미워해? ”
“ 부럽잖아. ”
“ 내가? ”
내가 그 말에 허. 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뭐가 부럽냐고. 이런 내가.
이런 나를.
“ 뭐 꼴에 있는건
다 한다고 주치의까지 있어
이수혁. ”
“ 어? 주치의? ”
“ 응. ”
“ 그 병이라면…
의사로서는 방법이 딱히
없을 것 같은데. ”
“ 그건 그냥 폼이야.
내가 얼마나 놀렸는지.
아! 너도 아는 사람일걸? ”
“ 나도 아는 사람이라고?
누군데? ”
“ 김영광. 이라던가? ”
“ 응? ”
김영광? 정말로?
나는 그의 이름을 듣고는
여태까지 내가 만난
이 사람들의 관계.
아니. 내 주위에 피어있다는
나를 찾아온 이 꽃들이 이렇게나
엮여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 설마. ”
“ 설마라니. ”
“ 무, 무슨 그게. ”
“ 안믿겨? ”
“ 김영광? 내가 아는
그 김영광씨가 맞아? ”
“ 맞을걸. ”
“ 거짓말 같아. ”
“ 그래. 이것도 흔히
운명이라고들 한다지? ”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아까 이수혁의 병인지 뭔지
얘기를 들은것보다 더 놀라움.
처음 만난 송중기랑 홍종현이랑
형제라는 것도 놀라웠는데
그 다음에는 스승님의 애인이
이 두사람의 어머니였다는 사실.
숭중기 동생이 홍종현 하나가 아니라
김영광까지 있었고 또 어쩌다
덜컥. 만난 이수혁의 주치의가
김영광? 그리고 더군다나
이수혁의 친구 김현중.
나는 단지 모두 다
여기서 만난 나만의 ‘인연’인줄만
알았는데.
“ 와. ”
정말 오래살고 볼 일이구나.
딸랑.
머릿속이 복잡하게 꼬일 때쯤
유리문에 달린 보라색 방울이
흔치 않게 두 번째로
울려 퍼진다.
“ 뭐냐 김현중.
나 놔두고 혼자 여기서 노냐?
진짜 미쳤나 이게. ”
아까와 마찬가지로 늘 여기에
찾아오는 이 사람들은 목소리를
듣기 전에 꼭. 먼저 알아차린다.
누가 왔는지.
로즈제라늄의 향기.
김현중과 내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 낮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다.
이미 내 코끝에는 간지럽게도
장미 향기가 내려 앉아 있었고
금세 나를 꽃밭에 데려다 놓는다.
저런 사람이.
저 이수혁이 죽는다고?
그건 정말 내가 여태 들었던
최고의 거짓말임이 분명하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온
이수혁이 둘이 그렇게 있으니까
환장하겠네. 라는 까칠한 말투로
김현중을 노려봤다.
그 모습에 이수혁 역시
사진기를 들고 있던 김현중처럼
마찬가지로 어린아이 같은 면이
숨어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처음으로 귀엽다고 생각했다.
“ 어어. 어서와. ”
“ 아니. 대체 뭘
사오신거에요? ”
“ 시킨 대로 했을 뿐이야. ”
과일과 이름 모를 음식들이
잔뜩 들어있는 쇼핑백 안을
의아하게 쳐다보자
이수혁이 저 녀석 요리솜씨는
먹을 만하니까 믿어봐. 라고
의자를 하나 끌어다
내 옆에 털썩. 앉는다.
“ 어? ”
“ 왜? 내가 옆에
앉아주면 감사합니다.
이렇게 하고 받는 거야. ”
“ 그게 뭐냐 이수혁.
미쳤냐? ”
“ 어. 미쳤어. ”
“ 에? 왜 그래요. ”
“ 이렇게 셋이
모일 거라는 생각은
안했지? ”
“ 으응. 그러게. ”
“ 그치만 뭐 난 좋은데.
이 새끼랑 레몬 밤이랑 나랑.
어울리잖아.
삼각관계 한번 만들어봐? ”
“ 이 새끼? 누가 마음대로
레몬 밤이라고 부르래?
그거 내꺼거든?
먼저 했거든? ”
“ 그래? 그럼 이제부터
내꺼하지 뭐. 레몬밤 찜. ”
“ 죽인다 너.
일 잘리고 싶어? ”
“ 잘라. 내가 너 안써.
퇴출당하고 싶어? 보이콧 해줘?
실력도 없는 모델 새끼. ”
“ 아씨. 너 죽을래? ”
“ 아. 저, 저기요. ”
갑자기 벌어진 말싸움에
나는 당황했지만 그 둘은 이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상인 듯
한바탕 왔다갔다 심한 욕이
오가다가 금세 또 아무렇지도 않게
화제가 다른 얘기로 돌려져
내 쪽으로 시선이 꽂힌다.
“ 야. 나 보고 싶었냐? ”
“ 네? 뭐라구요? ”
“ 얼씨구. ”
“ 오랜만이잖아.
그 때 이후로.
근데 너 왜 나한테는
딱딱하게 존댓말 써? ”
“ 네? 저…
불편해서요. ”
“ 질투 하냐 이수혁? ”
그렇게 말하는 현중이
내게 손을 흔들며 씨익.
뭔가 우리 둘만의 비밀이
있는 척 웃어 보이는데
아까의 그 얘기는 티내지 마.
라는게 우리 둘의 암묵적인 약속.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모습에 또 이수혁이 돌아서
또다시 2차 혈투가 시작됐다.
삐. 소리가 난무하는 욕이
또 다시 빠르게 왔다갔다.
진짜 의자까지 들고 둘이 싸울 뻔한걸
내가 말리면서 가게 안에서
이러면 당장 내쫓을 거라고 하니까
그제야 멈춘다.
“ 아. 미안해. ”
“ 한번만 더 까불어 너.
내가 언젠가 너 죽인다. ”
“ 하지 마요 좀. ”
“ 아 맞다! 내가 준다는거
너 그거 사왔어? ”
“ 응? ”
갑자기 김현중이 손뼉을 치며
깜빡할 뻔 했다. 하면서
다른 화제로 돌려보려는 듯이
이수혁이 잔뜩 사온
몇 개의 쇼핑백 안을
뒤적거리더니 뭔가를 찾는것 같았다.
그걸 또 제지하는 이수혁이
내가 가지고 왔어.
내꺼야! 하고 소리치며
김현중에게서 뺏어 든 쇼핑백
안으로 손을 넣어 하얀색의
이름 모를 잡지를 한권 꺼내
내 앞의 테이블 위로 툭.
하고 던지다시피 내려놓는다.
“ 이게, 이게 뭐에요? ”
“ 뭐긴 뭐야.
보면 몰라? ”
“ 네? ”
“ 너 얘한테 지 사진집
받았다면서.
저 녀석보다 내가 훨씬 낫지.
딱 봐도 보이지 않냐.
이 오로라. ”
“ 뭐야. 직접 홍보 하냐?
그새 인기가 딸렸어? ”
“ 조용히 안할래 너. ”
“ 아. 그 때 김현중이 말한게
이거구나. 고마워요. ”
“ TV도 없고 라디오도 없고.
과학과 정보의 시대에
뒤쳐져 가는 너가
안쓰러워서 주는 거야.
다른 뜻 없거든?
적어도 세상에 누가 유명한지
이수혁이란 사람이
어떤 대단한 사람인지는
알아두라고. ”
에엑.
“ 얘 이런 병신 같은 성격을 알고
안티 팬들이 제대로 활동을
해야 하는데. ”
“ 야 김우빈. ”
“ 김현중이라고 불러라.
본명 밝혀서 좋을거 없잖아.
이 새끼야. ”
둘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다 어지러워서
그만하라고 내가소리 질렀다.
아. 머리아파.
한명은 제발 가라 가.
“ 000. ”
“ 응? 아니. 네? ”
“ 말 놔. 죽는다 진짜.
어쨌든 오렌지는 내가
꽤 좋아하니까
마음에 든다고. ”
“ 에? 레몬 밤이라더니
무슨 오렌지. ”
“ 그거나, 그거나. ”
오해할만한 소지가 있는 말을
듣고 나는 순간 당황해서.
그게 무슨?
“ 이보세요. 이수혁씨
지금 그거 레몬 밤한테
고백이냐. ”
“ 뭐라고? ”
“ 내가 소문낸다.
기자들한테 뿌려야지 ”
“ 어? 정말? 안돼! ”
내가 다급해하며 말리자
김현중이 또 배를 잡고 웃는다.
그러더니 양 손으로
사진기 모양처럼 사각형을
만들어서 어얼. 그림 좋은데.
하고 꽤나 날라리 같은 소리를
내뱉는 그는 입으로 찰칵. 찰칵.
소리를 내면서 마치 사진을
찍는 듯이 이수혁과 나를
그 안으로 잡다가 아. 하고 무언가
떠올랐는지 의미심장한 눈빛을
내게로 던졌다.
“ 확. 일 저질러야지. ”
“ 응? ”
“ 야! ”
“ 진짜 이수혁 너
국어점수 빵점이다.
친해지고 싶다는 표현을 꼭
저렇게 해요. 왜? 아예
내꺼하자. 선언하지. ”
그 말에 화를 내는
이수혁의 입에는
씨익. 미소가 지어진다.
“ 레몬 밤. 말 놔라. ”
“ 아니. 원래 이러고 노는거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은
싸우는 줄 알겠어. ”
“ 쟤 말고 나 보고
말 놓으라고.
쟤 보지마. 훠이. 나 봐. ”
“ 우리 사이에 끼어들지마.
방해하면 할수록 커지니까. ”
“ 그만 해.
저기 이수혁씨. ”
“ 이수혁은 맞는데
씨는 아니야.
일부러 너 보고 싶어서
시간 빼서 보러 온
사람한테 씨는 뭐냐. 씨가.
어따 붙여 씨를? ”
“ 아주 난리 났네.
씨가 뭐겠냐 그냥 씨지.
넌 딱. 내가 봐도 씨야. ”
“ 조용히 해. 입 다물어. ”
한번도 이런 식으로 말 하는
사람들을 본적이 없어서
단 한마디도 서로 놓치지 않고
물어 뜯고 달려드는 둘을
내가 지쳤다는 듯이
이마에 손을 짚으며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 둘 다 이 가게에 찾아온
‘손님’인데 일반 손님보다
이렇게 지친적 처음이야.
둘 다 지친다. ”
“ 자자. 이러지들 말고
어서 화합을 도모하는
파티 시작하자고. ”
“ 에? 갑자기 파티? ”
“ 갑자기 아닌데
나 다 계획하고 온건데 그치? ”
“ 뭘 그치야. 너만 빠지면 파티야.
빠져. 좀 가. 얘랑 둘이 있게. ”
“ 싫은데?
위험해 둘이. ”
“ 누가 누구랑
둘이 있어요? ”
“ 내가 말 놓으라고 했지. ”
내가 이수혁을 향해
어이없는 눈빛을 날리자
날 보고 씨익. 웃는 그는
나. 랑. 이라고 입모양을 지으며
쟤 빼고. 김현중을 손가락으로
사리켰다. 그 모습에 장난스럽게
웃어 너 빼고. 똑같이 따라하는
김현중이 노려보는 이수혁의 눈빛에
시선을 회피하면서 박수를 쳤다.
상황을 정리하고 얼른 놀자고
나와 이수혁을 동시에 잡아당기는
그의 힘에 내가 끌려
일어나자 이수혁은 더욱
매서운 표정으로 김현중 손을
뿌리치며 그 사이 슬쩍. 내게
귓속말로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가 붙잡은 내 손에
그가 가까이 다가와 말하는
내 귀에 마치 장미가 돋아난 듯이
간지럽게 향기가 퍼져서
나는 질식할 채로 두근두근.
“ 나는 바빠서 자주 못오지만
아니. 그래 이보다 더 자주는
오면 안되겠지만…
알아. 김현중은 한가해서 갈 때가
여기밖에 없을 거야. 오면 당장
쫓아 내. 그리고 너 애인 있냐?
있으면 죽는다 진짜. 저번에는
내가 먼저 전화했으니까 이번에는
너가 먼저 전화해라. ”
“ 네? ”
“ 말. 놓고. ”
그러면서 종이 한 장을
내 손에 쥐어 주는데
이게 뭔가 싶어서 보니까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명함’ 이었다.
“ 아. ”
갑자기 풉. 터지는 웃음을
감추고 재빠르게 내가
“ 너 하는거 봐서. ”
라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멍. 한 대 얻어맞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를 일부러
모른척. 못본척. 앞서가던
김현중의 팔을 붙잡고
늘어지며 이수혁이 야! 하고
소리 지르는걸 피했다.
이것도 나름 재밌네.
“ 방구경도 하고.
여기가 오늘 우리 집이다
생각하고 나는 놀 테니까
질러 보자고. ”
김현중의 목소리에 어느새
등 뒤로 다가온 이수혁이
나를 그에게서 떼어 놓으며
“ 아 미친.
둘이 붙지마. ”
라고 투덜거렸다.
“ 왜? 일로와
더 붙어. ”
“ 야! ”
이수혁의 그 말에
아주 나를 안으면서
제 품으로 끌어당기는
김현중은 싸움의 신호탄을 알렸고
“ 너 죽자. 너부터 죽이자. ”
결국 그 도발에 넘어간
이수혁은 김현중과 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그 안으로
파고들며 나를 김현중에게서
뺏어 떼어 놓았다.
“ 아 제발 좀! ”
“ 너 왜 가만히 있어.
싫다고 해야지! ”
“ 아니야. 레몬밤이
나 좋아해서 그래.
요리 해줄게 내가
뭐 먹을래? ”
“ 그 손 놔라.
둘이 붙지 말랬지!
이리와. 나한테 붙어. ”
“ 악! 제발 그만해 둘 다! ”
나는 둘 사이에 끼여서 소리치며
여기 없는 많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스승님도. 그리고 홍종현도.
숭중기도. 김영광도
같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 그 손 안놔? ”
문을 열고.
도로시에 들어오고
내가 치료 술사가 되고
처음으로 이렇게 소란스러운 가게에
덜컥. 이수혁같이 찾아 온
많은 감정들을 정리할 새도 없이
나는 한쪽 손에는 김현중에게
다른 한쪽 손에는 이수혁에게 붙잡혀
2층으로 끌려가다시피 올라갔다.
.
.
.
※만든이 : MINI님
<덧>
오늘은 탄생화나 허브의
등장이라기보다는
김현중님의 짧은 개인 에피소드 겸
이수혁님의 등장입니다.
이 두 사람을 같이 묶은 이유는
나름의 각각의 역할 때문이기는 하나
일단은 비밀에 붙여두고
‘마르멜로’님 댓글에 대한
답글 달아 드렸습니당.
확인해주시길 바라요.
사실 오늘은 저에게 굉장히
신기한 날이기도 합니다.
바로 18화를 올리는 바로 이 날이
MINI 라는 이름으로
상풀에 작가로 글을 투고한지
100일이 되는 날이네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었고
그냥 지나쳐 버릴 뻔 했었는데
그래도 소소하게나마 잠깐이라도
언급을 하고 지나가고 싶어서
이렇게 얘기를 꺼냈습니다.
첫 투고가 벌써 3개월도 전의
일이라는게 믿기지 않고
아마도 여러분의 댓글 하나, 하나가
없었다면 분명히 단편만으로
투고가 끝났을테고
이렇게까지 올 수 없었을거에요.
누군가 계속 끊임없이 응원해주고
봐주지 않는다면 글을 쓸 이유는
그동안에 제가 혼자서 끄적이기만
했던 것으로 충분했거든요.
그런데도 여기까지
잘한다고 칭찬해주신
덕분에 100이란 숫자를
상풀에서 찍게 되서 기분이 묘합니다.
이것을 축하하기 위한
이벤트를 열기보다는 그저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이벤트라고 할 것까지의
많은 작품이나 실력이
있다기보다는 앞으로 여전히
노력하고 다듬어져야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어차피 단편은
20화 이후에 하나 올리기로 했고
소통의 날 역시 20화 초반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그저 수줍은 애, 애정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러분
내꺼하자(Feat.인피니트)
항상 일일이 답글을 달아드리지
못하는게 늘 걸리고 죄송했는데
오히려 저보다도 깊게
생각해주시는 게시판을 보면서
어쩌면 숨겨놓은 뜻까지
이렇게 잘 짚어주시지?
내 머릿속에서 사시는 분인가. 하고
놀라는 일이 이제는 하도 놀라서
놀랍지도 않네요(말장난?)
앞으로 100일은 훨씬 더 넘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살며시 하며 우리는 여느 때처럼
19화에서 봐요.
MINI는 화요일에 올게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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